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목차
- 빛보다 빨리 움직이는 입자 '타키온'
- '타키온'이 포함된 '가짜 진공'에서 우주가 시작되었다?
- 타키온을 증명할 수 있는가?
- 공상과학물에서의 타키온
1. 빛보다 빨리 움직이는 입자 '타키온'
'타키온(Tachyon)'은 '빛보다 빠르게 운동하는 성질을 가진 가상적 입자'에 대한 명칭이다. '광속(Speed of Light)'보다 빠른 입자가 존재할지도 모른다는 예측에서 '타키온'이란 개념이 나왔다. 타키온의 특성 중 가장 기이한 것은 질량이 '허수'라는 점이다. '허수(Imaginary Number)'는 음수의 제곱근으로 i라는 기본단위로 표현된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 질량 m을 im으로 대치하면 놀라운 변화가 일어난다. 갑자기 모든 입자들이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다.
'타키온(Tachyon)'은 모든 물체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는 희한한 세상에서 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타키온은 에너지를 잃을수록 속도가 빨라지고, 에너지를 몽땅 잃으면 속도가 무한대에 이른다. 그러나 타키온이 에너지를 얻으면 속도가 점점 느려져서 점차 광속에 가까워진다. 이 결과는 비정상적인 상황을 초례한다. 타키온이 물질 사이를 헤쳐나가면 원자와 충돌하면서 에너지를 잃는다. 그런데 타키온은 에너지를 잃을수록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충돌 횟수도 그만큼 많아진다. 그리고 충돌이 잦아지면 더욱 많은 에너지를 잃어서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이 효과가 누적되다 보면 결국 타키온은 무한대의 속도를 얻게 된다.
타키온은 또 다른 특이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데, 어떤 이론이든 타키온을 도입하기만 하면 '진공 상태(주어진 물리계에서 에너지가 가장 작은 상태)'가 불안정해진다. 이론에 타키온이 포함되어 있으면 '가짜 진공(False Vacuum)'에 놓이게 되고, 물리계가 불안정해지면서 '진짜 진공'으로 붕괴된다. 호수의 물을 가득 담고 있는 댐을 상상해 보자. 이것이 방금 말한 '가짜 진공'에 해당한다. 외관상 댐은 안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댐보다 낮은 에너지 상태가 분명히 존재한다. 댐에 균열이 생겨서 물이 흘러나오면 가장 낮은 곳으로 계속 흘러갈 것이고,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는 해수면에 이르면 안정된 상태를 찾는다. 이것이 바로 '진짜 진공'이다.
2. '타키온'이 포함된 '가짜 진공'에서 우주가 시작되었다?
대다수의 물리학자들은 '빅뱅(Big Bang)'이 일어나던 무렵에 인과율을 위배하는 타키온이 존재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 그러나 빅뱅을 유발하는데 타키온이 근본적인 역할을 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빅뱅을 설명하는 특정 이론에서는 타키온을 중요한 요소로 취급하고 있다.
빅뱅이 일어나기 전의 우주는 타키온이 포함된 '가짜 진공(False Vacuum)' 상태였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최저 에너지 상태'가 아니므로 '계(System)'은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럴 때 시공간을 이루는 직물에 아주 작은 '균열'이 생겨서 점점 커지면 시공간의 거품이 불거져 나온다. 거품의 바깥에는 여전이 타키온이 존재하고 있지만, 내부에는 타키온이 모두 사라진 상태이다. 그 후 이 거품이 팽창하여 지금의 우주가 되었고, 그 안에는 당연히 타키온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이 빅뱅을 설명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우주론(Cosmology)' 학자들은 우주의 팽창이 타키온에서 시작되었다는 이론을 신중하게 연구하고 있다. '인플레이션 이론(Inflation Theory)'에 의하면 우주는 아주 작은 시공간 거품에서 시작되었다. 물리학자들은 우리의 우주가 '가짜 진공'에서 시작되었으면, 초창기의 인플레이션장은 '타키온'이었던 것으로 믿고 있다. 그런데 타키온이 진공을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작은 거품들이 형성되었고, 그중 한 거품의 내부는 '진짜 진공(True Vacuum)' 상태였다. 그리고 이 거품이 빠르게 팽창하여 지금의 우주가 되었다. 거품 우주의 내부에는 처음부터 타키온이 없었기 때문에, 지금의 우주에서는 타키온을 발견할 수 없다. 타키온은 빛보다 빠르게 움직이고 인과율이 성립하지 않는 이상한 양자 상태에 있다. 그러나 이들은 오래전에 사라졌고, 아마도 자신들만의 우주를 탄생시켰을지도 모른다.
3. 타키온을 증명할 수 있는가?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이 이야기가 도저히 검증될 수 없는 탁상공론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Higgs Particle)'가 '타키온(Tachyon)'에서 비롯되었다고 믿고 있다. 가짜 진공에서는 어떤 입자도 질량을 갖지 않는다. 그러나 '힉스 입자(Higgs Particle)'가 진공을 불안정하게 만들어서 우주는 새로운 진공 상태로 전이되었고, 여기서 힉스 입자는 일상적인 입자로 바뀌었다. 이렇게 타키온이 일상적인 입자로 변한 후, 모든 입자는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질량을 획득하게 되었다. 따라서 '힉스 입자'가 발견되면 표준모형 이론이 완성될 뿐만 아니라, 과거 한때 타키온이 존재했다가 일상적인 입자로 바뀌었다는 가설도 증명된다. 그런데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 Large Hadron Collider)'가 2012년에 '힉스 입자(Higgs Particle)'을 발견하는 데 성공하였다. 힉스 입자는 신기루 같은 존재여서 노벨상 수상자인 '레온 레더만(Leon Lederman)'은 '신의 입자(The God Particle)'라고 불렀다.
'컬럼비아 대학교(Columbia University)'의 '제럴드 파인버그(Gerald Feinberg)'와 '오스틴 텍사스 대학교(The University of Texas at Austin)'의 '조지 수다르산(George Sudarshan)'은 타키온을 신중하는 물리학자이다. 실험실에서 타키온이 발견된 사례는 단 한 번도 없지만, 인과율이 위배되는 사례가 발견되면 타키온의 존재를 간접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 심지어 '제럴드 파인버그(Gerald Feinberg)'는 물리학자들이 레이저의 스위치를 켜기 전에 레이저빔이 나타나는지 확인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전원을 켜기 전에 빛이 관측되면, 타키온의 존재가 입증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4. SF에서의 타키온
'타키온(Tachyon)'은 영화 '스타트렉(Star Trek)'에서 단골처럼 등장하는데, '스타트렉' 작가들은 무언가 새로운 에너지로 마술 같은 효과를 내고 싶을 때 타키온을 내세우곤 한다. 공상과학물에서는 과거의 예언자에게 메시지를 보낼 때, '타키온(Tachyon)'이 사용된다. 그러나 이것이 실제로 가능한지는 분명치 않다. 예컨대, '제럴드 파인버그(Gerald Feinberg, 1933~1992)'는 '미래로 가는 타키온의 방출'이 '과거로 가는 타키온의 흡수'와 동일한 사건이기 때문에, 인과율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비슷하다. 이 상황은 '반물질(Antimatter)'의 경우와 비슷하다고 생각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