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지구 과학 (Earth Science)

지큐(CHIKYU)

SURPRISER - Tistory 2021. 12. 15. 00:42

0. 목차

  1. 지큐(CHIKYU)
  2. 거대 지진의 메커니즘을 밝힌다.
  3. 해저 밑에 사는 미생물의 실태를 밝혔다.
  4. 다음은 맨틀 굴착에 도전한다.

지구 심층부 탐사선 '지큐(CHIKYU)'

1. 지큐(CHIKYU)

 '지큐(CHIKYU)'는 '일본 해양개발연구기구(JAMSTEC)'가 운용하는 세계 최대의 '과학 굴착선'이다. 1990년 일본에서 과학 굴착선의 중요성이 제기되어 2001년에 건조하기 시작해 2005년에 완성되었으며, 최신 장비를 탑재하고 있다. 지큐는 십수 년간 주로 일본 근해에서 과학 굴착을 진행해 왔다. 또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기대되는 '메탄 하이드레이트(Gas Hydrate)' 등의 자원 조사를 위해 인도양에서도 활동했다.

 배에서 해저를 굴착하기 위해서는 바람이 세거나 물살이 빠른 장소에서도 떠밀리지 않고 배가 같은 장소에 계속 머물러 있어야 한다. '지큐'는 '선체 유지 시스템' 덕분에 같은 장소에 머무를 수 있다. '지큐'는 닻을 이용해 배를 해저에 고정하지 않는다. 우선 인공위성에 의한 '위성측위시스템(GNSS: Global Navigation Satellite System)' 확인과, 해저에 설치된 '트랜스폰더(Transponder)'에 의한 음향 위치 확인, '풍향 및 풍속 데이터' 등을 통해 배의 위치가 정확하게 측정된다. 그 위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배 밑에 설치된 6개의 '스러스터(Thruster)'가 자동적으로 움직임으로써, 아주 깊은 곳에서도 배가 제자리에 머무를 수 있다. 사람의 손으로 배를 조작한 경우에는, 이처럼 안정적으로 배의 위치를 유지할 수 없다.

 과학 굴착이 석유 등의 자원 굴착과 다른 점은 '코어(core)'라는 지층을 파낸 기둥 모양을 샘플을 수없이 채취한다는 점이다. 코어는 선상에서 파 올리면 주위의 온도와 압력이 변하고 산소에도 노출되어 변질되기 시작한다. 또 코어 속에는 흙이나 암석 외에 가스나 미생물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측정하고 분석해야 한다. 그래서 '지큐' 내부의 연구 공간에는 'X선 CT 스캐너(X-ray CT scanner)' 장치 등 정밀한 측정 기기가 다수 실려 있다.

1-1. 라이저 굴착 시스템

 '지큐가' 다른 과학 굴착선과 비교해 획기적인 점은, 보다 깊게 굴착해서 연구하기 위해 석유의 해양 굴착 등에서 채용하는 '라이저 굴착 시스템(Riser Drilling System)'을 탑재했다는 점이다. '라이저 굴착'에서는 먼저 배에서 '분출 방지 장치'와 '라이저 파이프'를 결합한 상태로 내려보내, 해저면에 미리 설치한 토대와 결합시킨다. 그 속으로 '드릴 파이프(Drill Pipe)'가 내려간다. '드릴 파이프'에는 '드릴 비트(drill bit)'라는 굴착 칼날이 맨 앞에 장착되어 있다. 이 '드릴 비트'를 회전시켜 지면을 굴착한다. 굴착 중인 '라이저 파이프(Riser Pipe)' 속에는 밀도를 정밀하게 조정해 만든 '이수(泥水: 흙이 풀려 몹시 흐려진 물)'가 순환하고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지면을 파들어가도 지층의 압력으로 굴착공의 벽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기 때문에 깊은 곳까지 굴착할 수 있다.

 '지큐'에 '라이저 굴착 시스템'이 탑재된 데에는 주로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일본의 남쪽 바다에 있는 '난카이 트로프(Nankai Trough)' 등의 판의 침강대에서는 지층에 커다란 압력이 가해지기 때문에, 그것을 '이수(泥水)'로 방지하기 위해서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해저 밑에 석유나 가스가 존재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그것이 분출해 해양 오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1-2. 지큐의 구조

  1. 라이저 파이프(Riser Pipe): 배와 해저를 잇는 파이프로, 굴착공과 배의 연결 통로 역할을 한다. 이수가 배로 회수되는 길이다. 해저에 세워져 있기 때문에, '라이저(riser)'라고 한다. 라이저는 여러 개로 연결되어 있는데, 1개의 길이는 27m 정도이다.
  2. 분출 방지 장치(BOP: Blow Out Preventer): ;석유나 천연가스의 분출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로, 무게는 약 380톤이다. 땅속의 압력 상승을 감지하면, 안전 밸브를 닫아 분출을 방지한다. 몇 개의 안전 밸브로 구성되어 있어, 약 1000기압을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라이저 파이프(Riser Pipe)'의 맨 앞에 달려 해저로 나아간다.
  3. 드릴 비트(Drill Bit): 드릴 파이프의 맨 앞에 설치된 굴착용 칼날이다.
  4. 케이싱 파이프(Casing pipe): 굴착공의 벽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깊이에 맞춰 단계적으로 삽입되는 파이프다. 깊게 팔수록, 케이싱 파이프 안쪽에 조금 가는 케이싱 파이프가 끼워진다. 해저 밑 7km까지의 굴착에서는 모두 7종 정도의 굵기가 다른 파이프를 사용해야 한다. 파이프와 바깥쪽 지층 사이는 시멘트로 고정한다.
  5. 무인 잠수정(ROV): 굴착 지점의 해저에서 해저 케이블 등의 장애물이 없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잠수정이다. 굴착 중에는 '분출 방지 장치(BOP)'를 감시하는 역할도 한다. 또 굴착공의 내부에 관측 기기를 설치하거나 회수할 때도 작업을 지원한다.
  6. 트랜스폰더(Transponder): 음향 송수신기로, 배에서 나온 음향 신호에 대해 응답 신호를 발신해 거리를 측정한다.
  7. 톱 드라이브(Top Drive): 거대한 전기 모터이다. 수심 2500m에서 최장 1만 m나 되는 드릴 파이프를 회전시킬 수 있다.
  8. 전방위 추진기(azimuth Thruster): 말 그대로 전후좌우의 모든 방향으로 추진력을 발생할 수 있는 추진기이다. 선박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추력뿐만 아니라 모든 방향으로의 방향 전환을 위한 회전력을 발생시킬 수 있다.

라이저 굴착 시스템(Riser driiling system)
분출 방지 장치 (BOP: Blow Out Preventer)

1-3. 코어의 측정과 분석

 굴착에 의해 해저 아래의 지층으로부터 퇴적물과 암석 등으로 이루어진 원기둥 모양의 시료가 지름 7~8cm 정도로 잘려 나온다. 이것을 '코어(core)'라고 한다. 코어를 측정, 분석함으로써 과거에 지구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현상을 규명할 수 있다. 채취된 코어는 '롤러 컨베이어(roller conveyor)'에 의해 9m 단위로 배 위로 끌어 올려져서, 즉시 연구 구역으로 옮겨진 후 1.5m마다 절단된다. 그리고 'X선 CT 스캔(X-ray CT Scan)'이나 '물리적인 성질' 등의 비파괴 검사가 이루어진 다음 세로로 쪼개진다. 그 한쪽은 연구와 분석에 사용되고 나머지는 장래의 연구를 위해 보존된다. 코어는 날것이므로, 해저에서 배 위로 끌어올린 코어는 온도나 압력 변화는 물론 공기 중의 산소와 닿으면 변질이 시작된다. 따라서 가능한 데로 빨리 '측정(mesurement)'과 '분석(Analysis)'을 해야 한다.

 연구 구역에는 '미생물을 조사하는 연구실(Microbiology Lab)', '고지구자기 연구실(Paleomagnetic Lab: 광물에 기록된 옛날의 지구 자기를 측정하는 연구실)' 등이 있다. '고지구자기 연구실'은 현재의 지구 자기장이나 금속 덩어리인 배의 자기장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완전하게 자기 보호가 이루어진 방으로 되어 있다. 측정, 분석 결과는 모두 컴퓨터로 데이터베이스화된다. 측정과 분석이 끝난 뒤, 코어는 '고치 코어센터(KCC: Kochi Core Center)'로 보내 냉장 보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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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대 지진의 메커니즘을 밝힌다.

2-1. '난카이 트로프'에서 밝혀진 거대 지진의 발생 메커니즘

 '지큐'의 최초의 연구 항해가 진행된 시기는 2007년 9월로, 이때의 연구 목적은 거대 지진 발생의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이었다. '지큐'가 향한 곳은 오사카 남쪽의 '기이 반도' 끝에서 남쪽으로 약 100km 떨어진 '난카이 트로프(Nankai Trough)'였다. '난카이 트로프'는 일본 열도가 올라서 있는 '유라시아판(Eurasia plate)' 아래로 '필리핀판(Philippine Plate)'이 파고들고 있어 약 100~200년을 주기로 진도 8급의 거대 지진이 되풀이되는 진원지이다. '판(Plate)'은 지구 표면을 덮는 '지각(Earth Crust)'과 그 아래에 있는 '맨틀(Mantle)'의 상부로 구성된, 두께 약 100km의 두꺼운 암반이다.

 '난카이 트로프'에서는 2장의 판이 연간 4~6cm 정도의 빠르기로 서로 접근하고 있다. 판의 경계는 평소에 달라붙어 있기 때문에, 판의 경계에서 점차 뒤틀림이 축적된다. 그리고 뒤틀림이 한계에 이르면, 단층이 미끄러져 지진이 일어난다. 이때 단층은 1분 이내에 4~5m 정도 미끄러진다는 사실이 과거의 기록 분석을 통해 알려져 있다. 100~200년 주기로 단층이 미끄러져 지진이 일어나고, 그다음에 또 판끼리 붙어 서서히 뒤틀림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2-2. 지진으로 움직인 단층을 발견하였다.

 '1944년 도난카이 지진'의 단층 하나에서 굴착을 진행해, 해저 밑 400m 정도의 코어를 채취했을 때, 깨부순 암석 속에서 검게 변질된 가는 띠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것은 과거 지진에서 미끄러져 지진과 쓰나미의 원인이 된 곳이라고 생각된다. 단층은 지진을 일으킬 때, 고속으로 미끄러지면 마찰열을 발생시킨다. 말찰열에 의해 땅속 얕은 곳은 400℃까지, 깊은 곳에서는 1000℃ 부근까지도 온도가 올라간다. 열에 의해 일단 변질된 암석은 원래 상태로 돌아가지 않기 때문에, 변질된 암석의 장소를 발견하면 과거에 어디에서 미끄러졌는지 알 수 있다.

 또 '난카이 트로프'의 '굴착공(굴착한 구멍)' 속으로 구멍 모양이나 압력을 측정하는 센서를 넣어 관측했더니, 지층이 필리핀판의 운동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압축되어 있었다. 다음 지진을 위한 준비도 계속 진행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압력과 단층의 강도 등의 데이터를 모아 분석하면, 앞으로 대지진이 발생이 어느 정도 가까워졌는지를 산출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지큐'는 앞으로도 난카이 트로피에서 굴착을 계속하면서, 최종적으로 해저 밑 5km까지 파내려 갈 예정이라고 한다. 연구가 진행되면 거대 지진의 메커니즘을 밝히는데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될 것이다.

2-3. 동일본 대지진

 2011년 3월 11일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은 거대 쓰나미를 일으키면서도 도호쿠 지방을 중심으로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이 지진은 '도호쿠 지방 태평양 난바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판 경계의 얕은 부분이 넓은 범위에서 크게 미끄러진 것이 특징이다. 지진 때, 미야자키 현 바다의 판 경계의 얕은 부분은 약 50m 미끄러졌고, 융기한 해저는 해수면을 끌어올려 거대 쓰나미를 발생시켰다.

 종래의 지진학에서는 판 경계의 얕은 부분은 판끼리 꼭 붙어 있지 않아 비틀림이 잘 축적되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크게 미끄러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큐'를 이용해 단층의 코어를 채취하고, 굴착공에 온도계를 설치해서, 왜 판 경계의 얕은 부분이 크게 미끄러졌는지 밝히자는 의견이 연구자들 사이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나온 것이 'JFAST(제이페스트)'라는 과학 프로젝트이다.

2-4. 기적의 코어

 굴착 장소는 수심 약 7km로, 지금까지 '지큐'가 굴착을 진행한 곳 가운데 가장 깊은 곳이었다. 이곳에서 해저 밑 약 850m까지 파내려 갔고, 맨 앞의 드릴 비트 부근에 설치된 센서의 기록을 통해 해저 밑 720m 부근과 820m 부근에 단층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다시 한번 굴착해 그 부근의 코어를 채취하기로 했다.

 약 2개월의 항해는 난관의 연속이었고, 코어를 채취하기 위해 남은 시간은 마지막 1주일뿐이었다. 게다가 코어를 제대로 회수할 수 없어, 실제로 코어로 회수할 수 있었던 비율은 38.8%였다. 이러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일본 대지진 때 미끄러졌다고 여겨지는 태평양판과 북아메리카판 경계의 코어를 회수하는 데 성공하였다. 이 코어는 극적으로 회수한 것이라서 '기적의 코어(Miracle Core)'라고도 한다.

기적의 코어(Miracle Core)

2-5. 마야자키 난바다의 판 경계는 미끄러지기가 아주 쉬웠다.

 이 코어를 분석해 '스멕타이트(Smectite)'라는 지름 몇 ㎛의 미세 입자로 이루어진 점토가 약 80% 포함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이 코어를 사용해 지진이 일어났을 때의 단층의 미끄러짐을 재현하는 실험을 하였다. 그 결과, 스멕타이트를 대량으로 포함한 판 경계 물질의 마찰 계수는 매우 낮아 약 0.1 정도였다. 보통 암석끼리의 마찰 계수는 0.6~0.85 정도이다. 마찰 계수가 낮다는 것은 미끄러지기 쉬움을 나타내는 것이다. 즉, 동일본 대지진 때 미끄러진 판 경계는 미끄러지기 매우 쉬웠다.

 이 조사 이후, 동일본 대지진의 피해를 발생시킨 단층을 지나는 굴착공의 온도 측정 데이터를 통해서도, 이 판 경계가 미끄러지기 쉬웠다는 사실이 명백히 드러났다. 굴착공 안에 염주처럼 엮은 55개의 센서를 넣어 9개월간 온도를 측정했더니, 해저 밑 820m 부근에서 주위보다 0.31℃ 높은 온도의 이상이 발견되었다. 마찰열을 측정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온도 이상에서 산출한 마찰 계수는 0.08로, 마찰 실험에서 얻은 값인 0.1과 비슷하다. 다른 측정 방법으로, 판 경계가 지진이 일어날 때 아주 쉽게 미끄러진다는 같은 결론을 얻은 셈이다.

 또 'JFAST(제이페스트)'의 샘플에서, 판끼리 붙어 있는 정도나 뒤틀림의 정도에 관계없이 지진이 일어날 때 '단층의 마찰 계수가 감소하는 메커니즘'이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이 메커니즘에 의해 판 경계가 크게 미끄러져 거대 지진을 발생시켰던 것이다. 이 연구 결과를 정리한 4편의 논문은 2013년 12월에 미국의 과학 잡지 'Science'에 게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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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해저 밑에 사는 미생물을 실태를 밝혔다.

3-1. 해저 밑에는 메탄을 생성하는 미생물이 있었다.

 '지큐'가 얻은 또 하나의 성과는 해저 밑의 미생물의 존재였다. 원래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해저 밑에는 어느 정도 깊어지면 생물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1994년 영국의 미생물학자 '존 파크스(John Parks)' 박사가 1cm3당 약 10만 개가 넘는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래서 해저 밑의 깊은 곳에 정말로 생물이 있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지큐'가 탐사에 나섰다.

 2006년 '지큐'의 훈련 항해를 통해 일본 아오모리 현 시모키나 반도 동쪽 난바다의 해저 밑 약 650m까지 굴착을 진행했다. 이 조사에서 '메탄 하이드레이트(Methane Hydrate)'를 포함한 퇴적물을 채취한 결과, 해저에는 '수소(H)'와 '이산화탄소(CO2)'로부터 '메테인(CH4)'을 생성하는 '고세균(Archaea)'이라는 미생물이 많이 서식하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고세균(Archaea)', '박테리아(Bacteria)', '진핵생물(Eukaryote)'의 세 가지로 분류된다.

3-2. 시모키타 반도 동쪽 난바다의 미생물의 수가 특히 많았다.

 이 조사에서는 '시모키타 반도(일본 아오모리현 북동부에 있는 반도)' 동쪽 난바다의 미생물의 수가 주위보다 10배 가까이 많다는 점도 밝혀졌다. 이유는 영양이 풍부한 해저 석탄층이었다. 훗카이도 남부에서 시모키타 반도 동쪽 난바다에 걸친 해저는 약 2000만 년 전에는 유라시아 대륙의 동쪽 끝에 자리한 육지였던 것으로, 당시에는 습지와 숲이 있었다. 이곳이 해저에 가라앉아 석탄층이 생긴 것이다.

 JAMSTEC의 고치 코어 연구소 소장 대리인 '이나가키 후미오' 박사는 석탄층을 다시 깊게 파내려가 미생물의 생태를 조사해야겠다고 생각했고, 해저 밑 800m보다 더 깊은 장소를 조사할 것을 제안했다. '이나가키 박사'는 고세균은 메탄을 발생시킴으로서 지구상의 탄소 순환의 한 고리를 맡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생태를 밝히면 새로운 자원의 개발과 지구 온난화 등의 환경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3-3. 해저 밑 약 2.5km에서부터 코어를 채취하는데 성공하였다.

 그리고 2012년 7월에 '시모키타 하치노베' 난바다를 향해 '지큐'가 다시 출항하게 되었다. 이 항해에서 '지큐'는 당시 세계 기록을 세웠다. 2012년 9월 6일, '라이저 굴착'으로 해저 밑 2466m까지 도달한 것이다.

 '지큐'는 이 항해에서 해저 밑 약 2.5km에서부터 코어를 채취하는 데 성공하였다. 코어를 배 위로 회수해 바로 분석해 보았더니, 해저 밑 약 2.5km까지의 코어에서도 모두 미생물이 존재했다. 특히 해저 밑 1.9~2.0km와 2.4km 부근의 석탄층에서 1cm3당 미생물의 수는 1만 개 정도였고, 그 외에서 1cm3당 미생물의 수는 100개 이하였다. 대륙 연안의 해저 퇴적물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세계 전체 평균은 1cm3당 1억~10억 개이므로 그 수가 훨씬 적다. 결국, 이 조사에서 연구팀은 생명이 존재할 수 없는 한계에 가까운 장소까지 도달한 것으로 생각된다.

3-4. 해저 밑 지하 깊은 곳의 개체가 적은 이유

 그러면 해저의 퇴적물에 비해 지하 깊은 곳의 생물의 수는 왜 적을까? 이 부근의 온도는 50~60℃로, 미생물이 충분히 서식할 수 있는 환경이다. 그렇더라도 개체 수가 감소한 이유는 이 지층에는 수소와 유기물 등의 영양분은 있을지라도, 효소를 작용하게 할 물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추정된다. 고온이 되면 세포에 포함된 DNA와 단백질 등이 급격히 부서지므로, 그것을 복구하려서 생명 기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효소를 작용하게 할 물이 반드시 필요하다.

3-5. 2000만 년 전에 육상에서 살고 있던 미생물들

 JAMSTEC에서는 코어의 미생물을 배양해 보았다. 그랬더니 해저 2.5km에 서식하는 미생물에도 '메탄(CH4)'을 생성하는 고세균이 포함되어 있음이 밝혀졌다. 이것은 천연가스나 석탄, 메탄 하이드레이트 형성 과정에 대한 중요한 단서가 된다.

 나아가, 이 코어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유전학적으로 분석해 보았더니, 세계 대륙 연안의 해저 밑 수백 m의 장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미생물과는 유전적으로 달랐고, 육지에서 유래한 미생물이 많았던 것이다. 이것은 2000만 년 전에 이곳이 육상이었을 때 살았던 미생물의 일부가 2000만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서도 남아있음을 의미한다. 해저 밑 2.5km의 미생물은 육상의 생물에 비하면 거의 멈춘 것이나 다름없는 속도로 진화하면서, 수를 줄이며 2000만년 전과 같이 메탄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3-6. 열수역의 해저 밑에도 미생물이 존재한다

 현재 생명은 약 40억 년 전에 '열수 분출공(Hydrothermal Vents)' 같은 고온의 환경에서 탄생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따라서 '열수 분출공' 및 '열수공' 밑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조사하면, 생명의 탄생과 지구 초기 생태계에 대한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래서 실제로 해저 밑에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확실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JAMSTEC의 '다카이 겐' 박사는 2010년에 '지큐'로 오키나와 열수역에서 해저 조사를 시작했다. 300℃에 가까운 '열수(Hydrothermal)'가 뿜어져 나오는 고온의 환경 탓에 심층부까지 굴착할 수는 없었지만, 해저에 있는 깊이 10~150m의 퇴적물을 채취할 수 있었다.

 이 퇴적물을 조사하자, 해저 밑에는 생명 활동이 존재하는 '생명권'과 생명 활동의 흔적이 사라진 '비생명권'이 존재하며, 그 경계 부근에는 '호열성 고세균(Thermophilic Archaea)'이 서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써 '열수역의 해저 밑에도 미생물이 존재한다는 설'이 증명되었을 뿐만 아니라,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한계 조건' 가운데 하나도 밝혀지게 되었다.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한계 조건을 밝혀 나가다 보면, 지구 이외의 행성에 생명이 존재하는지를 아는 단서도 될 것이다.

3-7. 열수호에서 지속적으로 만들어지는 흑광

 '오키나와 열수역'의 조사는 자원적인 측면에서도 대발견으로 이어진다. 이 해역의 해저에서는 반지름 10km 이상의 범위에 펄쳐진 '열수호'가 발견되었다. 오키나와 해역의 열수호에서는 '아연(Zn)'과 '납(Pb)', '구리(Cu)' 등의 광물을 포함한 '흑광(넓은 의미에는 흑광 광상에서 나오는 광석 전부를 가리킴)'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 열수호에 인공의 열수 분출공을 만들어 두면, 열수호에서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흑광을 지속적으로 회수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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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다음은 맨틀 굴착에 도전한다.

4-1. '지큐'가 직면한 여러 난관들

 '과학 굴착'은 '석유 굴착'보다 훨씬 어렵다. 왜냐하면 석유 탐사에서는 확실하게 팔 수 있는 장소를 굴착하지만, 미지의 신천지를 개척하는 '과학 굴착'은 지금까지 누구도 판 적이 없는 장소를 굴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난카이 트로프(Nankai Trough)'의 굴착 조사에서는 시속 7~9km의 빠른 조류에서 굴착해야만 했다. 배를 한 곳에 고정시키는 일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빠른 조류 때문에 파이프가 심하게 진동해 파손된다. 제대로 해저에 도달할 수 없거나 파이프 안의 코어와 측정 기기가 망가지는 사고도 일어났다. 그래서 '라이저 파이프(Riser Pipe)' 둘레에 장착하는 '페어링(Fairing)'이라는 유선형 덮개를 개발함으로써 진동을 억제하고 저항을 줄이는 데 성공하였다.

 또 '지큐'의 어려운 작업 중 하나는 해저의 굴착공에 측정 기기를 넣는 작업이다. 'JFAST(제이페스트)'에서는 수심 약 7km의 위치에 있는 심해저의 굴착공에 온도계를 넣어야 했다. 이것의 길이를 100분의 1로 축소하면, 18층 건물 옥상에서 지름 1mm의 바람을 늘어뜨려, 지상에 있는 4mm 구멍에 넣는 것과 같다.

 처음 건조될 때, 지큐는 세계 최고 수준의 장비를 탑재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용면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경험이 축적되면서, 여러 난관에 대처해야 할 설비 기술 개발도 거듭되었다. 그 결과, 악천후로 사나워진 바다나 수심이 깊은 장소에서의 굴착 기술, 코어를 채취하는 기술, 굴착공 내 설치 기술 등이 비약적이 발전되었다.

4-2. 지구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

 '지큐'는 지구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서서히 밝혀나가고 있다. 다음 과제 중 하나는 '지구는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이다. 그래서 2014년 4월, JAMSTEC에서 '해양 굴착 과학 연구개발 샌터(ODS: Ocean Drilling Science)'가 설치되어 활동을 시작하였다.

 ODS에서는 해저를 조사하기 위해 세 가지 기술을 조합하여, 지하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자세히 탐색하는 '굴착 정보 과학'이라는 새로운 학문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 첫 번째 기술은 '물리 탐사(geophysical exploration)'이다. 인공적인 '지진파'를 사용해 지층의 경계에서 반사되어 돌아오는 파동을 분석해, 해저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추정하려는 기술이다. 두 번째 기술은 '지큐'를 통한 굴착 기술이고, 세 번째 기술은 '지큐'로 파 올린 코어를 분석하는 일이다. 이들 세 가지 기술을 모두 가지고 있는 연구 기관은 세계 어디에도 아직 없기 때문에, 세계의 과학자들이 주목하고 있다. JAMSTEC의 ODS에서는 '굴착 정보 과학'을 구사해 지구의 역동적인 모습을 정확히 측정해, 지구의 미래의 모습을 예측하려고 한다. 또 '굴착 정보 과학'이 셰일이라는 퇴적암층에서 얻을 셰일 가스의 채굴에도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자원 에너지 업계도 기대를 하고 있다.

4-3. 일곱 번째 대륙의 수수께끼

 또 오스트레일리아 동쪽 지역의 바다를 굴착해 '질란디아(Zealandia)'라는 수몰된 일곱 번째 대륙의 수수께끼를 밝히려고도 한다. 지금의 지구상의 대륙은 '백악기(Cretaceous Period, 중생대의 세 번째이자 마지막에 해당하는 시기)'에 '곤드와나 대륙(Gondwana Continent)'이라는 초대륙이 7개로 분열해 생겼다고 한다. 그런데 이때 질란디아만은 대륙이 얇게 늘어나 퍼져서 물속에 잠겼다고 한다. 질란디아만이 왜 이러한 과정으로 물속에 잠겼는지 굴착 조사를 통해 밝혀지면, 대륙의 형성과 진화의 과정도 밝혀질 것으로 생각된다.

질란디아(Zealandia)

4-4. 맨틀 굴착에 도전한다.

 '지큐'가 처음 내건 목표 가운데 하나는, 지각 밑에 있으며 지구의 약 87%를 차지하고 있는 '맨틀(mantle)'의 굴착이다. 상부 맨틀은 거의 고체인 '감람암(peridotite)'으로 되어 있어서, 지구 내부를 대류하며 표층의 판을 움직이거나 화산 활동을 일으킨다. 사실 맨틀을 굴착하려는 계획은 과거에도 있었다. 1961년 미국에서 아폴로 계획과 함께 제창된 '모홀 계획(Mohole Project)'이다. '모홀(Mohole)'은 지각과 맨틀의 경계라고 여겨지는 '모호로비치치 불연속면(Moho-discontinuity)'에 도달하는 구멍을 연상시키는 신조어로 생긴 말이다. 그러면 맨틀을 굴착하면 무엇을 알 수 있을까? 맨틀은 지구의 대부분을 차지할 뿐만 아니라, 지구 밖에도 넘쳐나는 물질이다. 예컨대 소행성 '이토가와'에서 가져온 물질에는 맨틀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따라서 맨틀을 직접 탐사하여 자세히 조사하면, 지구가 어떻게 생겨났는가를 알아내는 단서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굳이 해저 밑을 굴착하지 않아도 서아시아의 '오만(Oman: 아라비아 반도 남동부에 위치한 국가)'이나 '홋카이도'의 '힛타카 산맥'처럼 육상에서도 감람암을 얻을 수 있긴 하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감람암은 '일반적인 맨틀'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왜냐면 육상에 노출된 감람암은 지표까지 오는 동안 변질되었기 때문이다. 화산암에 섞여 있는 감람암도 발견되지만, 이런 감람암은 마그마 활동이 활발한 장소의 특수한 맨틀일 수도 있다. 그래서 맨틀의 일반적인 성질을 알기 위해서는 가장 일반적인 맨틀을 굴착해야만 한다.

 가장 일반적인 맨틀을 얻기 위해서는 땅속의 맨틀을 실제로 채취해야 하면, 그 장소도 육지가 아니라 해저 밑을 굴착할 필요가 있다. 육지보다 해양 쪽이 지각이 얇아, 짧은 거리를 굴착해도 맨틀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했을 때, 일반적인 맨틀을 파기 위한 후보지는, 마그마의 활동이 활발하지 않고, 수심이 비교적 얕으며, 맨틀이 있는 장소도 그다지 땅속 깊은 곳이 아니어야만 한다. 이 조건을 갖춘 굴착 후보지는 현재로는 '하와이 난바다(Hawaii Ocean)', '코스타리카 난바다(Costa Rica Ocean)', '멕시코 난바다(Mexican Ocean)'가 있다.

모홀 계획(Mohole Projec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