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지구 과학 (Earth Science)

'흙'이란 무엇인가?

SURPRISER - Tistory 2023. 1. 7. 19:02

 우리 주변에는 어디에나 흙이 있다. 집의 마당, 교외의 논밭, 산, 숲 등 육지의 모든 장소에는 흙이 펼쳐져 있다. 그런데 과연 '흙'이란 무엇일까? 누군가 당신에게 '흙이 무엇인가요?' 또는 '흙과 모래는 어떻게 다르죠?'라고 물으면 당신은 어떻게 대답할 것인가? 사실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소재도 그 근원을 찾아가면 '흙'에 도달한다. '흙'이란 무엇일까? 한마디로 흙이라고 해도 '흙'이라는 낱말이 사용되는 경우에 따라 그 의미는 달라진다. 여기서는 생물이 삶을 꾸려가는 장소로서의 흙을 연구하는 '토양학'에 근거해 '흙'이란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자.

0. 목차

  1. '흙'이란 무엇인가?
  2. 지구상의 흙은 12종류
  3. 흙의 역할
  4. 자원으로써 이용하는 흙
  5. 흙이 사라지고 있다.
  6. 흙으로 100억 명을 먹여 살리려면?
  7. 세계 토양의 날

1. '흙'이란 무엇인가?

 '토양학(Soil Science)'에서 말하는 '흙(Soil)'이란 간단히 말하면 '암석이 가늘게 부서져 생긴 '모래(Sand)'와 '점토(Clay)'에 '생물의 유해'가 썩어 섞인 것'을 가리킨다. '점토(Clay)'는 학교 미술 시간을 통해 자주 다루어 보았을 텐데, 정확히 말하면 '암석이 부서져 매우 가는 입자가 된 것'이다. 지구의 표면은 마그마가 식어 굳은 '화강암'과 '현무암' 등의 암석으로 이루어져 있고, 주성분은 '이산화규소(SiO2)'라는 물질이다. 이 암석이 밤낮의 기온차로 팽창과 수축을 거듭하며 갈라지거나 물이나 바람의 작용에 의해 침식된다.

 식물의 뿌리나 미생물에서 나오는 '구연산(Citric Acid, 시트르산)' 등의 유기산과 일산화탄소가 빗물에 녹아 스며들며 만들어진 산성의 물도 암석을 조금씩 녹인다. 이들의 작용으로 인해 암석은 오랜 세월에 걸쳐 조금씩 풍화해, 커다란 암석에서 조그만 자갈로, 그리고 더 가는 입자로 모습을 바꾼다. 암석이나 모래에 물이 닿으면 '이산화규소', '철', '알루미늄' 등이 풍화되어 녹아 나온다. 녹은 물질은 농도가 높아지면 다시 결정이 되어 다양한 광물 형태를 만든다. 이처럼 물속에서 만들어진, 모래보다 작은 광물 입자가 점토이다. 정확하게는 지름이 2μm보다 작은 것을 '점토'라고 한다. (1μm는 1000분의 1mm)

 시간이 지나면서 모래와 점토 위에는, 식물이 자라면서 잎을 떨어뜨리거나 말라죽어 쌓인다. 거기에 동물의 배설물이나 사체가 섞인다. 이들을 곤충이나 지렁이 등의 생물이 먹거나 '곰팡이', '버섯', '세균' 등이 분해해 최종적으로 '이산화탄소', '질소', '인', '다양한 유기물' 등이 생긴다. 이렇게 해서 생긴 혼합물을 '썩은 식물'이라는 의미에서 '부식(Humus)'이라고 하며, '부식'이 모래와 점토와 섞인 것이 바로 '흙'이다. '부식'에 포함된 질소나 인 등은 다음 세대의 식물이 자라기 위한 영양분이 된다.

1-1. 달에는 흙이 있는가?

 또 1969~1972년에 이루어진 인류 최초의 유인 달 탐사에서는, 달의 표면에 가는 모래가 쌓여 있음이 확인되었다. 달의 표면에는 '레골리스(Regolith)'라는 모래가 쌓여있다. 레골리스는 암석이 태양열에 의해 팽창과 수축을 반복하면서 갈라지거나 운석의 충돌로 파괴되면서 서서히 작아져 지름 0.1mm 정도의 크기가 된 것이다. 레골리스의 입자는 점토보다 훨씬 크며 물의 작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이러한 달의 모래는 식물을 키울 능력은 없다.

1-2. 화성에는 흙이 있는가?

 2015년에 개봉된 영화 '오디세이(Odyssey)'에서는 '흙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할 때 중요한 장면이 나온다. 영화의 줄거리는 화성에 남겨진 우주 비행사가 부족한 물자와 지혜를 활용해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것이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은 기지의 비축 식량이었던 생감자를 화성의 모래에 심고 배설물을 비료 삼아 감자를 재배하는 데 성공한다. 이 장면에서 흥미로운 점은 화성의 모래로 식물을 키울 때 물만이 아니라 비료도 주었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화성 탐사선을 통해 모래 성분을 분석한 결과, 화성의 모래에 식물을 심어도 물만으로는 식물이 자라지 않는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화성의 경우, 과거에는 액체인 물과 바다가 있다고 밝혀졌는데, 그 물의 작용으로 생각되는 점토가 화성 표면에 널리 존재한다. 화성에 생물이 없다면 당연히 부식도 없다. 그렇다면 화성의 표면에 있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냥 모래와 점토일 뿐 '흙'이라고는 할 수 없다. '부식'이 없으면 화성의 모래에서 식물이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영화' 오딧세이'에서는 감자를 키우기 위해 부식을 대신한 영양분이 필요해, 주인공이 화성의 모래에 배설물을 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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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지구상의 흙은 12종류

 지구상에 있는 모든 흙은 '점토와 부식이 포함된 비율', '점토를 형성하는 광물의 차이' 등을 바탕으로 크게 12종류로 분류할 수 있다.

  1. 점토 집적 토양: 중성이며 점토가 풍부한 비옥한 흙. 지중해성 기후나 사바나 기후 지역에 많다.
  2. 강풍화 적황색토: 동남아시아의 열대 우림에 많은, 산성이며 점토가 많은 흙.
  3. 옥시졸(Oxisol): 풍화 끝에 쇠의 녹 서분과 알루미늄이 농축된 붉은 흙. 남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많다.
  4. 포드졸(Podsol): 한랭한 산림에 만흐며, 모래가 많은 산성 흙. 북유럽과 북아프리카에 많다.
  5. 흑토: 화산재와 '부식(토양 미생물에 분해된 동식물 유해의 총칭)'이 결합한 흙이다.
  6. 갈라지는 점토질 토양: 건조하면 갈라질 정도로 점토 성분이 많은 비옥한 흙. 인도의 데칸 고원 등에 분포한다.
  7. 체르노젬(Chernozem): 건조한 초원 아래에 있는 흑토. 중성이며 부식이 많다. '흙의 황제'로 불리며 곡물 등의 생산을 담당한다.
  8. 젊은 토양: 미숙토에서 약간 풍화가 진행된 점토질 흙. 일본 삼림에 많다.
  9. 이탄토(Peat Soils): 습원 등 물에 잠긴 환경에서 식물의 유해가 분해되지 않은 채 쌓인 흙이다.
  10. 영구 동토(Permafrost): 여름에도 녹지 않는 얼음층에 있는 흙
  11. 미숙토: 암석이 갓 풍화한 흙
  12. 사막토: 1년 중 9개월 이상 건조한 사막 지대의 흙. 부식과 점토가 적어 생물 생육에 나쁘며 풍화가 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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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흙의 역할

 지구 환경에서 흙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서는 주로 4가지 역할에 대해 살펴볼 것이다.

3-1. 흙은 식탁을 떠받치고 있다.

 흙이 가진 첫 번째 역할은 '식량 생산'이다. 흙은 채소와 곡물, 과일 등 다양한 농작물을 기른다. 그리고 흙에서 자란 채소와 곡물은 가축의 먹이도 된다. 결국 고기나 유제품 등도 근원을 보면 흙이 만들어 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매일 먹는 식량 가운데 약 95%가 흙에서 생산된다. 나머지 5%를 차지하는 수산물도 하천의 흐름이나 바람에 의해 바다로 운반된 흙의 양분이 어패류의 먹이가 되는 플랑크톤을 키운 것이다.

 식량 생산을 담당하는 중요한 흙 중의 하나가 12종류의 흙 가운데 가장 비옥한 '체르노젬(Chernozem)'이다. '체르노젬'은 러시아 남서부에서 동유럽의 우크라이나, 헝가리에 분포한다. 또 미국 중서부의 '프레리(Prairie)'나 아르헨티나의 '팜파(Pampas)', 중국 북동부의 '흑토' 등도 체르노젬의 일종이다.

 '체르노젬'은 '지구가 추워져 빙하기와 간빙기를 반복하던 시대(약 258만 년 전~약 1만 년 전)'에 만들어진 것으로 생각된다. 먼저 '빙하기(Glacial Age)'에 고위도 지방을 뒤덮은 빙하에 의해 암석이 부서져 가는 모래 가루가 되었다. 그런 다음, 따뜻한 '간빙기(Interglacial Epoch)'가 되자 빙하기가 만들어 낸 엄청난 모래 가루가 바람에 의해 날려 건조하고 서늘한 중위도 지역에 쌓였다. 그리고 이 모래 가루 위에 초원이 발달하자, 풀뿌리가 부식이 되어 '체르노젬'이 생겼다. 체르노젬이 분포하는 지역은 밀이나 옥수수의 중요 산지가 되어, 우크라이나는 '유럽의 빵 바구니'로도 불린다.

3-2. 물과 양분을 저장하는 점토

 흙이 가진 두 번째 역할은 '물'과 '양분'을 저장하는 것이다.

  1. 물을 저장: 삼림이나 논 등의 흙은 빗물이나 관개용수를 저장했다가 서서히 지하수로 방출한다. 그리하여 큰비가 내렸을 때 홍수를 막거나 비가 적은 시기에 하천의 물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흙이 물을 저장할 수 있는 이유는 점토 입자 사이에 작은 틈이 있기 때문이다. 마른 수건의 일부를 물에 담그면 물이 수건에 스며들어 위로 올라간다. 이것은 수건의 섬유 사이에 있는 작은 틈으로 물이 들어가고, 물의 표면장력에 의해 빨려 올라가는 현상으로 '모세관 현상'이라고 한다. 점토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나 점토 입자의 틈에 물에 들어가 담긴다. 두께 1m의 흑토는 1시간당 100mL라는 호우가 내려도 빗물을 담아낼 수 있다는 계산 결과가 있다.
  2. 양분을 저장: 점토 입자의 대부분은 '음(-)'전기를 띠고 있다. 한편,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칼슘(Ca)'이나 '칼륨(K)' 등의 미네랄, 그리고 질소 화합물 등은 '양(+)'전기를 띤 양이온으로 물에 녹아 있다. 따라서 점토 입자는 양이온을 흡착할 수 있고, 이것을 식물의 뿌리에 흡착함으로써 식물이 성장한다.

 결국 양분의 근원이 되는 '부식(Humus)'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그 양분과 물을 적당하게 먹을 수 있는 점토 성분도 풍부한 흙이 '비옥한 흙'이 된다. '체르노젬(Chernozem)'이나 '논흙'이 대량의 곡물을 생산할 수 있는 것은 이러한 흙의 기능 덕분이다. 앞에서 말한 세계의 12종류의 흙 가운데 비옥하다고 할 수 있는 흙은 '체르노젬', '점토 집적 토양', '갈라지는 점토질 토양' 3종류밖에 없다.

 영양분이 많고 적당하게 건조하며 산성이 아닌 '농업에 적당한 흙'이 존재하는 장소는 육지 전체 면적의 11%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이 11%의 흙이 세계 인구의 약 80%가 소비하는 식량을 생산한다. 단, 지표면의 나머지 89%를 차지하는 흙이 농업에 적당하지 않다는 뜻은 아니다. 토지별 흙의 특징에 따라 건조하면 물을 공급하고, 산성흙이면 석회를 넣어 중화하며, 부족한 양분을 비료로 보충하는 등의 방법으로 토양의 성질을 개량해서 식량 생산을 늘려온 것이 인류 농업의 역사이다. 농업에 최적인 '완벽한 흙'이라는 것은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부족한 요소가 분명한 흙이, 그것을 보충해 주기만 하면 농업 생산을 늘려 주기 때문에 사용하기 쉬운 흙이라고 할 수 있다.

3-3. 이산화탄소를 가두어 들인다.

 흙이 가진 세 번째 역할은 '부식(Humus)'이라는 '형태로 탄소를 가두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한 대로 흙에 포함되어 있는 부식의 근원은 생물, 특히 낙엽 등 생물의 유해이다. 그 근원을 더욱 파헤치면, 식물의 유해는 식물을 형성하는 단백질 등이다. 또 그 안에는 살아 있을 때 하던 광합성에 의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만든 녹말 등의 영양소가 포함되어 있다. 결국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유기물이라는 형태로 바뀌면서 탄소를 가두고 있는 것이 부식이다. 만약 전 세계의 지하 1m 이내에 있는 부식이 미생물에 의해 이산화탄소와 물로 완전히 분해된다면, 지구 전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약 3배는 증가할 것이다. 그 정도의 탄소를 흙이 가두고 있는 덕에 지구 온난화가 계속 억제되고 있다.

3-4. 다종다양한 생물에게 '살 곳'을 제공한다.

  또 흙은 다종다양한 생물에게 '살 곳'을 제공한다. 손바닥에 올린 10g의 흙 속에는 약 100만 종류, 약 100억 개의 '세균(Bacteria)'이 포함되어 있다. 또 방대한 수의 균류도 서식하고 있어, 10g의 흙에 포함된 균류의 균사 길이를 더하면 약 20km에 이른다. 동물·식물까지 포함해 흙 속에 사는 생물 전체를 합계하면 지구에 존재하는 전 생물종의 약 25%에 이른다. 지구에 흙이 존재하는 덕분에 지구상의 '생물 다양성(Biodiversity)'이 유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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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원으로써 이용하는 흙

 흙은 농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이지만, 인간은 흙 자체도 자원으로 이용하고 있다. 흙 자체가 이용되기도 하고, 포함된 점토가 자원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1. 고령토(Kaolin): 바로 떠오르는 용도는 도자기이다. 점토를 반죽해 모양을 만들고 그것을 구워 그릇이나 기와를 만드는 기법은 토기 시대부터 현대까지 기본적으로는 변함이 없다. 도자기에 흔히 사용되는 '고령토(Kaolin)'라는 점토는 안정되어 있어, 다른 물질과 별로 반응하지 않기 때문에 '파운데이션(Foundation)' 등에도 사용된다.
  2. 스멕타이트(Smectite): 논의 토양에 포함된 '디옥타헤드랄 스멕타이트(Dioctahedral Smectite, 이른바 스멕타이트)'라는 점토는 수분을 잘 흡수해 팽창하는 성질을 가져, '지사제(설사를 멎게 하는 약)'나 '동물 화장실용 모래' 등에 이용된다.
  3. 운모(Mica): '운모(Mica)'도 점토의 근원이 되는 광물의 일종이다. 반짝반짝 광택이 있는 판 모양 결정이어서 화장품의 '라메(광택을 가진 금속 가루)'의 재료가 되거나, 전기를 통하지 않기 때문에 예전에는 '콘덴서 등의 전자부품'에 사용되기도 했다.
  4. 옥시졸(Oxisol): 남미 아마존강 유역이나 중앙아프리카에는 '옥시졸(Oxisol)'이라는 흙이 분포해 있다. '옥시졸'은 오래된 대륙의 암반을 형성하는 화강암이 수억 년에 걸쳐 강한 바람에 풍화되면서 영양분이 빠져나가고, '철(Fe)', '알루미늄(Al)'과 결합한 점토만 남은 것이다. 농업에는 전혀 적합하지 않지만 알루미늄 광상으로 이용된다. '옥시졸' 안에 산화알루미늄이 특히 진하게 농축되어 생긴 것이' 보크사이트'이다. '알루미늄'은 알루미늄 캔에서부터 스마트폰, 비행기, 로켓 등 거의 모든 공업 제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금속이지만, 그 근원을 찾아보면 흙에 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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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흙이 사라지고 있다.

5-1. 흙의 열화

 지구 표면에는 암석이 풍화하면서 새로운 흙이 만들어지는 작용이 항상 일어나고 있다. 암석의 풍화로 새롭게 흙이 생겨나는 속도는 1년에 두께 약 0.1mm로 추정된다. 흙의 두께가 1m 생기려면 어림잡아 약 1만 년이 걸리는 셈이다. 인간의 활동이 없는 자연 상태에서는 이러한 작용으로 새로운 흙이 조금씩 만들어짐과 동시에, 비나 눈 녹은 물에 의해 흘러가거나 바람에 날려가 이미 있던 흙이 조금씩 사라진다. 둘의 작용이 거의 평형을 이루면, 전체로 보면 흙의 양은 변함이 없든지 토층이 조금씩 성장한다.

 그런데 흙은 인간을 포함한 지구상의 모든 생물을 떠받치는 중요한 존재이지만, 최근에는 세계 곳곳에서 흙이 사라지고 있다. 그 커다란 원인의 하는 농업이다. 농업 때문에 대규모로 흙을 갈아엎으면, 그 미묘한 균형은 일시에 무너지고 만다. '표토(Surface Soil)'를 갈아엎으면 표면을 덮고 있던 식생이 사라지고, 흙이 노출되면 흙이 새롭게 만들어지는 속도보다 훨씬 빨리 수식과 풍식이 작용하기 때문에 흙은 급속도로 사라진다.

 예를 들면 1920~1930년대에의 미국에서는 농업 기계와 화학 비료를 사용해 중서부의 체르노젬에서 밀과 옥수수를 대규모로 생산해 유럽에 수출했다. 이로써 초원 지대가 흙이 노출된 농지로 변하고, 대량의 흙이 바람에 날리며 '더스트볼(Dust Bowl)'이라는 모래 폭풍이 자주 발생하게 되었다. 그 결과, 300만 명 이상의 농민이 농지를 버리고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더스트 볼에 의해 황폐해지는 모습은 '존 스타인벡'이 1939년에 출판한 소설 '분노의 표도'에도 잘 묘사되어 있다. 이처럼 농업으로 인한 흙의 '열화(화학적·물리적 성질이 나빠지는 현상)'에 의해 미국 중서부 체르노젬의 흑색토층은 과거 100년 사이에 두께가 절반까지 줄어들었다.

5-2. 염류 집적(Salt Accumulation)

 또 흙 그 자체는 줄지 않더라도 삼림의 벌채 등으로 식물이 사라지면, 비가 내리는 양보다 표면에서 물이 증발하는 양이 많아져 흙은 건조해진다. 그러면 흙 속에 있는 물이 표면을 올라와 건조해지면서, 물에 포함되어 있던 염분이 지표에 쌓이는 '염류 집적(Salt Accumulation)'이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그러면 건조해지면서 흙의 온도가 올라가 미생물이 부식을 분해하는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에 흙에서 영양분도 사라진다. 이처럼 인위적으로 '사막화'한 흙에서는 더 이상 식물이 자라지 않는다. '염류 집적'으로 버려지는 농지 면적은 전 세계에서 매년 약 15000km2에 이른다.

염류 집적(Salt Accumulation)

6. 흙으로 100억 명을 먹여 살리려면?

 2022년에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었으며 2050년에는 100억 명 가량의 될 것으로 추정된다. 반면 농지 면적은 한계점에 이르고 있다. 지금의 속도로 비옥한 흙이 계속 줄어들면, 2050년에는 세계의 식량 생산이 지금보다 20% 줄어든다는 예측이 있다. 그런 상황 인식 아래, 앞으로 지구에서 100억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이 연구되고 있다.

6-1. 비경작 농법

 흙이 사라지는 것을 막는 방법의 하나로, 북미의 체르노젬이 분포하는 토지에서는 농지를 갈아엎지 않는 재배 방식인 '비경작농법(Nontillage Cultivation)'이 확대되고 있다. 작물을 수확한 후 보통을 흙을 뒤집어 줄기나 잎을 파묻는다. 이에 비해 흙을 갈아엎지 않는 재배의 경우, 수확 후 남는 줄지나 입을 그대로 말려 표면에 쌓아 둔다. 이렇게 함으로써 수확량이 조금 줄거나 병충해 위험이 늘어날 가능성은 있지만 '표토'를 보호하고 풍식 등에 의해 흙이 사라지는 현상을 막을 수 있다.

6-2. 토양의 유기물 늘리기

 또 낙엽이나 가축의 배설물을 모아 미생물로 자연 분해시킨 다음 비료로 이용하는 '퇴비'를 더 많이 활용하는 대책도 고려되고 있다. 동식물의 유해에서 부식이 생기는 것과 마찬가지로, 퇴비도 흙 속의 유기물을 늘리는 효과가 있다. 그리고 흙에 포함된 유기물이 많아지면 흙 속에 가두어진 탄소가 많아지는 만큼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가 감소해, 기후 변동을 완화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최신 연구에서는 세계의 흙에 포함된 탄소의 양을 매년 0.4%씩 늘릴 수 있다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멈출 수 있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2015년 '파리 협정(지구 온난화를 억제하기 위해 세계 각국이 노력할 내용을 정한 협정)'을 채택한 국제회의 'COP21'에서는 토양의 유기물을 늘림으로써 장래에도 지속적으로 식량 생산을 계속하여, 동시에 지구 온난화도 억제하는 것으로 목표로 한 '4 per mille initiative(4/1000 이니시어티브)'라는 대책을 정책으로 만들었다.

 흙은 인간의 활동으로 쉽게 사라져버린 약한 존재이다. 그리고 흑의 비옥도의 지표가 되는 부식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밝혀지지 않은 점도 많다. 부식의 유기물 구조와 종류조차 아직까지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농업에 적합한 부식을 만드는 방법을 알면, 더 수확량이 많은 흙과 비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발아래 잠자고 있는 흙은 아직도 연구해야 할 과제가 많은 과학의 최전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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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세계 토양의 날

 흙의 중요성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2013년에 'UN(국제연합)'에서 매년 12월 5일을 '세계 토양의 날'로 제정하고, 2015년을 '세계 토양의 해'로 결의했다. 12월 5일은 '토양 보전에 힘을 쏟은 태국의 고 푸미폰 국왕의 생일'이다. 또 2015년에 '국제 토양 과학 연합(IUSS: International Union of Soil Sciences)'는 2015~2024년의 10년간을 '국제 토양 10년'으로 정해 흙의 중요성을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