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지구에는 동물, 식물, 균류에 이르기까지 실로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같은 생물종이라도 가지고 있는 유전자에 각각 차이가 있다. 생물이 살아가는 생태계를 보더라도 삼림, 사막, 얼음으로 뒤덮인 땅, 바다 등 그 모습은 다종다양하다. 이처럼 '생물종의 다양성', '종 내부의 유전적 다양성', '생태계의 다양성'을 가리켜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라고 한다.
0. 목차
- 생물 다양성
- 종이 진화하는 메커니즘
- 자연이 회복되는 메커니즘
- 생태계란 무엇인가?
- 생태계의 다양성
- 유전자의 다양성
- 생물 다양성 파괴
1. 생물 다양성
1953년 영국 남부에서는 지나치게 늘어난 '유럽토끼(학명: Oryctolagus cuniculus)'를 없애기 위해, 브라질에서 '믹소마 바이러스(학명: myxoma virus)'라는 병원균을 가져왔다. 그 결과, 유럽토끼들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불가사의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영국 남부에는 초원이 넓게 자리 잡았고, 숲은 일부에 흩어져 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유럽토끼들의 모습이 사라지자 조금씩 숲이 넓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변화는 그것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멸종 직전에 몰렸을 유럽토끼들이, 병원균이 남아 있는 일대에서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숲의 확대가 멈췄다. 그러면 그때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하나의 생태계에서도 다양한 종이 공존한다. 이 예시에서는 '매년 도토리를 맺는 떡갈나무', '어치(도토리를 여기저기로 운반하는 새)', '유럽토끼(도토리에서 나오는 나무의 싹을 먹는 토끼)'가 공존하고 있었다. 원래 유럽토끼가 많아서 숲이 확대되지 않는 상태였다. 그런데 유럽토끼가 사라지자, '어치'가 뿌린 도토리에서 어린 떡갈나무가 자라고 숲이 확대되었다. 유럽토끼의 유전자 세트는 각 개체마다 달라서, 질병에 강한 것과 약한 것이 있었다. 그래서 일부의 유럽토끼는 병원균을 견디고 살아남았다. 한편, 병원균도 유전자의 세트가 달랐다. 강한 병원균은 감염된 토끼와 더불어 곧 죽고 말았다. 병원균에 의해 줄어든 유럽토끼는, 병원균에 내성을 보이는 '유전자'를 갖게 되었다. 한편 약한 병원균은 유럽토끼의 집단에 오래 살아남았고, 다른 유럽토끼에도 퍼져 나갔다. 이리하여 병에 강한 유럽토끼와 약해진 병원균이 공존하게 되어, 다시 유럽토끼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초원과 숲이 섞여 있는 원래의 '생태계'로 복귀한 것이다.
이처럼 '유전자(Gene)', '종(Species)', '생태계(Ecosystem)'는 복잡한 관계로 얽혀 있다. 이 복잡한 관계의 실이 '생물의 다양성'을 만들어낸다.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의 과학은 그 메커니즘을 살펴보는 학문이다.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라는 용어는 1985년, 미국의 생물학자 '로버트 로젠(Robert Rosen, 1934~1998)'이 처음으로 사용했다. 이 용어는 '생물학적인 다양성(Biological Diversity)'의 약어인데, '생물이 여러 가지로 다른 것'을 의미한다.
그때까지 생물학자는 '딱따구리라는 종을 조사한다', '숲의 생태계를 조사한다'라는 식으로, '유전자(Gene)', '종(Species)', '생태계(Ecosystem)'를 따로따로 연구했다. 그러나 '로버트 로젠'의 말을 계기로, 생물에 관한 유전자·종·생태계가 모두 다양하며, 그들 사이에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예컨대 지구상에는 '열대', '사바나', '해양', '간석지', '대륙에서 떨어진 섬', '극지방' 등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종'은 이들 환경에 맞추어 진화하기 때문에, 다양한 환경이 있을수록 종도 다양해진다.
2. 종이 진화하는 메커니즘
'종'이란 무엇일까? '종'은 어떻게 해서 결정될까? 예컨대 비슷한 모양의 생물 몇 마리가 있을 때, 같은 종인지 아닌지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가장 알기 쉬운 결정 방법은 '자연 상태에서 교미를 해 자손을 남기는 생물의 모임'을 하나의 종으로 생각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무성 생물'이나 '단세포 생물' 등 이 기준에 맞지 않는 생물도 많다. 지구의 생물은 대단히 다양하므로, 하나의 방법으로 종을 정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생물학자는 '같은 장소에 서식하고, 형태를 구별할 수 있는 것'이나 '같은 조상을 가지고 있는 것' 등 복수의 기준을 이용해서 종을 결정한다. 예컨대 2007년에 신종 포유류로 발표된 '보르네오구름표범(Bornean Clouded Leopard, 학명: Neofelis diardi)'은 오랜 세월 동안, 중국 등지에 서식하는 '구름표범(학명: Neofelis nebulosa)'와 같은 종으로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유전자 세트를 비교함으로써 다른 종으로 판명되었다.
2-1. 공진화
아래 사진의 '난(Orchid)'은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자라는 '앙그라이쿰 세스퀴페달레(학명: Angraecum sesquipedale)'이다. 그리고 왼쪽에서 꿀을 빨기 위해 날개를 파닥이며 긴 혀를 매처럼 뻗은 곤충은 '크산토판 나방(학명: Xanthopan morgani predicta)'라는 나방의 일종이다. 이 난의 꿀은 사진의 오른쪽 아래를 향해 뻗은 작은 관 안에 있다. 관의 길이는 20~35cm나 된다. 그래서 꿀을 빨기 위해서는 같은 정도로 긴 '빨대'가 필요하다. 이 나방은 난의 꿀을 빨아서 '화분'를 운반하는 유일한 생물이다. 1862년, '마다가스카르 섬'에서 이 난을 발견한 '찰스 다윈(1809~1882)'은 난의 관과 마찬가지로 긴 혀를 가진 곤충이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당시 이 예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나, '찰스 다윈'이 죽은 후인 1903년에 길이 20cm의 '혀'를 가진 이 나방이 발견되었다.
지금 소개한 예에서 '나방'과 '난'은 같은 정도의 긴 '혀'나 '관'을 가지고 있다. 이것은 다음과 같이 생각할 수 있다. 먼저 나방의 '혀'가 돌연변이에 의해 길어지고 꿀을 더욱 많이 빨게 되면, 그 유전자가 집단에 퍼져 나가게 된다. 한편, 난에는 나방이 '혀'를 밀어 넣었을 때 머리 부분에 확실하게 화분이 묻도록 관을 뻗는 진화가 일어난다. 이리하여 서로 관과 혀를 뻗는 진화가 일어난다. 이처럼 생물이 서로 영향을 주면서 진화하는 것을 '공진화(Coevolution)'라고 한다.
2-2. 종의 분화
한편, 하나의 종이 진화하는 가운데, 두 종으로 분화하는 일도 있다. 예컨대 '핀치(Finch)'라는 새는 갈라파고스의 섬들에 건너온 다음, 각각의 섬에서 독자적으로 진화를 거듭해 마침내 다양한 종으로 분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현재 지구에 다는 생물은 1000만 종이 넘는다. 이 엄청난 '종의 다양성'은 하나의 종이 분화되어 두 종이 되고, 다시 분화하는 일을 반복해 조금씩 늘어난 것이다.
3. 자연이 회복되는 메커니즘
아래의 사진은 코스타리카의 활화산 '포아스 화산'의 '화산호'이다. 이 화산은 7500년 전에 분화했다. 화산이 분화하면서 타버려 벌판이 된 화구 주변에는 현재 숲이 무성해 있고, 화구에는 물이 고여 있다. 그러면 분화가 일어난 다음에 숲은 어떻게 회복될까? 우선 분화에 의해 주위의 숲은 모두 타버린다. 그 후 용암이 식으면, 가혹한 환경에 미생물이나 지의류, 균류가 침입하기 시작한다. 그 '사체'가 쌓여서 풍화된 자갈과 섞이고 마침내 식물이 성장하는 토대인 '토양'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새나 바람에 의해 운반된 종자가 그곳에 싹을 틔우고 뿌리가 박힌다. 이리하여 오랜 시간이 걸려, 마침내 숲이 옛날의 모습으로 돌아간다.
자연계에서는 화산의 분화나 태풍, 해일, 그리고 나무가 쓰러지는 등의 '교란(다양한 변화)'이 일어난다. 자연환경은 이들 교란을 겪어도 거듭 회복된다. 단 회복되는 데는 아주 오랜 시간이 걸린다. 예컨대 숲속에서 늙은 나무가 쓰러지면 빈 공간에 빛이 비친다. 그 뒤 어린 나무가 여럿 태어나고, 경쟁을 거쳐 원래의 숲으로 되돌아가는 데는 수십 년의 세월이 필요하다. 자연계는 인류가 저지를 자연 파괴도 마찬가지로 회복시킬 것이다. 그러나 안정된 생태계로 되돌아오는 데는 몇천 년이 걸릴지 모른다.
4. '생태계'란 무엇인가?
1935년, 영국의 생태학자 '아서 탠슬리(Authur G. Tansley, 1871~1955)'는 '생물은 반드시 다른 생물이나 환경에 의존해 살고있다.'고 생각하고, '다양한 생물과 환경이 만드는 고리를 '생태계(Ecosystem)'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이것을 계기로 다양한 생물 사이의 관계가 조사되기 시작했다. 그러면 '생태계'를 구성하는 관계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4-1. '종' 사이의 먹이 사슬
먼저 생물 사이에는 다른 생물을 잡아먹어 영양분으로 삼는 '먹이 사슬'의 관계가 있다. 바다나 육지에서는 식물이 광합성으로 만들어 낸 영양분이 생물 사이를 돌고 있다. 동물은 식물 없이 살 수 없으며, 식물은 미생물 없이 살아 나갈 수 없다.
육상의 사바나를 예로 들어 보자. 우선 나무나 풀 등의 식물이 광합성을 하면서 성장하고, 녹말 등의 탄수화물을 만들고 이를 저장한다. 초식 동물인 '가젤(Gazelle)'은 식물의 잎을 먹고 자손을 남긴다. 또 사자 등의 육식 동물은 가젤을 잡아먹고 자손을 남긴다. 이처럼 식물이 만들어 낸 영양분은 차례로 다른 종으로 인계된다. 그리고 풀이 마르거나 가젤이나 사자가 죽으면, 토양 등에 숨어 있는 미생물이 작용하기 시작한다. 미생물은 낙엽이나 사체에 남아 있는 영양분을 분해시키면서 살고 있다. 그리고 분해된 성분은 다시 식물에게 흡수된다. 이처럼 육상에서는 다양한 생물의 사이를 영향분이 순환하는 '먹이사슬'에 의해 생태계가 지탱된다.
바다에서도 육상과 마찬가지로 식물에서 먹이 사슬이 시작된다. 우선 식물 플랑크톤이 해면 가까이를 표류하면서 광합성을 해서, 탄수화물을 만들고 급격히 증가한다. 그리고 '식물 플랑크톤'을 '동물 플랑크톤'이나 '물고기'가 먹는다. 플랑크톤이나 물고기는 죽으면 미생물로 분해된다. 이처럼 해면 가까이에서는 육상과 마찬가지의 먹이 사슬이 생긴다. 그리고 생물 사체의 일부는 작은 덩어리가 되어 심해로 가라앉는다. 이 덩어리는 눈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바다눈(Marine Snow)'라고 불린다. 바다눈을 통해, 깊이 수천 m가 넘는 심해에 사는 물고기에게도 영양분이 도달한다.
4-2. '종' 사이의 다양한 관계
생태계를 구성사는 생물 사이의 관계에는 주축인 먹이 사슬 이외에도 많이 있다. 생물은 다른 생물을 잡아먹어 영양분으로 삼는 '포식 관계' 이외에도, 주위의 생물과 다양한 방법으로 서로 연관되어 있다. 종과 종이 연결하는 다채로운 관계를 소개한다.
- 상리 공생(Mutualism): 아래의 사진은 기린과 그 주위를 날아다니는 '옥스페커(Oxpecker)'라는 새이다. 이 새는 기린이나 소 등의 몸 표면에 있는 기생충을 잡아먹고 산다. 기린에게는 귀찮은 기생충을 없애주므로 이 새가 있으면 매우 편하다. 이처럼 서로 득을 보는 관계를 '상리 공생(Mutualism)'이라고 한다.
- 키스톤 종(Keystone Species): 단지 하나의 종이 생태계 전체에 큰 영향을 주는 일도 있다. 그와 같은 종을 '키스톤 종(Keystone Species)'이라고 한다. '키스톤(Keystone)'은 아치형 석조 다리를 지탱하는데, 이를 빼면 다리 전체가 무너지는 '요석(要石)', 즉 가장 중요한 돌을 말한다.
이와 같은 종과 종 사이의 다양한 관계는 아직도 연구 단계에 있다. 예컨대 어떤 생물계에서 한 종의 식물이 멸종되었다고 하면 도대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만약 그 식물이 다른 생물과 아무런 관계도 없다고 하면, 오직 한 종의 식물이 없어질 뿐이며, 종의 다양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 식물밖에 이용할 수 없는 곤충이 많이 있다면, 그 식물과 더불어 많은 곤충의 모습이 살아질 것이다. 결국 종의 다양성은 크게 감소된다. 반대로 그 식물이 경쟁에 강하고, 이제까지 다른 식물을 가까이하지 못하게 한 경우에는, 그것이 차지하고 있던 장소에 많은 식물이 침입할 수 있으며, 그들 식물을 이요할 수 있는 많은 곤충도 날아와서 종의 다양성은 높아질 것이다. 한 종의 생물의 멸종이 종의 다양성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종과의 '상호 작용의 네트워크'에 따라 크게 따라 달라진다. '생물 다양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 '상호 작용의 네트워크'를 조사해야 한다.
4-3. 생물 사이의 관계를 조작하기는 매우 어렵다.
'가뭄이 일어난 해'나 '갠 날이 적은 해'에는 식물이 잘 자라지 못한다. 그러면 그 식물을 먹는 초식 동물의 수가 줄고, 초식 동물을 먹이로 하는 육식 동물의 수도 줄어든다. 반대로 '기후가 순조롭고 식물이 잘 자란 해'에는 풍부한 영양을 취한 초식 동물이 늘어난다. 이처럼 생태계는 환경의 변화에 대응해 다양한 종의 개체 수가 늘어나거나 줄어드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생태계에서 초식 동물만 갑자기 늘어나거나, 식물이 다 잡아먹혀 멸종되는 일은 일어나기 어렵다. 이리하여 다양한 종을 둘러싼 '영양의 고리'가 유지된다. 그러면 이 '영양의 고리'를 바꿀 수 있을까?
- 사람의 생활에 직접 또는 간접으로 피해를 주는 새를 '해조(害鳥)'라고 한다. 중국의 어떤 지역에서는 벼의 수확량을 올리기 위해, 벼를 먹는 '해조(害鳥)'인 참새를 없애려 한 일이 있었다. 그런데 이것이 오히려 수확량을 줄였다. 참새는 벼를 먹는 한편, 벼의 해충도 잡아먹고 있었기 때문이다. 참새는 벼뿐만 아니라, 주위의 다른 생물들과 여러 가지 관계를 맺고 있었던 것이다.
- 일본 오키나와 현의 오키나와 섬에서는 독뱀을 없애기 위해 '몽구스(Mongoose)'를 들여온 적이 있었다. 몽구스는 뱀을 포식하기 때문에 독뱀을 퇴치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그러나 '몽구스'는 독뱀이 아니라 지역 고유종인 '오키나와 흰눈썹뜸부기'의 일종을 먹이로 삼았고, 원래 의도했던 효과는 거두지 못했다.
이처럼 인류는 기존의 생태계에 새로 생물을 들여오거나 반대로 멸종시켜서 생물 사이의 관계를 바꾸려 했지만, 의도한 대로 이루어진 사례는 별로 없다. 이처럼 생태계를 제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이는 지구상에는 완전히 같은 환경, 같은 종으로 이루어진 생태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로운 생태계에 도입한 종이 어떤 식으로 움직이는지 예측하기는 매우 어렵다. 근년에 생태계의 일부를 둘러싸고, 특정한 종을 제거하거나 집어넣어서 거기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를 관찰하는 '실험 생태학'이 활발해지고 있다.
5. 생태계의 다양성
5-1. 다양한 생태계가 존재한다.
지구에는 '열대 우림'이나 '연안 지역', '건조한 사막 지역', '산악 지역' 등 다양한 '생태계(Ecosystem)'가 있다. 이들 생태계 안에는 '나무 위에 사는 생물'이나 '건조에 간한 생물' 등이 각각의 환경에 맞추어 진화하고, 분화를 반복해 종을 늘려왔다. 다양한 생태계가 있다는 것은, 지구에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는 이유의 하나이다. 또 생태계가 세세하게 얽혀 있다는 점도 생물의 다양성을 낳는다. 예컨대 '갈라파고스 제도'에서는 모든 섬이 비슷한 생태계임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섬에 독자적인 종이 존재한다. 이들 섬의 생태계 사이에는 바다가 있기 때문에 종의 왕래가 어렵고, 각각 독자적인 종이 진화해왔음을 말해 주는 사례이다.
- 삼림의 생태계: 삼림의 생물 다양성이 매우 높다. 그것은 삼림이 다양한 생물이 살기 좋은 환경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예컨대 다양한 식물이 섞여 있는 온대의 삼림에서는 각 식물의 주위에 조금씩 다른 환경이 생긴다. 풀잎의 뒤쪽, 뿌리, 나무의 구멍 등의 다양한 환경에 다양한 동물이 모이고, 각각 가장 적합한 자리를 차지할 수도 있다.
- 해양의 생태계: 해양의 95%는 아직도 사람이 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다. 육상에 비해 관찰이 어렵기 때문에, 많은 생물의 생태가 잘 알려지지 않았다.
- 연안의 생태계: 바다·호수·하천 등과 접해 있는 육지 부분을 '연안(Coast)'라고 한다. 연안부는 육지의 생물과 바다의 생물이 오가는 '생물의 다양성'이 높은 영역이다.
- 외딴 섬의 생태계: 외딴 섬에서는 생물이 독자적인 진화를 하기 쉽다. 그래서 그곳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이 많은 지역이다.
5-2. 생태계와 생태계의 사이에도 관계가 있다.
'기린'과 '오스페커'가 서로 이어져 있던 '상리 공생(Mutualism)'의 관계처럼, '생태계'와 '생태계'의 사이에도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예컨대 사막은 '근해(육지에 가까이 있는 바다)'의 생태계를 지탱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모래 폭풍에 의해 대량의 모래가 상공으로 올라가 그것이 바다에 떨어지면, 생물에 필요한 원소의 하나인 '철분(물에 녹아 있거나 또는 현탁해 있는 철 화합물의 총칭)'이 바다에 녹기 시작한다. 그러면 '플랑크톤'이 크게 발생하고 물고기가 모이게 된다.
6. 유전자의 다양성
6-1. 개체 수가 많아도 '유전자의 다양성'이 높으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종은 개체 수가 많을수록 잘 멸종되지 않는다. 그 이유의 하나는 각 개체가 지니고 있는 유전자의 차이에 있다. 개체 수가 많을수록 종 안에 다양한 유전자의 차이를 가진 개체가 포함되어 '유전자의 다양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질병이나 기후 변동 등에 직면해도 일부 개체가 살아남아 멸종을 면하는 것이다. 그런데 개체 수가 많아도 '유전자의 다양성' 낮으면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예컨대 뇌조라는 새의 경우, 빙하기의 추운 환경에 적응해 왔다. 빙하기가 끝나고 급격히 온난화한 9000~6000년 전에는 뇌조의 개체 수가 격감해서 '유전자의 다양성'이 낮아졌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그 후에 뇌조의 개체 수는 조금씩 회복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뇌조의 '유전자의 다양성'은 낮은 상태 그대로이다. 왜 그럴까? 유전자의 다양성'은 종 안에서 돌연변이가 일어나고 자손에 이어져서 늘어난다. 종 전체의 '유전자의 다양성'은 이러한 하나하나의 돌연변이의 중복에 의해 시간이 걸려 조금씩 축적된다. 뇌조처럼 극단적으로 개체 수가 줄어든 종이 다시 '유전자의 다양성'을 회복할 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개체 수가 회복되어도 멸종에 직면한 상태를 여간해서 빠져나갈 수 없다.
벼도 개체 수가 많지만 유전자의 다양성이 낮은 종 가운데 하나이다. 야생종을 바탕으로 다양한 품종 개량을 거친 농작물은 맛이 좋고 알곡이 많지만, 유전자의 다양성은 낮다. 예컨대 1970년대의 인도에서는 논의 벼가 '왜화병 바이러스(Dwarfism Virus)'에 감염되었다. 그때 그 위기를 벗어나게 한 것은 보호되고 있던 야생종의 하나인 Oryaza nivara였다. 바이러스에 저항할 수 있는 야생종을 써서 품종 개량을 함으로써 논의 뼈가 부활되었다.
6-2. 같은 종이라고 마음대로 섞어도 되는 것은 아니다.
종의 유전자의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우선 개체 수를 줄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비록 같은 종이라 해도, 서식하는 지역이 다른 두 집단 사이에서는 교배되지 않도록 하는 배려도 필요하다. 하지만 사람이 일부러 생물을 가지고 들어오는 것을 계기로 '서식지가 다른 개체끼리의 교배'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송사리를 각지에 서식하고 있다. 어느 지역의 개체든지 같은 종의 무리이므로 섞으면 교배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지역에서 살아온 송사리는 지역마다 다른 유전자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 어느 지역의 송사리의 개체 수가 감소되었다고 해서 다른 지역에서 송사리를 들여오면, 잡종이 늘어나고 원래 서식하고 있던 송사리의 유전자의 특징이 상실된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유전자의 다양성'도 생물 다양성의 중요한 요소이다.
6-3. '유전자의 다양성'은 '유전 자원'으로 중요시된다.
'유전자의 다양성'을 지키는 일은 새로운 약품 등을 만드는 '자원'을 지키는 일로도 이어진다. 종은 돌연변이를 반복하며 다양한 능력을 길러왔다. 예컨대 많은 식물은 곤충에게 먹히지 않도록 다양한 독을 만든다. 또 어떤 종의 조개는 수중에서 흘러가지 않도록 강력한 접착제를 만든다. 인류는 이들 생물이 만드는 물질을 약품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해 왔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다양한 약품들도 생물에게서 추출한 물질을 바탕으로 개발되었다. 그래서 현재 서식하고 있는 종의 '유전자의 다양성'은 '미지의 물질'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전 자원'으로 중요시된다.
아래의 표는 생물에서 발견된 약품의 사례 몇 가지를 정리한 것이다.
명칭 | 사용법 | 유래 |
아스피린 | 진통제 | 조팝나무의 일종 |
퀴닌 | 항말라리아제 | 키나나무 |
히루딘 | 혈전증의 약 | 거머리의 타액 |
페니실린 | 항생 물질 | 푸른곰팡이의 분비물 |
7. 생물 다양성 파괴
'생물 다양성 파괴'의 요인으로는 '삼림 파괴', '환경의 분단', '부영양화', '지구 온난화', '외래종의 유입' 등이 있다.
7-1. 삼림 파괴
삼림은 다양한 생물이 사는 곳이다. 특히 나무의 상부에는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다. 그래서 벌채에 의해 열대 우림이 없어지면, 종의 다양성이 일시에 낮아진다.
아마존에서는 숲의 일부가 벌채된 다음 위법적인 '화전 농업'이 실시됨으로써 삼림의 파괴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아래의 사진처럼 '임도(Forest Road)'가 숲의 극히 일부 나무를 벌채하기 위해 만들어진다. '임도(Forest Road)'란 '임산 도로'의 줄임말로, 임산물의 운반 및 산림의 경영관리상 필요로 설치한 도로를 말한다. 그 후 이 길을 통해 사람이 들어가 남은 숲을 불법적으로 태우고 농지를 만든다. 그러면 작은 숲의 덩어리가 드문드문 남게 된다. 아마존에서는 산림을 태워서 재를 비료로 하는 '화전 농업'이 예전부터 계속되어 왔다. 그렇다고 해도 이제까지는 화전 농업에 관여하는 사람이 적었다. 그래서 일단 사용된 농지는 20년가량 방치되고, 그 사이에 숲이 재생되었다. 그러나 근년의 '화전 농업'은 대규모로 실시되어, 사람의 숲의 관계가 일시해 변해 '숲의 재생 능력'조차 넘어가 버렸다.
7-2. 환경의 분단
아래의 사진은 도로 곁에 잠시 멈추어 선 '갈라파고스 거북'이다. 도로는 '갈라파고스 제도(Galapagos Islands)'에 속하는 '산타크루스 섬(Santa Cruz Island)'에 깔려 있다. 차가 오가는 도로에 의해 일대의 환경은 분단되었다.
삼림의 대규모 벌목에 비하면, 생태계의 분단은 사소한 변화로 느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람에게는 사소한 변화라고 해도 '작은 동물', '날지 못하는 동물' 등에게는 치명적인 변화가 된다. 예컨대 '게'나 '개구리' 등의 작은 동물들은 대형 동물들의 먹이가 된다. 분단에 의해 일부 생물이 감소하면 생태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생물 다양성'의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근년에는 자동차용 도로의 위아래에 동물이 지나는 터널이나 길을 만드는 등 생태계에 대한 영향을 줄이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7-3. 부영양화
아래의 사진은 2002년에 관측 위성이 포착한 '카스피 해(Caspian Sea)'이다. 사진의 왼쪽 위에 보이는 '볼가 강'에서 흘러들어온 비료나 오수가 흘러들어가 플랑크톤이 크게 발생했다. 하구의 주변은 플랑크톤만 존재하는 영역으로 변하고 있다. 이 현상은 육지에서 사용된 비료 등이 강에 흘러 들어가고, 물속의 영양분이 늘어날 때 일어난다는 점에서 '부영양화(Eutrophication)'라고 불린다. 그러면 왜 플랑크톤이 크게 발생하면 안 될까? 원래 플랑크톤은 수중 생물의 영양원이다. 그러나 부영양화에 의해 플랑크톤이 크게 발생하면, 다른 생물이 살수 없게 될 정도로 수중 환경이 변한다. 부영양화는 다음과 같이 일어난다.
- 우선 흘러 들어온 영양분에 의해, 수면에서 식물 플랑크톤이 크게 발생하고 광합성을 한다. 그래서 수면 가까이에서는 광합성에 의해 이산화탄소가 줄고 산소가 늘어난다.
- 한편 물의 바닥에서는 식물 플랑크톤의 사체가 가라앉고, 이는 미생물에 의해 분해된다. 이때 수중의 산소가 쓰이고 따라서 감소한다.
- 마침내 산소가 필요치 않은 미생물이 늘어나 사체를 분해해서, '황화수소(H2S)'나 '메탄가스(CH4)' 등의 유해 물질을 내보내기 시작한다.
- 그 결과 물고기가 죽고, 그 일대는 플랑크톤과 미생물밖에 살 수 없는 생물 다양성이 낮은 영역이 된다.
부영양화는 생물에게 필수적인 원소 가운데 하나인 '질소'에 의해 일어난다. '질소'는 대기의 주요 성분인데, 실은 지구의 생물에게는 꼭 있어야 할 원소이다. 공기 중의 질소는 콩과 식물의 뿌리에 있는 '뿌리혹박테리아(Leguminous Bacteria)'가 섭취해 생물이 이용할 수 있는 형태로 가공할 수 있다. 식물은 토양에서 질소를 흡수하고, 떨어지는 잎과 더불어 토양으로 되돌아간다. 또 동물은 다른 생물을 먹고 질소를 취한다. 인류는 20세기에 '화학 비료'를 발명해, 대기 중의 질소를 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작은 형태로 바꾸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밭에 뿌려진 질소가 대량으로 자연계에 새어 나가고, 따라서 이제까지 있을 수 없었던 비정상적인 생태계가 태어나게 되었다.
7-4. 지구 온난화
앞으로 생물들은 온난화에 대해 다양한 행동을 시작할 것으로 시작된다. 종에 따라서는 현재의 급격한 온난화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할 수도 있다. 일부 종은 기온의 변화에 따라 '이동'을 시작하고 있다. 알래스카의 북쪽 숲은 20세기에 기온이 1℃ 상승할 때마다, 약 100km 북쪽으로 이동했다. 한편, 이동이 느린 캐나다의 '가문비나무'는 현재 일어나고 있는 급격한 온난화에 맞추어 이동하지는 못할 것이다.
또 생물의 생태에도 영향이 미치고 있다. 예컨대 바다거북의 성별은 기온으로 정해진다. 그래서 근년에는 암컷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에 따라 바다거북의 개체 수가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
'산호(Coral)'는 '산호충'이라는 동물이 모여 단단한 골격을 형성한 것이다. '산호충'은 '갈충조(Zooxanthellae)'라 불리는 '조류'과 공생하는데, '갈충조'가 광합성을 해서 만든 영양분으로 살아간다. '갈충조'는 스트레스를 받거나 수온이 오르면, 산호충에서 도망간다. 그러면 남은 산호는 '백화(희게 변함)'되어 마침내 죽는다. 그런데 근년에 산호의 백화 현상이 대규모로 일어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는 지구 온난화에 의한 해수 온도의 상승으로 보인다. 또 백화 현상과 더불어 그 일대에 물고기가 사라지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산호가 물고기가 만드는 생태계에서 산호가 일제히 사라짐으로써 생태계 안의 생물끼리의 연계성이 끊어지고, 산호 이외의 생물도 살아나갈 수 없게 되었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7-5. 외래종의 유입
사람의 손에 의해 의도적으로, 또는 의도되지 않은 채 본래의 외부 서식지에서 들어온 생물종을 '외래종(Exotic Species)'이라고 한다. 철새나 바람에 의해 생물이 운반됨으로써 외래종이 나타났다. 그리고 20세기에 들어서는 세계화가 진행되고 화물이 세계를 이동하면서, 육식 동물에서 병원균까지 다양한 생물이 함께 움직이게 되었다. 그 일부는 새로운 생태계에서 다른 종을 압도해 멸종으로 내몰며, 다양성을 낮추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면 왜 일부 외래종이 재래종을 감소시키는 것일까? 그것은 '재래종'이 경험한 적이 없는 특징을 '외래종'이 가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