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미래학 (Futurology)

포스트 휴먼(Post Human)

SURPRISER - Tistory 2021. 10. 6. 03:52

 '생명(Life)'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놀랍게도 생명의 정의는 명확하지 않아 여전히 논쟁이 되는 주제다. 누구나 쉽게 '생명'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지만 정확하게 정의하기는 매우 어렵다. 예를 들어 생명의 조건 중 하나로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포함시키면 미래에 만날 지능형 기계와 외계인을 생명에 포함시킬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생명에 대한 더 포괄적인 정의가 필요하다. 물리학적인 관점에서 포괄적인 정의를 적용하면, 우리는 '생명'을 '자신의 복잡성을 유지하고 복제할 수 있는 과정'이라고 매우 넓게 정의해 볼 수 있다.

0. 목차

  1. 복잡화
  2. 생명의 탄생
  3. 생명의 세 단계
  4. 세 가지 혁명
  5. 포스트 휴먼(Post Human)
  6. 궁극적 목적

1. 복잡화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에 의하면, 우주의 모든 것은 '파동(Wave)'이고 '파동'은 '정보(Information)'다. 즉, '우주(Universe)'의 모든 것은 '정보'다. 그리고 우리 우주는 이 정보를 복잡하게 만드는 '물리 법칙'을 내재하고 있다. '생명(Life)' 또한 '우주'의 일부인 생명 또한 '정보를 저장하는 매개체'이다. 생명은 점점 다양성을 늘리고 복잡해지기 위해 정보를 복제하는 과정에서 물질을 이용하게 된다. '박테리아(Bacteria)' 같은 경우를 생각해 보자. 박테리아는 복제될 때 새로운 원자가 창조되지는 않지만, 원자 조합의 배열을 통해 정보가 복제될 수 있다. 인간 같은 경우에는 DNA에 담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유기체(Organism)'를 이용한다. 그런데 생명은 왜 점점 더 복잡해지려고 하는 걸까? 환경에 대한 정확한 정보가 바탕이 되어야 생존에 유리해지기 때문이다. 즉, 우주의 환경이 점점 더 복잡해졌기 때문에, 그만큼 주변 환경을 더 많이 인지하고 더 복잡한 행동 전략을 취하기 위함이다.

2. 생명의 탄생

 '빅뱅(Big Bang)'이 일어난 직후, 우리 우주는 극도로 균일하고 단조로운 상태였다. 하지만 '베르너 하이젠베르크(Werner Karl Heisenberg)'의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에 따르면 어느 것도 완벽하게 균일할 수가 없다. 이런 물리법칙은 초기 우주의 한 지점에서 에너지양이 일시적으로 변하는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 양자 요동으로 인해 생긴 희미한 음파 때문에 한 지점의 밀도가 아주 약간 높아졌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우주는 점점 더 복잡해지고 뜨거워졌다. 뜨거워진 우주는 다시 식기 시작했고 입자들은 복잡한 것들과 결합하기 시작했다. '쿼크(Quark)'는 '핵력(Nuclear Force)'으로 엮이면서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양성자는 핵융합 반응을 일으켜 '헬륨 원자핵'도 만들어냈다. 전자기력은 '원자핵(Nucleus)'과 '전자(Electron)'를 묶기 시작했고, 마침내 첫 번째 원자를 만들어냈다. 다시 우주의 팽창으로 인해 원자들은 식었고, 이후 가스 상태로 존재하는 기간이 약 1억 년 동안 지속되었다. 이후에는 원자들이 중력으로 서로를 끌어당기기 시작했고, 1세대 별들을 탄생시켰다. 1세대 별들이 죽은 후 생긴 원자들은 다시 태양을 비롯한 2세대 별들을 형성하였다. 그리고 태양이 만들어지고 남은 물질들은 수성, 금성, 지구와 같은 행성들을 만들었다.

 지구는 운이 좋게도 '골디락스 존(Habitable Zone;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을 형성하기에 적합한 태양과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었다. 덕분에 수소와 산소는 물이 될 수 있었고, 지구는 생명체가 살아가기에 적합한 상태를 갖출 수 있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점점 복잡해지던 원자들이 자가복제가 가능한 분자 형태로 조합되는 일이 일어났다. 바로 'DNA(Deoxyribonucleic Acid)'가 형성된 것이다. 개체는 복제에 복제를 거듭하였고, 개체의 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자신의 복잡성을 유지하고 복제할 수 있는 개체' 즉,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생명(Life)'이 탄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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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생명의 세 단계

 생명은 복잡성을 증가시키기 위해 진화한다. 우리는 진화를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진화의 단계를 특성에 따라 구분해 볼 수 있다. 여러 관점으로 볼 수 있겠지만, MIT의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1967~)'는 진화가 일어나는 방식에 근거해 진화의 단계를 설명한다. 그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진화가 일어나는 방식에 주목하였고, 진화의 단계를 다음과 같이 세 단계로 구분하였다.

물리학자 '맥스 테그마크(Max Tegmark)'

3-1. 라이프1.0 (Life 1.0)

 약 40억 년 전에 생겨난 이 생명은 정보의 복잡성을 보존하기 위해 감각기관을 통해 환경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대응하기 시작하였다. 이를 테면 박테리아 같은 경우, 당도를 측정하는 센서와 높은 당도가 있는 곳으로 헤엄치기 위해 편모를 활용한 간단한 알고리즘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자연선택에 의해 여러 세대에 걸쳐 학습된 정보가 DNA에 기록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학습은 단일 세대 동안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세대 동안 시행착오를 통해 기록된 정보다. 때문에 스스로 자신의 소프트웨어를 설계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다. '맥스 테그마크'는 이처럼 생존과 복제는 가능하지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스스로 설계하지 못하는 생명을 '라이프 1.0(Life 1.0)'으로 분류하였다. 지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생명체가 대부분 이 단계의 생명에 해당한다.

3-2. 라이프 2.0 (Life 2.0)

 '라이프 2.0(Life 2.0)'의 생명은 하드웨어는 자연적 진화에 발목이 잡혀있지만, 소프트웨어는 많은 부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역량을 가진 생명이다. 현재 인류가 라이프 2.0의 생명에 속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성형 수술을 하거나 임플란트를 통해 하드웨어를 개선시키기도 하니까, 조금 더 정확히는 라이프 2.0~2.1 사이에 속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라이프 2.0의 생명은 소프트웨어를 바꿀 수 있는 학습능력을 갖추고 있어, 곧바로 주변 상황에 적응할 수 있다.

 인간의 DNA는 아주 오랜 세대를 걸쳐 조금씩만 변화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 뇌에 들어있는 정보들은 아주 빠른 속도로 바꿔나갈 수 있다. 예컨대, 인간은 다른 사람의 뇌에 있는 정보를 대화나 책 등을 통해 쉽게 복사할 수 있어, 소프트웨어 부분에서 유연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소프트웨어의 변화 속도만 좋아진 것이 아니다. 인간은 뇌의 용량이 급격히 커져 정보 저장의 양에서도 이점을 확보할 수 있었다. DNA에는 약 1GB의 정보의 양을 저장할 수 있었지만, 우리 뇌에 있는 뉴런의 시냅스 연결은 훨씬 많은 양의 정보를 실을 수 있었다. 뇌세포와 뇌 부위가 유동적으로 변하는 것을 '뇌 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고 하는데, 인류는 이러한 특성을 이용해 뇌 속의 정보를 원하는 데로 저장하고 바꾸어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인류는 뇌 가소성 덕분에 소프트웨어의 많은 부분을 스스로 설계할 수 있는 수준에 오르게 되었다. '문명(Civilization)'이 발달함에 따라 뇌 속의 소프트웨어를 정교화하고 고도화시킨 것이다.

3-3. 라이프 3.0 (Life 3.0)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모두 직접 설계할 수 있는 단계의 생명은 '라이프 3.0(Life 3.0)'에 해당한다. 즉, 자연적 진화의 족쇄에서 완전히 벗어난 단계의 생명을 말하는 것이다. 현재 인류는 기하급수적으로 기술의 발전을 이끌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러 한계를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라이프 2.0의 단계에 있는 인류는 우주선 없이 우주로 나가거나, 적외선을 통해 본다거나, 세상의 모든 과학 이론을 이해하기도 어렵고, 1억 년 이상 살기조차 힘들며, 키를 10배 이상 늘리는 것도 불가능하다. 결국 생명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 모든 잠재력을 다 깨우려면, 라이프 3.0에 진입해야만 한다. 다행히도 인류는 급격하게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고 우리의 신체를 완전히 재설계할 수 있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인간의 지능은 우리 자신의 지능이나 신체의 능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필요한 임계점을 충분히 넘어선 것이다.

4. 세 가지 혁명

 21세기부터는 이 3가지 분야가 크게 주목받을 것인데 이 기술들은 신체를 재설계하기 위한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 바로 '생명공학 기술(Bio Technology)'과 '나노 기술(Nano Technology)' 그리고 '로보틱스 기술(Robotics Technology)'이 그것이다. 이 3가지 기술은 '생명공학 기술(BT)', '나노 기술(NT)', '로보틱스 기술(RT)' 순으로 영향을 끼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세 가지 기술에서 혁명이 독립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아니고, 서로 영향을 끼치면서 중첩되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인류은 이미 '유전자 가위(Gene Scissor)' 같은 '생물학적 기술'들을 확보했고, 이러한 기술들을 꾸준히 발전시키고 있다. 이런 생물학적 기술이 정교화되고 무르익기 시작하면 어느새 생물학 자체의 한계를 깨닫게 될 것이다. 이러한 생물학의 한계를 극복하게 해 줄 기술은 바로 '나노 기술(Nano Technology)'이다. '나노 기술'은 분자 단위의 수준에서 우리의 몸과 세상을 정교하게 재설계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하지만 나노 기술 또한 한계에 부딪힐 것이다. 결국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또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게 될 것인데, 우리는 그 해답을 '로보틱스 기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5. 포스트 휴먼(Post Human)

 지금부터는 앞으로의 인류가 새로운 인체를 어떻게 설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할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신체 재설계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것인데, 우리는 이를 통해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더 우월한 인간 즉, '트랜스 휴먼(Trans Human)'이나 '포스트 휴먼(Post Human)'으로 불리는 존재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5-1. 수명연장

 '불로장생(不老長生)'은 인류의 원초적 관심사였지만 닿을 수 없는 꿈으로 치부되어 왔다. 하지만 21세기의 인류에게 영생은 닿을 수 있는 꿈일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미 인류는 사실상 노화 현상을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노화를 제어하기 위한 핵심적 지식들을 모두 확보하였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지식들을 잘 통합하기만 하면 건강하고 젊은 몸으로 되돌아갈 수 있다. 이미 과학자들은 동물실험에서 노화를 역전시켜 '회춘한 쥐'를 만드는 데 성공하였고, 이제 이를 인간에게 적용하기만 하면 되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의 몸은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우리는 아끼는 자동차를 잘 관리하고 손상된 곳을 수리하고 때로는 망가진 곳을 교체한다면 자동차의 수명을 거의 무한대에 가깝게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의 몸과 정신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꾸준한 관리를 통해 수명을 무한정 늘릴 수 있을 것이다. 심지어 우리는 까다로운 관리조차 필요 없을지도 모른다. 생물학의 설계도인 유전 정보 자체를 바꿔버려 복구 능력이 뛰어난 신체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유전공학을 이용하여 무한정, 아니면 적어도 10만 년 정도 생존하는 일이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물론 수명연장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보수적인 과학자들이 아직까지도 많이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이들은 노화는 엔트로피 법칙에 기인하기 때문에 노화를 절대 극복할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일까? 노화라는 것은 '엔트로피(Entropy)'의 증가이기 때문에 무질서로 나아가는 정보 상실이라는 것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생물은 '닫힌 계(Closed System)'가 아니다. 따라서 우리 자신을 이루는 '정보(information)'를 보존할 수 있고, 우주의 어딘가에서 에너지를 흡수할 수 있는 한 인류는 영원히 불멸할 수 있다.

5-2. 체세포 치료

 '체세포 치료(Somatic Cell Therapy)'란 기존의 세포핵에 새로운 DNA를 주입하여 다 큰 성인의 유전자를 변화시키는 기술이다. 그야말로 생명공학 분야의 꽃이라고 불릴만한 분야다. 우리는 이러한 방법으로 회춘하는 것은 물론 좋은 유전자를 도입시킬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오스타틴(Myostatin)' 유전자를 제거하여 근육질 몸으로 개선하거나 '형광 단백질 유전자'를 도입하여 특유의 형광빛이 나는 인간을 만들 수 있다. 훨씬 더 충격적이게 혹은 더 멋지게 바꿔나갈 수도 있지만, 그것은 여러분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유전자를 세포 핵 안에 주입하는 방법 중에는 물리적으로 직접 찔러 넣는 '미세주입법'이 있다. 그런데 이 방법으로 뇌세포같이 작은 특정 세포에는 힘든 경우가 있다. 그래서 DNA를 운반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이 연구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유전물질을 인간의 세포에 집어넣는 방법을 획득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이 바이러스를 사용하면, 새로운 DNA를 손쉽게 세포 핵에 주입할 수 있다. 물론 인류는 바이러스와 DNA를 합성해내는 기술도 이미 보유하고 있다.

5-3. 체세포 공학

 '체세포 공학'은 '교차분화(Transdifferentiation)' 기술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줄기세포가 아닌 세포를 다른 형태의 세포로 재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예를 들면 이 기술을 사용하여 간세포를 췌장세포로 발달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개체 내에 있는 세포들은 동일한 DNA를 가지고 있지만 RNA나 '펩티드(Peptide)' 같은 신호 전달 단백질들은 차이가 있다. 이를 잘 조작하면 유전자 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이 기술을 사용하면 면역거부반응이 없고, 개인의 유전 정보를 보존한 새로운 장기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기술은 줄기세포 기술과는 달리 윤리적인 문제도 생기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실 궁극의 줄기세포로 여겨지는 '유도만능줄기세포(iPS 세포)'를 만드는 기술이 이미 나와있다. '유도만능줄기세포(iPS세포)' 기술을 사용하면 이미 분화된 자신의 피부세포로 자신이 원하는 부위의 세포로 재분화시킬 수 있다.

5-4. 분자 조립 장치(Replicator)

 생명공학 기술이 어느 정도 무르익고 생물학의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는 수준에 다다르면, 생명공학 기술의 한계 또한 명백해질 것이다. 이러한 생명공학 혁명의 한계는 나노기술로 극복할 터인데, 나노혁명의 중심에는 '나노봇'이라는 존재가 있다. '나노봇(Nanobot)'이란 나노 기술과 로봇 기술의 접합으로 등장한 극소 단위의 로봇으로 10억 분의 1미터 단위의 크기를 가진 기계를 말한다. 나노기술의 창시자인 '에릭 드렉슬러(Eric Drexler, 1955~)'는 1980년대 중반에 나노봇의 일종인 '분자 조립 장치(Replicator)'라는 개념을 제시하였다. 재료만 있으면 이 '분자 조립 장치'로 세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들을 다 만들 수 있다. 일종의 나노 단위의 3D 프린터와 같은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는 '분자 조립 장치'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보수적인 과학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들의 말대로 '분자 조립 장치(Replicator)'를 만드는 것이 정말 불가능할까? 분자 조립자가 가능하다는 증거는 이미 자연에 존재한다. '분자 조립 장치'가 가능하다는 가장 확실한 증거는 '효소(Enzyme)'와 세포소기관 중 하나인 '리보솜(Ribosome)'의 존재다.

 '리보솜(Robosome)'은 DNA 가닥에 기록된 정보를 바탕으로 원하는 우리의 몸을 이루는 단백질을 만들어내는 세포소기관이다. 우리가 이 리보솜의 정보 처리 과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분자 조립 장치' 설계에 유용한 아이디어도 많이 얻을 수 있을 것이며, 이 '분자 조립자'를 제조업에 적용한다면 물건을 만드는 단가도 혁명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산된 물건의 가격은 물건의 설계도를 지니고 있는 정보의 가격과 재료값에 수렴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정보(Information)'는 무제한으로 복사할 수 있어, 정보의 가격은 궁극적으로 공짜가 될 것이므로 결국엔 재료값만 필요하게 될 것이다.

5-5. 세포핵 업그레이드 하기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은 나노기술이 무르익으면, 세포 핵 속의 유전정보를 나노기술로 만든 물질과 바꿔치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우리는 세포 속의 DNA를 유전자 발현 프로그램과 유전 암호를 저장한 '나노컴퓨터(Nano Computer)'로 교체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리보솜은 아미노산 사슬을 만들어내는 '나노 조립 장치(Replicator)'로 교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세포핵 속의 나노컴퓨터는 무선 통신으로 외부와 연결되어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고, 나노컴퓨터를 원하는대로 제어할 수도 있을 것이다. 리보솜의 아미노산 제조 능력은 아주 뛰어나기 때문에, '나노 조립 장치'는 '리보솜'의 일부를 가져다가 사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와 같이 나노기술을 통해 생명의 유전 정보까지 재구성할 수 있게 되면, 우리는 원치 않는 복제 활동을 중단시킬 수도 있다. 그러면 결국 이때까지 남아있던 각종 질병들조차 깔끔히 해결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생명은 업그레이드된 세포를 통해 본질적인 생물학의 한계조차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이다.

나노봇(Nanobot)

5-6. 소화계 재설계하기

 완벽한 조성의 영양 공급과 지나친 수준의 칼로리 흡수를 막을 수 있다면 우리는 최적의 건강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지방의 축적을 통제하는 '지방세포 인슐린 수용체(FIR)' 유전자를 발현하지 못하게 하면, 음식을 훨씬 많이 먹어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게 만들 수 있다. 이 유전자를 발현하지 못하게 하면 수명도 늘고 심장병과 당뇨병의 가능성도 줄어든다는 것이 동물 실험 결과 확인되었다.

 우리는 대사과정을 재편하기 위해 소화기에 혈류에 '나노봇(Nanobot)'을 투입할 수도 있는데, 이 나노봇은 필요한 영양소를 정확히 계산해서 영양소와 보충제를 주문할 수 있도록 설계할 수 있다. 과잉된 영양소를 제거하기 위한 신호를 외부의 스마트폰으로 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에는 이러한 영양소들을 공급하는 것은 영양 성분의 가격이 매우 저렴해져서 비용적인 문제도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대사 나노봇들은 영양소를 혈관의 원하는 곳까지 운반해 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이러한 기술이 좀 더 발전하면 벨트나 속옷을 입으면 영양소를 실은 나노봇들이 피부나 몸의 구멍 등을 통해 영양을 공급하는 일 또한 가능해질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굳이 번거롭게 음식물을 섭취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먹는 것은 필요없어지므로 식사는 쾌락의 즐거움으로 남게 될 터이므로, 이러한 상태에서는 음식물이 들어가도 흡수되지 못하도록 바꾸는 게 좋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되면 배설 방법 또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문제는 청소 나노봇들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 결국 신장 같은 불순물을 걸러내는 대부분의 장기들도 필요 없어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나노봇을 이용한 소화계는 처음에 소화를 조금 도와주는 정도로 사용 되겠지만, 결국에는 나노봇에 의한 소화계로 완전히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생각이 너무나도 황당무계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노 기계들을 혈관 속에 집어넣기 위한 노력은 이미 예전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한 진정성 있는 연구도 계속 진행되고 있고, 조금씩 실현화될 조짐도 보이고 있다.

5-7. 혈액 프로그래밍하기

 나노 기술학자인 '로버트 프레이타스(Robert Freitas, 1952~)'는 나노기술을 바탕으로 최적의 성능을 내기 위한 '적혈구(Erythrocyte)', '혈소판(Blood Platelet)', '백혈구(Leukocyte)'를 재설계하였다.

  1. 인공 적혈구: 대부분의 생물들이 그렇듯이 현재 인간의 적혈구는 산소를 운반하는 임무를 그다지 효율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나노기술로 설계한 '인공 호흡세포'를 사용하면 숨을 들이마시지 않고도 몇 시간 동안 버틸 수 있다.  이미 '뉴 멕시코대학교(University of New Mexico)'와 '중국 남방 공대' 연구팀은 실제 적혈구 기능을 하는 합성 적혈구 개발에 성공하였다. 합성 적혈구는 산소뿐만 아니라 항암제 등 다른 물질들도 운반할 수도 있다고 한다.
  2. 인공 혈소판: '로버트 프레이타스'는 인공 혈소판도 구상하였는데, 이 혈소판은 기존의 혈소판보다 천 배 이상 빠르게 항상성을 유지할 수 있다.
  3. 인공 백혈구: 백혈구를 대체할 수 있는 '미생물 포식자 세포'라는 나노봇도 구상되어 있다. 이 '미생물 포식자 세포'는 기존의 항생 물질보다 수백 배 빠르게 감염 물질을 파괴하는 소프트웨어를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바이러스, 균류 감염, 박테리아는 물론 암에도 적용 가능할 것이며, 내성이 생기는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5-8. 포글릿(Foglets)

 'J. 스토르스 홀(J. Storrs Hall)은 '포글릿(Foglets)'이라는 나노봇을 설계할 것을 제안하였다. '포글릿'의 특징 중 하나는 자기들끼리 결합하여 다양한 구조를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포글릿은 한 곳에 안개처럼 풍성히 모여있을 때 소리와 빛을 통제할 수 있는데, 이러한 방식으로 인간에게 다양한 시각과 청각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 즉, '포글릿(Foglets)'을 사용하면 '신경계(Nervous System)'를 건드리지 않고서, 신체 외부에서 '가상현실(Virtual Reality)'을 창조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포글릿을 사용하면 신체 내부에서 인체를 자유 자재로 형성할 수도 있다. 우리는 미래에 포글릿을 사용하여 성형수술 없이도 원하는 체형과 원하는 외모를 가질 수 있게 될 것이다.

5-9. 심장과 폐 없애기

 '로버트 프레이타스(Robert Freitas, 1952~)'의 나노봇 설계안 중에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는 혈구 나노봇들이 있다. 피가 저절로 흐를 수 있다면 펌프 역할을 하는 '심장(Heart)'은 필요 없을 것이다. '인공호흡 세포'가 놀라운 산화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다면 나노봇들이 산화와 동시에 이산화탄소까지 제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폐(Lung)' 또한 필요 없어질 것이다. 이 나노봇은 처음엔 호흡을 보조하는 용도 정도로만 쓰일 것이다. 하지만 나중에는 숨 쉬는 번거로움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인공 시스템만 남길 원하게 될 것이다. 만약 숨 쉬는 기분이 좋아서 폐를 보존하고 싶은 거라면, 가상 현실 기술을 통해 숨쉬는 상쾌한 기분을 느낄 수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시간이 더 지나면 각종 화합물이나 호르몬, 효소들을 만드는 기관들조차 필요없어질 것이다. 이러한 물질들은 생화학적으로 합성될 수 있고 이런 호르몬을 만드는 장기도 인공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어쨋든 생물학적 장기의 대부분은 쓸모 없어질 것이고 그 자리는 나노봇 시스템을 위한 자원들이 자리 잡게 될 것이다. 결국 심장과 폐를 넘어 대부분의 장기들이 필요 없어질 것이고, 우리에게 남는 것은 피부와 골격, 성기, 감각기관, 입과 식도 윗부분, 뇌 정도일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는 나노봇들 동원해 수술 없이 뼈대를 강화하거나 새 뼈대로 교체할 수도 있다. 나노기술을 이용해 더 질기거나 열에 더 강한 기능을 가진 '스마트 피부(Smart Skin)'로 교체하는 것은 물론 우리가 원하는 기능을 넣은 신체로 업그레이드하는 일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우리는 인체를 재설계하다 보면 뇌까지 새로 만들게 될 것이다. 지금도 뇌에 이식할 수 있는 부분은 계속 늘어나고 있다.

5-10. 뇌 기계로 교체하기

 나노기술이 인류의 삶에 심대한 변화를 가져올 만큼 엄청나게 혁신적인 것임은 분명하지만 나노 기술이 본질적으로 지능적인 것은 아니다. 나노 혁명이 일어난 후에 다가올' 로보틱스 혁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본질적으로 지능적인 '강한 'AI' 혹은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될 것이다. 로보틱스는 '강한 AI 혹은 초지능'이 세상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필요한 물리적 실체라 할 수 있다.

 비생물학적 지능은 연산·기억·통신·자원을 나누는 데 있어서 생물학적 지능보다 모든 면에서 우월한 면모를 보일 것으로 생각된다. 생물학적 인간들은 언어나 글 등으로 다른 인간들과 지식을 교류하기는 하지만, 기계들이 지식을 공유하는 속도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병렬적 패턴인식이 가능하다는 점 덕분에 여러 작업에 소질을 보이는 것도 사실이지만, 본질적으로 한계점이 명확하다. 결국 우리는 구시대적인 생물학적 뇌를 버리고, 우월한 뇌를 새로 만들어서 지능의 한계를 극복해야만 할 것이다. 덜 지능적인 존재는 결국 뒤쳐지고 도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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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궁극적 목적

 우리 우주의 물리법칙이 생명에게 남긴 단 하나의 목적은 '정보 보존' 즉, 끝까지 살아남고 번영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이런 목적을 이루기 위해 우주에서 가장 강력하고 중요한 힘인 '지능(Intelligence)'을 정복하고 융합해야 할 터인데, 이 변화는 우주의 모든 문명이 맞이하는 혁명 중 가장 심대하고 심오한 일이 될 것이다. 문명의 모든 산물은 지능으로부터 나온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의 가능성을 상상하기 조차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류가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고 불멸이 가능한 첫 세대라는 점을 깨달으면 삶을 대하는 태도 또한 많이 바뀌게 될 것이다. 우리들은 앞으로 100년만 살아가야 할 존재들이 아니다. 적어도 수백 년, 수천 년은 살 수 있을 것이고 어쩌면 우주의 종말도 초월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제 우리는 눈앞에 닥친 100년만을 바라보며 근시안적인 삶을 살아갈 필요가 없다. 인간은 더 우월해질 것이고, 신에 근접해갈 것이며, 더 큰 가치를 창조하며 살아가게 될 것이다. 우리의 삶이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어떠한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을 이유가 없다는 것 또한 깨닫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