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자율 신경'이란?
- '자율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지령 전달 경로
- 내장 구심성 섬유
- 자율 신경 실조증
- '자율 신경'과 '생물 시계'
- '자율 신경'과 '나이'
1. '자율 신경'이란?
'시험', '입사 면접', '프레젠테이션', '중요한 약속'을 앞두고 있을 때, 긴장해서 심장이 두근거리고 땀이 흐르는 듯한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이럴 때 우리의 몸은 집중과 흥분 상태인 '전투 모드'에 있다. 전투 상황을 생물학적으로 설명하면, 외부의 어떤 위험으로부터 스트레스를 느꼈을 때 위험에 대처하기 위해 몸의 기능을 높인 상태이다. 이런 상태가 되면, 우리 몸은 심장 박동을 높이고, 땀을 흘려 위험에 대비한다. '전투 모드'는 긴장을 강요하는 사태가 진정되면 신속하게 해제되고 몸은 점차 '휴식 모드'로 들어간다. 그러면 심장 박동이 느려지고 땀도 그친다.
'전투 모드'와 '휴식 모드'가 제대로 전환되는 것은 우리 몸에서 '자율 신경(Autonomic Nerve)'이라는 신경계가 작동하기 때문이다. 손발을 움직이는 '운동 신경(Motor Nerve)'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작동시킬 수 있지만, '자율 신경'은 자신의 의지로 작동시킬 수 없다. 무의식적으로 신경이 자율적으로 작동함으로써, 체내의 상태를 항상 일정 범위 안에서 유지해, 우리 몸이 외부의 모든 변화에 적응하도록 한다. '자율신경'은 크게 '교감 신경(Sympathetic Nerve)', '부교감신경(Parasympathetic Nerve)', '내장 구심성 섬유'로 구분된다.
'교감 신경'은 전투 모드를 만드는 액셀 역할을 하고, '부교감 신경'은 휴식 모드를 만드는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신경이다. 예컨대 심장에 대해, '교감 신경'은 심장 박동을 빠르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부교감 신경'은 심장 박동을 느리게 하는 방향으로 작동한다. '위'와 '장' 등에 대해서는, '교감 신경'은 소화 기능을 약하게 하고 '부교감 신경'은 소화 기능을 강하게 한다. 이처럼 상반되는 작용을 하는 신경에 의해 조절되는 것을 '길항 작용(Antagonism)'이라고 한다. '심장', '폐', '간', '소화기', '방광', '생식기', '혈관' 등의 기관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매우 중요한 기능을 담당하며, 자율성이 있는 '액셀 역할을 하는 신경'과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신경'이 서로 작용을 세게 하거나 약하게 하면서 균형을 이루도록 조절된다.
'교감 신경(Sympathetic Nerve)', '부교감신경(Parasympathetic Nerve)'은 다른 경로를 따라 같은 장기에 접속해 있다. 예컨대 심장에는 '척수(Spinal Cord)'에서 나오는 '교감신경'과, '뇌간(Brain Stem)'에서 나오는 '부교감 신경'이 접속해 있다. 이처럼 하나의 장기에 2종류의 신경이 연결된 것을 '이중 신경 지배(Double Innervation)'라고 하며, 자율 신경의 한 가지 특징이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상반되는 기능을 담당하며 상황에 따라 우리 의지와는 상관없이 순조롭게 전환된다. 다만 전환되었다고 해서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각각 전혀 작동하지 않는 상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절묘한 균형을 유지하면서, 24시간 잠시도 쉬지 않고 계속 작동한다.
1-1. '교감 신경'은 전투모드를 만든다.
'교감 신경(Sympathetic Nerve)'이라는 이름은 장기들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치는 '교감 작용(Sympathy)'에 관여하는 신경이라는 의미에서 붙여졌다. 몸을 전투 모드로 전환시키는 교감 신경은 몸이 어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활동한다. '긴장하는 상황', '집중하는 상황', '스포츠 경기를 하는 상황' 등이다.
'자율 신경(Autonomic Nerve)'으로부터 지령을 받은 '말단 기관(End Organ)'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일어난다. 예컨대 주변 상황을 순간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동공이 확대된다. 보다 많은 산소를 흡입하기 위해 기도가 확대되며 심장 박동과 수축력이 증대한다.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간에서의 포도당 생산이 늘어나고, '부신 피질(Adrenal Cortex)'에서의 '아드레날린(Adrenaline)' 분비가 늘어난다. 전투와 도주 행동을 우선적으로 하기 위해, 소화와 배뇨는 억제된다. 이것은 모두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한 생체 반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교감 신경의 활동으로 인해, 예상치 못한 힘을 발휘하기도 한다. 그 열쇠라고 생각되는 것은 '부신 피질(Adrenal Cortex)'에서의 '아드레날린(Adrenaline)' 대량 분비이다. '아드레날린'에는 심장의 수축력을 높이는 강한 작용이 있다. 아드레날린처럼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절후 신경 세포'에서는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라는 '아드레날린'과 비슷한 물질이 분비되어, 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압을 올리는 작용을 한다. 이런 '아드레날린'의 작용이 온몸의 '교감 신경'의 활성화에 더해질 때, 보통 때는 생각할 수도 없는 엄청난 힘을 발휘하게 된다. 그 결과, 스트레스 원인에 대항하거나 스트레스 원인에서 도망칠 수 있다.
1-2. '부교감 신경'은 휴식 모드를 만든다.
'부교감 신경(Parasympathetic Nerve)'은 '스트레스(Stress)'가 없는 안전한 환경에 있을 때 활동한다. 느긋하게 식사를 할 때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을 때 등이다. '부교감 신경'의 일부를 '미주 신경(Vagus Nerve)'이라고도 하는데, '미주 신경'은 복잡한 경로를 거치면서 흉부와 복부에 넓게 분포한다.
'부교감 신경'으로부터 지령을 받은 '말단 기관'에서는 교감 신경의 활동이 활발할 때와는 정반대의 반응이 일어난다. '심장 박동'과 '심장 수축력'이 감소하며, 혈관은 확장되며, 동공이 축소되고, 기도도 축소된다. 포도당을 만들어 온몸에 에너지를 공급하는 '간'은 그 생산을 줄여 에너지를 보존한다. '부신 수질(Adrenal Medulla)'은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라는 혈관을 수축시키는 물질의 분비를 억제한다. '소화'와 '배뇨'는 촉진된다.
이런 상태의 심신은 편안한 휴식 모드에 있다. 스트레스 원인과 싸우거나 도망칠 필요가 없기 때문에, 호흡과 혈류는 느려지고 혈압도 차츰 낮아진다. 식욕이 증가해 소화와 배설이 활발해지며, 간에서는 '글리코겐(Glycogen)'의 합성과 저장이 촉진되며, 성적 행동과 면역 반응도 촉진된다. 자연스럽게 졸려 좋은 수면을 취할 수 있다. 이런 반응은 다음 스트레스에 대응할 수 있는 몸을 준비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2.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지령 전달 경로
'교감 신경'의 작용은 뇌의 '시상 하부(Hypothalamus)'가 조정한다. '시상 하부'의 제어 아래 '척수(Spinal Cord)'에서 지령을 내린다. '척수'에서 내린 지령은 '중계 지점'을 거쳐 '눈', '땀샘', '기도', '심장', '폐', '간', '소화기', '방광', '생식기', '혈관' 등의 '말단 기관(End Organ)'에 전달된다.
'교감 신경'의 정보 전달 경로에는 중계지점인 '자율 신경절(Autonomic Ganglia)'이 있으며, '척수(Spinal Cord)'에서 '자율 신경절Autonomic Ganglia)'까지의 전달은 '절전 신경 세포(Preganglioic Fiber)'가 담당하며, 그 이후는 '절후 신경 세포(Postganglionic Fiber)'가 담당한다. '신경 세포(Neuron)' 안에서는 전기 신호로, 신경 세포와 신경 세포의 연결 부위인 '신경절(Ganglion)'에서는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ACh: Acetylcholine)'에 의해 정보가 전달된다. '절후 신경 세포'는 매우 가는 신경 세포로, 초속 1m 정도의 비교적 느린 전달 속도로 정보를 전달한다. 굵은 운동 신경에서는 정보의 전달 속도가 초속 100m나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절후 신경 섬유'의 정보 전달 속도는 그 100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부교감 신경'의 작용도 뇌의 '시상 하부(Hypothalamus)'가 조정한다. '시상 하부'의 제어 아래 '뇌간(Brain Stem)'과, '척수(Spinal Cord)'의 '선수'에서 지령을 내린다. '척수'에서 내린 지령은 '중계 지점'을 거쳐 '눈', '땀샘', '기도', '심장', '폐', '간', '소화기', '방광', '생식기', '혈관' 등의 '말단 기관(End Organ)'에 전달된다. '척수'는 31개의 척수 분절로 이루어져 있으며, 위에서부터 '경수', '흉수', '요수', '선수', '미수'로 구분된다.
'교감 신경'과 마찬가지로 '부교감 신경'의 정보 전달 경로에도 중계지점인 '자율 신경절(Autonomic Ganglia)'이 있으며, '척수'에서 '자율 신경절'까지의 전달은 '절전 신경 세포(Preganglioic Fiber)'가, 그 이후는 '절후 신경 세포(Postganglionic Fiber)'가 담당한다. '신경 세포(Neuron)' 안에서는 전기 신호로, 신경 세포와 신경 세포의 연결 부위인 '신경절'에서는 신경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ACh: Acetylcholine)'에 의해 정보가 전달된다는 점도 교감 신경과 같다. 다만, '교감 신경'과 달리 '부교감 신경'의 '절후 신경 세포(Postganglionic Fiber)'는 각각이 하나의 기관에 접속해 있다. '절후 신경 세포'의 행선지가 여러 기관으로 갈라지는 교감 신경에서는 몸의 넓은 범위에서 그 작용이 나타난다. 이에 반해 '부교감 신경'에서는 각각의 기관별로 작용이 나타난다.
3. 내장 구심성 섬유
'자율 신경'의 중요한 작용 중에는 '소화 기능의 조절'이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화관으로부터 정보를 뇌에 전달하는 경로가 필요하다. '내장 구심성 섬유'는 바로 그 일을 담당하는 가는 신경 섬유이다. '자율 신경' 연구의 역사를 되돌아보면, 1930년 무렵까지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 주된 연구였다. 그리고 20세기 중반 이후부터는 '내장 구심성 섬유'가 조사되어, 자율 신경에 포함시키는 것이 맞다고 인식되었다.
'내장 구심성 섬유'는 내장에서 시작되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을 따라 달리다가 '척수'와 '뇌간'을 거쳐 뇌의 '시상 하부' 등에 접속된다. '위장'과 '간장' 등의 내장에 생긴 장력과 압력 등의 '기계적 자극' 혹은 '화학적 자극'의 대부분은 의식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자극이 과도해지면 의식하게 된다. 예컨대 '설사했을 때의 장의 불쾌감', '기침했을 때의 고통스러운 감각' 등은 '내장 구심성 섬유'의 정보가 의식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즉, '내장 구심성 섬유'를 매개로 한 위장에서의 정보가 뇌신경에 작용해, 불안감을 일으키거나 두통이나 권태감 등의 증상을 일으킨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3-1. 장내 세균의 혼란이 '자율 신경'에 영향을 미친다.
예컨대 위장의 영향으로 인한 불안감에는 기분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지닌 '세로토닌(Serotonin)'이 관여한다고 생각된다. 체내 세로토닌의 대부분은 소장 점막에 있는 특수한 세포인 'EC 세포'에서 만들어진다. 대장과 소장에서 생산된 세로토닌은 '내장 구심성 섬유'를 매개로 뇌에 작용한다. '내장 구심성 섬유'가 뇌와 장의 정보를 서로 주고받는 관계를 '뇌-장 상관'이라고 한다. 설사가 계속되면 '세로토닌'의 합성과 정보 전달이 원활해지지 않아, 불안감이나 우울 증상으로 이어진다고 추측된다.
'내장 구심성 섬유'의 작용에는 장에 사는 '장내 세균(Enterobacteria)'이 미치는 영향도 크다. 따라서 장내 세균을 포함해 '장내 세균총-뇌-장 상관'이라고 부르는 일도 늘고 있다.
우리의 장에는 약 1000종, 수로는 100조개, 무게로는 1~2나 되는 세균이 살고 있다. 각각의 균은 살아가기 위해 장내의 물질을 분해하거나, 서로 정보를 교환하기 위한 물질을 분비한다. 이런 물질 가운데 '내장 구심성 섬유'와 '호르몬'을 매개로 뇌에 작용하는 것이 있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장내 세균'이 만드는 물질로 '짧은사슬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이 있다.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장내의 '짧은사슬지방산'의 양이 장의 신경에서 감지되면 '내장 구심성 섬유'를 통해 뇌에 정보가 전달되고, 그 결과 교감 신경의 활동이 조정된다고 밝혀졌다. 쥐의 경우, 장내의 '짧은사슬지방산'의 양이 적으면 '교감 신경'의 작용이 강해져, 장의 움직임이 나빠졌다. 즉 '장내 세균'이 만드는 물질이 자율신경을 조절하는 것이다. 반면, 장내 세균이 만드는 '짧은사슬지방산'의 일종이 장에서 '세로토닌'을 방출시켜 우울 증상을 개선했다는 보고도 있다.
3-2. '자율 신경'은 장의 면역 기능에도 관여한다.
장내에는 면역 세포의 약 70%가 모여 있어, 장은 면역 기능에 매우 중요한 장소이다. '자율 신경'의 균형이 무너진 '우울증'이나 '과민성 대장 증후군(Irritable Bowel Syndrome)' 환자에게서 장의 염증이 많이 발견됐다는 점에서, 장의 면역 이상에 자율 신경의 혼란이 관여한다고 추측되었다.
그러다 2020년, 장염에 걸린 쥐의 실험에서, 장에 염증이 일어났다는 정보가 '내장 구심성 섬유'를 통해 뇌에 전달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장에 존재하는 '장 제어성 T세포(pTreg)'라는 면역 세포의 생산이 뇌와 부교감 신경을 통해 제어된다는 점도 밝혀졌다. 아울러 '장 제어성 T세포(pTreg)'의 생산에 '장내 세균'이 필요하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런 최신 연구를 통해, '자율 신경'이 '염증'과 '면역 기능'에도 깊이 관여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4. 자율 신경 실조증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에 의한 '이중 지배'와 '길항 작용'이 장기와 기관의 기능을 조절하고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시상 하부'에 의한 제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작용 균형이 무너지는 경우가 있다. 이 경우, 다양한 몸과 마음의 부조화가 일어나는데, 이를 '자율 신경 실조증(Autonomic Imbalance)'이라고 한다. '부조화의 증상'과 '증상이 나타나는 기관'은 사람에 따라 다양하다. 위장에 관한 증상에서도, 변비가 나타나는 사람도 있고 설사를 하는 사람도 있다. 원인도 다양하다. 무엇이 스트레스인지 알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짐작 가는 스트레스가 없는 경우가 있다. 재발을 반복하는 일도 적지 않다.
사실 '자율 신경 실조증(Autonomic Imbalance)'은 질병명으로 등록된 정식 명칭이 아니라, 내과적 질환과 정신적 질환을 포함해 애매하게 사용되고 있다. '자율 신경 혼란'을 조사하는 직접적인 수단이 없어, '자율 신경 부조화'는 '심장 박동', '심전도', '발한' 등의 상태를 통해 추측하는 것에 불과하다. 또 신경 작동 방식의 결함이기 때문에, 증상이 있는 장기와 기관을 조사해도 이상은 보이지 않는다.
'자율 신경 실조증'인지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되는 장기의 신체적 질환이 있는지를 조사한다. 처음부터 '자율 신경 실조증'으로 생각되는 경우에도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병이 아닌지를 확인한 후 '자율 신경 실조증'으로 판단한다. 예컨대 설사가 주된 증상이며, 대장 내시경 검사 등을 통해 암이나 궤양이 아닌지를 조사한다. 그런 다음 '병변(병이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육체적·생리적 변화)'이 없는데도 증상이 계속되면 '자율 신경 실조증'으로 판단한다.
'자율 신경'이 원인으로 생각되면,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물을 이용한 '대증 요법', 스트레스를 통제하기 위한 '심리 행동 요법(자율훈련법, 카운슬링 등)' 등의 치료가 이루어진다. '약물 요법'에서는 통증에는 진통제, 불면에는 수면제, 설사에는 지사제라는 식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약이 처방된다. 불안감과 우울감이 강하면 항우울제나 항불안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증상에 따라서는 '한방약'이나 '침 치료'를 하기도 한다.
5. '자율 신경'과 '생물 시계'
우리는 지구의 자전 주기인 24시간에 맞춘 생체 리듬인 '생물 시계(Biological Clock)'을 가지고 있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이런 생체 리듬에도 깊이 관여한다. 그렇다면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작용은 하루 동안에 어떻게 변화할까? 유감스럽게도 '자율 신경'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은 없다. 그러나 심장 박동의 리듬을 측정해, 자율 신경의 활동을 어느 정도 추측할 수는 있다.
건강한 사람의 경우, 심장 박동은 안정을 취하고 있어도 일정하지 않고, 빨라지거나 느려진다. 그 심장 박동의 '변동'을 분석함으로써 '자율 신경'의 작용을 조사할 수 있다. '심장 박동의 변동을 분석하는 방법'으로는 자율 신경의 기능이 떨어졌는지를 간편하게 조사할 수 있는 '심전도 R-R 간격 변동 계수(CVR-R: Coefficient fo Variation of R-R Interval)'과, 교감신경과 부교감 신경의 작동을 조사하는 '파워 스펙트럼 분석(PSA: Power Spectrum Analysis)'이라는 방법 등이 있다. 이런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교감 신경'의 활동은 낮에 강해지고, '부교감 신경'의 활동은 밤에 강해진다는 것이 밝혀졌다.
'생물 시계(Biological Clock)'의 중추는 시상 하부의 '시교차 상핵(SCN: Suprachiasmatic nucleus)'에 있다. 여기에서 만들어지는 리듬이 신경을 통해 자율 신경의 중추에 전달된다. 이런 메커니즘을 통해 '교감 신경'의 활동은 낮에 강해지고 밤과 이른 아침에 걸쳐 약해지는 주기가 형성된다. 이러한 자율 신경의 활동 리듬으로 인해 '혈압', '심장 박동', '체온', '호르몬 분비' 등은 낮에 강해지고 밤과 이른 아침에 걸쳐 약해진다. 반대로 '소화'와 '간에서의 에너지 저장(글리코겐 합성)' 등은 '부교감 신경'의 활동이 강해지는 밤에 높아진다.
'생물 시계'를 매개로 한 '자율 신경 리듬'은 '호르몬의 분비 리듬'에도 관여한다. 예컨대 '부신 수질(Adrenal Medulla)'에서 나오는 '아드레날린'은 '교감 신경'의 활동에 맞춰, 낮에 분비량이 많아지고 밤에 줄어든다. 각 기관에는 개별 '생물 시계'가 존재한다고 알려져 있다. 이 시계들의 바늘을 '시상 하부'에 있는 생물 시계 중추의 '시간'에 맞추는 데에도 자율 신경이 관여하는 것이 밝혀졌다. '자율 신경'은 우리 몸 전체의 리듬을 조절하는 데에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6. '자율 신경'과 나이
'자율 신경(Autonomic Nerve)'의 기능은 나이와 함께 낮아진다. 아래의 표는 자율 신경의 기능이 떨어졌는지를 간편하게 조사할 수 있는 '심전도 R-R 간격 변동 계수(CVR-R: Coefficient fo Variation of R-R Interval)'를 나이대별로 조사한 것이다. CVR-R은 심장 박동 변동의 평균값 등을 바탕으로 계산된 지표이다. 표에서 나이가 많을수록 자율 신경의 기능이 낮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나이 | CVR-R의 나이대별 평균 |
10~19세 | 6.2 |
20~29세 | 6.0 |
30~39세 | 3.7 |
40~49세 | 3.2 |
50~59세 | 3.1 |
60~69세 | 2.8 |
70~79세 | 2.3 |
80세~ | 2.2 |
6-1. 나이대별로 '일어나기 쉬운 자율 신경 부조화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살아가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장기'와 '기관'의 기능 조절을 담당하며, 탄생할 때 거의 완성된다. 다만 이 신경들은 '스트레스'와 '호르몬'의 영향을 크게 받기 때문에, 인생의 전기가 되는 상황이나 호르몬의 변화에 맞춰 균형을 잃을 때가 있다. 여기에서는 나이대별로 '일어나기 쉬운 자율 신경 부조화'를 소개한다.
- 유년기~학령기: 유년기에서부터 학령기에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어렵다', '기상 후 두통과 복통이 있어 등교할 수 없다', '조회 시간에 현기증 때문에 쓰러졌다' 같은 일을 겪는 사람이 있다. 이 시기의 부조화는 대부분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자율 신경' 때문일 수 있다. 또는 '기립성 현기증' 혹은 '어지럼증을 일으키기 쉽다'는 특정 증상이 3가지 이상 있는 등, 조건을 충족하면 '기립성 조절 장애'로 진단되며 치료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기립성 조절 장애(orthostatic intolerance)'는 오래 눕거나 앉아 있다가 갑자기 일어설 때 뇌·심장 등의 혈류가 감소하여 '현기증', '구토', '심계항진', '의식상실' 등이 일어나는 증세를 말한다.
- 사춘기: '기립성 조절 장애'는 사춘기에도 발견된다. 이 나이대의 원인으로는 '친구 관계', '시험·진학에 대한 고민', '제3차 성징에 대한 심신의 스트레스', '성호르몬 분비' 등을 들수 있다. 초조감, 불안감 등의 정신적 증상이 강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 청년기: 이어서 청년기에는 취직, 부모로부터의 독립,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의 생활상이 이어지기 때문에, 심신이 큰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 스트레스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자율 신경 실조증'의 증상이 나타난다. 또 여성은 임신과 출산에 따른 여성 호르몬의 분비량과 균형이 크게 바뀌어 우울과 불안 등의 정신 증상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 중년기: 중년기 여성에게는 폐경 전후 5년 사이에 '갱년기 장애'라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난소에서 나오는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의 분비가 줄어들면서 자율 신경에 영향을 미쳐, '열감(Hot Flushes)'을 특징으로 하는 다양한 '자율 신경 실조증'의 증상이 나타난다. 남성은 여성의 폐경과 같은 뚜렷한 경계는 없지만, 마찬가지로 중년 이후에 남성 호르몬이 줄어들기 때문에 '우울감', '초조감', '피로감', '성 기능 저하' 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 노년기: 노년기가 되면, 자율 신경 그 자체의 기능이 현저하게 낮아져, 피로하기 쉽고 더위와 추위를 느끼기 어렵다. '땀을 잘 흘리지 않는다',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진다', '잠이 얕아진다', '입이 짧아진다' 같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퇴직', '경제 불안', '배우자의 사망' 등으로 인해 우울 상태나 불안 등의 정신적 부조화가 강해지는 경우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