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물리학 (Physics)

고차원

SURPRISER - Tistory 2021. 8. 15. 15:58

0. 목차

  1. 고차원 이론의 등장
  2. 고차원을 생각하는 이유
  3. 고차원은 어디에 있는가?
  4. '초끈 이론'의 여분 차원
  5. 여분 차원과 중력
  6. 차원의 수와 중력
  7. 가속기 실험
  8. 고차원의 증거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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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고차원 이론의 등장

1-1. 이 세상은 4차원 시공?

 물리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1879~1955)'은 1905년에 '특수 상대성 이론(Special Theory of Relativity)'을 발표해, 이 세계가 '3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으로 이루어진 '4차원 시공'임을 밝혔다. '시공(Space-Time)'이란 시간과 공간을 하나로 표현한 말로,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이 하나로 되어 있으며, 절대로 끊을 수 없는 관계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후에도 특수 상대성 이론은 여러 차례 실험으로 확인되었고, 물리학자들은 적어도 이 세계는 4차원 시공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1915~1916년에는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Theory of General Relativity)'을 발표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은 '특수 상대성 이론'을 더욱 발전시킨 것으로, 중력을 4차원 시공의 휘어짐으로 설명한 이론이다.

1-2. 상대성 이론은 고차원 공간에서도 성립한다.

 아인슈타인의 4차원 시공은 시간의 1차원이 더해졌다고 해도, 공간은 여전히 3차원이었다. 그런데 1920년대가 되자, '공간은 4차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론이 등장하였다. 그 이론을 고안한 사람은 독일의 수학자인 '테오도르 칼루차(Theodor Franz Eduard Kaluza, 1885~1954)'와 스웨덴의 물리학자 '오스카르 클라인(Oskar Benjamin Klein, 1894~1977)'이다.

 '테오도르 칼루차'는 '일반 상대성 이론'을 연구하던 도중, 상대성 이론이 4차원 공간에서도 성립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수식에서 가로, 세로, 높이에 또 하나의 방향(차원)을 더한다고 해도 이론에 모순이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공간이 4차원이라면, 그때까지 서로 다른 것으로 생각되던 중력과 전자기력을 하나의 이론에서 통합하여 설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알아냈다. 고차원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새로운 물리학 이론을 구축하려고 한 '칼루차'와 클라인'의 바람은 생전에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 세계가 3차원일 필요는 없다'는 아이디어는 먼 훗날 과학사에 혁명을 불러일으킬 획기적인 아이디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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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차원을 생각하는 이유

2-1. 네 가지 힘의 통일

 그러면 물리학자들은 비상식적으로 보이는 '고차원'이라는 아이디어를 왜 진지하게 연구하는 것일까? 고차원 공간을 생각하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 '강한 핵력(Strong Nuclear Force)', '약한 핵력(Weak Nuclear Force)', '중력(Gravity)'의 네 가지 힘을 통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리학 이론에 따르면, 이들 힘은 '소립자'를 서로 주고받으면서 전달된다고 생각된다. '소립자(Elementary Particle)'란 더 이상 분할할 수 없는 자연계의 최소 단위로, 물질을 구성하거나 각종 힘을 전달하는 입자를 가리킨다. 예를 들어, 전자기력은 '광자(photon)'라는 소립자를 통해 전달된다. 떨어져 있어도 자석끼리 당기거나 밀어내는 이유는 한쪽 자석에서 방출된 광자가 다른 한쪽의 자석에까지 도달하기 때문이다.

  1. 전자기력: '전기력(전기를 띤 물체에 작용하는 힘)'과 '자기력(자기를 띤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힘)'을 통틀어 전자기력이라고 한다. 전기력과 자기력은 모두 '광자'라는 소립자에 의해 전달된다. 우리 주변에서 느끼는 힘 가운데 중력 이외의 힘은 거의 전자기력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야구 방망이로 공을 때릴 때 작용하는 힘은, 원자 속에 있는 전자끼리 반발해서 생기는 전자기력이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2. 강한 핵력: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와 중성자는 각각 3개의 '쿼크'라는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다. 그 쿼크들끼리 결합시키는 힘이 바로 '강한 핵력'이다. 강한 핵력은 '글루온(gluon)'이라는 소립자에 의해 전달되며, 1조 분의 1mm 정도(양성자의 크기)의 매우 짧은 거리에서만 전달된다.
  3. 약한 핵력: 중성자를 구성하는 3개의 쿼크 가운데 한 종류가 변화하면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하는 경우가 있다. 이를 '베타 붕괴'라고 하는데, 이 베타 붕괴를 일으키는 것이 약한 핵력이다. 약한 핵력은 '위크 보손(weak boson: W 보손과 Z 보손)'이라는 소립자에 의해 전달된다. 강한 핵력과 마찬가지로 아주 짧은 거리에서만 전달된다.
  4. 중력: 질량을 가지고 있는 모든 물체의 주위에 작용하는 인력으로, 만유인력이라고도 부른다. 질량이 클수록 커다란 중력이 생기고 서로 가까울수록 그 영향을 크게 받는다. 중력은 '중력자(graviton)'라는 소립자에 의해 전달된다고 생각되지만, 중력자가 아직 발견된 것은 아니다. (2021년 기준)

표준 모형

2-2. '힘의 통일'의 최대 난관

 물리학의 역사는 통일의 역사였다. 물리학이 하는 일은 '지금까지 별개라고 생각하던 물질이나 현상의 이면에 있는 공통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작 뉴턴(Isaac Newton, 1642~1727)'은 '천체의 운동'과 '지상에서 낙하하는 운동'을 모두 '만유인력의 법칙'으로 설명하였다. 또 영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맥스웰(James Clerk Maxwell, 1831~1879)'는 '전기력(electric force)'과 '자기력(magnetic force)'을 '전자기력(electromagnetic force)'으로 통합하여 설명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과학자들이 열심히 노력한 결과, 자연계에 존재하는 힘은 위에서 소개한 네 가지의 힘으로 집약되었다.

 네 가지의 힘 가운데, '전자기력'과 '약한 핵력'은 이미 통일하는 이론이 나와 있다. 이 두 가지 힘을 통일하는 이론을 '와인버그 살람 이론'이라고 한다. 이 이론은 미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와인버그(1933~)'과 파키스탄의 물리학자 '압두스 살람(1926~1996)'이 1960년대에 발표하였다. 게다가 현재에는 여기에 '강한 핵력'까지 더한 '대통일 이론(GUT)'이 여럿 제안되어 검증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만, '대통일 이론'이 아직 실험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다. 만약 이 세 가지 힘들이 통일된다면, 남은 힘은 '중력(Gravity)' 뿐이다. 하지만 '중력'을 통일하기는 매우 어려워, 이론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면 중력을 통일하기가 왜 그렇게 어려운 것일까? '중력'은 다른 힘보다 압도적으로 약하기 때문이다.

 원래 우주의 초기인 '빅뱅' 무렵에는 초고온, 초고밀도에서 네 가지의 힘이 하나로 통일되어 있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점차 우주가 팽창하면서 온도가 내려갔고, 이에 따라 'CP 대칭성의 파괴'라는 현상에 의해 하나의 힘이 네 가지 힘으로 분리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먼저 '중력(gravity)'이 분리되었고 그다음에 강한 핵력, 그리고 약한 핵력 순으로 분리되었다.

우주의 온도에 따른 힘의 분화

2-3. 중력은 전자기력의 10⁻⁴²배

 우리는 항상 지구에 붙들려 있기 때문에, 중력이 엄청나게 약하다고 말해도 이를 납득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가 지구에 묶여서 생활하는 이유는 지구의 질량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참고로 지구의 질량은 (5.9722±0.00006)×1024kg 정도로 추정된다. 중력이 얼마나 약한지 감이 안 온다면, 다른 힘과 비교해보면 중력이 얼마나 압도적으로 약한지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전자끼리 접근할 때는 잡아당기는 '중력'과 반발하는 '전자기력'이 생긴다. 이때 서로 당기는 중력의 힘이 1이라면, 서로 밀어내는 전자기력의 세기는 1042이다. 즉, 중력은 전자기력의 10-42배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서로 다른 힘을 통일하기 위해서는 '본래 같은 힘이 다른 힘처럼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 낼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중력을 다른 힘들과 통일하기 위해서는 본래 같은 힘인데도 '중력'이 압도적으로 약해 보이는 이유를 설명해내야 한다. 그리고 중력만 유달리 약한 이유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고차원 공간'이라는 개념이 필요하다.

 그런데 '중력(Gravity)'이 다른 세 가지 힘과 본래 같은 힘이라는 근거는 있을까? 사실, 중력이 다른 힘들과 본래 같은 힘이라는 근거는 없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통일의 역사를 생각해 본 결과, 물리학자들은 모든 힘들을 통일할 수 있다고 매우 강하게 믿고 있다.

2-4. 중력은 고차원 공간에 확산되는가?

 만약 고차원 공간이 존재한다면, 중력은 4차원 이상의 방향으로도 퍼지기 때문에 우리가 있는 3차원 공간에서는 약하게 보인다. 이 세계에 우리가 감지할 수 없는 4차원 이상의 공간으로 중력이 전해진다고 하면, 중력은 확산되어 엷어진다. 즉, 우리가 감지할 수 있는 3차원 공간에는 중력의 일부밖에 전해지지 않기 때문에 약해 보인다는 것이다.

 1920년대 당시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하기 위해 고차원 공간의 아이디어가 제시되었지만, 결국 통일을 이루지는 못했다. 하지만 고차원 공간이라는 아이디어는 1980년대에 등장한 '초끈 이론' 속에서 부활했다. '초끈 이론'은 자연계의 최소 단위인 '소립자'를 진동하는 미세한 '끈'이라고 생각하는 물리학 이론이다. 1984년에 제창된 이 이론에서는 무려 '10차원 시공(9차원 공간과 1차원 시간)'이 존재함을 예언한다. 하지만 초끈 이론은 아직 미완성 이론이며, 실험에 의해 그 내용이 옳다고도 증명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우주의 네 가지 힘을 모두 통일할 가능성이 있는 이론이기 때문에 활발하게 연구되고 있다.

 또 1990년대에도 고차원 공간의 아이디어를 활용한, '초끈 이론' 이외의 이론이 등장했다. 이리하여 고차원이라는 '비상식적'이라고 보일 수 있는 아이디어가 물리학의 최전선에서 진지하게 논의가 이루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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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차원은 어디에 있는가?

 우리는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3차원 공간만 있는 것 같다. 그러면 도대체 물리학에서 예언하는 '고차원 공간'은 어디에 있는 걸까? 우리는 왜 고차원 공간을 인식할 수 없는 것일까? 우리가 고차원 공간을 인식할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는 몇 가지 설이 있다.

3-1. 고차원 공간은 작은 곳에 숨어 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고차원 공간은 매우 작기 때문에 우리가 알아차리지 못한다'라는 설이다. 높은 건물에서 아스팔트로 포장된 지면을 바라보면 2차원 평면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면을 확대해보면 지면의 울퉁불퉁함이 보일 것이다. 작은 개미들은 이 아스팔트를 2차원 방향뿐만 아니라 높이 방향으로도 이동하고 있다. 즉, 우리는 지면을 2차원이라고 생각하지만 개미에게 그곳은 3차원이다. 우리가 2차원이라고 생각하던 곳에 3차원이 숨어있던 것이다. 물리학에서 예언하는 고차원 공간의 크기는 일반적으로 원자보다도 훨씬 작은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리가 아스팔드 표면에 숨어 있는 차원을 알아차리지 못한 것처럼, 물리학이 예언하는 공간도 작아서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을 수도 있다.

3-2. 차원은 콤팩트화 되었다?

 물리학에서는 고차원 공간을 예언하고 있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아무리 봐도 3차원으로 보인다. '테오도르 칼루차(Theodor Franz Eduard Kaluza)'와 '오스카르 클라인(Oskar Benjamin Klein)'은 이를 설명하기 위해 '3차원을 넘는 차원을 둥글게 만다.'는 기법을 고안하였다. 이렇게 함으로써 '차원을 숨기는 것'으로, 물리학에서는 이것을 '콤팩트(compact)화'라고 한다. 예컨대, 2차원 '면'을 1차원으로 콤팩트화하는 것을 생각해 보자. 2차원의 평면을 둥글게 말아서, 반지름을 작게 해나가면 마침내 1차원의 선이 될 것이다. 보이지 않게 된 차원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작게 말려있을 뿐이다. 이렇게 둥글게 말린 차원에서는 말린 차원의 방향으로 똑바로 나아가면 원래 위치로 돌아오게 된다. 다만 콤팩트화라는 생각은 어디까지나 수학적으로 생각했을 때 모순이 없다는 뜻이다. 콤팩트화된 차원이 정말 존재하는지, 그리고 어떠한 메커니즘으로 콤팩트화가 일어나는지는 다른 문제다.

 '콤팩트화'라는 생각에 따르면, 우리가 사는 세상이 만약 4차원이라면 1차원만큼의 차원은 둥글게 말려서 숨겨져 있다는 뜻이다. 우리는 이 콤팩트화된 공간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기 때문에, 이 세계를 3차원으로 인식한다. 3차원 공간을 넘는 만큼의 공간 차원을 물리학에서는 '여분 차원(extra dimension, 잉여 차원)'이라고 한다. 3차원이 넘는 여분 차원을 콤팩트화하면, 이미 관측된 실험 결과나 물리학 법칙과 모순되지 않게 되어 '고차원 공간'의 존재가 허용된다. '초끈 이론'에서는 9차원의 공간을 생각하기 때문에 6개의 여분 차원이 콤팩트화된다고 설명한다.

 초끈 이론 외에도 여분 차원의 존재를 암시하는 이론이 있다. 이론에 따라 여분 차원의 수도 달라지지만, 여분 차원의 크기 등도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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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초끈 이론'의 여분 차원

4-1. 소립자의 성질과 움직임을 설명하기 위해 고차원을 도입

 공간의 콤팩트화는 3차원을 넘어서는 차원을 인식하지 못하는 이유를 설명하기에 아주 효과적이다. 그래서 초끈 이론에서도 '공간의 콤팩트화'가 채용되었다. 초끈이론에서는 소립자의 정체를 진동하는 작은 '끈'이라고 생각한다. 소립자들의 정체는 모두 미세한 끈이며, 끈이 진동하는 방법의 차이에 따라 서로 다른 소립자로 보이게 된다고 설명한다.

 만약 초끈 이론이 옳다면, '이미 발견되어 있는 소립자'와 '끈의 진동 방법'을 서로 대응시켜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 세계의 소립자를 3차원 공간에서의 끈의 진동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초끈 이론에서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고차원 개념을 도입한다. 공간을 9차원이라고 생각하면, 끈의 진동 상태가 현실 세계와 수학적으로 정합된다.

초끈 이론에서 생각하는 소립자인 진동하는 끈

4-2. 칼라비-야우 공간(Calabi-Yau Space)

 초끈 이론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우주는 '10차원 시공(9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이어야 한다. 공간의 9차원 가운데 6차원은 '칼라비-야우 공간'이라는 특수한 공간에 둥글게 말려 뭉쳐져 있다. 아래의 그림에서 평면은 '3차원 공간'을 나타내고, 둥글게 말린 6차원은 '칼라비-야우 공간(Calabi-Yau Space)'을 나타낸다.

칼라비-야우 공간 (Calabi-Yau Space)

4-3. 9차원으로 진동하는 끈

 초끈 이론에서는 9차원의 공간을 생각하면, 현실 세계와 정합성을 취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왜냐하면 차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많은 진동 상태를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 세계와 정합성을 취할 수 있고, 수학적으로도 모순되지 않는 이론을 만들려고 노력한 결과, 초끈 이론에서는 공간 차원 수가 9개 만들어 졌다. '소립자는 끈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생각을 전개시켜 나간 결과, 세계는 9차원 공간이라는 결론이 도출된 것이다. 그래서 9차원 공간에 1차원의 시간을 더해 10차원이 시공이 된다.

 일설에서는 끈의 길이가 10-34m 정도라고 주장하는데, 제대로 밝혀진 것은 아니다. 끈의 모습은 고성능 현미경으로도 볼 수 없다.

4-4. 중력이 압도적으로 약한 이유

 소립자가 진동하는 끈이라고 생각하는 '초끈 이론'의 사고방식을 발전시키면, 중력만 유난히 약한 이유를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초끈 이론에서 생각하는 끈은 크게 '닫힌 끈'과 '열린 끈' 두 종류로 나뉜다. '닫힌 끈(Closed String)'은 끈의 양 끝이 이어져 고리 모양의 고무줄 상태의 끈이고, '열린 끈(Open String)'은 양 끝이 이어지지 않은 상태의 끈이다. 그리고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지만, 초끈 이론에서는 열린 끈은 '브레인(brane)'이라고 불리는 '막'처럼 펼처진 영역에 들러붙어 이리저리 움직인다고 한다. 한편, '닫힌 끈'은 '브레인(brane)'에 들러붙는 '끝'이 없기 때문에 '브레인(brane)'에서 떨어져 움직일 수 있다고 한다.

 초끈 이론에서는 중력을 전하는 소립자를 '닫힌 끈(Closed String)'으로 나타낸다. 반면,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쿼크와 전자)'나 '전자기력을 전하는 소립자(광자)' 등 기타 소립자는 '열린 끈(Open String)'으로 나타낸다. 그리고 브레인(brane)'은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 공간의 세계에 해당한다. 즉, 우리 인간을 포함하는 세계의 물체나 전자기력 등의 힘은 '열린 끈(Open String)'이기 때문에, 3차원 공간의 세계 즉, '브레인(Brane)' 속에서만 움직일 수 있다. 반면, 중력은 '닫힌 끈'이기 때문에 3차원 공간에 구속되지 않고, 더 높은 차원의 공간으로 움직일 수 있다.

'끈'과 'D-brane'

5. 여분 차원과 중력

 여분 차원의 주된 이론으로는 'ADD 이론(ADD Theory)', 'RS 이론(RS Theory)', 'UED 이론(UED Theory)' 세 가지가 있으며, 검증이 계속되고 있다.

5-1. ADD 이론(ADD Theory)

 1998년, 여분 차원의 개념을 대전환 시키는 'ADD 이론(ADD 모델)'이 발표되었다. ADD란 이 이론을 발표한 3명의 물리학자, '니마 아르카니하메드(Nima Arkani-Hamed), 사바스 디모폴로스(Savas Dimopoulos), 게오르기 드발리(Georgi Dvali)'의 이름 첫 글자를 딴 것이다.

 'ADD 이론'의 혁명적인 점은 '여분 차원이 작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었다. 초끈 이론에서는 여분 차원의 크기가 10-34m 정도라고 생각되었지만, 'ADD 이론'에서는 여분 차원이 1mm 정도일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ADD 이론은 '큰 여분 차원(Large extra dimension) 모델'이라고도 한다. 여분 차원이 1mm나 되면, 보일 것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ADD 이론'에서는 빛이 여분 차원에 전해지지 않는다고 생각하므로, 여분 차원이 아무리 커도 사람의 눈으로 볼 수는 없다.

 ADD 이론에서는 3차원 공간 즉, '브레인(brane)' 안에 여분 차원이 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중력은 여분 차원에도 전해질 수 있다. 그래서 강한 중력이 큰 여분 차원에 확산되어 희박해지고, 우리의 3차원 공간에서는 중력이 매우 약해진다고 한다. ADD 이론은 중력이 엄청나게 약한 이유를 최초로 여분 차원의 개념을 이용해 설명하려고 한 이론이다.

5-2. RS 이론(RS Theory)

 1999년에도 여분 차원을 이용해 중력이 약한 이유를 설명하려는 이론이 등장했다. 이름은 'RS 이론(RS 모델)'으로, RS 또한 이론을 고안한 2명의 물리학자 '리사 랜덜(Lisa Randall, 1962~)'과 '라만 순드롬(Raman Sundrum, 1964~)'의 이름 첫 글자를 딴 것이다.

 'RS 이론(휘어진 잉여 차원 모델)'은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 공간인 '위크 브레인(Weak Brane)'과는 다른 공간인 '중력 브레인(Gravity Brane)'이 있으며, 그들 두 공간을 크게 '휘어진 여분 차원(Warped space)'이 연결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세계와는 다른 브레인에서는 중력이 매우 강하다. 하지만 그 강한 중력이 휘어진 여분 차원을 통해 우리 세계에 전해질 때 희박해지면서 약해진다는 것이다. RS 이론에서 여분 차원이 우리 세계에서 어느 정도의 크기가 되는지는, 여분 차원의 휘어지는 방식에 달려 있다고 한다. 휘어지는 것이 심할수록 여분 차원은 작아진다.

 'ADD 이론'이나 'RS 이론' 모두 여분 차원에서 희박해진다는 점은 같다. 하지만 'ADD 이론'은 여분 차원의 크기에 의해 희박해지는 데 비해, 'RS 이론'은 작더라도 휘어진 여분 차원을 생각하여 중력을 희박하게 하려고 한다.

RS Theory

5-3. UED 이론(UED Theory)

 'UED 이론(Universal Extra Dimension Theory)'도 있다. 이 이론에서는 'RS 이론'처럼 휘어진 여분 차원을 생각하지만, 중력 이외의 힘도 여분 차원에 전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힘이 전해지는 방식이 다르므로 우리 세계에서는 중력만 약하게 보인다고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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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차원의 수와 중력

6-1. 공간 차원의 수 확인하기

 고차원 공간을 예언하는 이론이 아무리 훌륭해도, 그것만으로는 고차원 공간이 있다는 증거가 되지는 못한다. 실험이나 관측에 의해 실제로 공간이 몇 차원인지 확인되어야 한다. 이 세계가 몇 차원 공간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중력'이 전해지는 방식을 살피는 일이다.

 '아이작 뉴턴'은 질량을 가진 물체 주위에 작용하는 인력인 '만유인력'에서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하였다. '만유인력의 법칙'이란 질량을 가진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인력은 질량에 비례하고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이다.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말은 물체로부터의 거리가 2배가 되면 중력은 22분의 1이 되고, 거리가 3배가 되면 중력은 32분의 1이 된다는 뜻이다.

6-2. 중력이 약해지는 방식은 차원의 수를 반영

 '역제곱의 법칙'은 두 입자 사이에 작용하는 힘의 크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이다. 뉴턴의 중력법칙에 의하면, 3차원 공간에서 두 물체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의 '거리2(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 예컨대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가 지금의 두 배로 멀어진다면, 이들 사이에 작용하는 중력은 4분의 1로 작아진다. 이는 3차원 공간에 힘이 균등하게 퍼진다는 의미이다. '역제곱의 법칙'은 3차원 공간인 경우에만 성립한다.

 그러면 세계가 2차원이라면 어떨까? 이 경우 힘은 2차원의 평면에 균등하게 퍼져, 힘의 크기는 거리에 반비례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고 실험으로부터 공간 차원의 수에 의해 중력이 바뀐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즉, 만유인력의 법칙은 이 세계가 3차원 공간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6-3. 고차원 공간이 있으면 근거리에서 중력이 급격히 강해진다

 만유인력의 법칙은 '천체의 궤도 계산' 등에 이용된다. 만약 이 법칙이 틀렸다면 인류는 탐사선을 화성이나 소행성에 정확히 도달시키는 작업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즉, 만유인력의 법칙은 옳으며, 적어도 이 세계는 3차원 공간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만유인력의 법칙이 검증되지 않은 영역이 남아있다. 0.1mm 이하 등 짧은 거리에서도 '중력의 세기는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법칙이 성립하는지는 아직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다.

 위에서 살펴봤듯이, 공간의 차원이 달라지면 중력 법칙도 달라진다. 이론상 중력의 세기는 '거리(공간 차원-1)'에 반비례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다. 예컨대 7차원 공간이라면 '거리(7-1)'에 반비례할 것이다. 즉, 공간 차원이 높으면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중력이 급격히 약해진다. 뒤집어 말하면, 공간 차원이 높으면 거리가 가까울수록 중력이 급격히 강해진다는 뜻이다. 따라서 만약 중력에서 '뉴턴의 역제곱 비례 법칙'이 맞지 않는 사례가 발견되다면, 고차원 공간의 존재는 간접적으로 증명되는 되는 셈이다. 그래서 만약 '고차원(여분 차원)'이 존재한다면 3차원 공간에서 예상된 것보다 강한 중력이 측정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근거리에서 중력이 급격하게 강해지는 현상을 관측하는데 성공한다면, 여분 차원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다.

 2003년에 콜로라도 대학의 연구팀은 초단거리에서 중력의 역제곱법칙을 검증하는 실험을 최초로 시도했지만, 새로운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콜로라도 대학의 물리학자들은 '고주파 공명기(High-Frequency Resonator)'라는 장비를 개발하여 0.1mm 거리에서 중력 법칙의 검증을 시도했다. 이렇게 짧은 거리에서 중력을 측정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이들은 조그만 텅스텐 조각 두 개를 진공 중에 매달아 놓고, 둘 중 하나를 1초당 1000회 진동시키면서 다른 조각에 나타나는 변화를 관측했는데, 아쉽게도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이 실험에 사용된 장치는 모래 한 알 무게의 10억 분의 1까지도 감지할 수 있을 정도로 예민했지만, 두 번째 조각의 이상 징후는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이 실험 결과를 '네이처(Nature)'지에 투고했던 이탈리아 트렌토 대학의 '호일(C.D. Hoyle)'은 '뉴턴의 법칙은 아직 건재하다'고 선언하였다. 적어도 콜로라도 근방에서는 평행우주가 존재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들의 실험은 비록 실패로 끝났지만, 미시적 스케일에서 뉴턴의 중력 법칙을 확인하려는 물리학자들의 투지를 한껏 고무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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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가속기 실험

 그런데 만약 여분 차원이 원자보다도 훨씬 작은 것이라면, 중력의 세기를 직접 재기가 어렵다. 그래서 이런 경우, 검증에 거대한 '입자 가속기(Particle Accelerator)'가 필요해진다.

 '입자 가속기(Particle Acceleartor)'란 '양성자(Proton)' 등의 입자를 광속 가까이 가속해 충돌시켜, 그때 일어나는 현상을 관측하는 실험 장치이다. 가속기 본체의 내부는 진공인 파이프로, 그 속을 양성자 등의 전기를 띤 입자가 광속에 가까운 속력으로 나아가며, 입자의 가속은 전기적인 힘에 의해 이루어진다. 입자끼리 충돌하면 충돌 전에는 없었던 입자가 새로 생성된다. 충돌 에너지가 새로운 입자로 바뀐 것이다. 만약 여분 차원이 존재한다면, 입자가 충돌할 때 3차원 공간에서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래서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 Large Hadron Collider)'에서도 여분 차원을 찾는 실험이 진행되고 있다.

LHC(대형 강입자 충돌기)

8. 고차원의 증거 찾기

8-1. 고차원 방향으로 움직이는 입자 찾기

 '입자 가속기(Particle Acceleartor)'를 이용해 고차원 공간을 검증하는 방법 중에는 고차원 방향으로 움직이는 입자의 흔적을 찾는 방법이 있다. 이 특수한 입자는 고차원 물리학을 고안한 두 학자의 이름을 따와 '칼루차-클라인 입자(Kaluza-Klein Particle)' 또는 'KK 입자(KK Particles)'라고 한다. 'KK 입자'의 탐색은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 Large Hadron Collider)'에서 이루어진다.

 입자가 고차원 방향으로 운동한다면, 그 입자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무거워 보인다. 그래서 중력을 전하는 소립자인 '중력자'가 고차원 방향으로 움직인 'KK 중력자' 등에 대한 구체적인 탐색이 이루어지고 있다. '중력자(Graviton)'는 이론적으로 존재가 예언되어 있는, 질량이 0이라고 생각되는 '미발견 소립자'이다. 하지만 고차원 방향으로 움직이는 'KK 중력자(KK Graviton)'는 3차원의 우리에게 질량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고 예상된다. 현재 어느 유력한 모델에서는 'KK 중력'자의 질량이 수 TeV 정도라고 생각된다. 이 정도면 양성자 질량의 수천 배인데, LHC에서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질량이다. LHC에서는 이미 'KK 중력자'가 생겼을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가 여러 번 관측되었다. 하지만 이것이 KK 중력자라고는 확정되지는 않았다.

 단, 'KK 중력자'가 고차원 방향으로 운동하는 모습을 직접 관측할 수는 없다. 그래서 우리는 3차원 공간의 관측 결과로부터 'KK 중력자'가 고차원을 어떻게 운동했는지를 추정한다. 고차원 방향에서의 운동이 격렬할수록 무거운 입자로 보인다고 한다. 이때 관측되는 KK 중력자의 질량은, 고차원 공간의 모양에 따라 운동 방법이 제한되기 때문에 '연속적(Continuous)'이 아니라 '불연속적(Discontinuous)'이 된다.

8-2. 인공 블랙홀 만들기

 '입자 가속기(Particle Acceleartor)'를 사용해 고차원 공간을 검증하는 방법 중에는 '미니 블랙홀(Mini Blackhole)'의 흔적을 찾는 일이다. 만약 고차원이 없다면, 현재의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 Large Hadron Collider)' 에너지로는 입자를 충돌시켜도, 블랙홀이 생길 정도로 입자를 압축시키지는 못한다.

 하지만 만약 숨어있는 고차원 공간이 있다면, 근거리에서 중력이 10⁴⁰ 배나 강해진다고 생각된다. 그 결과, 현재의 LHC로도 입자끼리 입자끼리 충돌시킴으로써, 고차원 공간의 강력한 중력을 통해 서로 끌리게 되면 블랙홀이 만들어질지도 모른다. 단, 이렇게 생긴 블랙홀은 너무 작아서, 주위의 물질을 집어삼키기는커녕, 오히려 '광자(Photon)' 등의 여러 입자를 방출하고 순식간(10-26초 정도)에 증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