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화학 (Chemistry)

물에 빠지지 않고 '수면 위를 달리는 방법'

SURPRISER - Tistory 2022. 4. 12. 08:39

 만화, 영화, 소설 등에는 물 위를 이동하는 둔갑술을 쓰는 사람이 종종 나온다. 또 15세기의 발명가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는 수상 보행 기구의 스케치를 남기기도 했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사람들은 수면를 발로 이동하는 일에 흥미를 가지고 있었던 듯하다. 그런데 생물계에는 수면을 이동하는 것들이 실제로 있다. 그리고 그중에는 수면은 달려나가는 것도 있다. 이들은 어떻게 수면 위를 이동하는 것일까? 또 인간도 수면을 달릴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0. 목차

  1. 등지느러미 도마뱀
  2. '표면장력'을 이용하는 수면의 작은 곤충
  3. 인간은 수면을 달릴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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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등지느러미 도마뱀

 '등지느러미 도마뱀(Basiliscus sp.)'은 중앙아메리카의 정글에 서식한다. 이들은 몸무게가 2~500g 정도 되는데, 놀랍게도 눈으로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른 속도로 수면 위를 달려나갈 수 있다. 정말 신기한 동물이다. 수면을 달리는 도마뱀은 그 밖에도 여러 종이 있는데, 갓 태어났을 무렵부터 달릴 수 있는 것은 '등지느러미 도마뱀' 뿐이라고 한다.

 등지느러미 도마뱀은 평상시에는 물가에서 사는데, 헤엄을 치거나 오랜 시간 동안 물속에 들어가 잠수하는 것도 장기이다. 수면을 달리는 놀라운 기술을 선보이는 때는 악어나 뱀 같은 포식자로부터 도망갈 때이다. 수십 g 무게의 등지느러미 도마뱀의 경우, 뒷다리를 써서 1초에 약 20걸음의 빠르기로 약 1.5m를 달려나간다. '등지느러미 도마뱀'은 예수가 수면을 걸었다는 성서와 관련되어, 중앙아메리카에서는 'Jesus Christ Lizards(예수 그리스도 도마뱀)'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1-1. 등지느러미 도마뱀은 어떻게 수면 위를 달릴까?

 간단히 말하면, 등지느러미 도마뱀은 몸이 물에 빠지기 전에 다음 발을 앞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달려 나간다. 그렇다고 해도 물은 유동성이 있는 액체이다. 따라서 일반적인 동물이 수면을 달리려고 하면, 몸무게를 버티지 못하고 바로 물에 빠질 것이다. 수면 위를 달리려면, 어떻게 몸무게를 지탱하는 힘을 얻는지가 핵심이다. 그러면 등지느러미 도마뱀이 수면을 달리 때, 수면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등지느러미 도마뱀이 달리는 방식을 자세히 보면, 다음과 같은 4단계가 고속으로 반복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1. 뒷발로 수면을 때린다.
  2. 아래를 향해 발을 내린다
  3. 뒤로 물을 긁는다.
  4. 발을 빼서 앞으로 달린다.

 아래의 영상은 20.8g의 등지느러미 도마뱀이 수면을 달리는 모습을 고속 비디오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왼쪽 다리의 모양을 노란색 선으로 표시하였다. 도마뱀 배경의 사각형은 2cm 간격이다. 그리고 움직인 거리를 알 수 있도록 같은 위치에 진한 색의 동그라미를 그렸다. 아래의 영상은 왼쪽 다리의 움직임을 나타낸 것인데, 다리가 1회 전하는 시간에 각각 다리 움직임에 소요되는 시간의 비율이다. 한편, 오른쪽 다리는 반바퀴 늦게 움직인다.

등지느러미도마뱀이 달리는 방식

1-2. 등지느러미 도마뱀이 수면을 달릴 때 작용하는 '3가지 힘'

 그리고 위와 같은 방식으로 달리는 동안 도마뱀의 몸에는 '3가지 힘'이 작용한다.

  1. 충격력: 먼저 작용하는 힘'은 발로 위에서부터 수면을 때리는 순간에 생기는 '충격력(impulsive force)'이다. 몸을 지탱하는 것과 같은 위를 향한 힘인데, 밀린 물이 가속되어 끝날 때까지의 한순간 사이에 작용한다. 때리는 힘이 강해서 물의 가속도가 클수록, 또 발의 면적이 커서 많은 물을 움직일수록 커진다.
  2. 부력: '충격력(impulsive force)'보다 조금 뒤에 생기는 힘은 '부력(Buoyancy)'이다. 고속 회전하는 다리가 물을 밀어냄으로써 다리를 둘러싸듯이, 수면 아래에 몸통 길이만큼 기둥 모양으로 움푹 패는 곳이 생긴다고 한다. 그 공기 기둥의 존재에 의해 부력이 생긴다. 세숫대야의 바닥을 아래로 해서 수면을 밀면, 세숫대야가 밀려 올려지는 힘을 느끼게 되는데, 이 힘과 같은 것이다. 단 이렇게 우품 패는 곳은 곧 부서지고 부력도 사라진다.
  3. 동적 유체력: 그리고 계속해서 생기는 힘은 '동적 유체력(dynamic fluid force)'이다. 이른바 물을 긁을 때 생기는 '저항력'이다. 이것은 물을 긁는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 주로 발을 아래쪽과 뒤쪽으로 긁을 때 나타나는데, 위쪽으로 몸을 지탱하는 힘과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으로 작용한다.

 위쪽으로 작용하는 힘은 앞에서 말한 '부력'과 합치면, 몸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필요한 힘을 약간 웃도는 크기가 된다. 결국, 등지느러미 도마뱀이 물에 빠지지 않는 이유는, '뒤로 물을 긁고 발을 빼서 앞으로 낼 때까지 몸이 가라앉는 만큼'을 수면을 때려서 생기는 한순간의 '충격력'과 위를 향한 '동적 유체력'으로 되찾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점은 수면을 때리는 큰 힘을 고속으로 반복해서 만들어내는 일이다.

 더욱이 등지느러미 도마뱀의 발바닥과 발가락은 길고, 발가락 사이에는 주름이 있다. 주름은 물을 때릴 때 펼쳐지고 물에서 발을 뺄 때는 닫힌다. 이것을 발을 내렸을 때의 '동체 유체력'을 크게 하고, 발을 뺼 때는 물에 끌리는 저항력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강하게 수면을 때리기 위해서 몸을 비틀고 다리를 크게 회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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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표면장력'을 이용하는 수면의 작은 곤충

2-1. 물을 튕기는 물질, 물을 끌어당기는 물질

 수면 위를 달리는 소형 곤충이라면 '소금쟁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소형 곤충의 경우, 수면에서 이동하는 일이 그렇게 진귀한 능력은 아니다. '소금쟁이' 정도의 작은 곤충은 물의 표면에 생기는 미세한 힘인 '표면장력'을 이용해서 수면을 달린다. '표면장력(surface tension)'이란 액체의 표면적을 작게 하려는 힘이다.

 이 표면장력 때문에, 물을 튕기는 다리를 가진 곤충에게는 수면이 '트램펄린(trampolin)'처럼 작용한다. 만약 수면에 닿는 다리가 물을 튕긴다면, 표면장력은 몸을 수면 위에 지탱할 뿐만 아니라 곤충의 크기에 따라서는 높이 점프를 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아래의 그림에서는 A처럼 힘이 작용한다. 한편, 몸이 물을 끌어당긴다면, 표면장력은 몸을 수면에 밀어붙이는 것처럼 작용한다. 아래의 그림에서는 B처럼 힘이 작용한다.

 게다가 소금쟁이의 다리에는 털이 있는데, 그 털에는 가느다란 홈이 있다. 이와 같은 '요철(오목함과 볼록함)'은 공기를 내부에 붙잡아두기 때문에 물을 잘 튕긴다. 이처럼 '물을 튕기는 성질'은 '표면의 구조'에 의해서도 높일 수 있다. 이와 같은 구조는 연꽃의 잎 등 많은 생물에서 볼 수 있다.

 '등지느러미 도마뱀'과 '소금쟁이'가 수면을 나아가기 위해 사용하는 힘이 다른 데에는 '몸의 크기'가 관계되어 있다. 몸이 큰 등지느러미 도마뱀은 '표면장력'보다 '동적 유체력'이 크기 때문에 '동적 유체력'으로 나아간다. 한편, 몸이 작은 소금쟁이는 '동적 유체력'보다 '표면장력'이 커서 '표면장력'으로 나아간다.

2-2. 물에 뜨는 작은 곤충이 '표면장력'으로 수면 위를 이동하는 방법

 표면장력으로 물에 뜨는 작은 곤충에서는 수면을 이동하는 다양한 기법을 볼 수 있다. 물 위를 쑥쑥 나아가는 '소금쟁이'는 물을 튕기는 6개의 다리 중 가운뎃다리의 끝을 이용해 보트의 노처럼 물을 휘젓는다. 이때 다리의 뒤쪽에는 소용돌이가 생기는데, 이 소용돌이의 영향으로 몸이 앞으로 튕겨지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한다.

 또 소금쟁이의 일종이나 '반날개류(rove beetle)' 등 일부 곤충은 다리 끝에서 기름을 내보내면서 나아간다. 소금쟁이의 일종의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다리를 이용해 나아가는 것에 비해, 약 2배의 빠르기인 '최대 매초 17cm'로 나아갈 수 있다고 한다. 그 이유는 기름이 '표면장력'을 낮추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앞뒤의 수면에 표면장력의 차가 생기고, 그 결과 물에 흐름이 생겨서 몸이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소금쟁이

2-3. 물의 '고개'는 어떻게 오르는가?

 물체와 접하는 수면을 잘 보면 '표면장력'에 의해 '고개'가 생긴다. 이렇게 생긴 '고개'는 mm 단위의 몸길이를 가진 많은 '수상 보행 곤충'에게 오르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런데 실소금쟁이 등 일부 곤충은 다리 끝에 있는 물을 끌어당기는 발톱으로 수면을 붙잡음으로써 수면 '고개'를 오를 수 있다고 한다.

 또 다리를 움직이지 않고 수면을 이동하는 것도 있다. 수련의 잎을 먹는 '띠띤수염잎벌레'의 애벌레의 몸은 물을 잘 끌어당겨서, 다리를 이용해 수면을 이동하는 데는 서툴다. 그런데 일단 등의 방향을 돌리면, 다리를 움직이지 않아도 수련의 잎 가까이 미끄러지듯이 나아간다. 수련 잎에 닿은 수면은 위로 휘어지는 데, 이것은 수련의 잎이 물을 잘 끌어 당기기 때문이다. 이때 '잎'과 '등을 돌린 애벌레 사이의 수면'이 U자 모양이 된다. 그러면 U자 모양의 수면을 따라 잡아당기는 듯한 표면장력이 작용해서, 애벌레가 잎의 방향으로 끌어당겨진다.

 몸무게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소금쟁이의 일종'과 '띠띤수염잎벌레'에서 설명한 것처럼, 저마다의 추진 방법으로 수면의 '고개'를 넘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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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인간은 수면을 달릴 수 있는가?

 지금까지 크게 나누어 수면에서 나아가는 두 종류의 방법을 살펴보았다. '등지느러미 도마뱀'은 경이로운 다리의 힘으로 수면을 나아가고, '작은 곤충'들은 '표면장력'을 이용해 수면을 나아갔다. 그러면 인간은 어떻게 해야 수면을 달릴 수 있을까? 일본 도쿄 대학의 '아즈마 아키라' 교수에 따르면, 다양한 생물들이 몸을 지탱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라고 한다.

  1. 첫 번째는 몸 전체로 받는 힘인 '부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몸의 크기의 제한을 받지 않고, 밀도만 물보다 낮으면 물에서 뜬다. 생물은 대부분 비중이 물과 비슷하므로, 물에 뜰 수는 있다. 부력을 이용하는 가장 큰 동물은 '고래(Whale)'이다. 단, 뜨고 가라앚는 경계 정도의 비중이므로, 몸은 물 아래에 있다. 따라서 '수면을 달린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부력을 이용할 수는 없다.
  2. 두 번째는 '표면'으로 몸을 지탱하는 방법이다. 이 방법을 선택한 생물은 '날개로 공기를 밀어서 날아가는 새', '지느러미로 물을 밀어서 나아가는 물고기' 등이 있다. 발바닥을 사용하는 등지느러미 도마뱀의 수면 주행도 이 유형이다. 면적으로 지탱하는 경우, 단위 면적당 지탱하는 데 필요한 힘은 일반적으로 몸무게가 무거울수록 증가한다. 등지느러미 도마뱀도 200g보다 무거우면 수면에서 달리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나. 따라서 등지느러미보다 무겁고 몸에 비해 발바닥이 작은 인간은, 등지느러미 도마뱀처럼 수면을 달릴 수 없다.
  3. 세번째는 '표면장력'을 이용하는 것이다. 물의 표면장력은 1m당 약 7g의 무게를 지탱하는 힘에 해당한다. 따라서 만약 몸무게 70kg인 사람이 표면장력으로 지탱하려면, 그 사람의 발바닥 주위에는 10km가 필요하다. 따라서 인간이 '초발수성(물이 스며들지 않는 성질)' 신발을 신는다고 해도, 수면을 달리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

3-1. 원리적으로는 큰 신발로 '등지느러미 도마뱀'처럼 달릴 수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인간이 물 위를 달릴 수 있을까? 그러면 몸무게에 걸맞는 면적만큼 커다란 신발을 신으면 될까? 일본에는 전통적인 둔갑술의 도구로 '물거미'라고 불리는, 네모난 판자 주위에 고리 모양의 판자를 붙인 것이 있다. 이것은 일본 '에도 시대(1603~1867)'의 책에 기록되어 있는데, 물 위를 이동하는 신으로 애니메이션 등에도 등장한다. 다만, 물거미가 실제로 수면 보행에 사용되었는지는 불분명하다. '아즈마 아키라' 교수의 계산에 따르면, 물거미 같은 판자를 신으면, 원리적으로는 사람도 물 위에서 달릴 수 있다고 한다. (단, 물거미는 약 30cm의 원판으로, 물에서 뺼 때 수축한다고 가정한다.)

3-2. 물에 가루를 섞으면 달릴 수 있다.

 물에 녹말 가루를 풀어서 섞으면, 그 위를 사람이 달릴 수 있다. 달리거나 힘차게 발을 움직이면 물에 가라앉지 않는데, 서 있으면 빠지는 것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일반적으로 '체적 팽창(Dilatancy)'이라고 불린다. 녹말 가루를 섞은 액체는 변형시키는 속도가 클수록 단단해지고 고체처럼 움직인다. '체적 팽창(Dilatancy)'이란 물을 섞은 입자에 힘을 가할 때, 입자가 단단해짐과 동시에 입자의 부피가 늘어나는 현상이다.

 이와 같은 현상은 섞는 가루가 녹말가루가 아니더라도, 입자가 수십㎛ 정도로 가늘고, 물에 넣어도 녹지 않는 것이라면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예컨대 '밀가루', '멥쌀가루', '얼레짓가루'를 섞어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난다. 단, 적어도 물과 입자의 부피 비율이 같은 정도 이상인 고농도에서 가루를 섞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