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우주 (Universe)

우주의 '대규모 구조'

SURPRISER - Tistory 2023. 3. 4. 18:34

 우주에는 은하가 무수히 모여서 이루어지는 거대한 구조물이 있는데, 이것을 '우주의 대규모 구조(Large Scale Structure of the Universe)'라고 부른다. 우주의 '대규모 구조'는 많은 거품이 겹친 듯한 모양으로 되어 있다. 거품의 막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많은 은하가 모여 있고, 거품 안쪽에 해당하는 부분에는 은하가 거의 없는 빈 영역이 이어져 있다. 거품 구조는 하나가 수억 광년이나 되는 크기에 이른다. 우주에는 은하가 만드는 이런 거품 구조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대규모 구조'는 과연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지금 천문학자들은 '대규모 구조'를 상세히 관측해 우주의 역사를 밝히려 한다. 또 우조의 구조의 성립을 이해함으로써, 우주의 가속 팽창을 일으키고 있는 정체불명의 '암흑 에너지'의 단서가 얻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세계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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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무수히 많은 은하가 만드는 '대규모 구조'
  2. '대규모 구조'가 발견되기까지
  3. '대규모 구조'의 씨
  4. '대규모 구조'와 '암흑 물질'
  5. '대규모 구조'의 씨는 왜 생겼을까?
  6. '대규모 구조'와 '암흑 에너지'의 관계
  7. '대규모 구조'를 정밀 관측해 '암흑 에너지'의 성질을 찾아낸다.

우주의 대규모 구조(Large Scale Structure of the Universe)

1. 무수히 많은 은하가 만드는 '대규모 구조'

 우주 최대의 구조물 '대규모 구조(Large Scale Structure)'를 살펴보자. 아래의 그림은 관측을 토대로 해서 만들어진 은하의 입체 지도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참고해 '대규모 구조'를 그린 것이다. 은하의 크기는 이해를 위해 과장되게 그려져 있다.

 우주에는 은하가 무수히 모여 이루어지는 '거품'이 여러 개 겹쳐진 '대규모 구조'가 끝없이 이어져 있다. 1개의 거품은 지름이 1억 광년 정도나 된다. 거품의 막에 대항하는 부분에 은하가 모여 있다. 이 부분은 모양에 따라 '거대가락(Filament, 가늘고 기다란 구조)', '시트(면 모양의 구조)' 등으로 분류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거대한 구조를 중국의 '만리장성'에 빗대어 '장성(Great Wall)'이라고 한다. 또 은하가 거의 없는 거품 내부의 부분을 '거시공동(Void, 빈 공간)'이라고 한다. 서로 이웃한 거품이 겹쳐 있는 부분에는 높은 밀도의 은하가 많이 모여 있다. 이러한 부분은 '은하단(Galaxy Cluster)'이라고 불리며, 좀 더 큰 경우는 '초은하단(Supercluster of Galaxies)', 더욱 큰 경우는 '초은하단 복합체'라고 불리기도 한다.

 우리의 태양계가 속한 '우리 은하(Milky way galaxy)'는 지름이 10만 광년 정도이다. 전형적인 거품 구조는 지름이 1억 광년 정도로, 우리 은하의 약 1000배나 되는 크기이다. '장성(Great Wall)'은 이제까지 몇 개밖에 발견되지 않았지만 10억 광년에 이르는 것도 있다. 거품 구조가 여러 개 연결되어 있는 이 그림에서는 은하가 거의 점으로 보인다.

우주의 대규모 구조(Large Scale Structure of the Universe)

2. '대규모 구조'가 발견되기까지

2-1. 과거에는 은하가 우주에 어떤 모양으로 흩어져 있는지 알지 못했다.

 '우주의 대규모 구조(Large Scale Structure of the Universe)'가 발견되기 전, 천문학자들은 은하가 우주 공간에 어떤 규칙에 따라 흩어져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은하가 우리 은하 밖에 무수히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1924년의 일이다. 이 사건은 당시까지의 천문학의 내용을 크게 바꾸는 대발견이었다. 은하는 밤하늘의 어느 방향을 보아도 존재하므로, 얼핏 보면 위치에 규칙성이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밤하늘을 망원경으로 보기만 해서는 그 은하까지의 거리를 알 수 없다. 그래서 은하가 입체적으로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를 알지 못했던 것이다.

2-2. 1980년대, 은하가 모여 불가사의한 구조를 만들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1980년대 중반에 우주에서 매우 불가사의한 구조가 발견되었다. 은하가 모여 사람 모양 같은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었던 것이다. 그때까지 은하가 우주에 어떻게 흩어져 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그런데 1970년대 후반에 들어 지구에서 은하까지의 거리를 하나하나 끈기 있게 측정하는 연구가 시작되자, 은하는 균일하게 퍼져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것은 당시 천문학의 상식을 뒤집는 큰 발견이었다. 당시 연구자들은 이런 구조가 도대체 어떤 힘이 작용해서 생겼는지에 대해 여러 이론을 생각했다. 그 후 많은 관측 결과 우주의 구조가 생겨난 역사가 밝혀지게 되었다.

 은하의 거리를 측정하려면 '분광 관측(Spectroscopic Observation)'이라는 특수한 관측을 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린다. 미국의 천문학자 '마거릿 갤러(Margaret J. Geller, 1947~)'와 '존 허크라(John Huchra, 1948~2010)'는 하나하나의 은하를 꾸준히 분광 관측해, 많은 은하가 연결되어 생긴 벽 같은 구조인 '장성(Great Wall)'을 1989년에 발견했다. 또 은하가 적은 영역인 '거시 공동(Void)'가 있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리하여 '마거릿 갤러'와 '존 허크라'에 의해 은하가 우주 공간에 어떻게 분포해 있는지 밝혀졌다.

2-3. 2000년대, 거품 구조는 끝없이 이어져 있음이 밝혀졌다.

 더 넓은 범위를 계속 관측하자, 1989년에 발견된 '장성(Great Wall)'은 좀 더 큰 구조의 일부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아래의 영상은 2000년대부터 시작된 'SDSS(Sloan Digital Sky Survey)'라는 천문 관측 프로젝트의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은하의 입체 지도'이다. SDSS는 지구 밤하늘의 약 25%를 관측해 1억 개 이상 되는 천체의 밝기와 위치를 관측했다. 그리고 100만 개 이상의 은하와 '퀘이사(Quasar)'까지의 거리를 측정함으로써 '우주의 대규모 구조(Large Scale Structure of the Universe)'를 가시화하고 있다. '퀘이사'는 먼 곳의 점처럼 보이는 밝은 천체로, 그 본체는 거대한 블랙홀이라고 생각된다. 영상은 일본 국립 천문대 '4차원 디지털 우주 프로젝트(4D2U)'의 'Mitaka'라는 소프트웨어로 제작한 것이다. Mitaka는 우주를 여러 규모에서 입체적으로 볼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다.

 영상의 밝은 점은 은하의 위치를 나타낸다. 영상에서 무수히 많은 은하가 거품 구조의 막을 만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도에는 깊이 방향으로 은하의 점이 있으므로 '거품'이 겹쳐 보이지 않는다. 영상의 위나 왼쪽 아래 영역은 관측되지 않았다. 이 방향으로는 우리 은하의 원반이 퍼져 있기 때문이다. 원반은 수많은 항성으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그 빛이 관측을 방해하기 때문에 지구에서 이 방향의 먼 천체를 관측하기는 어렵다. 실제 우주에서는 이 방향에서도 '대규모 구조'가 이어지고 있으리라고 생각된다.

'SDSS(Sloan Digital Sky Survey)' 관측 결과를 바탕으로 만든 '은하의 입체 지도'

3. 대규모 구조의 씨

 '대규모 구조'가 발견되었을 때 과학자들은 갓 탄생한 우주에 '대규모 구조'의 기원이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면 '대규모 구조'의 기원은 무엇일까?

3-1. 우주의 아득히 먼 곳에서 '대규모 구조의 씨'가 발견되었다.

 우주의 아득히 먼 곳을 보면, 지금도 초기 우주의 모습을 실제로 관측할 수 있다. 그 이유는 빛이 지구에 도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예컨대 지구에서 약 1억 5000만 km 떨어져 있는 태양의 빛은 지구에 이르기까지 약 8분이 걸린다. 즉 지구에서는 약 8분 전의 태양의 모습을 보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약 250만 년 떨어진 안드로메다은하는 약 250만 년 전의 모습을 보인다. 이처럼 지구에서 멀리 떨어진 우주를 보는 것은 옛날의 우주를 보는 셈이다. 우주는 약 138억 년 전에 시작되었다고 생각된다. 가장 먼 곳을 보면 138억 년 전의 초기 우주 모습이 보인다. 즉, 138억 년 걸려 지금의 지구에 도달한 초기 우주의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렇나 초기 우주의 빛은 '마이크로파'라는 빛으로 도달하므로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R: Cosmic Microwave Background Radiation)'라고 한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 자체는 1965년에 이미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 후 많은 연구자들이 탐색해도 거기에 '대규모 구조의 씨'다운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당시로서는 그 점이 커다란 수수께끼였다. 마침대 1992년, 관측 정밀도가 높은 'COBE(코비)' 위성을 통해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의 미세한 '농담(濃淡, 짙음과 옅음)'이 발견되었다. 그것은 '초기 우주 물질의 밀도의 차이'였다. 이것이 '대규모 구조의 씨'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 미세한 농담이 어떻게 '대규모 구조'로 성장했는가라는 다음의 수수께끼도 부각되었다.

3-2. 초기 우주 물질의 미세한 '밀도의 차이'가 중력에 의해 '대규모 구조'로 성장했다.

 우주가 시작되었을 무렵은 별이나 은하가 없고, 우주 전체에 뜨거운 가스가 가득 찬 '불덩이 상태'였으리라 생각된다. 이 무렵의 우주는 현재의 우주와는 달리 매우 균일했다. 우주가 시작되고 나서 약 37만 년 후에는 우주 물질의 밀도가 높은 곳과 낮은 곳이 0.01%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음이 밝혀져 있다. 이러한 초기 우주의 미세한 밀도 차이가 '대규모 구조의 씨'가 되었다. 미세한 밀도의 차이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커짐으로써, 은하와 '대규모 구조'가 생겨난 것이다.

 '우주 마이크로파 배경 복사(CMBR)'의 관측으로 초기 우주의 상태가 밝혀지자, 현재의 '대규모 구조'가 생기는 과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되었다.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대규모 구조'는 대략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생겼다고 생각된다.

  1. 초기의 우주(매우 균일한 세계): 우주가 시작되고 37만 년 후, 물질은 매우 균일하게 분포했다. 다만 그 밀도는 0.01% 정도의 차이로 장소별로 달랐다.
  2. 밀도의 차이가 커졌다: 우주 전체는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우주의 '평균 밀도'는 점점 내려간다. 그러나 물질의 밀도가 미세하게 높은 영역은 주위 물질이 중력에 의해 끌어당겨지고, 미세하게 밀도가 희박한 영역은 주위에 물질을 빼앗겨 더욱 희박해졌다. 이 효과에 의해 일부 영역에서는 물질의 밀도가 높아져 갔다.
  3. 현재(별과 은하로 이루어진 대규모 구조가 생겼다): 물질의 밀도가 높은 영역에서는 주위 물질을 점차 끌어당긴다. 마침내 스스로 빛나는 별과 은하가 탄생한다. 그리고 큰 '거시공동(Void)'와 은하와 은하단이 생겨 '대규모 구조'가 만들어졌으리라고 생각된다. 우주가 시작되고 37만 년 후부터 현재까지 정육면체로 크기를 비교하면 한 변이 약 1100배가 될 정도로 팽창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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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대규모 구조'와 '암흑 물질'

 우주에는 원자로 이루어진 '보통 물질'의 5배 이상 되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이 존재한다. '암흑 물질'은 '대규모 구조'가 생길 때 중요한 역할을 했으리라고 생각된다. 암흑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즉, 암흑 물질은 빛과 같은 전자기파를 방출하거나 흡수하지 않는다. 하지만 주위에 중력을 끼치는 정체불명의 물질이라고 한다. 그러면 왜 보이지 않는 물질인 '암흑 물질'이 존재할까? 암흑 물질은 은하 운동의 관측 등에 의해 간접적으로 그 존재가 예언되었다. 즉 암흑 물질의 '중력(Gravity)'이 우주의 여러 가지 현상을 지배하고 있음이 밝혀진 것이다.

 1930년대에 스위스의 천문학자 '프리츠 츠비키(Fritz Zwicky, 1898~1974)'는 은하단에 속하는 은하들의 운동이 눈에 보이는 물질의 질량에 의한 중력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그래서 관측되지 않는 물질, 즉 암흑 물질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은하단에 속하는 은하의 운동을 관측해 은하의 운동이 매우 빠른 점을 바탕으로, 그곳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 있어서 그 중력으로 은하가 뿔뿔이 흩어지는 것을 막고 있다고 처음 주장한 것이다.

 1970년대에는 미국의 천문학자 '베라 루빈(Vera Rubin, 1928~2016)'이 은하 원반 부분의 운동을 상세히 관측해서, 마찬가지로 '원반의 운동을 설명하려면 보이지 않는 물질이 있어야만 한다.'고 주장했다. '베라 루빈'은 은하의 중심에서 멀어져도 은하의 속도가 느려지지 않는 것을 발견했다. 이 회전 속도를 유지하려면 은하 바깥쪽까지 보이지 않는 물질이 퍼져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4-1. '대규모 구조'는 '암흑 물질' 안에 있다.

 근년에는 빛이 중력에 의해 휘어짐으로써 일어나는 '중력 렌즈 효과(Gravitational Lensing Effect)' 등을 통해, 암흑 물질 우주 공간의 어디에 분포해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게 되었다. 예컨대 은하 주위에는 암흑 물질이 공 모양으로 분포해 있다. 이것은 '다크 헤일로(Dark Halo)'라고도 한다. 그리고 은하단도 암흑 물질로 전체가 가득 차 있고,다. 또 '대규모 구조'에도 에워싸듯이 암흑 물질이 분포한다고 알려져 있다. 즉, 암흑 물질도 '대규모 구조'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들 대규모 구조를 만드는 암흑물질도 '다크 헤일로(Dark Halo)'라고 부른다. 관측 결과, 우주에 존재한는 물질 가운데 '암흑 물질'이 85%를 차지하며, 가스는 13%, 별은 단 2%밖에 없는 것으로 추정된다.

4-2. '암흑 물질'이 먼저 모이고 그것을 뒤따라 '보통 물질'이 모였다.

 '대규모 구조'가 생길 때 '암흑 물질'의 역할이 알려졌다. 우선 '암흑 물질'이 먼저 모이기 시작하고, 그것을 뒤따르듯이 '보통 물질'이 끌어당겨진다. 우주가 시작되었을 무렵의 고온 환경에서는 보통 물질은 우주 공간을 날아다니는 고에너지 '빛(전자기파)'의 방해를 받아 모일 수 없었다. 한편, '암흑 물질'은 빛의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모이기 시작함으로써 먼저 암흑 물질로 된 구조가 생겼다고 생각된다.

 우주가 시작되었을 무렵에는 '보통 물질'이나 '암흑 물질'은 매우 균일하게 펴져 있어서, 그히 미세하게 밀도 차이만 있었다. '암흑 물질'의 밀도 차이가 컸으므로, 먼저 암흑 물질이 중력의 작용에 의해 서로 모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저 모인 암흑 물질의 중력에 끌어당겨져 보통 물질이 모이기 시작했다. 보통 물질은 암흑 물질과는 달리 점차 모여서 암흑 물질의 '대규모 구조' 안쪽에 들어갔다. 특별히 높은 밀도로 보통 물질이 모인 장소에서는 별과 은하가 탄생했다. 이리하여 '대규모 구조'가 성장한 것이다.

 다만 암흑 물질은 별처럼 고밀도로 모일 수 없어서, 그 자신이 모여 별 같은 천체를 만들기까지 이르지는 않았다. 암흑 물질의 입자는 운동 에너지를 '빛(전자기파)'의 에너지로 방출할 수 없어서 제대로 감속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보통 물질'은 열을 빛의 에너지로 방출함으로써 그 운동 에너지를 잃고 감속하기 때문에 '암흑 물질'보다 고밀도로 모일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1. '암흑 물질'과 '보통 물질'이 우주에 균일하게 분포해 있다: 초기 우주에는 '암흑 물질'과 '보통 물질'이 매우 균일하게 분포해 있었다. 다만 장소에 따라 밀도가 미세하게 달랐다.
  2. '암흑 물질'이 먼저 모인다: '암흑 물질'이 먼저 서로의 중력에 의해 모이기 시작한다. '보통 물질'은 '암흑 물질'의 중력에 끌어당겨져서 '암흑 물질'보다 느리게 모이기 시작한다.
  3. '보통 물질'이 모여 별과 은하가 생긴다: '보통 물질'은 암흑 물질 덩어리의 내부로 들어가, '암흑 물질'보다 고밀도로 모인다. 마침내 보통 물질이 특별히 고밀도로 모인 영역에서 별과 은하가 탄생해 현재와 같은 '대규모 구조'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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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대규모 구조의 씨'는 왜 생겼을까?

 '대규모 구조'는 초기의 우주 물질의 밀도 차이가 성장해 생겼다고 한다. 그러면 그 밀도의 차이는 어떻게 생겼을까? 이것을 설명하는 가설로 '인플레이션 이론(Inflation Theory)'이 제안되어 있다. 탄생 직후의 우주는 텅 비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간에 막대한 에너지가 가득 차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이 에너지에 의해 우주는 무시무시한 급팽창인 '인플레이션(Inflation)'을 일으켰다고 한다.

  1. 극미 우주: 우주는 매우 작은 상태로 시작되었다. 이 극미 우주에는 에너지가 가득 차 있었고, 그 에너지의 크기는 미세하게 달랐다. 즉, 요동치고 있었다. 양자 역학에 따르면, 극미 세계에서는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에 의해 온갖 것이 흔들리고 있다. 인플레이션은 극미 세계에만 존재해야 할 에너지의 요동을 균일화할 틈을 주지 않고, 순식간에 우주 규모로 확대했다.
  2. 인플레이션에 의해 우주가 급팽창: 우주 공간이 10-34초 사이에 1030배나 팽창하고 나서 급팽창이 끝났다. 인플레이션이 끝나자 공간에 가득 차 있던 에너지를 바탕으로 해서 물질들이 생성되었다. 인플레이션 중에는 장소에 따라 에너지의 크기가 달랐다. 그것을 바탕으로, 인플레이션 종료 후에 물질 농도의 미세한 차이가 생겼다. 이것이 '대규모 구조'를 만드는 씨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3. 밀도의 차이가 커져서 '대규모 구조'가 생겼다: 밀도가 높은 영역에서는 중력의 영향으로 물질이 더욱 모이고, 밀도가 낮은 영역은 더 희박해짐으로써 차이가 커졌다. 마침내 물질의 밀도가 특히 높은 영역에서 별과 은하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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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대규모 구조'와 '암흑 에너지'의 관계

 '대규모 구조'를 상세히 관측하면, 우주가 장래에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왜 '대규모 구조'를 관측하면 우주의 미래에 대해 알게 될까? 우주의 미래가 어떻게 되는가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가 관계하고 있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정체 불명의 에너지이다. '대규모 구조'를 상세히 관측함으로써, 이제까지 '암흑 에너지'가 그 형성 과정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끼쳐 왔는지 알 수 있다. 따라서 암흑 에너지의 성질을 알면 우주의 장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6-1. 우주는 어떻게 팽창해 왔을까?

 우주의 역사는 다음과 같은 과정으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우주는 탄생 직후에 인플레이션에 의해 급팽창했다. 그 급팽창이 끝나자 그 후의 우주는 '감속 팽창'하기 시작했다. 즉 계속 팽창하고는 있지만, 그 속도는 서서히 느려졌다. '감속 팽창'은 우주가 탄생하고 나서 약 80억 년 후까지 계속되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이 무렵의 우주는 지금 우주의 약 60% 크기였다. 이 무렵에 우주는 속도를 높이면서 팽창하게 되었다. 우주가 '가속 팽창'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현재까지 우주는 '가속 팽창'을 계속하고 있다.

 우주의 '가속 팽창'은 1998년 1999년에 '솔 펄머터(Saul Perlmutter)'박사 그룹과 '브라이언 슈미트(Brian P. Schmidt)' 박사, '애덤 리스(Adam G. Riess)' 박사 그룹이 각각 독립적으로 먼 곳의 '초신성(Supernova)'을 많이 관측함으로써 확인했다. '초신성'이란 별이 대폭발을 일으켜 하나의 은하에 필적할 정도의 강한 빛으로 빛나는 현상이다. 이 세 사람은 이 성과로 2011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6-2. '암흑 에너지'가 우주를 가속 팽창 시키고 있다.

 그러면 우주는 왜 '가속 팽창'을 시작했을까? 과학자들은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우주에는 원래 정체불명의 '암흑 에너지'가 가득 차 있었다. 암흑 에너지는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는 효과가 있다. 한편 물질에는 서로 중력이 작용하므로 팽창을 감속시키는 효과가 있다. 우주가 시작되고 나서 얼마 동안은 물질이 고밀도로 존재했으므로, 팽창을 감속시키는 효과가 우세했다. 그래서 '팽창 속도'는 계속 느려졌다. 그러나 계속 감속해도 팽창은 이어졌으므로, 물질이 희박해져서 물질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의 영향이 서서히 약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암흑 에너지의 작용이 우세해져서, 우주가 '가속 팽창'하기 시작했다.

 '암흑 물질'은 '보통 물질'과 마찬가지로 우주가 팽창하는 데 따라 우주 전체에서 보면 약해져 간다. 한편, 암흑 에너지는 우주에 균일하게 존재하고 있어서 우주가 팽창해도 엷어지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우주가 팽창해서 물질이 희박해져도 암흑 에너지가 가진 '가속 팽창'을 촉진하는 효과는 약해지지 않고, 우주를 가속 팽창시키게 되었다는 것이다.

 물질의 질량은 에너지로 환산해서 생각할 수 있다.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을 에너지로 환산해 암흑 에너지와 비교하면, 우주에 존재하는 에너지 가운데 69% 정도를 암흑 에너지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26% 정도가 암흑 물질, 5% 정도가 보통 물질이다. 즉, 우주의 95% 정도는 아직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는 셈이다.

6-3. 암흑 에너지가 변하는 것이라면?

 60억 년 전에 가속 팽창이 시작되었다는 시나리오는 '암흑에너지'가 전혀 변하지 않는 것이라고 가정한 경우이다. 아직 옛날의 우주는 광범위하게 관측되지 않았으므로, 실제로 60억 년 전에 우주가 가속 팽창으로 바뀌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만약 암흑 에너지가 일정하지 않고 변하는 것이라면, 우주의 장래에 대한 견해는 크게 바뀔 수 있다.

  1. 암흑 에너지가 커지는 경우: 예컨대 암흑 에너지가 커진다고 해보자. 그러면 팽창이 지금 이상으로 가속되고 우주 공간을 넓히려는 작용이 우세해지므로 '대규모 구조'는 이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마침내 팽창에 의해 은하단이 흩어지고, 다음으로 은하가 뿔뿔이 흩어지는 식으로 큰 구조에서 붕괴해 간다. 가속 팽창이 진행되면, 별·생물·원자까지도 뿔뿔이 흩어진다고 생각하는 연구자도 있다. 모든 것이 뿔뿔이 흩어진다는 시나리오는 '빅 립(Big Rip)'이라고 한다.' Rip은 크게 찢어진다는 의미이다.
  2. 암흑 에너지가 작아지는 경우: 반대로 암흑에너지가 작아진다고 해보자. 그러면 물질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이 우세해져 우주는 '가속 팽창'에서 '감속 팽창'으로 바뀐다. 물질의 밀도가 '임계값'이라는 값보다 커지면, 이윽고 우주는 팽창을 멈추고 수축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우주 전체가 하나의 점으로 집중되어 찌부러질 것이다. 모든 것이 한 곳에 모여 우주가 찌부러진다는 시나리오는 '빅 크런치(Big Crunch)'라고 한다. Crunch는 찌부러져 부서진다는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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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대규모 구조'를 정밀 관측해 '암흑 에너지'의 성질을 찾아낸다.

 '암흑 에너지'의 정체에 다가서는 '대규모 구조'에 관계하는 두 가지 관측이 진행되고 있다. '중력 렌즈 관측'과 '바리온 음향 진동(BAO: Baryon Acoustic Oscillations)'의 관측이다.

7-1. 중력 렌즈 관측

 먼 곳의 우주를 보면 거의 우주를 볼 수 있다. 과거의 우주를 광범위하고 상세하게 관측하면 '우주 팽창의 역사'를 알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암흑 에너지'가 우주에 어떤 식으로 작용해 왔는지 알 수 있으므로, 그 성질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은하의 모양이 얼마나 일그러지는가를 바탕으로 '중력 렌즈 효과(Gravitational Lensing Effect)'의 영향이 얼마나 큰지를 조사해 '암흑 물질의 분포'도 산출한다. 이렇게 해서 얻은 '암흑 물질'과 은하의 분포의 시간 진화로부터 각 시대의 '암흑 에너지'의 영향을 추정하는 것이다.

 '유럽우주국(ESA)'에서는 '대규모 구조'의 관측에 특화한 천문 위성 '유클리드(Euclid)'의 발사가 2023년으로 예정되어 있다.

7-2. 바리온 음향 진동 관측

 '바리온 음향 진동(BAO: Baryon Acoustic Oscillations)' 관측은 우주의 어느 시대에도 사용되는 '척도'를 만들고 그 '척도'를 사용해 우주의 크기를 측정하고, 우주가 어떤 모양으로 팽창해 왔는지를 알려는 것이 목적이다. 예컨대 먼 곳에 있는 차가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를 알고자 할 때, 미리 차의 크기를 알고 있으면 겉보기 크기로부터 차까지의 거리를 알 수 있다. '바리온 음향 진동(BAO: Baryon Acoustic Oscillations)' 관측에서는 이것과 비슷한 방법으로 '척도'까지의 거리를 잰다.

 초기 우주에는 물질이 균일하게 분포하고 있었으나, 밀도가 미세하게 높은 영역과 낮은 영역이 있었다. 그 후 밀도의 차이는 연못에서 파문이 퍼지듯이 음파로서 퍼져 나간다. 이것을 '바리온 음향 진동(BAO: Baryon Acoustic Oscillations)'이라고 한다. 은하는 이러한 밀도가 높은 영역에서 더 많이 탄생했으므로, 각 시대의 은하 분포에는 그 흔적이 남아 있다. 초기 우주 물질 밀도의 '파문'이 은하 분포의 '파문'으로, 즉 '바리온 음향 진동'으로 지금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론적으로 이 '파문의 크기', 즉 '파장'은 현재까지는 4.9억 광년 정도라고 예상된다. 이 4.9억 년은 우주 어디에서도 공통된 특징이므로 이 특징을 바탕으로 먼 곳의 은하 분포를 분석함으로써, 그 영역에서 '어디에서 어디까지가 약 4.9억 광년 거리에 해당하는지'를 알 수 있다. 즉 '약 4.9억 광년의 척도'를 얻게를 얻게 되는 것이다. 지구에서 이 '척도'의 '겉보기 크기'를 측정하면, 그 장소까지의 거리를 유도할 수 있다. 다시 말해 '4.9억 년에 해당하는 각도의 크기'를 측정하면, 그 장소까지의 거리를 유도할 수 있다.

 관측에서는 적당한 은하를 골라서, 그 주위에 있는 은하가 평균보다 많이 분포하는지를 조사한다. 'SDSS(Sloan Digital Sky Survey)'에서는 실제로 어느 정도 떨어진 장소에 특징적으로 은하가 약간 많이 분포하고 있음이 발견되었다. '바리온 음향 진동'의 파문을 발견한 것이다. 선택한 은하에서 그 장소까지의 거리는 약 4.9억 년일 것이다. 관측된 겉보기 각도가 약 4.9억 광년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으므로, 그곳까지의 거리를 정할 수 있는 것이다.

 한편, 먼 은하에서 오는 빛일수록 우주 팽창의 영향을 받아 파장이 늘어난다. 이것은 빛이 붉은색을 띠는 것에 해당하므로 '적색 이동(Red Shift)'이라고 한다. '적색 이동'을 측정하면, 그 은하가 빛을 방출한 시점의 우주 크기를 알 수 있다. 이리하여 은하 분포로 나타나는 '바리온 음향 진동'을 측정함으로써 '적색 이동'과의 거리의 관계를 얻을 수 있다. 이것을 다른 거리에 있는 은하에 대해 되풀이함으로써 우주의 크기가 시간과 더불어 어떻게 변해 왔는지를 알 수 있고, 나아가서는 암흑 에너지의 성질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