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화학 (Chemistry)

아이버맥틴(Ivermectin)

SURPRISER - Tistory 2022. 12. 23. 08:26

 2015년 '노벨 생리학·의학상(The Nobel Prize in Physiology or Medicine)'은 미국의 '윌리엄 C. 캠벨(William C. Campbell, 1930~)' 박사, 일본의 '오오무라 사토시(おおむらさとし, 1935~)' 박사, 중국의 '투유유(屠呦呦, 1930~)' 연구원에게 수여되었다. 이 세 사람의 수상 이유는 '기생충병'의 새로운 치료법 발견에 대한 공헌이다. '윌리엄 C. 캠벨' 박사와 '오오무라 사토시' 박사는 선충에 의한 감염증 치료약 '아이버멕틴(ivermectin)'을 개발했고, '투유유' 연구원은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이라는 말라리라 치료약을 개발하였다.

 '기생충병(Parasitemia)'은 '감염증'의 일종이다. '감염증(Infection Symptoms)'이란 사람에게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Pathogen)'가 다른 생물이나 사람을 매개로 사람에게 감염되어 일어나는 질병이다. 그리고 '병원체'에는 '바이러스(Virus)'나 '세균(Bacteria)', '기생충(Parasite)' 등의 종류가 있다. 그중에서도 '기생충병(기생충에 의한 감염증)'은 2022년 현재도 세계 20억 명 이상이 앓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며 특히 아프리카, 중남미, 아시아에는 중증 환자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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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미생물에 매료된 '오오무라 사토시'
  2. 항생 물질을 만드는 '스트렙토미세스속'
  3. 기생충병 약을 만드는 방선균
  4. 몸속에서 기생충이 대량으로 생기는 질병
  5. 기생충의 근육과 신경에 작용한다.
  6. 말라리아 치료약 '아르테미시닌'

아이버맥틴(ivermectin)

1. 미생물에 매료된 '오오무라 사토시'

 '오오무라 사토시' 박사는 일본 야마나시 대학에서 '유기 화학'을 공부한 후, 도쿄 도의 고등학교 교사로 화학과 체육을 담당했다. 그 후 도쿄 이과대학 대학원에 입학했다. 1963년에 '조수(Assistnat)'로 취임한 야마나시 대학 연구실에서는 와인 양조가 연구 주제였다. 와인은 효모 등의 미생물이 작용해서 만들어진다. "이때 미생물이 가진 힘의 놀라움을 알게 되었다." '오오무라 사토시' 박사는 수상이 결정된 후의 기자 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 후 미국 유학 등을 거쳐 '기타자토(北里)' 연구소에서 화학과 미생물학을 도입한 연구를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미생물이 만드는 물질 가운데 다른 미생물을 죽이는 화합물인 '항생 물질(Antibiotic)'에 주목했다.

 미생물은 특히 토양에 많이 서식한다. 당시부터 지금까지 '오오무라 사토시' 박사를 비롯한 연구실 멤버는 항상 작은 비닐봉지를 가지고 다니며 곳곳에서 흙을 모은다. 흙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연구실에서 기르면서 어떤 물질을 만드는지를 분석하기 위해서다. 물론 흙에는 많은 종류의 미생물이 서식한다. 흙을 통째로 조사하면 어떤 미생물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우선 채취한 흙을 미생물 1마리 1마리가 뿔뿔이 흩어지도록 엷게 만든다. 그리고 영양분을 포함한 '한천(Agar)'에서 미생물을 배양한다. 뿔뿔이 흩어진 미생물 1마리 1마리가 각각 분열·증식해 마침내 눈에 보이는 크기까지 미생물 집단이 성장한다. 이 집단에는 1종의 미생물만 모여 있으므로, 이것으로부터 미생물의 특징이나 미생물이 만드는 물질을 조사하는 것이다.

오오무라 사토시(おおむらさとし, 1935~)' 박사

2. 항생 물질을 만드는 '스트렙토미세스 속'

 1970년대, '오오무라 사토시' 박사가 주목한 미생물은 '스트렙토미세스 속(Streptomyces 속)'에 속하는 '방선균(Actinomycetales)'의 일종이다. '방선균'이란 균사체 및 포자체로 존재하는 미생물로 세균에 가까운 원핵생물로, '방선균'이라는 이름은 '균사(Hypha)'가 방사상으로 뻗는 데서 유래했다. '스트렙토미세스 속'에는 '항생 물질'을 만드는 것이 많다고 당시부터 알려져 있었다. 예컨대 결핵을 치료하는 항생 물질 '스트렙토마이신'은 '스트렙토미세우스 그리세우스(Streptomyces griseus)'라는 방선균이 만든다. 이것을 발견한 연구자는 1952년에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았다.

 '오오무라 사토시' 박사는 연구할 당시부터 연간 200~3000종의 미생물을 발견해 왔다. 1970년대, 이렇게 모인 스트렙토미세스 속 가운데 약 50종의 세균에 미지의 물질을 만드는 능력이 있음을 발견했다. 이 가운데 하나가 '기생충병 치료약'이 만들어지는 계기가 된 것이다. 이 세균은 나중에 '스트렙토미세스 아베르미틸리스(Streptomyces avermitilis)'라고 명명되었다. 이 세균은 일본 시즈오카 현 이토 시의 골프장 부근 토양에서 채취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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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기생충병 약을 만드는 방선균

 '오오무라 사토시(おおむらさとし)' 박사는 1970년대 당시 미국의 제약 회사인 'MSD(Merck Sharp & Dohme)' 주식회사와 공동으로 연구했다. '오오무라 사토시' 박사는 미생물 채취와 화합물 연구를 하고 MSD는 동물 실험 등을 하고 있었다. 그 당시 MSD에 소속되어 있던 '윌리엄 C. 캠벨' 박사는 기생충학을 전문으로 하고 있었는데, '오오무라 사토시' 박사가 발견한 방선균을 사용해 기생충병에 유효한 물질을 찾았다.

 먼저 방선균 배양액을 추출했다. 배양액에는 방선균이 만든 여러 가지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 그것을 '동결 건조(Freeze Dry)'시킨 후 여러 가지 기생충병에 걸린 생쥐의 먹이에 섞어, 기생충이 줄어드는 줄어드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스트렙토스 아베르미틸리스(Streptomyces avermitilis)'의 배양액에 기생충을 죽이는 능력이 있다는 점을 밝혀냈다. 그리고 그 능력은 '애버멕틴(Avermectin)'이라는 물질에서 유래한다는 점도 밝혀냈다.

 '에버멕틴'은 동물의 기생충병에는 효과적이었지만, 인체에는 부작용이 있었다. 그래서 '윌리엄 C. 캠벨' 박사는 '애버멕틴'의 분자 구조 일부를 바꾸어 부작용이 거의 없는 '아이버멕틴(ivermectin)'을 개발했다. '아이버멕틴'이라는 명칭은 '디히드로애버멕틴(Dihydroavermectin)'의 i와 vermectin에서 유래한다. '디히드로(Dihydro-)'라는 라는 것은 수소 원자를 2개와 결합한다는 의미이므로, '아이버멕틴(ivermectin)'은 '에버멕틴(avermectin)'에 수소 원자 2개를 결합한 물질이라는 뜻이다. 빨간색 화살표의 끝부분이 '애버멕틴'에서 '아이버멕틴'으로 변경된 부분이다.

'아이버멕틴'은 처음에 동물 대상으로 판매되어 막대한 매출을 올렸다.

4. 몸속에서 기생충이 대량으로 생기는 질병

 '아이버멕틴(ivermectin)'이 잘 듣는 기생충병은 '옹코세르카병(Oncoserca's disease)'과 '림프계 필라리아병(Lymphatic Filariasis)'이다. '옹코세르카병'과 '림프계 필라리아병'은 모두 몸속에서 기생충이 대량으로 생기는 질병이다.

4-1. 옹코세르카병

 '옹코세르카병'은 '먹파리(Black Fly)'로부터 감염되는 '회선 사상균(Onchocerca volvulus)'이라는 선충이 사람에게 기생해 일어나는 감염증이다. '회선사상충'의 애벌레를 가진 먹파리에 물리면 애벌레가 사람의 몸속에 들어간다. 애벌레는 몸길이가 약 1mm이지만, 성장해서 성충이 되면 30~50cm 크기까지 자라며, '미크로필라리아(Microfilaria, 사상충과에 속하는 선형동물의 유충을 말함)'를 매일 약 1000마리나 낳는다.

 '미크로필라리아'의 몸길이는 약 0.3mm이지만, 많은 미크로필라리아가 피부 아래에서 움직임으로써 아주 심한 가려움을 느낀다. 그리고 미크로필라리아가 눈으로 이동하면 망막에서 염증이 일어나 시력이 저하되고 최악의 경우에는 실명한다. 먹파리의 서식지인 아프리카의 강가에서 많이 발견되기 때문에 '옹코세르카병'은 '하천 실명증'이라고도 불린다. 옹코세르카병은 감염되고 나서 '미크로필라리아'가 생길 때까지 3개월에서 1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감염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렵다. 성충은 15년 가까이 살며 매일 '미크로필라리아'를 만들기 때문에 증상이 생길 무렵에는 몸속에 수백만 마리의 미크로필라리아가 살고 있는 셈이다.

4-2. 림프계 필라리아병

 '림프계 필라리아병'은 모기에서 물려서 감염되는 '밴크로프트 사상충(Bancroft Filaria)' 등의 선충에 의해 생긴다. 이 기생충은 성충이 되면 사람의 림프관에 머무른다. 림프관이란 몸속에 둘러쳐져 있는 관으로, 혈관에서 스며 나온 림프액이 흐르고 있다. 성충이 낳은 '미크로필라리아(Microfilaria, 사상충과에 속하는 선형동물의 유충)'가 림프관을 손상시켜 림프액의 흐름이 이상해지면, 몸의 일부에 림프액이 고이기 쉬워져 '부종(몸이 붓는 증상)'이 생긴다. 병이 진행되면 피부 표면이 딱딱해져 마치 코끼리 피부처럼 보인다고 해서 '상피증(Elephantiasis)'이라고 불린다. '림프계 필라리아병'은 대부분 어릴 때 감염되어 어른이 되고 나서 발병한다. 2018년 기준 1억 명 이상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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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기생충의 근육과 신경에 작용한다.

 '아이버멕틴'은 '옹코세르카병'과 '림프계 필라리아병'을 일으키는 미크로필라리아의 근육과 신경에 작용한다고 생각된다. 근육과 신경에서는 외부로부터 신호를 받아들이거나 신호를 내보내거나 하기 때문에 이온을 사용한다. '이온(ion)'은 양전기 또는 음전기를 띤 원자이다. 근육이나 신경의 세포 표면에는 '채널(Channel)'이라고 하는 이온 통로가 있으며, 채널을 지나 세포 안팎으로 이온이 출입한다. 채널에는 문이 있어서 필요할 때만 열려 이온이 지나간다. 보통 때는 문이 닫혀 있어서 이온은 세포 안팎을 빠져나갈 수 없다.

 '아이버멕틴'은 '염화 이온(Cl-)'이라는 이온이 지나는 채널에 작용해 문을 열어 둔다고 생각된다. 엄밀하게 제어되어야 할 '염화 이온'의 출입이 자유롭게 됨으로써, 근육과 신경의 작용이 달라져서 마침내 '미크로필라리아'는 죽음에 이른다. 물론 '아이버멕틴'이 작용하는 채널은 사람 뇌의 신경에도 있다. 그러나 뇌에 연결되는 혈관에는 특정 물질밖에 지나지 못하는 기능이 있어서, '아이버멕틴'은 뇌에 이르지 않는다는 사실이 확인되어 있다. 그래서 사람에게는 부작용이 거의 없다. '옹코세르카병(Oncoserca's disease)'과 '림프계 필라리아병(Lymphatic Filariasis)'에 대해서는 '아이버멕틴'을 1년에 1~2회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 '아이버멕틴'은 부작용이 거의 없기 때문에, 발병한 뒤의 치료에 사용할 뿐만 아니라 예방용으로도 사용된다. '옹코세르카병(Oncoserca's disease)'과 '림프계 필라리아병(Lymphatic Filariasis)'에 대해서는 '아이버멕틴'을 1년에 1~2회 복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효과가 있다.

5-1. '아이버멕틴'의 기타 이용

 또 '아이버멕틴'은 '옴(Scabies)'의 치료약이나 '개사상충병'의 예방약으로도 이용된다.

  1. '옴'의 치료약으로 이용됨: '아이버멕틴'은 옴의 치료에도 사용된다. 옴은 진드기가 기생해 배와 가슴 등이 심하게 가려워지는 질병이다. 특히 노인이 모인 곳에서 집단 감염되기 쉽다고 한다. 아이버멕틴이 옴을 일으키는 진드기에 효과적이라고 알려져 있어, 현재 치료약으로
  2. '개사상충병'의 예방약으로 이용됨: '아이버멕틴'은 개의 기생충병인 '개심장사상충병(개사상충병)'의 예방약으로도 사용된다. 개를 기르고 있다면 동물 병원에서 아이버멕틴을 처방받는 것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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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말라리아 치료약 '아르테미시닌'

6-1.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이 기생해 일어나는 감염증이다.

 '말라리아'는 '말라리아 원충'이라는 단세포 미생물이 사람에게 기생해 일어나는 감염증이다. '말라리아 원충'은 '암컷 학질 모기(말라리아 모기)'의 타액에 포함되어 있는 수가 있으며, 이 모기가 사람의 피를 빨 때 모기의 타액과 함께 사람의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혈액 속에 들어간 '말라리아 원충'은 간세포에서 약 1000배로 증식한 다음 다시 혈액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적혈구에 침입해 증식해서 적혈구를 점차 파괴한다. 말라리아에 걸리면 오한, 떨림, 발열을 주기적으로 되풀이하고, 중증인 경우에는 뇌장애와 장기 장애를 일으키며, 최악의 경우에는 사망한다. WHO에 따르면 2013년에 말라리아로 사망한 사람은 세계적으로 58만 4000명을 넘는다.

6-2. 약초 2000종 이상을 조사하였다.

 한편, 중국 중의과학원의 '투유유(屠呦呦)'의 수석 연구원은 '개똥쑥(Artemisia annua)'이라는 쑥 속 식물로부터 말라리아 치료약이 되는 성분인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을 발견했다. '투유유' 연구원은 1967년 중국에서 국가적인 말라리아 대책 프로젝트인 '523호'가 가동되자 연구팀 리더로 임명되었다. 연구팀은 중국의 약초를 2000종 이상 조사하고, 말라리아에 효과가 있을 법한 약초로부터 380종 이상의 추출물을 얻어 말라리아에 감염된 생쥐를 대상으로 그 효과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발견된 것이, 말라리아 원충의 성장을 방해하는 획기적인 개똥쑥 추출물이었다.

 그러나 그 후에 한 실험에서, 개똥쑥 추출물이 '말라리아 원충'의 성장을 방해하는 효과가 왠지 불안정하다는 사실이 새로 부각되었다. 그래서 '투유유' 연구원은 중국의 고문서를 철저하게 재조사했다. 거기서 도교 학자인 '갈홍(葛洪, 284~346)'이 340년에 기록한 '주후비급방(肘後備急方)'이라는 책을 찾아보았다. '주후비급방'은 '위급할 때의 처방전 핸드북'이라는 의미이다. '투유유' 연구원은 이 책에서 '青蒿一握 以水二升漬 盡服之(청호일악 이수이승지 진복지)'이라는 문장을 발견했는데, 이 문장의 뜻은 '청호 한 줌을 약 2L의 물에 담가 즙을 짜내어 모두 마신다.'라는 뜻이다. 거기에는 약초를 삶아 추출물을 얻는 전통적인 방법이 아니라, 물로 얻는 방법이 적혀 있었던 것이다. 이 문장을 읽은 '투유유' 연구원은 개똥쑥에 포함된 유효 성분이 열에 약하다는 사실을 알아 차리고, 가열 없이 추출하는 방법으로 바꾸었다. 이것이 돌파구가 되어 '투유유' 연구원은 유효 성분인 '아르테미시닌' 발견과 정제에 성공하였다.

  그 결과, '아르테미시닌(Artemisinin)'은 세계적으로 사용되는 말라리아 치료약이 되었다. '아르테미시닌'이 '말라리아 원충'의 성장을 방해하는 메커니즘의 하나로, 원충의 세포 안에 있는 칼슘 이온 저장에 관계하는 단백질의 기능을 방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