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으로 촬영한 사진을 보면, 왠지 실물과 색이 다르다고 느낀 적이 있을 것이다. 또 종이 프린터로 인쇄한 색이 모니터 화면에 보이는 색과 다르다고 느낀 적도 있을 것이다. 왜 이런 차이가 생기는 걸까? 사실 '색(Color)'이라는 것은 우리의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조건에 따라 잘 바뀐다. 예컨대, 촬영할 때 조명만 바꿔도 크게 색 차이가 난다. 또 우리의 눈과 뇌의 조건에 따라 물체의 색이 바뀌기도 한다. 즉, '색이란 물체의 표면에 붙어있으며 불변의 성질을 갖는다'라는 생각은 오해이며, 물체의 색은 '광원'과 '눈'과 '뇌'의 조건에 따라 쉽게 변한다.
눈으로 본 그대로의 실제 색을 화면이나 인쇄물로 재현하는 과정에도 다양한 기술이 사용된다. '색(Color)'이 무엇인지 알아보고, 색을 재현하기 위한 방법과 기술들에 대해서 알아본다.
0. 목차
- 색의 정체
- 색의 재현
- 색 재현의 최신 연구
1. 색의 정체
태양광이나 일반적인 조명광에는 파장이 다른 여러 가지 '빛(전자기파)'이 섞여 있다. 그중 우리가 식별할 수 있는 파장은 '가시광선(Visible Rays)' 영역으로 파장으로 치면 380~800nm 정도이다. 이러한 성분이 '분해'되어, 가시광선이 파장 순서의 '그라데이션(gradation)'으로 보이는 것이 무지개이다. 무지개는 빨강, 주황, 노랑, 초록, 파랑, 남색, 보라의 순서로 늘어서 있는데, 이것은 파장의 순서이다. 빨간색 쪽으로 갈수록 파장이 길고 보라색 쪽으로 갈수록 파장이 짧다.
우리는 물체를 볼 때 그 물체가 반사한 빛을 통해 색을 파악한다. 태양광이 초록색 '메론(melon)'에 부딪히면, 반사되는 빛에는 초록색 성분이 많기 때문에 그 메론을 초록색이라고 인식할 수 있다. 그런데 전구색 LED로 사과를 비췄을 때에는, 사과의 색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왜냐하면 태양광에는 가시광선의 파장 전역이 고르게 포함되어 있지만, 전구색 빛에 포함된 성분은 태양광과 다르기 때문이다. 전구색 LED의 빛에는 노란색~빨간색 성분(파장이 긴 성분)은 많이 포함되어 있지만, 푸른색 성분(파장이 짧은 성분)은 별로 포함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메론을 LED의 빛에 비춘 경우, 메론에서 반사되는 빛에는 태양광에 비췄을 때보다 노란색~빨간색 성분이 많아진다.
1-1. 색의 항상성
위에서 설명한 예처럼, 우리가 보는 물체의 색이 바뀔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물체의 색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자각하기는 어렵다. 예컨대, 하얀색 종이는 태양광 아래에서도 하얀색으로 보이지만, 전구색 LED 아래에서도 하얀색으로 보인다. 우리의 눈에 들어오는 빛의 성분이 달라졌는데도, 왜 색은 똑같아 보일까?
그것은 우리의 뇌에 '색각을 보정하는 기능'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뇌는 물체에 반사된 빛에서, 주변의 광원의 성분을 자동적으로 배제한다. 주로 이러한 메커니즘 때문에 눈으로 들어오는 빛의 성분이 바뀌어도 느껴지는 색은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이다. 즉, 광원(조명광)의 색을 단서로 색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이다. 이것을 '색의 항상성'이라고 한다.
하지만 실제로 색이 보정되는 정도가 완벽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조명에 따라 색이 달라 보이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의류 매장에서 색상이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지만 집에 들어와 보니 색상의 느낌이 다르다고 느낄 때가 있을 수 있는데, 이것은 색의 보정이 불완전하기 때문이다. 만약 광원(조명광)의 변화에 따라 색 보정이 엄격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면, 이론적으로는 조명이 바뀌어도 보이는 색은 항상 동일해야 할 것이다.
1-2. '원뿔 세포'와 '3원색'
사람의 색 센서의 역할은 안구의 망막에 있는 3종의 '원뿔세포'가 맡고 있다. 센서가 3종이므로 일반적인 TV에서는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의 3색을, 인쇄물에서는 시안(Cyan), 마젠타(Magenta), 노랑(Yellow)의 3색을 조함함으로써, 다양한 색을 인식할 수 있다.
이 조합이 되는 색을 '원색'이라고 하고, 빨강(Red), 초록(Green), 파랑(Blue)은 '빛의 삼원색', 시안(Cyan), 마젠타(Magenta), 노랑(Yellow)은 '색의 삼원색'이라고 한다. 사람은 'L추체(적추체)', 'M추체(녹추체)', S추체(청추체)'라고 불리는 3종의 '원뿔 세포'로 최대 수백만 가지의 색상을 구별할 수 있다. 원뿔 세포가 빛을 흡수하면 전기 신호가 생긴다. 그리고 전기 신호는 '쌍극세포'를 거쳐 '신경절 세포'로 간 후, 뇌로 전달된다.
1-2-1. 원뿔 세포와 흡수 파장
아래의 그래프는 세포는 각 원뿔 세포가 각 파장을 얼마나 흡수하는지를 나타낸 것이다. 이 세포의 반응량의 차이가 색의 감각을 만들어 낸다. 원뿔 세포가 인지하는 최소 파장은 380nm, 최대 파장은 680nm이며, 이 인지가능한 범위를 '가시광선(visible rays)'이라고 부른다.
2. 색의 재현
우리의 눈은 디지털 카메라와 구조가 비슷하다. 하지만 사람의 눈에 있는 색 센서인 3종이 원뿔 세포가 감지하는 파장의 범위와, 디지털 카메라가 촬영하는 파장의 범위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실제로 디지털 카메라에 기록되는 색과 우리가 보는 색은 엄밀이 말하면 조금 다르다.
원래 피사체에서 반사되는 빛은 빨강, 초록, 파랑의 빛으로만 구성된 것은 아니라, 실제로는 노란색과 보라색 등 삼원색 이외의 색 성분도 포함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신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영상이나 프린터에 인쇄한 사진은 맨눈으로 봤을 때와 거의 똑같이 '재현'되어 있다. 어떻게 이렇게 실감 나는 색을 재현해낼 수 있었을까?
2-1. 보정
사진이나 데이터 색의 근원은 이미지 센서의 소자가 기록한 '빛의 강도'이다. 하지만 디지털 카메라가 기록한 색을 그대로 프린터로 인쇄하면, 사람의 눈에는 그다지 자연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이는 디지털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가 사람의 눈과는 다른 파장의 범위를 기록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촬영한 사진을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나 투영하는 프로젝터 등도 모두 고유한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카메라의 이미지 센서가 기록되는 파장의 특성과, 디스플레이의 액정 패널이 발광할 때의 특성을 더해, 시각적으로 좋게 보이는 외관을 고려해서 색이 보정되어야 한다.
2-2. 조건 등색
색은 빛의 파장만으로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눈과 뇌의 반응에 의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파장의 분포가 다른 두 종류의 빛이 있다고 해도, 그 둘을 비교했을 때 3종의 원뿔 세포에서 일어나는 반응이 같다면 보이는 색은 똑같아진다. 이처럼 '분광 조성이 다른 2개의 색자극이 특정한 조건에서 같은 색깔로 보이는 현상'을 '조건 등색(metamerism)'이라고 한다.
'디스플레이'나 '인쇄물' 등에서는 '조건 등색의 원리'를 이용해서 색을 재현한다. 즉, 실물의 사과가 반사하는 빛의 성분과는 다른 빛의 성분을 사용해 화면이나 종이에서 사과를 재현한다. 그러면 디스플레이나 인쇄물에서 어떻게 삼원색을 섞으면, 사람이 실물을 보았을 때와 같은 색을 재현할 수 있을까? 그것은 다음과 같은 실험에 근거한다.
2-2-1. '국제조명위원회'의 'xy 색도도'
팔을 뻗었을 때 엄지손가락 손톱만 한 크기에 해당하는 작은 영역의 상단에는 '단색광'을 보여주고, 하단에는 700nm(빨간색), 546.1nm(초록색), 435.8nm(파란색) 등 3종의 빛을 섞어서 만든 색을 보여준다. 그리고 섞는 비율을 바꾸어 상하가 같은 색이 되도록 한다. 이 실험으로 어떠한 '색'을 '색 벡터(color vector; 빨간색 빛의 강도, 초록색 빛의 강도, 파란색 빛의 강도를 조합한 것)'로 나타낼 수 있다.
이렇게 해서 '색'과 '색 벡터(color vector)'의 대응 관계를 바탕으로, '국제조명위원회(CIE)'는 색을 표현하기 위한 이론 체계를 계산을 통해 확립했다. 이때 만들어진 것이 사람에 눈에 보이는 모든 색을 수치로 표현한 'xy 색도도'이다. 이 '색도도'는 지금도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색도도(chromaticity diagram)'에 관한 이론을 사용하면, 어떤 색을 표현하기 위해 어떤 색을 얼마만큼 섞으면 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3. 색 재현의 최신 연구
3-1. 별색 잉크
하지만 매우 사실적인 색을 재현하는 것처럼 보이는 TV나 인쇄물에서도 특히 재현하기 어려운 색들이 있다. 예컨대, 채도가 높은 색, 형광색, 금속의 색은 표현하기 어렵다. 채도가 높은 색이란 '섞임이 없는 단색광'의 색에 해당된다. 즉, 단일에 가까운 파장을 가진 빛의 색을 말한다. 책을 인쇄하기 위해 사용하는 인쇄 방식에는 미세한 잉크의 점을 중첩시켜서 다양한 색을 표현한다. 그런데 채도가 높은 색을 표현하려면, 대부분의 파장의 빛을 흡수하면서, 특정 파장의 빛만 반사시켜야 한다. 하지만 잉크를 중첩시킴으로써 대체로 빛은 흡수되기 쉬워진다. 즉, 반사시키고자 하는 특정 파장의 빛도 아무래도 흡수되어 어두워져, 채도가 높은 색은 표현하기 어려워진다.
또 형광색은 일반적인 반사광뿐만 아니라, 광원에 포함된 자외선 등의 일부가 가시광선으로 바뀌어 나오는 빛이 더해진 색이다. 즉, 형광색은 형광이 더해진 것인 만큼, 형광이 없는 색에 비해 빛의 반사율이 겉보기에는 높아서, 단순히 밝은 색들과 다른 분위기를 띠고 있다. 일반적으로 형광이 없는 잉크를 중첩시켜 색을 표현하는 이상, 빛은 계속 흡수되기만 한다. 채도가 높은 색을 표현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이유로, 반사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형광색의 재현은 어렵다.
그래서 이처럼 채도가 높은 색과 형광색을 인쇄로 표현하려면 '별색 잉크'라고 불리는 전용 잉크를 다른 잉크와 가능한 한 중첩되지 않게 해서 인쇄해야 한다.
3-2. '난반사광'과 '정반사광'
금속의 색도 재현이 어렵다. 왜냐하면 금속에는 빛의 반사가 만들어내는 '광택'과 '윤기'가 있기 때문이다. 물체의 '광택'과 '윤기'는 '반사광'이 '난반사광(Diffuse Reflection)'인지, '정반사광(Specluar Reflection)'인지에 따라 결정된다.
- 반사광이 없으면, 물체에 입체감이 없다.
- 반사광이 사방팔방으로 반사되는 '확산 반사광(난반사광; Diffuse Reflection)'의 경우, 물체에 입체감이 생긴다.
- '입사각'과 '반사각'이 동일해지는 '정반사광(Specluar Reflection)'이 강하면, 반사광이 좁은 범위에서 발생하는 경우, 광택을 느낄 수 있다.
- 또 '정반사광'이 강해도 반사광의 확산 범위가 넓으면, 뿌연 광택이 느껴진다.
3-3. 하이퍼 스펙트럼(hyper spectrum)
기존의 디스플레이나 인쇄물로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게 실감 나는 색을 보여주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색 센서'인 '원뿔 세포체'가 어떤 파장을 흡수하는지는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또 국제조명위원회(CIE)의 색의 체계에서 '표준'으로 가정한 관측자의 눈의 성질은, 훗날 판명된 사람의 평균치에서 벗어나 있었다.
'하이퍼 스펙트럼(hyper spectrum)'은 다양한 파장이 섞여서 생긴 빛을 수십 개의 미세한 폭으로 연속적으로 나누어 관측 또는 출력하는 기술이다. 즉, 원색을 극단적으로 늘리는 것과 비슷하다. 시제품은 10nm 단위의 '32원색'으로 만들어져 있다. '32원색'으로 표현된 디스플레이는 '3원색'으로 표현된 디스플레이보다 훨씬 '그라데이션(gradation)'이 매끄럽고, xy색도도의 거의 전역을 커버하고 있으며, 그러한 색도 재현할 수 있다. '하이퍼 스펙트럼 디스플레이'라면, 어떤 사람이 보아도 각각 실물을 보았을 때와 똑같은 색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