과학(Science)/미래학 (Futurology)

진화의 여섯 시기

SURPRISER - Tistory 2021. 10. 3. 06:07

 전설적인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은 '진화(Evolution)'를 '점점 질서가 높은 패턴을 창조해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 개념을 구체화하기 위해 진화의 시기를 다음과 같이 여섯 시기로 개념화하였다. 이 개념에 의하면 각각의 시기는 이전의 정보 처리 방법을 이용해 더 높은 단계의 '우회 기법'을 확보한다. 각각의 시기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진화를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0. 목차

  1. 제1기 - 정보가 원자 구조에 저장
  2. 제2기 - 정보가 DNA에 저장
  3. 제3기 - 정보가 뇌와 신경 패턴에 저장
  4. 제4기 - 정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저장
  5. 제5기 - 인간과 기계의 융합
  6. 제6기 - 우주의 지능화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 1948~)'

1. 제1기 - 정보가 원자 구조에 저장

 우리는 '물질(Matter)'과 '에너지(Energy)'가 패턴화되어 생긴 정보로부터 출발했다. 원자 구조는 독립적으로 '정보(information)'를 저장하고 있다. 최근의 '양자 중력 이론(Quantum Gravity Theory)'에서는 시간과 공간을 별개의 양자, 즉 본질적으로 별개의 정보 조각으로 분류한다. 물질과 에너지가 궁극적으로 '디지털(Digital)'인지 '아날로그(Analog)'인지에 관해서는 논쟁이 계속되고 있지만, 그 답과 무관하게 우리는 원자구조가 독립적으로 정보를 저장하고 표현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빅뱅(Big Bang)'이 일어나고 수십만 년 후에는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가 합쳐져 양성자와 중성자로 이루어진 '원자핵(Atomic Nucleus)'이 되었고, 원자핵은 '전자(Electron)'를 끌어들여 '원자(Atom)'를 만들어냈다. 원자들은 또다시 모여서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점점 더 복잡한 분자를 형성하였다. 우주에 있는 원자들 중에 가장 주목할만한 원자는 '탄소(C, 원자번호 4)'였다. 대부분의 원자는 한 방향에서 세 방향까지 결합할 수 있었지만 '탄소(C)'는 네 방향으로 결합할 수 있어 더 복잡한 정보를 가진 분자 구조를 형성할 수 있었다. 이처럼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의 물리 법칙은 질서와 복잡성을 늘려가기에 적합한 상태로 존재한다. 이런 물리법칙 덕분에 '점점 질서가 높은 패턴이 창조되는 일', 즉 '진화(Evolution)'는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반응형

2. 제2기 - 정보가 DNA에 저장

 탄소 기반의 화합물들은 점점 복잡해졌고, 복제 기제를 갖춘 분자 복합체인 'RNA(Ribonucleic acid)'가 되었고, 나중에는 'DNA(Deoxyribonucleic acid)'가 되었다. DNA는 'A(아데닌)', 'T(티민)', 'G(구아닌)', 'C(사이토신)'의 총 4종의 염기 서열에 의해 4진법 형태로 정보를 저장하였다. 그리고 더 많은 정보를 저장하기 위해 디지털 기법을 사용하는 DNA를 발전시켜 나갔다. DNA는 '코돈(Codon)'이나 단백질을 합성하는 세포소기관인 '리보솜(Ribosome)' 등의 주변 물질들의 도움으로 제2기의 진화 실험 기록을 보존할 수 있었다.

코돈(특정 아미노산을 결정짓는 mRNA 상의 3개의 염기서열)

3. 제3기 - 정보가 뇌와 신경 패턴에 저장

 DNA분자들의 염기 배열의 일부 섹션들은 단백질과 다른 화학 물질을 만드는 일을 한다. 따라서 정보가 정교하게 '인코딩(Encoding)'되어 있는 DNA는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설계도에 따라 '유기체(ㅒrganism)'를 만들어 냈다. 커뮤니케이션과 의사결정을 수행하기 위해 점점 빠른속도로 감각기관과 신경계를 만들어 냈고 행동양식을 조율하기 시작하였다. 신경계를 구성하는 '뉴런(Neuron)'들이 한 곳에 집적되면서 뇌도 형성되었다.

 뇌는 패턴을 인식하기 시작했고, 지금도 '패턴 인식 능력'은 우리 뇌 활동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점점 진화함에 따라 자신이 경험하는 세계에 대한 추상적 정신 모델들을 창조하고, 이 모델들의 의미를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을 발전시켰다. 우리는 마음속으로 세계를 재설계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다.

4. 제4기 - 정보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저장

 추상적인 것을 떠올리거나 이성적으로 사고하게 된 인류는 손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도구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도구를 손에 넣은 인류는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고 자동차나 컴퓨터 같은 아주 복잡한 기계 장치를 만드는 데까지 성공하였다. 결국 기술은 복잡한 정보의 패턴을 감지하고 저장하고 평가를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오르게 되었다.

 지능의 '생물학적 진화'와 '기술적 진화'의 발전 속도를 비교해보자. 대부분의 고등 포유류의 뇌는 10만 년마다 1세제곱인치씩 커진 반면, 컴퓨터의 연산 용량은 대략 1년마다 두 배씩 늘고 있다. 물론 뇌의 크기나 컴퓨터의 용량이 지능을 결정하는 유일한 요소는 아니지만, 지능의 가능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생물학적 진화'와 '기술적 진화'는 모두 연속적인 가속을 나타내고 있으며, 다음 사건까지의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예컨대 생명이 시작된 후 세포가 등장하기까지는 20억 년이 걸렸지만, PC가 등장하고 World Wide Web이 등장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14년에 불과하다.

반응형

5. 제5기 - 인간과 기계의 융합

 어떤 기술이 정보기술 형태로 전환되는 순간, 기술의 발전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가속화되기 때문에 인공지능은 필연적으로 생물학적 지능을 뛰어넘는 특이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러면 인간은 생물학적 진화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기계의 지능을 빌리기 시작하고, 결국 인간의 뇌는 기계와 융합된다. 인류는 지금까지의 진화 과정을 거치면서 얻은 지능을 보존하고 강화하면서 인간 뇌의 한계를 초월한다.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 시대에 진입하면서 우리는 인간의 오랜 문제들을 극복하고 창조성을 한없이 확대하게 될 것이다. 생물학적 진화의 뿌리 깊은 한계를 극복할 뿐 아니라, 진화의 과정을 거치며 얻은 지능을 보존하고 강화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특이점은 우리의 파괴적인 성향에 영향을 미치는 능력도 확대할 것이기 때문에, 이야기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6. 제6기 - 우주의 지능화

 특이점 이후에는 무한히 확장된 인간의 지능이 점점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에 스며들 것이다. 지능은 물질과 에너지를 재편할 것이고, 최적의 연산 수준을 달성하면서 우주로 뻗어나갈 것이다. 결국 아둔하고 멍청한 물질들 그리고 우주의 기제들은 숭고하고 장엄한 지능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이 여섯 단계의 과정을 거쳐 정보의 패턴이 완성되는 것이 커즈와일이 생각하는 진화의 궁극적인 운명인 것이다.

 우리는 현재 '빛의 속도'가 '정보 전달 속도의 한계'라고 알고 있다. 광속을 넘어선다는 것은 매우 사변적인 몽상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사실 몇 가지 유용한 단서들이 있다. 이 제약을 아주 조금만 뛰어넘는다고 해도 인류는 초광속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문명이 창조성과 지능을 얼마나 빨리 우주에 불어넣을 수 있는가?'는 '광속을 넘어설 수 있는가, 없는가?'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