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SURPRISER - Tistory 2021. 7. 14. 15:57

0. 목차

  1. 에이즈 바이러스의 등장
  2. 에이즈는 '죽음의 병'인가? 

HIV: Human Immunodeficiency

1. 에이즈 바이러스의 등장

 인체면역결핍 바이러스인 'HIV(Human Immunodeficiency Virus)'의 기원도 원숭이들 사이에 퍼져 있던 유인원면역결핍 바이러스 'SIV(Simian Immunodeficiency Virus)'라는 설이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원숭이들만 걸리던 병이 사람에게 옮겨온 것이다.

 1981년, 의학계의 권위 있는 '뉴잉글랜드 저널(NEJM: The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는 기묘한 증상을 나타내는 환자에 대한 논문에 2편 게재되었다. 하나는 '마이클 고틀리브' 박사의 '미국 LA의 남성 동성애자 사이에 '카리니 폐렴(Pulmonary Pneumocystosis)'과 '칸디다증(Candidiasis)'이 유행하고 있다는 논문이었고, 다른 하나는 '헨리 메슈어' 박사의 '뉴욕의 남성 동성애자들 사이에 카리니 폐렴이 유행하고 있다'는 논문이었다. 논문이 실린 이후, 전 세계에서 '카리니 폐렴'과 '칸디디증(균의 일종인 '칸디다'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감염 질환)', '카포시 육종(혈관벽에 나타나는 악성 종양)' 등의 감염증에 걸려있는 환자의 보고가 계속되었다. 전문의들은 그때까지 좀처럼 보지 못했던 다양한 증상을 '면역 결핍'이라는 하나의 질환이 일으키는 감염증'이라고 파악했다. 그리고 곧 이 병에 '후천 면역 결핍증(AIDS: Acquired ImmunoDeficiency Syndrome)'라는 병명이 붙여졌다.

 다음 해인 1982년에는 '혈액 제제(사람의 혈액을 성분별로 분리하여 그것을 원료로 제조한 의약품.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혈장 등이 들어있음)'를 사용하는 '혈우병 환자'에게도 같은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혈액이나 체액을 통해 감염되는 바이러스가 원인으로 생각되었다. 그리고 1983년에 프랑스의 '뤽 몽타니에' 박사 등이 환자에게서 바이러스를 발견됐고, 3년 후에 이 바이러스는 '인간 면역 결핍 바이러스(HIV: Human Immunodeficiency)'로 명명되었다.

1-1. 역전사 효소

 HIV는 '캡시드(Capsid)' 안에 'RNA'와 '역전사 효소'를 가지고 있다. '역전사 효소(Reverse Transcriptase)'란 RNA의 유전 정보를 DNA로 바꾸어 복사하는 기능을 가진 효소다. 보통 생물은 'RNA 폴리메라아제(RNA Polymerase)'라는 효소로 DNA의 정보를 RNA로 바꾸어 복사하고, 그것을 유전 정보로 이용한다. 하지만 '역전사 효소'는 유전자 정보를 보통 생물과는 반대 방향으로 운반한다. 그래서 이러한 효소를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를 '레트로 바이러스(Retrovirus)'라고 부른다.

1-2. HIV의 표적은 '림프구'

 HIV의 첫 번째 표적은 세포 표면에 'CD4(Cluster of differentiation 4)'라 불리는 단백질을 가진 '림프구'다. '림프구(Lymphocyte)'는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인데, HIV는 이 림프구 안에서 스스로를 대량으로 복제해 림프구를 파괴해버린다. (감염된 림프구는 36시간이면 죽음) HIV에 감염되면 림프구가 고갈되어 '면역 시스템(Immune System)'이 작동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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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에이즈는 '죽음의 병'인가?

 감염자의 대부분은 사하라 사막 이남 남부 아프리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세계 감염자의 70%가 이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그리고 이 지역의 대다수가 빈곤과 식량난을 겪고 있어, 만족할 만한 치료와 투약도 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에이즈의 만연으로 아프리카에서는 평균 연령이 40세를 넘지 못하는 나라도 있다. 개발도상국에서 에이즈는 아직까지 만족할만한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아 '죽음의 병'인 셈이다.

 하지만 선진국에서는 '죽음의 병'이라기보단, '평생 함께하는 병'으로 인식되고 있다. 1996년부터 시작된 '고강도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칵테일 요법, HAART라고도 함)'덕분이다. '칵테일 요법'이란 항HIV제를 조합해 처방함으로써 에이즈 증식을 억제하는 치료법이다. 그래서 '다제 병용 요법'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유전정보를 담당하는 분자로 RNA를 가지고 있다. 반면, 진핵 생물은 일반적으로 유전 정보를 담당하는 분자로 DNA를 가지고 있는데, 진핵 생물은 DNA의 염기에 변이가 일어나도 그것을 복구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하지만 에이즈 바이러스에는 그와 같은 복구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다. 에이즈 바이러스의 경우, 한 번 유전자 복제를 할 때마다 계산상 1곳에 변이가 일어난다. 이것은 진핵생물의 약 100만 배에 되는 높은 빈도이다. 즉, HIV의 변이 속도는 진핵생물의 약 100만 배다.

2-1. 치료 요법

 현재 칵테일 요법에 사용되는 항HIV제에는 '핵산계 역전사 효소 저해제', '비핵산계 역전사 효소 저해제', '프로테아제 저해제', '인테그라제 저해제', '침입 저해제'의 다섯 가지 계통이 있다. 모두 에이즈 바이러스가 감염 세포 안에서 증식하는 것을 저해하는 약이지만, 각각 작용하는 포인트가 다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잘 조합하면 바이러스의 증식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것이다. 현재에는 20종이 넘는 항 HIV제가 개발되었다고 한다.

 그중 칵테일 요법은 큰 성과를 거두고 있으며, 감염증에 걸린 환자의 수를 줄이는 데에도 성공했다. 하지만 아직도 완전히 에이즈 바이러스를 죽일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약을 평생 복용해야 하고, 약물의 장기적인 독성도 무시할 수 없다. 또 HIV는 잘 변이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서, 백신 제작이 어렵다고 한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약물의 공격을 피하려고 아주 빠른 속도로 진화한다. 게다가 에이즈 바이러스는 사람 이외에 침팬지만 감염되기 때문에, 동물 실험으로 백신의 유효성을 검증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2-2. 항체에 의한 면역으로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퇴치하기 어렵다.

면역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하나는 B세포라고 불리는 면역 세포가 방출하는 '항체'의 분자로 바이러스를 공격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면역 세포인 킬러 T세포가 감염된 세포에 직접 공격을 하는 방식이다.

 2003년, 미국에서 지금까지 해온 방식(항체에 의한 면역)으로는 에이즈 바이러스를 물리치기 매우 어렵다는 보고가 나왔다. 열쇠 역할을 하는 항체는 열쇠 구멍이 바이러스의 결합 부위에 딱 들어맞아야 하는데, 에이즈 바이러스의 경우 그 열쇠 구멍이 가려져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항체로는 바이러스를 공격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2006년 NIH(미국 국립보건원)에서는 '킬러 T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을 이용해 에이즈 백신을 개발했다. 하지만 이 또한 문제가 있었다. 이 백신은 에이즈 바이러스의 감염을 진압하기는 하지만, 에이즈 바이러스에 감염될 위험성을 높인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이로써 '킬러 T세포'를 활성화하는 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최근에는 다른 방법, 이를테면 에이즈 바이러스의 막단백질인 'gp120' 등을 타깃으로 하는 백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동물 실험으로 일정한 효과를 보았지만, 아직 실용화된 상태는 아니다.

2-4. 유전자 다형(多型)

 '다형(多型)' 현상이란 한 종의 개체군에서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의 명확하게 다른 형태 또는 그런 형태가 발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에이즈는 감염되는 사람에 따라 병태가 크게 좌우되는데, 이것은 '유전자의 개인차(유전자 다형)'에 그 원인이 있다. 1993년 무렵부터, 에이즈 바이러스에 잘 감염되지 않는 사람이 보고되었다.

 에이즈 바이러스는 인간의 세포에 감염될 때, 먼저 세포 표면에 있는 'CD4'와 'CCR5'라는 두 개의 단백질을 '발판'으로 해서 세포에 들러붙은 후 세포 내에 침입한다. 1996년, 백인종 중에는 CCR5를 만드는 유전자의 염기 배열에 결손이 있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들은 CCR5가 세표 표면에 발현되지 않기 때문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발판을 잃어 세포를 감염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인 뿐만 아니라 일본인과 중국인에게서도 CCR5를 만드는 유전자가 결손된 '유전자 다형'이 발견됐다. 그래서 이러한 현상을 이용해서, 환자에게서 조혈 줄기세포를 꺼낸 후, 이 세포의 CCR5를 작용하지 못하게 해서 다시 환자에게 되돌리는 치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에이즈 바이러스가 감염되지 않는 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