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태계 (Ecosystem)

'고래(Whale)'의 진화

SURPRISER - Tistory 2021. 10. 25. 08:30

0. 목차

  1. 고래는 포유류
  2. 가장 오래된 고래 '파키케투스'
  3. '현생 고래'와 '파키케투스'의 차이
  4. 고래류의 계통 관계
  5. 원시 고래류
  6. 화석의 공백 기간

1. 고래는 포유류

 고래는 물고기처럼 바다에 살고, 물고기처럼 유선형 체형을 가지고 있지만, 이 동물은 엄연히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며 새끼를 자궁에서 기르는 '포유류'이다. 현생의 모든 포유류의 조상을 더듬어 올라가면, 공룡 시대의 작은 육상 동물에 이른다. 사실 공룡 시대에 바다였던 지층에서는 바다 포유류의 화석은 전혀 발견되지 않는다. 그래서 1960년대에 '포유류인 고래의 조상은 육상 동물'이라는 가설이 생겼다.

 그러면 육지에 있던 고래의 조상은 어떻게 바다로 진출했을까? 고래의 조상은 육상 동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단편적인 화석밖에 발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조상의 모습은 오랫동안 불명확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서 고래가 어떻게 바다로 진출해나갔는지 속속 밝혀지고 있다. 연구에 따르면, 가장 오래된 고래는 늑대와 같은 모습을 지닌 동물로, 계통학적으로는 '우제류(하마의 무리)'와 가장 근연이라고 한다.

2. 가장 오래된 고래 '파키케투스'

 '파키케투스(Pakicetus)'는 가장 오래된 고래로, 근년에 급속히 연구가 진행된 동물의 이름이다. 이 동물의 화석은 파키스탄에서 처음 발견되어 '파키케투스'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다. '파피케투스'의 화석이 처음 발견되었을 때에는 바다에서 떨어진 하천에서 발견되어, 처음에는 파키케투스가 하천에서 살아가는 악어처럼 육지와 물에서 반반씩 살아가는 동물이라는 견해가 있었다. 하지만 2001년에 공식 발표된 '전신 골격'에 의해, 늑대와 같은 모습을 지니고 있으며, 사지를 갖추고 그 끝에 발굽까지 붙어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에 따라 파키케투스가 땅 위를 걸어 다녔던 동물이라는 것은 거의 확정되었다.

 파키케투스와 그 무리의 화석이 나오는 곳은 인도와 파키스탄에 분포하는 약 5000만 년 전의 지층에 한정되어 있다. 이 외의 지역에서는 파키케투스의 화석이 발견되지 않았으므로, 고래 조상의 바다 진출은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에서만 이루어졌으리라 생각된다.

파키케투스(Pakicetus)

2-1. 히말라야 산맥의 형성

 그러면 '파키케투스(Pakicetus)'의 바다 진출은 왜 인도와 파키스탄 지역에서만 이루어졌을까? 이런 사정에는 '판(Plate)'의 이동과 히말라야 산맥의 형성이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한다.

 파키케투스가 등장하기 약 2억 년 전, 판의 이동에 따라 대륙이 한곳에 모여 초대륙 '판게아(Pangaea)'가 형성되어 있었다. 판게아가 분열되기 시작하자, 인도 아대륙은 판에 실려 아프리카 대륙에서 분리되어 북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유라시아 대륙과 충돌하고, 그 사이에 있었던 해저와 육지를 밀어올려 현재의 '히말라야 산맥'을 형성했다. 파키케투스가 살던 시대인 약 5000만 년 전에는 인도 아대륙이 북상하다가 유라시아 대륙에 충돌하기 직전인 위치에 있었다.

히말라야 산맥

2-2. 파키케투스는 먹이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 바다로 진출했다.

 '판게아(Pangaea)'가 분열되고 나서 중위도 지역에는 '테티스 해(Tethys Sea)'라는 바다가 동서 방향으로 길게 펴쳐져 있었다. 그런데 '인도 아대륙(Indian Subcontinent)'이 '유라시아 대륙(Eurasian Continent)'에 접근하자, 그 사이에 있던 테티스 해의 해저가 밀려 올려갔다. 그리고 '유라시아 대륙'과 '인도 아대륙' 사이의 '테티스 해'에는 넓고 얕은 여울이 형성되었다.

 일반적으로 얕은 여울에는 햇빛을 받아 플랑크톤이 증식한다. 그리고 그 플랑크톤을 생태계 피라미드의 밑바탕으로 해서 다양한 생물들이 살아간다. '파키케투스(Pakicetus)'로 대표되는 고래의 조상은 이 얕은 여울에 있는 먹이 자원을 획득하기 위해서 바다로 진출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즉, '판(Plate)'의 이동에 따라 만들어진 먹이가 풍부한 이곳이 고래의 조상이 태어날 여건을 갖추었다는 것이다.

파키케투스(Pakicetus)

3. '현생 고래'와 '파키케투스'의 차이

 '현생 고래'와 '파키케투스(Pakicetus)'의 체형은 많이 다르다. 현생 고래는 콧구멍이 머리의 위에 있고, 눈은 옆쪽을 향해 넓은 시야를 볼 수 있다. 앞다리는 지느러미가 되었으며, 뒷다리는 퇴화해 없어졌고, 꼬리 대신 유영하기에 적합한 꼬리지느러미가 있다. 반면, 파키케투스는 길고 뾰족한 입을 가지고 있으며, 그 끝에 콧구멍이 있었다. 다른 많은 육상 포유류와 마찬가지로 목은 길어서 상하좌우로 돌릴 수 있었다. 두 눈은 입체감을 파악하기 쉽게 앞쪽을 향해 있었고, 튼튼한 네 다리와 꼬리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현생 고래와 다른 체형을 가지고 있는 동물을 고래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둘은 체형이 많이 달라 얼핏 같은 계통이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귀로 소리를 듣는 메커니즘'은 같다.

 육상에서 생활하는 포유류는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를 포착한다. 그래서 귀뼈가 얇고 공기의 진동을 받아들이는 '공동(空洞: 물체 속에 아무것도 없이 빈 것 또는 그런 구멍)'을 가지고 있다. 한편, 고래류는 물속에서 생활하므로, 공기의 진동으로 소리를 포착할 수는 없다. 물론, 사람은 물속에서 소리를 들을 수 있지만, 그 소리의 방향을 찾아내기는 상당히 어렵다. 물속에서 소리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물의 진동을 소리로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필요하다. 그래서 고래류가 획득한 것이 '골전도(음파가 두개골에 전도되어 직접 내이에 전달되는 현상)'이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고래는 육상 포유류와는 달리 '두꺼운 귀뼈'를 가지고 있다. 뼈 자체가 두껍고 치밀한 구조로 되어 있어, 그 자체가 소리를 전하기 쉬운 기관이 된 것이다. 이러한 구조는 모든 동물 가운데서 고래류만 가지고 있다. 파키케투스가 비록 체형은 늑대를 닮았지만, 두꺼운 귀뼈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고래 무리'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이쯤에서 의문이 하나 생겼을 것이다. 파키케투스의 귀는 공기 중의 소리를 포착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육지에 살았던 파키케투스는 어떤 방식으로 소리를 들었을까? 이 의문에 대한 가설이 하나 있다. 이 가설에서는 '파키케투스(Pakicetus)'가 긴 아래턱을 지면에 댐으로써, 땅속으로 전해져 오는 발자국 등의 소리의 진동을 턱으로 포착했다고 추측한다. 땅속으로 전해져 오는 진동을 '뼈 진동'으로 '귀뼈' 전달하여 육상에서 소리를 들었다는 것이다. 이처럼 특수한 귀 구조를 지닌 덕분에 고래는 바다로 진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고래류의 귀뼈

4. 고래류의 계통 관계

 고래의 대표적인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대표적인 종들의 계통 관계를 그림으로 그렸다. '파키케투스(Pakicetus)'에서 바실로사우르스까지는 '원시 고래류'라는 화석종으로 지금은 절멸했다.

5. 원시 고래류

5-1. 암불로케투스(Ambulocetus)

 파키케투스가 등장하고 100만 년 정도가 지나면, 고래의 진화는 다음 단계로 넘어간다. 이 단계에서 대표적인 동물은 몸길이가 4m 정도되는 '암불로케투스(Ambulocetus)'인데, 이 동물은 고래의 진화 과정을 풀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파키케투스가 늑대와 비슷하게 생겼다면, 암불로케투스는 악어와 비슷하게 생겼다.

 암불로케투스의 화석은 바다의 퇴적층에서 발견되었으므로, 바다에서 생활했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바다의 물고기를 먹었거나 바닷물을 마셨던 흔적이 없는 개체가 많다.

 모든 포유류는 음식물 속의 물 분자에서 산소 원자를 흡수해 이빨이나 뼈를 만든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산소의 '동위 원소(중성개의 개수가 다른 같은 원소)'에는 '3종(16O, 17O, 18O)'이 있다. 그런데 바닷가에 가까울수록 무거운 산소 원소가 포함된 비율이 높다. 따라서 산소의 '안정동위원소(stable isotope)'의 비를 파악하면, 식물이나 동물이 바다에서 서식했는지 민물에서 서식했는지를 구분할 수 있다. 암불로케투스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많은 개체에서 그 동위 원소의 비율이 바다보다 민물 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이는 암불로케투스의 대부분이 육상 동물을 먹고, 그에 의해서 자신의 이빨이나 뼈를 만들고 있었음을 말하는 것이다.

 '암불로케투스'의 생태는 아마 현생의 악어와 비슷한 것으로 보인다. 암불로케투스는 눈만 수면 위로 내민 상태로 몸을 해안 가까운 여울에 잠수해 있다가, 가까이 육상 동물이 접근하면 순식간에 덮쳐 잡아먹었으리라 생각된다. 또 골격을 분석한 결과, 뒷다리의 발가락이 길고 그 사이에 물갈퀴가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반면, 앞다리의 발가락은 그다지 길지 않았고, 물갈퀴가 없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암불로케투스(Ambulocetus)

5-2. 로도케투스(Rodhocetus)

 '암불로케투스(Ambulocetus)' 이후에는 암불로케투스와 비슷한 외양을 하고 있지만 앞발에도 물갈퀴가 있는 '로도케투스(Rodhocetus)' 등의 고래류가 나타났다. 파키케투스가 등장한 이후 이 단계에 이르기까지 걸린 시간은 약 300만~400만 년 정도 된다. '로도케투스'는 거의 완전히 수생 적응을 한 것으로 생각된다.

로도케투스(Rodhocetus)

5-3. 도루돈, 바실론사우르스

 지금으로부터 약 3900만 년 전에는 '도루돈(Dorudon)'과 '바실로사우루스(Basilosaurus)'라는 유선형 몸매로 바닷속을 유영하는 형태의 고래가 출현했다. 이들은 '꼬리'가 아니라 '꼬리지느러미'를 지녀 바다에서의 이동에 적응하였다.

  이 가운데 4.5m 정도의 몸길이를 가지고 있는 '도루돈'은 골격이 돌고래를 닮았고, 작은 뒷다리가 남아있는 것이 특징이다. '바실로사우루스'는 마치 뱀장어처럼 18m가 넘는 가늘고 긴 체형을 가지고 있는 고래이다.

도루돈(Dorudon)
바실로사우루스(Basilosaurus)

6. 화석의 공백 기간

 '파키케투스(Pakicetus)' 이후부터 '바실로사우르스(Basilosaurus)'까지의 고래는 '원시 고래류'라는 멸종 그룹으로 분류된다. '도루돈'과 '바실로사우루스'는 마지막 원시 고래류다. 현생 고래인 '이빨고래류', '수염고래류'는 유사한 체형을 가진 '도루돈'에서 진화했으리라 생각된다.

 그런데 사실은 '도루돈(Dorudon)'과 현생 고래류를 잇는 화석은 거의 발견되지 않았다. 원시 고래류에서 이빨고래류, 수염고래류로 진화하는 기간에 해당하는 약 3400만 년 전 무렵은 전 지구적으로 해수면이 내려간 시기이다. 그래서 이 시기는 전 지구적으로 지층이 깎여 나가는 경우가 많아, 화석을 발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