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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면설(Flat Earth)

SURPRISER - Tistory 2023. 4. 15. 12:44

 2018년의 몇몇 조사 결과에 의하면, 평범하게 보이는 사람 중에서도 세계가 실제로 평평하다고 확고하게 믿는 사람이 오늘날에도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을 추동하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흥미롭지만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있다.

0. 목차

  1. 지구평면설 신봉자들
  2. 지구평면설 뒤에 숨은 종교의 그림자
  3. 지구에 대한 직관
  4. 젊은층이 지구평면설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
  5. 반박하기 쉽지 않은 지구평면설
  6. 비판의 시도들
  7.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1. 지구평면설 신봉자들

 '유고브(YouGov)'는 영국의 인터넷 기반 시장 조사 및 데이터 분석 기업이다. 2018년 2월 '유고브(YouGov)'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가 둥글다고 믿습니까, 아니면 평평하다고 믿습니까?"라는 질문에 미국 성인 8215명 중 84%가 '세계는 둥굴다.'라고 확신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사람들 중 5%는 이 질문에 확신이 없었고, 2%는 지구가 평평하다고 단언했으며, 7%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 조사 외의 다른 결과들도 1~2% 정도의 미국인 및 영국인이 지국가 평평하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이는 수백만 명의 미국인이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고 있다는 뜻이다. 거기에 더해 어느 쪽의 말이 맞는지 확신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수천만 명에 달한다. '유튜브(Youtube)'와 '소셜미디어(SNS)' 덕분에 지구평면설이 새롭게 인기를 얻고 있다는 사실은 널리 알려져 있다. 20세기까지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은 약간의 관심이라도 끌어보려고 고군분투했던 외로운 사람들의 주장이었지만, 오늘날에는 성장하고 번영 중인 평평한 지구 공동체가 존재한다.

 1925년 'H.로스'에 의해서 창간된 미국의 주간잡지 '뉴요커(The New Yorker)'의 편집자 '앨런 버딕(Allan Burdick)'이 경험한 바로는 "그들 모두가 한결같이 진지하고 친근한 사람들이다"라고 말했다. 2018년에 제작된 다큐멘터리 영화 '비하이브 더 커브(Behind the Curve)'를 이 공동체의 인간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지구평면설 신봉자가 대체로 밝고 재밌고 괴짜스러우며 회의주의자와 마찬가지로 도덕적 동기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말한다. 또한 그들이 공유하는 신념은 공동체, 우정, 공통 관심사, 지적 참여 같은 다양한 보상을 제공한다.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자신의 공동체를 흔히 소속감을 주는 가족이나 집처럼 묘사한다. 그리고 그들은 진실을 찾는 '도덕적 목표'를 함께 추구하면서 강력한 정서적 보상을 얻는다. 그들은 더 나은 세계를 위한 변화를 바라며 공통의 열망으로 뭉친다. 평평한 지구를 주장하는 '퍼트리샤 스티어(Patricia Steeere)'는 팟캐스트 공동 진행자에게 다음과 같이 말한다. "우리 둘은 대의를 공유해요. 그것은 일종의 사랑이죠." 이런 보상들은 모두가 자체로 목적이 된다. 우리는 평평한 지구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와 마찬가지로, 즉 그들의 믿음이 무엇인지와 무관하게 안락함을 제공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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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구평면설 뒤에 숨은 종교의 그림자

 유고브 조사에서 지구가 평평하다고 답한 사람 중 스스로를 '신앙심이 깊다'고 평가한 사람은 절반을 넘겼다. 한편, 지구가 둥글다고 답한 사람 중 그와 같이 답한 사람의 비율은 20%에 불과했다. 지구평면설의 역사와 그 내용을 근거할 때, 이와 같은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의 종교적 성향을 쉽게 예측할 수 있다. 19세기와 20세기 지구평명설의 원동력은 '성서 문자주의'가 거의 독점하고 있었다.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다른 창조론자들이 비주류로 여기는 이른바 '과학적 창조론자' 공동체에 속해 있었지만, 그들의 믿음은 문자주의 접근과 일치했다. 지구평면설을 전문적으로 비판한 '로버트 셰이드월드(Robert Shadewald)'는 1987년에 "성서는 평평한 지구를 가르친다"라고 주장했다. 명시적으로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수많은 성서 구절이 지구가 평평하고 움직일 수 없다거나, '돔(Dome, 반구형으로 된 지붕)'으로 둘러싸여 있음을 암시한다. 오늘날 지구평면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점점 더 많은 세속인에게 전파되고 있지만, 여전히 종교가 중심해 있다고 생각되는 이유들이 있다.

 먼저 지구평면설 신봉자들 스스로가 종교와 관련된 말들을 하고 평평한 지구 학회회에서는 창조론을 단골 주제로 다룬다. 캐나다 앨버타주 에드먼선에서 열린 '2018 캐나다 평평한 지구 학술대회'에서 성서 패널의 사회자 '로비 데이비드슨(Robbie Davidson)'은 청중 속에 무신론자가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했다. 한 사람이 손을 들자, '로비 데이비드슨'은 감탄하며 말했다. "완벽히 무신론자인 멤버를 정말 오래 기다렸습니다.

 다수의 지구평면설 신봉자에게 창조론은 핵심적인 믿음이다. 이들에게 평평한 지구는 자연적 과정을 통해 형성될 수 없고, 따라서 이러한 존재는 지적 설계를 함축한다. 진보한 외계인을 상상하는 버전도 있지만 '무한한 평면'과 같은 버전의 지구평면설은 초자연적인 창조자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암시는 지구평면설이 갖는 호소력의 주요한 부분이다. 지구평면설을 주장하는 유명 유튜버 '마크 사전트(Mark Sargent)'는 우리의 세계를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에 나오는 밀폐된 무대에 비유해 '테라리엄(Terrarium)'으로 묘사한다. 이어 '마크 사전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당신은 혼자가 아니다. 실제로 당신은 우주의 중심이다. 당신은 쇼의 스타다."

 보통 지구평면설을 세속적인 믿음 체계로 다루는 회의주의자나 주류 미디어는 근본적으로 오류를 범하고 있다. 근대 평평한 지구 운동의 창시자 '새뮤얼 로보섬(Samual Rowbotham)'은 지구평면설의 전략으로 지적 설계 스타일의 쐐기 전략을 차용했다. 1865년에 '새뮤얼 로보섬'은 '기독교인이 순수한 과학의 장에서 무신론자를 만났을 때 성서가 설명하는 자연 현상이 글자 그대로 진실임을 인정하도록 이끌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깨달음을 통해 불신자가 성서를 '진정한 신의 말씀'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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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구에 대한 직관

3-1. 지구에 대한 아이들의 직관

 1970년대 이래로 취학 아동의 지구와 우주에 관한 개념은 연구해온 연구자들은 '지구평면설'을 믿는 사람들에 대한 문제를 상세히 탐구했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개념과 그와 관련된 혼란은 범문화적으로 어린 시기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며, 아이들이 과학 지식을 습득함에 따라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들이 그렇게 특별해 보이지는 않지만, 세부 내용을 자세히 들어다보면 흥미로운 시사점들이 있다.

 지구에 대한 인간 인식의 기본 설정이 '잘 모르겠지만 지구는 평평하지 않을까?'라는 반응으로 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물론 아이들이 평평한 지구에 대한 세부적인 정신 모형을 갖고 있다는 말은 아니다. 여기서 '평평함'이란 그저 어린이들의 검증되지 않은 일상적 경험을 반영할 뿐이다. 우리는 '위'와 '아래'는 경험한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세계는 대체로 모든 방향으로 뻗어 있는 수평면처럼 보인다.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 1920~1992)'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마일당 지구의 곡률은 거의 0이다. 지구평면설은 틀렸찌만 이런 이유로 거의 옳은 것처럼 보인다." 평평함이란 대부분 일상을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근사치다. 아이들은 이런 생각들이 하나의 가정일뿐이라고 의심하지 않고 시험해보거나 이에 근거해 어떤 예측을 내놓을 필요도 없다.

3-2. 학습을 통해 지구를 이해하게 된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국 지구가 둥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이들은 어른이 하는 말을 믿고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사실로 받아들인다. 질문을 받을 때면 아이들은 그와 같은 사실을 되풀이해서 말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검증되지 않은 지구에 대한 생각을, 그 즉시 공처럼 생긴 지구라는 새로운 과학적 개념으로 완전하게 대체했다는 의미가 아닐 수도 있다. 즉 이쪽 아니면 저쪽 식의 문제가 아닐 수 있는 것이다.

 우리는 학습 과정을 통해 지구와 우주에서 우리의 위치를 점차 이해하게 된다. 우리는 환경과 동기에 따라 일생을 통해 과학적 관점을 확장하고 개선해나간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평평함과 둥긂 개념이 섞인 기이한 개념을 표현한다. 예를 들어 아이들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지구의 위쪽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지구의 아래쪽에 위치하고 있는 사람은 아래로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가 사는 평평한 세계'와 '우주에서 사진을 찍은 둥근 지구'가 각각 존재한다는 믿음을 표현한 아이들도 있다.

 지구에 대한 아이들의 순진한 오해가 일관성이 있는 대안적 정신 모형인지, 아니면 단편적이고 혼란스럽고 불완전한 생각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논쟁이 있었다. 연구 자료들은 후자를 암시하고 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우주 공간에 있는 구체 위에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하기 위해, 과학에 근거한 통합적 모형을 개발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그 모형이 불완전하다면 언제든 모호하거나 모순된 생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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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젊은층이 지구평면설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다.

 '지구평평설' 신봉자 대부분은 어느 시점에선가 전에는 믿지 않았던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였다. 유튜브, 비디오, 팟캐스트 등에서 접한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이 그들을 설득시킨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를 이해하고, 어떤 사람들이 이런 주장에 더 취약한지 밝히려면, 아이들이 우주를 어떻게 이해하는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유고브'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4세의 응답자 중 지구가 평평하다고 단언한 비율이 전체 평균의 2배였다. 이런 결과가 젊은 세대의 과학적 소양이 쇠퇴했음을 나타내는 것일까? 꼭 그렇지는 않다. 미디어, 특히 유튜브 소비량과 같은 요소로 인해 세대 차가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시대를 불문하고 젊은이들이 이 주제에 관해 더 큰 혼란을 겪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인다. 왜 그런지 이해하려면 '둥근 지구' 아니면 '평평한 지구'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야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우주의 구조는 그보다 훨씬 더 기묘하다. '둥근 지구'와 '평평한 지구'는 상호 배타적이지 않을 수 있다.

4-1. 젊은 사람들이 지구평면설에 더 개방적인 이유

 지구평면설에 대한 회의적인 논의에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에 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우리는 일단 확고한 믿음을 가지면 무의식적으로 그 믿음을 뒷받침하는 새로운 정보를 추리게 된다. 이미 생각했던 바를 확인해 주는 증거는 수용하고, 그렇지 않은 증거는 일축하는 성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믿음을 바꾸는 데 저항하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그 반대 역시 사실이라는 점이다. 우리의 아이디어는 모호하고 불완전할 때 더 가소성이 크다. 한 가지 아이디어를 확신하기 전에 쉽사리 다른 아이디어 쪽으로 기울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지구평면설을 쉽게 채택하는 사람들이 둥근 지구에 대한 가장 불완전한 개념을 가진 사람은 아닐까? 이는 부분적으로 시간의 함수이므로 나이가 젊은 사람이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에 더 열려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유고브(YouGov)'의 조사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사에서 지구 형태에 대한 불확실성을 표한 사람과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이 젊은 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또한 연령대가 올라가면서 불확실성은 감소하고 둥근 지구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다. 18~24의 응답자 가운데 무려 20%가 세계의 형태에 관해 불확실성을 표했다. 반면 55세 이상의 응답자 중 불확실성을 표한 사람은 4%에 불과했다.

 또 이 조사에서 확증편향의 효과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지구가 둥글다고 항상 믿어왔다.'라고 단언할 가능성이 컸다. 55세 이상의 응답자 가운데 94%가 이런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이런 확신의 증가 패턴을 고려할 때 둥근 지구를 믿는 나이 많은 사람 중 상당수가, 그들의 기억과는 달리 젊은 시절에 둥근 지구에 대하여 덜 확실한 태도를 취했을 가능성이 높다. 해당 연령의 인구 중 25% 이상의 사람이 24세를 넘긴 어느 시점에서야 둥근 지구를 확신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이상한 경험을 할 때 일어난 일에 대하여 즉각적으로 확고부동한 믿음을 갖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우선 사실에 비추어 가능한 설명을 고려해 보는 매우 합리적인 과정을 거친다. 이 과정 중에 그들은 아직 어떤 특정한 설명도 전적으로 수용하지 않는다. 제시된 설명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보고 얼마나 잘 맞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행동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가용한 모형 중에 사실과 가장 잘 맞아 보이는 모형을 받아들인다. 거기서부터 확증편향이 서서히 작용해 선택된 설명을 절대적 믿음으로 굳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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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반박하기 쉽지 않은 지구평면설

5-1. 지구가 둥글다는 근거가 불충분하다?

 이번에는 성인들을 생각해 보자. 회의주의자들은 '인지 부조화(Cognitive Dissonance, 사람들이 자신의 태도와 행동 따위가 서로 모순되어 양립할 수 없다고 느끼는 불균형 상태)'를 언급하는 것을 좋아하지만, 현실에서 우리가 실제로 인지 부조화를 경험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모순되는 생각들은 그 교착점이 강조되기 전까지 검증되지 않고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 모순을 포착하는 데는 정신적인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해결하는 데는 더 큰 노력이 요구된다. 이는 시작부터 우리의 생각이 모호하고 불완전할 때 특히 그렇다. 안개가 낀 정신 속에 있는 조각들은 좀처럼 차이가 드러나지 않는다.

 '1984'의 저자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은 '지구가 둥글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근거가 다소 불확실하다.'라고 반성한 적이 있다. '조지 오웰'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등 교육을 받은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에게 지구가 둥글다는 근거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고 말할 것이고 더 추궁하면 화를 낼 것이다." '조지 오웰'은 첫 우주 비행이 이뤄지기 10년 전에 이 문제에 대해 고민했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부분 먼저 NASA가 촬영한 사진을 그 근거로 들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대다수의 성인 역시 자신의 기본적인 천문학 지식 대부분을 추론이나 실험에 기초하지 않고 권위에 따라 맹목적으로 받아들였음을 인정한 '조지 오웰'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작 아시모프(Issac Asimov)'가 지적한 대로 지구가 구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지구가 평평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보다 덜 오류를 범하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여전히 옳지 않다. 회전으로 인해 적도 지역이 불룩하기 때문에 회전 '타원체(Ellipsoidal Solid)'가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아이작 아시모프'는 '지구가 회전 타원체라는 개념도 엄밀히 말해 틀린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에 대해 적도 남쪽의 불룩함이 적도 북쪽보다 약간 더 크고, 남극의 해수면이 북극의 해수면보다 지구 중심에 조금 더 가까운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5-2. 지구평면설은 생각보다 정교하다.

 연구자들이 2017년과 2018년의 평평한 지구 학회 참석자 30명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에 따르면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유튜브를 보고 확신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유튜브는 큰 의심 없이 다른 주제에 대한 정보를 찾는 사람들에게 지구평면설을 주장하는 비디오를 추천한다. 추가적인 연구에 따르면, 유튜브 시청자 중에 과학적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이 더 쉽게 지구평면설을 받아들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어떻게 이런 주장들이 옳다고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판에 박은 듯이 자신이 처음에는 회의적이었고 지구가 평평하다는 주장을 일축했다고 말한다. 그들은 지구평면설이 자명하게 터무니없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왜냐하면 주류 문화가 그렇게 생각하도록 가르쳤기 때문이다. 즉, 얼핏 보면 지구평면설은 누구든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쉽사리 반박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사람들은 수사적으로 정교한 주장들을 마주하게 된다. 이 주장들은 논쟁에서 이기고 비판자들을 좌절시키기 위하여 한 세기가 훨씬 넘는 세월 동안 잘 연마되었다. 완벽히 형성되지 못한 둥근 지구에 대한 개념으로 그토록 상세한 주장과 신념 체계에 맞서기는 쉽지 않다. 지구평면설 신봉자는 일반인이 제기할 수 있는 반론이나 반증에 대해서도 설득력 있게 들리는 답변을 준비하고 있다. 지구평면설의 중요한 오류를 포착하는 데는 과학적 소양과 지구평면설에 관한 지식이 요구된다. 지구평면설과 마주했을 대, 그 주장들을 철저하게 평가할 도구를 갖춘 사람들은 많지 않다. 과학적 지식이나 비판적 사고 능력을 갖춘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지구평면설에 적절히 대처하려면, 그 주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필요하다.

 과학자들은 1980년대에 창조론자들과 논쟁을 시도하면서 이러한 교훈을 어렵게 배웠다. 생물학자들은 생물학에 관한 논의를 준비했지만, 실제 논쟁은 창조론자의 주장에 대한 것임을 뒤늦게 발견했다. 결국 창조론자가 논쟁의 우위를 점한 전문가가 되었다. 지금 들으면 어처구니없겠지만, 과학자들은 계속해서 창조론자들에게 토론에서 패배했다. 사실 이런 상황에서 진실은 별로 중요하지 않으며, 논쟁이 전부이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교묘하고 매끄러운 주장은 과학자들을 속수무책으로 격분하게 했다.

 일부 유튜브 시청자들은 지구명면설과의 만남에서 더 큰 충격을 받는다. 지구평면설이 틀렸음을 밝힐 능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 허구를 쉽게 폭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의 좌절이 이들을 불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는 일종의 '지적 현기증'을 촉발하는데, 놀라움과 함께 지구평면설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하게 된다.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종종 자신이 지구평면설의 주장을 반박하는 데 실패한 뒤, 흔들리다 결국 지구평면설을 믿게 되었다고 말한다.

5-3. 지구평면설은 주로 '종교'와 '경험론'에 근거한다.

 지구평면설을 믿게된 사람들은 성서의 무오류성에 관한 믿음과 평평한 세계가 더 잘 맞는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예를 들어 창조론자이며 평평한 지구를 옹호하는 '롭 스키바(Rob Skiba)'는 둥근 지구라는 가정과 성서가 평평한 지구를 긍정하는 자식의 해석 사이에서 매우 고통스러운 시간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둥근 지구를 거부하고 평평한 지구를 수용함으로써 이러한 '인지 부조화'를 해결했다. 일부 사람들은 평평한 지구 모형이 경험적 증거와 더 잘 맞는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한다. 지구가 평평하다는 생각을 지배하는 주제는 주로 '종교'와 '경험론'이다.

 평평한 지구 운동은 100년 이상 동안 감각을 통한 증거를 우선시해왔다. 지구평면설 옹호자들은 그저 밖으로 나가서 주위를 살펴보라고 말한다.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오직 개인의 관측만을 신뢰하려고 한다. 예컨대 선도적인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우리의 감각이 '지구가 자전한다는 주장',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한다는 주장', '지구가 우주 공간을 움직고 있다는 주장'을 반박한다고 주장한다. 과학이 밝혀낸 바에 따르면, 지구 표면은 적도에서 대략 시속 1600km로 회전한다. 또한 지구 자체는 약 시속 105600km의 속도로 태양 주위를 돈다 또 태양계는 은하계 중심부를 시속 수십만 km의 속도로 공전하고 있다. 심지어 우리 은하계도 움직인다.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이런 주장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느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라고 묻는다. 그런데 우리는 어떤 것도 느끼지 못하며, 우리의 몸은 우리가 완전히 정지해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우리 눈에는 대부분 우리가 평면 위에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이런 주장에 대해 대한 과학적 반격할 수 있긴 하다. 우리의 몸은 운동이 아니라 가속도를 감지한다. 평탄한 신설 고속도로에서 일정한 속도로 주행하는 상황을 상상해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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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비판의 시도들

 과학 대중화에 힘쓰는 몇몇 사람들은 지구평면설을 다루기 위해 몇 가지 예비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예를 들어 2018년에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Neil deGrasse Tyson, 1958~)'은 지구의 형태에 관한 유튜브 대화를 시도했다. 하지만 창조론자와 논쟁하는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디그래스 타이슨'의 전문성은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이 흔히 부정하는 '우주의 스케일', '구형 행성의 존재', '궤도의 개념', '태양 중심주의'와 같이 과학자들이 공유하고 있는 기본적인 과학적 사실을 가정한다. 예를 들어 '디그래스 타이슨'은 월식이 일어날 때 달에 비치는 지구의 그림자는 항상 둥글다고 설명했는데, 이는 지구가 반드시 구체라는 점을 함축한다. '디그래스 타이슨'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지구가 평평하다면 때로는 평평한 그림자를 보게 될 것이다. 물론 우리는 평평한 그림자를 본 적이 없다!" 그는 이것이 평평한 지구 모형의 예측이 부당함을 증명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분명 달에 비치는 지구의 둥근 그림자는 '구체 표준 모형'의 타당성을 완벽하게 확인하는 증거나. 이는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월식이 지구의 그림자 때문에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지구평면설의 우주론은 태양과 달을 항상 지구 위에 머무는 작은 물체라고 가정한다. '디그래스 타이슨'은 표준 모형이 증거에 기초해 수천 년을 이어왔다고 시청자들을 안심시켰다. 그의 말은 정확했다. 하지만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에게 그의 주장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 왜냐하면 '디그래스 타이슨'은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이 제안하지 않은 주장의 오류를 폭로했기 때문이다.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한 세기도 더 전에 월식으로 자신들의 이론을 검증하는 것을 거부했다. 근대 평평한 지구 운동의 창시자 '새뮤얼 벌리 로보덤(Samuel Birley Rowbotham)'은 1865년에 다음과 같이 비웃었다. "지구의 그림자 때문에 월식이 일어난다는 것은 입증된 바 없다."

 다른 방법으로 월식을 설명하기 위하여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새뮤얼 벌리 로보덤'처럼 달이 태양의 빛을 받는 것을 부정하거나 심지어 고체가 아니라고 부정한 사람도 있었다. 월식에 대한 지구평면설의 가장 흔한 설명은, 때로는 달과 지구 위에 있는 관측자 사이를 지나거나 태양과 달 사이를 지나는 반투명의 보이지 않는 미지의 그림자 물체를 가정한다. '그림자 물체 가설'은 전혀 근거가 없지만, 지구평면설의 모형 대다수가 완전히 다른 대안 우주를 제안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에게 일깨워준다. 이들의 주장은 대단히 곤혹스럽다.

6-1. 지구평면설 검증하기

 영국의 천문학자로서 과학의 대중화에 힘썼던 '리처드 앤서니 프록터(Richard Anthony Proctor, 1837~1888)'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실제로 과학을 공부하는 학생에게 지구가 평평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달라는 요구만큼 당혹스러운 일도 없을 것이다... 이런 질문이 제기되는 상황 자체가 요구받은 증명을 위해 필요한 기본적인 사실들을 철저히 무시하고 있음을 함축한다. 처음부터 희망이 없는 논증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내가 도달한 결론은 모래로 밧줄을 만드는 편이 역설적인 머리에 단순한 과학적 사실을 주입하려는 시도보다 더 쉽다는 것이다."

 결국 지구평면설을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의 마음을 바꿀 수는 없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들과는 다른 수천만 명의 사람이 기본적인 천문학적 사실들에 대한 입장에 확신이 없는 상태다. 우리는 그들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질문을 무시하기보다 답을 듣기를 원할 것이다. 지구 평평하다는 주장은 여러 차례 반복적으로 검증에 실패했다. 이는 지구평면설의 모형이 틀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새로운 증거에 대응하여 입장을 바꿀 마음이 전혀 없는 것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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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7-1.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은 왜 비판에 저항하는가?

 일단 세계가 평평하다는 믿음을 수용하고 나면 확증편향과 동기가 부여된 추론이 작동하게 된다. 그러면 이런 믿음들은 효과적으로 굳어진다. 정상적이고 잘 이해된 심리 효과가 반론에 대한 '편향(Bias)'을 초래하고 '그럴듯한 것'에 대한 감각이 다시 재정립된다. 평평한 지구는 명백한 상식이 되고, 둥근 지구는 새롭고 터무니없는 아이디어로 보인다. 누구든지 무언가를 믿는 사람에게 그와 다른 것을 설득하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하지만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이 특히 비판에 저항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그들은 자신의 믿음이 낙인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안다. 가족에게 외면당할 수도 있고, 지구평면설을 만믿는 사람들에게 미쳤냐며 조롱할 수 있음을 안다. 이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을 수용하는 데에 이례적으로 큰 정서적 투자가 요구됨을 뜻한다. 우리는 무언가에 값비싼 대가를 치렀을 때 포기하기가 더 어렵다. 치른 대가에 그만한 가치가 있기를 원하는 것이다. 그런 가치가 도전받을 때 더욱 완강해지고 더 많은 투자를 한다.

 사회적 낙인은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을 몰아넣어 고립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자신을 존중하고 자신의 말을 듣고 자신의 견해를 이해하는 사람의 말을 경청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는 그렇지 않은 사람을 무시한다. 그렇다면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이 왜 경멸적인 비평가들의 말에 귀 기울이겠는가?

 영국의 천문학자로서 과학의 대중화에 힘썼던 '리처드 앤서니 프록터(Richard Anthony Proctor, 1837~1888)'는 1884년에 다음과 같이 선언했다. "평평한 지구라는 헛소리는... 예나 지금이나 굳이 반박할 가치도 없다... 이 주제는 무시함이 마땅하다." 또 '지구인들은 모르는 우주 이야기(Bad Astronymy)'의 저자 '필 플레이트(Phil Plait)'는 2008년에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어리석음의 정체를 폭로하는 결정적인 글을 써볼 생각도 있었지만, 차라리 발톱을 깎는 편이 더 낫겠다고 생각했다." 이런 태도들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멸은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의 호기심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마음을 포기하는 것이다.

7-2. 지구평면설을 왜 선동할까?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이 극단적으로 증거를 부정하는 태도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그리고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이 그러한 믿음을 대변하는 운동가가 되는 동기는 무엇일까? 우선 지구평면설 신봉자들 중에는 잃을 것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정체성과 공동체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으로 정의되며, 유명한 지구평면설 신봉자는 특유의 사회적 지위도 누릴 수 있다. 예컨대 대형 교회의 목사나 신학자들은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에게 엄청난 '사회적 지위'와 '경제적 이득'을 얻는다.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내셔널 지오그래픽 익스플로러(National Geographic Explorer)'가 인터뷰한 열정적인 지구평면설 신봉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것은 나에게 중요한 문제다. 평평한 지구는 당신이 실수가 아니라 창조의 결과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당신은 의미 있는 중요한 존재다... 우리는 우연히 공 위에서 생겨나 우주 공간을 떠다니는 원숭이가 아니다."

 그들의 지구평면설 모형은 신념을 뒷받침하는 과학적 근거를 약속한다. 반대로 둥근 지구에 관한 증거는 그들에게 신학적 확신과 인간의 의미에 관한 주요 원천을 위협한다. 그래서 다수의 지구평면설 신봉자들에게는 둥근 지구에 대해 반박해야 할 강력한 동기가 있다.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종교에 인생 자체가 베팅되어 있어, 둥근 지구는 삶 자체에 대한 위협으로 느낄 수도 있다. 그들은 '지구평면설'의 오류를 인정해서는 안 되고, 모든 논쟁에서 이겨야 한다.

7-3.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유고브(YouGov)'의 조사 결과 중에, 교육적 관점에서 이전에 받아들였던 평평한 지구 주장에 대하여 점점 더 회의적으로 생각한다고 응답한 사람들이 있다는 것은 가장 흥미로운 결과 중 하나다. 이들은 평평한 지구 주장을 진지하게 수용하고 있지만, 무언가 잘못된 점이 있을 수 있다고 의심한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지구평면설을 믿는 데 사악한 동기가 없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Carl Sagan, 1934~1996)'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사람들은 어리석지 않다. 그들이 무언가를 믿는 데는 이유가 있다. 유사과학이나 심지어 미신까지도 무시하고 경멸하지 말자" 둥근 지구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사람들을 멸시한다면 이제 막 우주에서의 자신의 위치를 배우고 있는 아이들, 학생, 그리고 수많은 사람에게 경멸을 퍼붓는 일이다. 그들에 대한 조롱은 소통의 부족으로 이해를 가로막는 장벽을 세울 뿐이며, 더 많은 해로움을 초래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우리는 지구가 평평하다는 믿음이 조롱받아 게 마땅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적 유혹에 빠진다면, 평평한 지구를 믿는 사람들을 사악한 목적으로 지구평면설을 선동하는자들의 품으로 밀어 넣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