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왜 '직관'을 버리기 어려울까?

SURPRISER - Tistory 2023. 5. 11. 17:45

0. 목차

  1. '지식 강화'와 '개념 변화'
  2. '과학적 지식'은 '직관'을 대체할 수 있는가?
  3. 끈질긴 직관의 '행동 차원적 증거'
  4. 끈질긴 직관의 '신경학적 증거'
  5. '과학-직관의 갈등'은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6. '과학적 지식'을 습득한 후에도 '직관'이 끈질기게 남아 있는 이유

1. '지식 강화'와 '개념 변화'

 과학적 발견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기존의 패러다임의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는 발견'이고, 다른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용해야 하는 발견'이다. '해왕성의 발견'과 '태양중심설의 발견'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생각해 보자. 천왕성의 운행을 교란하는 원인을 추적하던 과정에서, 해왕성은 발견되기 수십 년 전부터 그 존재가 예견되었다. 19세기 천문학자들은 이미 존재를 확인한 7개의 행성과 기본적으로 동일한 특성을 보인 8번째 행성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1846년에 와서 결국 발견된 해왕성은 기존에 천문학자들이 세웠던 태양계 모델과 잘 맞아떨어졌다. 그러나 태양계 모델을 만드는 과정 자체는 쉽지 않았다. '태양중심설'을 인정하기 전까지 천문학자들은 대개 '지구중심설'을 지지했다. '지구중심설'은 비단 우주의 중심을 무엇으로 보는가만이 아니라, '행성들을 보는 관점'과 항성들을 보는 관점', '행성의 움직임을 설명하는 방식'에 있어서 태양중심설 모델과 달랐다. 따라서 태양을 행성 운동의 중심으로 인정하려면 당시의 가장 근본적인 천문학적 전제들을 수정해야만 했다.

 과학을 학습하는 과정에도 두 가지 형태가 있다. 하나는 기존의 개념틀 안에서 성취하는 학습으로 심리학자들은 이를 '지식 강화(Knowledge Enrichment)'라고 하며, 다른 하나는 완전히 새로운 개념을 적용해야 하는 학습으로 '개념 변화(Conceptual Change)'라고 한다. 어느 분야이건 두 가지 형태의 학습이 모두 이루어지지만, '지식 강화'가 '개념 변화'에 비해 훨씬 일반적이고 용이하다. 천문학에서, 행성의 이름과 위치를 학습하는 것은 '지식 강화'이지만, 행성이 항성 주변을 회전하는 이유나 행성 운동이 조수나 계절 같은 현상을 유발하는 원리를 습득하는 것은 '개념 강화'에 해당한다. 물리학에서, 빛의 속도나 중력가속도 같은 물리상수의 값을 학습하는 것은 '지식 강화'인 반면, 모든 물체가 동일한 가속도로 떨어지는 이유나 힘·속도와 가속도 사이에 존재하는 상관관계를 학습하는 것은 '개념 변화'이다. 생물학에서, 생소한 유기체들의 형질을 학습하는 것은 '지식 강화'인 반면, 유기체들이 공통 조상에 의해 연결되는 방식 또는 자연선택으로 형질이 나타나게 되는 원리를 학습하는 것은 '개념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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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과학적 지식'은 '직관'을 대체할 수 있는가?

 '개념 변화'는 지식의 재구성을 요구하기 때문에, 어떤 분야에서 일단 재구성을 완료하고 나면 기존 개념은 더 이상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오랜 통념이었다. 집을 개조하면 이전의 설계도면이 폐기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지식을 재구성하면 기존에 고착되어 있던 직관은 사라진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개념변화'는 그런 결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연구 결과가 점점 더 많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기존 지식은 사라지기보다는 '개념 변화'로 얻은 새로운 지식과 혼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한 분야의 새로운 과학적 지식은 더 오래되고 더 직관적인 기존의 지식을 대체하는 게 아니라 공존한다. 달리 말하면, 광범위한 과학교육을 받은 성인들이라 하더라도 수년 전에 이미 그들이 분명히 폐기했던 직관들, 가령 '고래는 어류다', '코트는 열을 발생시킨다.', '바람은 살아 있다.', '공기는 무게가 없다.',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와 같은 직관들은 여전히 떨쳐내지 못한 듯 보인다는 의미이다. 이전에는 그런 직관들이 취학 전 아동들에게서만 나타난다고 보고되었으나, 새로운 연구 방법을 적용한 후로는 과학적 지식이 있는 성인들 사이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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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끈질긴 직관의 '행동 차원적 증거'

3-1. 평생 존재하는 '물활론적 직관'

 과학과 직관의 공존에 대한 최고의 연구사례 중 하나는 '살아 있는 것'과 '살아 있지 않은 것'의 개념에 관한 연구이다. 연구에 따르면 '아동', '시간의 압박에 놓인 성인', '영구적 인지기능장애를 겪는 성인'들 모두에게 '물활론적 직관'이 나타난다.

 '장 피아제(Jean Piaget)'에서 시작된 발달심리학의 학자들이 오랜 기간 관찰한 바에 따르면, 아동들은 생명을 활동성과 통합하여 인지한다. 아동들은 '태양'이나 '바람'처럼 생물은 아니지만 움직임이 있는 실체에 '생명이 있다'고 생각하는 반면, '꽃'이나 '나무'처럼 생물이지만 비교적 움직임이 없는 실체에는 '생명이 없다'고 생각한다. 8살이 되면 대개 이러한 인지 양식은 좀 더 생물학적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인지 양식으로 대체되는데, 그때부터 생명은 움직임이 아닌 '대사 과정(Matabolic Process)'에 의해 규정된다. 현대의 모든 문화권에서 성인들의 생물학적 현상을 이해할 때 기본이 되는 '생명의 개념'은 상호 연관된 대사기능에 의한 최종산물로서의 생명을 의미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시간제한을 둔 상태'에서 실험해 보면, 성인 역시 아동과 다르지 않은 생명의 개념을 나타낸다. 심리학자인 '로버트 골드스타인(Robert Goldstein)'과 '샤론 톰슨쉴(Sharon Thompson-Schill)'은 성인들을 대상으로 '동물(돼지, 뱀 등)', '식물(난초, 느릅나무 등)', '무생물이지만 움직임이 있는 대상(혜성 강 등)', '무생물이고 움직임이 없는 대상(빗자루, 수건 등)'과 같은 다양한 실체를 보여주곡 생물인지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는 실험을 수행했다. 실험 결과 성인들도 아동들처럼 동물이나 움직임이 없는 대상보다는 '식물'이나 '움직임이 있는 대상'을 판단할 때 실수를 저지를 확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식물과 움직임이 있는 대상을 생물이라고 옳게 판단한 성인들의 경우에도, 동물과 움직임이 없는 대상을 판단할 때보다 판단에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물활론적 직관'은 '시간의 압박에 놓인 성인'들뿐만 아니라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영구적 인지기능장애를 겪는 성인들에게서도 나타난다. 심리학자인 '데버라 자이치크(Deborah Zaitchik)'와 '그레그 솔로몬(Gregg Solomon)'은 최근 논문을 통해,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서 다양한 형태의 '물활론(Hylozoism)'적 사고가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살아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물어보면, 먹기·숨쉬기·광합성처럼 순수한 '생물학적 속성'보다는 '움직임'을 생명의 전제조건으로 대답할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건강한 노인들의 경우에는 '움직임'보다 '생물학적 속성'을 언급할 가능성이 높다.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살아 있는 것의 예를 들어보라고 하면, 대부분 동물은 언급하고 식물은 언급하지 않는다. 반대로 건강한 노인들은 대부분 동물과 식물을 모두 언급한다. 그리고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어떤 개체를 보여주고 생물인지를 판단해달라고 하면, 아동들과 마찬가지로 태양이나 바람은 살아있다고 생각하고 꽃이나 나무는 살아있지 않다고 판단하는 실수를 저지르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경향은 심지어 시간의 압박이 없는 경우에도 마찬가지였다. 반대로 건강한 노인들은 일관성 있게 생물학적 지식에 바탕을 둔 판단 양식을 보인다. '물활론적 직관'은 수십 년간 억제된 채로 과학적인 생명 개념과 공존하다가, 알츠하이머병으로 인지장애가 초래되면서 다시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

3-2. 평생 존재하는 '목적론적 직관'

 추론 방법에서도 비슷한 발견이 보고되었다. '목적론적 설명'은 어떤 개체의 존재 이유를 그것의 설계 혹은 목적에 근거해 설명하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신장'의 존재 이유에 대한 목적론적 설명은 신장이 피를 걸러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목적론적 설명'에 대치되는 의견으로는 '기계론적 설명'이 있다. '기계론적 설명'에 따르면 신장이 존재하는 이유는 '신장'을 지닌 고생물이 신장이 없는 고생물들보다 종족을 더 많이 보존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 '데버라 켈레먼(Deborah Kelemen)'은 수많은 연구를 통해 보여준 바에 따르면, 아동들은 성인들보다 '목적론적 설명'이 좀 더 혼재되어 있다고 한다. 아동이나 성인 모두 인간이 만든 물건이나 생물학적 기관에 관해 '목적론적 설명'을 하지만, 한 생물 개체나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대상에 관해서는 아동들만 '목적론적 설명'을 한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면 좀 더 선택적으로 '목적론적 설명'을 받아들이게 한다. 시간 압박을 준 상태에서 대학 교육을 받은 성인에게 '목적론적 설명'의 수용 여부를 판단하라고 하면, 그들은 '새는 날기 위해서 존재한다.', '구름은 비를 내리기 위해서 존재한다.' 등의 부적절한 설명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즉, 시간의 압박이 없는 상태라면 받아들이지 않을 '목적론적 설명'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알츠하이머 환자들 또한 자연에 대한 '목적론적 설명'을 따른다. 심리학자인 '타니아 롬브로조(Tania Lombrozo)'와 그녀의 동료들은 한 여구에서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목적론적 설명'이 적절한 자연현상과 '목적론적 설명'이 부적절한 자연현상을 다양하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기계론적 설명'과 목적론적 설명'을 모두 제시했다. 그랬더니 건강한 노인들에 비해서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부적절한 '목적론적 설명'을 타당하다고 판단할 확률이 더 높았을 뿐만 아니라 '기계론적 설명'보다 낫다고 생각할 확률도 더 높았다.

3-3. 직관을 완전히 없앨 수는 없다.

 이런 결과를 볼 때 '물활론(Hylozoism)'과 '목적론(Teleology)' 모두 뿌리 깊은 직관의 양식이다. 또한 이러한 직관은 과학적인 세계관에 의해 억제될 수 있을지언정 완전히 없애기는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추측해 볼 수 있다. 그런 직관을 완전히 없앨 수 있었다면, 알츠하이머 환자들이 '물활론'이나 '목적론'의 징후를 나타내지 않았을 것이다. 왜냐하면, 알츠하이머 환자들은 발병 전까지는 과학적인 세계관에 근거해서 60년이 넘는 세월을 경험해 왔을 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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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끈질긴 직관의 '신경학적 증거'

 '과학'과 '직관'의 공존은 행동의 차원에서뿐만 아니라 뇌의 차원에서도 보고되어 왔다.

4-1. '케번 던바'의 실험

 심리학자인 '케빈 나일 던바(Kevin Niall Dunbar)'와 그의 동료들은 '기능성 자기 공명 영상(fMRI: Func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을 이용하여, 대학 교육을 받은 성인들에게 물리학 법칙에 상응하거나 반응하는 동영상을 보여줬을 때 뇌 활동의 패턴이 어떻게 나타나는지를 관찰했다. 물리학에 상응하는 영상으로는 크기가 다른 두 개의 공이 같은 속도로 땅에 떨어지는 장면을 보여주었지만, 물리학에 반하는 영상으로는 큰 공이 작은 공보다 더 빠른 속도로 떨어지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이전의 과학교육 연구 결과에 의하면, '물리학 초심자'들은 큰 공이 작은 공보다 더 빨리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물리학에 반하는 영상은 순수한 직관에 부합하는 반면, 물리학에 상응하는 영상은 직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한편, '물리학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는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더 빨리 떨어진다는 '오개념'을 지녔다는 아무런 행동 증거를 보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한 '물리학 지식이 있는 사람들'은 물리학에 상응하는 영상이 자연스럽고 물리학에 반하는 영상은 부자연스럽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케빈 나일 던바(Kevin Niall Dunbar)'와 그의 동료들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물리학 지식이 있는 사람들'에게서도 물리학에 상응하는 영상을 볼 때도 오류와 모순을 감지하는 뇌의 영역인 '전대상 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이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리학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의 뇌에서는 그에 반대되는 직관을 감지하고 억제하려는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그들에게 여전히 '오개념(어떤 사물이나 현상에 대한 잘못된 지식)'이 남아있다는 신경학적 증거다.

4-1. '패트리스 포트빈'의 실험

 교육학자인 '패트리스 포트빈(Patrice Potvin)'과 그의 유사한 결과를 보고한 바 있다. 한 실험에서 그들은 물리학 전문가들과 초심자들에게 완성 또는 미완성의 전기 회로를 보여주면서, 참가자들에게 회로에 연결된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게 맞는지 판단해달라고 요구했다. 참가자들이 이 과제를 수행하는 동안 fMRI로 그들의 뇌를 촬영했다. 행동적 차원에서 보면 물리학 전문가들은 '옳은 배열(불이 켜진 완성 회로, 불이 안 켜진 미완성 회로)'과 '틀린 배열(불이 안 켜진 완성 회로, 불이 켜진 미완성 회로)'을 완벽하게 구분할 수 있었던 반면, 물리학 초심자들은 모두 회로의 완성 여부에 상관없이 '전구'가 배터리'에 연결되어야 불이 켜지리라는 오개념을 지니고 있었다. 전문가들에게서는 그런 오개념의 증거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fMRI 데이터를 보면 얘기가 달랐다. 과학적으로 틀린 배열의 회로를 평가할 때, 물리학 전문가들은 초심자들보다 '전대상 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을 비롯하여 모순을 감지하는 영역이 매우 높게 활성화되는 모습을 나타냈다. 즉 '물리학 전문가'들의 경우에는 초심자와는 달리 겉으로는 오개념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뇌에는 오개념의 흔적이 남아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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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과학-직관의 갈등'은 전 분야에 걸쳐 나타난다.

 '애드류 슐먼(Andrew Shtulman)' 연구실의 조사에 따르면, 과학과 직관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은 위에서 언급한 몇 가지 오개념, 즉 '생명과 활동성을 같게 보는 생각', '자연의 모든 것이 어떤 목적을 위해 존재한다는 생각', '무거운 물체가 가벼운 물체보다 빨리 떨어진다는 생각', '단선 회로만으로 불이 켜진다는 생각' 등의 오개념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학습이 개념의 변화를 수반하는 모든 지식 영역에서 그런 긴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런 긴장을 관찰하기 위해 연구팀은 참가자에게 두 가지 유형의 과학적 진술을 최대한 빨리 확인하도록 요구하는 과제를 시행했다. 연구팀이 제시한 과학적 진술의 한 가지 유형은 '직관에 부합하는 진술'이며, 다른 유형은 동일한 개념을 포함하지만 '직관에 부합하지 않는 진술'이었다. '직관에 부합하는 진술'로는 '달은 지구를 돈다', '열은 물체의 온도를 상승시킨다', '눈의 색을 결정하는 유전 암호는 눈에서 발견될 수 있다.'와 같은 것이었으며, '직관에 부합하지 않는 진술'로는 '지구는 태양 주위를 돈다', '열은 물체의 크기를 증가시킨다', '눈의 색을 결정하는 유전 암호는 간에서 발견될 수 있다'와 같은 것이었다. 이렇게 과제를 설계한 이유는, 순수한 직관에 모순되는 과학적 지식을 습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직관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다면, 그때는 '과학적 지식'이 '직관'보다 더 큰 인지적 충돌을 야기하며, 확인을 지연시키고, 확인의 정확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논리에서였다.

 이런 방법을 이용하여 '애드류 슐먼'과 연구팀은 천문학, 진화, 분수, 유전학, 미생물, 물질, 역학, 생리학, 열역학, 파장 등 10가지 지식 영역에서 과학과 직관 사이에 존재하는 장기적인 갈등의 증거를 관찰하고 확인했다. 관찰 결과, 특히 주목할 만한 사실은 갈등이 일어난다는 증거가 매우 탄탄하다는 점이었다. 연구팀은 영역별로 5개씩 총 50개의 서로 다른 개념을 제시하며, 그와 관련한 과학과 직관 사이의 갈등을 조사했다. 그 결과 50개의 개념 가운데 43개에서 그런 갈등을 관찰할 수 있었다. 또한 연구팀은 '과학적으로 거짓이지만 직관에는 부합하는 진술'과 '과학적으로는 참이지만 직관에는 반하는 진술'에서 모두 갈등을 관찰했다. 이는 '긍정적 오개념'과 '부정적 오개념'에서 공히 갈등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게다가 이 연구의 참가자들은 대부분 4~6년간의 중고등학교 과학 과정은 물론이고, 대학 수준의 수학·과학 과정을 3개 이상 이수한, 미국인 평균 이상의 과학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으며, 거의 모든 참가자들이 높은 수준의 과학지식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과학적으로 참인 진술과 거짓 진술을 가장 정확하게 구별해 내 사람들에게서 오히려 '과학과 직관의 갈등'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전 분야에 걸쳐 이런 현상이 견고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은 '고질적인 오개념'이 그저 일부에 국한되는 문제가 아님을 반영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개념 변화의 근본적인 특성, 즉 '직관'을 '억제'할 수는 있을지언정 '대체'할 수 없다고 해석할 수 있다.

  1. 과학적으로 거짓이지만 직관에는 부합하는 진술: '불은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는 침팬지에서 유래했다.' 등
  2. 과학적으로는 참이지만 직관에는 반하는 진술: '공기는 물질로 구성되어 있다.', '인류는 해양 서식 생물에서 유래했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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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과학적 지식'을 습득한 후에도 '직관'이 끈질기게 남아 있는 이유

 직관에 모순되는 '과학적 지식'을 습득한 이후에도 '직관'이 없어지지 않고 남아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자는 이 질문에 과학적 지식을 제대로 학습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현상의 원인을 부적절한 교육의 탓으로 돌릴 수 있을까?

 적어도 한 자료에 따르면, 전문 과학자들이라 하더라도 일반인들보다 과학과 직관 사이의 충돌에서 결코 더 자유롭지는 않다고 한다. 시간 압박이 주어진 상황에서, 전문 생물학자들도 일반인들이 나타내는 것과 같은 유형의 '물활론적 직관'을 드러내며, 전문 물리학자들도 일반인들이 나타내는 것과 같은 유형의 '목적론적 설명'을 지지한다. 연구팀이 발견한 바에 따르면, 30년 이상 경력의 과학 교수들이라 하더라도, 진술 확인 과제에 있어서 그들이 가르치는 학부생들에 비해 전혀 빠르지 않았다. 다시 말하면, 과학 교수들의 자신의 전공을 비롯한 몇 가지 분야에서 직관에 부합하는 진술보다는 직관에 반하는 진술을 확인할 때, 시간을 더 오래 끄는 모습을 지속해 보였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순수한 직관이 그렇게까지 끈질기게 남아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가능성 중 하나는 '우리가 일상 담론과 상황에서 자연현상을 이야기하고 지각하는 방식에 따라 그런 직관이 지속되고 강화된다는 가설'이다. 일상 회화는 대부분 직관적 개념에 근거를 두고 있는 듯하다. 예컨대 '일출(Sunrise)'과 '일몰(Sunset)'이라는 용어는 밤과 낮의 순환이 지구의 운동이 아닌 태양의 운동에 의해 일어남을 암시한다. '태양의 점차 보임'과 '태양의 점차 가려짐'으로 표현해야 더 적절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따뜻한 코트'와 '차가운 바람'은 열이 '전체 시스템의 특성'이라기보다는 특정 물체나 물질의 특성'이라는 의미를 암시한다. '단열 코트'나 '불안정한 바람'이 더 적절한 용어일 것이다. 우리의 지각은 현혹되기 쉽다. 코트가 열을 발생시켜지는 것처럼 느껴지고, 태양이 하늘을 따라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만약 정말로 '언어(Language)'와 '지각(Perception)'이 '순수 직관'의 원인이라면, 적어도 가르치는 동안만이라도 직관의 효과를 최소화하는 학습 환경을 설계하여 오래된 직관을 제거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더욱이 학생들이 일상 언어와 지각의 한계를 인식할 수 있다면, '과학적 지식에 판단'과 '직관에 기초한 판단'을 구별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언어'와 '지각' 때문이든, 아니면 완전히 다른 이유 때문이든, 어쨌든 '과학(Science)'과 '직관(Intuition)'은 공존할 것이다. 그러한 공존을 자각한다면 최소한 직관이 우리의 태도와 결정을 지배하는 상황으로부터 어느 정도는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