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미래학 (Futurology)

의학의 미래

SURPRISER - Tistory 2022. 6. 27. 03:01

0. 목차

  1. 의학의 3단계
  2. 미래의 '의료 진단 시스템'
  3. 줄기세포로 만드는 장기
  4. 복제(Cloning)
  5. 암(Cancer)
  6. 유전자 의학
  7. 유전자 개선
  8. 생명공학의 부작용

1. 의학의 3단계

 의학의 역사를 돌아보면 지난 세월 동안 의학이 3단계를 거쳐 왔음을 알 수 있다.

1-1. 1단계

 첫 번째는 수만 년에 걸쳐 미신과 마법, 소문 등에 근거하여 환자를 치료했던 원시적 단계이다. 이 시기에는 대부분의 태아들이 출생 즉시 사망했고, 평균수명은 18~20세를 밑돌았다. 간간이 '아스피린(Aspirin)' 같은 화학약품이나 약초가 발견되기도 했지만, 새로운 치료법을 개발할 만한 체계는 거의 전무한 상태였다. 게다가 효력이 있는 치료법은 비밀로 취급되어 일부 의사들이 독점하고 있었다. 이 시대의 의사들은 부자 고객들의 비위를 맞추면서 돈을 벌었고, 자신만의 비법을 지키는 것이 최대 현안이었다.

 이 시기에 '메이오 클리닉(미국 미세소타 주 로체스터에 있는 사립병원)'의 설립자 중 한 사람이 환자를 돌보면서 작성했던 일기가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는데, 거기에는 자신이 간직해온 비법들 중 실제로 효과가 있는 것은 쇠톱과 '모르핀(Morphine)', 단 두 개뿐이라고 적혀있다. '쇠톱'은 팔과 다리를 절단하는 데 쓰였고, '모르핀'은 절단 수술을 받는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었다. 일기의 주인공은 그 외의 모든 비법들이 효과가 불분명하거나 엉터리라고 고백했다.

1-2. 2단계

 19세기에 병균 이론과 공중위생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의학은 두 번째 단계로 접어들었다. 1900년에 미국인의 기대수명은 49세까지 올라갔다. 1차 세계대전에서 수만 명의 군인들이 죽어가고 있을 무렵, 의학계에서는 재현 가능한 과학적 실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다수의 논문이 학술지에 발표되었다. 의사들은 고객의 비위를 맞추는 대신에, 논문으로 명성을 쌓는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항생제(Antibiotic)'와 '백신(Vaccine)'의 개발로 이어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간의 수명은 70세 이상으로 길어졌다.

1-3. 3단계

 의학의 세 번째 단계는 '분자의학(Molecular medicine)'으로 대변된다. 의학과 물리학이 결합되면서 연구 대상의 규모가 분자, 원자, 유전자로 작아진 것이다. 이 역사적인 변화는 1940년에 오스트리아 태생의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Erwin Schrodinger, 1887~1961)'는 그의 저서 '생명이란 무엇인가(What Is Life?)'에서 시작되었다. 그는 신비한 생명의 힘이나 영혼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모든 생명은 일종의 암호체계에 기초하고 있으며, 그 기본 단위는 분자이다. 이 분자를 찾아낸다면 생명의 비밀도 풀릴 것이다."

 슈뢰딩거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얻은 물리학자 '프랜시스 크릭(Francis Rrick, 1916~2004)'은 유전학자 '제임스 왓슨(James Watson, 1928~)'과 함께 연구팀을 꾸렸다. 이들의 목적은 슈뢰딩거가 말한 분자가 바로 DNA임을 입증하는 것이었다. 결국 1953년에 왓슨과 크릭은 DNA의 '이중 나선 구조'를 밝힘으로써, 생명과학 역사상 최고의 영웅으로 등극하였다. 하나의 DNA 가닥을 직선으로 풀면 길이가 거의 1.8m에 달하며, 그 안에는 'A(아데닌)', 'T(티민)', 'C(시토신)', 'G(구아닌)'라는 4종류의 핵산이 무려 30억 개나 나열되어 있다. DNA 분자를 따라 이 핵산이 배열되어 있는 순서를 알아내는 것은 곧 '생명의 책'을 작성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그 후 분자의학은 빠르게 발전하여 의학사의 기념비라 불리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까지 도달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인간의 몸에 있는 모든 유전자의 순서를 밝히는 초대형 프로젝트로서, 수백 명의 전문 인력과 30억 달러의 예산을 들여 2003년에 완료되었다. 이로써 인류는 염색체에 담긴 약 25000개의 유전자 정보를 완성했다. 미국의 병리학자 '데이비드 볼티모어(David Baltimore)'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오늘날의 생물학은 자연과학이라기보다 정보과학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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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래의 '의료 진단 시스템'

2-1. 인공인간 주치의

 지금 전문가들은 '로보닥(Robo-doc)'을 한창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미래에는 환자가 의사를 만나는 방법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이 시스템이 완성되면 우리는 스마트워치나 벽 스크린을 통해 99% 정확한 의료 상담을 거의 무료로 받을 수 있다. 특별히 고안된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질병의 대부분을 올바르게 진단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현재 몸 상태를 설명하면, 로보닥이 세계 최고의 병원에 비축된 최신 의료 데이터베이스를 탐색하여 정확한 진단과 처방을 내려줄 것이다.

 로보닥이 완성되면, 별것 아닌 증상으로 병원에 갈 필요가 없으므로, 시간과 돈이 절약되고, 의사와 정기적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하지만 스크린에 나타난 주치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당신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지도록 프로그램된 영상일 뿐이다. 이 주치의는 당신의 유전자 정보를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으므로, 모든 변수를 고려하여 가장 적절한 치료법을 알려줄 것이다.

2-2. 신체 스캐너

 진단 프로그램에 등장한 주치의는 소형 탐침을 이용하여 당신의 몸을 스캔한다. 기존의 MRI는 무게가 수 톤에 이르고 방 하나를 가득 메울 정도로 덩치가 컸지만, 현재 첨단 MRI는 휴대가 가능할 수 있을만한 크기로 작아졌다. 이 장치가 당신의 몸 위를 한 번만 쓸고 지나가면 컴퓨터가 내장의 상태를 3차원 입체 영상으로 보여주면서 정확한 진단을 내려줄 것이다. 이 컴퓨터 진단 프로그램은 당신의 몸의 맞게 세팅되어 있기 때문에, 아직 종양으로 자라지 않은 암세포까지 몇 분 안에 찾아낼 수 있다. 신체 스캐너에는 수백만 개의 센서로 이루어진 DNA 칩과 실리콘칩이 장착되어 있어서, DNA에 나타난 질병의 징후를 정확하게 감지할 수 있다.

2-3. '건강 체크'는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미래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 상태를 하루에도 몇 번씩 체크하게 될 것이다. 현재 시중에서 판매되는 스마트 워치에는 '건강 체크' 기능이 포함되어 있다. 이뿐만 아니라 미래에는 화장실과 욕실에 달린 거울이나 당신이 즐겨 입는 옷에도 DNA 칩이 달려 있어서, 고작 수백 개에 불과한 암세포까지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화장실이나 한 사람의 옷에 장착된 센서의 수는 요즘 대형병원이나 대학교에서 보유하고 있는 센서의 수보다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예컨대 거울에 대고 입김을 불었을 때, 이종 단백질 p53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는 식이다. (일상적인 암세포의 약 50%가 p53을 함유하고 있다.)

 지금은 한적한 길에서 교통사고를 당하면, 과다출혈로 사망하기 쉽다. 하지만 미래에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면 운전자의 옷과 자동차가 외상의 징후를 감지하고, 그 즉시 구급차를 부르는 것은 기본이고 '사고 지점'과 '상처 부위', '운전자의 과거 병력' 등을 병원에 전송할 것이다. 중요한 점은 운전자가 의식을 이 과정이 자동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옷에 달려 있는 센서가 심장박동과 호흡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뇌파까지 체크하고 있을 것이다. 따라서 옷을 입고 있는 한 온라인 상태에 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2-4. 내시경 검사를 대체하는 알약

 길이가 거의 2m나 되는 내시경이 창자 속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면 내시경 검사를 대체할 방법은 없을까? 현재 기술 수준은 알약만 한 크기의 칩에 TV 카메라와 라디오를 장착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다. 이것을 삼키면 '똑똑한 알약'이 식도와 창자의 내벽을 촬영한 후 라디오 신호를 송출하고, 이 신호가 도달한 병원의 스크린에는 환자의 내장 상태가 3차원 영상으로 나타난다. 미래에는 '똑똑한 알약'을 통해 대장 내시경 검사를 하지 않고서도 대장암이나 식도암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게 될 것이다.

2-5. 의사 방문하기

  1. 암에 걸린 경우: 암의 징후가 발견되면 나노입자를 바로 혈관에 주입한다. 이 입자는 지능형 폭탄처럼 암세포를 찾아가 지니고 있던 약을 살포한다. 간단히 말해서, 암세포만 골라 죽이는 자객인 셈이다. 이 정도가 되면 요즘 사용하는 화학요법은 20세기에 성행했던 거머리 치료법처럼 원시적으로 보일 것이다.
  2. 대체 장기가 필요한 경우: 벽지 스크린에 나타난 의사가 당신의 장기에 난 병이나 상처를 치료할 수 없는 경우에는, 대체 장기를 주문할 것이다. 물론 이 장기는 당신의 세포를 키워서 만든 것이므로 부작용이 전혀 없다. 요즘 의학계에서는 신체의 여러 장기를 만들어내는 '조직공학(Tissue engineering)'이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는데, 이미 피부, 피, 혈관, 심장판막, 연골, 코, 귀, 기도, 방광, 간, 폐 등을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간단한 장기를 키워내는 데 그쳤지만, 나중에는 더 복잡한 장기까지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수십 년 후면 자신의 세포를 배양하여 몸 안의 모든 장기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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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줄기세포로 만드는 장기

3-1. '줄기세포'는 모든 세포의 어머니

 여기서 한 단계 더 나아간 것이 '줄기세포(Stem Cell)' 기술이다. 위에서 설명한 장기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일반세포를 '형틀(forms)'에 넣고 특수한 환경에서 배양한 것이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에는 줄기세포를 배양하여 다양한 장기를 만들게 될 것이다. '줄기세포'는 모든 세포의 어머니로서, 몸에 있는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다. 우리의 몸을 이루는 개개의 세포들은 몸 전체를 재생할 수 있는 모든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세포의 발육이 끝나면 대부분의 유전자가 기능을 멈추면서 특정 임무에 집중하게 된다. 예컨대 피부세포는 혈액으로 변할 수 있는 유전자를 가지고 있지만, 이 유전자는 배아세포가 성인의 피부세포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기능을 상실한다.

 그러나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다른 세포로 변할 수 있는 능력을 끝까지 잃지 않는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과학자들은 '배아줄기세포'의 기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데, 사실 여기에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이로부터 장기를 추출하여 환자에게 이식하려면 배아가 희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인의 줄기세포를 다시 배아줄기세포로 바꾸면 윤리적 문제를 피해갈 수 있다.

3-2.줄기세포로 다양한 병을 치료할 수 있을 것이다.

 줄기세포를 이용하면 '당뇨병', '심장병',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암' 등 다양한 병을 치료할 수 있다. 사실 줄기세포로 치료되지 않는 병이 거의 없을 정도이다. 한때 과학자들은 척수손상을 회복 불가능으로 여겼지만, 지금은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다. 1995년에 유명 영화배우 '크리스토퍼 리브(Christopher Reeve, 1952~2004)'가 척수에 부상을 입고 사지가 마비되었는데, 불행히도 그는 치료를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하지만 지금은 줄기세포로 척수를 치료하는 방법이 동물을 대상으로 연구되고 있다.

 '콜로라도 대학(University of Colorado)'의 '스티븐 데이비스(Stephen Davies)' 연구팀은 쥐의 척수를 치료하는 데 커다란 진전을 이뤄냈다. 그들은 성인의 뉴런을 성인의 중추신경계에 직접 이식했다. 말 그대로 프랑켄슈타인식 실험을 실행한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뉴런은 일주일 만에 두뇌의 한쪽 부분에서 다른 쪽으로 신경섬유를 내보냈다. 척수부상을 치료할 때 신경을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엄청난 고통을 야기한다는 것이 기존의 통념이었다.

 '스티븐 데이비스'는 신경세포의 한 형태인 '성상세포(Astrocyte)'에는 두 종류가 있으며, 이들이 각기 다른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스티븐 데이비스'에 의하면, 척수가 손상되었을 때 적절한 성상세포를 사용하면 아무런 고통 없이 복구될 수 있지만, 다른 성상세포를 사용하면 치료 효과는 전혀 없고 고통스럽기만 하다고 한다. 그는 자신이 개발 중인 줄기세포 치료법이 뇌졸중이나 알츠하이머, 또 파킨슨병까지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3-3. 줄기세포가 직면한 문제

 '배아줄기세포(Embryonic Stem Cell)'는 우리 몸에 있는 어떤 세포로도 변할 수 있으므로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런데 각각의 역할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예측할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줄기세포가 직면한 문제이다. 예컨대 주변과의 적절한 화학적 상호작용이 없으면, 줄기세포는 암 덩어리 같은 악성 세포로 자라날 수도 있다. 세포들에게 언제, 어느 부위가 자랄 것인지를 지시해 주는 화학적 메시지는 줄기세포만큼 중요하다. 그래서 줄기세포를 치료에 적용하려면,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한다.

3-4. 실제로 뛰는 심장을 만들었다.

 지금은 주로 동물을 대상으로 실햄이 진행되고 있다. 재생 의학 및 조직 공학 분야의 미국 과학자 '도리스 테일러(Doris Taylor)'는 2008년에 역사상 처음으로 쥐의 심장을 배양하여 각종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그녀의 연구팀은 세포를 쥐의 심장 안에서 용해시켜 심장 모양을 본뜬 단백질 틀을 만들었다. 그리고 여기에 심장 줄기세포를 이식하여, 틀 안에서 배양되도록 유도했다. 그전에도 다른 과학자들이 일부 심장세포를 '페트리접시(세포배양용 용기)'에서 배양한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뛰는 심장을 실험실에서 만든 사례는 '도리스 테일러' 연구팀이 처음이었다. 또한 '도리스 테일러' 연구팀이 만든 심장은 동맥에서 정맥까지 모든 혈관이 완벽하게 재현되어 있었다.

3-5. 팔과 다리 재생하기

 미국정부에도 조직공학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는 단체가 있다. 바로 미군이다. 과거의 전쟁에서는 군인의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그래서 한 연대나 대대 전체가 전선에서 몰살하는 경우도 많았고, 부상을 입은 후 며칠 뒤에 사망하는 군인도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지금은 군사 의료체계가 크게 발달하여, 부상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유럽이나 미국으로 이송되어 최고 의료진의 치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부상자의 생존율이 크게 높아지면서 팔이나 다리를 절단한 환자도 날이 갈수록 많아지는 추세이다. 그래서 미군에서는 절단 환자의 팔과 다리를 재생하는 기술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군 재생의학 연구소(AFIRM: Armed Forces Institute of Regenerative Medicine)'의 연구원들은 장기를 생성하는 혁신적인 방법을 개발했는데, 일등공신은 바로 '도롱뇽(Korean salamander)'이었다. '도롱뇽의 줄기세포'는 다른 장기나 기관으로 쉽게 전환되기 때문에, 팔이나 다리가 절단되어도 다시 자라난다.

 '피츠버그 대학교(University of Pittsburgh)'의 '스티븐 바딜락(Stephen Badylark)' 연구팀은 이 원리를 이용하여 손가락 끝부분을 재생하는 데 성공했다. '스티븐 바딜락'의 연구팀은 세포 사이에 존재하는 '간질(extracellular matrix)'을 이용하여 재생능력이 탁월한 '픽시 더스트(Pixie Dust)'를 만들었다. 이 물질은 줄기세포가 특정 형태로 자라는 데 필요한 정보를 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재생의학에서 매우 중요하게 취급된다. 절단된 손가락 끝 부위에 '픽시 더스트 를 손가락 끝뿐만 아니라 손톱까지 자극하여 원래 손가락과 거의 똑같은 복사본을 만들어낸다. '스티븐 바딜락'은 이 방법을 적용하여 손가락 조직과 손톱을 약 0.8cm까지 재생할 수 있었다. 이 방법을 확장하면 도롱뇽처럼 팔과 다리 전체를 재생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4. 복제(Cloning)

 사람의 다양한 장기를 배양할 수 있다면, 사람 전체를 똑같이 '복제(Cloning)'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실제로 유전자 정보가 완전히 일치하는 복제 인간을 만드는 것이 적어도 원리적으로는 가능하다.

4-1. 동물 복제

 1997년, '에딘버러 대학교(The University of Edinburgh)'의 '로슬린 연구소(Roslin Institute)"의 '이언 월머트(Ian Wilmut, 1944~)' 박사는 복제 양 '돌리(Dolly)'를 세상에 공개했다. 우선 복제하고자 하는 양 A의 몸에서 세포를 얻어 배양하고, 다른 암컷 양 B의 난자에서 핵을 제거한 후, 배양된 A의 세포를 B의 난자에 주입하여 제3의 대리모 양 C의 자궁에 착상시켜서, 유전적으로 A와 똑같은 새끼 양을 탄생시킨 것이다. 그 후 전 세계의 여러 연구팀들이 복제 연구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어 쥐, 염소, 고양이, 소, 돼지, 말 등 다양한 포유류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텍사스주 북부에 있는 '댈러스(Dallas)' 외곽에는 엄청나게 규모가 큰 '복제 소 농장'이 있다. 이 농장을 경영하는 '론 마키스(Ron Marquess)'는 복제를 거쳐 탄생한 소들을 전문적으로 사육하고 있는데, 개중에는 3대에 걸쳐 복제된 소도 있다. '론 마키스'는 복제 소 사육이 유망한 사업이라고 했다. 예컨대 신체 조건이 탁월한 황소를 번식용으로 사용하면 많은 벌 수 있는데, 만약 이 소가 죽으면 사전에 정자를 받아 냉동시켜놓지 않는 한 대가 끊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복제 기술을 사용하면, 비싼 품종을 영원히 보유할 수 있다.

'이언 월머트(Ian Wilmut)' 박사는 복제 양 '돌리(Dolly)'

4-2. 인간 복제

 복제 기술은 가축사육 분야에서 부를 창출할 수도 있지만, 인간에 대해서는 그 용도가 불분명하다. 그동안 인간복제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몇몇 있었지만, 앞뒤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관심을 끌기 위한 거짓말일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영장류 복제에 성공한 사례는 한 건도 없었고, 특히나 사람은 말할 것도 없다. 다른 동물을 복제할 때에도 수백 마리의 태아들 중 하나가 살아남을 정도로 확률이 낮다. 다른 동물을 복제할 때도 수백 마리의 태아들 중 하나가 살아남을 정도로 확률이 낮다. '이언 월머트(Ian Wilmut)' 박사도 276번이나 실패한 끝에 간신히 돌리를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인간복제의 기술적인 문제가 모두 해결된다고 해도 사회적인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 무엇보다 종교계가 복제를 반대하고 나설 것이다. 지난 1978년에 태어난 세계 최초의 시험관 아기 '루이스 브라운(Luise Brown)'이 탄생했을 때에도, 카톨릭교회는 인위적인 생명의 탄생을 반대했었다. 이런 인식은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인간 복제를 급지하거나 용도를 제한하는 법 등이 제정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한 가지 문제는 복제인간의 수요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다. 인간복제가 합법화된다고 해도 실제로 복제되는 사람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보인다. 따지고 보면 인류는 옛날부터 복제 인간을 수도 없이 봤다. 바로 '일란성 쌍둥이'다. 따라서 복제인간은 처음에만 이목을 끌 뿐,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극히 일부만 복제될 것이므로, 사회적 파장은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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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암(Cancer)

5-1.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다.

 1971년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리처드 닉슨(Richard Nixon, 1913~1994)'은 수많은 군중들 앞에서 '암과의 전쟁'을 진지하게 선포했다. 그는 '제 아무리 암이라 해도 돈을 들이면 치료법이 곧 개발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하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 암 치료법 개발에 2000억 달러를 쏟아부었음에도 불구하고 암으로 죽는 사람은 여전히 많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암은 미국인 사망원인 2위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다. (미국인 사망원인 1위는 심장병이다.) 1950년~2005년 사이에 '암 환자의 사망률'은 조금 밖에 줄지 않았으며, '암 발생률' 또한 몇 가지 형태의 질병에서만 떨어졌을 뿐 대부분 거의 변하지 않았다. 게다가 암의 치료 과정에는 독극물, 절단, 레이저 주사 등 극단적인 방법이 동원되어 환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겨준다. 일각에서는 '암'과 '치료' 둘 중에 어느 쪽이 더 해로운지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미국인의 사망원인 (2021년 기준)

5-2. 4개 이상의 유전자에 변형이 생겨야 암에 걸린다.

 지금 우리는 암이 유전자 때문에 나타나는 질병임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1971년에는 '유전공학 혁명'이 일어나기 전이라, 암의 원인이 전혀 알려지지 않았었다. '암'은 겉으로 드러난 원인이 바이러스건, 화학물질이나 방사능이건, 또는 우연이건 간에, 암은 적어도 4개 이상의 유전자에 변이가 생겨서 '정상적인 세포가 죽는 방법을 잊었기 때문에' 생기는 병이다. 통제 능력을 잃은 세포는 자기복제를 무한정 반복하고 결국 환자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그런데 4개 이상의 유전자에 변형이 생길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암 환자들은 암의 징후가 최초로 발생한 후 수십 년이 지나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강한 햇빛에 피부를 자주 노출시킨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수십 년 후에 피부암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유전자들이 변형되어 세포가 '암 진행 모드'로 접어들 때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암 유전자'는 최소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자동차의 가속페달 역할을 하는 '발암유전자(Oncogene)'와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암 억제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이다. '발암유전자'는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전자로, 가속 페달을 밟아 통제를 잃은 자동차처럼 세포를 무한정 만들어낸다. 반면에 '암 억제유전자'는 세포의 분열 및 증식을 막는 유전자로, 세포의 생성을 억제하기 때문에 여기에 손상이 생기면 세포의 무한 생성을 막을 수 없게 된다.

5-3. 암 게놈 프로젝트

 다양한 암을 유발하는 일련의 유전자를 규명하기 위해 시작된 '암 게놈 프로젝트(Cancer Genome Project)'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보다 100배 이상 야심차고 대담한 프로젝트이다. '암 게놈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과학자들은 오랜 연구 끝에 2009년에 피부암 및 폐암과 관련된 첫 번째 결과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이 매우 충격적이었다. '웰컴 트러스트 생어 연구소(Wellcome Trust Sanger Institute)'의 '마이크 스트래튼(Mike Stratton)'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것은 암을 바라보는 관점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그런 형태의 암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폐암 세포에서는 무려 2만 3000가지의 변이가 발견되었으며, 피부암의 일종인 '흑색종(Melanoma)' 세포의 변이는 3만 3000가지였다. 이는 곧 담배 15개를 피울 때마다 하나의 변이가 유발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 세계에서 매해 100만 명 정도가 폐암으로 사망하고 있는데, 주원인은 흡연으로 파악된다.)

 '암 게놈 프로젝트(Cancer Genome Project)'의 목적은 100종류가 넘는 암을 유전학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우리 몸을 이루는 다양한 조직들은 언제나 암으로 변형될 수 있으며, 개개의 암세포에는 수만 가지의 변이가 존재한다. 암을 규명하려면 수만 개의 변이 중에서 어떤 것이 세포의 기능을 마비시켰는지 알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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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전자 의학

 의학의 급속한 발전의 견인의 일등공신은 '양자론(Quantum Theory)'과 '컴퓨터 공학(Computer Engineering)'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자론'은 단백질과 DNA 부자에 원자들이 어떻게 분포되어 있는지를 놀랍도록 자세히 알려준다. 그 덕분에 과학자들은 생명의 분자들이 형성된 과정을 원자 단위로 알 수 있게 되었다.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 당시에는 염색체에 담긴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데 30억 달러가 투입되었지만, 현재는 비용이 크게 떨어져 1000달러 이하에 한 사람의 유전자를 모두 해독할 수 있게 되었다. 미래에는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유전자 정보를 받고 이상한 느낌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 안에는 언제 걸릴지 모르는 위험한 질병과 조상 등의 이주 경로 등 본인도 모르는 비밀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6-1.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

 하지만 과학자들은 감상에 빠질 시간이 없다. 그들은 이로부터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였다. 수천 가지 생명체의 게놈을 컴퓨터로 빠르게 스캔하고 분석하여, 그들의 유전자에 들어 있는 모든 정보를 알아내겠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특정 질병을 앓고 있는 수백 명의 게놈정보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손상된 DNA를 정확하게 알아낼 수 있다. 지금 이 시간에도 과학자들은 동물과 식물에서 추출한 수백만 개의 유전자를 분석하고 있다.

 '생물정보학(Bioinformatics)'이 궤도에 오르면 'CSI'같은 TV 수사 드라마도 크게 달라질 것이다. 머리카락이나 침, 혈흔 등에서 작은 DNA를 채취하면, 그로부터 머리카락의 색상, 눈의 색상, 인종, 키, 과거의 병력, 심지어는 얼굴 생김새까지 알 수 있다. 현재는 얼굴을 거의 비슷하게 복원할 수 있다. 그러나 미래에는 더 정확해져서 얼굴을 정확하게 복원할 수 있을 것이다.

6-2. 21세기 중반이 되면 유전자치료법은 유전병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유전자 치료(Gene Therapy)'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몇 번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향후 수십 년 동안 꾸준한 진전이 이루어질 것으로 굳게 믿고 있다. 그동안 동물을 대상으로 해왔던 실험들은 점차 사람에게 적용될 것이고, 21세기 중반이 되면 유전자치료법이 유전병 치료의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지금까지의 유전자 치료법은 유전자 하나가 변이를 일으켰을 때 나타나는 질병을 주로 다루었다. 그러나 당뇨병, 정신분열, 알츠하이머, 파킨슨병, 심장병 등 대부분의 질병은 여러 개의 유전자 변이와 환경적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이기 때문에 다루기가 훨씬 어렵다. 이런 병들도 유전자의 명확한 패턴이 존재하지만, 유전자 하나 때문에 발생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일란성 쌍둥이 중 한 사람만 정신분열을 앓고 다른 쪽은 정상인 경우도 있다.

 과학자들은 한동안 가족의 유전자를 추적하면 정신분열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사례를 보면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이 발견되었다. 따라서 기존의 생각이 틀렸거나 정신분열을 유전하는 유전자가 생각보다 많을 수도 있다. 물론, 환경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21세기 중반이 되면, 적어도 하나의 유전자 때문에 생기는 질병들은 유전자치료법으로 완치될 가능성이 크다

6-3. 유전자의 치료를 넘어 개선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환자들은 유전자를 수리하는 데 만족하지 않고 기능까지 개선되기를 바랄 것이다. 결국 21세기 중반이 되면 손상된 유전자를 고치는 단계를 넘어 유전자를 개선하는 수준에 이를 것이다. 미래에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신이 될 수는 없겠지만,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유전자를 만들어낼 수는 있다. 21기 중반이 되면 '맞춤 아기(Designer Baby)'도 실현될 것이다. 하버드대학의 생물학자 '에드워드 월슨(Edward Wilson, 1929~2021)'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그들을 이 땅에 생존케 했던 자연선택에 의해 사라질 때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자신의 속을 깊이 들여다보고 무엇이 되고 싶은지 결정해야 한다."

 이미 과학자들은 기본적 기능을 하는 유전자들을 골라내고 있다. 예컨대 쥐의 기억력과 성취동기를 높이는 '똑똑한 쥐 유전자'는 1999년에 규명되었다. 이 유전자를 가진 쥐는 다른 쥐보다 기억력이 좋고 미로를 빠져나오는 능력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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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전자 개선

7-1. 두기 마우스(Doogie mouse)

 프린스턴 대학의 '조셉 치엔(Joseph Tsien)'과 그의 동료들은 유전자 변형 쥐를 만들어 학계의 이목을 끌었다. 그는 쥐의 '전뇌(두뇌의 제일 앞쪽 부분)'에서 신경전달 물질 'N-메틸-D-아스파르트(N-methyl-D-aspartate, NMDA)'를 생성하는 유전자 NR2B에 변형을 가하여 똑똑한 쥐 '두기마우스(Doogie mouse)'를 탄생시켰다. '두기 마우스'라는 이름은 TV 드라마 '천재소년 두기(Doogie Howser, MD)'에서 따온 이름이다.

 두기 마우스는 여러 가지 테스트에서 일반 쥐들보다 월등한 성적을 올렸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식이다. 커다란 용기에 불투명한 액체를 가득 담고, 수면 바로 아래에 조그만 받침대를 설치해놓는다. 여기에 보통 쥐를 담그면 받침대에 잠시 올라서긴 하지만, 곧 그 존재를 잊어버리고 용기 속을 이리저리 허우적대며 돌아다니다. 하지만 두기 마우스는 처음부터 받침대가 있는 곳을 향해 직선거리로 헤엄쳐서 그 위에 가뿐하게 올라선다. 그리고 보통 쥐에게 낡은 물건을 보여준 후 같은 종류의 새 물건을 보여주면 별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두기 마우스는 그 차이를 인식하고 즉각적으로 반응을 보인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과학자들이 똑똑한 쥐 유전자의 작동원리를 이해했다는 점이다. 즉 이들은 신경세포의 연접 부위인 '시냅스(Synapse)'를 통제하는 데 성공했다. 두뇌를 복잡하게 나 있는 고속도로에 비유했을 때, 이 시냅스는 '톨게이트(Tallgate)'에 해당한다. 통과료가 너무 비싸면 차들이 지나갈 수 없어서 신호전달이 중단되고, 통과료가 싸면 소통이 원활하여 두뇌 신호가 잘 전달된다. NMDA 같은 신경전달물질은 시냅스의 통과료를 낮춰서 신호전달을 원활하게 만들어준다. 두기 마우스는 두 개의 NR2B 유전자 복사본을 갖고 있는데, 이들이 NMDA의 생성을 촉진하여 두뇌의 기능이 향상되는 것이다.

 이 똑똑한 쥐들은 신경 경로가 강화될수록 학습효과가 뚜렷하게 나타난다는 '헤브의 법칙(Hebb's law)'의 타당성을 입증하고 있다. 특히 이 경로들은 두 신경섬유 사이의 신호전달을 원활하게 만들어주는 시냅스를 통제함으로써 강화될 수 있다. 이 결과는 '학습'의 특별한 성질을 설명해 준다. 모든 동물의 학습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떨어지는 이유는 노화와 함께 NR2B 유전자의 활동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조셉 치엔(Joseph Tsien)

7-2. 마이티마우스 유전자

 쥐의 근육량을 늘려주는 '마이티마우스 유전자(Mighty Mouse Gene)'도 발견되었다. 이 유전자는 근육이 큰 쥐에서 최초로 발견되었으나, 지금은 '마이오스타틴 유전자(Myostain Gene)'가 균형적인 근육 성장을 제어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1997년에 과학자들은 마이오스타틴 유전자가 없으면, 근육이 대책 없이 자라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무렵에 독일의 과학자들은 다리 위쪽과 부분과 팔 부위에 비정상적인 근육을 가진 한 소년에게 관심을 돌렸다. 소년의 몸을 초음파로 분석해 보니 팔과 다리의 근육이 정상인의 두 배로 나타났다. 이들은 프로 육상 선수였던 어머니의 유전자를 추적하다가, 두 모자 사이에 비슷한 유전자 패턴을 찾아냈다.

 '존스홉킨스 의과대학(Jones Hopkins Medical School)'의 과학자들은 이 사실에 근거하여 퇴행성 근육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임상실험 희망자를 모집했는데, 연구실에 걸려온 전화의 절반은 무조건 근육을 키우고 싶어 하는 보디빌더들이었다. 아마도 이들은 스테로이드를 복용하여 빠르게 성공을 거둔 '아놀드 슈왈츠제네거'에게 영향을 받았을 것이다. 그 후로 마이오스타틴 유전자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올림픽위원회도 과학자들에게 특별검사를 의뢰해왔다. 선수들이 상습적으로 복용하는 스테로이드는 약물검사를 통해 쉽게 검출되지만, 위에 언급한 새로운 방법은 유전자와 단백질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검출하기가 쉽지 않다.

7-3. 복잡한 사회적 습성

 출생 후 다른 환경에서 자란 일란성 쌍둥이들은 유전자에 기인한 공통적 특성을 여러 개 갖고 있다. 과학자들은 여러 쌍둥이를 분석한 결과, 행동거지의 50%는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고 나머지 50%가 환경에 의해 결정된다고 결론지었다. 특히 기억력과 언어추리력, 사고의 속도, 외향성 등은 대부분 유전자에 의해 결정된다.

 복잡한 원인에 기인한다고 생각했던 행동들 중 상당수도 유전자 때문인 것으로 밝혀졌다. 예컨대 '초원들쥐(prairie vole)'는 평생을 일부일처로 살아가는 반면, 실험용 생쥐는 짝짓기를 할 때 상대를 가리지 않는다. 에모리대학의 '래리 영(Larry Young)'은 초원들쥐의 특정 유전자를 생쥐에게 주입하면 생쥐도 평생 일부일처로 살아간다는 사실을 실험으로 확인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개개의 동물들은 '뇌 펩티드(Brain Peptide)'에 각기 다른 버전의 수용체를 갖고 있어서, 사회적 행동거지와 짝짓기 습관이 다르게 나타난다. '래리 영'은 초원들쥐의 이 수용체에서 유전자를 채취하여 생쥐에게 주입했고, 유전자에 변형이 생긴 쥐는 원래의 본능과 달리 평생 동안 일부 일처제를 고집했다.

 일부일처와 같이 '복잡한 사회적 습성'은 오랜 진화를 통해 하나가 아닌 여러 개의 유전자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유전자 하나를 바꾸면 어떤 식으로든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것도 사실이다.

7-4. 행복과 우울함도 유전자에 기인한다.

 행복함과 우울함도 유전자에 기인한 감정이다. 비극적인 사고를 당해도 여전히 행복한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은 오래전부터 알려져 있다. 이들은 자신 때문에 다른 사람이 피해를 보는 경우에도 항상 밝은 면만 바라본다. 또한 이들의 몸은 보통 사람보다 대체로 건강하다. 하버드대학의 심리학자인 '대니얼 길버트(Daniel Gilbert, 1957~)'는 이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이 있다고 한다. 그 이론에 의하면 모든 사람은 각기 다른 '행복 기준점' 에서 태어난다고 한다. 그 후 이 기준점은 일상생활을 겪으면서 오락가락하지만, 전체적인 평균치는 출생 시의 기준점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이론이 맞다면 만성적인 우울증을 앓고 있는 환자에게 약물이나 유전자치료를 적용하면, 타고난 기준점을 이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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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생명공학의 부작용

 21세기 중반이 되면 과학자들은 인간의 성격을 좌우하는 여러 유전자들을 골라내서 변형을 가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로부터 인간이 즉각적인 혜택을 누릴 수 있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예상치 못한 결과와 다양한 부작용을 없애려면 수십 년의 세월이 추가로 소요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8-1. '유전자 개선 요법'의 부작용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전쟁인 '트로이전쟁'의 영웅 '아킬레스(Achilleus)'는 불사신이었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어린 적에 그의 어머니가 '스틱스(Styx)' 강에 그의 몸을 담아 불사신으로 만들었는데, 그때 아킬레스의 발목을 잡은 채로 담그는 바람에 뒤꿈치가 강물에 닿지 않았던 것이다. 나중에 그는 트로이 전쟁에서 바로 그 부위에 화살을 맞고 전사한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실험실에서 만든 창조물도 아킬레스건처럼 숨겨진 약점이 있을지도 모른다. 예컨대, 기억력이 수행능력이 향상된 '똑똑한 쥐'는 지금까지 33종이 만들어졌는데, 가끔 몸이 마비되는 부작용을 보인다. 또는 이들의 몸에 약간의 전기 충격을 가하면 극심한 공포에 떨기도 한다. 똑똑한 쥐를 만든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UCLA: University of California, Los Angeles)'의 '알치노 실바(Alcino Silva)'는 그 원인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의하면, 인간이 세상에 적응하고 지식을 체계화하는 데에는 기억력 못지않게 '망각' 능력 능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지식을 체계화하려면 머릿속에 저장되어 있는 상당량의 정보를 지워야 한다는 것이다.

 1920년대에 러시아의 신경과 의사 '알렉산더 루리아(Alexander Luria, 1902~1977)'가 집중적으로 연구했던 '기억력의 달인'도 이와 비슷한 경우였다. 그 사람은 '단테 알리기에리(Dante Alighieri)'의 '신곡'을 단 한 번 읽고 책에 적혀 이는 모든 단어를 외울 수 있었다. 그러나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그다지 감탄할 일이 아니다. 신문기자라면 이런 능력이 도움이 되겠지만, 정작 본인은 비유적인 표현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알렉산더 루리아(Alexander Luria)'는 연구 보고서에 다음과 같이 적어 놓았다. '그는 한 문장을 읽고 어떤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것이 비유적 표현에서 연상되는 또 다른 이미지와 충돌을 일으켜 문장의 숨은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 이점은 아무리 훈련을 해도 개선되지 않았다.'

 과학자들은 '기억력과 망각 사이의 균형'이 중요하다고 믿고 있다. 너무 많이 잊으면 과거의 실패나 좌절감과 함께 애써 습득한 기술까지 잊게 된다. 반대로 너무 많이 기억하면 중요한 정보와 함께 과거에 겪었던 모든 좌절과 슬픔이 수시로 떠올라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기억(Memory)'과 '망각(Oblivion)'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야 최상의 이해력이 발휘된다.

 보디빌더와 운동선수들은 오래전부터 자신에게 명성을 안겨줄 약물과 치료법에 관심을 가졌다. 예컨대 근육지구력 강화 약물인 '에리스포에틴(EPO: Erythropoietin)'은 산소를 함유한 적혈구를 다량으로 생성하여 근육의 지구력을 향상시켜준다. 하지만 '에리스포에틴(EPO)'을 투여하면 피의 농도가 진해지기 때문에 뇌졸중이나 심장마비에 걸릴 수도 있다. 또 '인슐린 유사 성장인자(IGF: Insulin-like Growth Factors)'는 단백질을 자극하여 근육을 키워주지만 종양이 자라나는 부작용이 있다.

8-2. 21세기 중반이 되면 유전자 개선 치료법이 성행할 것

 21세기 중반이 되면 유전자 개선 치료법이 성행할 것이다. 부모가 자식에게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것은 오랜 진화를 거치면서 유전자에 각인된 제1의 행동 강령이다. 그래서 많은 부모들은 자신의 아이에게 '피아노', '바이올린', '발레', '운동' 등 많은 것을 가르치려고 애쓴다. 그러나 생명공학이 발달하면 부모들은 아이들의 기억력, 집중력, 운동신경, 외모까지 개선하려 할 것이다. 아무리 제재를 가해도 유전자 개선으로 외모와 능력을 향상시키려는 사람들의 욕심을 진정시킬 수는 없다. 법으로 유전자 개선을 금지시킨다고 해도 법망을 피해 암거래될 가능성이 크다.

 어쨌거나 유전자 개선 때문에 큰 재앙이 닥치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외모개선을 위한 성형 수술은 지금도 누구나 할 수 있으므로 굳이 유전자 시술까지 받을 필요는 없다. 그러나 유전자 개선으로 개인의 성격까지 바꾼다는 것은 위험할지도 모르겠다. 성격이란 수많은 유전자들이 복잡한 상호작용을 주고받으면서 발현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들 중 몇 개를 건드리면 예상치 못한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런 부작용을 모두 제거하려면 수십 년은 족히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