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영상 진단
- AI의 학습 방법
- 정신 질환에 대한 판정
- 수술의 평가
- 암 극복
- 'AI 의사'는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는가?
1. 영상 진단
현재 '인공 지능(AI)'이 가장 잘하는 것 중 하나는 '영상 인식'이다. '영상 인식'이란 영상에서 특징적인 부분을 찾아내고, 그것이 무엇인지 특정하는 기술이다. 의료 분야에서도 AI로 '영상 진단'을 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1-1. 뇌동맥류 진단
'뇌동맥류(Cerebral Aneurysm)'는 뇌 동맥의 일부에 결손이 생겨 그 부분이 부풀어 오르는 혈관 질환이다. 뇌동맥류 등을 발견하기 위해 MRI나 CT 등의 장치를 사용해 머리 단면의 영상을 촬영한다. 이에 AI를 사용한 영상 진단 기술을 개발하는 일본의 '엘픽셀(LPixel)'이라는 회사는 뇌 단층 영상에서 '뇌동맥류'로 의심이 가는 부위를 발견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뇌를 진단할 경우, 환자 1명마다 200장 전후의 단층 영상을 촬영하게 된다. 의사는 단층 영상과, 단층 영상을 바탕으로 입체적으로 표현한 영상을 보고 '뇌동맥류' 등의 이상이 없는지 확인한다. AI는 대량의 뇌동맥류 영상을 사전에 학습함으로써 의사와 마찬가지로 뇌동맥류일 가능성이 있는 부위에 자동으로 표시를 한다. 2019년 기준으로, AI가 뇌동맥류를 알아차릴 가능성은 신입 의사와 베테랑 의사의 중간 정도라고 한다.
사람에게는 선입견과 습관이 많이 있다. 예컨대, 병변을 하나 발견하면, 바로 옆에 또 하나의 병변이 있다고 해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컴퓨터는 이러한 선입견이 없고, 피곤해하는 경우도 없어 대량의 영상을 계속 기계적으로 진단해 나간다. AI의 확인 결과를 참고하면서, 최종적인 진단은 인간 의사가 직접 하고 있다.
1-2. 암 진단
'엘픽셀(LPixel)'이라는 회사에서는 폐암이나 유방암을 찾아나는 AI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특히 데이터가 많은 뇌 영상을 진단하는 기술에 힘을 쏟고 있다.
2. AI의 학습 방법
'엘픽셀(LPixel)'에서는 약 1000가지 사례를 학습 데이터로 사용해 AI에게 '뇌동맥류'의 특징을 학습 시키고 있다. AI의 학습에는 '딥러닝(deep learning)'이라는 학습 방법이 사용된다. AI에게 학습시키려는 데이터에는, 미리 의사가 판정한 뇌동맥류 부위에 표시가 되어 있다. AI는 '정답'이 표시된 데이터를 학습함으로써, AI가 단층 영상 속에서 '뇌동맥류' 부위를 특정하기 위한 판단 기준을 스스로 확보한다.
생명에 직결되는 의료 분야에 사용되는 AI에는 높은 정확성이 요구된다. 그래서 AI가 뇌동맥류의 특징을 올바로 학습하고 있는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 실제로 AI에게 뇌동맥류의 위치를 특정시켜보고 그것을 의사가 확인하는 등의 작업이 이루어진다. 그리고 확인 결과를 다시 AI에게 학습시켜 점차 정확도를 높여나간다..
'기계 학습'을 통한 AI의 학습 과정은 전문가조차 자세히 이해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있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생각이 너무 복잡해서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블랙박스(black box)' 문제라고 부른다. 그런데 AI가 잘못된 특징을 학습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경우, AI의 학습 결과는 사람이 보아도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형태로 컴퓨터에 기록되어 있기 때문에, 잘못된 학습 결과를 수정하기는 어렵다. 학습 결과의 수정이 어렵기 때문에, 의료 영상의 AI에서는 학습시키는 데이터의 '질'이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복수의 의사에 의해 확인된 데이터를 학습시키도록 하고 있다.
3. 정신 질환에 대한 판정
우울증 같은 '정신 질환'은 혈액 검사나 뇌의 영상 진단 등에 의해 객관적으로 진단할 방법이 확립되어 있지 않다. 그런데 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의 병인 '정신 질환'을 AI를 이용해 객관적인 진단을 하려는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
3-1. 정신 질환의 특징을 수치화
예컨대, 우울증인 사람은 말하는 속도가 느려지는 등 질병마다 말하는 사람의 특징이 있다. 정신과 의사는 이러한 특징을 파악해 정신 질환을 진단한다. 그래서 AI를 이용한 정신 질환의 진단에서는 의사와 환자의 대화를 AI가 분석해, 말하는 방식의 특징을 음성과 글자 각각의 정보로부터 수치화한다. 특징이 수치화되면 어떤 특징이 어떤 질병과 관련이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즉, 말하는 방식의 특징에서 어떤 질병일 확률이 높은지를 측정할 수 있다.
현재까지 조현병(정신분열병), 우울증, 양극성 기분 장애(조울증), 불안증, 치매 환자, 건강한 사람 등의 데이터가 확보, 분석되고 있다. 질병 유무의 판별에 대해서도 일정 확률로 성공하고 있다. 다만, AI에 의한 대화의 분석 결과는 어디까지나 의사가 최종적인 진단을 하기 위한 참고 정보로 사용될 예정이다.
3-1-1. AI의 대화 분석
AI는 '자연어 처리(Natural Language Processing)' 기술을 이용해 말하는 속도, 사용된 낱말의 종류나 횟수, 지시어(저, 그, 저것...)의 빈도, 낱말의 반복, 문장 구조의 복잡성, 목소리 톤 등을 분석해 말하는 방식의 특징을 수치화한다. 의사와의 대화는 분석용의 특별한 질문이 설정되어 있는 것은 아니고, 보통과 마찬가지로 문진이 이루어진다.
같은 증상을 가진 환자는 대개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각각의 그룹과 얼마나 비슷한가에 따라 환자의 질병, 증상의 종류, 증상의 정도를 판정할 수 있다.
3-2. 정신 질환별 특징
- 조현병: 사고와 감정 등을 하나로 통합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환각이나 망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관련 없는 내용이 머리에 떠올라 이야기가 갈피를 잡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있다.
- 우울증: 우울한 기분이 계속되고, 여러 가지 의욕이 저하된다. 사고가 느려지고, 이야기가 좀처럼 원하는 목표에 이르지 못한다.
- 양극성 기분 장애(조울증): 기분이 고양된 '조 상태'와 저하된 상태인 '울 상태'가 번갈아 나타난다. '조 상태'일 때는 새로운 생각이 솟아 나와 사고가 비약하는 경향을 보인다.
- 불안증: 지나친 불안감이 빈번하게 찾아와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게 된다. 불안하게 느끼는 내용을 거듭 화제로 삼는 경향이 있다.
- 치매 환자: 신경 세포에 장애가 생겨 기억력과 판단력이 낮아진다. 낱말을 생각해 내기 어려워지고, 요령이 없어서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경향이 있다.
4. 수술의 평가
신입 의사는 선배 의사의 지도를 받아 수술 기술을 익혀 나간다. 하지만 이런 수술 지도는 주관적이고 감각적인 것이 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술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AI가 개발되고 있다.
4-1. 수술 기구를 조작하는 방식을 평가
일본 지바 대학 프런티어 의공학 센터의 '나카무라 료이치' 부교수는 수술 기술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AI를 개발하고 있다. '나카무라 료이치' 부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AI는 '부비강(콧구멍이 인접해 있는 뼈 속 공간)' 등의 내시경 수술에서 수술 기구를 조작하는 방식을 평가하는 AI다.
이 AI는 수술대 위에 설치된 '입체 카메라(Stereoscopic Camera)'로 수술 기구의 움직임을 기록한다. 그리고 수술 후에 기구의 움직임을 분석하고, '매뉴얼'과 비교해 평가하고 채점한다. 수술 중에 실시간으로 평가해, 수술 진행의 개선점을 지적하는 시스템 개발도 진행되고 있다. 기구의 움직임을 기록한 결과를 보았더니, 베테랑 의사는 신입 수련의에 비해 내시경을 좌우로 움직이고 크게 각도를 바꾼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베테랑 의사는 넓은 범위를 자주 관찰하고 있었다.
4-1-1. 매뉴얼
‘매뉴얼(manual)’로 삼는 것은 복수의 베테랑 의사가 기구를 다루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는 매뉴얼이 되는 움직임에 가까울수록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베테랑 의사가 기구를 움직이는 방식은 표준적으로 좋다고 알려진 움직임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그래서 '나카무라 료이치' 부교수가 개발하고 있는 AI에서는, 베테랑 의사가 움직이는 방식의 데이터베이스에서 표준적으로 좋다고 생각되는 움직임의 방식을 추정해 매뉴얼로 삼고 있다.
4-2. 수술의 평가가 미래에 끼칠 영향
미래에는 AI에 의한 수술 평가를 의사의 기술 지표로 사용하거나 특정 기술에 뛰어난 전문의의 인정 시험에 사용되는 것도 고려되고 있다. 또 AI의 점수를 보고 환자가 병원이나 의사를 선택하는 등의 방법이 생길 수도 있다. 평가되는 의사의 입장에서는 곤란할지도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체적인 기술 향상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유익할 것으로 기대된다.
5. 암 극복
'암(Cancer)'은 사망 원인의 최상위권에 있는 질병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암으로 죽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는 한국에서는 암으로 죽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5-1. 통합 의료 시스템
암 치료를 위해 각지의 병원에서 MRI 영상을 촬영하거나, 혈액 검사를 하거나, 유전자 변이를 조사하거나, 약을 복용하지만 이러한 정보는 기본적으로 흩어져 존재한다. 이런 이유 때문에 다른 데이터와의 관계성에 대한 분석, 예컨대 암 환자의 유전자 정보와 MRI 영상의 관계성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그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다. 데이터의 종류가 전혀 달랐기 때문에 관계성을 조사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딥러닝'을 사용함으로써, 서로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통합해서 분석할 수 있게 되었다.
5-2. 정밀 의료
암에 대한 대량의 의료 영상과 대량의 유전자 정보가 있다고 해도 인간은 이들을 어떻게 조합시켜 분석하면 좋은지 쉽게 알아낼 수 없다. 하지만 AI는 어떻게 조합시켜 분석하면 좋은지를 자동으로 학습할 수 있다. 따라서 AI가 서로 다른 종류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면, 유전자와 약의 관계성, 혈액 검사와 암의 관계성 등 새로운 관계성이 발견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암에 관한 모든 데이터를 학습한 AI에게 유전자 정보와 혈애 검사 정보만 입력하면, 그 사람에게 맞는 치료법과 항암제 등을 추천해 주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까지 암 치료는 평균적인 사람에게 효험이 있는 하나의 약과 치료법을 적용해 왔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유전 정보 등에 근거해 개인에게 최적화된 치료를 해야 한다. 이처럼 최적화된 의료를 '정밀 의료(precision medicine)'라고 한다. 통합 의료 시스템의 구축은 이러한 '정밀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정밀 의료 시스템'이 자리 잡히면, 개인의 체질에 따라 효험이 있는 약과 없는 약을 알 수 있게 되어, 효험이 없는 약을 쓸데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없어진다. 덕분에 의료비가 절감되고, 부작용도 줄어든다. 또, 다른 병과 다른 약의 관계성 등을 AI로 분석할 수 있게 되면, 예컨대 '당뇨병 약이 특정 암에 효험을 가졌다'처럼 새로운 관계성이 발견될 수도 있다.
6. 'AI 의사'는 의사를 완전히 대체하는가?
AI의 성능이 향상되면서 의료 분야에서도 그 쓰임이 확대될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미래에는 결국 진단부터 치료, 수술까지 모두 AI가 의사를 대신하게 될까?
6-1. AI가 영상을 진단하는 시대
'영상 진단'은 현재 AI가 의료 분야에서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이자 응용이 가장 많이 진행되고 있는 영역이다. 의료 영상은 과거에 비해 크게 늘어났지만, 영상 진단을 할 수 있는 의사는 늘어나지 않아서 의사의 부담이 매우 커지고 있다. 현재는 영상을 '과잉 촬영'하는 것으로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AI에 의한 영상 진단 기술이 더욱 향상되면 상황이 바뀔 것으로 생각된다.
바둑이나 장기에서는 AI에 의해 본래 상식과 다른 새로운 전략이 생기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진료의 장면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지금까지 의사가 거의 의식하지 않았던 질병의 특징을 AI가 찾아냄으로써, 발병 전의 단계나 초기 단계에서 치료할 수 있게 되거나 치료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6-2. AI의 분석 결과를 토대로 새로운 수술 기구 개발
또 새로운 수술 기구를 개발하는 데 AI를 활용할 수도 있다. AI가 수술을 평가함으로써 수술을 잘하는 의사가 수술 기구를 어떻게 사용하는지 등을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예를 들어, AI의 분석에 의해 기구를 좌우로 움직이는 것이 수술을 잘하는 의사의 공통점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 좌우로 더 움직이기 쉬운 수술 기구를 개발하여 수술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6-3. 수술을 하는 AI 로봇
그러면 미래에는 의사 대신 AI가 로봇을 조작해 수술을 하는 시대가 오게 될까? 사실 상처를 봉합하거나 레이저를 비추어 지혈하는 등의 비교적 단순한 작업에 대해서는 로봇이 자동으로 하는 연구가 이미 진행되고 있다. 단순한 작업은 기계가 쉽게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한 수술은 아직 AI에게 무리여서, 복잡한 수술의 모든 공정을 AI가 다 하는 시대가 열리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