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물리학 (Physics)

입자 가속기 (particle accelerator)

SURPRISER - Tistory 2021. 8. 15. 14:12

 소립자 물리학은 소립자에 대한 내용을 이론적으로 예언하고, 그 예언을 가속기를 통해 증명하는 과정을 통해 발전해 왔다. '입자 가속기 (particle accelerator)'란 전자나 양성자 등을 입자를 가속하는 장치이다. 가속한 입자를 다른 입자에 충돌시켜, 더욱 작은 입자로 분해하거나 입자의 성질을 조사할 수 있다.

0. 목차

  1. 가속기의 역사와 미래
  2. B팩토리
  3. LHC
  4. 차세대 선형 가속기 IL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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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속기의 역사와 미래

1-1. 가속기의 필요성이 대두됨

 1911년, 물리학자 '어니스트 러더퍼드(Ernest Rutherford, 1871~1937)'는 우라늄으로부터 자연히 방출되는 '알파 입자(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진 헬륨-4 핵)'를 발견하였다. 그리고 이를 이용해 원자핵의 존재를 발견하였다.

 제2차 세계 대전 무렵에는 더욱 높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우주선(cosmic rays: 외계에서 지구로 와닿는 광선들)'을 사용해, '유카와 히데키(1907~1981)' 박사가 예언한 '파이 중간자'의 존재를 밝혀낼 수 있었다. 하지만 자연 방사선이나 우주선은 강도나 에너지를 조절할 수 없으므로, 인공적으로 고에너지의 입자선을 제조해 실험해 이용하게 되었다. 이것이 '입자 가속기'의 시작이다.

 소립자 반응 중에는 집어넣으면 그대로 다시 나오는 '탄성 산란(elastic scattering)'과, 충돌시켰는데 다른 입자가 나오는 '비탄성 산란(inelastic scattering)'이 있다. 이러한 반응에서 여러 가지 새로운 입자가 발견된다.

 가속기에서는 전자나 양성자 등 비교적 우리 부근에 풍부하게 있는 입자를 가속한다. 그 원리는 전기에 의한 가속이다. 2장의 금속판 사이에 시판되는 건전지를 연결하면 1.5eV(전자볼트)의 에너지를 얻는다. 원자핵의 세계를 조사하려면 100MeV(메가전자볼트) 이상이 필요하고, 소립자의 경우 10GeV(기가전자볼트) 이상이 필요하다. 현재에는 1TeV(테라전자볼트) 이상의 가속기가 만들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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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선형 가속기'와 '원형 가속기'

 1Mv 정도의 전위차는 직류의 전원을 나열하면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이 되면 방전으로 전위가 올라가지 않으므로, 교류(마이크로파)를 이용한다. 교류에서는 전극의 양과 음이 교대로 바뀌므로, 좋은 타이밍에 입사된 입자는 점차 가속된다. 이와 같은 가속기를 '선형 가속기(linear accelerator)'라고 부른다.

 하지만 '선형 가속기'로 에너지를 올리려고 하면, 가속기가 점차 길어져서 실험실 밖으로 튀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도중에 자석을 사용하면, 입자의 궤도를 휘어지게 할 수 있다. 자기장을 전하 입자가 수직으로 가로지르면, 진행 방향에 대해 가로 방향으로 힘이 걸린다. 이를 '로렌츠 힘(Lorentz force: 하전입자가 자기장 속에서 받는 힘)'이라고 하며, 이 힘 때문에 입자가 휘어진다.

 이렇게 휘어진 입자를 자석으로 좀 더 휘게 해서 한 바퀴 돌도록 만든 것이 '원형 가속기(circular accelerator)'이다. 입자는 원궤도를 그리며 가속기 속을 계속 날아간다. 그리고 원형 가속기에 '마이크로파 가속의 원리'를 조합시킨 것이 '싱크로트론(synchrotron)'이라 불리는 원형 가속기이다. '싱크로트론'은 가속한 입자의 에너지가 높아지는 데 따라 자석의 강도를 올림으로써 입자를 얼마든지 가속할 수 있다. 최초의 본격적인 '싱크로트론'은 1952년 미국의 버클리에 건설된 '코스모트론(cosmotron: 양성자 싱크로트론의 통칭명)'이었다. 당시 코스모트론은 양성자를 3GeV까지 가속시켰다.

 하지만 전자는 궤도를 휘어지게 하면 빛을 방출해 에너지를 잃어버린다. 다시 에너지를 보급하려면 큰 전력을 공급해야 한다. 그래서 전자를 어느 정도 이상의 고에너지로 가속하려면 선형 가속기가 유리하다. 본격적인 고에너지 전자 선형 가속기는 1966년에 미국의 스탠퍼드에 건설된 'SLAC(Stanford Linear Accelerator Center) 선형 가속기'로, 전자를 20GeV까지 가속하였다. (SLAC 선형 가속기는 이후 계속 업그레이드됨)

코스모트론(cosmotron)
스탠퍼드 선형 가속기 센터(Stanford Linear Accelerator Center)

1-3. 충돌형 가속기

 정지한 표적에 입자를 충돌시키는 방법은 '고정 표적형'이라고 일컬어진다. 1911년 당시 러더퍼드는 금박을 향해 알파 입자를 향해 알파 입자를 비추었다. 그랬더니 아주 적은 수의 알파 입자'가 튕겨 나왔다. 이에 '러더퍼드'는 금의 원자 속에 알파 입자보다 무거운 무엇인가(원자핵)가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지한 표적에 입자를 충돌시키는 방식에는 입사한 입자의 에너지가 유효하게 사용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설명하면, 자동차 A가 멈춰있는 자동차 B에 충돌하면, A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의 대부분은 B를 움직이는 데 사용된다. 물론 A와 B 모두 손상되지만 큰 피해는 없다. 하지만 만약 양쪽 자동차가 같은 속도로 정면충돌하면, 에너지는 모두 자동차를 파괴하는 데 사용된다.

 마찬가지로 정지해 있는 양성자에 다른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것이 아니라 양쪽을 같은 속도로 충돌시키면, 입자의 에너지는 모두 새로운 입자를 만들어 내는데 사용된다. 이것이 바로 '충돌형 가속기(collider: 두 개의 소립자 흐름을 빠르게 하여 서로 충돌시키는 기계)'이다. '충돌형 가속기'가 발명되면서, 가속기를 그다지 대형화하지 않아도 실질적으로 더욱 높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게 되었다. 유럽의 LHC(Large Hardron Collider), 일본의 'B 팩토리' 등 소립자 물리학에서 사용되는 가속기의 대부분은 '충돌형 가속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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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 에너지가 낮은 가속기는 퇴출되었다.

 가속기의 성능을 말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얼마나 고에너지인 가속기를 만드느냐, 즉 입자를 어느 정도까지 가속시킬 수 있느냐이다. 가속기의 성능은, 특히 1970년대부터 국가 차원의 경쟁을 통해 맹렬히 발전했다. 그전까지는 유형도 여러 가지이고 에너지도 다양한 가속기가 활약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성능이 낮은 가속기로도 충분히 중요한 데이터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것은 '데이터 집적형'이라고 할 수 있는데, 1970년대 이전의 소립자 물리학은 '데이터 집적형'이었다.

 1950년대와 60년대에는 '싱크로트론(synchrotron)'이라고 불리는 입자 가속기에 의해 여러 새로운 입자가 발견되었다. 이들의 성질은 다종다양했고, 이들을 이해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이론이 세워졌다. 그러나 쿼크로 구성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J/ψ(제이/프시) 입자'가 1974년에 발견되면서, 소립자를 통일적으로 이해하는 '표준 이론'이 진실이라는 인식이 이 시기에 정립되었다.

 '표준 이론'이 진실로 여겨지기 시작한 이후에는, 표준 이론의 확립에 필요한 '입자의 발견'을 목표로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가속기 보유가 필수조건이 되었다. 그 결과, 에너지가 낮은 가속기는 자연스레 퇴출되었다.

1-5. 최첨단 입자 가속기

 질량이 큰 소립자를 생성하려면, 가속기의 에너지가 높아야 한다. 만약 필요한 에너지에 조금이라도 도달하지 못하면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 그래서 각국에서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가속기를 건설하려고 노력하였다.

  1. SSC의 중지: 미국은 1991년에 'SSC(Superconductin SUper Collider, 초대형 초전도 충돌형 가속기)'의 건설에 착수했다. SSC는 둘레 길이가 87km인 괴물 수준의 가속기로, 20TeV의 양성자를 충돌시키는 충돌형 가속기였다. SSC는 소립자 물리학의 발전에 필요한 가속기였지만, 건설 도중이었던 1993년에 미국 의회에 의해 중지되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던 걸로 생각되지만,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재정 적자 문제'가 심각해지는 가운데, 미국 정부가 연방 예산 삭감을 요구받았기 때문이다.
  2. LHC 건설: SSC의 중지를 계기로, 그때까지 10년에 약 10배의 에너지에 도달하는 고에너지 가속기의 기세는 멈추어버렸다. 하지만 그 후 다행히도 유럽에서 세계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SSC의 소형판이라고 할 수 있는 원형 가속기 'LHC'가 건설되었다. 2008년부터 가동된 LHC는 '표준 이론'을 최종적으로 확증하였고, 그 이상의 현상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 ILC의 개발 연구: LHC에서 새로운 현상이 발견되어도, 그것을 정밀하게 조사하려면 여분의 입자가 만들어지지 않는 전자, 양전자의 충돌형 가속기가 필요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선형 가속기가 바람직하다. 그래서 현재 전 세계의 협력으로 선형 충돌형 가속기 'ILC(International Linear Collider, 국제 선형 가속기)'의 개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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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B팩토리

2-1. 반입자

 우리 세계를 구성하는 입자와 질이나 평균 수명 등의 성질이 같고 '전하만 반대 부호'인 입자를 '반입자(antiparticle)'라고 한다. 모든 입자에는 대응하는 반입자가 존재한다.예컨대, '전자(Electron)'의 반입자는 '양전자(Positron)'이며, '업 쿼크(up quark)'의 반입자는 '반업 쿼크(anti up quark)', '다운 쿼크'의 반입자는 '반다운 쿼크(anti down quark)'이다. 반입자는 기본적으로 입자와 같은 성질을 지닌다. 예를 들면, 양전자(positron)와 반양성자로 '반수소 원자'를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반 물', '반인간' '반스마트폰'까지 모두 만들 수 있다.

2-1-1. 쌍생성과 쌍소멸

 하지만 반입자는 입자와 만나면 강렬한 '감마선(Gamma ray)' 등의 에너지를 방출하고 소멸한다. 이를 '쌍소멸(Pair annihilation)'이라고 한다. 이때 반입자와 입자 쌍의 질량이 모두 에너지가 되므로, 방출되는 에너지는 막대하다. 합계 1g의 질량의 입자와 반입자가 소멸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는 원자력 발전소 1기가 하루에 생산하는 에너지의 양과 비슷하다. 반대로 고에너지의 감마선으로부터 반입자와 입자를 만들 수도 있다. 이를 '쌍생성'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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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반입자가 우주에서 사라진 이유

 우주 탄생 직후에는 입자와 반입자가 1:1의 비율로 존재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반입자와 입자는 항상 쌍으로 태어나거나 소멸하고 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태양, 지구, 인간 등 모든 물질은 '입자'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면 반입자는 어디에 갔을까? 반입자는 오래전에 우주에서 사라지고 입자만 살아남았다. '반입자가 사라진 이유'는 물리학 최대의 수수께끼 중에 하나이다. 입자만 살아남았다는 것은 입자와 반입자가 같은 것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근소한 성질의 차이가 있다는 뜻이다.

 이 수수께끼의 규명에 첫 발을 내디딘 발견은 1964년, 미국의 물리학자 '제임스 크로닌(James Watson Cronin, 1931~)'과 '밸 피치(1923~)'가 'K⁰ 중간자'의 붕괴를 조사하는 실험에서 'CP 대칭성의 파괴'라는 현상을 발견한 것이었다. .'K⁰ 중간자'란 '다운 쿼크 1개'와 '반스트레인지 쿼크' 1개로 구성되는 입자이다. 'K⁰ 중간자' 등의 '중간자'는 우리 주변에 있는 물질을 구성하는 입자는 아니지만, 가속기 등에서 순간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

2-2-1. CP 대칭성의 파괴

 소립자 물리학에서는, 어떤 입자의 반응에서 입자를 반입자로 바꾸어 놓고(Charge 변환), 다시 거울로 본 것처럼 공간도 반전시킨(Parity 변환) 반응은 일반적으로 원래의 반응과 똑같아진다. 이것을 'CP 대칭성이라고 한다. 이것을 비유해서 표현하면, 'CP'라는 거울을 통해 볼 경우, 반입자는 입자와 똑같이(대칭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하지만 크로닌과 피치는 'CP 대칭성'이 'K⁰ 중간자'의 붕괴 반응에서는 성립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CP 대칭성의 파괴'를 발견한 것이다. 두 사람은 이 업적으로 1980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하였다.

2-2-2. 고바야시, 마스카와 이론

 그러면 'K⁰ 중간자'의 붕괴 반응에서는 왜 반입자와 입자에 성질 차이가 생기는 것일까? 즉, 왜 'CP 대칭성의 파괴'가 생기는 것일까? 이것을 설명하는 이론이 바로 '고바야시, 마스카와 이론'이다. '고바야시 마코토'와 '마스카와 도시히데' 두 사람이 만든 '고바야시, 마스카와 이론은 1973년에 발표되었다.

 '고바야시, 마스카와 이론'에서는 쿼크가 아직 3개밖에 발견되지 않았던 시기에 쿼크는 6개가 존재한다'라고 예언되었다. 쿼크가 6종이라고 가정하면, 'CP 대칭성의 파괴(CP violation)'라는 현상이 잘 설명되었던 것이다. 두 박사는 6개의 쿼크카 가진 특별한 성질이 입자와 반입자의 반응에 미묘한 차이를 가져온다고 생각했다.

 '고바야시, 마스카와 이론'은 발표 당시에는 별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1974년에 네 번째로 '참 쿼크', 1978년에 다섯 번째 '바텀 쿼크'가 발견되면서, 갑자기 주목받게 되었다. 그리고 1995년에는 여섯 번째로 '톱 쿼크'가 발견되었다. 이로써 '고바야시, 마스카와 이론'은 소립자 물리학의 근간인 '표준 이론'의 일부를 이루는 이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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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CP 대칭성의 파괴' 확인하기

 그런데 사실 'K⁰ 중간자'의 붕괴 반응에서 'CP 대칭성의 파괴'의 효과는 매우 적었다. 그래서 반입자와 입자의 성질 차이가 일어나는 메커니즘을 더욱 자세하게 설명하기 위해 다른 입자들의 반응을 조사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산다 이치로' 박사팀은 1980년, '고바야시, 마스카와 이론'이 옳다면 'B⁰ 중간자(다운 쿼크 1개와 반바텀 쿼크 1개로 구성됨)'의 붕괴 반응에서 'CP 대칭성의 파괴'가 더욱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예언했다. 이에 인공적으로 'B⁰ 중간자'를 대량으로 만들어, 반입자와 입자의 성질 차이를 자세히 조사하려는 계획이 대두되었다. 그것이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PEP-Ⅱ'와 KEK의 'B 팩토리'이다. B 팩토리는 'B⁰ 중간자'를 대량으로 만들어내는 공장이라는 의미이다.

2-3-1. B 팩토리는 어떤 시설인가?

 B 팩토리가 어떤 실험 시설인지 간단히 알아보자. B 팩토리의 주요 부분은 '가속기'와 'Belle 측정기'이다. 가속기는 2개의 고리 모양의 관으로 구성된다. 한쪽 관 속을 전자가 달리고, 다른 쪽 관속에서는 발생 장치에서 만들어진 양전자가 달린다. 전자와 양전자 모두 고주파 전기장 안에서 광속 가까이 가속된다. 그리고 2개의 관이 교차해 만나는 부분에서 전자와 양전자가 충돌한다. 그러면 전자와 양전자는 쌍소멸을 하지만, 그때 발생하는 막대한 에너지에 의해 'B⁰ 중간자'와 '반B⁰ 중간자'의 쌍이 생성된다.

 'B⁰ 중간자'와 '반B⁰ 중간자'는 매우 짧은 수명을 가지고 있어, 1조 분의 1초 정도라는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다른 입자로 붕괴된다. 'B⁰ 중간자'와 '반B⁰ 중간자'의 붕괴 방식은 100가지 이상이나 있으며, 다양한 입자들이 생성된다. 이때 붕괴 모습을 Belle 측정기가 정밀하게 측정하여, 'B⁰ 중간자'와 '반B⁰ 중간자' 붕괴 방식의 차이를 살피는 것이다.

 'B⁰ 중간자'라는 특수한 입자를 사용하면 매우 특수한 실험을 하는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것은 아니다. 다양한 'B⁰ 중간자'의 붕괴 반응에는 6개의 쿼크가 모두 관여하고 있으므로, 'B⁰ 중간자'의 붕괴 반응을 아는 것은 6개의 쿼크 전체를 아는 것으로 이어진다.

2-3-2. 'CP 대칭성을 파괴'를 잇따라 발견

 1999년 6월에 실험을 개시한 'B 팩토리'는 2001년에 'B⁰ 중간자'가 'J/ψ(제이/프시) 중간자'와 'Ks 중간자'로 붕괴하는 과정에서 '붕괴 방식의 차이' 즉, 'CP 대칭성의 파괴'를 발견했다. B 팩토리는 2002년 3월, 'B⁰ 중간자'가 'π⁺ 중간자'와 'π⁻ 중간자'로 붕괴하는 반응에서도, 'B⁰ 중간자'와 '반B⁰ 중간자'의 붕괴 차이 즉, 'CP 대칭성의 파괴'를 발견했다.

 물론 이 실험 결과가 우주에서 반입자가 사라진 이유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지는 아직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실험을 통해서 반입자가 사라진 이유에 대해 한 발짝씩 접근해 나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2-3-3. '표준 이론'의 수정을 요할지도 모르는 실험 결과가 나왔다.

 소립자 물리학에서는 20년 정도 이론이 앞서 나가고, 그 이론을 증명하는 상황이 계속되었다. 방금 소개한 B 팩토리의 실험 결과도 '소립자 물리학'의 '표준 이론'을 실증하는 성과이다. 그런데 실험이 '표준 이론'의 수정을 요할지도 모르는 희귀한 사례도 있다.

 1998년 6월, '슈퍼가미오칸데'에 의한 '중성미자의 질량 발견'이 발표되었다. 원래 '표준 이론'에서는 중성미자는 질량이 없다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중성미자에서 질량이 발견됨에 따라 '표준 이론'의 수정이 필요할지도 모르게 되었다.

 B 팩토리의 연구에서도 2003년 9월 표준 모델의 수정을 요하는 충격적인 실험 결과가 발표됐다. 'B⁰ 중간자'가 'φ(피) 중간자'와 'Ks 중간자'로 붕괴하는 68차례의 반응을 분석한 결과, 'B⁰ 중간자'와 '반B⁰ 중간자' 붕괴 차이는 '표준 이론'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다. 이 실험 결과의 신뢰성은 99.9% 이상이다.

 하지만 2003년 10월 중순, 미국의 'PEP-Ⅱ'에서는, B 팩토리와는 달리 같은 붕괴 반응에서 표준 이론이 허용하는 값 이내에서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 결과를 발표했다. 이들이 분석한 내용은 70차례이다. 양쪽 모두 관측한 반응 수가 적기 때문에, 앞으로 더 데이터가 늘어나면 이에 대한 논쟁이 끝날 것으로 생각된다.

슈퍼가미오칸데(super kamiokande)

2-4. 초대칭성 입자'가 반응에 관여할 가능성

 아직 확실한 것을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지만, 한응 도중 한순간에 매우 무거운 미지의 입자가 만들어져, 그것이 'B⁰ 중간자'의 붕괴 반응에서 CP 대칭성이 파괴되는 것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이 미지의 입자가 '초대칭성 입자'일지도 모른다. '초대칭성 입자'란 '초대칭성'에 의해 그 존재가 예언되고 있는 이론상의 입자이다. 모든 입자는 스핀이라는 양이 ½만큼 다른 초대칭성 입자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결국 입자와 같은 수만큼 대응하는 초대칭성 입자가 존재한다. 예컨대, 전자에 대해서는 '스칼라 전자'가 존재하며, 광자(photon)에 대해서는 '포티노(photino)'가 존재한다. 이들은 서로 초대칭성 짝이며, 이들을 통틀어 초대칭성 입자라고 한다. 초대칭성 입자는 매우 무겁다고 생각되며, 가속기로도 만들 수 없다.

표준모형 입자들, 초대칭성 입자들

2-4-1. 존재가 예언되고 있는 초대칭성 입자들

 다음은 '물질을 만드는 소립자'의 초대칭성 입자들이다.

보통 입자 (스핀이 반정수) 초대칭성 입자 (스핀이 정수)
업 쿼크(up quark) 스칼라 업 쿼크(Scalar Up Quark)
다운 쿼크(down quark) 스칼라 다운 쿼크(Scalar Down Quark)
전자(electron) 스칼라 전자(Scalar Electron)
중성미자(neutrino) 스칼라 중성미자(Scalar Neutrino)

 다음은 '힘을 전달하는 소립자'의 초대칭성 입자들이다.

보통 입자 (스핀이 정수) 초대칭성 입자 (스핀이 반정수)
글루온(gluon) 글루이노(Gluino)
광자(photon) 포티노(Photino)
W 위노(Wino)
Z 지노(Zino)
중력자 그라비티노(Gravitino)

 다음은 '질량을 만드는 소립자'의 초대칭성 입자들이다.

보통 입자 (스핀이 정수) 초대칭성 입자 (스핀이 반정수)
힉스 힉시노(Higgsino)

2-4-2. 초대칭성 입자가 발견되면 노벨상감

 만약 초대칭성 이론이 옳다면, 자연계에 존재하는 '네 가지 힘(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 중력)'을 통일할 가능성이 있다. 어쩌면 'B 팩토리'의 실험 결과는 초대칭성 입자의 '단서'를 잡은 것일지도 모른다. 사실 초대칭성 입자 중 '광자(Photon)'의 '초대칭성 파트너'인 '포티노(Photino)'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2-5. 슈퍼 B 팩토리

 KEK에서는 'B 팩토리'를 개조해 지금보다 10배의 성능을 가진 '슈퍼 B 팩토리'로 개량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것이 실현되면 반입자의 수수께끼에 더욱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현재의 '표준 이론'을 초월하는 물리학에도 한 걸을 더 다가설 것으로 생각된다. B 팩토리는 단순한 소립자 물리학의 실험 시설이 아니라, 우주의 비밀을 밝혀낼 가능성을 가진 실험 시설이다. 앞으로의 연구성과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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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LHC

 '유럽 원자핵 공동 연구소(CERN: European Organization for Nuclear Research)'의 '대형 하드론 충돌형 가속기(LHC: Large Hardron Collider)'는 인류 역사상 최강의 가속기로(2021년 기준), 2008년 9월 10일에 가동되기 시작했다. 이 가속기는 CERN에서 약 80억 달러를 들여 건설하였다. LHC는 스위스 제네바 교외의 지하 100m 지하에 건설된 '원형 가속기'로 그 둘레는 27km나 된다. LHC에서는 양성자를 진공으로 한 원형 링 안에서 달리게 한다. 양성자는 링을 몇 바퀴 도는 사이에 광속의 99.9999991%까지 가속된다. 그리고 양성자는 둘레 27km인 링을 1초 동안 1만 1000바퀴를 돈다.

 LHC의 실험 목적은 가속된 양성자끼리 정면으로 충돌시켜, 그때 일어나는 반응을 자세히 조사하는 것이다. 이런 실험을 통해, '물질이 질량을 갖는 이유', '암흑 물질의 정체', '덧차원(5차원 이상)의 존재 가능성' 같은 물리학의 난제들이 검증된다.

3-1. 소립자와 가속기

 LHC를 알려면 먼저 '소립자 물리학'의 기초부터 알고 있어야 한다. 물질을 작게 분할해 나가면 결국은 더 이상 분해할 수 없는 '물질의 최소 단위'에 이르는데, 이러한 입자를 '소립자'라고 부른다. 우리 주변의 물질은 모두 원자로 되어 있다. 원자의 중심에는 '원자핵'이 있고, 그 주변에는 '전자'가 돌고 있다. 원자핵은 양전하를 가진 '양성자'와 전하를 가지고 있지 않은 '중성자'가 모여 구성된다. 전자는 더 이상 분할되지 않는 소립자라고 생각되지만, 양성자와 중성자는 더욱 작은 '쿼크(quark)'라고 불리는 소립자가 3개 모여 이루어진다. 쿼크는 6종이 있으며, '렙톤'이라고 불리는 전자 무리의 소립자도 6종이 있다. '쿼크(Quark)'와 '렙톤(Lepton)' 이외에도, 자연계에는 힘을 전달하는 소립자인 '게이지 입자'가 존재한다. 소립자 물리학에서는 두 소립자에 힘이 작용할 때, 그 소립자 사이에서 '게이지 입자(Gauge particle)'가 오고 감으로써 힘이 전달되는 것으로 생각한다. 게이지 입자에는 '전기력'이나 '자기력'을 전하는 '광자'와 '쿼크끼리 연결시키는 힘(강한 핵력)'을 전하는 '글루온(Gluon)' 등이 있다.

 입자 가속기에서의 실험은 '빅뱅(big bang)'을 재현하는 일이기도 하다. 탄생 직후의 우주는 매우 고온이어서, 소립자 수준까지 산산조각 나고 소립자끼리 심한 충돌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는 규모는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가속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과 같다. 두 유리공을 정면으로 충돌시키면 산산조각이 나는 것처럼, LHC에서도 양성자끼리 정면충돌시키면 그 충격으로 다양한 소립자가 주위로 날아가 흩어질 것이다. 하지만 양성자끼리 충돌시키는 경우, 주위에 흩어지는 것은 쿼크가 아니다. 충돌 에너지가 새로운 소립자의 질량으로 다시 태어나고, 양성자 안에 존재하지 않았던 소립자가 주위로 날아가 흩어진다. 이는 아인슈타인의 'E=mc2'에 근거한 현상으로 에너지와 질량이 같은 것임을 나타낸다. 충돌시키는 양성자의 속도, 즉 에너지를 올릴수록 더 무거운 입자를 생성할 수 있다. LHC가 크게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전에 없었던 높은 충돌 에너지에 의해, 발견되지 않은 무거운 소립자를 태어나게 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소립자가 발견되느냐에 따라서 물리학의 내용이 바뀔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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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최강 가속기 LHC

 LHC에서 가속된 양성자의 에너지는 7 TeV(테라 전자볼트)가 된다. 1 eV는 '1볼트의 전압으로 전자를 가속시켰을 때 전자가 얻는 에너지'에 해당된다.

 LHC에서는 7TeV의 양성자끼리 충돌시키므로, 충돌 에너지는 14 TeV가 된다. 이 에너지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입자 가속기인 '테바트론(Tevatron)'의 7배가 된다. 다만, 양성자 에너지는 양성자를 구성하는 복수의 쿼크와 글루온이 나누어 가지게 되며, 각각의 에너지는 7 TeV보다 작다. 그리고 실제의 충돌은 쿼크나 글루온의 사이에서 일어난다. 에너지가 큰 쿼크나 글루온일수록 그 수가 적으므로, 실제로 관측할 수 있는 충돌 에너지는 크다 해도 몇 TeV 정도가 된다. 이것이 충돌 후에 발생하는 소립자로 바뀐다. 양성자의 질량은 에너지로 환산하면 약 0.000938TeV이므로, LHC는 단순 계산으로 양성자보다 1000배나 무거운 소립자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셈이다.

 LHC에서는 약 1000억 개의 양성자가 '번치(입자 다발)'라고 불리는 덩어리의 상태를 만들고, 약 3000개의 번치가 링 안을 돌게 된다. 그러면 실험 장치의 중앙에서 번치가 1초에 4000만 번 충돌하고, 거기에서 각각의 양성자의 충돌이 일어나게 된다. 이 충돌 때마다 대량의 소립자가 발생하고, 이들은 충돌 지점의 주위에 배치된 측정기에 의해 검출된다. 이렇게 검출된 데이터의 양은 막대하다. LHC에 설치된 몇 개의 입자 검출기 중의 하나인 'ATLAS'에서 발생하는 데이터 양만해도 연간 4PB(페타 바이트) 정도에 이른다. 데이터양은 방대하므로, 데이터의 보존과 해석은 세계 각국 연구 기관의 컴퓨터를 네트워크로 접속해 분담해서 이루어진다.

3-3. 4개의 대형 실험 장치

 LHC에는 양성자가 출돌하는 장소가 4곳이 있다. 그리고 이 4군데에 6층 높이의 거대한 입자 검출기가 설치되어 있다. 이 검출기는 에너지가 어떤 입자를 생성하는지를 관찰한다. 지금부터 이 4개의 대형 검출기를 소개한다. 이 4개의 대형 검출기의 이름은 '시엠에스(CMS)', '아틀라스(ATLAS)', 앨리스(ALICE)', '뷰티(LHCb)'이다.

  1. ATLAS, CMS: 'ATLAS'와 그 라이벌 'CMS'는 초대칭성 입자의 발견을 주목적으로 한다. ATALS와 CMS의 실험 목적은 거의 같지만, 다른 그룹에 의한 별개의 실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경쟁의식이 작용하고, 무언가 새로운 발견이 있을 때 서로 검증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2. ALICE(앨리스): 세 번째 실험 장치 'ALICE(앨리스)'는 양성자가 아니라 '납 이온'을 충돌시켜서 그 반응을 조사한다. 탄생 직후 우주는 온도가 매우 높아서 중성자나 양성자도 산산조각이 나고, 쿼크나 글루온이 우주를 채우고 있었따고 생각된다. ALICE는 납 이온의 충돌로 이와 같은 상황을 인공적으로 만들어서 초기 우주를 규명하려고 한다.
  3. LHCb: 네 번째 실험 장치 'LHCb'는 'B 중간자'라는 입자를 대량으로 발생시켜, 그 붕괴 현상을 조사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이 실험에서는 입자와 반입자의 성질의 차이를 규명한다. 즉, 'CP 대칭성의 파괴'에 대한 조사를 하려는 것이다.

아틀라스(ATLAS)
CMS
ALICE(앨리스)
LHCb'

3-4. 난제 1: 질량의 기원

 LHC 실험의 최대 목적은 '질량은 왜 생기는가?'에 대한 규명이다. 그 열쇠는 '힉스 입자(Higgs Boson)'가 가지고 있다.

 '표준 이론'에 따르면 원래 모든 소립자는 원래 질량이 0이어야 한다. '질량'이란 '가속하기 어려운 정도'를 말하는 것으로, 광자의 경우 질량이 0이므로 최고 속도인 광속으로 날 수 있다. 하지만 '전자(electron)'나 '쿼크(quark)' 등 대다수의 소립자는 광속으로 날아가지 못한다. 결국, 질량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표준 이론'의 예언(모든 소립자의 질량은 0)과 실제(대다수의 소립자는 질량을 가지고 있음)의 모순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 '공간(진공)'에는 소립자에게 질량을 부여하는 '힉스장'이 가득 차 있다는 생각이다.

 '장(場, Field)'이란 공간 자체가 가지고 있는 어떤 성질이다. 잘 알려진 '장'에는 '전기장'이나 '자기장', '중력장' 등이 있다. 예컨대 자기장이 존재하는 공간에 쇠못을 두면 못은 힘(자기력)을 받는다. 힉스장은 소립자에 대해 물의 저항처럼 작용한다. 대다수의 소립자는 힉스장의 '저항을 받기 때문에 광속으로 날 수 없는 것이다. 이 '저항(힉스장과의 상호 작용의 크기)'는 소립자에 종류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소립자는 각각 다른 크기의 질량을 갖게 된다.

 만약 힉스장이 공간을 채우고 있다면, '힉스 입자'라는 소립자가 적어도 한 종류는 존재할 것으로 생각된다. 힉스장을 물에 비유하면, 힉스 입자는 그 수면 위에 떠오를 혹과 같은 파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파동이 돌아다니는 입자처럼 행동한다는 것이다. 과거의 실험과 이론적인 예측에서는 '힉스 입자'의 질량이 0.1~1TeV의 범위에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LHC에서 도달할 수 있는 에너지이기 때문에, 많은 연구자들은 LHC에서 '힉스 입자'가 발견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리고 2012년, LHC의 실험에서 실제로 힉스 입자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힉스 입자'가 존재하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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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난제 2: 암흑 물질의 정체

 '초대칭성 이론(Supersymmetric Theory)'에서는 '초대칭성 입자'라는 복수의 소립자를 예언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초대칭성 입자'는 '암흑 물질'의 유력한 후보이기도 하다.

 '초대칭성 이론'은 보통의 소립자(쿼크, 레본, 게이지 입자, 힉스 입자)에는 전하가 같으면서 스핀의 크기가 ½만큼 다른 '파트너 입자'가 존재할 것이라고 예언한다. 예컨대, 스핀이 ½인 전자에 대해서는 스핀이 0인 '스칼라 전자'라는 파트너가, 스핀이 1인 광자에 대해서는 스핀이 ½인 '포티노'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만약 '초대칭성 이론'이 옳다면 소립자의 종류는 현재 알려져 있는 것에서 2배로 증가하게 된다.

  1. 초대칭성 이론과 힘의 통합: 초대칭성 입자의 존재는 이론상의 다양한 이점을 가져온다. 예컨대, 초대칭성 입자의 존재를 가정하면 전자기력, 약한 핵력, 강한 핵력이라는 자연계의 세 가지 힘을 통일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나아가 중력의 통합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LHC의 실험에서 초대칭성 입자가 생성되면, 그들은 순식간에 더 가벼운 초대칭성 입자로 붕괴하고, 최종적으로는 가장 가벼운 초대칭성 입자가 남는다. 이 초대칭성 입자는 보통의 물질과 거의 상호작용을 하지 않고 검출기를 빠져나간다. 하지만 이 초대칭성 입자는 원래 충돌한 양성자가 가지고 있던 에너지나 운동량의 일부를 가지고 장치의 외부로 나간다. 그래서 반응 전후의 에너지나 운동량을 보면 '초대칭성 입자'의 생성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
  2. 초대칭성 입자가 암흑 물질일 가능성: 만약 가장 가벼운 초대칭성 입자가 전하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초대칭성 입자는 '암흑 물질(Dark Matter)'의 유력 후보가 된다. 전하를 가지고 있지 않는 초대칭성 입자에는 '포티노(Photino)'나 '지노(Zino)', '힉시노(Higgsino)' 등이 있는데, 이들을 통틀어 '뉴트랄리노(Neutralino)'라고 부른다. '암흑 물질'은 전자기파로 관측되지 않지만, 주위에 중력을 미치고 있는 미지의 물질을 말한다. 다양한 천문 관측을 통해 그 존재가 알려져 있다. 우주에는 은하가 밀집된 집단인 '은하단' 속에서는 은하들이 각각 여러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따라서 은하단의 중력만 있다면 은하는 은하단을 벗어날 것이다. 하지만 은하는 무엇에 이끌려 은하단 속에 그대로 머물러 있는데, 이를 설명하기 위해 '암흑 물질'이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즉, 은하를 끌어들이고 있는 것이 '암흑 물질'이라고 생각된다. 만약 LHC가 '뉴트랄리노(Neutralino)'를 실제로 발견하면, 이는 소립자 물리학을 넘어 천문학이나 우주론의 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암흑 물질의 정체를 알게 되면, 우리는 우주의 과거나 미래에 대해 지금보다 더욱 자세하게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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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난제 3: 제4의 차원의 존재 가능성

3-6-1. '제4의 차원'과 '중력자'

 우리는 가로, 세로, 높이의 세 차원을 가진 공간에 살고 있다. 하지만 물리학에서 어떤 이론은 '제4의 공간 차원 또는 그 이상 수의 공간 차원'을 예언하고 있다. 상상하기 어렵겠지만, 주변의 모든 물질은 3차원 공간에 갇혀 제4의 공간 차원 방향으로는 움직일 수 없다고 가정하면, 현실 세계와 모순되지 않는다고 한다.

 단 중력을 전하는 '중력자(graviton)'만큼은 제4의 공간 차원 방향으로 빠져나갈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가 느끼는 중력은 이 중력자가 빠져나가는 효과에 의해 '본래의 세기'보다 약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만약 이러한 생각이 옳다면, 미시 규모에서는 '빠져나가기 전'의 '중력자'의 효과도 가산되어 중력은 '본래의 세기'를 되찾는다.

3-6-2. 인공 블랙홀 합성

 LHC에서 인공 블랙홀이 형성될지도 모른다고도 예측된다. 인공 블랙홀 합성은 공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진지하게 논의된다. 일반적으로 블랙홀이란 중력에 의해 주위의 물질을 삼키는 천체를 말한다. 항성이 죽고 나서 강한 중력에 의해 수축되어 밀도가 어느 임계점에 도달하면, 중력에 의한 수축을 중지시킬 수 없게 되고 결국 블랙홀이 된다.

 LHC에서의 양성자 충돌은 극히 좁은 영역에 에너지를 집중시키는 일이다. 만약 공간이 3차원이라면 LHC의 양성자 충돌로는 블랙홀이 형성되는 임계 밀도까지 도달하지 못한다. LHC는 과속에 가까운 양성자를 정면 충돌시켜 10-24kg라는 질량에 해당하는 에너지를 10-19m라는 좁은 영역에 집중시킬수 있다. 하지만 10-24kg이라는 작은 질량으로 블랙홀을 만들기 위해서는 10-51m까지 압축시켜야 한다. 이것은 LHC로 도달할 수 있는 10-19m와 비교해 너무나 작기 때문에 실현할 수 없다. 하지만 만약 제4의 차원이 존재한다면 미시의 규모에서는 중력이 급격하게 커져서, 양성자보다 작은 미니 블랙홀이 LHC에서 생성될 가능성이 있다. 만약 인공 블랙홀 생성에 성공한다면, 그것은 제4의 공간 차원이 실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물리학을 넘어 우리의 자연관까지 바꾸게 될지 모르는 대혁명으로 평가받게 될지도 모른다.

3-6-3. 인공 블랙홀은 안전한가?

 LHC에서 생성할 수 있는 블랙홀을 매우 불안정할 것으로 생각된다. 따라서 주위의 물질을 삼키자마자 순간적으로 다양한 소립자를 방출하고 소멸할 것이다. 이는 '스티븐 호킹(Stephen William Hawking)' 박사에 의해 이론적으로 예언되어 있는데, 이를 '블랙홀의 증발(black hole evaporation)'이라고 부른다.

 그러면 블랙홀이 인공적으로 소멸하지 않는다면, 블랙홀이 지구를 삼켜버릴 가능성은 없을까? 그러한 걱정은 없다. 지구에는 '우주선(cosmic ray)'이라고 불리는 고에너지의 양성자가 언제나 우주에서 쏟아지고 있다. 우주선 안에는 LHC보다 에너지가 높은 양성자가 있고, 대기의 분자와 충돌해 다양한 입자를 만든다. 따라서 LHC에서 블랙홀이 형성될 수 있다면, 지구의 대기권 내에서도 블랙홀이 생성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는 블랙홀에 삼켜지지 않고 있다. 이것은 미니 블랙홀이 생겨도 바로 소멸된다는 증거이다.

3-6-4. 고차원 블랙홀의 모양

 고차원 블랙홀은 일반적인 3차원 공간의 블랙홀보다 더 기묘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끈(String)' 모양이기도 하고, '고리(Ring)' 모양이기도 하며, 또는 토성처럼 구체와 고리가 조합된 모양이기도 하다. 이들에게는 '블랙 스트링', '블랙 링', '블랙 새턴' 등의 이름이 붙어 있다. 이외에도 2개의 고리가 조합된 '다이링(di-ring)'과 '바이 사이클링 블랙 링' 등도 존재한다. 모두 일반 상대성 이론을 고차원으로 확장한 뒤에 계산을 통해 구해진 것이다.

 하지만 고차원 블랙홀의 연구는 아직 충분하지 않으며, 현재 알려진 것 이외에도 여러 가지 형상의 고차원 블랙홀이 존재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이들이 안정되게 존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결론이 나와 있지 않다. 예컨대 끈 모양의 블랙 스트링은 안정되게 존재할 수 없으며, 갈기갈기 찢어져 최후에는 공 모양의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고차원 블랙홀의 연구는, '인공 블랙홀의 탄생에서 증발'까지의 변화를 더욱 정확하게 예측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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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차세대 선형 가속기 ILC

 현재 계획 중인 '국제 선형 충돌형 가속기(ILC: International Linear Collider)'는 전체 길이가 약 30km에 이르는 거대한 '선형 가속기'이다. 'ILC'에서는 지상에서 '빅뱅(Big Bang)'을 일으켜 우주의 수수께끼를 규명하려고 한다.

 LHC에서는 양성자 빔을 서로 반대 방향에서 가속해 정면 충돌시킨다. 양성자는 원형 가속기로도 가속하기 쉬우며, 충돌 에너지도 크므로 미지의 고에너지 현상을 살펴보는데 적합하다. 하지만 양성자는 '쿼크(Quark)'가 3개 모여 '섞인 것'이므로, 결과의 분석이 복잡하고 오류도 생길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양성자가 아닌, 소립자가 섞인 것도 아닌, '전자'와 '양전자'를 충돌시키면 된다. 이 조합은 분석이 단순해서 결과의 신뢰성도 높을 것이다. 하지만 원형 가속기에서는 전자와 양전자를 휘어지게 할 때 에너지를 많이 빼앗겨 충분히 가속할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제안된 것이 '전자'와 양전자'를 직선으로 가속시켜 충돌시키는 'ILC(국제 선형 충돌형 가속기)'이다. 원형 고리로 여러 차례 가속시킬 수 있는 원형 가속기와는 달리, 선형 가속기에서는 1회에 그치는 직선 경로로 단숨에 입자를 가속해야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높은 가속 성능을 가진 '초전도 가속 공동'이 새로 개발되었다. 나아가 충돌의 확률을 가능한 높이기 위해 '전자와 양전자의 덩어리(번치)'를 매우 고밀도로 만드는 '덤핑링'도 갖춘다. ILC에 의한 전자와 양전자의 충돌은 '힉스 입자'와 '초대칭성 입자'에 대한 정확한 답을 내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ILC(국제 선형 충돌형 가속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