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물리학 (Physics)

'고온'의 물리학

SURPRISER - Tistory 2023. 1. 7. 19:01

 현재의 인류는 모닥불보다 훨씬 고온인 다양한 물리 현상을 이용해 고도의 문명을 만들어 내고 있다. 또 '우주의 천체'와 '마이크로 소립자' 등 자연계의 다양한 규모에 수많은 초고온 현상이 있음도 알고 있다. 우리 주변에 있는 고온의 세계와 연구자가 다루는 극한의 고온 현상에 대해 알아보자.

0. 목차

  1. 우리 주변의 고온
  2. 열과 온도
  3. 열기관(Heat Engine)
  4. 가장 뜨거운 고체
  5. 1만℃를 넘는 세계: 플라스마
  6. 1억℃를 넘는 세계: 핵융합
  7. 인류가 도달한 최고 온도는 5조 5000억℃

1. 우리 주변의 고온

 인류가 맨 처음 이용한 '고온'은 '불'이다. 주변에서 열에너지를 얻어 이용하는 인간의 행위는 약 100만 년 전의 '불의 사용'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지구에 살던 초기 인류인 '호모 에렉투스(Homo Erectus)'가 처음으로 불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불을 횃불과 난방, 다른 동물의 습격에서 몸을 지킬 목적으로 사용함과 동시에 음식물을 불로 조리해 먹었다. 가열 조리한 음식은 소화가 잘 되었고, 그 덕분에 인류는 짧은 식사 시간에 많은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것이 뇌의 거대화를 촉진해 인류가 높은 지능을 갖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된다.

1-1. 양초

 불에서는 장작이나 밀랍 같은 연료에 함유된 탄화수소가 분해되어 산소와 결합하는 '연소'라는 현상이 일어난다. 불꽃의 온도는 예를들어, '불꽃심(촛불 중심 부근)' 부분은 300℃, 가장 바깥쪽은 1400℃ 정도이다. '불꽃심'에서는 밀랍이 분해되어 생긴 탄소 원자의 일부가 산소 원자와 결합하지 않고 남는 '불완전 연소'가 일어나기 때문에, 바깥쪽보다 온도가 낮고 '그을음(탄소의 미립자)'이 발생한다. 양초와 모닥불의 불꽃이 주황색을 띠는 것은 그을음이 달궈져 '열복사(Thermal Radiation)'라는 빛을 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바깥쪽은 '속불꽃'으로로 온도는 약 500℃이다. 한편, '겉불꽃(가장 바깥쪽)'의 온도는 약 1400℃로 가장 높지만, 이 부분에서는 증발한 양초가 풍부한 산소와 결합해 거의 완전 연소하기 때문에, 색이 흐리며 그다지 밝게 보이지 않는다.

1-2. 가스레인지

 우리가 부엌에서 사용하는 가스레인지의 경우, '도시 가스(LNG)'와 '액화 석유 가스(LPG)'에 함유된 '메탄(Methane)', '프로판(Propane)', '부탄(Butane)' 등의 탄화수소가 연소한다. 양초 등과 달리 가스에서는 미리 산소가 혼합되어 있기 때문에, 그을음이 거의 나오지 않아 불꽃이 파랗다. 탄화수소가 분해되어 산소와 결합하기 전에 C2와 CH 같은 불안정한 분자가 일시적으로 생기는데, 이 불안정한 분자가 파란색과 초록색 빛을 방출하기 때문에 파란색 불꽃이 나타난다.

 가스레인지의 불꽃 온도는 약 1800℃로 철의 녹는점 1538℃보다 높지만, '철(Fe)'로 만든 냄비를 가스레인지 불 위에 놓아도 녹지 않는다. 왜일까? 주된 이유로, 철을 비롯한 금속은 열전도율이 크다는 점과, 불꽃에 접히는 면적에 비해 냄비 전체가 매우 크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이런 이유로 냄비에 가해진 열은 냄비 전체로 재빨리 퍼져 확산한다. 그리고 냄비에 물이 들어 있으면 냄비에서 물로도 열이 전해지기 때문에 냄비의 온도가 녹는점까지 올라가지 않는다. 만약 '철 섬유(Steel Wool)'처럼 가늘고 작은 쇠를 가스레인지 불에 갖다 대면, 녹으면서 불에 타 산화철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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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백열전구

 전기와 관련된 고온 현상도 있다. 예를 들어 백열전구를 켜면 전구 자체가 매우 뜨거워지는데, 이것은 전구 안의 '필라멘트(Filament)'라는 가는 금속에 전류가 흐를 때 필라멘트의 전기 저항으로 인해 '줄 열(Joule열, 전기 열)'이라는 열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 '줄 열'로 인해 온도가 올라간 필라멘트가 열복사 빛을 내면서 전구가 빛난다. 필라멘트의 온도는 약 2500℃까지 온도가 올라간다. 이 온도에서도 녹지 않도록, 필라멘트에는 녹는점 3422℃인 '텅스텐(Tungsten)'이 사용된다.

 '토머스 앨바 에디슨(Thomas Alva Edison, 1847~1931)'이 발명한 세계 최초의 전구에는 '대나무 숯의 탄소(3550℃에서 고체에서 기체로 승화함)'가 필라멘트에 사용되었다. 또 필라멘트가 타버리거나 증발하지 않도록 유리공 내부를 진공으로 한 다음 '아르곤'이나 '질소' 같은 기체를 넣고 밀봉한다.

1-4. 인덕션 조리기

 '인덕션 조리기'도 조리기 안에 있는 코일이 '자기장(Magnetic Field)'을 만들고, 그 '자기력선(Line of Magnetic Force)'이 냄비 밑바닥의 금속을 관통하면서 '전자기 유도'라는 현상에 의해 냄비 바닥에 '와전류(도체 내부를 지나는 자기력선속의 변화로 인해서 생기는 전류)'가 흐르고, 이 '와전류'가 '줄 열(Joule열, 전기 열)'을 발생시킴에 따라 냄비 자체가 가열된다.

인덕션 조리기

2. 열과 온도

 그럼 '열'과 '온도'는 무엇일까? '열'이란 물질을 형성하는 원자와 분자의 '운동의 정도'를 거시적 관점에서 나타낸 것이다. 물질은 방대한 수의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지며, 다양한 속도와 방향으로 운동한다. 이 모든 운동 에너지를 평균하면, 그 물질 전체를 거시적으로 보았을 때의 '절대 온도'와 비례가 성립한다. 결국 물질의 온도가 높다는 것은 물질을 형성하는 입자의 평균적인 운동 에너지가 높다는 것이다. 또 온도가 다른 두 개의 물질을 맞닿게 하면 온도가 높은 쪽에서 낮은 쪽으로 열이 이동해, 최종적으로 양쪽의 온도가 같아진다. 이것은 입자의 운동 에너지가 높은 집단과 낮은 집단을 접촉시킴으로써, 접촉면에서 양쪽의 입자가 충돌을 반복하며 운동 에너지를 교환해 최종적으로 양쪽의 운동 에너지의 평균이 같아지는 것이다. 이처럼 '열(Heat)'이란 입자 하나하나가 지닌 운동 에너지를 물질 전체에서 더한 것으로, 그 대푯값으로서 입자 하나당 평균 운동 에너지를 나타내는 것이 '온도(Temperature)'라고 말할 수 있다.

 '연소열'과 '줄 열'도 미시적 관점에서는 원자끼리 주고받는 에너지가 그 근원이 된다.

  1. 줄 열: 물질이 열을 받으면, 그 물질의 분자를 형성하는 원자끼리의 결합이 끊어져 산소 분자와 새로운 결합을 만든다. 이로 인해 원자의 결합 에너지가 줄어들며, 그만큼 새롭게 생긴 분자의 운동 에너지가 증가한다. 이것이 '연소열'이다.
  2. 연소열: '줄 열'의 경우는 도선 속을 운동하는 전자가 도선의 원자와 상호 작용함으로써 전자의 운동 에너지가 줄며, 도선의 원자가 진동하는 운동 에너지는 증가한다. 이것이 거시적 규모에서는 '도선이 뜨거워지는 현상'으로 파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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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열기관(Heat Engine)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동력과 에너지원 분야에는 고온이 관여하는 현상이 많이 있다. 탈것을 움직이는 동력원과 대부분의 발전 시스템에 '열기관(Heat Engine)'이라는 메커니즘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3-1. 열기관의 메커니즘

 '열기관(Heat Engine)'이란 '유체(기체와 액체)'가 지닌 열에너지를 이용해 기계적인 '일(Work)'을 이끌어내는 시스템을 말한다. 쉽게 말해 '열기관'이란 고온으로 동력을 얻는 기계를 말한다. 자동차와 배에 사용되는 '가솔린 엔진(Gasoline Engine)'과 '디젤 엔진(Diesel Engine)', 항공기에 사용되는 '제트 엔진(Jet Engine)' 등은 모두 열기관의 일종이다. 또 화력 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에서 발전시키를 회전시키는 데 사용되는 '가스 터빈(Gas Turbine)'과 '증기 터빈(Steam Turbine)'도 열기관이다.

 '열기관의 메커니즘'은 여러 가지이지만, 개략적으로 말하면 모두 다 열을 가열해 고온이 된 유체가 팽창하거나 폭발하는 힘으로 '피스톤(Piston)'과 '터빈(Turbine)'을 움직여 동력을 얻는다. 바꿔 말하면, 유체의 열에너지가 역학적인 '일(Work)'로 변환되는 것이다. 하지만 '열역학 제2법칙(The Second Law of Thermodynamics)'에 따라 열기관에 투입된 에너지를 100% 일로 변환할 수는 없다. '투입한 열에너지에 대한 도출된 일의 비율(열효율)'은 가술린 엔진의 경우 30%, 디젤 엔진은 약 40%, 가스 터빈은 50~60%이며, 남은 에너지는 배기 열과 엔진의 진동 에너지 등으로 사라진다.

 이처럼 열기관은 유체가 고온에서 저온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일을 얻는다. 열효율이 이론상 가장 높아지는 가상적인 열기관을 '카르노 기관(Carnot Heat Engine)'이라고 하며, 그 열효율은 '1-(고온 상태의 유체 온도 ÷ 저온 상태의 유체 온도)'라는 식으로 표현된다. 이 식에서 알 수 있듯이 '고온 상태의 유체 온도'를 최대한 크게 올리는 것이 열효율이 좋다. 화석 연료를 태우는 열기관인 경우, 열효율이 좋을수록 적은 연료로 같은 일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산화탄소의 배출도 줄어든다. 따라서 특히 화력 발전에서는 보다 높은 온도로 운전할 수 있는 '가스 터빈'에 대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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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고온의 가스를 사용하면, 열효율이 향상된다.

 '가솔린 엔진'의 경우, 연소하는 가스의 최고 온도는 약 2000℃, 배기가스는 600~900℃가 된다. 엔진을 만드는 재료로는 이전에는 '철(녹는점 1538℃)'이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알루미늄(녹는점 660℃)'이 많이 사용된다. 연소 가스의 최고 온도가 엔진을 만드는 재료의 녹는점보다 높지만, 엔진 오일과 냉각수를 통해 엔진 본체가 냉각되기 때문에 엔진이 녹는 일은 없다.

 '제트 엔진'과 '발전용 가스 터빈'의 경우, 연소 가스의 온도는 1500~1600℃이다. 가솔린 엔진의 실린더나 피스톤과 달리, 가스 터빈의 회전 날개 '블레이드'에는 항상 이 정도의 가스가 뿜어지며 회전 원심력도 계속 가해진다. 따라서 가스 터빈은 매우 가혹한 환경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가스 터빈'처럼 고온에 노출되는 것을 만드는 재료로, 예를 들어 금속 가운데 녹는점이 가장 높은 '텅스텐(녹는점 3422℃)' 등을 사용하면 고온의 가스를 사용할 수 있어 열효율을 향상시킬 수 있겠지만, 그리 간단하지는 않다. 터빈에 사용되는 재료는 녹는점이 높을 뿐만 아니라 고온에서도 강도를 유지해야 하고, 산화와 부식에 강하며, 가공하기 쉽고, 가벼우며,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다양한 조건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들 조건을 균형 있게 충족하는 재료로서 현재는 '니켈(Ni)'을 주성분으로 하는 '합금(금속에 이것과 다른 원소를 한 가지 이상 첨가하여 얻은 것)'인 '니켈 기초 합금'을 사용하고 있다.

제트 엔진(Jet Engine)

4. 가장 뜨거운 고체

 현재 알려진 물질 가운데 1기압에서의 가장 높은 녹는점은 약 4000℃ 대이다. 단체(한 종류의 원소로 된 물질로서 녹는점이 가장 높은 물질은 '텅스텐(녹는점 3422℃)'이지만, '합금(금속에 이것과 다른 원소를 한 가지 이상 첨가하여 얻은 것)'과 '고용체(Solid Solution, 하나의 고체에 다른 원소가 골고루 녹아들어 가서 생긴 단일 고체)' 등을 포함하면 '텅스텐'보다 녹는점이 높은 것도 있다. 예를 들어 '탄화 탄탈럼 하프늄(Tantalum Hafnium Carbide)'은 녹는점이 4214℃에 이른다. 단, 4000℃가 넘는 녹는점은 측정 자체가 어려워, 정확하게 구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지구 내부는 얕은 순서대로 '지각(Crsut)', '맨틀(Mantle)', '외핵(Outer Core)', '내핵(Inner Core)'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가장 깊은 내핵의 중심은 온도가 약 5500℃이며, 그 위에 있는 외핵은 220~5000℃로 추정된다. 내핵과 외핵은 모두 주로 '철(Fe)'과 '니켈(Ni)'의 합금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외핵은 액체, 내핵은 고체이다. 내핵은 외핵보다 온도가 높지만 약 364만 기압이라는 압력이 작용하기 때문에 녹는점이 높고 고체 상태이다.

 지구과학 분야에서는 이런 내부의 고온·고압 환경을 재현하는 실험도 한다. 원뿔 모양으로 뾰족하게 만든 2개의 다이아몬드 끝을 서로 마주 보게 한 다음, 지름 0.1mm 이하의 미세한 시료를 다이아몬드 사이에 끼우고 큰 압력을 가하면서, 레이저로 가열하는 큰 압력을 가하면서 레이저로 가열하는 레이저 가열식 '다이아몬드 앤빌 셀(DAC: Diamond Anvil Cell)'이라는 장치를 사용하는 실험이다. 2010년에는 내핵의 중심부와 거의 같은 370만 기압·5400℃라는 온도를 달성했다.

다이아몬드 앤빌 셀(DAC: Diamond Anvil Cell)

5. 1만℃를 넘는 세계: 플라스마

 우리 주변에 있는 고체와 액체 물질에서 5000℃가 넘는 고온 현상을 마주할 기회는 거의 없다. 온도가 1000℃를 넘어 5000~10000℃가 되면 원자핵에 전자를 붙들어 놓던 에너지와 같은 정도까지 원자 자체의 운동 에너지가 커지기 때문에, 원자끼리 충돌하면 원자가 떨어져 나온다. 이렇게 원자핵과 전자가 분리된 상태의 물질을 '플라스마(Plasma)'라고 한다. 10000℃를 넘는 현상은 필연적으로 플라스마와 관련된 현상이다.

5-1. '플라스마'와 '방전'

 플라스마로 인한 대표적인 자연 현상은 '벼락(Lightning)'이다. '벼락'은 '적란운' 안에서 생긴 얼음 알갱이가 서로 격렬하게 충돌하면서 정전기가 발생해, '적란운의 상층과 하층 사이' 또는 '적란운의 하층과 지상 사이'에 큰 '전압(전위차)'이 생기면서 방전이 일어나는 현상이다. 수만~수십만 암페어에 달하는 막대한 전류가 약 0.001초 사이에 흐르고, 벼락이 지나간 경로에는 질소와 산소 같은 분자가 약 20000~30000℃로 가열되어 플라스마가 된다.

 벼락과 같은 방전 현상을 인공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형광등(Fluorescent Lamp)'과 '네온사인(Neon Sign)'이다. 유리관 안에 희박한 네온과 수은 가스를 넣고 밀봉해 방전을 일으키면, 가스가 플라스마가 되어 빛을 낸다. 플라스마의 온도는 10000~20000℃이지만, 매우 희박해 유리관은 그다지 뜨거워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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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플라스마'와 '내열 방패'

 플라스마는 우주 공간과 천체와 관련된 현상에도 흔히 등장한다. 2020년에 일본의 소행성 탐사선 '하야부사2(Hayabusa2)'가 지구로 귀환해, 소행성 '류구'의 토양 샘플을 지상으로 보내는 데 성공했는데, 이 캡슐은 시속 11km라는 맹렬한 속도로 지구에 돌입했다. 돌입할 때는 캡슐 전방의 대기가 급격하게 압축되어 가열되기 때문에, 대기의 분자가 약 10000℃의 플라스마가 되고, 캡슐은 불덩어리가 되어 떨어진다. 이 고온을 견디기 위해 캡슐의 '내열 방패'는 탄소 섬유 강화 플라스틱으로 덮여 있으며, 재돌입할 때 이것이 증발하면서 기화열을 빼앗아 캡슐 표면은 3000℃까지 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아폴로(Apollo)'와 '스페이스 셔틀(Space Shuttle)', '크루 드래건(Crew Dragon, 스페이스 X의 첫 우주선)' 같은 유인 우주선이 대기권에 재돌입할 때도 약 7000~10000℃의 플라스마에 휩싸이면서 귀환하기 때문에 단열재와 증발하는 재료를 사용해 고온에 견디는 메커니즘을 채택한다.

5-3. '플라스마'와 '태양'

 또 하나 우리 주위에 있는 플라스마가 태양이다. 태양은 플라스마 상태의 거대한 수소 덩어리로, 표면 온도는 약 6000℃에 이른다. 약 1억 5000만 km나 떨어진 지구에도 태양광의 에너지는 1m2당 약 1360W 쏟아지고 있다. 또 태양 표면에는 전자와 양성자 같은 입자가 고속으로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이것을 '태양풍(Solar Wind)'이라고 한다. 지구 부근에서의 태양풍의 온도는 약 10만℃에 이른다. 더구나 태양 주위에는 '코로나'라는 매우 희박한 대기가 있는데, 코로나의 온도는 약 100만℃나 된다. 태양의 표면이 6000℃임에도 불구하고 왜 코로나가 이렇게 고온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며 '코로나 가열 문제(Coronal heating problem)'라는 이름으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태양풍(Solar Wind)'과 '코로나(Corona)'의 플라스마는 형광등의 플라스마와 마찬가지로 매우 희박하기 때문에, 원자와 전자의 운동 에너지로서는 매우 고온이지만, 그 안을 비행하는 탐사선이 바로 같은 온도까지 뜨거워지지는 않는다. 그러나 코로나를 통과하는 '파커 솔라 프로브'의 기체는 약 1400℃까지 뜨거워지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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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1억℃를 넘는 세계: 핵융합

 태양이 방출하는 막대한 열에너지의 원천은 태양의 중심부에 있다. 이곳에서는 온도가 약 1500만℃, 압력은 약 2650억 기압이라는 초고온·초고압 상태에서 4개의 수소 원자핵이 결합해 '헬륨 원자핵'으로 바뀌는 '핵융합 반응(Nuclear fusion reaction)'이 일어나고 있다. 이 반응으로 막대한 에너지가 발생하며, 빛과 열의 형태로 방출된다.

6-1. 핵융합 발전

 이 핵융합 반응을 지상에서 인공적으로 실현해 발전에 이용되려는 연구가 1950년대부터 진행되어 왔다. 핵융합은 현재의 원자력 발전소에서 사용되는 우라늄 핵분열 반응과 달리, 중수소와 삼중수소를 연료로 사용하기 때문에, 바닷물에서 거의 무한정으로 연료를 얻을 수 있다. 또 핵분열과 같은 연쇄 반응이 아닌 까닭에 원리적으로 폭주하지 않아 안전하며, 고수준의 방사선 폐기물이 나오지 않는다는 여러 장점이 있다. 따라서 지상에서 핵융합을 실현할 수 있다면, 에너지 문제를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혁명적인 기술이 된다. 그래서 지금도 세계 각지에서 핵융합을 연구하고 있다.

 단, 지상에서 실현할 수 있는 '핵융합 반응'은 태양 같은 항성의 중심에서 일어나고 있는 반응과 미묘한 차이가 있다. 태양의 중심에서는 4개의 양성자가 결합해 최종적으로 1개의 '헬륨4 원자핵'이 만들어진다. 이 반응의 제1단계에서는 2개의 양성자에서 1개의 '중수소 원자핵'이 만들어지는데, 이 반응 속도가 매우 느려 양성자 1개당으로 보면 약 100억 년에 한 번밖에 일어나지 않는다. 태양의 중심에는 방대한 수의 원자가 있기 때문에, 이 정도의 느린 반응으로도 약 100억 년에 걸쳐 반응이 이어지지만, 지상의 핵 융합로에서는 이런 느린 반응으로는 에너지원으로 이용할 수 없다. 그래서 핵융합 발전에서는 그보다 훨씬 반응이 일어나기 쉬운 '중수소(Deuterium)'와 '삼중 수소(Tritium)'가 융합해 '헬륨4 원자핵'을 만드는 'D-T 반응(Deuteron-Tritium Reaction)'을 이용한다.

 그러면 연료 1g에서 석유 8톤 분량의 에너지가 발생한다. 연료가 되는 '중수소'는 바닷물에서 추출하고, '삼중수소'는 자연계에 거의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바닷물의 염분 등에 들어 있는 '리튬 6'이라는 물질을 핵 융합로의 플라스마 바깥쪽에 두고, D-T 반응에 의해 발생하는 중성자를 리튬에 부딪혀 삼중 수소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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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핵융합을 일으키려면 초고온이 필요하다.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연료가 되는 플라스마를 초고온으로 가열해야 한다. 이것은 융합시킬 원자핵이 양전하를 띠고 있기 때문이다. 원자핵은 양전하를 띤 양성자와 전기적으로 중성인 중성자가 모여 이루어진다. 따라서 2개의 원자핵을 접근시켜도 각각의 원자핵이 지는 양전하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하는 강한 반발력이 생겨, 두 개의 원자핵을 결합시키기가 매우 어렵다. 이 '쿨롱의 법칙'의 장벽을 돌파해 핵융합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플라스마의 온도를 올리는, 즉 원자핵의 운동 에너지를 크게 해 서로 고속으로 충돌시켜야 한다.

 태양의 중심에서는 약 1500만℃의 환경에서 핵융합이 일어나느데, 이것은 태양이 자신의 중력으로 물질을 초고압 상태로 누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상의 핵 융합로에서 태양 중심과 같은 압력을 만들기란 불가능하기 때문에 D-T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플라스마를 최저 1억℃까지 가열해야 한다.

 더구나 이런 초고온 플라스마는 고체 물질로 만든 용기에 담아둘 수 없다. 따라서 전도체 코일을 사용해 도넛 모양의 강한 자기장을 바구니 모양으로 발생시켜, 플라스마가 용기에 직접 닿지 않도록 이 자기장 안에 띄워 보존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이런 방법으로 플라스마를 가두는 핵 융합로를 '토카막(Tokamak)' 방식이라고 하며, 현재 핵융합 장치의 주류를 이루고 있다. 현재 20기 이상의 크고 작은 토카막 장치를 가동하여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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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인류가 도달한 최고 온도는 5조 5000억℃

 지금까지 인류가 실험을 통해 만든 가장 높은 온도는 'CERN(유럽 입자 물리 연구소)'의 'LHC(대형 강입자 충돌기, Large Hadron Collider)'를 이용해 2012년에 달성되었다. 우주 탄생 직후의 초고온·고밀도 상태를 재현하기 위해 납 원자핵을 광속의 99%까지 가속해 충돌시켜 산산조각 내는 실험이 'ALICE'를 진행했다.

 이 실험을 통해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하는 입자인 쿼크와 쿼크들의 '강한 핵력(Strong Nuclear Force)'으로 결합시키는 '글루온(Gluon)'이 섞인 '쿼크 글루온 플라스마(Quark-Gluon Plasma)'라는 상태의 물질이 만들어졌다. 이 물질의 온도는 약 5조 5000억℃에 달했다. 이것은 탄생후 10만 분의 1초 정도가 지난 순간의 우주의 상태를 재현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