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효소(Enzyme)'의 메커니즘

SURPRISER - Tistory 2021. 10. 5. 00:53

 우리의 몸속에서는 분자를 잘게 자르거나 잇는 화학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이때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 바로 '효소(Enzyme)'다. '효소(Enzyme)'란 '화학반응을 빠르고 정확하게 일으키는 단백질'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가 생명 활동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고속으로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들 덕분이다. 생물이 진화 과정에서 만들어낸 정교한 화학 장치인 '효소'의 메커니즘에 대해 알아보자.

0. 목차

  1. '효소'란 무엇인가?
  2. 여러가지 효소
  3. 효소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
  4. 효소 작용의 제어
  5. 효소들의 '연계 플레이'
  6. 주요 효소
  7. 효소가 일으키는 화학 반응에 의한 효소 분류

1. '효소'란 무엇인가?

 우리 몸속에서는 무수히 많은 효소가 작용하고 있다. 효소는 어디에 있으며 어느 정도 크기일까? 우리의 피부를 자세히 확대해보면 세포가 모여 피부 조직을 이루고 있는 것이 보인다. 세포의 크기는 1/100mm~1/10mm 정도이다. 우리의 몽은 약 40조 개의 세포가 모여 이루어져 있다. 이를 확대하면 세포 안에 여러 가기 기관이 보인다. 그중 하나인 미토콘드리아는 음식물을 분해해 분자를 에너지원으로 바꾸는 기관이다. 미토콘드리아를 확대하면 '내막'이라는 부분에 여러 가지 효소가 들어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중 하나인 'ATP 합성 효소'의 크기는 1/10만 mm 정도이다. 조금 더 확대하면 효소를 구성하는 원자의 연결이 보인다.

 '효소'란 엄밀히 말하면 '화학 반응을 가속하는 단백질'이다. 우리의 몸은 탄소나 산소 등의 원자가 연결되어 생긴 분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우리의 몸에서는 지금도 분자와 분자를 연결하여 큰 분자를 만들거나, 반대로 분자를 자르는 '화학 반응'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효소가 없으면 매우 느리게 일어나는 화학반응이 효소가 있으면 자주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효소에는 화학 반응 전후에 자기 자신을 변화하지 않는 성질이 있다. 이런 물질을 '촉매(Catalyst)'라고 한다.

반응형

2. 여러가지 효소

2-1. 소화를 담당하는 효소

 우리가 밥을 먹으면 침이 입속에 저절로 분비된다. 그리고 꼭꼭 씹어먹다 보면 은근한 단맛을 느낄 수 있다. 우리의 침 속에는 밥 등을 소화하는 효소인 '아밀라아제(Amylase)'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밥의 주성분은 포도당 분자가 수만 개나 이어진 기다란 분자인 '녹말'이다. 대부분의 녹말 분자는 입속에서 제대로 소화가 이루어지지 않고 삼켜지지만, 일부 녹말 분자는 당 분자가 된다. 그래서 은근한 단맛이 느껴지는 것이다. 입안에서 제대로 부서지지 않은 녹말 분자는 다시 한번 '십이지장'에서 '췌장액(이자액)'에 들어 있는 아밀라아제에 의해 더욱 잘게 부서진다.

 세포의 주요 에너지원은 '글루코오스(Glucose)'이다. 우리 몸의 세포는 글루코오스를 내부로 받아들여 에너지로 삼지만, 녹말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래서 녹말을 잘게 쪼개 글루코오스로 바꾸어야 한다. 하지만 밥 분자가 저절로 잘리는 반응은 저절로는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밀라아제가 있으면 녹말을 자르는 화학반응을 1개마다 1초에 1000회나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음식물 분자를 효소로 잘라서 흡수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소화'라고 한다. 즉, 우리가 어떤 것을 먹을 수 있느냐 없느냐는 소화에 관계하는 효소를 가지고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예컨대, 염소는 종이를 소화할 수 있지만 사람은 종이를 소화할 수 없는 이유는, 사람에게 '종이 분자(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효소가 없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방치한 밥이 썩는 것도 세균 등의 분해 효소가 작용하기 때문이다. '썩는다'는 것은 세균인 효소가 음식물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유해한 물질'이 생기는 것을 말한다. '무균상태'라면 밥은 전혀 부패하지 않는다.

2-2. 세균을 공격하는 효소

 '리소자임(Lysozyme)'은 화학 반응을 일으켜 자신보다 훨씬 큰 미생물을 파괴하는 '살균 효소'이다. 일부 세균은 표면이 당이나 단백질 분자가 연결되어 생긴 그물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이 부분을 '세포벽'이라고 한다. 리소자임 분자에는 도랑 같은 흠이 있고, 음전기를 띤 곳과 양전기를 띤 곳이 있다. 세포벽의 기다란 분자와 리소자임의 홈 사이에서 양 전기를 띤 곳과 음 전기를 띤 곳이 마치 서로 잡아당기듯이 대응하면, 홈과 세포벽 분자 사이에서 강한 인력이 작용해 리소자임이 세포벽 분자의 정해진 장소에 달라붙는다. 이렇게 효소가 표적으로 하는 분자에만 달라붙는 성질을 '기질 특이성'이라고 한다. 세포벽 분자에 달라붙어 있던 리소자임은 분자를 끌어당겨 결합 일부를 일그러뜨린다. 그러면 그 부분의 결함이 불안정해져 화학 반응이 일어나기 쉬워진다. 여기에 주위의 물 분자가 충돌하면 분자를 자르는 화학 반응이 일어난다. 이 반응은 효소가 없으면 좀처럼 일어나지 않지만, 리소자임이 달라붙어 세포벽의 결합을 끌어당겨 일그러뜨리면 곧 일어난다.

 분자가 잘리면 세포벽 분자와 리소자임 홈의 모양이 맞지 않게 되므로 리소자임은 곧 떨어져 나간다. 그리고 다른 부분에서 다시 같은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이리하여 세포벽 분자가 절단되어 가면, 세균은 모양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어 부서진다. 이처럼 효소는 표적이 되는 분자와 결합해 변형시킴으로써 화학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상황을 만들 수 있다. 이것이 효소가 있으면 화학 반응이 고속으로 일어나는 이유이다.

2-3. 알코올을 분해하는 효소

 술을 마시면 뇌가 알코올의 작용에 의해 '취한' 상태가 된다. 알코올은 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acetaldehyde)'라는 독성 물질로 바뀌는데, 이 '아세트알데이드'가 두통이나 구역질 등 술에 취하는 원인이다. 하지만 아세트알데히드는 이어 다른 효소에 의해 무해한 '아세트산(Acetic Acid)'으로 바뀜으로써 몸속에서 사라진다.

 술에 강한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를 분해하는 능력이 높은 효소를 가지고 있다.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속에 쌓이기 어려우므로 잘 취하지 않아 술을 계속 마실 수 있는 것이다. 반면, 술을 잘 마시지 못한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의 분해 능력이 낮은 효소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사람은 아세트알데히드가 몸속에 쌓이기 쉬워, 취하게 되므로 술을 계속 마실 수 없다.

 두 효소의 성능이 다른 것은 분자 속의 극히 일부의 모양이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그것만으로도 술의 약한 사람의 효소는 아세트알데히드 분자에 단단히 붙을 수 없다. 그러면 분자의 모양을 일그러뜨리거나 해서 화학 반응을 잘 일어나게 할 수 없으므로 알데히드가 제대로 분해되지 않는다. 이러한 효소의 모양의 차이는 효소를 만드는 설계 정보가 기록된 DNA가 약간 다르기 때문이다.

2-4. 에너지원을 만드는 효소

 'ATP 합성 효소(ATP synthase)'는 세계에서 가장 작은 모터이다. 그 크기는 약 10nm 정도로 우리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계속 회전하고 있다. ATP 합성 효소'는 음식물에 들어 있는 막대한 에너지를 작게 나누어 다른 효소가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에너지원으로 바꾼다. 간편한 이 에너지원을 'ATP(아데노신 3인산)'라고 한다. ATP는 다양한 기계에서 사용되는 전지와 같은 것으로, 예컨대 분자와 분자를 결합시킬 때 등에 온몸의 효소로 사용된다.

 ATP에는 인산 분자 3개가 연결되어 있는데, 이 결합이 끊어질 때 에너지가 방출된다. ATP가 효소로 사용되면 인산이 1개 줄어 'ADP(아데노신 2인산)'이라는 분자로 바꾼다. 그러면 ADP는 'ATP 합성 효소'에 의해 다시 인산과 결합해 ATP로 돌아간다. ATP가 '가득 충전된 전지'라면 ADP는 '용량이 줄어든 전지'에 해당하고, 'ATP 합성 효소'는 '충전기'에 해당한다고 말할 수 있다.

2-5. DNA를 복제하는 효소

 세포는 DNA를 가지고 있으며, DNA에 있는 설계 정보를 바탕으로 효소를 포함한 모든 단백질을 만들어 낸다. 다세포 생물은 성장하기 위해 세포 분열을 할 때 DNA를 정확하게 복제해야 한다. 이 과정에 'DNA 폴리메라아제' 등의 효소가 사용된다. DNA는 아데닌, 구아닌, 시토신, 티민이라는 4개의 염기가 길게 이어져 있다. 그리고 이 두 가닥의 서로의 염기를 마주보듯 결합에 안정된 이중 나선 구조를 이루고 있다. 아데닌은 구아닌과 결합되어 있고, 구아닌슨 시토신과 결합되어 있다.

 'DNA 폴리메라아제(DNA polymerase)'는 염기가 서로 마주보는 성질을 이용해 DNA를 복제한다. 먼저 '헬리카아제(helicase)'라는 효소가 이중 나선을 푼 다음 DNA 폴리메라아제가 한 가닥 사슬이 된 DNA에 각각 결합한다. 그리고 한 가닥 사슬의 DNA 염기에 대응하는 염기를 결합시켜 나가면서 사슬을 복제한다. 이처럼 DNA의 복제에는 효소가 필요하다. 그리고 DNA 폴리메라아제 같은 여러 효소들을 합성하려면 그 설계정보를 가지고 있는 DNA가 필요하다. 그래서 DNA와 효소는 어느 하나가 빠져도 존재할 수 없는 이른바 '닭과 달걀'같은 관계에 있다.

2-6. 올바른 아미노산을 골랐는지 '확인'하는 효소

 tRNA는 단백질 제조 공장이 리보솜에 아미노산을 운반하는 역할을 한다. tRNA에 대응하는 아미노산을 결합시키는 효소인 '아미노아실 tRNA 합성 효소(aminoacyl tRNA synthase)'는 tRNA와 아미노산을 올바로 인식하고 결합시켜야 한다. 만약 DNA의 정보와 일치하지 않는 아미노산이 하나라도 연결되면, 효소는 올바를 모양이 되지 않거나 기능하지 않을 수 있다.

 아미노산은 20종이 있기 때문에 '아미노아실 tRNA 합성 효소'도 각각의 아미노산에 특화된 효소가 20종 있다. 그 가운데서도 '이소류신(isoleucine)'이라는 아미노산과, 이소류신에 대응하는 tRNA를 결합시키는 효소에는 올바른 아미노산을 골랐는지를 확인하는 메커니즘이 있다. 먼저 이소류신의 '아미노아실 tRNA 합성 효소'는 아미노산이 효소의 홈에 꼭 맞으면 그 아미노산이 이소류신이라 판정하고 대응하는 tRNA와 결합시킨다. 단, 아미노산 가운데에서도 이소류신과 '발린'은 특히 모양이 비슷하다. 그래서 '발린'이 홈에 들어왔을 때도 tRNA와 결합시키는 경우가 있다.

 그래서 이 이 효소는 tRNA를 방출하기 전에 '확인 작업'을 한다. 효소의 두 번째 홈에 tRNA와 결합한 아미노산을 넣어보는 것이다. 이 홈에는 발린은 들어가지만 이소류신은 들어가지 않는다. 홈에 아미노산이 들어갔을 경우 효소는 '발린을 결합했다'라고 판단해 결합을 끊어 버린다. 한편 아미노산이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 경우 '올바른 이소류신을 결합했다'라고 판단해 tRNA는 그대로 방출된다. 이 확인 작업에 의해 '발린'이 '이소류신'으로 잘못 결합하는 확률이 1/150에서 1/3000로 떨어진다.

2-7. 화학반응을 제어하는 효소

 걷고 있을 때와 자고 있을 때 필요한 에너지의 양은 서로 다르다. 우리 몸속의 에너지는 대부분 ATP로부터 얻어지므로, 세포에서는 상황에 따라 적정량의 ATP를 합성해야 한다. 그 조절도 실은 효소가 하고 있다. ATP는 글루코오스 등을 바탕으로 해서 효소에 정해진 순서로 화학 반응을 일으킴으로써 만들어진다. 일련의 이 화학 반응의 흐름을 '대사 경로'라고 한다. 대사 경로의 도중에 있는 효소의 하나인 '포스포프룩토키아나제(Phosphofructokinase)'는 세포 속의 ATP 양에 따라 효소의 활성화를 민감하게 변화시켜 ATP 합성할 양을 조절한다.

 세포 속에 ATP가 부족하면, 효소 주위에 ATP가 소비되면서 생기는 ADP나 AMP가 많다. 이때 ADP나 AMP가 포스포프룩토키나아제와 결합하면 분자의 모양이 바뀐다. 그러면 반응의 속도가 빨라진다. 그 결과 대사 경로 전체의 효율이 높아져 ATP가 생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반대로 세포 속에 ATP가 남아도는 경우, ATP가 포스포프룩토키나아제와 결합해 'ADP나 AMP와 결합했을 때'와는 다른 모양으로 변한다. 그러면 이번에는 화학 반응의 속도가 느려진다. 그 결과 대사 경로 전체의 효율이 떨어져 ATP가 거의 만들어지지 않는다. 세포는 ATP를 항상 소비하고 있으므로 ATP를 합성하는 양이 떨어지면 ADP나 AMP가 늘어나 ATP가 생기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처럼 포스포룩토키나아제는 대사 경로의 최후에 생기는 ATP의 양을 검출해 화학 반응 속도를 항상 조절하고 있다. 세포 속에는 포스포프룩토키나아제 말고도 화학반응을 상황에 따라 조절할 수 있는 효소가 많이 있다.

반응형

3. 효소가 만들어지는 메커니즘

 효소는 수천 종류가 있으며 모두 모양이 다르다. 어떻게 이토록 다양한 효소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

 효소는 대부분 단백질로 만들어져 있으며, 단백질은 20종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기다란 분자로 이루어지진다. 아미노산이 배열되는 방식, 즉 단백질의 설계도는 DNA에 기록되어 있다. DNA에 적혀있는 단백질의 설계 정보는 mRNA에 복사되어 핵 바깥의 '리보솜'과 만난다. 리보솜은 mRNA를 설계 정보를 바탕으로 아미노산끼리 연결하는 화학반응을 일으킨다.

 리보솜 주위에는 tRNA가 떠다니고 있으며, tRNA는 아미노산 1개와 아미노산에 대응하는 3개의 염기를 가진다. tRNA가 mRNA에 대응하는 염기를 가지고 있으면, 리보솜은 tRNA에서 아미노산을 떼어내고 아미노산끼리 연결하는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이것을 되풀이하면서 mRNA의 설계 정보대로 아미노산을 이은 기다란 분자를 만든다. 이 기다란 분자는 리보솜에서 나오면 차츰 접혀 나가 하나의 모양을 이루면서 효소가 생긴다. 즉, 아미노산이 배열되는 방식에 따라 각각 정해진 모양이 됨으로써 다양한 기능을 가지게 되는 것이다. 이리하여 리보솜이라는 1종의 제조 장치에서 수천 종의 효소가 만들어진다.

반응형

4. 효소 작용의 제어

 효소는 조금만 모양이 바뀌어도 그 성능이 크게 바뀐다. 우리의 몸속에서는 이 성질을 이용해, 효소를 작동하게 하거나 필요할 때 작동하도록 하는 등 효소의 기능을 교묘하게 제어하고 있다.

 주요 영양소의 하나인 단백질을 분해하려면 먼저 단백질을 잘게 자르는 효소가 필요하다. 하지만 단백질은 우리의 몸에서 만드는 물질이기도 하다. 만약 단백질을 자르는 효소가 세포 속에 만들어지면 우리 자신의 몸을 분해하는 '맹독'이 될지도 모른다. 효소가 제어되지 않으면 우리의 인체도 소화 효소에 의해 분해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세포 안에서는 '펩시노겐(pepsinogen)'이라는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이것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펩신'이라는 효소에 여분의 분자가 붙은 것이다. 이 여분의 분자가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부위(활성 부위)에 끼어 있어 '펩시노겐'은 단백질을 자르지 않는다.

 위에서 음식물의 단백질이 들어오면 펩시노겐이 위 속으로 분비된다. 위 속에선 강산성(pH2)의 위산이 있다. 펩신이 위산과 접촉하면 활성 부위를 막고 있던 여분의 분자가 떨어져 펩신으로 바뀐다. 그러면 맹렬하게 음식물의 단백질을 분해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위' 자체는 왜 펩신에 의해 분해되지 않을까? 위벽의 표면은 '뮤신'이라는 물질로 이루어지는 점막으로 덮여있어 위산이나 펩신으로부터 위벽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단백질의 분해가 끝나 단백질이 '펩티드(단백질이 절단된 분자)'가 되면 음식물은 펩신과 섞여 '소장'으로 흘러간다. 그러면 펩신은 소장을 상하게 하지 않을까? 효소는 온도와 산성도, 압력에 따라 모양이 미세하게 바뀐다. 그래서 효소가 가장 잘 작용하는 온도와 산성도, 압력이 정해져 있다. 펩신의 경우 pH2라는 강산성에서 가장 잘 작용하지만, 소장의 약알칼리성(pH7.5~8) 환경에서는 거의 작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장이 펩신에 의해 분해되는 경우는 없다. 그런데 소장에서는 '펩티드(peptide)'가 다른 효소 '카복시펩티다아제 A(carboxypeptidase A)' 등에 의해 '아미노산(amino acid)'까지 분해된다. 이 효소는 '기다린 분자(단백질)'에는 작용하지 않으므로 소장이 상하는 경우는 없다.

반응형

5. 효소들의 '연계 플레이'

 예컨대 수상한 사람이 나타나는 등, 사람은 위험을 감지했을 때 즉시 도망가는 등의 대응을 한다. 이때 몸속에서는 여러 가지 반응이 일어난다. 예컨대 간세포는 도주 등에 필요한 에너지원인 글루코오스를 당장 만들어 혈액을 통해 온몸에 공급한다. 이것은 정보 전달에 관여하는 효소들의 멋진 연계 플레이 덕분에 실현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날 사용할 에너지원으로 간에 '글리코겐'이라는 물질을 비축한다. '글리코겐(glycogen)'은 '글루코오스(glucose)'가 연결된 기다란 분자이다. 기다란 분자인 '글리코겐'을 여러 번 자르면 '글루코오스'가 된다. 간에는 글리코겐을 만드는 효소와 글리코겐을 자르는 효소가 있다. 만약 글루코오스를 빨리 만들려면, 글리코겐을 만든는 효소의 작용을 멈추고 글리코겐을 자르는 효소를 작용 시켜야 한다.

 만약 당신이 '위험을 닥쳐오는 것'을 전하는 전령이라면 1000명에게 정보를 전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직접 일일이 찾아다니며 전하는 것보다, 정보를 전달받은 사람에게 '다른 사람에게도 전해 달라'라고 부탁하는 편이 빠르고 효율적일 것이다. 그래서 효소도 이와 똑같이 한다. 사람이 위험을 인식하면 '아드레날린(Adrenaline)'이라는 호르몬이 '신장'에 위치한 '부신'이라는 기관에서 분비되어 온몸으로 퍼진다. 간세포가 '1개'의 아드레날린을 인식하면, 수십 개의 정보 전달 분자가 만들어지고, 제1단계 효소 '수십 개'에 전해져 이들 효소가 또 활성화되고, 이 수십 개 효소에 의해 제2단계 효소 '수백 개'가 활성화되고, 제3단계 효소인 '글리코겐'을 분해하는 효소가 '수천 개' 활성화되어 '글리코겐'을 분해한다. 그리고 '수만 개'의 글루코오스가 곧 혈액 속으로 방출된다.

 이와같은 '효소들의 연계 플레이'는 냄새 분자나 빛을 감각 세포가 인식해 전기 신호로 변환될 때도 이용된다. 환경의 변화에 재빨리 대응할 수 있는 것은 '효소들의 연계 플레이' 덕분이다.

반응형

6. 주요 효소

6-1. 장기·기관별 효소

 '소화', '호흡', '상처의 치유', '물체를 보거나 냄새를 맡기' 등 살아가는 데 이루어지는 일은 온갖 일들은 모두 분자끼리의 화학 반응이 효소를 매개로 일어남으로써 실현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 장기와 기관에서는 어떤 효소가 활약하고 있을까? 대표적인 효소들을 살펴보고 정리해 보자.

장기·기관 효소
감마 세크레타아제
탈산 탈수 효소
카탈라아제(Catalase)
시토크롬 P450
알코올 분해 효소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
글리코겐 포스포릴라아제
글리코겐 신타아제
혈액 트롬빈(Thrombin)
구강 리소자임(Lysozyme)
펩신(Pepsin)
레닌(Rennin)
십이지장 트립신(Trypsin)
아밀라아제(Amylase)
리파아제(Lipase)
소장 말타아제(Maltase)
생식기 텔로메라아제(Telomerase)
  1. 감마 세크레타아제: 세포막 속에 숨겨진, 펩티드를 절단하는 효소. 알츠하이머병에서 쌓이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만든다. '가족성 알츠하이머병(유전성 알츠하이머병)'에서는 이 효소의 부품인 '서브 유닛'에 변이가 있는 가족이 가장 많다. 그리고 이 효소는 발생과 분화의 제어 인자도 생성한다.
  2. 탈산 탈수 효소: 호흡에 관여하는 효소. 혈액 속의 탄산 이온을 1초 동안 100만 개나 이산화탄소 분자로 바꾸어 공기 속에 방출한다.
  3. 카탈라아제(Catalase): 초고속 해독 효소. 호흡과 더불어 세포 속에는 유독한 '과산화수소'가 생긴다. 이 효소는 과산화수소를 1초 동안 4000만 개나 분해한다. 간세포의 페르옥시솜(미소체)이라는 소포 속에 존재한다.
  4. 시토크롬 P450: 다양한 유해 물질을 산화함으로써 '해독'하는 효소 무리. 일부 약품은 포도 주스와 함께 먹으면 부작용이 강해지는데, 그것은 이 효소의 작용이 저해되기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5. 알코올 분해 효소: 알코올을 아세트알데히드로 바꾸는 효소.
  6. 아세트알데히드 분해 효소: 아세트알데히드를 아세트산으로 바꾸는 효소. 이 효소는 2종이 있는데, 어느 것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술에 취하기 쉬운 정도에 크게 영향을 미친다.
  7. 글리코겐 포스포릴라아제: 간에 보존되어 있는 에너지원 '글리코겐'을 분해해 '글루코오스'로 바꾸는 효소. 급하게 에너지가 필요한 때와 공복일 때 먼저 간의 글리코겐이 사용된다.
  8. 글리코겐 신타아제: 글루코오스를 연결해 글리코겐으로 바꾸는 효소. 밥을 먹은 직후에는 이 효소가 많이 작용한다.
  9. 트롬빈(Thrombin): 혈곽 내벽이 손상되었을 때 등에 작용하는, 혈액의 응고에 관여하는 효소. 트롬빈이 혈장 속의 단백질 '피브리노겐(fibrinogen)'을 분해하면 '피브린(fibrin)'이라는 섬유가 생긴다. 피브린의 그물에 적혈구 등이 얽혀 몇 분 만에 상처가 아문다.
  10. 리소자임(Lysozyme): '세균(그람 양성균)'을 죽이는 효소. 세균의 세포벽을 구성하는 당류의 사슬을 절단한다. 눈물이나 침에 들어있다. 이 효소는 항생 물질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레밍이 발견했다. 플레밍은 감기에 걸렸을 때 세균을 배양하는 곳에 재채기를 하고 나중에 세균의 성장이 멈춘 것을 알아차렸다고 한다. 리소자임은 달걀 등에도 많이 들어 있으며, 세균이 감염하는 것을 막는다.
  11. 펩신(Pepsin): 단백질 분해에 관여하는 효소. '펩시노겐'이라는 활성이 없는 효소의 전구체로서 합성되며, 위에 분비되면 위산에 의해 펩신으로 바꾸니다. pH2 전후에서 잘 활성화된다.
  12. 레닌(Rennin): 우유 등의 단백질을 굳히는 효소. 유아기에만 분비된다. 굳은 단백질은 위에 오래 머무르므로 소화 효율이 좋아진다.
  13. 트립신(Trypsin): 단백질 분해에 관여하는 소화 효소. 췌장(이자)에서 분해 능력이 없는 효소 전구체 '트립시노겐'으로 분비되면, 십이지장의 관 속에서 '엔테로펩티다아제'라는 효소에 의해 트립신으로 변한다. pH5.2~6에서 잘 활성화된다.
  14. 아밀라아제(Amylase): 췌장에서 분비되는 소화 효소. 아밀로오스(다당)를 말토오스(2당) 등으로 분해한다. 당류는 가장 기본적인 에너지원이므로 동물은 모두 녹말 등의 기다란 분자를 분해하는 아밀라아제를 가지고 있다.
  15. 리파아제(Lipase): 지질의 분해에 관여하는 소화 효소. 입속, 위, 십이지장에서 분비된다.
  16. 말타아제(Maltase): 말토오스를 분해해 글루코오스(단당)로 바꾸는 소화 효소. 알파글루코시다아제라고도 한다. 이 효소는 소장의 상피 세포 표면에 있으며, 만들어진 글루코오스는 장내 세균에게 빼앗기지 않으려고 곧바로 흡수된다.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이 당뇨병 치료 약으로 개발되어 있다. 이 약은 혈당치의 급상승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17. 텔로메라아제(Telomerase): 세포에 '수명'에 관련이 있다고 생각되는 효소. 일반적으로 세포 분열을 위해 DNA가 복제될 때 DNA의 말단 부분 '텔로미어(telomere)'의 일부는 복제되지 않기 때문에 DNA는 그만큼 짧아진다. 분열이 되풀이되어 DNA의 텔로미어가 없어지면 그 세포는 분열하지 않게 된다. 이 효소는 텔로미어를 늘임으로써 세포 분열할 수 있는 횟수를 증가시킬 수 있다. 난모 세포나 정모 세포 등 생식 세포에서 활성화하고 있다. 그리고 암세포에서 활성화하고 있어 암세포가 무한으로 증식할 수 있는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된다.

6-2. 많은 세포에 공통되는 주요 효소

 위에서는 사람의 각 장기와 기관에 집중적으로 존재하는 효소를 중점적으로 소개했다. 이번에는 대부분의 세포에 존재하는, 세포의 생존에 빼놓을 수 없는 기본적인 효소를 살펴보고 정리해 보자.

장기·기관 효소
세포질 기질(Cytolasmic Matrix) 포스포프루토키나아제(Phosphofructokinase)
유비퀴틴 결합 효소(Ubiquitin Conjugating Enzyme)
아미노아실 tRNA 합성 효소
단백질 키나아제(Protein Kinase)
사이클린의존성 키나아제(Cyclin Dependent Kinase)
핵(Nucleus) RNA 폴리메라아제(RNA Polymerase)
DNA 폴리메라아제(DNA Polymerase)
DNA 리가아제(DNA Ligase)
메틸라아제(DNA 메틸트랜스페라아제)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 ATP 합성 효소(ATP Synthase)
세포막(Cell Membrane) 안지오텐신 변환 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리소좀(Lysosome) 말타아제(Maltase)
  1. 포스포프루토키나아제(Phosphofructokinase): 글루코오스를 분해하는 대사 경로에 존재하며, 경로 전체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는 효소의 하나. 이 효소에 ATP가 결합하면 화학 반응이 느려진다. ATP가 소비되어 늘어난 ADP와 AMP가 효소와 결합하면 화학 반응이 빨라진다.
  2. 유비퀴틴 결합 효소(Ubiquitin Conjugating Enzyme): 제대로 접히지 못한 단백질에, 분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을 나타내는 표지로서 '유비퀴틴'이라는 분자를 결합시키는 효소. 예컨대 유리퀴틴을 붙인 단백질은 '프로테아좀(Proteasome)'이라는 효소 복합체에 보내져 뿔뿔이 분해된다.
  3. 아미노아실 tRNA 합성 효소: 20종의 아미노산을 대응하는 tRNA와 결합시키는 효소
  4. 단백질 키나아제(Protein Kinase): 효소 등의 단백질에 인산기를 결합시키는 효소. 효소에 인산기가 결합되면 모양이 바뀌어 화학 반응을 일으키기 쉬워지거나, 반대로 일으키기 어려워진다. 이 효소는 다른 효소를 작용시키는 스위치 등으로 작용한다..
  5. 사이클린의존성 키나아제(Cyclin Dependent Kinase): 세포는 '분열하지 않는 시기', 'DNA를 복제하는 시기' 등 4개의 과정을 거쳐 분열한다. 이 효소가 활성화하거나 비활성화함으로써 세포는 다음 과정으로 옮겨진다. 이 효소는 '사이클린'이라는 단백질이 결합하는 등의 세 가지 조건이 갖추어지면 활성화한다.
  6. RNA 폴리메라아제(RNA Polymerase): DNA 정보를 복사한 mRNA를 합성하는 효소. 합성된 mRNA는 핵 속에서 일부를 끊어내는 등의 편집ㅇ르 거쳐 완성된다.(진핵생물의 경우) 핵 밖으로 나온 mRNA를 바탕으로 리보솜에 의해 단백질이 합성된다.
  7. DNA 폴리메라아제(DNA Polymerase): DNA 이중 나선의 한쪽이 빠져 있는 곳을 복구하는 효소. 사람에게는 15종의 DNA 폴리메라아제가 있으며, 몇 개 염기만 복구하는 것과 DNA 전체를 복제하는 것이 있다.
  8. DNA 리가아제(DNA ligase): DNA와 DNA를 연결하는 효소. 유전자 조작 기술 덕분에 핵산끼리 연결하는 풀처럼 사용된다.
  9. 메틸라아제(DNA 메틸트랜스페라아제): DNA에 '메틸기'를 결합시키는 효소. DNA를 메틸화함에 따라, 원래의 DNA의 염기 배결을 바꾸지 않고 그 발현을 조절할 수 있다.
  10. ATP 합성 효소(ATP Synthase): ADP와 인산을 결합시켜 ATP를 만드는 효소
  11. 안지오텐신 변환 효소(angiotensin converting enzyme): 혈압을 조절하는 효소. 혈압을 높이는 작용이 있는 단백질 '안지오텐신(angiotensin)'을 활성화한다. 고혈압의 치료 약으로 이 효소의 작용을 억제하는 약이 개발·사용되고 있다.
  12. 말타아제(Maltase): 글리코겐을 분해하는 효소의 하나. 리소좀은 세포 안팎의 물질을 분해나는 소기관이다. 이 효소를 갖고있찌 않은 사람은 리소좀에 글리코겐이 축적되어 심장 근육 기능 장애 등의 증상이 나타나는 '폼폐병(Pompe Disease)'을 일으킨다. 근년에 개발된 특효약 '미오자임(myozyme)'이 말타아제를 대신할 효소를 보충하는 요법에 사용되고 있다. 미오자임은 식품 속의 효소와 마찬가지로 먹으면 소화되므로 주사로 투여된다.

6-3. '세균'의 주요 효소

  1. 제한 효소(Restriction Enzyme): 세균이 가지고 있는, 몸속에 침입해 온 바이러스의 두 가닥 사슬 DNA를 끊는 효소. 특정한 방식으로 늘어서는 염기를 인식해 절단한다. 그래서 목표로 한 곳에서 DNA를 끊을 수 있는 가위로서 유전자 조작 기술에 응용되고 있다. 어떻게 늘어선 방식의 염기를 끊느냐에 따라 수백 종류의 제한 효소가 발견되고 있다. 그리고 세균에서는 메틸라아제가 자기 DNA를 메틸화해서 제한 효소에 의한 절단을 막는다.
반응형

7. 효소가 일으키는 화학 반응에 의한 효소 분류

  1. 산화 환원 효소(Oxidation-reductase): 두 분자 가운데 한쪽이 산화되고 다른 한쪽이 환원되는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
  2. 전이 효소(Transposase): 분자를 자르고 자른 부분을 다른 분자에 결합시키는 효소. ATP 인산기를 자르고, 그 에너지로 인산기를 다른 분자에 전이하는 효소를 키나아제라고 한다. 또 뉴클레오티드의 인산기를 자르고, 그 에너지로 뉴클레오티드를 계속해서 연결하는 효소를 RNA/DNA 폴리메라아제라고 한다.
  3. 가수 분해 효소(Hydrolase): 분자를 끊을 때 물 분자를 이용하는 반응(가수 분해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 단백질을 분해하는 경우는 '프로테아제', DNA 등 핵산을 분해하는 경우는 '뉴클레아제', ATP에서 인산 염기를 잘라 내는 경우는 'ATP아제', ATP 이외의 분자에서 인산 염기를 꺼내는 경우는 '포스파타아제'라고 한다.
  4. 탈리 효소(Lyase): 물 분자를 사용하지 않고 분자를 절단하는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 이때 두 분자 사이에 이중 결합을 만드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중 결합이 있는 부분에 분자를 결합시키는 반응도 일어나는 경우가 있다.
  5. '이성화(異性化)' 효소: 하나의 분자 속에서 결합 방식이 바뀌는 화학 반응을 일으킨다.
  6. 합성 효소(Synthetase): 두 분자를 결합시키는 반응을 일으키는 효소. 많은 경우에 ATP를 잘라서 에너지를 얻는 반응이 함께 일어난다. [공역 반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