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NA 감정(DNA Appraisal)'은 신원 확인에서 커다란 위력을 발휘한다. 재해가 일어났을 때 피해자의 신분을 밝히거나 친자 관계 확인 등에 요긴하게 활용된다. 'DNA 감정'은 지금까지 증폭법의 확립 등에 의해 더욱 빠르고 더욱 정확한 방법이 개발되어 왔다. 그 결과, 현재 감정 수준은 '천문학적인' 숫자의 사람 중 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수준의 분석 정밀도까지 발전되었다. 최근에는 신원 불명자의 수색이나 범죄 수사뿐 아니라 친자 감정까지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우리는 'DNA 감정'으로 무엇을 어디까지 알 수 있을까?
0. 목차
- DNA 지문법
- DNA 증폭법 (PCR법)
- DNA의 약점 - 고온 다습에 의한 부패
- 미토콘드리아 DNA와 Y염색체
- 'DNA 감정'의 사례
1. DNA 지문법
1985년, 영국의 '알렉 제프리스(Sir Alec Jeffreys)' 박사는 DNA를 DNA 가위와 같은 '제한 효소'로 특정 부분을 절단했을 때, 그 길이가 사람에 따라 서로 다른 것을 이용해 개인을 특정하는 방법을 발표했다. 쉽게 말해 DNA를 이용해 지문처럼 개인을 식별하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다. 이는 당시 ABO 식 혈액형을 조사하여 개인을 판별하던 것에 비해 획기적일 뿐만 아니라, 지문에 필적할 만큼 식별 능력이 있어 'DNA 지문법(DNA fingerprinting)'이라고 불린다.
1983년과 1986년, 영국에서 10대 소녀가 폭행 후 살해당한 사건이 있었는데, 두 사건은 범행의 상황으로 볼 때 동일범의 소행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래서 '알렉 제프리스(Sir Alec Jeffreys)' 박사는 폭행 현장에 남아 있던 체액을 바탕으로 같은 DNA 모양을 가진 범인을 찾았고, 이에 따라 범인은 종신형에 처했다. 이 사건은 'DNA 지문법'의 위력이 처음으로 증명될 수 있었던 사건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DNA 지문법'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안정된 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람 이외의 동물이나 식물이나 얻은 시료에서도 똑같은 모양이 나타나 사탐과 구별할 수 없다. 그리고 이 방법은 적어도 3㎍(마이크로그램) 이상의 DNA가 필요할 뿐만 아니라, DNA 시료의 '열화(劣化; 절연체가 외부적인 영향이나 내부적인 영향에 따라 화학적 및 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현상)'가 범죄 수사 시료로 쓰는 데 큰 문제가 되었다.
2. DNA 증폭법 (PCR법)
'DNA 증폭법(PCR법)'이 등장하면서 DNA 감정의 방법은 크게 발전하게 되었다. 'DNA 지문법'의 단점은 채취한 DNA를 그대로 절단해 분석하기 때문에 DNA이 양이 적으면 판별하기 어렵고, 조금이라도 손상이 있으면 정확한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러면 DNA 증폭법은 뭐가 다를까?
'DNA 증폭'은 DNA의 이중 나선을 푸는 것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한 가닥이 된 DNA의 사슬에서 늘이고 싶은 부분의 끝에 'DNA 단편(primer)'을 결합시킨다. 그리고 그것을 발판으로 해서 원하는 부분을 복제해 나간다. 이 반응을 반복하면 감정하고자 하는 부분의 DNA만을 대량으로 복제할 수 있다. 즉, 적은 시료로도 감정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현재 DNA의 감정에는 'STR(Short Tandem Repeat)'라는 부분이 사용되고 있다. STR이란 예컨대 'AGAT' 등의 2~6개의 염기 배열이 반복되어 존재하는 부분이다. 이 배열은 사람에 따라 반복되는 횟수가 달라서, 반복 부분의 처음에서 마지막까지의 복제를 만들어, '캐필러리(Capillary)'라는 자동 분석 장치를 사용하해 개인을 특정할 수 있다.
DNA 감정을 받으면 유전병 등이 알려져 '프라이버시(Privacy)'가 침해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감정에 사용되는 STR 부분은 단백질 등을 만드는 정보를 포함하고 있지 않다. 한편, 유전병을 조사하기 위해 병원에서 실시하는 '유전자 진단'은 그 병에 관계되는 단백질 등을 만드는 데 필요한 정보를 가진 유전자의 배열을 조사한다.
2-1. 극미량으로 감정 가능
'DNA 증폭법'으로 인해 훨씬 미량의 시료로도 감정이 가능해졌다면, 실제 얼마나 적은 양으로 감정이 가능한 것일까? DNA 지문법'에서 필요한 시료의 양은 약 3㎍(마이크로그램)이지만 'STR 분석'에서는 이의 1/3000인 1ng(나노그램)만 있으면 감정이 가능하다. 이것은 세포 1개의 DNA만 채취할 수 있으면 가능한 양이다. 미량의 혈액뿐 아니라 모근이 붙은 머리카락 하나, 면도칼에 남아있는 수염, 손톱깎이에 있는 손발톱, 칫솔의 타액, 심지어 지문 등에서도 DNA 감정을 할 수 있다. 타액에는 입속에서 떨어진 세포가 있고, 지문에는 피부의 세포 조각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DNA는 건조하면 매우 안정적이다. 그래서 보관하고 있던 '탯줄'로도 감정할 수 있다.
3. DNA는 고온 다습에 의해 부패한다.
하지만 DNA도 약점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고온 다습에 의한 부패에 의해 분해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피가 범벅이 된 겉옷을 밀폐 용기 등에 넣고 습기가 많은 상태로 보존해서 시간이 지나면 DNA가 파괴되어 감정하기 어려워진다. 하지만 반대로 아주 적은 핏자국이 묻은 시료라도 건조한 상태에서 보관되어 있으면 깨끗한 DNA를 채취할 수 있어 감정하기 쉽다. 몸이 불타 버린 경우에도 DNA 감정을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화재 등으로 온몸이 불타면 내장 깊은 곳의 일부가 남거나 뼈에서도 분석 가능한 부분이 남아있는 경우가 있다. 뼈에도 세포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뼈에서도 DNA를 채취할 수 있다. 물론 고온으로 장기간 태우는 화장의 경우, DNA 감정이 어려울 테지만, 뼈의 단단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다면 감정할 수 있다. 고대인의 DNA 연구도 모두 뼈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4. 미토콘드리아 DNA와 Y염색체
신원 불명자를 친자 감정으로 특정하는 경우, STR 분석뿐만 아니라 '미토콘드리아 DNA 분석'과 'Y-STR 분석'도 이루어진다. 'Y-STR'이란 Y염색체에 있는 '반복 배열(STR)'이다. 이들 분석이 덧붙여지는 이유는 미토 콘드리아 DNA는 어머니에서 자식으로 전달되고, Y염색체는 아버지에게서 자식에게 유전되고, 그 정보는 다른 유전 정보와 섞이지 않고 이어지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DNA를 분석하는 경우, 개인마다 서로 배열이 다른 'D 루프(D Loop)'라는 부분의 DNA를 읽고 비교하여 감정한다. 반면 Y-STR 분석은 앞에서 이야기한 STR 분석과 마찬가지로 Y염색체에만 있는 반복 배열을 증폭하여 검출한다.
미토콘드리아는 하나의 세포에 100~200개나 들어있어, 미량의 시료로도 분석 가능한 양의 DNA를 추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모근이 없는 머리카락의 경우 핵 DNA가 매우 적기 때문에 일반적인 STR에 의한 감정이 어려운데, 이때에도 머리카락에 미토콘드리아 DNA는 충분히 들어있어 미토콘드리아 DNA 감정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 부패된 시료에서 핵 DNA보다 미토콘드리아 DNA 쪽이 남아있을 확률이 높아, 까다로운 시료를 취급할 때 미토콘드리아 DNA가 유효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5. 'DNA 감정'의 사례
2004년, '인도양(Indian Ocean)'에서 거대한 쓰나미가 일어났을 때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자 중국 정부가 DNA 감정을 맡겠다고 나서서, 감정 결과의 '데이터 베이스(Data base)'를 만들기로 결정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2001년에 일어난 9.11 테러에서도 희생자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DNA 감정'이 진행되었다. 또 북한에서 납치된 일본인 '요코다 메구미'의 것이라 주장된 유골에서도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라는 세포 내 소기관의 DNA를 감정한 일도 있다. 이처럼 DNA 감정은 미량의 시료로 개인을 구분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 사고나 사건에서 개인의 신원을 확인하는데 위력을 발휘한다. 게다가 요즈음에는 사건이나 사고뿐만 아니라 친자인지 증명하기 위한 'DNA 감정'도 많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