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컴퓨터 (Computer)

양자 암호(Quantum Cryptography)

SURPRISER - Tistory 2023. 1. 7. 19:02

 최근 '양자 역학(Quantum Mechnics)'의 원리를 이용한 '양자 암호(Quantum Cryptography)'라는 새로운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양자 암호'는 앞으로 개발될 초고성능 슈퍼컴퓨터와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도 풀 수 없는 궁극적으로 완전한 암호 기술로 불린다. 세계적으로 연구 개발 경쟁이 펼쳐지고 있는 '양자 암호'는 도대체 어떤 기술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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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복수의 가능성을 동시에 표현 가능한 양자 비트
  2. '양자 암호'는 궁극의 암호 기술이다.
  3. 양자 암호 통신의 메커니즘
  4. '양자 암호'의 과제
  5. 정말 궁극적으로 안전한가?
  6. '양자 얽힘'을 이용해 장거리를 연결한다.

1. 복수의 가능성을 동시에 표현 가능한 양자 비트

 '양자 암호'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이용한 기술의 대표 주자 '양자 컴퓨터'에 대해서 알아보자. '양자 컴퓨터'는 종래의 컴퓨터를 압도적으로 능가하는 계산 속도를 자랑한다. 2019년 10월에는 '구글(Google)'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의 계산 속도가 당시 세계 최고의 슈퍼컴퓨터를 능가했다는 논문이 발표되었다.

 현재 널리 사용되는 컴퓨터는 모든 정보를 0과 1의 조합으로 표현하는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는데, 그런 정보의 기본 단위를 '비트(Bit)'라고 한다. 비트를 1개 사용하면 0 또는 1이라는 2종의 정보만 표현할 수 있지만, 비트를 2개 사용하면 '4종의 정보(00, 01, 10, 11)'를 표현할 수 있다. 10비트일 경우 표현할 수 있는 정보는 210=1024종이 된다. 다만 하나의 비트로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것은 0 또는 1 어느 하나뿐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몇 비트가 되든 한 번에 표현할 수 있는 정보는 하나뿐이다.

 한편 양자 컴퓨터에서 사용하는 비트인 '양자 비트(Quantum Beat)'는 전혀 다른 개념에 근거하고 있다. 양자 역학의 미시 세계에서는 0인지 1인지 정해지지 않은 양쪽의 가능성이 공전하는 신기한 '중첩 상태'가 존재한다. 이 점을 이용해 양자 비트는 0과 1 양쪽의 가능성을 모두 동시해 표현할 수 있다. 중첩 상태에 있는 양자 비트를 관측하면, 즉 0인지 1인지를 확인하면, 어느 한쪽의 상태로 확정된다. 즉, 0 또는 1 중 하나로 결정된다. 관측하기 전부터 0인지 1이 정해져 있으며, 그것이 관측을 통해 확인되었을 뿐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관측하지 않는 한 0인지 1인지는 정말로 정해져 있지 않다. 일반적인 감각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미시 세계는 실제로 이런 원리에 지배되고 있다. 10양자 비트가 있으면, 210=1024가지의 가능성을 동시에 표현할 수 있다. 일반적인 컴퓨터라면 1024회 처리해야 할 계산을 1회로 동시에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이 점이 양자 컴퓨터의 계산 속도가 빠른 이유이다. 단, 1회의 계산으로 1024가지의 답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양자 비트는 관측되면 0 또는 1이 결정되기 때문에 1회의 계산으로 얻는 답은 최종적으로는 하나뿐이다.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 자신이 찾는 답을 이끌어내기 위해 사용하는 것이 '양자 알고리즘(Quantum Algorithm)'이라고 하는 특수한 계산 수순이다. '양자 알고리즘'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여기서는 생략하지만, 양자 컴퓨터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풀고 싶은 문제에 맞는 '양자 알고리즘'이 있어야 한다. 어떤 문제든 고속으로 계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보의 기본 단위 '비트'

2. '양자 암호'는 궁극의 암호 기술이다.

 본격적으로 양자 컴퓨터가 등장하면, 현재 인터넷 등에서 널리 이용되고 있는 'RSA 암호' 등의 암호 기술은 일순간에 깨어지고 만다. 'RSA 암호'는 '공개 열쇠 암호'라는 암호의 일종이다. 이것은 '단시간에 거대한 정수를 소인수 분해하기는 어렵지만, 그 반대의 계산은 비교적 쉽다.'는 수학적 성질에 근거하고 있다. 예컨대 '391을 소인수 분해하라'는 문제를 단시간에 풀기는 어렵다. (답:17×23) 그러나 반대로, 17×23=391을 확인하기는 비교적 쉽다. 공개 열쇠 암호는 슈퍼컴퓨터로도 계산하는 데 엄청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현실적인 시간 안에 암호를 해독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의해 안정성이 보장된다.

 하지만 '양자 컴퓨터'를 사용해 '거대한 정수를 빨리 소인수 분해하는 방법'의 '양자 알고리즘'은 이미 밝혀져 있어, 본격적인 양자 컴퓨터라면 RSA 암호를 단시간에 해독할 수 있다. 다만 본격적인 양자 컴퓨터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극복해야 할 과제도 많다. 인터넷의 보안이 바로 위험에 노출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Google의 양자 컴퓨터 '시커모어(Sycamore)'는 53 양자 비트인데, 현재의 RSA 암호를 깨려면 수백만~수억의 양자 비트가 필요하므로, 암호 해독이 실현되기까지는 수십 년이 걸린다고 한다.

 종래의 컴퓨터의 성능도 매년 향상되고 있기 때문에, 설령 양자 컴퓨터가 실현되지 않더라도 언젠가는 거대한 정수의 소인수분해가 가능해진다. 실제로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는 '2048비트 RSA 암호(617자릿수의 정수를 이용)'는 2050년 무렵에는 종래의 컴퓨터에 의해 깨어질 것이라고 한다. 현재 널리 이용되고 있는 수학적인 암호의 기술의 안전성은 계산량의 크기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애당초 영원히 안전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양자 암호(Quantum Cryptography)'이다. '양자 암호'란 양자 역학의 법칙을 이용해 원리적으로 도청할 수 없는 정보 통신을 실현하는 기술이다. 본격적인 양자 컴퓨터가 등장해도, 그리고 슈퍼컴퓨터의 계산 능력이 제아무리 향상되어도 영구적으로 정보의 안전을 지킬 수 있는 궁극적으로 안전한 암호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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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양자 암호 통신의 메커니즘

 그러면 원리적으로 도청할 수 없는 '양자 암호'는 어떤 메커니즘일까? 양자 암호를 이용한 통신에서는 중간에서 정보를 가로채려는 사람의 존재를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그 점을 이용해서 정보의 송수신을 안전하게 할 수 있다. '양자 암호'에는 여러 방식이 존재하지만, 여기서는 1980년대에 고안된 가장 기본적인 '단일 광자 방식'을 간략하게 설명한다.

 양자 암호를 이용한 통신에서는, 송신자가 양자 비트 하나하나에 각각 0 또는 1의 정보를 실어서 수신자에게 보낸다. 양자 비트는 '광자(Photon)'를 사용해 광섬유 등으로 송신한다. 나중에 자세히 설명하겠지만, 광자의 '편광(특정 방향으로만 진동하는 빛)' 방향과 0 또는 1의 정보를 관련시켜 광자를 양자 비트로 이용할 수 있다. 앞서 말한 대로 양자 비트는 관측하면 상태가 확정된다. 이것은 관측하면 상태가 변해서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도 없고, 원래 상태가 어떤 것이었는지도 알 수 없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누군가가 정보를 훔치기 위해, 양자 비트로 이용하고 있는 광자를 중간에 훔쳐본 경우, 그 시점에서 광자가 관측되어 상태가 변하게 된다. 즉, 통신을 훔쳐보려는 자가 있으면 반드시 흔적이 남아, 정보가 새어나갔을 가능성을 확실히 파악할 수 있다.

3-1. '암호 열쇠'는 광자를 통해 전달된다.

 양자 비트를 사용해 보내는 것은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 자체가 아니라 '암호 열쇠'이다. '암호 열쇠'란 '송신자가 메시지를 암호문으로 바꿀 때(암호화할 때)', 그리고 '암호화된 메시지를 수신자가 원래 상태로 되돌릴 때(복호화할 때)' 사용하는 정보를 가리킨다. 이 암호 열쇠를 송신자와 수신자 사이에 안전하게 공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암호 열쇠는 구체적으로는 0과 1이 무작위로 배열된 '난수(Random Number)'로 그 자체는 의미가 없다. 양자 암호를 이용한 통신에서는 중간에 도청자가 훔쳐보았을 우려가 있는 부분은 버리면 되기 때문에, 송신자와 수신자는 도청자가 훔쳐보지 않은 난수를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암호 열쇠'를 도청자가 훔쳐보았다고 해도 의미 없는 난수였을 뿐, 메시지 자체를 본 것은 아니다. 이런 메커니즘을 '양자 열쇠 배송'이라고 한다.

3-2. '메시지'는 일반적인 방법을 통해 전달된다.

 '암호 열쇠'와는 별도로 메시지 자체는 '베르남 암호(Vernam Cipher)'라는 일반적인 방법을 통해 전달된다. 송신자는 '완전히 무작위한 난수(암호 열쇠)'를 이용해 메시지를 암호화한 다음 수신자에게 보낸다. 이 '암호문(암호화된 메시지)'은 암호 열쇠를 모르면 '복호화'할 수 없다. 없으므로, 도청자가 중간에서 훔쳐보아도 상관이 없다.

 암호문을 받은 수신자는 '양자 열쇠 배송'을 통해 '암호 열쇠를 송신자와 안전하게 공유하고 있으므로 그것을 사용해 암호문을 풀어 메시지의 내용을 알 수 있다. 번거로운 일처럼 생각되지만, 이런 수순에 의해 정보가 새어 나가지 않는 통신을 할 수 있다. '양자 암호'는 양자 역학의 원리를 이용해 '암호 열쇠'를 안전하게 공유함으로써 안정성이 보장된다. 방대한 계산량으로 안정성을 유지하는 종래형 암호 기술과는 안정성을 지키기 위한 메커니즘이 근본적으로 다르다.

광자를 사용한 양자 암호 통신의 메커니즘

3-3. 단순하지만 견고한 '베르남 암호'

 메시지 자체는 '베르남 암호'라는 일반적인 방법을 통해 전달된다고 설명했는데, 그러면 '베르남 암호(Vernam Cipher)'라는 것은 무엇일까? '베르남 암호는 전하고 싶은 메시지와 같은 길이의 난수를 암호 열쇠로 사용하며, 특수한 계산으로 암호화한 복호를 하는 단순한 메커니즘이다. 암호화(메시지와 암호 열쇠의 덧셈)'과 '복호(암호문과 암호 열쇠의 덧셈)'은 '배타적 논리합'이라는 규칙에 근거해 각각의 단위에서 더해진다. 암호 열쇠로서 메시지와 같은 길이의 '완전히 무작위한 난수'를 매번 일회용으로 이용하면, 제아무리 고성능 컴퓨터를 가지고도 암호를 해독할 수 없다는 사실이 증명되어 있다.

단순하지만 견고한 '베르남 암호'

4. '양자 암호'의 과제

4-1. 암호 열쇠를 보내는 속도는 현재는 아직 느리다.

 절대적인 안전성을 가진 열쇠이지만, 실용화를 위한 과제는 많다. 과제의 하나로 광섬유를 사용한 '양자 열쇠 배송'의 거리와 속도에 제약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기본적으로 거리가 멀어질수록 통신 속도가 느려진다. 2022년 기준, 실용적인 장치에서 1회선의 '양자 열쇠 배송'에서 가능한 통신속도는 50km 거리일 경우, 초당 수백 Kb 정도라고 한다. 이 정도는 현재의 일반적인 스마트폰의 통신 속도에 한참 못 미치는 속도인데, 문서의 송수신이라면 괜찮을지 몰라도, 동영상이라면 불안한 수치이다. 그래서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송신에 시간이 걸리는 '양자 열쇠 배송'을 사전에 해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암호화한 메시지를 송신하기 전날 밤에 보내 둔다. 또 한 가닥의 광섬유로 다양한 파장의 빛을 동시에 보내는 '파장 다중화'라는 기술을 통해 이용할 수 있는 회선의 수를 늘려 통신을 고속화하는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거리에 대해서는 수십 km마다 중계 거점을 설치하고 중간에 일반적인 통신 방식을 끼워 넣어 '양자 열쇠 배송'을 중계하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이 방식은 거의 실용화 단계에 도달해 있으며, 앞으로 양자 암호를 활용하는 데 중요한 기술이다. 단, 일반적인 통신 방식으로 중계할 때 도청되지 않도록 중계 거점의 안정성을 철저하게 관리하는 일이 중요하다. 장래에는 중간에 일반적인 통신 방식을 끼워 넣지 않고, 끊어짐 없는 장거리 양자 암호 통신을 실현하는 것이 이상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양자 얽힘(Quantum Etanglement)'이라는 현상을 이용한 중계 기술이 필수적이지만, 이것은 아직 기초 연구 단계에 머물러 있다.

4-2. 비용이 많이 든다는 문제

 전용 장치도 필요하기 때문에, 양자 암호는 비용이 많이 드는 통신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 단점을 감안해도 '절대적 안정성'이라는 장점은 크다. 양자 암호는 영구히 깨지지 않기 때문에 장기간 안전성이 요구되는 분야에 활용이 기대된다. 당장은 외교·국방 등의 국가 기밀 외에 의료 부문의 게놈 정보나 금융 관련 중요 데이터 분야 등에서 이용하는 것을 고려할 수 있다.

 또 양자 암호는 기본적으로 1:1 통신만 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양자 비트는 복사할 수 없기 때문에 같은 상태의 광자를 여러 개 만들어 동시에 여러 사람에게 보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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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정말 궁극적으로 안전한가?

 '양자 암호'는 궁극의 안정성을 실현한다고 하지만, 정말 절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할 수 있을까?

5-1. 여분의 광자를 도청자가 관측하면 몰래 정보를 훔칠 수 있다?

 양자 암호 통신에서는 하나하나의 광자에 0 또는 1의 정보를 실어 보내는데 이 '하나의 광자'의 제어에 관해 예전부터 염려되던 점이 있다. 현재의 양자 암호 통신에서는 아주 미약한 레이저광을 사용해 광자를 보내는 방법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단, 미약한 레이저광을 이용할 경우 확률적으로 복수의 광자가 발생하는 것을 피할 수 없으며, 이 '여분의 광자'를 도청자가 관측하면 몰래 정보를 훔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송신자나 쪽에서 무작위로 레이저광의 강도를 바꾸고, 수신자 쪽에서 받은 데이터와 동조시켜 통계적으로 해석함으로써 '여분의 광자'가 행방불명되지 않게 있는 이론이 확인되어 있다. '여분의 광자'가 발생하는 일은 피할 수 없지만, 송신자로부터 광자가 어느 정도 보내졌는지를 수신자가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들키지 않고 도청하는 일은 불가능하다.

5-2. 메시지 자체는 도청되는 것이 아닐까?

 또 양자 역학의 원리에 의해 절대 안전한 것은 '양자 열쇠 배송'이며, 메시지 자체는 도청되는 것이 아닐까라는 의문도 있다. 암호문 자체는 일반적인 통신 방식으로 보내기 때문에, 그것을 도청자가 임의로 수신해 고성는 슈퍼컴퓨터 등을 통해 억지로 해독하려고 시도할 것이라는 점은 생각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는, 보내고 싶은 메시지와 함께 같은 길이의 '완전히 무작위한 난수(암호의 열쇠)'를 일회용으로 이용하면, 제아무리 높은 뛰어난 계산 능력이 있어도 암호를 해독할 수 없다는 점이 이론적으로 증명되어 있어, 해결이 끝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완전히 무작위한 난수'를 실현하기란 사실 그리 간단하지 않다. 양자 암호로 이용해야 할 '완전히 무작위한 난수'란 0과 1이 아무런 규칙성도 없이 나열되어, 지금까지 등장한 난수를 바탕으로 다음에 어떤 난수가 등장할 수 없으며, 의도적으로 같은 난수를 다시 얻을 수도 없다는 요건을 충족한 것이다. 컴퓨터의 프로그램 등으로 생성되는 난수에는 사실 어떤 규칙성이 있어, 슈퍼컴퓨터 등으로 해석하면 그것이 드러나 암호 열쇠를 계산해낼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프로그램 등이 아니라 '열에 의한 전자의 운동(열잡음)'이나 '양자 역학적인 빛의 요동(양자 잡음)' 등 원리적으로 불규칙한 물리 현상을 이용해 난수를 얻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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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양자 얽힘'을 이용해 장거리를 연결한다.

 양자 역학에는 '양자 얽힘'이라는 독특한 현상이 존재한다. 여기서는 '광자'를 예를 들어 '양자 얽힘'이 무엇인지 설명한다. '광자(Photon)'에는 파동으로서의 진동 방향이 있는데, 이를 '편광(Polarization)'이라고 한다. 광자의 편광 방향은 관측할 때까지 정해지지 않는다.

 특수한 장치를 사용하면 편광의 방향이 같아지는 광자 쌍 A와 B를 만들 수 있다. 광자 A를 관측한 결과 편광의 방향이 세로였다고 하자. 그러면 그 순간 제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광자 B의 편광 방향은 세로로 확정된다. 이 신비한 관계성이 '양자 얽힘'이다. 지금 소개한 것은 '쌍이며 편광 방향이 같은 양자 얽힘'이지만 '한쪽이 세로이면 다른 한쪽은 가로' 등 다양한 패턴이 있을 수 있다.

6-1. 양자 얽힘을 이용해 암호 열쇠를 공유하는 메커니즘

 양자 암호에서는 이 양자 얽힘을 이용해 암호를 공유하는 방식도 연구되고 있다. 인공위성을 사용해 통신하는 경우를 예를 들어 그 메커니즘을 소개한다. 먼저 인공위성에서 양자 얽힘 관계에 있는 2개의 광자를 만들고, 그 상태를 유지한 채 각각을 지상의 두 지점으로 보낸다. 이번 경우, 2개의 광자는 같은 방향의 편광을 갖는다고 하자. 다음에 어느 쪽인가 한쪽 지점에서 광자의 편광을 관측한다. 그러면 그 시점에서 세로나 가로 어느 하나로 확정되며, 동시에 다른 한쪽의 광자 편광 방향도 확정된다. 이번 경우에는, 한쪽이 세로라면 다른 한쪽도 반드시 세로가 된다. 이것을 반복하면, 떨어진 두 지점에서 같은 정보를 공유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중간에서 누군가 한쪽 광자를 훔쳐본 경우, 그 시점에서 광자 상태가 변하기 때문에 훔쳐본 사실은 반드시 드러난다.

 이런 작업을 통해, 예를 들어 세로 편광을 0, 가로 편광을 1이라고 하면 0과 1이 늘어난 난수를 떨어진 두 지점에서 안전하게 공유할 수 있다. 여기까지가 '양자 열쇠 배송'에 해당하고, 메시지 자체는 다른 양자 암호통신과 마찬가지로 암호화해서 보내면 된다. 다만, 양자 얽힘을 이용하는 방식은 단일 광자를 사용하는 방식보다 고도의 기술이 필요하다. 그리하여 현시점에서는 '양자 열쇠 배송 속도'도 늦어지기 때문에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인공위성에서 '암호 열쇠'를 보낸다.

6-2. 양자 중계 기술

 인공위성이 아니라 광섬유를 사용한 통신으로도 양자 얽힘 방식은 가능하다. 단, 통신할 수 있는 거리는 100km 정도가 한계이다. 그래서 양자 얽힘을 이용해 통신 거리를 길게 하는 '양자 중계'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양자 얽힘을 발생시킨 광원을 2개 준비해, 광원 X에서 지점 A와 B로, 다른 광원 Y에서 지점 B와 C로 각각 양자 얽힘 관계에 있는 광자 쌍을 보낸다. 광원 X와 광원 Y에서 지점 B로 보낸 2개의 광자를 특수한 방법으로 측정하면, 2개의 양자 얽힘이 연결되어, 지점 A와 지점 C의 광자가 새롭게 양자 얽힘 관계가 된다. 이것을 반복해 끊어짐이 없는 장거리 '양자 암호 통신'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기술도 아직 기초 연구 단계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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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각국의 개발 경쟁

 양자 암호에 관한 세계적인 연구 개발 경쟁은 더욱 격렬해지고 있으며, 일부에서는 사실상의 실용화도 시작되고 있다.

7-1. 중국

 특히 중국은 양자 암호에 힘을 쏟아 세계의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국가가 주도하는 거대 프로젝트를 계속 추진하고 있으며, 그 규모는 상상을 초월한다. 중국은 2016년에 양자 암호용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다. 2017년에는 베이징에서 상하이에 걸친 약 2000km를 있는 양자 암호 네트워크를 구축해 금융 등의 분야에서 시험적인 이용이 시작되었다. 2021년 1월에는 인공위성과 지상의 통신망을 연결해 약 4600km에 이르는 양자 암호 네트워크를 구축했다고 발표했다.

  1. 2016년: 양자 기술 연구 개발에 5년간 약 1조 2000억 원을 투자하는 5개년 계획을 수립
  2. 2017년: 인공위성을 통한 우주 공간과 지상 사이의 양자 암호 배송을 세계 최초로 성공
  3. 2021년: 인공위성과 지상의 통신망으로 약 4600km의 양자 암호 네트워크를 구축

7-2. 일본

 일본에서도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2010년에 NICT 등이 도쿄의 100km 권내에 구축한 시험용 양자 암호 네트워크는 세계에서 가장 긴 운용으로 실적으로 실용화에 크게 공헌하고 있다. 2020년 10월에는 거대 전기 회사인 '도시바'가 양자 암호 서비스의 사업화를 발표했다. '도시바는 '2025년까지 일본을 포함, 사업을 전 세계로 확대하고 2035년께 시장 점유율 25% 확보가 목표라고 밝혔다.

 일본에는 기초 연구가 축적되어 있으며, 세계적으로 앞서는 기술도 있다. 예컨대 실용적인 장치에 의한 '양자 열쇠 배송 속도'에서는 2022년 기준, 중국 등 다른 나라에 비해 한 자릿수 정도 앞서 있다.

  1. 2010년: 도쿄 내의 100km 권내에서 시험용 양자 암호 네트워크를 구축
  2. 2017년: NICT가 초소형 인공위성과 지상 사이에서 양자 신호 송수신에 성공했다고 발표
  3. 2020년: 도시바가 일본 국내외에서 양자 암호 서비스의 사업화를 시작한다고 발표

7-3. 미국, 유럽, 한국 등

 이 밖에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도 양자 암호의 연구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각국이 맹렬히 경쟁하고 있다. 앞으로 양자 암호와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이용 실적이 축적되고, 비즈니스로서의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도시바'에 따르면, 양자 암호의 세계 시장은 2035년에 약 2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1. 2018년(미국): 미국의 기업이 주로 금융업계를 대상으로 한 양자 암호 서비스의 사업화를 발표
  2. 2018년(한국): SK텔레콤은 2011년 '양자기술연구소'를 설립하면서 한국의 통신사 3사 가운데 가장 먼저 양자암호 시장에 뛰어들었다. 2018년엔 스위스 양자암호통신 기업 'IDQ'를 자회사로 인수하고, '양자 암호 키 분배(QKD: Quantum Key Distribution)' 분야에서 최대 120km까지 전송할 수 있는 기술과 '파장 분할 다중화(WDM: Wavelength Division Multiplexing)' 기술 등을 개발하기도 했다.
  3. 2018년(유럽): 영국, 독일, 스페인의 통신 회사 등이 양자 암호 실증 실험을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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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양자 시큐어 클라우드

 양자 암호는 그 자체로도 혁신적이지만, 다른 기술과의 조합을 통해 더 유용한 것을 만들 수 있다. 일본에서 연구되는 독자적인 응용 기술 '양자 시큐어 클라우드(Quantum Secure Cloud)'에 대해 소개한다. '양자 시큐어 클라우드(Quantum Secure Cloud)'는 '비밀 분산'이라는 이론과 '양자 암호 기술'을 조합해, 중요한 데이터를 도난당하거나 재해로 망가지지 않도록 장기간에 걸쳐 보존하는 종합적인 메커니즘이다.

 일본에서는 일찍부터 양자 암호를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를 의식해 연구 개발을 진행해 왔다. '양자 시큐어 클라우드'에 대해서는 일본이 세계 최초로 원리를 제창했다. 이미 실증 실험도 반복하고 있으며, 세계 표준 기술로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양자 시큐어 클라우드'의 실제 사례로 NICT는 2019년에 거대 전기 회사인 NEC와 공동으로, 일본적인 대표적인 운동선수의 주요 개인 정보를 비밀 분산 이론으로 분할하고, 양자 암호로 각각 다른 장소로 보내 보관하는 실증 실험에 성공했다. 2020년 10월에는 도쿄의 의료 기관들의 협력을 받아 약 1만 건의 전자 진료 기록부를 분할 보관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데이터를 복원하는 검증에도 성공했다.

 앞으로 '양자 얽힘'을 이용한 중계 기술이 확립되면, 양자 컴퓨터 등이 양자 얽힘으로 연결된 네트워크인 '양자 인터넷(Quantum Internet)'이 실현될 것이다. 다만 이러한 내용은 상당히 먼 앞날의 이야기다. 양자 인터넷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연구 과제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 가능해질 수 있다. 앞으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