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얼핏 보면 뇌를 사용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뇌의 지령이 없으면 우리는 걷는 일조차 할 수 없다. 그런데 '운동'은 어떤 메커니즘으로 작동하는 걸까?
0. 목차
- 운동에 관계하는 부위
- 운동의 달인
- 운동의 지령
- 운동의 시작과 정지
- 운동의 미세 조정
- 운동의 학습
1. 운동에는 뇌의 다양한 부위가 관여한다.
운동에는 뇌의 다양한 부위가 관여한다. 대뇌 피질 부분의 '운동영역', 뇌 속에 묻혀 있는 '대뇌 바닥핵(대뇌 기저핵)', 중뇌·뇌교·연수 등을 합한 '뇌간(Brain Stem)', 그리고 후두부에 자리한 '소뇌(Cerebellum)'를 빼놓을 수 없다.
- 대뇌 피질의 '운동 영역': '대뇌 피질(Cerebral Cortex)'의 '운동 영역'은 측두부에서부터 두정부를 거쳐 내측면까지 펼쳐진 영역이다. '제1차 운동 영역', '운동전 영역', '보조 운동 영역' 등으로 나뉘어 역할을 분담하고 있다. 운동의 지령을 준비하고 발동한다.
- 대뇌 '바닥핵(Basal ganglia)': 대뇌 안쪽 깊숙한 곳에 묻혀 있는 '피각', '담창구', '미상핵'과 중뇌에 묻혀있는 흑질 등을 합한 구조이다. 자세 유지와 이동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 뇌간(Brain Stem): 좌우 대뇌 중앙에 있으며, 아래쪽은 '척수(Spinal cord)'로 이어져 있다. '중뇌(Midbrain)' 위에 자리한 '간뇌(Diencephalon)'도 넓은 의미에서는 뇌간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 운동 지령과 감각 신호가 지나간다.
- 소뇌(Cerebellum): 후두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700억~1000억 개에 이르는 뉴런으로 이루어져 있다. 운동의 미세 조정과 학습에 필요한 부위이다.
2. 운동의 달인
축구 선수는 발 운동의 달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브라질의 축구 선수 '네이마르(Neymar, 1992~)'는 민첩하고 정확한 드리블 기술로 상대 선수를 가볍게 제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일본 뇌 정보통신 융합연구센터의 '나이토 에이이치' 박사 등은 네이마르 선수를 포함한 7명의 피실험자에게, 다양한 '페인트(Feint)' 동작으로 상대 선수를 제치는 장면을 머릿속으로 그리게 하면서 뇌의 활동을 측정했다. 그러자 '네이마르' 선수의 뇌에서는 운동에 관계하는 영역이 많은 부분에 걸쳐 활동하고 있었다. 한편, 에스파냐의 2부 리그에 속한 축구 선수의 경우에는 '네이마르' 선수만큼의 활동은 보이지 않았다.
또 페인트 동작을 상상하는 것과는 별도로, 발목을 실제로 돌리게 하면서 '운동 지령을 보내는 뉴런이 분포하는 대뇌 영역(1차 운동 영역)'의 활동도 측정했다. 그 결과, 네이마르 선수의 해당 영역의 활동은 눈에 띄게 작다는 점이 밝혀졌다. 네이마르 선수의 뇌는 다양한 페인트 동작 운동 프로그램을 가지고 있으며, 이것을 상황에 맞추어 선택하거나 바꾸어 가면서 구체적으로 준비해 구현하는 능력이 높다고 생각된다. 또 실제로 운동을 할 때는 운동 달인의 뇌는 효율적으로 작용하면서, 그것이 군더더기 없는 정확한 운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3. 운동의 지령
달리기를 할 때 '먼저 넓적다리를 앞으로 내민 다음 무릎을 뻗어 착지하고...'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그냥 달리기 시작하면, 무의식적으로 번갈아 다리가 나간다. 달리는 움직임의 경우, 기본적인 리듬을 만들어 내는 중추가 '뇌간(Brain Stem)'과 '척수(Spinal Cord)'에 갖춰져 있다. 최초에 '1차 운동 영역' 등의 대뇌 피질의 운동 영역에서 운동 지령이 내려지고,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이 리듬 중추에서 보내는 신호에 따라 계속 달릴 수 있다.
'운동의 지령'은 '제1차 운동 영역' 등의 뉴런을 출발해, 척수를 거쳐 '운동 뉴런'에 전해진다. 운동 뉴런은 각각 척수에서 근육으로 뻗어 있으며, 담당하는 근육에 지령을 배분한다. 예컨대 '좌골 신경'의 운동 뉴런은 길이가 1m에 이르러, 발가락 끝까지 지령을 전한다. 또 이른바 '운동 신경이 좋다는 것'은 '운동 뉴런'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다고 생각된다.
뇌는 기초적인 동작 패턴을 만들어 내는 근육군의 기능 단위를 조합해 몸을 제어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잘 발휘되는 예는 복잡한 손가락의 조합을 통해 실행하는 피아노 연주 등이라고 한다. 뇌에서 나오는 운동 지령이 근육별로 보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근육군의 기능 단위를 뇌가 어떻게 제어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4. 운동의 시작과 정지
뇌의 장애가 원인이 되어 일어나는 '디스토니아(Dystonia)'라는 운동 장애가 있다. 디스토니아 환자는 몸의 일부를 비트는 움직임이 멈추지 않거나, 의도하지 않는데도 계속 몸이 비틀리는 결과로 골격이 비뚤러진다. 불필요한 움직임을 억제해서, 선 자세나 앉은 자세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결코 당연한 것이 아니라 뛰어난 운동 기능의 일부이다. 이 기능에 관여하는 부위가 바로 '대뇌 바닥핵(대뇌 기저핵)'이다.
'대뇌 바닥핵'은 '운동 영역' 등의 대뇌 피질의 다양한 영역과 접속해 있으며, 신호를 두루 순환시킨다. 이들 순환 고리가 운동 지령을 발신하는 스위치 역할을 담당하며, 대내 바닥핵에 의해 스위치의 '켜짐'과 '꺼짐'이 제어된다고 생각된다. 여기서 '켜짐(on)'은 운동 영역으로 돌아오는 상태를 말하는 것이고, '꺼짐(off)'은 돌아오는 신호가 줄어든 상태를 말하는 것이다. 디스토니아 환자는 불필요한 운동의 스위치를 끄는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이라고 생각된다.
반대로, 스위치를 켜는 기능에 이상이 있다고 여겨지는 난치병이 '파키슨병(Parkinson's Disease)'이다. 환자의 대부분은 '대뇌 바닥핵' 흑질의 일부에 장애가 발생해, 걸어 보라는 말을 들어도 걸음을 뗄 수 없게 된다. 단, 발밑에 선을 긋고 '선을 따라 걸어보라'는 구체적인 시각 정보를 제공하면 걸음을 뗄 수 있게 된다. 운동 지령을 보내는 기능이 상실되었거나 근육이 쇠약해진 상태가 아닌데도 걸음을 뗄 수 없는 것이다.
5. 운동의 미세 조정
지하철에서도 흔들리면서도 선 자세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속도의 변화와 흔들리는 방향에 맞추어 세밀하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 또 걷고 있을 때는 장애물에 걸려 넘어지지 않도록 발을 딛는 위치 등을 적절하게 바꿔야 한다. 이러한 '움직임의 미세 조정'을 담당하는 곳이 '소뇌(Cerebellum)'이다. 프로 야구 선수의 타자는 투수가 던진 공이 도달할 때까지 약 0.4초 사이에 배트를 미세 조정할 수 있는데, 그 비밀도 소뇌에 있다고 생각된다. 반대로 소뇌에 장애가 있으면, 예컨대 '집게손가락으로 코끝을 가리키는 움직임'을 하려고 해도 손가락이 떨리거나 가리키는 위치가 어긋나 잘되지 않는다. 손가락 끝의 움직임을 예측하면서 미세 조정하는 기능이 손상되었기 때문이다.
진화의 역사에서 소뇌는 원래 주로 평형 감각을 관장하는 부위로 출발했다. 사람에게는 근육의 수축과 관절을 굽히고 펴는 등의 정보를 포함한 '체성 감각' 신호가 대뇌뿐만 아니라 소뇌로도 전달된다. 게다가 소뇌는 운동 지령을 보내는 대뇌의 '제1차 운동 영역' 등과 신호를 주고받는다. 소뇌는 '조금 전의 감각 신호'와 '조금 후에 실행된 지령' 양쪽을 받아들여 대뇌로 신호를 되돌려보낸다. 그때 예측적으로 신호를 미세 조정한다.
자신이 스스로 간지럽힐 때 간지럽지 않은 것은 소뇌에 의한 예측 작용 때문이다.
6. 운동의 학습
야구를 막 시작했을 때는 피칭이나 배팅이 부자연스러워도, 거듭 연습을 하면 자연스러워지고 공과 배팅의 속도가 빨라진다. 일반적으로 '몸이 기억한다'는 이러한 운동 학습도 소뇌의 뉴런이 열쇠를 지고 있다.
소뇌의 부피는 뇌 전체의 10%에 지나지 않지만, 뇌의 뉴런 대부분은 소뇌에 있다. 대뇌 피질에 있는 뉴런은 200억 개 정도라고 한다. 한편, 소뇌에 있는 뉴런은 700억 개에서 1000억 개로 추정된다. 그 대부분은 '과립 세포(Granular Cell)'라는 뉴런으로, '평행 섬유(Parallel Fiber)'라는 축삭을 통해 '푸르키녜 세포(Ganglion Cell)'라는 다른 세포에 접속하여 신호를 보낸다. 소뇌의 신경 회로는 대뇌 피질과 달리 얇아 3층밖에 되지 않는다. 반면에 '과립 세포'의 수를 엄청나게 늘려 층의 얇음을 보충한다는 설이 유력하다.(참고로 대뇌 피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신피질은 6층으로 구성되어 있음)
6-1. 자연스러운 동작이 몸에 배는 메커니즘
야구의 타자를 예로 들어 자연스러운 동작이 몸에 배는 메커니즘을 알아보자. 타자가 헛치거나 배트의 중심에 맞지 않았을 때, '푸르키녜 세포'에서는 '하올리브핵(Inferior olivary nucleus)'이라는 '뇌간(Brain stem)'의 일부의 뉴런으로부터 '등상 섬유(Climbing fibers)'라는 축삭을 통해 오차의 신호가 전해진다. 하올리브핵에서 오는 신호는 운동의 예측과 결과의 '오차'를 나타낸다는 증거가 많이 있다. 오차의 신호가 전해지면, 평행 섬유로부터 불필요한 입력을 억제하도록 작용해, 평행 섬유로부터의 입력이 끊어져 결과적으로 잘못된 움직임이 억제된다. 그 결과, 자연스러운 움직임이 몸에 배게 된다고 생각된다.
- '과립 세포'가 '푸르키녜 세포'로 신호를 보낸다: 대뇌 피질을 출반한 운동 지령 등의 신호는 뇌간의 뇌교를 거쳐 '과립 세포'에 전해진다. '과립 세포'의 신경 돌기는 소뇌의 주름에 평행으로 달리며 '푸르키녜 세포'에 신호를 보낸다. 하나의 '푸르키녜 세포'에는 20만 개의 과립세포가 신호를 보낸다고 한다.
- 오차의 신호가 피드백된다: '푸르키녜 세포'는 소뇌 피질에서 유일하게 신호를 출력하는 뉴런이다. 신호는 '소뇌와 뇌간의 경계에 위치한 영역(소뇌핵)'에서 중계되고, 시상의 일부를 거쳐 '대뇌 피질'에 보내진다. 생각한 대로 움직임이 일어나지 않을 경우, 예측과 결과의 오차를 나타내는 신호가 뇌간의 '하올리브핵'으로부터 '푸르키녜 세포'와의 접속부로 보내진다. 이것이 '등상 섬유'의 입력이다.
- 입력이 끊어진다: 등상 섬유의 입력은 '평행 섬유'와 '푸르키녜 세포'의 접속부의 성질을 변화시켜, 신호가 전해지기 어려운 상태를 만드는 효과를 갖는다. 평행 신호로부터 입력이 끊어진 다음, 푸르키녜 세포가 보내는 신호가 자연스러운 움직임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