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세포)

SURPRISER - Tistory 2021. 10. 5. 00:02

 우리가 태어나기 전, 과거를 더듬어 가면 결국 단 하나의 세포에 이른다. 바로 어머니의 몸속에 있는 '수정란(정자의 핵과 난자의 핵이 합쳐서 형성한 것)'이다.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약 60조 개의 세포는 모두 하나의 수정란이 분열해서 생긴 것이다. '세포 분열'은 단순히 그 수를 늘리기 위한 것만은 아니다. 세포는 최종적으로 약 270종의 다른 기능을 가진 세포로 분화한다. 세포는 분열하는 과정에서 특수해지고, 서로 결합하고 조직을 만들며 기관이 된다. 하지만 이렇게 특수해진 세포는 다른 세포로 변화하지 않는다. 예컨대, 피부 세포로 이미 분화한 세포가 간세포로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분화된 세포를 다른 세포로 바꿀 수 있다. 2007년, 성인의 피부 세포에서 거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인 'iPS 세포(유도만능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하였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는 여러 가지 과제가 남아있지만, iPS 세포가 만들어짐으로써 원리적으로 손상된 신체를 복원하는 등 재생 의학 분야에 응용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iPS 세포는 환자 본인의 세포로 만들 수 있어 'ES 세포(배아 줄기세포)'의 경우처럼 다른 사람에게 이식할 때의 거부반응이 없고, 생명을 파괴한다는 윤리적인 문제 또한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iPS 세포(유도만능 줄기세포)'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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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생물의 재생 능력
  2. 줄기세포
  3. '수정란'의 분화
  4. 세포의 분화
  5. ES 세포 (배아 줄기세포)
  6. 세포의 초기화
  7. 복제 ES 세포
  8.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세포)
  9. 'ES 세포'와 'iPS 세포'의 차이
  10.  앞으로의 과제

1. 생물의 재생 능력

 인간은 손발이 절단되면 다시 생기지 않는다. 치아도 빠지면 다시 생기지 않는다. 그런데 만약 인간이 잃었던 몸의 일부를 스스로 재생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의수', '의족', '의치' 등은 모두 필요 없어질 것이다.

  1. 영원(newt): 실제로 자연계에는 선천적으로 재생 능력이 좋은 생물들이 있다. 양서류인 '영원(newt)'이라는 생물은 다리가 꼬리가 잘려도 몇 달이면 예전대로 재생된다. 그뿐만 아니라 눈의 렌즈, 뇌도 재생할 수 있다. 하지만 영원도 몸이 두 동강 나면 더 이상 재생되지 않는다.
  2. 플라나리아: 그런데 자연계에는 '영원'보다 재생력이 강한 생물이 있다. 바로 '플라나리아(Planaria)'다. '플라나리아'는 시내나 못 등에 사는 1cm 정도 되는 생물이다. '플라나리아'를 몇 개의 조각으로 자르면, 그 각각은 한 마리의 플라나리아로 재생한다. 머리를 잃은 플라나리아는 머리를 재생하고, 반대로 머리만 남은 플라나리아는 머리 아랫부분을 재생한다. 심지어 1/279밖에 안되는 작은 조각에서 1마리의 플라나리아가 재생했다는 기록도 있다. 플라나리아의 온몸을 셋으로 절단하면 '영원'과 마찬가지로 각각의 절단면에 '재생싹'이 생긴다. '재생싹'에 있는 세포는 근육이나 뼈처럼 정해진 기능이 없는 세포이다. 재생싹은 원래 플라나리아의 몸속에 흩어져 있다가 절단 면으로 모이게 된다. 그다음 남은 몸과 재생싹이 재구성되고 세 마리의 '플라나리아'가 재생된다.
  3. 식물: 식물 또한 기본적으로 단 1개의 세포에서 완전한 개체를 재생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담뱃잎을 효소로 처리하면, '세포벽이 제거된 벌거숭이 세포인 '프로토플래스트(Protoplast)'가 생긴다. 이 세포를 적절한 조건에서 키우면, 특정한 기능을 갖지 않은 세포 덩어리인 '칼루스(Callus)'를 거쳐 잎이나 뿌리를 가진 어린 생물체가 된다. 이것을 흙에 다시 되돌리면 완전한 담배 식물체로 성장한다.
  4. 인간: 그러면 인간은 어떨까? 우리 인간에게도 재생 능력이 있을까? 사실 인간의 몸도 재생되고 있다. 예컨대 인간 피부의 가장 표면에 있는 '표피 세포'는 수십 일이 지나면 표면에서 떨어져 나간다. 이것이 바로 '때'다. 만약 이 떨어져 나간 부분을 재생시키지 않으면, 표피는 계속 얇아지고 결국 없어질 것이다. 피부 속에는 나날이 없어지는 표피 세포를 재생시키기 위한 세포가 있다. 이 세포는 분열해서 그 수를 늘리고, 그 일부는 표피 세포로 변한다. 이로써 떨어진 부분이 보충되고 표피가 보존되는 것이다. 피부 표면에 긁힌 상처는 어느새 깨끗이 낫는다. 뼈가 부러져도 몇 달이 지나면 다시 붙는다. 손톱이나 머리카락도 계속 자란다. 이처럼 우리의 몸도 재생 능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인간의 재생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 손가락이 잘리면 재생되지 않고, 기능을 상실한 신장이나 간을 재생할 수도 없다. 인간이 고통받는 질병의 모든 것은 재생 능력이 아주 빈약하다는 데에서 시작된다고 해도 결코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영원(newt)

2. 줄기세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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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면 인간에게는 왜 영원이나 플라나리아처럼 고도의 재생 능력이 없을까? 도대체 무엇이 재생 능력의 차이를 가져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줄기세포(Stem Cell)'에 있다.

 '줄기세포'는 쉽게 말하자면, '잃어버린 무엇인가로 될 수 있는 세포'를 말한다. 조금 더 풀어서 말하자면, '줄기세포'란 '자신(줄기세포)'의 수를 분열에 의해 늘리는 것'과 '한 종류 이상의 다른 세포가 되는 것' 이 두 가지 능력을 가진 세포를 말한다. 나무의 줄기에서 가지와 잎이 뻗는 것처럼, 줄기세포에서 몇 종류의 세포가 파생된다. 플라나리아와 인간에게는 모두 줄기세포가 있지만, 그 능력은 크게 다르다.

  1. 플라나리아의 '줄기세포': 플라나리아의 몸에는 얼핏 보아 아무 작용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작은 세포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다. 이것이 바로 '줄기세포'이다. 만약 플라나리아의 몸을 절단하면, 몸속의 줄기세포가 근육이나 신경 장 등을 만드는 세포가 되어 소실된 부분을 보충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플라나리아의 줄기세포가 '어떠한 세포로도 된다'라는 점인데, 이러한 성질을 생물학에서는 '전능성(Totipotent)'라고 부른다. 플라나리아는 이 전능의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몸의 어떤 부분을 잃어도 재생이 된다.
  2. 인간의 '줄기세포': 인간도 역시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다. 다만, 몸의 곳곳마다 다른 종류의 줄기세포가 있다. 예를 들면 장에는 장의 줄기세포가 있고, 피부에는 줄기세포가 있으며, 털에는 털의 줄기세포가 있다. 그런데 인간의 줄기세포는 플라나리아의 '줄기세포'처럼 전능인 것은 아니다. 예컨대, 피부의 줄기세포는 피부의 세포는 될 수 있지만, 근육이나 신경의 세포는 될 수 없다. 이러한 능력이 플라나리아와 인간의 재생능력에 차이를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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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수정란'의 분화

 난자와 정자가 합쳐지면 '수정란(Fertilized Egg)'이 된다. '수정란'이 분열되어 우리 몸을 이루고 있는 세포가 되었다. 수정란이야말로 몸의 어느 세포든 될 수 있는 '전능성 세포'인 것이다.

 하지만 '수정란'의 '전능성'은 분열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사라진다. 생쥐를 이용한 실험에서, 수정란이 2회 분열돼 생긴 4개의 세포를 제각각으로 만들면 각각의 정확한 개체가 된다. 하지만 다시 한번 분열에 6개를 제 각각으로 만들면, 정상적인 개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성질은 인간에게서도 같을 것으로 생각된다. 분열이 진행되면서 각각의 세포는 전문성을 갖게 되는데, 이렇게 세포가 전문화되는 일을 생물학에서는 '분화(分化)'라고 한다.

3-1. 배반포

 포유류의 수정란이 6~7회 분열해 100개 정도의 세포가 된 것을 '배반포(Blastocyst)'라고 한다. 이 안쪽에 있는 '내부 세포 덩어리'의 세포는 어른의 몸에 있는 어떤 세포든 될 수 있다. 하지만 '태반'은 될 수 없으므로 엄밀히 말하면 '전능'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세포 분열이 더 진행되어, 수정후 3주째의 '배(胚)'가 되면, 내부 세포 덩어리의 세포가 '외배엽(Ectoderm)', '중배엽(Mesoderm)', '내배엽(Endoderm)'의 어느 것으로 전문화가 된다. 이렇게 전문화해서 생긴 것이 어른의 몸에 있는 세포들이다.

3-2. 후성적 유전 풍경

 영국의 생물학자 '콘래드 워딩턴(Conrad Waddington, 1905~1975)'는 1950년대에 '세포의 분화는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하고, 이것을 '골짜리로 굴러떨어지는 공'으로 비유하여 개념적으로 나타냈다. 이 개념을 '후성적 유전 풍경(epigenetic landscape)'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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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세포의 분화

 세포의 분화가 일어날 때, 세포의 핵에 있는 유전 정보 그 자체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유전자 가운데 '활발하게 작용하는 유전자의 조합'은 세포마다 달라진다. 이 변화는 핵 안에서 일어나는 화학적인 변화에 의해 고정되어 되돌아갈 수 없다. 예를 들어 이미 피부 세포가 되면, 적혈구나 신경세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른 세포가 될 가능성을 잃고, 자기 자신의 역할에 특화된 것이다.

 그러면 무엇이 분화를 고정시키는 것일까? 1980년대 이후, 세포에 분화에 대한 규명이 진전되었다. 분화된 세포에서 작용하는 유전자의 조합이 고정되는 메커니즘에는 '히스톤 수식화(Histone Modification)'과 'DNA의 메틸화'가 알려져 있다. 이렇게 고정된 핵의 상태는 세포 분열을 거친 다음의 세포에도 인계된다. 이러한 현상을 연구하는 학문을 '에피제네틱스(epigenetics: 후성 유전학)'이라고 한다.

  1. 히스톤 수식화: '히스톤(Histone)'은 핵 안에 DNA를 감아두는 단백질이다. 히스톤이 '어떤 종류의 화학적 변화(메틸화와 아세틸화)'를 받는 일을 '히스톤 수식화(Histone Modification)'이라고 한다. 세포가 분화되는 과정에서, 몇몇 히스톤이 수식을 받으면, DNA가 단단히 감긴 상태가 되어 그곳에 있는 유전자는 판독되지 않는다. 이는 DNA라는 1권의 책 가운데 더 이상 읽을 필요가 없어진 페이지를 풀로 고정시켜, 펼칠 수 없게 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2. DNA의 메틸화(DNA Methylation): 'DNA의 메틸화'는 DNA의 네 염기 중 하나인 'C(시토신)'에 '메틸기(Methyl Group)'가 부가되는 현상이다. 메틸화된 DNA는 유전자로서의 기능을 상실된다. 예컨대, 피부 세포로 분화하면, 피부 세포에 불필요한 유전자 영역의 DNA는 메틸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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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S 세포 (배아 줄기세포)

 '플라나리아'에는 '전능의 줄기세포'가 있지만, 인간의 몸에는 없다. 만약 인류가 '전능의 인간 줄기세포'를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질병이나 상처의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몸의 일부를 새로운 것으로 바꾸어 고칠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러한 세포가 이미 만들어지고 있다. 바로 '배(胚)'에서 꺼낸 줄기세포인 'ES 세포(Embryonic Stem Cell; 배아 줄기세포)'다.

 '배(胚)'란 '태아'라고 부르기 되기 전의 세포 덩어리를 말한다. 초기 배 가운데 6~7회 분열하여, 100개 정도의 세포 덩어리가 된 것을 '배반포'라고 한다. 이 안쪽에 있는 세포 덩어리는 '태반'은 될 수 없지만, 인체의 모든 세포가 되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사실상 거의 전능이라고 말할 수 있다.

 '태반(Placenta)'은 '태아(Fetus)'의 탯줄의 앞 끝에 있는, 모체에서 영양을 얻기 위한 조직이다. 태반은 배반포의 바깥쪽에 있는 세포층(영양 외배엽)에서 만들어진다.

5-1. ES 세포가 모든 세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됨

 1981년, 영국의 생물학자인 '마틴 에번스(Martin Evans, 1941~)' 박사팀은 생쥐의 '초기 배(배반포)'의 안쪽에 있는 세포를 꺼내, 그것을 시험관 안에서 배양하는 조건을 규명했다. 'ES 세포'는 시험관 안에서 무한 증식할 수 있으며, 태반 이외의 모든 세포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5-2. 인간 'ES 세포'를 만듦

 그리고 마침내 1998년, 미국 위스콘신 대학의 '제임슨 톰슨(James Thompson, 1936~2020)' 교수가 '인간 ES'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ES 세포'는 '전능성'은 갖추지 못했지만, '다능성'을 가진 세포였다. 이로써 인류는 '다능성 줄기세포'를 손에 넣게 되었다. 이 세포가 있으면, 우리 몸의 어떠한 부분도 필요한 만큼 만들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ES 세포'는 '만능 세포'로 불리면서, 순식간에 사회적 관심 대상이 되었다.

 그러면 어떻게 'ES 세포'를 만들 수 있을까? 먼저 배반포에서 세포를 끄집어낸다. 이후 특별한 조건으로 배양하면, ES 세포의 덩어리가 나타난다. ES 세포는 적절한 배양 조건을 유지하면, 거의 2일에 1회라는 속도로 사실상 무한정 증식시킬 수 있다. ES 세포는 신경 세포(뉴런), 혈구, 심장 근육 등 몸의 모든 세포가 될 수 있다. 다만 태아가 개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태반'은 될 수 없다. ES 세포를 자궁에 되돌려도 개체는 태어나지는 않는다. 즉, 'ES 세포'가 수정란의 '전능성'을 가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5-3. 'ES 세포'의 문제점

 '장기 이식'은 '제공자 부족'이라는 큰 문제를 안고 있다. 특히 뇌사 환자의 제공에만 의존해야 하는 '심장이식' 등은 문제가 심각하다. 그래서 제공자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이식하는 세포나 조직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바로 '재생 의학'이다. 그중 'ES 세포'는 이식하는 세포나 조직의 공급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재생 의학의 희망'으로 꼽혀왔다. 하지만 'ES 세포'가 등장한지 10년이 지나도 'ES 세포'가 환자의 치료에 사용된 사례는 없다. 'ES 세포'부터 원하는 세포나 장기를 만드는 기술이 완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ES 세포'의 실용화에는 더 큰 문제가 가로막고 있다. 바로 '윤리 문제'와 '거부 반응 문제'이다.

  1. 윤리 문제: '불임 치료'에서는 배란 유발로 10개 정도의 난자를 꺼내서, 그것을 시험관에서 인공 수정시킨다. 이후 초기 배까지 자라게 된 것 중 1~2개를 자궁으로 되돌려 임신이 시도된다. 나머지는 임신이 되지 않았을 경우를 대비해 동결 보존된다. 만약 어린이가 태어나면 보존한 초기 배는 자궁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되는데, 이것을 '잉여 배'라고 한다. '인간 ES 세포'는 인공 수정을 한 부부에서 제공받은 잉여 배를 시험관 안에서 배반포까지 키운 다음, 제각각으로 흩어지게 해서 꺼내는 것이다. '잉여 배'의 대부분은 폐기될 운명에 있지만, 자궁에 되돌리면 아기가 될 배를 파괴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인간 ES 세포 만들기에 국가 예산을 투입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2. 거부 반응: 윤리 문제 외에 또 다른 문제는 '거부 반응 문제'이다. 인간의 면역계는 이물질을 걸러내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환자와 잉여배의 DNA는 서로 다르기 때문에, ES 세포는 말하자면 '다른 사람'의 세포이다. 그래서 ES 세포로 만든 세포나 장기는 '이물질'로 간주되어, 이식을 해도 거부 반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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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세포의 초기화

 그러면 환자에게 이식해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다능성 줄기세포'를 만들 수 없을까? 이상적인 방법은 환자 자신의 세포를 '다능성 줄기세포'로 만드는 것이다. 만약 이렇게 만든 '다능성 줄기세포'가 있다면 이식해도 거부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만약 환자 자신의 세포를 꺼내서 거꾸로 돌려, 초기 배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다면 거부반응이 없는 '다능성 줄기세포'가 된다.

 세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것을 '초기화'라고 한다. 1962년, 영국의 생물학자 '존거든(John Gurdon)'은 개구리의 핵을 알의 것과 바꾸면 알 속에서 핵이 초기화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다만, 개구리에서는 초기화가 잘 되어도 포유류에서는 잘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1997년, 영국의 '이언 월머트(Ian Wilmut, 1944~)' 박사가 세계 최초의 복제 양 '돌리'를 탄생시켰다고 보고하면서 이 상식은 깨졌다.

6-1. 복제양 '돌리'

 '이언 월머트' 박사는 성체 양에서 세포(젖샘 세포)를 꺼내, 그 세포를 미리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했다. 이를 '핵 이식(Nuclear Transplantation)' 기술이라고 부른다. 이렇게 만든 알에서 원래 양과 유전 정보가 같은 다른 양 '돌리(Dolly)'를 탄생시켰다. 성체 양의 세포는 이미 젖샘으로 분화한 세포이므로, 분화한 세포의 핵은 화학적인 반응에 고정되어 분화 전의 상태로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돌리의 탄생은 '알 안에 포함된 어떤 물질이 성체의 세포의 핵을 분명히 초기화시켰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써 '세포의 초기화'가 일어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복제양 '돌리'를 만든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먼저 복제하려는 양 A와는 품종이 다른 양 B에서 난자를 끄집어낸 후, 핵을 제거해 둔다. 
  2. 복제하려는 양 A의 젖샘에서 세포를 끄집어 낸다.
  3. 양 A의 젖샘 세포를 핵을 제거한 B의 난자에 이식한다.
  4. 전기 자극을 주어 세포 분열을 시작하게 한다.
  5. 이로써 분화한 A의 세포 핵이 양 B의 난자가 가진 인자에 의해 초기화되었다.
  6. 배반포까지 성장시킨 후, 양 A와는 다른 품종의 대리모 (양 C)의 자궁에 넣어 출산시킨다.
  7. 무사히 개체가 태어났다는 것은, 젖샘으로 분화한 양 A의 세포의 핵이 수정란의 상태까지 완전히 초기화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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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복제 ES 세포

 돌리를 탄생시킨 '핵 이식 기술'이 등장함에 따라 '거부 반응 없는 ES 세포'를 만드는 길이 열렸다.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와카야마 데루히코'박사는 2001년에 생쥐에서 세계 최초의 '복제 ES 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2007년 11월에는 미국 오리건 영장류연구센터의 '슈크라트 미탈리포프(Shoukhrat Mitalipov)' 박사가 붉은털원숭이의 '복제 ES 세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복제 ES 세포'는 아직 만들지 못했으나 원리적으로는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7-1. 복제 ES 세포를 만드는 방법

  1. 먼저 이식을 받고 싶은 환자의 세포를 채취해서, 그 핵을 다른 여성으로부터 핵을 제거한 난자에 이식한다.
  2. 이 핵의 이식으로 핵의 초기화가 일어난다. 이렇게 만들어진 핵이식란을 키우면 배반포(복제 배)가 생긴다.
  3. 그러면 복제 배에서 내부 세포 덩어리를 꺼내, 복제 ES 세포를 만든다.
  4. 이후 복제 ES 세포를 몸의 각 부분으로 분화시킨다.
  5. 이렇게 해서 완성된 세포는 환자 자신의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치료에 써도 거부 반응이 없다.

7-2. '복제 ES 세포'의 문제점

 '복제 ES 세포'는 'ES 세포'의 '거부 반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배'를 파괴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다는 치명적인 단점은 해결할 수 없었다. 난자 제공자에 대한 부담이나 복제 인간 만들기로 이어지는 '인간의 복제 배 작성' 등의 문제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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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세포)

8-1. '야마나카 신야' 교수의 아이디어

 그렇다면 '배'를 부수지 않으면서 환자 자신의 DNA를 가진 '다능성줄기세포'를 만들 수는 없을까? '야마나카 신야(Yamanaka Shinya)' 교수는 'ES 세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궁극의 다능성 줄기세포' 만들기에 도전했다. 그리하여 배나 복제 기술을 쓰지 않고, 어른의 피부 세포를 ES 세포와 같은 '다능성 줄기세포'로 만드는 방법을 고안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피부세포를 다능성 줄기세포로 바꿀 수 있다는 걸까? 피부 세포와 ES 세포는 모양이나 능력이 전혀 다르다. 그 이유는 각각의 세포 속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는 인자(단백질)의 조합이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ES 세포 속에서 활발하게 작용하는 인자를 규명해서 그 인자를 피부 세포 속에 집어넣으면, 피부 세포가 ES 세포로 같은 상태로 바뀌지 않을까? 이것이 야마나카 교수의 생각이었다.

 야마나카 교수는 인자(단백질)를 세포 속에 집어넣는 대신 그 설계도인 유전자를 집어넣는 방법을 선택하였다. 유전자를 집어넣는 방법으로는 유전자 치료 분야에서 이미 쓰이고 있는 '레트로바이러스 벡터(Retrovirus Vector)'라 불리는 유전자의 운반자를 쓰기로 결정했다. 아래는 야마나카 교수가 'ES 세포'를 대신하는 새로운 '다능성 줄기세포'를 만들어내기 위해 고안한 방법이다.

8-2. 야마나카 교수가 고안한 '다능성 줄기세포를 만드는 방법'

  1. 먼저 어른의 피부에서 '섬유아세포(섬유성 결합 조직에 널리 분포하는 세포)'를 끄집어 낸다. '섬유아세포'는 몸의 곳곳에 있어 채취하기가 쉽다. 물론 원리적으로는 몸을 만드는 어떠한 세포라도 쓸 수 있다.
  2. '레트로바이러스 벡터(Retrovirus Vector)'라 불리는 유전자의 운반자 속에 '초기화 인자'인 유전자를 집어넣는다.
  3. 섬유아세포를 배양하는 액체 속에, 초기화 인자인 유전자를 집어넣은 '레트로바이러스 벡터'를 넣는다. 그러면 '레트로바이러스 벡터'는 세포 속에 들어가 운반된 유전자를 세포의 핵 안에 짜 넣는다.
  4. 들어가 유전자가 세포 속에서 작용해, 섬유아세포가 초기화되어 '다능성 줄기세포'가 된다.
  5. 'ES 세포'와 같은 다능성 줄기세포를 얻으면, 치료에 필요한 다양한 세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6. 이렇게 만들어진 세포는 원래 환자의 유전정보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식해도 거부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8-3. 초기화 인자(야마나카 팩터)

 그러면 '초기화 인자'를 어떻게 알아낼 수 있단 말인가? 야마나카 교수는 그 단서를 일본 이화학 연구소의 데이터 베이스 안에서 발견했다. 이 데이터는 다양한 조직이나 세포마다 활발히 작용하는 유전자를 조사한 결과였다. 야마나카 교수는 이 데이터를 분석해 ES 세포에서 특히 활발하게 작용하는 유전자 목록을 만들었다. 그리고 이 유전자 중에서 특히 중요한 유전자 24개를 4년에 걸쳐 압축해 나갔다.

 그리고 야마나카 교수는 '레트로바이러스 벡터(Retrovirus Vector)'를 써서 이 24개의 유전자를 모두 성체 생쥐의 피부 세포속에 강제로 집어넣었다. 그랬더니 피부세포가 초기화되어 'ES 세포'를 그대로 닮게 되었다. 이후 24개의 유전자를 하나씩 검증하고, 초기화에 필요 없는 20개를 골라냈다. 이리하여 마침내 세포의 초기화에 필요한 '4개의 유전자'를 찾아냈다. 이 4개의 유전자를 '야마나카 팩터(야마나카 인자)'라고도 한다. 이 4개의 유전자 이름은 각각 'Oct3/4(옥트스리포)', 'Sox2(삭스투)', 'Klf4(케이엘에프포)', 'c-Myc(시미크)'다.

  1. Oct3/4: 다른 유전자의 작용을 조절하는 '전사 인자'라고 불리는 단백질의 일종이다. 이 유전자가 없으면 'ES 세포(배아 줄기세포)'의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
  2. Sox2: 이 유전자도 '전사 인자'의 일종이다. Oct3/4와 마찬가지로 이 유전자가 없으면 'ES 세포'의 상태가 유지되지 않는다.
  3. Klf4: 전사 인자의 일종이다. 자세한 작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4. c-Myc: 역시 '전사 인자'의 일종이다. 암을 유발하는 '암 유전자'의 일종으로도 알려져 있다. 초기화의 효율은 떨어지지만, c-Myc가 없어도 초기화한다는 사실이 나중에 밝혀졌다.

 야마나카 교수는 생쥐의 피부 세포에 4개의 유전자를 넣어 '다능성 줄기세포'를 만들어, 2006년 8월에 학술지 Cell의 인터넷판에 발표했다. 세계 최초로 '배'를 쓰지 않은 궁극의 '다능성 줄기세포'가 탄생한 것이다. 이 혁명적인 다능성 줄기세포는 야마나카 교수에 의해 '인공적으로 유도된 다능성을 가진 세포'라는 의미로 '유도만능 줄기세포 (iPS 세포: induced Pluripotent Stem cell)'라고 명명되었다.

8-4. '인간 iPS 세포' 완성

 '야마나카' 교수와 위스콘신 대학의 '톰슨' 교수는 인간의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세포)'를 만들기 위한 격렬한 경쟁을 하였고, 그 결과 2007년 11월 20일 같은 날에 '인간의 피부 세포에서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세포)'를 만들었다'라고 각각 발표하였다. 야마나카 교수의 성과는 Cell의 인터넷판에, 톰슨 교수의 성과는 Science 인터넷판에 발표되었다.

 야마나카 교수가 사용한 것은 생쥐를 이용해 규명한 4개의 유전자였다. 원래 이 4개로 잘되지 않았지만, 배양 조건을 세밀하게 조절하여 성공했다고 밝혔다. 톰슨 교수 또한 4개의 유전자를 사용했다. 이 4개 중 2개는 야마나카 교수와 공통이었고, 나머지 2개는 다른 유전자였다. 그런데 불과 10일 후이 11월 30일, 야마나카 교수는 유전자 가운데 'c-Myc'는 없어도 된다는 사실을 보고했다. 암을 유발하는 '암 유전자'인 c-Myc가 불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iPS의 안정성은 더욱 향상되었다.

iPS 세포

9. 'ES 세포'와 'iPS 세포'의 차이

 그러면 이쯤에서 두 다능성 줄기세포 'ES 세포'와 'iPS 세포'의 차이를 정리해 보자. 일단 ES 세포와 iPS 세포를 만드는 방식은 서로 다르지만 모양이나 능력은 거의 똑같아 거의 구별되지 않는다.

  1. ES 세포: 수정란이 2개, 4개, 8개로 분열해 나가, 100개 정도의 세포 덩어리가 된 '배(胚)'를 '배반포(Blastocyst)'라고 한다. 배반포의 안쪽에 있는 '내부 세포 덩어리'는 몸의 어떤 부분이든 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다만, 태반은 될 수 없다) 이 내부 세포 덩어리의 세포를 꺼내 특별한 조건에서 시험관 안에서 배양한 것이 바로 'ES 세포(Embryonic Stem: 배아 줄기세포)'이다. 시험관 안에서 무한히 증식할 수 있고, 몸을 만드는 어떤 세포로도 분화될 수 있다는 뜻에서 '만능 세포'라고 불렸다. 하지만 '배'를 부수어 만든다는 점 때문에 윤리적인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한 환자에게 이식 시 '거부 반응'이 일어날 우려가 있다.
  2. iPS 세포: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세포)'는 성장 도중의 배에서 꺼내지 않고, 어른이나 어린이 피부 등의 세포를 유전자 조작을 통해 인공적으로 만든다. 세포의 시계를 반대로 되돌리는 것과 같다. 시계를 반대로 되돌리기 위해 쓰이는 방법은 3~4개의 유전자를 피부 등의 세포에 집어넣어 초기 배의 상태로 '초기화'하는 것이다. 따라서 배를 부술 필요가 없고, 자신의 세포를 만들기 때문에 '거부반응'의 우려가 점이 'ES 세포'보다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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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앞으로의 과제

 '유도만능 줄기세포(iPS 세포)'에도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있다. 그중 하나는 '암이 되는 것'을 어떻게 피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iPS 세포'를 만들기 위해 유전자의 운반자로 '레트로바이러스 벡터(Retrovirus Vector)'를 사용했다. '레트로바이러스 벡터'는 세포의 DNA를 절단하고 그곳에 스스로를 끼어들어가게 한다. 그 결과, 레트로바이러스가 운반해온 유전자는 세포의 DNA에 들어간다. 그런데 이 끼어들기가 일어난 위치에 원래 세포가 가지고 있던 유전자가 있으면 그 유전자는 파괴되어 기능을 잃는다. 끼어들기가 일어나는 장소는 무작위이므로 어느 유전자가 소실될지는 알 수 없다. 최악의 경우 세포에서 중요한 유전자를 잃어, 세포가 '암세포'로 변할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많은 연구자들은 '레트로바이러스 벡터(Retrovirus Vector)'를 쓰지 않는 iPS 세포 작성법을 연구하고 있다. '다른 유전자의 운반자를 이용하는 방법'이나 '화학 물질을 써서 초기화하는 방법' 등도 고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