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컴퓨터 (Computer)

결국엔 모든 사물이 '컴퓨터'가 될 것이다.

SURPRISER - Tistory 2022. 6. 15. 21:24

0. 목차

  1. '마크 와이저'의 예견
  2. 무어의 법칙(Moore's law)
  3. 너무 익숙해져, 컴퓨터인지도 잘 모를 정도가 될 것이다.

마크 와이저(Mark Weiser)

1. '마크 와이저'의 예견

 '마크 와이저(Mark Weiser, 1952~1999)'는 '제로스 팍(Xerox PARC)'의 '팔로 알토 연구소(Palo Alto Research Center)'에서 일하는 컴퓨터 전문가였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락 밴드의 멤버이자 기존의 인습을 철저하게 배척하는 이단적 성격의 소유자이기도 했다.

 1980년대만 해도 컴퓨터는 일반인들에게 매우 낯선 물건이었다. 무엇보다도 책상 하나를 다 차지할 정도로 덩치가 컸으며, 기능도 극히 제한적이어서 회계 처리나 간단한 문서 제작에 사용되는 정도였다. 인터넷은 과학자들이 방정식을 풀 때, 동료들과 암호 같은 문자를 주고받는 수단에 불과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책상 위를 온통 차지하고 있는 그 차갑고 딱딱한 물건이 인간성을 말살한다는 논쟁까지 벌어지고 있었다. 정치평론가인 '윌리엄 프랭크 버클리(William Frank Buckley)'는 컴퓨터를 '비천한 속물(Philistine)'이라고 부르면서 손으로 만지는 것조차 꺼려했다.

 이런 시기에 '마크 와이저'는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그가 예견했던 컴퓨터의 미래는 대충 다음과 같았다. 앞으로 컴퓨터의 칩은 싼 가격에 대량생산되어, 옷, 가구, 벽, 심지어는 사람의 몸에도 이식될 것이다. 그리고 모든 컴퓨터들은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데이터를 공유하고 그로 인해 우리의 삶이 훨씬 풍요로워질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마크 와이저'의 주장을 완전 헛소리로 치부했다. 당시 개인용 컴퓨터는 너무 비쌌고 인터넷은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초소형칩이 물처럼 싼값이 공급된다는 상상을 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러면 '마크 와이저'가 이런 주장을 한 근거는 무엇일까? 바로 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그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급속하게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직접 계산을 해보면, 이 모든 것이 시간문제라는 사실을 곧 알게 될 것'이라 하였다. 하지만 와이저는 자신이 예견했던 '컴퓨터 혁명'이 실현되는 광경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1999년에 세상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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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어의 법칙(Moore's law)

 '마크 와이저'가 말했던 컴퓨터의 발전 속도는 현재 '무어의 법칙(Moore's Law)'로 알려져 있다. 이것은 지난 반세기 동안 컴퓨터 산업뿐만 아니라, 현대 문명의 발전 속도를 가늠케 하는 제1지침이었다. '무어의 법칙'에 의하면 컴퓨터의 계산능력은 18개월마다 이전의 두 배로 향상된다. '인텔(Intel)'사의 공동창업주였던 '고든 무어(Gordon Moore)'가 1965년에 제창했던 이 법칙은 세계경제에 지각변동을 일으켜 수많은 재벌을 양산했고, 삶의 방식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지난 50년 동안 컴퓨터칩의 가격과 연산속도 및 메모리의 변화를 그리면 '로그 스케일(Log Scale)'의 그래프로 그렸을 때 뚜렷한 직선이 얻어진다. 로그 스케일에서 직선이면, 사실은 지수함수로 증가한다는 뜻이다. 또 시간대를 100년 전으로 확장하여, '진공관 시대'와 '수동 기계 시대'까지 포함시켜도 이 양상은 크게 변하지 않는다.

 우리의 직관은 선형적 사고에 익숙하기 때문에 지수함수적인 변화를 머릿속에 그리기란 결코 쉽지 않다. 따라서 무언가가 지수함수적으로 변하고 있다고 하면, 초기의 변화가 너무 미미하여 변하고 있다는 것을 아예 감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래서 처음에는 변화가 크게 느껴지지 않겠지만, 해가 거듭될수록 그 결과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게 된다. 이런 식으로 수십 년이 지나면, 어느새 주변 환경은 엄청나게 변해있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의 칩은 1969년에 NASA가 사람을 달에 보낼 때 사용하던 칩보다 훨씬 우수하다.

무어의 법칙(Moore's law)

3. 너무 익숙해져, 컴퓨터인지도 잘 모를 정도가 될 것이다.

 컴퓨터의 성능만 향상된 것이 아니라, 향상된 능력이 전파되는 방식도 크게 달라졌다. 또 컴퓨터의 성능 향상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막대하다. 이 변화를 10년 단위로 끊어보면, 다음과 같다.

  1. 1950년대: 진공관 컴퓨터는 연구실 하나를 가득 채울 정도로 덩치가 컸다. 그리고 여기에 온갖 '전선'과 '코일', '철제 부품'들이 주렁주렁 달려있어서, 연구실은 거의 정글을 방불케 했다. 이런 컴퓨터를 구입할 정도로 재정적 여유가 있는 조직은 군대뿐이었다.
  2. 1960년대: 진공관이 트랜지스터로 대치되면서 컴퓨터의 덩치가 다소 줄어들었고, 일반 대중을 위한 컴퓨터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3. 1970년대: 수백 개의 '트랜지스터(Transistor)'를 작은 기판에 설치한 '집적회로(IC: Integrated Circuit)'가 발명되면서 컴퓨터는 커다란 책상만큼 작아졌다.
  4. 1980년대: 수천만 개의 트랜지스터가 새겨진 칩이 개발되면서 개인용 컴퓨터가 서류 가방에 들어갈 정도로 작아졌다.
  5. 1990년대: 수천만 대의 컴퓨터가 인터넷을 통해 하나로 연결되면서,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6. 2000년대: '유비쿼터스 컴퓨팅(Ubiquitous Computing)'이 등장하면서 칩이 컴퓨터의 속박을 벗어나 주변의 모든 환경 속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7. 2010년대: 스마트폰·태블릿 등 휴대용 컴퓨터가 완전히 대중화되었고, '인공지능(AI)' 연구가 드디어 꽃을 피웠다.

 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오래된 '패러다임(Paradigm)'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탁상용 컴퓨터나 노트북 컴퓨터에 하나의 칩이 들어있는 형태에서, 수천 개의 칩들이 '가구', '가전제품', '그림', '벽', '자동차', '옷' 등 주변의 모든 사물에 장착된 형태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컴퓨터칩이 가전제품에 이식되기 시작하면, 기적 같은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타자기에 칩을 삽입하면 '워드 프로세서(Word Processor)'가 되고, 전화기에 장착하면 휴대폰이 되며, 카메라에 장착하면 디지털 카메라가 되고, 핀볼 게임기에 삽입하면 비디오 게임기가 되며, 축음기에 장착하면 '아이팟(iPod)'이 되고, 벽지나 그림 액자에 부착하면 새로운 모니터가 되며, 비행기에 장착하면 치명적인 무기로 변신한다. 심지어 '과자 포장지'에도 칩이 새겨질 것이다. 컴퓨터칩의 가격이 지금과 같은 추세로 내려가서 플라스틱 포장지보다 저렴해지면, 모든 상품의 바코드는 그 안에 부착된 칩에 새겨질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이미 일부 경험했다. 그리고 하나의 기적이 일어날 때마다 산업계는 지각변동을 겪었다. 머지 않아 주변의 모든 사물들이 '컴퓨터(Computer)'가 되고 '지능(Intelligence)'을 가지게 될 것이다.

 소설가 '막스 프리쉬(Max Frisch, 1911~1991)'는 '기술이란 인간이 의식하지 않아도 세상이 제대로 돌아가도록 만드는 것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주변의 모든 사물들에 스며든 컴퓨터들에 너무 익숙해져, 컴퓨터라는 의식도 못할 정도가 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컴퓨터(Computer)'라는 말도 잘 쓰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