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전쟁의 무대는 우주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 인공위성은 사회의 중요한 인프라
- 군사 위성
- '위성 공격 무기(ASAT)'의 4가지 유형
- '위성 공격 무기(ASAT)'에 대한 대처
- 우주 전쟁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
1. 전쟁의 무대는 우주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다.
인류의 역사에서 전쟁이 일어나는 장소는 육지에서 바다로, 그리고 하늘로 넓어져 왔다. 그리고 최근에는 컴퓨터 네트워크에 구축된 사이버 공간으로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었다. 그리고 지금 전쟁의 무대는 우주 공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 '우주 전쟁'의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우주 전쟁'이 일어나는 날이 그리 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우주전쟁'이라고 하면 영화 '스타워즈(Star Wars)'나 로봇 애니메이션 '건담(Gundam)'처럼 조종사가 탑승한 전투기와 로봇이 우주 공간에서 싸우는 장면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려되는 우주 전쟁의 모습은 그런 것과는 많이 다르다. 현재 우려되는 우주 전쟁의 모습은 지구를 선회하는 무수한 '인공위성의 무력화'를 목표로 한 국가끼리의 대항전이다.
최근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무기의 개발과 실험이 각국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2021년 11월 15일에는 러시아가 지상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실험해 성공했다. 또 미국은 우주 분야에서 특화한 군대인 '우주군(US Space Command)'을 2019년 12월에 창설했다. 한국에서는 2022년 1월에 군사 우주 관련 업무를 총괄할 '군사우주과'가 신설되었다. 일본에서도 2020년 5월에, 우주 쓰레기나 타국의 위성 등을 감시할 목적의 '우주작전대(일본어: 宇宙作戦隊, 영어: Space Operation Squadron)'가 발족했다.
인공위성에는 민간 기업이 상업 서비스를 위해 운용하는 '상업 위성'과, '정부가 운용하는 위성', 군사 목적으로 이용되는 '군사 위성(MILSAT: Military Satellite)'의 3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전쟁과 직접 관련된 것은 '군사 위성'이다. 단, 최근에는 많은 '군사 위성'이 정부의 필요에 의해 운영되는 동시에 군사용으로도 사용되고 있으며, 상업 위성이 제공하는 정보와 서비스가 군사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하나의 위성이 몇 가지 용도로 쓰이는 것을 '듀얼 유스(Dual Use)'라고 한다. 그래서 일반적인 인공위성이라도, 우주 전쟁의 위협과 완전히 분리할 수는 없다.
2. 인공위성은 사회의 중요한 인프라
인공위성을 이용한 상업 서비스는 지금 우리 사회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인프라(infrastructure)'라고 할 수 있다. 상업적으로 사용되는 위성에는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날씨 예보에 사용되는 '기상 위성(Meteorological Satellite)', 통신에 사용되는 '통신 위성(Telecommunication Satellite)' 등이 있다.
-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GPS): 대부분의 사람이 스마트폰이나 자동차 내비게이션에 탑재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를 사용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GPS는 미국 국방부가 운용하는 24기의 인공위성이 고도 20000~40000km의 타원 궤도를 선회하고 있다. GPS는 이들 인공위성으로부터 '전파(Radio Wave)'를 수신함으로써 현재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GPS는 스마트폰의 '지도 앱(Map App)'이나 '내비게이션(Navigation)' 이외에도 '항공기나 선박의 위치 확인', '측량(지표의 각 지점의 위치와 그 지점들 간의 거리를 구하고 지형의 높낮이·면적 따위를 재는 일)', '시각 동기(Time Synchronization)' 등 여러 가지 용도로 사용된다.
- 기상 위성(Meteorological Satellite): 또 날씨 예보에는 '기상 위성'의 관측 데이터가 사용된다. '기상 위성'은 적도 상공 약 36000km의 원 궤도를 선회하고 있다. 이 고도에서는 '인공위성의 공전 주기'가 '지구의 자전주기(24시간)'와 거의 일치하기 때문에, 지구상에서는 적도 상공읜 한 지점에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처럼 지표면에서 볼 때 같은 곳에서 정지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위성을 '정지 위성(Geostationary Satellite)'이라고 부른다.
- 통신 위성(Telecommunication Satellite): 휴대 전화를 사용하려면 '전파 송수신'이 필요하다. 전파를 중계하는 기지국이 도시를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도시에서는 충분히 전파가 연결된다. 하지만 '산간 지방', '외딴섬', '해상'처럼 기지국에서 멀어 전파의 송수신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다. 그런 장소의 통신에 사용되는 것이 '통신 위성'이다.
3. 군사 위성
한편 '군사 위성'은 '전쟁', '인도적 지원', '영토와 영해의 방위·감시', '테러 대책' 등에 사용되는 인공위성이다. 군사 위성의 보유수를 살펴보면, 미국이 128기, 중국이 109기, 러시아가 106기, 일본은 14기이다. 군사 위성의 종류에는 GPS를 비롯한 '위치 확인 위성', '통신 위성', '기상 위성', '정찰 위성', '조기 경보 위성' 등이 있다.
- 위치 확인 위성(Positioning Satellite): '위치 확인 위성'은 전투기와 전함, 전장에 있는 병사의 위치 확인에 사용된다. 또 발사한 미사일을 표적까지 정확하게 유도해 명중 정확도를 높이는 데에도 '위치 확인 위성'이 이용된다.
- 통신 위성(Telecommunication Satellite): '통신 위성'은 문자 그대로 통신에 사용된다.
- 기상 위성(Meteorological Satellite): '기상 위성'은 군사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지의 기상 상황을 관측한다.
- 정찰 위성(Reconnaissance Satellite): '정찰 위성'은 카메라와 센서로 지상의 모습, 예컨대 타국 군대의 동향 등을 파악·감시하기 위한 군사 위성이다. 단, 민간 기업이 운용하는 '지구 관측 위성'의 화상이 군사 목적으로 이용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둘러싸고는 미국의 민간 기업 '맥사 테크놀로지스(Maxar Technologies)'가 제공한 위성 사진이 여러 번 보도되었다. 이들 위성 사진에는 러시아군 진군의 모습은 물론, 전년 단계에서 러시아군이 국경에 집결한 모습도 포착되었다. '정찰 위성'은 일반적으로는 고도 1000km 이하의 저궤도에 배치된다.
- 조기 경보 위성(Early Warning Satellite): '조기 경보 위성' 타국의 미사일 발사를 즉각 탐지하기 위한 군사 위성이다. 미사일 발사에 수반되는 열을 적외선 카메라로 포착함으로써 탐지한다. '조기 경보 위성'은 '정지 위성'이다.
3-1. 군사 위성은 국가의 아킬레스건
우주에서 지구 전역을 내려다보고 온갖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관리할 수 있는 '군사 위성 시스템'은 국가의 '군사 전략'과 '안정 보장'의 요체가 된다. 그러나 바로 그 때문에 군사 위성에 대한 공격은 적국에게는 유효한 전략이 된다. 전쟁에서 인공위성은 최초의 유력한 목표물이 될 것이다. 적국 군사력의 중추인 '군사 위성'을 우선 무력화함으로써, 그 후의 전투를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게다가 우주 공간에 있는 '군사 위성'은 무방비이므로 비교적 쉽게 공격할 수 있다. 적국의 영토에는 군대와 미사일 같은 무기가 갖추어져 있지만, 우주 공간의 인공 위성을 방위하는 수단은 매우 한정적이다. 따라서 '적국의 인공위성 무력화'는 비용 대비 효과가 가장 큰 군사 전략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전쟁을 하려는 나라가 '군사 위성'을 우선 공격하는 전략을 구사하지 않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특히 미국의 군사력은 고도의 '군사 위성 시스템'으로 유지되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다른 나라가 그것을 파괴해 버리면, 미국의 군사력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할 우려가 있다. 실제로 러시아와 중국이 그 약점을 잡고, 인공위성을 무력화하는 기술의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해서 미국은 최근에 경계를 강화해 왔다.
3-2. 우주 관련 군대의 재편
그리고 2019년 12월, 미국은 우주 분야의 활동에 특화한 군대인 '우주군(US Space Command)'을 창설했다. '우주군' 창설의 창단식에서 당시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1946~)'는 "우주는 가장 새로운 영역"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우주군'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병사와 전투기가 우주에 나가 싸우는 것은 상정하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우주군'은 군사 위성의 개발부터 운용·방위·감시까지 우주의 안전 보장에 관한 임무를 통과하기 위한 조직이다.
우주 관련 군대의 재편은 러시아, 중국, 프랑스 등에서도 진행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2022년 1월에 '군사우주과'가 신설되었다. 한국 함동참모본부에 따르면, '군사우주과'는 육군·해군·공군과 연계한 합동 우주 작전 수행 개념을 정립하고 체계를 구축하는 등 '군사 우주 관련 업무'를 총괄한다. 일본에서도 2020년 5월에 '항공 자위대' 안에 우주 분야의 임무를 담당하는 새 부대 '우주작전대'가 발족했다. 인원은 약 20명이고, '우주작전대'의 주요 임무는 일본의 인공위성을 방위하기 위한 '우주 상황 인식 시스템(SSA: Space Situational Awareness)'를 구축하는 것이다.
4. '위성 공격 무기(ASAT)'의 4가지 유형
인공위성을 파괴, 또는 그 기능을 방해하는 무기를 '위성 공격 무기(ASAT)'라고 한다. 그리고 'ASAT'은 주로 '미사일(Missile)', '레이저(Laser)', '전파 방해(Jamming)', '킬러 위성(Killer Satellite)'의 4개 유형으로 나뉜다.
4-1. ASAT 미사일
첫 번째 '위성 공격 무기(ASAT)'는 '미사일(Missile)'이다. '위성 공격 무기(ASAT)' 가운데 가장 개발 역사가 오래된 것이 지상의 기지와 차량, 전투기 등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ASAT 미사일(ASAT Missile)'이다. 'ASAT 미사일'의 개발과 실험은 '동서 냉전(1945년~1989년)'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동서 내전'이란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자본주의 진영'과 소련을 중심으로 한 '공산주의 진영'이, 전쟁의 포화를 주고받지 않으면서 대립하는 것을 말한다. 1968년 소련이 최초의 'ASAT 미사일' 실험을 했지만, 표적으로 삼은 자국 인공위성에 명중하지 않았다. 미국은 1984년부터 실험을 시작해 1985년에 자국의 인공위성에 명중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 당시는 미국과 러시아 모두 'ASAT 미사일'로 상대의 인공위성을 실제로 공격할 계획은 없었던 것 같다. 어디까지나 견제 목적으로 'ASAT 미사일' 실험을 했을 것이다. 양국은 핵무기 보유국이기 때문에, 상대를 공격하면 자신 역시 핵무기로 반격을 받아 자국이 막대한 손실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동서 냉전'은 항상 이런 긴장 관계에 놓여 있었으며, 그것이 오히려 전쟁 억지력이 되었다.
이런 동서 냉전의 긴장 관계를 배경으로, 우주 공간은 이른바 '성역'으로 인공위성을 공격하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양해가 국제 사회에 있었다고 한다. 실제로 1985년 이후 약 20년 동안 'ASAT 미사일'의 실험은 진행되지 않았다. 하지만 2007년에 중국이 노후화된 자국의 군사 위성을 'ASAT 미사일'로 파괴하는 실험을 했다. 이것은 우주 공간을 둘러싼 2가지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다.
- 우주 쓰레기 문제: 하나는 '우주 쓰레기(Space Debri)' 문제이다. '우주 쓰레기'란 사용을 마친 인공위성이나 그 파편 같은 우주에 떠다니는 쓰레기를 말한다. 우주 쓰레기는 '지구 선회 궤도'에 장기간 계속 머물다 인공위성이나 '국제 우주 정거장(ISS)'과 충돌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2007년 중국의 'ASAT 미사일' 실험에서는 확인할 수 있는 크기인 것만 해도 3000개 이상의 우주 쓰레기가 우주 공간으로 흩뿌려졌다.
- ASAT 개발 실험의 불씨를 되살렸다는 문제: 또 다른 문제는 ASAT 개발 실험의 불씨를 되살린 것이다. 우주는 성역이라는 암묵의 양해가 중국의 실험으로 깨어짐으로써, 미국과 러시아도 다시 'ASAT 미사일' 실험을 시작했다. 미국은 2008년 발사 뒤 바로 고장 난 자국의 정찰 위성 'USA-193'을 'ASAT 미사일'로 파괴했다. 'USA-193'에는 유해 물질인 '하이드라진(Hydrazine)' 연료가 탑재되어 있어, 그것이 지상으로 낙하하면 위험하기 때문에 파괴한 것이라고 미국 정부는 설명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항할 의도가 있었음은 부정할 수 없다.
그 후에는 우주 쓰레기의 발생을 우려했는지 '인공위성의 파괴를 수반하지 않는 ASAT 미사일의 발사 실험'이 이어졌다. '중국(China)'은 2013, 2014년, 2015년, 2018년에, '러시아(Russia)'는 2018년, 2020년에 '인공위성의 파괴를 수반하지 않는 ASAT 미사일의 발사 실험'을 되풀이하였다. 하지만 2019년 3월에 '인도(India)'가 'ASAT 미사일'을 발사해 고도 약 300km의 저궤도에서 자국의 인공위성을 파괴해 '인공위성의 파괴를 수반하는 ASAT 미사일의 발사 실험'이 시작되었다.
2021년 11월 15일에는 러시아가 'ASAT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노후화된 군사 위성을 파괴했다. 이때 발생한 우주 쓰레기가 '국제 우주 정거장(ISS)'에 접근해 체재 중인 우주 비행사가 대피해야 하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때 발생한 우주 쓰레기는 한 변이 10cm 이상인 추적 가능한 것만으로 1500개 이상이나 되었다고 한다.
러시아의 이 ASAT 미사일 실험은 2022년 2월에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무관하다고 할 수 없다. 러시아의 'ASAT 미사일 실험은,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는 'NATO(북대서양 조약 기구)' 가입국을 견제할 의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로서는 NATO의 군사 개입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ASAT 실험으로 군사 개입을 하면, 군사 위성을 공격해 큰 타격을 줄 용의가 있다는 메시지를 보내, NATO를 견제한 것이다. 실제로 NATO는 군사 개입을 하지 않았다. 'ASAT에 의한 억제력'과 '핵무기에 의한 억제력'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4-2. 레이저(Laser)
두 번째 '위성 공격 무기(ASAT)'는 '레이저(Laser)'다. '레이저 무기(지향성 에너지 무기)'는 미사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유력한 무기로 최근에 각국에서 군사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레이저(Laser)'란 지향성에 뛰어난 전자기파를 발생시키는 장치를 말하며, 출력이 높은 레이저는 전투기나 미사일을 파괴할 수 있다. '레이저 무기'는 광속으로 순식간에 표적을 파괴할 수 있고, 탄알을 보충하지 않아도 되는 미사일 무기에는 없는 이점을 가지고 있다. 전력만 공급하면 된다.
중국에서는 300kW급 지상 배치형 'ASAT 레이저'를, 러시아에서는 항공기 탑재형 'ASAT 레이저' 개발을, 이미 완료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또 레이저는 저출력 타입이라도 인공위성의 광학 센서와 카메라에 쬐어 그 기능을 무력화할 수 있다. 예컨대 중국은 2005년 '차량 탑재형 레이저'로 저궤도 위성의 광학 센서를 무력화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4-3. 전파 방해(Jamming)
세 번째 '위성 공격 무기(ASAT)'는 '전파 방해(Jamming)'다. 러시아는 이미 '전파 방해' 장치'를 몇 번이나 타국에 대해 사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2018년 노르웨이에서 실시된 NATO의 대규모 군사 훈련 때는 전파 방해를 받아 GPS를 일시적으로 사용할 수 없었으며, 일부 민간기의 항해도 지장을 받았다. NATO는 이것을 러시아가 한 일이라고 비난했지만, 러시아는 부정하고 있다. ASAT를 사용하는 측에게 중요한 것은 누가 공격했는지가 특정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반격될 위험 없이 표적인 위성을 무력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파 방해'는 ASAT 중에서 가장 공격자를 특정하기 어려운 방법이다.
일본에서는 2021년 9월에 '방위성(MOD: Ministry of Defense)'이 '전파 방해' 연구에 착수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 타국의 군사 위성 시스템을 방해하는 것을 염두에 둔 연구 개발이라고 한다.
4-4. 킬러 위성(Killer Satellite)
네 번째 '위성 공격 무기(ASAT)'는 '킬러 위성(Killer Satellite)'이다. '킬러 위성(Killer Satellite)이란 인공위성을 파괴 또는 방해하는 기능을 가진 인공위성을 말한다. 중국, 러시아, 미국, 프랑스 등에서는 최근에 킬러 위성을 개발하고 있다. 각국이 개발하고 있는 '킬러 위성'은 '타국의 인공위성을 로봇팔이나 그물로 포획하는 유형', '출력이 높은 마이크로파를 쬠으로써 인공위성 내부의 전자 회로를 고장나게 하는 유형', '화학 물질을 내뿜어 기능을 잃게하는 유형', '전파를 사용해 통신을 방해하는 유형' 등 여러 가지 기능을 가진 '킬러 위성(Killer Satellite)'을 추진하고 있다고 한다. 킬러 위성이라고 하면 레이저를 발사해 인공위성을 파괴하는 이미지를 먼저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파괴력을 갖춘 레이저를 인공위성에서 발사하는 것은 현재의 기술로는 어려워 현실적이지 않다.
미사일로 인공위성을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것은, 우주 공간에 대량의 우주쓰레기를 만들어내며, 그것은 결과적으로 자국의 인공위성에도 악영향을 준다. 그 점에서 '킬러 위성'은 유효한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예컨대 로봇팔이나 그물을 탑재한 킬러 위성은, 적국의 인공위성을 붙잡아 대기권으로 유도해 연소시킴으로써, 우주 쓰레기를 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또 그것이 무기인지 아닌지 알아차리기 어렵다는 것도 킬러 위성의 특징이다. 예컨대 '인공위성을 수리하기 위한 로봇팔 기능', '우주 쓰레기를 제거하기 위한 그물 기능을 가진 인공위성'은 운용하기에 따라서는 '킬러 위성'으로 갑자기 변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중국은 2016년 11월, 로봇팔을 갖춘 인공위성 '스젠 17호'를 발사했다. '스젠 17호'는 지금까지 우주 쓰레기를 로봇팔로 포획해 대기권으로 유도하고 연소시켜 바다 위에 안전하게 떨어뜨리는 실험을 해 왔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미국 우주군의 '제임스 디킨슨(James Dickinson)' 사령관은 2021년 4월 이 '스젠 17호'가 무기로 이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다. 이것은 물론 미국 측의 견해이지만, 필요할 경우 유용한 기술이 무기로 사용될 가능성을 부정할 수는 없다. 이것은 어느 국가나 어느 기술에도 똑같이 말할 수 잇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투명성', 즉 '활동 내용'을 제3자에게 분명하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예컨대 일본 기업 '아스트로스케일(Astroscale)'은 민간 기업으로는 세계 최초로 우주 쓰레기 제거 기술 실증 위성 'ELSA-d'를 2021년 3월에 발사했다. 그리고 2021년 8월에는 'ELSA-d'에 탑재된 자석으로 우주 쓰레기를 포획하는 실험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아스트로스케일'은 실험 목적, 실험 내용, 장소 등을 모두 자세히 공개하고 적극적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투명하게 밝히면 '킬러 위성'이라고 의심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5. '위성 공격 무기(ASAT)'에 대한 대처
5-1. 인공위성의 의도적인 이상 접근이 잇따르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2015년부터 자국의 인공위성끼리 접근시키는 실험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그 의도는 밝혀지지 않았다. 게다가 자국의 인공위성뿐만 아니라, 타국의 인공위성으로의 접근도 반복하고 있다. 예컨대 2018년 9월, 러시아의 인공위성 'Luch-Olymp'가 프랑스의 군사 위성 'Athena-Fidus'에 이상 접근했다. 이에 대해 프랑스 정부는 '전파 방수'를 통한 스파이 행위를 목적으로 한 접근이라며 러시아를 비난했다. '전파 방수'란 통신에서, 통신을 직접 받는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통신을 우연히 또는 고의적으로 수신하는 일이다.
러시아의 군사 위성 중에 흔히 '마트료시카 위성(Matryoshka Satellite)'이라고 불리는 '코스모스 2542'라는 위성이 있다. '코스모스 2542'는 2020년 1월 중순 무렵부터 미국의 정찰 위성 'USA-245'의 궤도에 접근해 몇 개월 정도 주위를 계속 비행했다. 'USA-245'는 '코스모스 2542'의 접근을 피하려고 선회 궤도를 바꾸었지만, 그래도 '코스모스 2542'는 계속 뒤따라왔다고 한다. '코스모스 2542'는 그 속에 또 다른 위성 '코스모스 2543'을 탑재하고 있었다. '코스모스 2542'에서 방출된 '코스모스 2543'은 2020년 6월 자국의 군사 위성과 같은 궤도에 들어가 접근 비행을 계속했으며, 그 후 두 위성은 100m 거리를 유지하면서 지구를 선회했다고 보고되었다. 나아가 '코스모스 2543' 역시 또 다른 위성 또는 다른 어떤 물체를 자국 이외의 위성을 향해 발사했다는 보고도 있다. 하지만 러시아가 무엇을 위해 이런 실험을 계속하는지는 밝혀진 바가 없다.
5-2. ASAT 실험이라고 의심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아래는 각국이 했던 '위성 공격 무기(ASAT)' 실험이라 의심되는 주요 사례를 정리한 것이다.
- 1968년: 소련이 ASAT 미사일 발사 실험 (실패)
- 1985년: 미국이 전투기에서 ASAT 인공위성을 파괴
- 2005년: 중국이 차량 탑재형 화학 레이저로 저궤도 위성의 광학 센서를 무력화
- 2007년: 중국이 지상에서 ASAT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기상 위성을 파괴
- 2008년: 미국이 전함에서 ASAT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정찰 위성을 파괴
- 2010년: 중국이 인공위성끼리의 근접 실험과 포착 실험 (2016년에도 실시)
- 2013년: 중국이 인공위성의 파괴를 수반하지 않는 ASAT 미사일의 발사 실험 (2014년, 2015년, 2018년 실시)
- 2014년: 러시아가 전파 방해 장치를 우크라이나군을 향해 사용
- 2014년: 러시아가 인공위성끼리의 근접 실험 (2015년, 2017년, 2019년, 2020년에도 실시)
- 2018년: 중국이 '스플래틀리 제도(난세이 제도)'에 전파 방해 장치를 설치
- 2018년: 러시아가 인공위성의 파괴를 수반하지 않는 ASAT 미사일 바랏 실험 (2020년에도 실시)
- 2018년: 러시아의 인공위성이 프랑스의 군사 위성에 이상 접근
- 2018년: 러시아가 노르웨이에서의 NATO 군사 훈련 중 GPS를 전파 방해
- 2019년: 인도가 지상에서 ASAT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인공위성을 파괴
- 2020년: 중국이 지상배치형 ASAT 화학 레이저 개발을 완료 예정
- 2020년: 러시아가 항공기 탑재형 ASAT 화학 레이저 개발을 완료 예정
- 2020년: 러시아의 군사 위성 '코스모스 2542'가 미국의 정찰 위성 'USA-245'에 이상 접근해 수개월 정도 근방을 비행
- 2021년: 러시아가 지상에서 ASAT 미사일을 발사해 자국의 군사 위성을 파괴
5-3. 우주 상황 인식 시스템(SSA)
그러면 이들 무기로부터 자국의 인공위성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주 상황 인식 시스템(SSA: Situational Awareness System)'의 구축이다. '우주 상황 인식 시스템(SSA: Situational Awareness System)'이란 지상의 레이더와 광학 망원경 이외에 SSA 위성 등으로 우주 공간을 상시 감시하는 체제를 말한다. 우주 쓰레기와 인공위성의 수상한 움직임을 SSA로 탐지함으로써 여러 대책을 취할 수 있다.
'레이더(Radar)'와 '광학 망원경(Optical Telescope)'을 구사하면, '정지 위성'이 선회하는 궤도인 고도 36000km까지의 우주 공간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단, 지상의 '레이더'와 '광학 현미경'만으로는 그들이 배치된 지역의 상공밖에 바라볼 수 없다. 그래서 '레이더'와 '광학 망원경'을 탑재한 인공위성인 SSA 위성을 우주 공간에 배치하는 일도 필요해진다. 그러면 실제로 각국은 어떻게 대처하고 있을까?
- 미국의 대처: 미국은 그 '영토(나라의 주권이 미치는 땅의 범위)' 안에서는 거의 완전한 SSA를 갖추고 있다. 또 영토 밖에서는 NATO 가입국과 제휴하면서, 그 감시망을 넓히고 있다.
- 일본의 대처: 일본에서도 자국의 인공위성을 방어하기 위한 SSA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그것을 주도하는 것이 2020년 5월에 발족한 '우주작전대'이다. '레이더'와 '광학 망원경'은 운석 탐지를 위한 'JAXA(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 기구)'를 이용하고 2023년부터 새로 6기의 레이더를 야마구치현에 배치할 예정이라고 한다. 또 우주작전대는 2026년까지 SSA 위성 발사를 계획하고 있으며, SSA의 감시망을 넓히기 위해 미국 '우주군'과의 제휴도 추진하고 있다.
- 한국의 대처: 한국은 우주 위험으로부터 국민의 안전과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우주개발진흥법 제15조'에 의거하여 '제1차 우주 위험 대비 기본 계획'을 수립하고, 한국천문연구원을 '우주환경감시기관(NSSAO)'으로 지정하여 '우주 위험 감시에 필요한 정책·기술 등의 기반'을 확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5-4. '컨스텔레이션' 기술로 위험을 분산한다.
'우주 상황 인식 시스템(SSA)'로 인공위성의 수상한 움직임을 탐지했을 때, 가장 유효한 방법은 궤도 고도를 조정하여 피하는 것이다. 그것과는 별도로 ASAT 대책으로 유효한 것이 '위험 분산'이다. 인공위성 그 자체에 공격과 방어 기능을 갖추는 방법도 있지만, 인공위성은 언젠가는 부서지는 것이다. 따라서 인공위성 그 자체의 기능을 높이기보다는 그 인공위성이 맡은 역할을 다른 시스템으로 대체해 위험을 분산하는 방법 쪽이 비용 면에서 장점이 많다고 생각된다. 예컨대 다수의 소형 위성을 서로 협조시키는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이라는 기술이 있다. 인공위성 1기에만 특정 기능을 부여하면, 그것이 만약 파괴되거나 고장이 났을 때 손쓸 방법이 없다. 하지만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 기술을 이용하면, 복수의 위성 가운데 어떤 하나가 기능을 잃어도 다른 인공위성이 곧 커버하는 유연성 있는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
실제로 '스페이스 X(Space X)'에서는 '컨스텔레이션' 기술을 사용한 지구 규모의 통신 네트워크 '스타링크(Starlink)'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수천 기의 위성이 협조하기 때문에, 설령 몇 기가 파괴되어도 전체 통신망은 사라지지 않고 남는다. 2022년 2월 기준, '스타링크' 위성은 2500기의 발사가 완료되어 10만 세대 이상에 인터넷 회선을 제공하고 있다.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2022년 2월 26일, 스타링크 통신망을 러시아로부터 침공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우크라이나의 지상 회선이 러시아로부터 사이버 공격을 받아도 스타링크라면 안정된 인터넷 접속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스타링크에 의한 인터넷 회선을 단절시키길 원할 것이다. 그러나 'ASAT 미사일'로 위성을 몇 기 격추해도 그다지 효과는 없을 것이다.
6. 우주 전쟁을 저지하기 위해 필요한 것
우주 전쟁의 발발은 막아야만 한다. 그러면 우주 전쟁을 저지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당연하겠지만, 우주에서의 전투를 피하려면 우선 국가 사이의 전쟁을 피해야 한다. 지금까지 설명한 것처럼 인공위성에 대한 공격은 전쟁 수단의 하나이다. 전쟁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우주 전쟁을 저지하기란 어렵다. 그러면 ASAT의 사용이나 스파이 행위가 일어나지 않게 하는 직접적인 방법은 없을까? ASAT의 사용이나 스파이 행위를 하면, 반대로 그 나라가 큰 손실을 입는 그런 상황을 국제 사회에 만드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우주 공간의 법률을 만들고, 그것을 깨뜨린 나라에 징벌을 주는 메커니즘이 유효하다.
1967년, 우주 이용에 대한 인류 최초의 기본법인 '우주 조약'이 발효됐다. 미국, 러시아, 중국, 한국을 포함한 100개국 이상이 우주 조약에 '비준(조약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동의하는 절차)'했다. 우주 조약 제4조에서는 핵무기 등의 대량 파괴 무기를 운반하는 물체를 선회 궤도로 올리는 것, 또 그것을 우주 공간에 배치하는 것을 금하고 있다. 하지만 우주 쓰레기의 발생을 수반하는 'ASAT 실험'이나, '킬러 위성의 배치', '인공위성에 의한 스파이 행위' 등을 금지하는 조문을 없다. 당시에는 ASAT가 개발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에 해당하는 조문이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주 조약을 고치려는 움직임이 실제로 국제 사회 안에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법 정비와 더불어 중요한 것이 2가지 더 있다.
- '규칙을 깬 나라'를 특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들기: 첫째는 '규칙을 깬 나라'를 특정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규칙을 깬 나라'에 징벌을 주는 체제가 가능해도 범행을 증명할 수 없으면 벌할 수 없다. 우주 공간은 지상에서 보기 어려운 장소이므로, 이점이 중요하다. 그리고 우주 공간에서 범인을 특정하려면 SSA의 정비가 꼭 필요하다.
- 우주 공간에서 당연시되는 행동 규범을 만들기: 둘째는 우선 누구라도 무의식적으로 따를 만한 우주 공간에서 당연시되는 행동 규범을 만드는 일이 중요할 것이다. 한 기업이 투명하게 활동하면, 다른 기업도 그렇게 할 것이다. 그러면 차츰 규범이 생기고, 규범에 따르지 않는 행위를 하기는 점차 어려워진다. 이런 규범을 만드는 것이 새로운 조약을 만들기 위해서도 유효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