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지구 과학 (Earth Science)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SURPRISER - Tistory 2023. 2. 22. 03:38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가설에 의하면, 지구는 과거에 3회나 순백의 눈덩이 같은 천체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어떻게 이렇게 놀라운 가설이 나오게 되었을까? 지구 전체가 얼어붙는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리고 장래에 다시 얼음으로 뒤덮일 가능성도 있을까? 지금도 논란이 계속되는 '눈덩이 지구 가설'에 대해 알아보자.

0. 목차

  1. 눈덩이 지구의 증거들
  2. 눈덩이 지구 가설
  3. 왜 지구가 얼어붙었을까?
  4. 눈덩이 지구로부터의 탈출
  5. '눈덩이 지구 가설'은 처음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6. 온실가스의 감소 이유
  7. 전 지구 동결에서 생물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1. '눈덩이 지구'의 증거들

 과거의 지구는 완전히 얼음으로 덮여 있었다. 온난화가 진행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이를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지구는 적도 부근까지 얼음으로 뒤덮인 적이 있다고 생각된다. 이런 엄청난 가설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세계 각지에서 발견되고 있다.

1-1. 적도 부근의 '빙하 퇴적물'

 아래의 사진은 캐나다 온타리오 주에서 촬영한 약 22억 년 전의 지층이다. 사진은 캐나다 온리오 주에서 촬영한 약 22억 년 전의 지층이다.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주위와는 이질적인 흰 영역은 지층을 파고든 암석이다. 사진 가운데에 보이는 '주위와는 이질적인 흰 영역'은 지층을 파고든 암석이다. 이것을 '드롭스톤(Dropstone)'이라고 한다. '드롭스톤'은 육지를 천천히 이동하는 빙하에 휩쓸린 암석이 바다를 건너 해안에서 멀리 떨어진 장소에 퇴적해 생긴 것이다. 주위에 있는 지층의 입자와 크기가 분명히 서로 다른 암석이 갑자기 퇴적되려면 빙하에 의해 운반되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빙하에 의해 위치가 바뀐 드롭스톤 등을 '빙하 퇴적물'이라고 하며, 전 세계의 같은 연대 지층에서 발견된다. 그러나 전 세계의 지층에 빙하가 있었던 것을 나타내는 증거가 있다고 해서, 당시의 지구가 모두 얼음으로 뒤덮였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대륙은 지구 표면을 뒤덮은 단단한 암반인 '판(Plate)'의 움직임에 의해 조금씩 이동한다. 그래서 대륙은 예로부터 계속해서 같은 장소에 있었던 것은 아니다.

 1980년대에 일부 연구자들의 조사를 통해, 약 6억 3500만 년 전의 지층에 보이는 빙하 퇴적물이 저위도에서 만들어진 것이라고 보고되었다. 하지만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 교수 '조지프 커슈빙크(Joseph Kirschvink)' 박사 등은 그 결과가 어떤 착오라고 생각했다. 박사는 기록된 지구 자기의 자취를 조사함으로써, 그 암석이 정말 저위도에서 생긴 것인지를 다시 조사했다. 그러나 박사의 의심과는 달리, 그 조사 결과는 빙하 퇴적물이 적도 부근에서 생겼음을 결정적으로 확인해 주었다.

드롭스톤(Dropstone)

1-2. 줄무늬 철광상

 아래의 사진은 오스트레일리아 서부 '카리지니 국립공원(Karijini National Park)'에서 촬영한 약 25억 년 전 무렵의 지층에서 발견되는 줄무늬 철광상이다. 철 원료의 태반은 이런 줄무늬 철광상에서 채굴된 산화철로 조달된다.

 실은 6~7억 년 전의 지층에도 '빙하 퇴적물'과 함께 '줄무늬 철광상'이 발견된다. 철 등의 금속 원소는 해저에 있는 '열수 분출공'이라는 고온의 물이 솟아 나오는 곳으로부터 물과 함께 분출된다. 그러나 단지 금속 원소가 바닷속에 있는 것만으로는 이 사진과 같은 커다란 광상이 생기지 않는다. '줄무늬 광상'이 생기려면 대량의 철이 한꺼번에 산화되고 침전되어야 한다.

'카리지니' 국립공원에서 촬영한 '줄무늬 철광상'

2. 눈덩이 지구 가설

 '조지프 커슈빙크(Joseph Kirschvink)' 박사는 '적도 부근에 빙하가 생기는 것'과 '줄무늬 철광상이 형성된 원인'을 동시에 설명할 수 있다면서 1992년에 '눈덩이 지구 가설'이라는 놀라운 가설을 발표했다. '조지프 커슈빙크' 박사가 생각하는 '눈덩이 지구(Snowball Earth)' 가설에서는, 대륙은 물론 바다에 이르기까지 지구 전역이 수백만~수천만 년 동안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였다고 한다. 뚜껑을 덮은 상태인 어두운 바다의 밑바닥에서는 광합성이 이루어지지 않아 바닷속의 산소 농도는 조금씩 낮아진다. 그래서 철을 비롯한 금속 원소는 '이온(전기를 띤 입자)' 상태로 바닷속에 녹은 채 쌓여 갔다.

 얼음이 녹기 시작하자, 그때까지 멈추어 있던 광합성이 폭발적으로 이루어지게 되어 산소 농도가 급상승했다. 그래서 바닷물에 녹아 있던 대량의 철 이온이 이때 생긴 대량의 산소에 의해 일제히 산화되어 거대한 줄무늬 철광상이 생긴 것이다. 다만 '줄무늬 철광상'이 '줄무늬'가 된 이유에 대해서는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어쨌든 '눈덩이 지구 가설'은 이 밖에도 당시의 지층 특징을 무리 없이 설명하기 때문에 매우 유력한 가설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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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왜 지구가 얼어붙었을까?

 지구가 과거에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생각하면, 지층의 특징을 제대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엄청난 일이 정말 일어날 수 있을까? 지구는 어떻게 해서 얼어붙었을까?

3-1. 초대륙 '로디니아'의 분열이 한랭화의 방아쇠가 되었다?

 지구가 얼어붙은 원인은 현재도 잘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여러 가지 가설이 존재한다. 그러나 어떤 가설이든, 지구 온난화의 원인이 되는 '이산화탄소'나 '메테인(Matane)' 등 '온실가스'의 감소가 지구 한랭화를 일으켰다는 점에서는 공통이다. 온실가스는 지구 열을 가두는 담요 같은 역할을 한다. 온실가스 급격히 감소함으로써 지구는 전체가 얼어붙을 정도로 추워졌다는 것이다.

 지구가 두 번째로 얼어붙은 '스터트 빙하 시대(Sturtian, 7억 2000만~6억 6300만 년 전), 7억 2000만~6억 6300만 년 전)' 때는, 9억 년 전 무렵부터 형성된 초대륙 '로디니아(Rodinia)'의 분열이 이산화탄소의 감소와 크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가설이 유력하다. 당시의 지구에는 적도 부근에 거대한 대륙이 있었다고 한다. 이 대륙이 '로디니아'이다. '로디니아'는 약 7억 5000만 년 전 무렵부터 조금씩 분열을 시작했으리라고 생각된다. 분열된 작은 대륙 사이에 바다가 생기자, 과거에 로디니아의 내륙에 있었던 지역에도 비가 내리게 되었다. 비는 암석에 함유된 칼슘 등을 금속 원소를 녹여 바다로 흘려보낸다. 나아가 이 금속 원소는 이산화탄소와 반응해 '탄산염'이 되어 해저에 퇴적했다. 이리하여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가 해저에 고정된 것이다. 초대륙의 분열에 의해 대륙 도처에서 비가 내리게 되자, 금속 원소의 유출이 극적으로 진행되어 이산화탄소도 차츰 해저에 고정되었다. 이리하여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격감해 지구 전체가 얼어붙을 정도의 한랭화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3-2. 얼음의 확대가 지구의 한랭화를 더욱 가속시킨다.

 이산화탄소가 격감해 한랭화가 시작되면, 지구는 어떻게 얼어붙을까? 지구는 기본적으로 북극·남극 등 고위도 쪽에서는 기온이 낮고, 적도 부근에서는 기온이 높아진다. 정도에 차는 있지만, 이것은 예로부터 변함이 없다. 그래서 한랭화가 시작되면 고위도 쪽부터 서서히 얼음으로 덮이기 시작한다.

  1. 극지에서부터 조금씩 얼음이 확대된다: 일반적으로 육지가 얼음으로 덮여 빙하가 생기면 '풍화(지표를 구성하는 암석이 햇빛·공기·물·생물 따위의 작용으로 점점 파괴되거나 분해되는 일)'가 생기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감소가 억제되어 한랭화는 정체된다. 그러나 초대륙 로디니아가 있던 당시에는 모든 대륙이 적도 부근에 있었기 때문에, 얼음의 면적이 확대되어도 풍화를 정체시키지 않고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가 계속 감소했다. 이리하여 지구의 한랭화와 더불어 지구를 뒤엎는 얼음이 계속 확대되었다.
  2. 최후에는 한꺼번에 얼어붙는다: 지구의 기온은 지표가 태양의 빛에 의해 데워짐으로써 상승한다. 이때 구름이나 지표에 빛이 반사·산란되기 때문에 지구에 이른 빛의 에너지가 모두 흡수되지는 않는다. 현재의 지구는 태양에서 이른 빛의 30% 정도를 반사한다고 한다. 이 빛의 반사율을 가리켜 '행성 알베도(Planet Albedo)'라고 한다. 얼음은 구름이나 바다에 비해 훨씬 더 빛을 반사하기 때문에 한랭회가 진행되어 지구를 뒤덮는 얼음의 면적이 확대되는 것은 '행성 알베도'의 증가로 이어진다. 점점 더 빛을 많이 반사하게 되면, 지구는 더욱 에너지를 흡수할 수 없게 되어 한랭화는 더욱 가속된다. 이처럼 얼음의 형성에 의해 한랭화가 촉진되는 작용을 가리켜 '아이스 알베도 피드백'이라고 한다. 지구를 뒤덮은 얼음이 북위·남위 20~30º까지 이르면 아이스 '알베도 피드백'이 더욱 가속되어 지구는 수백 년 정도 만에 한꺼번에 얼어붙는다고 생각된다.
  3. 한 번 얼면 쉽게 되돌려지지 않는다: 지구 전역이 완전히 동결하면 태양광의 대부분이 얼음에 반사되기 때문에 지구의 기온은 매우 상승하기 어려워진다. 그래서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1의 무렵과 같은 정도까지 늘어나도 기온은 그다지 상승하지 않고 얼음은 녹지 않는다. 지구는 한 번 얼면 쉽게 원래대로 되돌려지지 않는다.

4. 눈덩이 지구로부터의 탈출

 얼음으로 뒤덮인 지구는 어떻게 해서 현재의 같은 온난화 환경으로 되돌아왔을까? 눈덩이 지구 가설이 제창된 당시는 한 번 지구가 얼어붙으면 두 번 다시 원래의 온난한 지구 환경으로 되돌릴 수 없다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지구는 과거에 세 번이나 눈덩이 지구가 된 것으로 보이며, 각각의 시대에 얼어붙게 될 정도로 온실가스가 감소한 요인은 현재도 확실하지 않다. 다만 눈덩이 지구로부터 온난환 환경이 올 때는 언제나 화산에 의한 이산화탄소 공급이 커다란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얼음으로 뒤덮인 지구에서도 화산 활동은 계속되고 있었다. '눈덩이 지구 가설'에서는 화산 활동에 의해 오랜 세월에 걸쳐 이산화탄소가 축적됨으로써 온난화가 진행되어 얼음이 녹는 온도에 이르렀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단지 줄어든 만큼의 이산화탄소를 되찾으면 얼음이 녹기 시작하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6~7억 년 전에 지구가 얼어붙었을 때는 지구의 얼음을 녹이기 위해, 지구 온난화 문제가 지적되는 현재의 이산화탄소 농도의 약 400배의 이산화탄소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즉, 눈덩이 지구 말기의 세계는 얼음으로 뒤덮여 있으면서 현재보다 훨씬 더 온실가스로 가득 찬 세계였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온이 상승해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얼음에 비해 빛을 흡수하기 쉬운 지표가 나타나기 때문에 지구는 쉽게 데워진다. 지구가 쉽게 데워지면 기온이 상승해 얼음이 더욱 녹게 되기 때문에 빛의 반사율이 한층 더 낮아져 지구는 더 따뜻해지기 쉬워진다. 이리하여 기온 상승이 가속되면 지구를 덮은 얼음은 수천 년 정도 만에 한꺼번에 녹는다. 그리고 얼음이 녹은 지구는 그때까지 축적되어 있던 온실가스의 영향으로 평균 기온이 약 60℃나 되는 작열하는 세계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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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눈덩이 지구 가설'은 처음에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조지프 커슈빙크' 박사는 눈덩이 지구 가설을 생각해낸 당시에 대해 '처음에 아이디어를 얻었을 때는 마치 퍼즐이 풀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라고 말했다. '조지프 커슈빙크' 박사는 '마리노 빙하시대(Marinoan, 6억 3900만~6억 35000만 년 전)'의 지층 형성 때의 지구자기를 조사해 틀림없이 적도 부근에 빙하가 존재했음을 보여 주었다. 그때까지는 박사 자신이 적도 부근에 빙하가 존재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조지프 커슈빙크' 박사가 처음 눈덩이 지구 가설을 발표한 것은 1988년 미국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열린 작은 세미나에서였다. 당시는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그 후 박사는 1992년에 줄무늬 철광상의 형성을 눈덩이 지구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는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1400쪽이나 되는 두꺼운 잡지에 실린 불과 2쪽의 논문은 거의 주목을 받지 못한 채 묻혀 버렸다.

 이런 상황이 크게 바뀐 것은 1998년의 일이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 교수인 '폴 호프먼(Paul Hoffman)' 박사가 '캡 카보네이트(Cap Carbonate)'라는 지층에 함유된 '탄소 동위 원소(같은 원소이면서 원자핵에 들어 있는 중성자 수가 서로 다른 원자)'의 비율을 눈덩이 지구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발표한 것이다. 그 후 눈덩이 지구 가설은 지질학적인 여러 '수수께끼'를 해결할 수 있는 가설로 전 세계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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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온실가스의 감소 이유

 '눈덩이 지구 가설'이 처음 처음 나왔을 무렵에는 빙하 퇴적물'의 연대 판단이 어려워 지구가 얼어붙은 횟수나 기간이 확실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재는 지구가 적어도 세 번에 걸쳐 얼음으로 뒤덮였음이 밝혀져 있다. 그리고 지구가 얼어붙은 원인도 온실가스 감소에 있다는 점도 틀림없다. 하지만 각각의 시대에 온실가스가 감소한 기본적인 이유는 지금도 알려져 있지 않아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지구 최초의 완전 동결인 '막가닌 빙하 시대(Makganyene, 23억~22억 2200만 년 전)'에는 남아 있는 지층이 적어서 조사 자체가 매우 어렵다. '조지프 커슈빙크' 박사는 '사이노박테리아'라는 조류의 탄생이 온실가스 감소로 이어진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지구가 갓 탄생했을 무렵, 대기에는 산소가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약 27억 년 전 무렵 지구에 시아노박테리아가 탄생해 광합성을 시작함으로써 대기에 처음으로 산소가 공급되었다. 산소는 대기 속의 '메테인(Metane)'을 분해해서 같은 수의 이산화탄소를 만든다. 이산화탄소의 온실 효과는 메테인의 약 24분의 1 정도이므로 그 만큼 지구가 더워지기 어려우므로 한랭해졌다는 것이다.

 두 번째 완전 동결은 첫 번째로부터 10억 년 이상 지나고 나서 일어났지만, 세 번째의 완전 동결은 두 번째 완전 동결이 끝난 뒤 곧 일어났다. 그리고 두 번째인 '스터트 빙하 시대(7억 2000만~6억 6300만 년 전)'는 약 5700만 년 동안 계속된 반면, 세 번째인 '마리노 빙하 시대(6억 3900만~6억 3500만 년 전)'는 불과 400만 년 만에 끝났다. 400만 년이라는 시간은 현재와 같은 정도의 화산 활동이 계속되고 있다고 생각했을 때 얼음이 녹기까지 이산화탄소가 축적되는 기간으로 아주 적당한 기간이다.

 그러나 '스터트 빙하시대'와 '마리노 빙하시대'의 차이나 단 기간에 전 지구 동결이 되풀이된 이유 등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전 지구 동결의 원인은 모두 같지 않아도 관계없다. 화산 활동이 극단적으로 약해지기만 해도 지구가 얼어붙을 정도로 한랭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여러 가지 가설 가운데 어느 가설이 지질학적인 증거를 가장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지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빙하 시대 시기
막가닌 빙하시대(Makganyene) 23억~22억 2000만 년 전
스터트 빙하 시대(Sturtian) 7억 2000만~6억 6300만 년 전
마리노 빙하 시대(Marinoan) 6억 3900만~6억 35000만 년 전

7. 전 지구 동결에서 생물은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그런데 우리 인간의 조상은 눈덩이 지구라는 가혹한 환경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이것은 눈덩이 지구 가설의 최대 수수께끼이다. 적어도 '막가닌 빙하 시대(약 23억 년 전)' 이전부터 지구에는 박테리아 등 비교적 단순한 생물이 존재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6~7억 년 전 무렵의 전 지구 동결 때는 그 후 나타나는 다세포 동물로 이어지는 복잡한 생물이 존재했을 것이다.

 '조지프 커슈빙크' 박사는 '온천'이 눈덩이 지구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생물의 '핫 스폿(Hot Spot)'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지적한다. 확실히 화산 분화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대기에 공급되었다면 지상에 온천 같은 것이 솟아 나오고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지열로 얼음이 녹고 있거나 바다의 얼음이 얇아져 빛이 물이 있는 장소까지 이르고 있었다면, 생물은 거기서 광합성 등을 해서 살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근년에는 사이노박테리아 등의 미생물이나 광물이 모여 '크리오코나이트(Cryoconite)'라는 입자 모양의 형태가 됨으로써 얼음 표면에 남아 있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크리오코나이트'는 시아노박테리아를 비롯한 여러 가지 미생물과 광물이 밀집해 생긴 입자이다. 실제로 평균 기온이 어는점 아래에 이르는 남극의 얼음 위 등에는 사진과 같은 크리오코나이트가 보이며, 거기에는 여러 가지 미생물이 서식한다. 크리오코나이트는 거무스레한 색깔을 띠기 때문에 태양광을 받으면 열을 지니며, 얼음에 깊이 40cm 정도까지의 구멍을 만든다. 구멍 내부에는 물이 고이기 때문에 물이 불지 않는 한 온도는 약 10℃ 가까이 유지된다. 크리오코나이트는 '시아노박테리아' 외에도 '곰벌레', '녹조류' 등 여러 가지 미생물이 존재한다. 이들 미생물은 '물'과 '시아노박테리아의 광학성에 의해 생기는 유기물'이나 '미생물의 사체'를 먹이로 삼아 구멍 속에서 계속 살아갈 수 있다.

크리오코나이트(Cryoconite)

7-1. '눈덩이 지구'는 '산소 농도의 급상승'을 일으켰다.

 '전 지구 동결'은 '대기의 산소 농도 상승', 나아가 '생명의 진화'에서 매우 중여한 사건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된다. 현재 대기에는 산소가 약 21% 들어 있다. 대기에 산소가 들어 있게 된 것은 27억 년 전 무렵에 탄생한 '시아노박테리아'에 의한 광합성 덕분이다. 하지만 산소 농도는 '시아노박테리아'의 탄생부터 서서히 높아진 것이 아니라, 2회에 걸쳐 급격히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산소 농도의 급상승 직전에는 지구가 완전 동결 상태로 있었다는 것이다. '산소 농도의 급상승'과 '눈덩이 지구'에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약 23억 년 전에 눈덩이 지구로부터 온난한 화경으로 되돌아오려면 현재의 1000배 이상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필요했으리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얼음이 녹기 시작하면 기온이 급격히 상승하기 때문에, 바닷물의 증발량이 늘어나 대량의 비가 내린다. 기온이 높으면 풍화의 진행도 빨라지기 때문에 지상으로부터는 금속 원소 등이 바다로 대량으로 유출된다. 실은 이때 시아노박테리아의 성작에 필요한 '인(P)' 등도 함께 바다로 운반되었다. 그 결과 전 지구 동결이라는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시아노박테리아는 얼음이 녹은 후 폭발적으로 번식했으리라 생각된다.

 멸종 위기로부터 벗어나 엄청난 번영을 이룬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함으로써 대기 속의 이산화탄소를 차츰 소비해 산소를 만들었다. 이리하여 원래는 현재의 10만 분의 1 이하였던 산소 농도는 '막가닌 빙하 시대' 직후에는 일시적으로 현재의 값까지 이르렀다. 그 후 1억~2억 년에 걸려 철 등의 산화에 의한 '산소 소비'와 '광합성에 의한 산소 생성'이 균형을 이루는 현재의 100분의 1 내지 1000분의 1의 값까지 낮아졌다고 한다. 산소 농도는 그 후 10억 년 이상 안정적으로 유지되었다가 6~7억 년 전의 눈덩이 지구 때 다시 급상승했다고 한다. 현재 대기의 산소 농도는 이렇게 형성되었다고 생각된다.

7-2. 폭발적인 산소의 증가'가 '생명의 진화'를 재촉한 것 같다.

 눈덩이 지구에서 겨우 살아남았다고 해도 '산소 농도의 급상승'에 적응할 수 없는 생물은 멸종되었다. 그래서 지구가 2회에 걸쳐 경험한 '산소 농도 급상승'에 의해, 지구상에 존재하던 생물의 세력에도 커다란 변화가 있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우리 인류는 다수의 세포로 이루어지는 '다세포 동물'이며, 세포 안에 핵이 있고 산소를 이용하는 '진핵 생물'이다. 실은 가장 오래된 다세포 동물의 화석은 '스터트 빙하 시대'의 직후인 6억 3000만 년 전의 지층에서 발견된다. 광합성을 하는 세포라면 몰라도, 다세포 동물이라는 복잡한 생물이 전 지구 동결이라는 가혹한 시대에서 살아남았으리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지구의 얼음이 녹고 나서 500만 년 정도밖에 틈이 없기 때문에 상당히 의문도 많지만, 산소 농도의 상승에 생명이 적응하는 과정에서 급격한 진화가 일어났으리라고 생각될 수 있다.

나아가 약 19억 전의 지층에서는 가장 오래된 '진핵 생물'의 화석이 발견된다. 그 이전 시대의 생물은 산소를 거의 이용할 수 없었으리라고 생각된다. 어쩌면 약 20억 년 전에 산소 농도의 급상승이 일어남으로써 산소를 이용할 수 있는 생물이 살아남고, 그 후 진행 생물로 진화를 했다고 볼 수도 있다. 어디까지나 가설에 불과하지만, 만약 지구가 지금까지 한 번도 지구 동결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지구에는 지금 시아노박테리아 같은 단순한 생물밖에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7-3. 지구는 다시 눈덩이가 될 가능성이 있을까?

 그러면 지구가 다시 얼음으로 뒤덮일 가능성은 없을까? 지구는 옛날에 비해 얼어붙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지구의 기온은 태양으로부터 얻는 에너지의 양에 크게 좌우된다. 실은 마지막으로 지구가 완전히 얼어붙은 약 6억 년 전에 비해 현재 태양에서 나온 빛의 에너지는 약 6% 강해지고 있다. 지구가 도달하는 에너지가 증가하는 만큼 지구는 옛날에 비해 훨씬 얼어붙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절대로 얼지 않는다고 할 수도 없다. '조지프 커슈빙크(Joseph Kirschvink)' 박사에 의하면, 예컨대 세계적으로 핵전쟁 등이 일어나는 등의 이유로 예측할 수 없는 환경의 변동이 일어나면 지구가 다시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고 한다. 나아가 장래에 만약 지구가 얼어붙는 경우에는 거기서 탈출할 때 커다란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중요한 점은 그때의 '이산화탄소 농도'와 '태양광의 세기'이다. 눈덩이 상태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고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지구가 지나치게 온난화되어 금성처럼 어떤 생물도 생존할 수 없는 고온의 행성이 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