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화학 (Chemistry)

최강의 금속

SURPRISER - Tistory 2022. 5. 10. 07:47

0. 목차

  1. '최강의 금속'은 무엇일까?
  2. 금속은 '단단함'과 '변형되기 쉬운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3. '자유 전자'가 '결합 상태'를 바꾼다.
  4. 같은 구리라도 '단단한 구리'와 '연한 구리'가 있다.
  5. 칼을 만들 때 가열하는 이유
  6. 다양한 성질의 합금

1. '최강의 금속'은 무엇일까?

 세상에서 가장 단단한 물질은 '다이아몬드(Diamond)'이다. 그러면 '다이아몬드'는 '최강의 물질'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다이아몬드는 가장 단단한 물질이지만, 어느 각도에서 충격을 가하면 순간적으로 깨진다. 방법에 따라서는 간단히 부서지는 물질이기도 한 것이다.

 그러면 다이아몬드를 사용한 드릴로도 여간해서는 구멍이 나지 않는 '텅스텐(W, 원자번호 74번)'을 사용한 '초경합금'은 어떨까? '초경합금(hard metal)'도 단단함이라는 점에서는 매우 우수하다. 초경합금의 '경도(단단한 정도)'는 다른 금속을 깎기 위해 사용될 정도이다. 하지만 다른 금속 재료에 비하면, 충격에 약하고 깨지기 쉽다는 성질이 있다. '초경합금'이 그 성능을 발휘하는 경우는, 마모나 변형이 적다는 점을 활용해 '금형(규격이 동일한 제품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 금속재료를 사용해 만든 틀)'으로 쓰이거나, 다른 금속을 가공하는 공구에 쓰이는' 등의 한정된 용도뿐이다. 이처럼 단단하다고 해서, 어떤 상황에서도 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면 '최강의 금속'이라고 부를 수 있는 물질은 존재하지 않을까? 그렇지는 않다. 오히려 '최강의 금속'은 금속을 필요로 하는 환경의 수만큼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최강의 금속'은 요구되는 다양한 조건마다 달라지므로, 각 환경에서의 '최적의 금속'을 '최강의 금속'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고온에 노출되는 제트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turbine blade)'에 쓰이는 금속은 우선 1000℃를 넘는 고온에 견디는 것이 '최강의 금속'의 조건이다. 그 밖에도 '화학 플랜트용의 부식에 강한 금속', '가볍고 강한 성질이 중요한 고속 열차의 차체 금속' 등 요구되는 다양한 조건마다 '최강의 금속'은 달라진다.

엔진의 '터빈 블레이드(turbine blade)'

2. 금속은 '단단함'과 '변형되기 쉬운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우리 주변의 고체는 '부드러운 것'과 '단단한 것'으로 나눠볼 수 있다. 예컨대 '부드러운 것'에 속하는 고무는 변형되기 쉽고 잘 늘어나기도 한다. 한편, '단단한 것'에 속하는 '유리'나 '도자기'는 매우 단단한 동시에 거의 변형되지 않는다. 그러면 자동차가 지나다니는 '다리(Bridge)'를 만들려면 어떤 소재가 적합할까? '부드러운 고무'와 '단단한 유리' 모두 쓸 수 없다는 사실을 곧 깨달을 것이다. 설령 다이아몬드로 다리를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어느 순간 무너질 가능성이 있는 다리를 건너는 것은 위험하다. 이처럼 일반적인 물질은 단단할수록, 일단 금이 가면 순간적으로 깨지는 성질이 있다.

 하지만 '금속(metal)'은 힘을 걸면 변형되어 견디는 성질이 있다. 그리고 고무처럼 지나치게 부드럽지도 않다. 만약 금이 가도 바로 깨지지는 않기 때문에, 검사를 하면 부서져 가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다. 즉, '금속(Metal)'은 고무의 '잘 늘어나는 성질'과, 유리의 '단단한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소재이다.

금(Gold)

3. '자유 전자'가 '결합 상태'를 바꾼다.

3-1. '금속'은 '자유 전자'로 '금속 결합'한다.

 '도자기'에 힘이 걸리면 바로 깨지지만, '금속'에 힘이 걸리면 변형되어 버틸 수 있다. 그러면 이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바로 원자끼리의 '결합 방식' 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Atom)'는 중심부에 양전기를 띤 '원자핵(Atomic Nucleus)'과, 그 주위를 도는 음전기를 띤 '전자(electron)'로 이루어져 있다. 원자는 바깥쪽의 전자를 이용해 주위의 원자와 결합함으로써, 모든 물질을 구성한다. 그 가운데 '금속 결합(metallic bond)'이라고 불리는 결합으로 된 물질을 '금속(Metal)'이라고 부른다. '금속 결합'에서는 원자끼리 연결하는 전자가 금속 전체에 퍼져 있다. 양전하의 이온 사이를 음전하의 전자가 채움으로써 전기적인 인력으로 결합하는 것이다. 즉, 금속 안의 일부 전자는 '전자의 바다'를 자유롭게 이동하고 있다. 그래서 금속 결합을 담당하는 전자를 '자유 전자(Free Electron)'라고 한다.

3-2. '금속 결합' 덕분에 금속은 '변형'될 수 있다.

 '금속 결합' 덕분에 금속은 변형될 수 있다. 만약 금속에 힘이 걸리면, 밀려난 일부의 금속 원자가 결합의 상대를 잃는다. 하지만 이 원자는 다른 원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결국 결합하게 된다. 이리하여, 원자가 차례차례 배치를 바꾸어 감으로써 변형이 일어난다. '전자의 바다'가 펼쳐져 있기 때문에 이 과정은 원활하게 진행된다.

 '금속의 변형'을 나타낸 아래 그림을 보자. 금속을 힘껏 쇠망치로 치면, 그 일부가 움푹 패는 등의 흔적이 남는다. 이처럼 금속은 일부가 변형됨으로써 가한 힘을 견뎌낼 수 있다. 원자 수준에서 보면, 금속은 결합을 담당하는 전자의 영향이 금속 전체에 미치고 있다. 이' 전자의 바다'를 매개로 해서 주위의 원자와 '금속 결합'을 하고 있는 것이다. 금속에 힘이 가해지면, 밀려난 일부의 금속 원자가 결합의 상대를 잃는다. 이렇게 해서 생긴 공백의 영역을 '전위(Dislocation)'라고 한다. 즉, '전위'는 '격자결함'의 하나로 '어긋나기'라고도 한다. '전위선'은 결정 속의 미끄러진 영역과 그렇지 않은 경계선이라 할 수 있다. 더욱 밀리면 이 원자는 다른 원자와의 거리가 가까워지고 결국 결합하게 된다. 그리고 이웃의 B로 '전위'가 옮겨진다. 예컨대 A-a, B-b로 이어져 있던 것이 A-b, B-c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리하여 전위의 이동에 따라, 원자가 차례차례 배치를 바꾸어 감으로써 변형이 일어난다. 이런 식으로 '전자의 바다'에서 차례차례 결합이 바뀌어 지어짐으로써 금속이 변형된다.

 한편 '도자기(Ceramic)'은 힘껏 쇠망치로 내려치면 순간적으로 부서진다. 도자기의 원자는 서로 '공유 결합'으로 연결되어 있다. '공유 결합'에서는 각 원자가 결합용 전자를 갖고, 서로 격자 모양으로 손을 연결한다. 이 결합은 '금속 결합'보다 강하므로, 힘이 걸려도 잘 움직이지 않는다. 이 때문에 도자기는 매우 단단하다. 단, 금속처럼 매개하는 연결의 바뀜 현상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큰 힘이 걸려서 일단 결합의 일부가 끊어지면 차례차례 이웃 결합도 끊어져 깨지고 만다.

금속의 변형

4. 같은 구리라도 '단단한 구리'와 '연한 구리'가 있다.

 고체를 원자 수준에서 보면, 대게는 원자나 분자 등이 방향성을 가진 규칙적인 배열 방식을 되풀이하고 있는데, 이것을 '결정(Crystal)'이라고 한다. '고체(Solid)'의 대부분은 '결정(Crystal)'이다. 지금까지는 모든 금속 원자가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는 '완전 결정(Perfect Crystal)'으로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의 금속에 '완전 결정(Perfect Crystal)'은 존재하지 않으며, 그 내부에 반드시 불순물이나 '공극(틈새)'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경우도 포함해, 금속 원자가 규칙적으로 늘어서 있는 하나의 결정을 '단결정'이라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금속은 작은 '단결정(Single Crystal)'이 모인 '다결정(Polycrystal)'으로 존재한다. 불규칙한 모양의 집합으로 되어 있는 결정 입자를 '결정립(Crystal grain)'이라고 하는데, 결정립과 결정립 사이에는 '입계(결정 입자의 경계)'로 되어 있다. 또 하나하나의 '결정립' 안에는 다른 원소 등의 이물질이 들어가 있다. 실은 연구자들은 이 결정립이나 이물질 등을 이용해, 금속의 성질을 자유롭게 다루고 다양한 물질을 만들어 낸다.

 예컨대 '구리(Cu)'는 전기를 잘 통하는 물질이므로, 구리선으로 전기 기기에 쓰인다. '전원 케이블'안에 있는 구리선은 연하고 변형되는 한편, '콘센트의 플러그 부분'에 있는 구리는 매우 단단하다. 그 이유는 콘센트의 플러그 부분'의 구리는 '입계(결정 입자의 경계)'나 '고용 원소(이물질의 원소)'가 변형을 저지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미 말했듯이 금속은 큰 힘이 걸렸을 때, '전위(Dislocation)'가 이동해 나감으로써 변형된다. 단, 전위가 진행하는 방향에 '고용 원소(이물질의 원소)'나 '입계(결정 입자의 경계)' 등의 장애물이 있으면, 전위가 진행되지 않으므로 변형이 중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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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칼을 만들 때 가열하는 이유

 금속의 이러한 성질이 원자 수준에서 밝혀진 것은 1950년대 이후의 일이다. 그러나 5000년 이상 전부터, 인류는 경험을 통해 금속 가공법을 연구하고 더 강한 금속을 찾아왔다. 예컨대 칼을 만들 때는 철 막대를 가열해 두들기고 다시 가열하기를 반복한다. 가열하지 않고 두들겨 변형을 계속하면 도중에 깨진다는 것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변형시킬 때마다 가열하면 왜 깨지지 않을까?

 예컨대 금속을 롤러로 펴서 얇은 금속판으로 만들면, 변형에 따라 대량의 전위가 내부에서 생기고, 하나하나의 결정립이 얇게 찌부러진다. 그러면 힘을 가했을 때 전위끼리 이동을 방해하기 때문에, 새로운 전위가 전진할 수 있는 거리가 짧아져 변형되기 어려워진다. 이 현상을 '가공 경화(work hardening)'라고 한다. 만약 그대로 더 가공하려고 하면 깨지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금속판을 가열하는 '풀림(Annealing)' 작업을 하면 전위를 거의 포함하지 않는 작은 결정 입자가 새로 나타나, 결정 입자의 조직이 섬세하게 균일해진다. 그리고 전위가 진행될 여지가 새로 생긴다. 이리하여 다시 변형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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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다양한 성질의 합금

 연구자들은 지금까지 설명한 금속의 특징을 활용해, '최강의 금속'을 만들고 있다. '최강의 금속'에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성질이 요구된다. 그렇다면 어떤 '합금(금속에 이것과 다른 원소를 한 가지 이상 첨가하여 얻은 것)'들이 만들어지고 있을까? 몇 가지 예를 살펴보자.

  1. 제트 엔진에 쓰이는 '터빈 블레이드(turbine blade)'에는 '강철(적은 양의 탄소를 함유한 철)'에 열에 강한 '크롬(Cr)'이나 '몰리브데넘(Mn)'을 가한 합금을 사용한다.
  2. '강철'은 강한 금속이지만 부식되기 쉬운 환경에서는 그 성질을 발휘하지 못한다. 그래서 잘 부식되지 않는 '크롬(Cr)'을 강철에 섞음으로써 물이나 바닷물, 약품에 강한 '스테인리스 합금'이 만들어지고 있다.
  3. 가볍고 강해야 할 항공기 기체에는 가벼운 '알루미늄(Al)', '구리(Cu)', '마그네슘(Mg)'으로 이루어진 '두랄루민(Duralumin)'이 쓰인다. 마찬가지로 가벼운 금속인 마그네슘 합금은 경량화가 이루어지는 노트북의 몸체로 쓰인다.
  4. '티타늄(Ti)'의 합금은 가볍고 강하며, 잘 부식되지 않고 지구에 많이 존재한다는 다양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 용도는 화학 플랜트에서 생체 재료까지 폭이 넓다.

 어느 원소를 어느 정도의 비율로 어떠한 환경에서 섞는가 등 조건을 바꿈으로써 무수한 합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 미지의 '합금'은 아직도 많다. 금속을 원자 수준에서 분석할 수 있게 된지는 아직 수십 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희소 금속'을 사용하지 않는 재료나, 친환경적인 재료 등도 만나게 될 것이다. 장래에는 철이나 알루미늄처럼 흔한 금속에서 놀라운 새로운 합금이 태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6-1. 초경합금(Hard Metal)

 그러면 위에서 소개한 '초경합금'이란 어떤 물질일까? '초경합금(Hard Metal)'은 사실 순수한 금속 재료는 아니고, '세라믹(Ceramic)'과 '금속 재료'를 조합해 만든 '복합 재료'이다. 즉, '초경합금(Hard Metal)'은 '금속'의 성질과 '세라믹'의 장점을 합한 소재이다. 그래서 '초경합금'은 '세라믹'처럼 움직이기도 하고, '금속'의 성질을 보이기도 한다. 예컨대, 어떤 초경합금 물질은 '텅스텐(W, 원자번호 74)'과 '탄소의 화합물(탄화텅스텐)'의 가루, '코발트(Co, 원자번호 27)' 가루를 섞어 구워서 굳혀 만든다.

 '초경합금'은 세라믹처럼 단단하고 거의 변형되지 않아, 일반적인 금속 재료처럼 롤러 등으로 가공할 수 없다. 그러나 힘을 가하면 금속의 성질이 나타난다. 금속인 '코발트(Co)'의 영역이 휘고 근소하게 변형되어 견디기 때문에, 세라믹이 견딜 수 있는 한계의 힘보다 훨씬 큰 힘까지 버틸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초경합금이 파괴될 때는 세라믹처럼 움직인다. 갑자기 금이 부서지는 것이다. 이처럼 초경합금은 세라믹처럼 단단하면서도, 세라믹처럼 쉽게 깨지지 않는다. 그래서 다른 금속을 자르는 도구나 잘 마모되지 않는 긴 수명의 '금형(금속형으로 만든 주형), 터널을 만드는 '실드 머신(Shield Machine)'의 선단 칼날 등에 쓰인다.

'실드 머신(Shield Mach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