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etc...

'과학'이란 무엇인가?

SURPRISER - Tistory 2023. 12. 1. 14:48

0. 목차

  1. '과학'이란 무엇인가?
  2.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하는 기준
  3. 왜 점성술은 과학으로 간주되지 않을까?
  4. 부합하는 데이터만 사용하면 '데이터 조작'
  5. 과학자가 지켜야 할 4가지 규범
  6. '유사 과학'에 속지 않으려면?

1. '과학'이란 무엇인가?

 아침에 운세를 보았는데 '당신 곁에 귀인이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좋은 하루인데, 여러 사람에게서 좋은 평가까지 받게 되니 더할 나위 없는 하루입니다.'라는 말을 들으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지더라도, 운세가 과학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한편, 같은 '미래 예측'이라도 날씨 예보는 대부분의 사람이 과학적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예컨대 '오늘의 강수 확률은 85%입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 우산을 들고나가게 된다. 당신이 운세는 과학적이 아니고 날씨 예보는 과학적이라고 느꼈다면, 여러분들에게도 '과학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뭔가의 기준이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여러분들은 그 기준을 설명할 수 있는가? 애당초 '과학(Science)'과 '비과학(Non-Science)' 사이에 명확한 선을 긋는 것이 가능할까?

 사실 과학인가 아닌가에 명확한 선을 긋기란 어렵다. 그러나 이것은 과학과 비과학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학과 과학이 아닌 것 사이에는 확실한 차이가 있다. 단 과학은 역사적으로나 현대에서나 매우 다양하다. '이 조건을 만족시킨다면 과학'이라는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그러면 '하나의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렵지만 차이는 있다'는 말은 대체 무슨 말일까?

 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가족적 유사성(Family Resemblance)'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가족적 유사성(Family Resemblance)'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철학자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Ludwig Josef Johann Wittgenstein, 1889~1951)'이 제창한 개념으로, 눈이나 코, 목소리 등 부분적으로 닮은 점은 있지만, 가족 모두에 공통하는 특징을 골라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과학도 부분적으로 공통된 특징으로 연결되어 있지만, 모든 과학에 공통하는 특징을 추출해 과학인지 아닌지의 판단 기준으로 삼기는 어렵다. 이럽게 부분적인 공통성으로 연결된 그룹의 예로 '재즈(Jazz)', '게임(Game)' 등을 들 수 있다. 어떤 음악이 재즈인지 아닌지는 정통한 사람들이 들으면 그 판단은 대체로 일치할 것이다. 그러나 재즈인 것의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는 어려우며, 시대나 사람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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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과학'은 '철학'에서 갈라져 나왔다.

 '과학'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려면, 현대 과학이 태어난 역사적 경위를 간단히 알아두는 것이 좋다. 이 세계의 성립이나 자연법칙에 대해 생각하는 도전은 기원전 고대 그리스 시대로부터 오랫동안 '철학'이라고 불렀다. '아이작 뉴턴(Issac Newton, 1642~1727)' 등이 활약했던 17세기 무렵, '철학(Philosophy)'에서 '과학(Science)'이 분리되기 시작했다. 그 후 관찰이나 실험 등 객관적인 수법에 의해 지식을 얻으려는 활동을 '과학'이라 하고, 사고나 논리에 지식을 얻으려는 활동을 '철학'이라 하면서, '철학'과 '과학'은 분리되었다.

 전자기파의 정체가 알려지고, 전자가 발견되고, 특수 상대성 이론이 발표되는 등 19세기부터 20세기에 걸쳐 과학은 크게 진보했다. 20세기에 접어들어 공업화가 이루어지고 과학 기술의 응용 범위가 넓어지자, 과학에는 한층 신뢰성이 요구되었다. 이에 따라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논의도 많이 이루어졌다.

 얼핏 과학적으로 보이지만 과학이 아닌 것을 '유사 과학(Pseudo-Science)'이라고 부른다. 과학 철학의 중요한 주제 가운데 하나는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는 것이다. '과학 철학(Philosophy of Science)'의 연구자는 '과학(Science)'과 '유사 과학(Pseudo-science)'을 구별하기 위한 판단 기준을 생각함으로써, 과학이 무엇인지를 탐구해 왔다. 여기에서는 '과학 철학'의 논의에서 제안된 몇 가지 판단 기준을 살펴보면서, 과학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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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과학'과 '비과학'을 구별하는 기준

2-1. 반증주의(Falsificationism)

 '과학'과 '비과학(과학이 아닌 것)'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오스트리아 태생의 영국 철학자 '칼 포퍼(Karl Popper, 1902~1994)'가 제안한 유명한 개념이 '반증 가능성'이다. '반증 가능'이란 실험이나 관찰에 의해 '반증(가설에 반대되는 결과)'이 나왔다면, 그 가설이 틀렸다고 알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칼 포퍼(Karl Popper)'는 반증 가능성이 없는 가설은 과학적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또 반증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거나 반증이 나오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것도 과학적이 아니라고 했다. 이러한 생각을 '반증주의(Falsificationism)'라고 한다.

 예컨대 어느 교회의 목사가 '최근 자연재해가 많이 일어나는 것은, 하나님이 인류의 어리석은 행동에 분노했기 때문'이라는 가설을 주장했다고 하자. 이것을 반증하려면 하나님이 분노하지 않은 증거를 내면 되지만, 애당초 하나님의 존재조차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으므로 그렇게 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즉, 반증 가능성이 없는 가설이므로, 목사의 주장은 과학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점성술이 하는 예언은 '태어난 순간의 별의 위치로부터 생각하면 이 사람은 장사에 성공할 것'이라는 식으로 애매한 것이 많다. '장사에서 성공'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사람에 따라 이 예언이 맞는지 아닌지의 판단이 달라진다. 즉 반증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애매한 예언밖에 할 수 없는 점성술은 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다. 점성술사는 예언이 어긋났다는 지적을 받으면, 그 사람이 태어난 순간의 별의 위치에 관한 데이터가 부정확하기 때문에 주장하기도 한다. 데이터가 정확했으면 맞았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처럼 반증이 나와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 태도도 과학적이라고 할 수 없으므로, 점성술은 '반증주의' 관점에서 과학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2-2. 패러다임론

 반증 가능성의 유무는 과학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으로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현대에는 '과학자의 가설이 맞지 않은 것은 데이터가 부정확하기 때문이다.'라는 주장을 내놓기도 한다. 그리고 그런 주장을 모두 비과학적이라고 단정해 버리는 것도 문제가 있다. 또 반증주의에서는 하나라도 틀렸다고 지적된 가설을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하는 것은 비과학적라고 보는데, 이 점도 극단적이라는 비판이 있었다.

 반증주의의 이런 문제점에 입각해 '과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다른 개념을 제시한 사람이 미국의 과학사가이자 철학자인 '토머스 쿤(Thomas Kuhn, 1922~1996)'이다. '토머스 쿤(Thomas Kuhn)'은 오히려 가설이 반증된 것처럼 보이는 상태를 '수수께끼'라고 파악하고, 그것을 '패러다임(Paradigm)'에 근거해 해결하는 것이야말로 과학적이라고 주장했다. '패러다임(Paradigm)'이란 '사물을 보는 방법', '세계관(Worldview)' 등의 의미이다. 패러다임의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좋은 예가 '천동설(Geocentric theory)'에서 '지동설(Heliocentric theory)'로의 전환이다.

 16세기 무렵까지 우주의 중심은 지구이며, 그 주위를 태양과 달이 돌고 있다는 '천동설'을 믿었다. 즉, 당시 천문학의 패러다임은 '천동설'이었으며, '천동설'의 개념에 입각해 태양이나 각 행성의 움직임이 설명되었다. 하지만 천동설로는 아무리 해도 설명할 수 없는 천체의 움직임이 있었다. 기존 패러다임으로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현상을 '이상 현상(Anomaly)'이라고 한다. 천동설의 이상 현상이 축적되는 가운데, 폴란드의 천문학자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 1473~1543)'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지동설'을 제창했다. '니콜라우스 코페르니쿠스(Nicolaus Copernicus)'의 지동설에도 몇 가지 '이상 현상(Anomaly)'이 있었지만, 여러 과학자에 의해 그런 문제점이 해소되었고, 천문학의 패러다임은 지동설로 대체되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라고 한다.

 '토머스 쿤(Thomas Kuhn)'은 '패러다임 없이 의미 있는 과학 활동은 불가능하다.'고 했다. '패러다임'에 입각해 실험이나 관찰 결과, 여러 가지 사실이 검증된다. 설명할 수 없는 현상 즉 '이상 현상(Anomaly)'이 나오면 기존 패러다임의 범위 안에서, 특히 이론을 수정하면서 해결하려고 시도한다. 이를 '수수께끼 해결 시도'라고 한다. 하지만 어떻게 해도 설명할 수 없는 '이상 현상(Anomaly)'이 축적되면,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안된다. 그리고 그 새로운 패러다임이 유효하면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가 일어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패러다임에서도 같은 활동이 이루어진다. '토머스 쿤(Thomas Kuhn)'은 이런 반복이 바로 과학이며, 이 흐름에 따르지 않는 활동은 과학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2-3. 재현성(Reproducibility)

 실험에 의해 이론이 옳다는 것을 검증하는 과학 분야에서 '재현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재현성(Reproducibility)'이란 같은 조건에서 실험을 하면 다시 한번 같은 결과가 나오는 것이다. 실험으로 이론을 검증하는 과학 분야에서는 실험 결과를 보고할 때, 다른 연구자가 같은 결과를 안정적으로 나올 수 있게 하는 조건을 명확하게 제시할 것이 요구된다. 실험을 중시하는 연구 영역이므로, 그런 재현성이 완전히 확보되어 있지 않으면 과학적이라 간주되지 않는다.

 과학에서 '재현성'은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과학에는 '재현성'이 요구되지 않는 과학 분야도 있다. 예컨대 생명이 어떻게 탄생해 진화해 왔는지를 생각하는 '진화론(Evolution Theory)'이나 '우주의 역사'나 '우주의 구조' 등에 대해 생각하는 '우주론(Cosmology)'은 원리적으로 재현할 수 없다. 대규모 실험 시설에서 많은 비용과 시간을 들여 이루어지는 '소립자 물리학(Elementary Particle Physics)' 연구 등은 재현 실험을 하려면 똑같은 대규모 실험 시설을 따로 만들 필요가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사정 등으로 현실적으로는 다른 사람이 재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재현할 수 없는 연구에 대해서는 현 상황에서 가장 신뢰할 수 있는 조사 방법과 실험 방법을 사용해, 제3자가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있게 수법이나 데이터를 공개함으로써 신뢰성을 담보하게 된다.

 '우주론(Cosmology)'이라면 망원경 등에 의한 여러 가지 관찰 결과와 가능한 모순되지 않는 설을 채용하거나, 우주가 발전하는 모습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Simulation)'함으로써 과학으로서의 신뢰성을 유지하고 있다. 재현성 유무는 과학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그것만으로 과학적인지 아닌지를 판단하기란 곤란하다.

 '심리학(Psychology)'과 '사회학(Sociology)'의 경우, '재현성의 낮음'이 문제가 되는 경우가 있다. '심리학(Psychology)'이나 '사회학(Sociology)' 모두 그 연구 대상은 매우 복잡한 것이며, 인위적인 개입이나 조작이 어렵다. 재현하려고 해도, 실험이나 관찰 조건을 엄밀하게 갖추기가 어렵다. 그런 상황에서도 '심리학'이나 '사회학'은 가능한 범위에서 연구의 객관성이나 제3자에 의한 검증 가능성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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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왜 '점성술'은 과학으로 간주되지 않을까?

 '점성술(Astrology)'은 별들의 운동이나 위치 관계를 바탕으로 사람의 운세 등을 예언한다. 똑같이 별에 대해 연구하는 '천문학(Astronomy)'은 과학으로 분류되는데, 왜 점성술은 과학으로 간주되지 않을까?

 '점성술(Astrology)'의 기초적인 형태는 기원전의 고대 그리스 당시 생겨났다. 점성술에서 어떤 사람의 운세는 태어난 순간에 '태양(Sun)', '달(Moon)', '화성(Mars)' 등이 어디에 있고 각각의 위치 관계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에 따라 정해진다고 생각한다. 천구 위를 1년에 걸쳐 태양이 움직이는 길을 '황도(Ecliptic)'라고 하고, 황도의 남북으로 8~9도의 폭이 있는 모양의 영역을 '황도대(zodiac)'라고 한다. 달과 주요 행성은 이 황도대 안을 움직인다. '황도대(zodiac)'를 12분할한 것이 '황도 12궁(The twelve houses of the Zodia)'이며, 각각의 '궁(House)'에 별자리가 할당되어 있다. 이것이 가끔 눈에 띄는 점성술의 12개 별자리이다. 생일과 대응되어 있어서, 자기의 별자리가 무엇인지를 알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점성술에서는 운세를 점치기 위해, 실제의 행성 위치를 어느 정도 정확하게 알 필요가 있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에서는 점성술의 발전과 동시에, 천체의 운동을 연구하는 천문학도 발전했다. '점성술(Astrology)'과 '천문학(Astronomy)'은 형제와 같은 관계였던 것이다.

점성술에서 자주 사용되는 '황도 12궁'

3-1. '점성술'은 이론 검증에 나서지 않았다.

 '패러다임(Paradigm)'을 '점성술'과 '천문학'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천문학'과 달리 '점성술'에서는 패러다임에 입각한 수수께끼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점성술'로 사람의 운세를 예언하고 그것이 어긋났다고 하자. 즉 '이상 현상(Anomaly)'이 있었다고 하자. 만약 과학자라면 어긋난 예를 사용해 '예언하기 위한 이론이 틀렸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고 이론을 수정하는 방법 등으로 해결을 시도할 것이다. '점성술'에서는 예로부터 '화성은 유혈이나 전쟁을 상징한다'처럼 각 천체에 상징적인 의미를 부여한다. '점성술'에서는 예언이 어긋나도 각 천체의 상징적인 의미 부여가 옳은지를 검증하지 않은 채 데이터의 부정확 등이 어긋나 원인이라고 해 왔다. 즉, 점성술에서는 수수께끼의 해결이 올바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패러다임의 개념에서 봐도 점성술은 과학이라고 하기 어렵다.

 '패러다임(Paradigm)'의 개념은 우리가 머리에 떠올리는 현대 과학의 활동에 가깝다. 그렇다고 해서 이 패러다임 개념에 따르고 있는지의 여부로 '과학'과 '과학이 아닌 것'에 명확한 선을 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아무리 수상쩍어 보이는 '유사 과학'이라도, 그 의사 과학 나름의 이론을 가지고 패러다임에 입각한 수수께끼 해결 작업을 하고 있으면, 과학이라 부를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패러다임의 개념은 과학적인지 아닌지를 생각하기 위한 유효한 판단 기준이지만, '반증주의(Falsificationism)'와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여러 가지 판단 기준의 하나로 사용하는 편이 좋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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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부합하는 데이터만 사용하면 '데이터 조작'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자주 목격하는 '유사 과학' 중에 특히 건강이나 의료에 관한 것이 많은 것 같다. 예를 들어 '특수한 효소의 힘으로 먹기만 해도 살이 빠진다.'같은 효과를 내세우는 건강 보조 식품이 실제로는 그런 효과가 없고 소비자를 오해하게 하는 표시라고 해서 행정 처분을 받기도 한다.

 그런 의심스러운 다이어트 보조 식품과 효과가 인정된 의약품의 차이는 무엇일까? 그것은 국가가 인정하는 절차에 따라 효과가 검토되어 있느냐 아니냐의 차이이다. 구체적으로는 '위약 효과(Placebo Effect, 플라시보 효과)' 등을 고려한 적절한 실험이 과학적인 데이터로 인정받기 위해서 필요하다. '위약 효과(Placebo Effect)'는 유효 성분이 들어 있지 않은 가짜 약인데 진짜 약이라 생각함으로써 뭔가 효과가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실제로는 아무 효과도 없는 녹말 정제이지만 수면제라고 알고 먹으면, 마음먹기에 따라 수면이 개선되는 효과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위약 효과(Placebo Effect)'를 고려해 약이나 성분의 참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이중 맹검법'이라는 실험 수법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신약의 효과를 검증할 때 A그룹 환자에게는 진짜 약을 투여하고, B그룹 환자에게는 가짜 약을 투여한다. 그때 B그룹이 가짜 약인 것을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에게도 알리지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의사가 '이것은 위약이니까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해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관찰자 편향(Observer Bias)'라고 한다. 이런 방법으로 얻은 결과에 적절한 통계 처리를 해서, 두 그룹 사이에 의미 있는 효과의 차이가 있는지의 여부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 부합하는 데이터만을 선발해 효과가 있다고 믿는 것은 '데이터의 조작'에 해당된다. 당연히 과학적이라고도 말할 수 없다.

 현대의 많은 학문 분야에서는 각 분야의 전문적인 학술 잡지가 있고, 개재에 앞서 '전문가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전문가 검토'란 투고된 논문의 수법이나 결론이 타당한지 아닌지를 같은 분야의 연구자가 확인하는 과정이다. 현대에 과학적인 성과로서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구 계획을 세우고 나온 결과를 통계적으로 처리해서 전문가 검토가 있는 학술 잡지에 논문을 발표하기까지의 일련의 작업이 적절한 규칙에 입각해 이루어져야 한다. 의심스러운 건강식품이나 보조 식품 이외에 '기공(氣功)'이나 '동종 요법(Homeopathy)' 등 민간 의료와 대체 의료 중 많은 것들이 그러한 적절한 절차에 의한 검증을 거치지 않은 경우가 있다. 그런 것은 과학이라고 인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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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학자가 지켜야할 4가지 규범

 과학에서 중시되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다. 그래서 과학에서는 '개인적인 호불호', '도덕관', '정치적 입장'에서 벗어나 사실과 논리에 입각해 사물을 판단할 것이 요구된다. 거꾸로 말하면 사실을 경시하고 개인적인 취향이나 도덕관에 의거해 판단하는 그런 활동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 과학이 사회에서 중립적이기 위해, 미국의 사회학자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1910~2003)'은 과학자가 지켜야 할 4가지 규범을 1942년에 제안했다.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의 4가지 규범은 과학에 필요한 것을 잘 나타내고 있다.

  1. 보편주의(Universalism): 과학은 성별이나 인종 등에 관계없이 누구라도 공평하게 평가된다.
  2. 공유주의(Communism): 발견은 발견한 과학자 개인의 것이 아니라, 과학자 공동체 전체에 공유된다.
  3. 이해 관심의 초월(Disnterestedness): 연구에 개인적인 이해·관심을 끌어들이지 않는다.
  4. 계통적 회의주의(Organized Skepticism): 가설이 틀렸을 가능성을 고려해 계통적으로 테스트한다.

 4가지 규범을 알기 쉽게 말하면, 공평하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사물을 파악하고, 개인적인 손해와 이득을 초월해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상이며, '실제로 과학자가 지키고 있느냐?'에 대한 답은 그렇지는 못하다는 것이다. 개개의 과학자는 실제로는 여러 가지 이해관계나 명예욕을 가지고 연구하는 경우가 많으며, 그것이 연구를 추진시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4가지 규범에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개개의 과학자가 이 규범들을 '체현(사상이나 관념 따위의 정신적인 것을 구체적인 형태나 행동으로 표현하거나 실천하는 것)'하고 있지 않더라도, 과학자 조직 전체로 보면 4가지 규범에 가까운 것을 실현하고 있다. 다양한 인종이나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연구에 참가하고, '전문가 검토' 등 논문을 서로 확인해서 공표하는 메커니즘에 의해 4가지 규범이 실질적으로 지켜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의 과학을 과학답게 하고 있는 것은 개개의 과학자를 넘어선 과학의 메커니즘이나 틀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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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사 과학'에 속지 않으려면?

 현대는 인터넷 등을 통해 얼핏 과학적으로 보이는 '유사 과학' 정보가 대량으로 흘러들어온다. 예컨대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에 관한 여러 가지 이야기나 건강에 좋다는 음식물이나 습관 중에는 정말 과학적인지 제대로 알 수 없는 것도 많다. 하나하나 꼼꼼히 검증하려고 해도 내용이 어렵거나 그럴 시간이 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면 '유사 과학'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과학이기 위해 필요한 기준을 적용해 스스로 판단해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반증주의(Falsificationism)', '패러다임론', '재현성', '적절한 실험 방법' 등 과학적이기 위해 필요한 여러 기준을 소개했다. 그중 어느 기준이라도 단독으로는 과학과 비과학을 구분하는 선을 제대로 그을 수는 없기 때문에, 둘 이상의 기준을 조합해 종합적으로 판단할 필요가 있다. '유사 과학(Pseudo-Science)'일지도 모른다고 느껴지는 것과 마주친다면, 과학적인지 아닌지 스스로 판단해 보자.

6-1. '인지 편향' 이해하기

 실은 미신이나 점성술 같은 것을 믿는 데에는 '인지 편향(Cognitive Bias)'이라고 부르는 마음의 작용이 관련되어 있다. '편향(Bias)'란 편견, 선입관이라는 의미이다. 누구라도 객관적인 판단을 뒤흔드는 '인지 편향'을 가지고 있는 것을 알고 대처하면, '유사 과학'에 쉽게 빠지지 않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서는 심리학에서 '인지 편향'으로 알려져 있는 마음의 작용을 몇 가지 소개한다. 객관적인 증거가 부족한데도 유사 과학을 믿어 버리는 데에는 여기서 열거하는 것과 같은 '인지 편향'이 관련되어 있다.

  1. 이용 가능성 편향: '이용 가능성 편향'은 '눈에 띄는 것', '인상에 남는 것'의 확률을 실제보다 높이 평가하는 심리이다. 축구 경기에서 자기가 보고 있지 않을 때만 항상 골인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골인 장면 이외의 보고 있는 시간이 인상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놓치는 확률을 높이 평가하는 것이다.
  2. 검증 편향: '검증 편향'은 자신의 생각이나 가설에 부합하는 증거를 찾고 싶어 하는 심리이다. 예컨대 '오늘 운세는 최악'이라는 점술을 믿고 잇는 사람은 좋은 일이 일어나도 무시하고 나쁜 일이 일어나면 '봐, 역시 운세가 맞았어'라고 느낀다.
  3. 미신적 사고: 미신이나 점술 이외에 사소한 징크스도 포함된다. 예를 들어 중요한 일을 할 때 특정 색깔의 옷을 입는 것이나 반드시 특정한 발부터 먼저 내딛고 경기장에 들어가는 야구 선수 등이 그런 예이다. 과거에 좋았던 상황을 재현하고 싶은 바람이 반영된 것이지만, 아무 관계가 없는 것까지 결부시키면 미신적이라고 할 수 있다.

6-2. 웬만하면 전문가를 믿을 것을 권장

 현대에서 과학적인 신뢰성은 과학자 본인의 신뢰성이 아니라, 논문의 전문가 검토 제도 등을 토대로 한 과학자 그룹의 조직적 틀에 의해 확보되고 있다. 따라서 웬만하면 전문가를 믿을 것을 권장한다. 여기서 전문가를 의심하기보단 믿으라고 권장하는 이유는, 그런 과학의 틀을 통해 나온 결과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신뢰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미이다.

 거꾸로 말하면 그런 틀 밖에서 독자적으로 이루어진 실험 결과 등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예컨대 어떤 회사가 자사의 건강식품 효과를 독자적으로 검증한 실험 결과 등은 의심의 눈을 가지고 살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또 개개의 과학자가 앞에서 소개한 4개의 규범을 지키고 있기보다는 개인적인 이해관계에 입각해 연구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조직적인 검증을 거치지 않고 과학자가 개인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이론 등에는 주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