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미래학 (Futurology)

카르다쇼프 척도(Kardashev scale)

SURPRISER - Tistory 2022. 7. 20. 19:20

0. 목차

  1.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났다.
  2. 카르다쇼프 척도
  3. 0단계 문명
  4. 1단계 문명
  5. 2단계 문명
  6. 3단계 문명
  7. 4단계 문명
  8. SF물에 등장하는 문명을 '카르다쇼프 척도'로 분류해보기

1. 문명이 발전함에 따라 '에너지 사용량'이 늘어났다.

 문명화된 사회에서 '에너지(Energy)'는 필수적이다. 인류의 역사는 '에너지'라는 관점을 통해 서술할 수 있다. 인류가 지구상에 처음 출현하여 지금까지 흐른 시간을 100이라고 했을 때, 99.9의 시간은 식량을 뒤지거나 짐승을 사냥하면서 돌아다녔다. 이런 원시인들의 삶은 매우 야만적이었고, 수명도 짧았다. 이들이 사용하는 개인의 에너지는 자신의 근육이 발휘할 수 있는 정도 즉, 0.2마력 정도가 전부였다. 원시인의 화석을 분석해 보면 뼈가 극도로 닳거나 크게 손상되어 있는데, 그 원인은 아마도 자신의 완력에 의지하여 힘든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가혹하고 적대적인 환경에서 십수 년 동안 늑대와 다를 바 없는 삶을 살아왔다. 당시에는 문자도 없었으므로, 이들의 이야기는 여러 세대를 거쳐 구전된 것이 전부였다. 이들의 삶은 매우 원시적이었고, 평균수명도 매우 짧아서 18~20년에 불과했다. 당시 개인 재산이라고는 등에 지고 다니는 것이 전부였고, 사람들은 평생을 배고픔 속에서 살았다. 원시인의 평균 수명은 20년이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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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농업혁명

 지금으로부터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약 1만 년쯤 전부터 인류는 농사를 짓고 가축을 사육하기 시작했다. 특히 말을 기르기 시작하면서 개인이 발휘할 수 있는 에너지는 1~2마력으로 증가했고, 이로부터 인류는 처음으로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이들은 말이나 소를 이용하여 넓은 농지를 혼자 경작할 수 있게 되었으며, 하루에 수십 km를 이동하거나 수백 kg에 달하는 짐을 운반할 수도 있게 되었다. 이리하여 인류는 역사상 처음으로 잉여 에너지를 갖게 되었고, 그 결과로 도시가 탄생하였다. 에너지가 남는다는 것은 여러 장인과 건축가, 토목기사, 작가 등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도시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에너지 소모량의 증가와 함께, 도시의 삶은 더욱 풍요로워졌다. 인간의 수명도 약 30세로 늘어났다.

 농사법이 개선됨에 따라 인류는 '여분의 부'라는 것을 갖기 시작했다. 사유재산이라는 개념에 눈을 뜬 인간은 자신의 재산을 이용하여 새로운 부를 창출하는 다양한 방법이 고안해냈다. 예컨대 문자와 숫자는 재산을 헤아리는 수단이었으며, 달력은 파종과 수확 시기를 알려주는 시간표였다. 그리고 각 개인의 재산을 파악하고 세금을 물리기 위해, 서기와 회계사라는 직업이 탄생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잉여재산의 규모가 커지면서 '군대', '왕국', '노예'가 등장해, 결국 '고대 문명의 탄생'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1-2. 산업혁명

 그다음으로 찾아온 혁명은 18세기에 유럽을 강타한 '산업혁명(Industrial Revolution)'이었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개인 재산이라 해봐야 자신의 손이나 말로 만든 물건에 국한되었었다. 산업혁명과 함께 기계를 이용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개인이 소유할 수 있는 재산이 엄청나게 많아졌다.

 대형 기계과 기차를 움직이게 하는 증기기관 덕분에 농지뿐만 아니라, 공장과 광산까지도 개인이 소유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과도한 노동과 기근에 시달리던 소작농들이 도시로 진출하여 '산업노동자'라는 신종 계급이 생겨났으며, 대장장이와 마차 수리공은 자동차 제조공장의 노동인력으로 흡수되었다. 그 후 내연기관이 발명되면서 한 사람이 쓸 수 있는 에너지는 '10마력(74600와트)'까지 증가했다. 사람들은 증기기관차를 타고 단 며칠 만에 대륙을 횡단할 수 있게 되었으며, 드넓은 농경지를 사람의 힘이 아닌 기계의 힘으로 경작할 수 있게 되었다. 이와 함께 수송수단이 크게 발달하여 도시에 고층건물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생활환경이 개선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산업화가 진행됨에 따라 사람의 수명도 길어지기 시작했는데, 통계자료에 의하면 1900년에 미국인의 평균수명은 49세였다.

1-3. 정보혁명

 그리고 지금은 역사상 세 번째 혁명인 '정보 혁명(Information Revolution)'의 한복판에 살고 있다. '정보혁명'이란 정보에서 부를 창출하는 혁명적인 사회 변혁을 말한다. 이제 국가의 부를 가늠하는 척도는 과학기술과 데이터 같은 것들이다. 그동안 인구는 폭발적으로 증가했고 전기 사용량은 대책 없이 늘어났지만, 공급 가능한 에너지는 한정되어 있다. 요즘 한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는 무려 1000 마력에 달한다. 우리는 수백 마력을 발휘하는 자동차를 생활필수품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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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카르다쇼프 척도

 한 개인의 에너지 사용량은 문명의 발달과 함께 꾸준이 증가해왔으며, 지난 몇백 년 사이에는 에너지 사용량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그러면 개인의 에너지 소비량은 과연 어디까지 증가할 수 있을까? 물리학자들은 문명의 수준을 '에너지 소비량'으로 가늠하는데, 이 척도를 '카르다쇼프 척도'라고 한다. 이 방식을 처음으로 도입한 사람은 러시아의 천체 물리학자 '니콜라이 카르다쇼프(Nikolai Kardashev)'이다. '외계 문명(extraterrestirial civilization)'이라는 모호한 개념에 불만을 느낀 '니콜라이 카르다쇼프' 문명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을 도입했다. 정부 구조와, 사회, 문화 등 외계 문명의 기본 시스템은 지구와 다를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문명이건 공통적으로 복종할 수 있는 대원칙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물리학의 법칙'이다. 그러면 지구 우리가 봤을 때, 관측 가능하면서도 문명의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물리량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니콜라이 카르다쇼프'가 떠올린 것은 '에너지 소비량'이었다. 그는 '에너지 소비량'에 따라 문명을 1단계, 2단계, 3단계로 분류했다.

  1. 1단계 문명: 1단계 문명은 1016와트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으로, '행성(Planet)'으로 유입되는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는 정도이다. 우리의 경우 '지구(Earth)'로 유입되는 에너지를 모두 사용할 수 있으면 된다.
  2. 2단계 문명: 2단계 문명은 약 1026와트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으로, '별(우리의 경우 태양)'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는 정도이다.
  3. 3단계 문명: 3단계 문명은 약 1036와트의 에너지를 사용하는 문명으로, '그들이 속한 은하(우리의 경우 우리 은하)'에 있는 상당수의 별을 식민지화시키는 데 성공한 문명이다. 에너지를 끌어다 쓸 수 있는 별이 100억 개라면, 활용 가능한 에너지는 무려 1036와트나 된다.

2-1. 문명의 진보에 걸리는 시간

 이 기준에 따르면 각 단계의 문명은 이전 단계보다 '1010억 배(100억 배)' 많은 에너지를 소비한다. 이렇듯 각 단계들 사이에는 실로 천문학적인 차이가 존재하지만, 우리의 문명이 3단계까지 진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략적으로 계산해 볼 수는 있다. 일단 에너지의 사용량이 매년 2~3%씩 증가한다고 가정해 보자. 경제성장률과 에너지 소모량은 밀접한 관계에 있으므로, 이 정도면 타당한 가정이라 할 수 있다. 경제의 규모가 커질수록 에너지 소모량은 많아진다. 현재 많은 국가들의 GDP 성장률이 1~2% 수준이므로, 에너지 소비의 증가율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이런 추세로 나간다면, 우리의 문명이 22~23세기쯤에 1단계로 진보하며, 여기서 다시 2단계로 진보하는 데에는 약 1000~5000년이 걸린다. 그리고 3단계의 문명에 도달하려면 10~100만 년을 더 기다려야 한다.

2-2. 문명의 단계를 더 구체적으로 세분화하였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은 현재의 문명 수준을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 문명의 단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세분화할 것을 제안하였다. 앞에서 우리는 미래의 문명을 '세 가지 단계(1016, 1026, 1036와트)'로 분류했는데, '칼 세이건'은 지수가 증가할 때마다 소수점 이하 자릿수를 하나씩 증가시켜서 문명의 단계를 세분화했다. 예컨대, 에너지의 소모량이 1017와트인 문명은 1.1단계에 해당되고, 에너지의 소모량이 1018와트인 문명은 1.2단계로 분류하는 식이다. 이렇게 따지면 지금 우리의 문명은 0.7~0.8단계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숫자만 보면 인류의 문명은 1단계에 꽤 가까이 접근한 것 같지만, 정의에 의하면 에너지 소모량이 100~1000배는 많아져야 1단계 문명에 도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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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0단계 문명

 우리의 문명은 아직 원시적인 수준이지만, 곳곳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한 개인이나 국가가 선도해서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중에서 특별히 우리의 관심을 끄는 사건이나 경향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인터넷은 1단계 문화권의 통신 시스템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 인터넷은 범세계적인 통신 수단으로 자리 잡게 될 것이다.
  2. 1단계의 문명은 한 국가에 의해 주도되지 않고, 'EU(유럽연합)'과 같이 여러 국가 간의 공조 속에 형성될 것이다.
  3. 1단계 문명에서 통용되는 언어는 아마도 영어일 것이다. 지금도 영어는 전 세계의 공용어로 이미 자리 잡고 있다. 제3세계의 국가들도 학생들에게 자신들의 모국어와 영어를 함께 가르치고 있다. 따라서 1단계 문명의 시민들은 자신의 모국어와 영어를 모두 사용하는 이중언어 시스템에 익숙해질 것이다.
  4. 국가라는 형태는 당분간 계속되겠지만, 그 의미는 점차 퇴색될 것이다. 국가들 간의 경제적 상호의존도가 높아질수록 국경은 더욱 불편해지기 때문이다. 아무리 강한 국력을 가지고 있는 국가라고 해도 세계화라는 거대한 흐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5. 전쟁은 앞으로도 벌어지겠지만, 자산 축적과 여행에 관심이 많은 '중산층'이 '소수의 권력자'들을 압도하면서 전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질 것이다.
  6.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은 인류의 공통된 화두로 부상하게 될 것이다. 온실가스와 산성비, 열대우림의 화재 등은 국경을 초월한 범세계적인 문제로 다루어질 것이며, 환경을 오염시킨 국가에 대한 책임 추궁도 강도 높게 제기될 것이다.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는 범세계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면 훨씬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7. 모든 정보는 거의 무료로 습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래야 권력이 한 사람이나 특정 집단에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고 더욱 민주적인 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

3-1. 0단계 문명에서 1단계 문명으로의 진화는 위험한 여정이 될 수도 있다.

 0단계 문명에서 1단계 문명으로의 진화는 매우 중요하고 위대한 변화이다. 앞으로 1단계 문명에 다가가는 동안, 인류는 위험한 상황을 여러 차례 겪게 될 것이다. 이 변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면 인류는 한동안 풍요 속에서 번성할 것이고, 실패하면 인류는 지구상에서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이때까지도 인간은 원시적인 야만성을 마음 한구석에 지니고 있을 것이므로, 이것은 지극히 '위험한 과정'이기도 하다. 사실 문명의 껍질을 벗겨보면, 인종주의, 종교분쟁 등 온갖 갈등 요소들이 도사리고 있지만, 인간의 본성은 10만 년 동안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우리는 원시인과 같은 마음을 여전히 가지고 있으면서, 손에는 핵무기·화학무기·생물학무기 등을 가지고 있다.

 1단계 문명으로 가는 과정에서 '엔트로피(온실효과, 오염, 핵 전쟁, 근본주의 질병 등)'를 지나칠 정도로 양산하여 사람들 사이를 갈라놓을지도 모른다. '마틴 리스 경'은 이런 것들이 시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테러나 생체공학으로 만들어진 병균처럼 미래사회의 질서를 가장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의 후손들이 이 모든 위험요인을 극복하고 살아남을 확률은 거의 50%라고 전망하였다.

 아마도 이것은 외계 생명체가 우리에게 발견되지 않은 이유 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된다. 만약 외계인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그들은 매우 진보된 문명을 향유하면서 아직 0.7~0.8단계에 불과한 우리의 문명에 관심이 없을지도 모른다. 또는 1단계 문명에 이르자마자 전쟁이다 환경오염에 의해 멸종했을 수도 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들은 인류의 운명을 좌우할 기로에 서있는 가장 중요한 세대라고 할 수 있다.

3-2. '핵 확산'의 위험

 가장 코앞에 닥친 장애물은 '핵 확산'이다. 현재 핵무기는 중동, 인도 아대륙, 한반도 등 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지역으로 퍼져나가고 있다. 경제 규모가 작은 나라들도 언젠가는 핵무기를 갖게 될 것이다. 과거에는 초강대국만이 핵무기를 보유할 수 있었다. 우라늄 원석을 무기용으로 정제하려면 가스확산공장과 초원심분리기 등 거대한 생산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시설들은 인공위성에서 보일 정도로 규모가 크다.

 그러나 세계 각국은 지난 수십 년 동안 치열한 정보전을 벌이면서 '핵무기 제조법'을 훔쳐 불안정한 지역에 팔아넘겼다. 그 결과 '초원심분리기'와 '우라늄 정제시설'의 가격은 중진국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떨어졌고, 오래전부터 붕괴 위험에 처해있던 북한 같은 국가조차 핵무기를 보유하게 되었다. 인도와 파키스탄 같은 분쟁 국가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면, 핵무기를 앞세운 세계대전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높다. 또 특정 국가의 이익을 대변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활동하는 단체인 '비국가행휘자(Nonstate actors)'와 '테러집단'도 언제든지 핵무기를 손에 넣을 수 있게 되었다.

3-3. '지구온난화'의 위험

  1. 극지방의 주요 빙하가 사라지고 있다.
  2. 북극의 얼음층은 지난 50년 사이에 평균 50% 얇아졌다.
  3.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얼음 평원인 '그린란드'가 서서히 녹고 있다.
  4. '델라웨어(Delaware)'의 면적과 비슷한 남극의 '라르센 C 빙붕(Larsen Ice Shelf C)'이 2017년에 갈라져서 빙하의 안정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되었다.
  5. 20세기에 지구의 평균기온이 1.3℃ 높아졌다.
  6. 여름이 평균 1주일쯤 길어졌다.
  7. 대규모 산불과 홍수, 가뭄, 허리케인 등 100년에 한 번꼴로 일어나던 자연재해들이 더욱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즉, 기상이변이 심해지고 있다.

 이처럼 20세기부터 기온 상승 속도가 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는 증거는 도처에 널려 있다. 지구온난화가 지금과 같은 추세로 100년 동안 계속된다면, 국가의 기반이 흔들리는 건 물론이고, 대규모 이아와 이주 사태가 발생하는 등 세계 경제는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결코 1단계 문명으로 넘어갈 수 없다.

 세계경제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책을 강구하는 전문가 집단인 '글로벌 비즈니스 네트워크(Global Business Network)'는 미국 국방부의 의뢰를 받아 '지구 온난화가 저개발국에 미치는 경제적 영향'을 분석했는데, 최종 보고서의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온난화가 심해지면 굶주림에 시달린 저개발국의 국민들이 이웃 국가로 대거 이동할 것이며, 이들의 유입을 원치 않는 국가들은 최악의 경우 핵무기를 사용할 수도 있다." 이로부터 핵전쟁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지구온난화'는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걸림돌이다.

3-4. '생물학 테러'의 위험

 무기화된 세균도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인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막강한 위력을 발휘했던 컬러는 전쟁이 아니라 '전염병(Plague)'과 '유행병(Epidemic)'이었다. 그런데 지금 여러 국가들은 천연두와 같은 치명적 병원균을 무기로 개조하여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이런 무기가 살포되면 중세의 흑사병 사태 못지않은 대참사가 일어날 것이다. 또는 누군가가 생물공학을 이용하여 '에볼라 바이러스(Ebola Virus)'나 'HIV(인간면역결핍 바이러스)', '조류독감' 등 이미 존재하는 병원균의 전염력과 치사율을 높여서 대량으로 살포할 수도 있다.

 '전염병'은 매개체를 통해 전염되는 병이고, '유행병'은 전염성 또는 공통 원인으로 평소보다 많이 발생하는 병이다. 즉 '유행병'은 전염성이 없어도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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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1단계 문명

 1단계 문명은 인간에게 평화와 행복을 안겨줄 것이다. 이들은 행성 전체를 지배하면서, 고도의 문명을 향유할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국가 간의 문제나 인종 문제, 그리고 종교 간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수백 년의 세월이 소요될 것이다. 어떻게든 1단계 문명에 진입하기만 하면, 최소한 수백 년은 유지될 것이므로 갈등을 해소할 시간은 충분하다.

 그러나 1단계 문명에 진입한 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한동안은 지구에 발은 붙이고 살아갈 것이다. 문명이 1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해서, 곧바로 우주를 향해 나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인류가 1단계 문명에 도달한 후 처음 수 세기 동안은 우주식민지 개척을 서두르지는 않겠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볼 때 우주식민지 개척은 인류의 생존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다. 또한 1단계 문명은 가까운 별을 탐사하는 우주선을 언젠가는 띄워보내게 될 것이다. 그러나 화학연료를 쓰는 로켓은 속도에 명백한 한계가 있으므로, 수백 광년 떨어진 곳을 탐사하려면 로켓의 분사 방식에 무언가 획기적인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 가지 가능성은 우주 공간에 수소를 취하여 핵융합반응을 유도한 후 '램제트(Ramjet)' 방식으로 분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양성자끼리의 핵융합반응은 우주에서는 물론이고 지구에서도 잘 일어나지 않으므로, 미래의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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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화석 연료 벗어나기

 '1단계 문명'은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다른 에너지원을 찾을 수 있을까? 몇 가지 가능성을 검토해 보자.

  1. 핵분열발전(Nuclear fission power generation): 한 가지 가능성은 우라늄 원자핵분열에서 발생하는 핵에너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양산된 핵폐기물은 수백만 년 동안 방사능을 방출하여 인류의 생존을 위협한다. 핵에너지를 사용한 지 50년이 지났는데도 핵 폐기물을 안전하게 처리하는 방법은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또한 '체르노빌(Chernobyl)'과 '후쿠시마'에서 보았듯이, 핵발전소에 돌발사고가 발생하면 돌이킬 수 없는 참사로 이어진다.
  2. 핵융합발전(Nuclear fusion power generation): '핵융합발전'은 아직 사용화되지 않았지만, 22세기쯤에는 이 기술을 완성하여 거의 무제한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핵융합발전'의 장점은 연료가 풍부하다는 점이다. 주원료인 수소는 바다에 무진장으로 널려있다. 또한 '핵융합발전소'는 체르노빌이나 후쿠시마처럼 원자로가 녹아내릴 염려도 없다. 핵융합발전소의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융합반응이 자동으로 멈추기 때문이다. 핵융합반응이 일어나려면 '로슨조건(Lawson Criterion)'을 만족해야 한다. 즉, 압력과 온도가 임곗값을 넘은 채 일정 시간 동안 유지돼야 핵융합이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어디선가 오작동이 발생하면 '로슨조건'이 충족되지 않아서 더 이상 핵융합이 진행될 수 없다. 또 핵융합발전소에서 생산되는 핵폐기물은 '핵분열 발전소(원자력발전소)'보다 훨씬 적다. 수소를 융합하는 과정에서 중성자가 생성되어 반응의 철제 부품에 방사선을 쪼이긴 하지만, 우라늄 반응기의 방사선에 비하면 거의 무시할 수 있는 수준이다.
  3. 태양 에너지(Solar Energy): '태양 에너지(Solar Energy)'도 있다. 1단계 문명은 우주와 대기에서 낭비되는 태양에너지를 십분 활용할 것이다. 실제로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태양에너지의 60%는 대기를 통과하면서 손실된다. 따라서 인공위성에 거대한 태양 집열판을 달아서 대기 위로 띄우면 훨씬 많은 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우주에서 태양에너지 수거장치는 여러 개의 거울을 달고 정지궤도를 돌며 햇빛을 모을 것이다. 여기서 수거된 에너지는 마이크로 복사파의 형태로 지구의 수신소에 전송되고, 전통적인 전력망을 통해 각 지역에 배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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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2단계 문명

5-1. 다이슨 구(Dyson Sphere)

 이 시대의 인류는 은하수의 극히 일부에 해당하는 별들을 인공적으로 제어하여, 필요한 에너지를 충당하고 있을 것이다. 이 정도 수준의 문명은 별이 갖고 있는 모든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으며, 다른 별의 핵융합반응을 인공적으로 제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물리학자 '프리먼 다이슨(Freeman John Dyson, 1923~2020)'은 2단계 문명인들이 태양에너지를 남김없이 활용하기 위해 거대한 '구(Sphere)'를 태양 주변에 접근시켜서 모든 에너지를 흡수할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이렇게 '구(Sphere)'로 에워싸서 태양의 모든 에너지를 흡수하는 초대형 구조물을 '다이슨 구(Dyson Sphere)'라고 한다.

 2단계 문명은 같은 태양계 속에 있는 다른 행성들을 식민지로 거느리면서, 다른 별을 탐사하는 프로젝트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이들은 방대한 에너지원을 확보하고 있으므로, 물질과 반물질이 결합하면서 방출하는 에너지로 우주선을 추진하여, 거의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원리적으로 이러한 추진 방식은 100%의 효율을 발휘할 수 있으며, 실험적으로 간단하게 구현할 수도 있다. 물론 1단계 문명에서도 실험적으로 이러한 추진 바이식을 구현할 수는 있겠지만, 비용 문제 때문에 우주선에 적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5-2. 그 어떤 것도 2단계 문명을 파괴할 수 없다.

 2단계 문명은 매우 평화로운 상태로 유지될 것으로 생각된다. 왜냐하면 우주여행은 아주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1단계에서 '분열'과 '갈등'은 모두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1단계에서 2단계로 접어들 즈음에는 인류는 수백 광년 거리에 있는 별들도 식민지로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더 멀리 있는 별까지는 아직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빛의 속도'라는 한계가 그들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인류 문명이 2단계로 접어들면, 그 어떤 것도 문명을 파괴할 수 없을 것이다. 2단계 문명은 과학으로 파괴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하고 완벽할 것이다. 이 문명은 핵폭탄과 같은 과학적 산물에 의해 결코 붕괴되지 않는 영원불멸의 문명이 될지도 모른다. 이 문명은 날씨를 마음대로 제어하여 빙하기를 피해갈 수 있으며, 심지어 지구를 향해 다가오는 '소행성(Asteroid)'이나 '혜성(Comet)'의 방향도 바꿀 수 있다. 태양이 수명을 다하여 초신성으로 변하면 우주선을 타고 다른 별로 이주할 수도 있고, 태양의 폭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다. 예컨대 죽어가는 별의 내부에 '열핵 엔진(Thermonuclear Engine)'을 심어서 인공적으로 수명을 늘릴 수도 있다.

5-3. 2단계 문명 식히기

 2단계 문명이 붕괴될 염려는 없지만, 장기적인 위험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해 모든 기계들이 자외선 열복사를 방출하면, 결국 행성에는 생명체가 살 수 없게 된다.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닫힌 계의 '엔트로피(Entropy)'는 항상 증가하기 때문에, 모든 기계와 전기장치, 그리고 모든 기반시설은 열의 형태로 쓰레기를 방출한다. 언뜻 생각하면 거대한 냉각장치를 만들어서 행성을 식히면 될 것 같지만, 이 장치의 구동모터에서 발생하는 열을 고려하면 '전체 시스템(행성+냉각장치)'의 열은 결국 증가할 수밖에 없다.

 2단계 문명인들이 열역학 제2법칙과의 장기전에서 살아남으려면 각종 기계에서 발생한 열을 넓은 지역에 분산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부분의 기계장치를 우주 공간으로 옮기는 수밖에 없다. 아마도 2단계 문명은 열을 발생시키는 모든 기계와 도구를 행성 바깥에 설치할 것이다. 별의 에너지를 통째로 사용하면서도 '폐열(낭비된 열)'을 행성이 아닌 우주 공간에 버리고 있으니, 행성 자체는 낙원이나 다름없다. 우주에 버린 열은 행성 거주민에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은 채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다이슨 구(Dyson Sphere)'도 결국 서서히 뜨거워지면서 자외선을 방출할 수밖에 없다. 별의별 방법으로 자외선을 차단한다 해도, 결국은 차단 장치도 뜨거워져서 자외선을 방출하게 된다.

 2단계 문명이 영원불멸이면서 필연적으로 자외선을 방출할 수밖에 없다면, 2단계 문명의 외계인들은 왜 아직도 발견되지 않은 것일까? 그래서 오래전부터 과학자들은 하늘에서 자외선이 집중적으로 방출되는 지역을 찾아왔다. 자외선이 강하게 방출된다는 것은 그 근처에 2단계 문명이 존재한다는 강력한 증거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아직은 아무런 소식이 없다. 시카고에 있는 '페르미 연구소(Fermilab)'의 과학자들은 2단계 문명을 찾기 위해 별을 스캔해왔다. 그리고 앞으로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ames Webb Space Telescope)'이 2단계 문명의 흔적을 찾아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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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3단계 문명

 지적 생명체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3단계 문명에 이르면, 시간과 공간이 불안해질 정도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플랑크 에너지(Planck Energy)' 스케일로 가면 양자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시공간은 작은 거품이나 웜홀로 위축된다. 현재의 기술로는 플랑크 에너지에 이를 수 없지만, 3단계 문명에 이르면 '플랑크 에너지' 수준에 이를 수 있게 된다.

 은하의 대부분을 탐사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문명은 3단계에 이른다. 3단계 문명은 그들이 속한 은하에 있는 상당수의 별을 식민지화시키는 데 성공한 문명이다. 그런데 수천억 개에 달하는 행성들을 어떻게 일일이 탐사할 수 있을까? 이 수준에서의 문명에게는 전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자가복제가 가능한 탐사 로봇을 대량생산하여 은하 전역에 뿌리면 된다. 예컨대 탐사 로봇이 달에 착륙하여 공장을 짓고, 동일한 로봇을 대량으로 복제하여 멀리 있는 별로 파견하고, 그들이 또다시 공장을 지어서 자신의 후손을 생산하고, 그들이 또 멀리 있는 별로 진출하는 식으로 반복하면 10만 년 안에 '우리 은하(Milkyway Galaxy)' 안에 존재하는 모든 별과 행성을 탐사할 수 있다.

 지적 생명체들로 이루어진 사회가 3단계 문명에 이르면, 시간과 공간이 불안해질 정도로 막대한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 '플랑크 에너지' 스케일로 가면 양자적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시공간은 작은 거품이나 웜홀로 위축된다. 현재의 기술로는 플랑크 에너지에 이를 수 없지만, 3단계 문명에 이르면 '플랑크 에너지' 수준에 이를 수 있게 된다. 문명이 3단계에 이르면 사람들은 '플랑크 에너지(에너지에 대한 플랑크 단위)'와 맞먹는 1028eV의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텐데, 이 정도면 시공간 자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플랑크 에너지'는 현재 세계에서 가장 큰 입자가속기 LHC 출력의 '1015배(1000조 배)'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에너지이다. 이 에너지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중력이론조차 적용되지 않으며, 시공간 자체가 찢어지면서 다른 지점이나 다른 우주로 통하는 입구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이렇게 엄청난 에너지를 제어하려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거대한 기계장치가 있어야 한다. 먼 미래에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한다면, 공간을 압축시키거나 '웜홀(Worm hole)'을 통과하는 등 시공간의 지름길을 만들 수 있다. 이들이 '양에너지(Positive Energy)'와 '음에너지(Negative Energy)'를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불안정성을 제거하는 등 여러 개의 난제들을 해결한다면, 은하 전체를 식민지로 만들 수도 있다.

 런던대학의 천문학자 '이언 크로퍼드(Ian Crawford)'는 3단계 문명을 다음과 같이 평가하였다. "10광년 이내의 천체들을 식민지화시키고, 광속의 10%로 달리는 우주선을 보유한 문명이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들이 400년 만에 식민지의 규모를 2배로 늘린다고 가정했을 때, 가장 멀리 있는 식민지까지의 거리는 매년 0.02광년 씩 멀어진다. 은하수 전체 폭이 10만 광년이므로, 3단계 문명을 이룬 종족이 은하수 전체를 식민지로 만드는 데는 대략 500만 년이 걸린다. 이것은 인간의 수명과 비교할 때 엄청나게 긴 세월이지만, 은하의 수명의 0.05%에 지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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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3단계 문명을 찾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은하수 안에서 3단계 문명의 흔적이라고 할 수 있는 라디오파를 감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푸에르토리코(서인도 제도의 대앤틸리스 제도에 있는 미국의 자치령)'에 있는 '아레시보 라디오망원경'은 전 은하를 대상으로 수소 기체에서 방출되는 스펙트럼선의 진동수와 비슷한 1.42기가헤르츠의 라디오 신호를 검색해왔는데, 아직 1918~1930와트 사이의 복사에너지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보다 조금 우수한 0.8단계~1.1단계 사이의 문명이나 2.5단계 이상의 문명이 존재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외계 문명의 정보 전달 방식이 우리와 전혀 달라서 '지구식 망원경'에 감지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고도의 문명을 가진 생명체라면 라디오파가 아닌 레이저를 정보를 전달할 수도 있다. 또한, 그들이 라디오 신호를 사용한다 해도 주파수가 1.42기가헤르츠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양한 주파수대의 신호를 송출한 후에 그들을 다시 합쳐서 정보를 재구성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 근처에 별이나 행성이 지나가도 정보가 손상되지 않으며, 흩어진 신호를 우연히 접한다 해도 원래의 뜻을 해독할 수 없다.

6-2. 3단계 문명은 왜 아직 발견되지 않았는가?

 만약 3단계 문명이 우리 은하에 존재한다면, 왜 우리는 그들을 발견할 수 없는 걸까?

  1. 하나의 가능성은 어쩌면 그들은 이미 지구를 방문했지만, 우리의 문명의 너무 미개해서 눈치채지 못했을 수도 있다. 만약에 우리가 외계인과 마주친다고 해도, 우리가 짐작했던 모습이 아닐 수도 있다. 그들은 이미 오래전에 로봇공학과 나노기술, 생체공학 등을 이용하여 자신의 육체를 거의 기계와 같은 모습으로 바꿨을 가능성이 높다.
  2. 또 하나의 가능성은 이들이 자가복제가 가능한 나노 탐사로봇만 지구로 보냈지만, 우리가 이 탐사로봇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일 수도 있다. 사람들은 외계인을 생각할 때, 거대한 비행접시를 앞세운 우주함대를 떠올린다. 그러나 외계 문명에서 파견된 탐사선은 완전히 자동으로 움직이는 생체 기계일 가능성이 높다. 과학이 아무리 발달했어도 귀환이 보장되지 못하는 먼 길에 그들이 직접 나서지는 않을 것이다.
  3. 또 하나의 가능성은 외계 문명이 발전을 거듭하다가 어느 시점에 자멸했을 수도 있다. 문명이 발달해도 '인간의 잔혹성'과 '근본주의(본질적인 것의 절대적 진리를 강조하는 종교운동)', '인종주의' 등 극단적인 사상은 항상 존재할 것이므로, 0단계에서 1단계로 넘어갈 때가 가장 위험한 시점이다. 또 에너지 소비량을 제어하지 못한 문명이 스스로 자멸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므로 에너지와 정보량이 많다고 해서 문명이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보장은 없다.

6-3. 3단계 문명은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어야 한다.

 3단계 문명이 어딘가에 존재한다면, 이들의 가장 큰 현안은 은하 전체를 연결하는 거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일일 것이다. 물론 이 작업이 완수되려면 웜홀과 같이 '빛보다 빠른 정보 전달 방법'이 개발되어야 한다. 만약 이 기술을 개발하지 못한다면, 3단계 문명의 발전은 커다란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프리먼 다이슨(Freeman John Dyson, 1923~2020)'은 '장 마르크(Jean Marc)'와 '레비-르블롱(Levy-Leblond)'의 연구결과를 인용하면서, 이러한 사회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에 나오는 '캐럴 우주(Carroll Universe)'와 비슷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프리먼 다이슨'은 과거의 인간 사회가 '절대적인 공간'과 '상대적인 시간'에 기초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는 곧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는 종족들은 교류가 불가능하며, 대부분의 인간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 근방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의 각 종족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생활패턴을 유지하며, 타 종족과의 교류 없이 독자적으로 살아왔다. 그러나 산업혁명의 물결이 일어나면서 인류는 시간과 공간이 모두 절대적인 뉴턴의 우주에서 살게 되었으며, 다양한 운송수단이 발명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종족들 사이의 교류가 가능해졌다. 그 후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우리는 시간과 공간이 모두 상대적인 아인슈타인의 우주로 진입했고, 전화, 라디오, TV 등을 비롯한 문명의 이기 덕분에 거리와 상관없이 즉각적인 교류가 가능해졌다. 따라서 3단계 문명이 획기적인 운송수단을 개발하지 못하면, 방대한 우주 공간에서 과거처럼 고립된 채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처럼 조각난 '캐럴 우주(Carroll Universe)'가 되지 않으려면, 3단계 문명은 빛보다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웜홀' 통로를 개발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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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4단계 문명

 물리학자 '미치오 카쿠(Michio Kaku, 1947~)'는 런던의 '그리니치 천문대(Greenwich Observatory)'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는데, 강연이 끝난 후 조그만 사내아이가 '미치오 카쿠'를 찾아가 4단계 문명도 있어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미치오 카쿠'는 그 아이에게 '우리가 알고 있는 천체는 행성, 별, 은하뿐이며 지적 생명체를 둘러싸고 있는 모든 환경은 이들로부터 만들어진다'고 말해주었다. 그랬더니 그 소년은 '연속체(Continuum)'의 에너지를 활용하는 4단계 문명이 있을 수도 있다며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미치오 카쿠'는 나중에 곰곰이 생각해 보니, 그 소년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 만약 4단계의 문명이 존재한다면 그들은 은하뿐만 아니라 우주의 73%를 이루는 '암흑 에너지(Dark Energy)'까지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암흑 물질(Dark Matter)'은 방대한 에너지의 보고임이 분명하지만 '반중력장(Antigravitational Field)'이 먼 곳까지 깔려 있기 때문에 그 존재를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

 천재적인 전기공학자이자 '토머스 에디슨(Thomas Edison, 1847~1931)'의 라이벌이었던 '니콜라 테슬라(Nikola Tesla, 1856~1943)'는 진공에서 에너지를 취하는 방법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는 진공 속에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숨어 있으며, 이 에너지를 꺼내 쓸 수만 있다면, 인류는 혁명적인 변화를 겪게 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그러나 이것은 말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다. 바다속에 가라앉아 있는 금괴를 상상해 보자. 아마도 전 세계의 바다를 모두 뒤지면, 현재 유통되고 있는 양보다 더 많은 금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돈 버는 데 도가 튼 자본가나 사업가들이 이 사실을 모르고 있을 리가 있다. 그러나 탐사에 들어가는 비용을 따져보면 본전을 건지기가 어렵기 때문에, 욕심은 나지만 어쩔 수 없이 그대로 방치해두고 있는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암흑 물질(Dark Matter)'과 '암흑 에너지(Dark Energy)'를 모두 활용하면 우주 전체의 별과 은하를 합친 것보다 훨씬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수십억 광년에 걸쳐 있는 물질들을 한곳에 모으기가 어렵기 때문에 실천에 옮기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3단계 문명이 은하의 에너지를 모두 고갈시키고 나면, 어떻게 해서든 암흑물질을 사용하는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시점부터 문명은 4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4단계 문명은 여러 은하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끈이론(String Theory)'에서 말하는 여분차원에 암흑에너지의 극성이 바뀌는 '구(Sphere)'를 만들어서 우주팽창을 거꾸로 되돌릴 수 있을 것이다. 구의 바깥에서는 우주가 엄청난 속도로 팽창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은하들이 정상적으로 진화한다. 4단계 문명은 이런 방법으로 죽어가는 우주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이것은 다이슨 스피어와 비슷하다. 단, 다이슨 스피어는 별에서 방출된 에너지를 모으는 수단이고, 4단계 문명의 구는 암흑에너지를 가둬서 팽창을 진정시키는 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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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SF물에 등장하는 문명을 '카르다쇼프 척도'로 분류해보기

 재미 삼아 SF물에 등장하는 문명들을 '카르다쇼프 척도(Kardashev scale)'로 분류해 보자.

SF물 문명의 단계
만화 '플래시 고든(Flash Gorden)' 1단계 문명
영화 '스타트렉(Star Trek)' 2단계 문명
영화 '스타워즈(Star Wars)' 3단계 문명
  1. 만화 '플래시 고든(Flash Gorden)': '플래시 고든(Flash Gorden)'에 등장하는 문명은 행성의 모든 에너지 자원을 활용하고 있으므로, 1단계 문명에 해당한다. 1단계 문명은 날씨를 마음대로 조절하고, 허리케인의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으며, 바다 위에 도시를 건설할 수도 있다. 이들은 로켓을 타고 우주로 돌아다닐 수도 있지만, 사용 가능한 에너지는 행성에 국한되어 있다.
  2. 영화 '스타트렉(Star Trek)': '스타트렉(Star Trek)'에 등장하는 문명은 100개에 가까운 식민지를 거느리고 있으므로, 2단계 문명에 해당한다. 이들이 사용하는 에너지는 별 하나에서 방출되는 총 에너지와 비슷한 수준이다.
  3. 영화 '스타워즈(Star Wars)': '스타워즈(Star Wars)'에 등장하는 제국은 수십억 개의 별들로 구성된 '은하(Galaxy)'의 대부분을 식민화시켰으므로, 3단계 문명에 해당한다. 이들은 '워프 드라이브(Warp Drive)'를 이용하여 은하의 모든 곳을 마음대로 이동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