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풍미'란 무엇인가?
- 고기의 씹는 맛은 '근육의 이음매'가 만든다.
- 입에 살살 녹게 만드는 지방산
- 숙성시킴으로써 고기의 부드러움과 풍미가 좋아진다.
- 고기 맛있게 조리하기
- 더 좋은 고기를 만들기 위해
- 고기의 등급
1. '풍미'란 무엇인가?
고기의 맛이 좋은 것을 '풍미가 가득하다.'고 표현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풍미'란 무엇일까? '풍미(Flavor)'란 어떤 음식으로부터 후각적·미각적으로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인지의 총체를 뜻하며, 경우에 따라 이는 온도·촉각·화학적 느낌을 포함할 수도 있다.
1-1. 풍미의 바탕
고기의 맛을 결정짓는 주요 성분은 단백질과 지방이다. 살코기 등을 구성하는 단백질의 비율은 어느 고기든지 20% 정도이다. 한편, 피하 지방과 살코기 사이에 들어가는 지방은 고기 종류나 부위에 따라 10~50%로 큰 차이가 있다. 고기의 종류나 부위에 따른 맛의 차이는 살코기와 비계가 붙어 있는 정도, 거기에 들어 있는 미미한 성분의 차이로 정해진다.
풍미의 바탕은 주로 살코기 부분에 들어 있는 '글루탐산(Glutamic Acid)'과 '이노신산(Inosinic Acid)'이다.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을 재료로 해서 만들어진다. 이 가운데 하나가 '글루탐산'이다. 또 생물이 근육을 움직일 때 에너지원으로 소비되는 'ATP(아데노신 3인산)'은 그 후 분해되어 '이노신산'이 된다. 동물을 고기로 해체하면, 근육이 분해되어 글루탐산이 생기거나, 세포의 활동이 완전히 정지하기 전에 세포 안에서 ATP가 소비·분해되어 '이노신산'이 생김으로써 고기에 풍미 성분이 축적된다.
사람의 혀는 '글루탐산'과 '이노신산'에 반응해 '풍미'를 느낀다. 이것은 혀에 있는 풍미를 느끼는 센서 '풍미 수용체'가 글루탐산이나 이노신산에 자극을 받아 뇌에 신호가 보내지기 때문이다. 특히 '이노신산'은 '글루탐산'과 동시에 존재할 때 글루탐산의 풍미를 증강하는 작용을 한다. 이 현상을 '풍미의 상승효과'라고 한다. 즙이 많은 고기가 맛있게 느껴지는 이유는 고기에서 넘쳐흐르는 육즙 속에 이 두 성분이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1-2. 고기의 맛을 북돋우는 향 성분은 1000종 이상이 있다.
또 우리가 고기를 맛볼 때는 향도 중요하다. 고기가 맛있는 특징을 결정하는 데에는 입에서 코 안쪽으로 올라오는 향이 큰 역할을 맡는다. 예컨대 코를 막으면 고기를 먹더라도 별로 맛이 없다. '쇠고기 같은 느낌', '돼지고기 같은 느낌' 등의 각각의 고기의 특징은 지방에 녹아든 향 성분에 의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가 고기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것은 피하 지방이나 살코기에 섞인 지방 등 비계에 들어 있는 향 성분이 입속에서 기체가 되어 콧속까지 이르기 때문이다. 코를 막으면 콧속의 공기 흐름이 멈추어 입속의 향이 콧속까지 이르지 못하기 때문에 음식물을 맛있게 느낄 수 없다. 고기의 맛을 북돋우는 향 성분은 1000종 이상 있다고 하지만 그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다.
2. 고기의 씹는 맛은 '근육의 이음매'가 만든다.
스테이크나 뼈에 붙은 고기는 절묘한 씹는 맛이 매력이다. 이처럼 '식감'도 고기 맛의 중요한 요소인데, 고기의 식감의 관건이 되는 것은 근육의 구조이다. 근육은 '근섬유'라는 섬유 모양의 구조가 다발이 된 것이다. 1가닥의 근섬유는 더 가는 '근원섬유'의 다발로 되어 있으며, 근원섬유도 '액틴(Actin)'과 '미오신(Myosin)'이라는 2종의 단백질에 의해 만들어진 섬유 모양의 구조가 다발로 된 것이다. 생물이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이 구조가 신축하기 때문이다. 층 모양으로 된 이 섬유 구조가 고기의 절묘한 식감을 만들어내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모든 고기가 같은 구조로 되어있다고는 하지만, 고기의 부위에 따라 딱딱함이나 씹는 맛은 달라진다. 그 이유는 많은 근섬유를 다발로 결합하는 '결합 조직'의 양이 다르기 때문이다. '결합 조직' 역시 '콜라겐(Collagen)' 등의 단백질로 이루어지는 섬유 모양의 구조로 되어 있다. 실은 '결합 조직'의 섬유 구조는 근육의 섬유 구조보다 튼튼하다. '결합 조직'의 양이 많은 고기일수록 끊어먹기 위해서는 힘이 필요하다. '결합 조직'에는 근육을 지탱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빈번하게 움직이는 근육일수록 결합 조직의 양이 많은 경향이 있다. 소와 돼지 등은 다리의 굵기에 대해 몸통의 크기가 크고 몸무게도 무겁다. 그래서 소 정강이나 넓적다리 같은 고기는 등 쪽의 고기보다 결합 조직의 양이 많아 단단하다. '결합 조직'에 많이 들어 있는 '콜라겐(Collagen)'은 장시간 푹 삶음으로써 풀어져 흐물흐물한 '젤라틴(Gelatin)'이 된다. 그래서 소 힘줄 등 결합 조직이 많이 들어있는 고기는 삶는 요리로 함으로써 부드러운 식감을 즐길 수 있다.
3. 입에 살살 녹게 만드는 지방산
어떤 고기든지 크게 나누면 '살코기'와 '비계'의 두 종류 부위로 되어 있다. '살코기 부분'은 동물의 골격근이라는 섬유 모양의 근육이다. 한편 '비계 부분'은 피부 아래나 살코기 부분 근육의 '틈새'에 들어간 지방이다. 또 근육 틈새에 하얀색 지방의 힘줄이 가늘게 들어 있는 상태의 고기를 '상강육(Marbling)'라고 한다. 맛있는 고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상강육(Marbling)'은 그 부드러움 때문에 입에 넣으면 마치 녹는 것 같다. 이 같은 '입에 살살 녹는 맛'을 결정하는 것은 고기의 지방에 들어있는 '지방산'이다.
고기에 들어 있는 대표적인 지방산은 '올레산(Oleic Acid)', '리놀산(Linolic Acid)', '리놀렌산(Linolenic Acid)'의 3종이다. 지방산은 사슬처럼 연결된 '탄소 원자(C)'와 '수소 원자(H)' 끝에 '카복시기(-COOH)'가 연결된 큰 분자이다. 이들 분자에는 탄소끼리 '이중 결합'된 부분이 있으며, 이것이 입에 살살 녹는 맛에 크게 관여한다. 실은 이중 결합이 많은 지방산일수록 분자끼리 유동성이 높아 움직이기 쉽다. 즉, 이중 결합이 많은 지방산이 많이 함유된 고기일수록 입속에서 녹은 지방에 의해 부드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4. 숙성시킴으로써 고기의 부드러움과 풍미가 좋아진다.
'숙성'이란 소나 돼지를 해체한 뒤 어느 정도의 시간 동안 4℃ 정도의 저온 환경에서 고기를 보관하는 것이다. 요즘에는 살코기와 지방이 적절히 섞인 고기 이외에도 '숙성육'이 맛있다는 평판이 있다. 그러나 실은 마트 등에서 파는 고기르 비롯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목는 고기는 기본적으로 모두 '숙성'된 것이다. 보통 슈퍼마켓 등에서 시판되는 고기라면 쇠고기는 약 10일, 돼지고기는 약 5일, 닭고기는 한나절 정도 숙성시킨 상태로 출하된다.
4-1. 쇠고기의 숙성
쇠고기를 예로, 가축을 해체하고 나서 숙성이 완료되기까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먼저 가축의 심장이 멎으면 혈액의 흐름도 정지하기 때문에, 근육을 비롯한 온몸의 세포에 산소가 전해지지 않는다. 산소가 부족하면 근육의 세포는 에너지원인 ATP를 만들기 어려워진다. 또 뇌 활동도 정지하기 때문에, 근육을 움직이는 지령도 내보내지 못한다. 그 결과 근육은 세포에 남은 ATP를 소비하면서 수축을 계속한다. 이것이 '사후 경직'이라는 현상이다. 해체된 직후의 고기가 딱딱해서 먹지 못하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세포에 축적된 ATP가 모조리 소비되면 사후 경직이 끝나고 근육은 부드러워진다.
소의 경우 사후 경직 후 1주일 정도 지나면, 근육 세포 속에 원래 함유된 '효소'의 작용으로 근육의 단백질이 분해되거나 소비된 ATP의 분해가 진행되거나 해서, 풍미 성분인 '글루탐산(Glutamic Acid)'과 '이노신산(Inosinic Acid)'이 증가한다. '이노신산'은 근육을 구성하는 액틴과 미오신의 구조를 완화해 근육을 부드럽게 하는 데도 일조를 한다. 이리하여 고기를 해체하고 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딱딱한 고기가 부드러워지며 이어서 풍미도 증가한다. 이것이 '숙성'이다.
또 숙성은 고기의 부드러움과 풍미를 증대시킬 뿐 아니라, 고기의 향을 높이는 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숙성 중에 단백질이 분해되어 생기는 아미노산이나 지방산이 공기 속의 산소에 닿아 산화한 물질은 가열했을 때 향의 바탕이 된다. 품질 좋은 소 특유의 달콤한 향은 숙성 중에 생긴 물질이 가열에 의해 '락톤(Lactone)'이라는 성분으로 바뀜으로써 생긴다. 그리고 음식점에서 제공되는 '숙성 고기'는 슈퍼마켓 등에서 판매되는 쇠고기보다 오랜 일수, 약 30~40일 정도 동안 숙성된 것이다.
그리고 쇠고기를 10일 이상 숙성시킬 때는 고기를 매달아 저온인 장소에서 건조하는 이른바 '드라이 에이징(Dry Aging)'이 주를 이룬다. 이 방법으로 장시간 숙성하면 오랜 시간에 걸쳐 단백질 분해를 진행하면서 잡균의 번식 등을 막을 수 있다.
4-2. 돼지고기나 닭고기의 숙성
하지만 돼지고기나 닭고기의 숙성 고기를 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짧은 기간 숙성되어도 충분히 부드러워지기 때문이다. 또 돼지고기나 닭고기가 많이 함유된 지방산의 이중 결합은 산화하기 쉬워, 오랜 시간 숙성시키면 '산화취(Oxidized Flavor)'라는 나쁜 냄새의 원인이 된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오랜 시간 숙성시키는 장점보다 단점이 크다고 할 수 있다.
5. 고기 맛있게 조리하기
5-1. 가열하면 더욱 맛이 풍부해진다.
향이 나는 '눌은 자리'나 '많은 육즙'은 식욕을 북돋운다. 고기에 불기를 가할 때 고기 속에서는 맛과 향을 좌우한는 두 가지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그것은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과 '슈트레커 분해(Strecker Degradation)'이다.
-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 '마이야르 반응'은 다른 이름으로 '아미노-카보닐 반응(Amino-Carbonyl Reaction)'이라고도 한다. 고기를 가열함으로써 살코기에 함유된 당분과 아미노산이 반응해 고기의 향이나 고기다움의 바탕이 되는 수백 가지나 되는 물질이 만들어진다. 숙성으로 단백질이 분해되어 마이야르 반응의 재료가 되는 아미노산의 양이 늘어나면 반응이 잘 이루어진다. 단, 마이야르 반응은 매우 복잡해서 그 전모는 아직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 슈트레커 분해(Strecker Degradation): '슈트레커 분해'는 '마이야르 반응'이 이루어짐으로써 생기는 반응이다. '마이야르 반응'의 결과로 만들어진 '다이케톤(Diketone)'이라는 여러 가지 물질이 다시 아미노산과 반응함으로써 '피라진(Pyrazine)' 등 질소를 함유하는 물질이 생긴다.
또 아미노산과 당의 반응 등에 의해 '함황 화합물(황 원자를 함유하는 물질)'도 많이 생성된다. 이들 물질에 의해 고기에 구워진 색깔이 나타나고, 향기로움과 고기다움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가열은 고기의 식감에도 변화를 준다. 근육을 구성하는 단백질이 가열됨으로써 형태를 바꾸어 굳고, 본래는 가지런하던 근육의 섬유 구조가 교란되기 때문이다. 또 열을 가하면 고기에 함유된 성분이 증발해 윤이 나고 싱싱함이 조금씩 사라진다. 고기를 굽는 정도는 고기의 향, 식감, 육즙을 조정하기 위해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5-2. 숙성과 비슷한 효과를 자아내는 '저온 조리'
고기를 맛있게 조리하는 방법 중에는 '저온 조리'라는 방법이 있다. '저온 조리'란 고기를 진공 팩에 넣고 65℃ 정도의 끓는 물로 오랜 시간 가열하는 방법이다. 한편 프라이팬으로 고기를 구울 때는 프라이팬 표면이 100℃ 이상이 되고 가열 시간도 몇십 초 내지 몇 분이다.
실은 저온에서 차분히 가열함으로써 고기 내부에서는 본래 며칠 걸려야 할 숙성과 비슷한 반응이 일어난다. 고기 속에 있는 단백질을 분해하는 효소는 40℃ 전후에서 가장 활발하게 작용한다. 저온 조리하는 동안에는 고기 내부의 온도가 오랜 시간 40℃ 전후가 된다. 이 때문에 가열 중에도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기 쉽고, 숙성과 마찬가지로 '글루탐산(Glutamic Acid)'이 생겨 풍미가 증대된다고 생각된다. 또 저온 조리를 하는 동안 '이노신산(Inosinic Acid)'의 작용으로 근육이 풀려 고기가 부드러워진다는 사실도 알려져 있다. 그 밖에도 저온 조리에는 단백질의 변성과 수분의 증발이 일어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부드럽고 윤기가 나는 고기 요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한다.
또 '숯불구이'도 숯불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이 고기를 맛있게 한다는 말이 있다. 저온 조리와 마찬가지로, 프라이팬에서 가열하는 것보다 고기의 온도 상승이 완만하기 때문에 단백질의 변성이나 수분 증발이 일어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단, 원적외선의 효과로 고기의 맛이 좋아진다는 근거는 특별히 없으며, 자세한 내용은 규명되어 있지 않다.
5-3. 조리법에 따라서는 부분적으로 '날것'으로도 먹을 수 있다.
고기를 가열하는 것은 고기를 가공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고기에 붙어 있는 세균을 죽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원래 고기의 내부는 아미노산, 당분, 수분 등이 풍부해 미생물 번식에 적합한 환경이다. 그래서 고기를 먹을 때는 식중독이나 감염증에 걸릴 위험이 따른다.
식중독 등의 주요 원인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동물의 장 속이나 피부에 있는 세균이다. 가축 등을 해체하는 과정에서 세균이 고기 표면에 붙으면, 식중독 등의 원인이 된다. 쇠고기에는 'O-157'이라는 대장균의 일종, 그리고 닭고기에서는 '캄필로박터(Campylobacter)'와 '살모넬라(Salmonella)'라는 균이 알려져 있다. 또 돼지고기와 사슴고기에는 해체 때 달라붙는 세균뿐 아니라, 바이러스나 기생충에 의한 식중독과 감염증의 위험도 있다. 돼지, 사슴, 멧돼지 등의 고기 내부에는 사람에게 간염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는 'E형 간염 바이러스'나 '기생충'이 있다.
그래서 쇠고기는 약간 덜 익혀 먹기도 하지만, 돼지고기나 사냥한 고기는 속까지 푹 구워서 먹어야 한다. 그리고 쇠고기나 닭고기의 내부에는 기본적으로 사람의 몸에 해로운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은 없다. 세균, 바이러스, 기생충을 죽이기 위해서는 63℃로 30분 가열하는 것이 기준이다. 온도가 5℃ 올라가면 필요한 가열 시간이 약 10분의 1이 된다고 한다. 계산상, 가열할 때 100℃ 정도가 되는 가정의 프라이팬에서는 고기 표면에 부착한 세균은 몇 초 동안의 가열만으로도 죽일 수 있다.
그리고 닭고기의 경우, 명확한 규칙은 없지만 가열해 먹는 것이 권장된다. 음식에서 날것으로 제공되는 닭고기는 표면에 균이 침입하지 않도록 각 점포의 책임 아래 위생 관리가 이루어진 것이다.
6. 더 좋은 고기를 만들기 위해
식육 업계에서는 육질 등급을 향상시키기 위해, '육성법의 개선'이나 '품종 개량'이 이루어져 왔다. 육성법 중에 유명한 것은 비타민 A를 줄인 사료를 먹이는 '비타민 제어'라는 방법이 있다. 이것은 '지방 교잡'을 늘리기 위해 이루어진다.
6-1. 육성법의 개선
비타민 A에는 지방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 소 근육의 결합 조직 안에서 지방이 늘어나는 기간은 생후 15~22개월 무렵이다. 이 시기에 비타민 A가 지나치게 높아지지 않도록 제어하면, 지방 세포가 성장해 '지방 교잡'이 늘어난다고 한다. 또 먹이에 들어있는 성분은 지방에 녹아들어 고기의 풍미나 색깔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6-2. 품종 개량
'종우(식육용 소를 만들기 위해 기르는 소, 씨수소·씨암소가 있음)'는 '육종가(Breeding Value)'라는 값으로 '종우'로서의 좋고 나쁨이 판단된다. '종우'의 육종가는 '태어난 새끼소의 수량'이나 '지방 교잡' 등의 품질에 덧붙여 '혈연관계에 있는 소의 품질' 등 방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육종가 높은 종우를 부모로 하는 것을 거듭하면 육질이 좋은 소의 출생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진 품종 개량에서 태어난 새끼소의 고기를 보고 부모의 육종가를 판단해 더 좋은 혈통을 만들어 왔다. 그러나 이 방법으로 품종 개량을 진행하려면 연 단위의 시간이 걸린다. 실제로 '지방 교잡'이 뛰어나 고기로 세계적으로 유명한 일본의 '구로게와규'는 100년 정도 걸려 이루어진 품종 개량의 결과로 탄생했다고 한다. '구로게와규'에게는 다른 품종의 소에 비해 결합 조직에 지방이 들어가기 쉬운 특징이 있다.
6-3. 유전 정보를 이용해 맛있는 고기 만들기
품종 개량을 효율적으로 하기 위해 소의 유전 정보 연구도 이루어지고 있다. 예컨대 지금까지의 소의 몸속에서 지방산을 만들어 내는 유전자 'FASN(에프에이에스엔)'이나, 지방산의 종류를 바꾸는 유전자 'SCD(에스시디)'가 발견되었다. 각각의 유전자에는 2종의 형태가 있으며 '지방 교잡 정보'나 '지방에 함유되는 지방산의 비율'에 영향을 미친다.
유전 정보를 축산 분야에 응용하는 일은 세계 각국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유전자를 자유롭게 변형시킬 수 있는 '게놈 편집(Genome Editing)' 기술도 기대되며, 세계적으로 기술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게놈 편집'을 이용해 개발된 식품의 취급 방법에 대해서는 세계 각국에서 별도로 검토가 이루어지고 있다.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맛있는 고기를 만들려는 시도는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7. 고기의 등급
2023년 기준 한국의 경우, 쇠고기의 등급은 '육질(고기의 질)'과 '육량(고기의 양)'을 기준으로 정해진다. '육질 등급'은 '지방의 정도', '고기의 색', '지방의 색', '조직감', '성숙도'에 따라 고기의 품질을 1++, 1+, 1, 2, 3등급의 5개 등급으로 구분한다. '육량 등급'은 '도체 중량(도축한 다음 껍질·발목·머리·내장을 제거한 나머지 중량)', '등지방의 두께', '등심 단면적'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고기의 양의 많고 적음을 표시하는 기준으로, A·B·C의 3등급으로 나누어진다. 그리하여 1++A, 1+B, 2C, 3A 등의 방식으로 쇠고기의 등급을 나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