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화학 (Chemistry)

과냉각(Supercooling)

SURPRISER - Tistory 2022. 4. 12. 07:54

 일반적인 상황에서 물은 0℃ 이하에 놓이면 얼음이 된다. 하지만 어는점 아래에 있어도 물이 얼지 않는 '과냉각(Supercooling)'이라는 현상도 있다. '과냉각'이란 과연 어떤 현상일까?

0. 목차

  1. 물질의 상태는 '온도'와 '압력'에 따라 크게 바뀐다.
  2. 자극이 없으면 얼지 않는다.
  3. 우리 주변의 '과냉각'
  4. '과냉각'은 산업 분야에서도 응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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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질의 상태는 '온도'와 '압력'에 따라 크게 바뀐다.

 '액체의 물'을 냉동실에서 얼리면 '고체의 물(얼음)'이 되고, 냄비나 주전자에서 데우면 '기체의 물(수증기)'가 된다. 이처럼 우리 주변의 물질의 모습에서 알 수 있듯이, 물질의 상태는 '온도'와 '압력'에 따라 크게 바뀐다.

1-1. 물의 상태도

 '온도'와 '압력'을 변화시켰을 때, '물의 상태'가 어떻게 바뀌어 가는지를 나타낸 것이 바로 '물의 상태도(Water Phase Diagram)'이다. 물의 상태가 바뀌는 곳은 '녹는점'과 '끓는점'이다. '녹는점'과 '끓는점'은 1기압에서 각각 0℃와 100℃가 된다. 각각의 상태를 나누는 '분계선(융해 곡선, 증기압 곡선, 승화압 곡선)'에서는 곡선의 양쪽 상태가 공존할 수 있다. 온도와 압력이 바로 고체와 액체를 나누는 '융해 곡선'에 오는 조건에서는 액체와 고체가 공존할 수 있다.

 공존 상태로부터 '온도'와 '압력'이 변하면, 공존하고 있는 액체가 얼거나, 반대로 고체가 녹는다. 단 공존하고 있지 않은 액체만의 상태에서 고체 영역으로 온도나 압력이 변할 경우, 경계를 넘어도 바로 고체가 생기지 않고 가끔 상태가 바뀌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과냉각(Supercooling)'이라고 한다. 이후 자극에 의해, 그 온도와 압력에서 본래 가장 안정된 상태인 고체로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

 한편, 세 가지 곡선이 교차하는 '삼중점(Triple Pioint)'에서는 고체, 액체, 기체 등 세 가지 상태의 물이 공존할 수 있다. 물은 0.01℃, 약 0.006기압에서 '기체(수증기)'와 '액체(물)', '고체(얼음)'가 공존하는 삼중점이 된다. 순물질의 삼중점은 온도·압력이 일정하다. 따라서 단위의 국제적 약속인 '국제단위계(SI)'에서는 온도의 단위 '켈빈(K)'에서는 물의 삼중점 온도를 273.16K, 절대 영도를 0K로 정의한다.

물의 상태도(Water Phase Diagram)

2. 자극이 없으면 얼지 않는다.

 그러면 '녹는점'과 '끓는점'을 지나면, 물질은 반드시 상태를 바꿀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외부로부터의 자극이 없는 경우에는 '녹는점'과 '끓는점'을 지나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경우가 있다.

2-1. 과냉각

 순수할 물을 아무런 자극도 가해지지 않도록 아주 천천히 차갑게 해 나가면, 물은 어는점을 지나도 액체 그대로 있다. 예컨대 수돗물을 페트병에 넣고 냉동고에서 가능한 한 천천히 균일하게 차갑게 해보자. 장기간 계속 차갑게 하면 얼기는 하지만, 주의 깊게 진행하면 0℃ 이하인데도 불구하고 액체 그대로의 물을 만들 수 있다. 이런 액체 상태를 '과냉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여기에 미미한 충격을 가하면 물은 단번에 얼기 시작한다. 과냉각 상태의 물이 든 페트병을 천천히 꺼내 높은 곳에서 그릇에 부어보자. 그러면 떨어진 물이 순식간에 셔벗 모양의 얼음으로 바뀌는 신기한 현상이 나타난다. 과냉각 상태의 액체는 충격을 가하자마자 얼기 시작하는 신기한 성질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2-1-1. 분자가 '정렬'하지 않은 채로 있다.

 그러면 왜 어는점 아래에서도 얼지 않았던 물이 급격하게 어는 것일까? 이 의문에 답하기 위해 먼저 '액체에서 고체로 변하는 과정'에 대해 미시적인 관점에서 생각해 보자.

 액체인 '물' 속에는 물 분자가 어느 정도 자유롭게 움직이고 있다. 한편, 고체인 '얼음'에서는 물 분자끼리 강하게 결합하고 질서 있게 늘어서 있다. 즉, 물이 얼음으로 변하기 위해서는 물 분자가 '정렬'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물을 천천히 차갑게 한 것만으로는 물 분자의 운동이 차츰 느려지지만 '정렬'할 계기는 없다. 이리하여 과냉각 상태의 액체가 생기는 것이다.

2-1-2. 얼음 덩어리로부터 급격히 얼음이 성장한다.

 높은 곳에서 과냉각 상태의 물을 부은 경우, 낙하의 충격이 '정렬'의 계기가 된다. 물 분자가 강제로 움직임으로써 '정렬'이 일어나 물속에 작은 '얼음 덩어리'가 생기는 것이다. 이때 생긴 얼음 덩어리가 어떤 크기를 넘어섰을 경우, 그 주위에 물 분자가 차츰 늘어서 얼음이 급격히 성장해 나간다. 이 덩어리에는 크기가 작을 때는 뿔뿔이 흩어지기 쉽고, 클 때는 더 커지기 쉬운 성질이 있다. 즉, 이 경계의 크기 이상인 얼음의 '핵(Core)'이 한순간이라도 생기면 거기서부터 급속히 물이 어는 것이다.

 실은 핵이 되는데는 물속의 찌꺼기나 불순물, 용기 벽면의 돌기 등도 관계가 있다. 아무리 신중하게 차갑게 해도 과냉각 상태의 물이 만들어지지 않을 때는 이들이 방해하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2-2. 과열

 이와는 반대로, 가열되어 '끓는점'을 넘어도 액체가 기체로 되지 않는 현상을 '과열(overheat)'이라고 한다. 목욕물을 데울 때 갑자기 목욕물이 격렬하게 끓는 '돌비(突沸)'라는 현상이 있다. 이것은 과열 때문에 끓는점이 넘어도 액체 상태로 있던 물이, 어떤 자극을 받아 단숨에 기체가 되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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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우리 주변의 '과냉각'

3-1. 눈(snow)

 '과냉각'은 특수한 현상으로 생각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눈(snow)'도 과냉각의 한 예이다. 눈의 결정은 '빙정(Ice Crystal)'이라는 눈의 '씨(Seed)'에 수증기가 차츰 달라붙어 만들어진다. '빙정(ice crystal)'은 수천 m 상공에 있는 '운립(구름을 이루는 작은 물방울 또는 얼음 결정)'에서 만들어진다. '운립'은 과냉각 상태에 있어, 온도가 어는점보다 낮아도 바로 얼지 않는다. 하지만 공기 속에 떠도는 작은 먼지 등과 충돌하면, 그 자극으로 운립이 얼고, 먼지를 핵으로 한 빙정이 생기는 것이다. 과냉각 상태의 운립이나 수증기는 불안정하므로 이들 물 분자는 더 안정된 '빙정'으로 바뀌어 간다. 이리하여 빙정은 커져 눈 결정이 된다.

빙정(Ice Crystal)

3-2. 수빙

 지상에서도 '과냉각'의 자연 현상을 볼 수 있다. 기온 -15℃~-5℃의 추운 지역에서는 나뭇가지 등에 얼음 결정이 매달리는 '수빙(Soft Rime)'이 보인다. '수빙(Soft Rime)'는 대기 속에서 과냉각된 안개의 물방울이 수목과 부딪쳐 그 자극으로 얼음 결정이 된 것이다.

상고대

3-3. 뚜껑을 여는 순간 얼기 시작하는 음료수

 자연 현상은 아니지만, 뚜껑을 여는 순간 얼기 시작하는 이상한 음료수도 있다. 이것은 과냉각 상태로 만든 음료수에, 뚜껑을 열리는 자극을 가해 순식간에 얼도록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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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과냉각'은 산업 분야에서도 응용된다.

4-1. 가정용 냉장고

  '과냉각'은 가정용 냉장고의 '냉동 기능'에도 이용된다. 과거에는 가정용 냉장고로 맛이나 식감을 변치 않고 식품을 냉동하기가 어려웠다. 식품 속에 얼음 결정이 생겨 세포가 파괴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짧은 시간에 얼리는 '급속 동결(Quick Freezing)'이 가능하면 '얼음 결정'이 작아진다. 그리고 이 '급속 동결'에 '과냉각(Supercooling)'이 사용된다. 냉동실에 든 식품을 먼저 과냉각 상태로 만들고, 그 후 자극을 주어 단숨에 냉동시키는 메커니즘이다.

4-2. 에어컨 시스템

 '에어컨 시스템'도 과냉각을 이용한 전기 제품이다. 요금이 싼 야간에 얼음을 만들어 두었다가, 주간에 그 얼음을 이용해 냉풍을 보내는 냉방에서는, 장치 안을 이동할 수 있도록 가늘고 유동성 있는 얼음을 만든다. 이런 얼음은 찬물을 단열 팽창시켜 냉각함으로써 만드는데, 이때 과냉각 상태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