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화학 (Chemistry)

'니호늄(Nh)'은 어떻게 발견되었을까?

SURPRISER - Tistory 2022. 12. 23. 08:26

 새로운 원소를 발견하는 일은 과학의 지평을 한 걸음 넓히는 일이다. 인류는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여, 자연계 속에서 새로운 원소를 찾아냄으로써 이 세계에 이해를 탐구해왔다. 자연계에서 안정적으로 오랜 기간 동안 존재하는 원소는 92종으로 알려져 있다. 인류는 자연계에 안정적으로 존재하지 못하는 원소를 인공적으로 합성하는 데 성공해, 주기율표를 확장하고 있다. '니호늄'의 발견도 그러한 노력의 일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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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목차

  1. 배경지식
  2. 30+83=113
  3. 합계 80일분의 실험으로 최초의 1개를 합성했다.
  4. '알파 붕괴'를 거슬러 올라가 113번 원소임을 확인하였다.
  5. '입자의 바다' 속에서 113번 원소 선별하기
  6. 2개째 '113번 원소'를 합성하였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7. 3개째 '113번 원소'를 합성하여 '알파 붕괴 루트'를 확인하였다.
  8. '러시아·미국의 공동 연구팀'도 113번 원소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모리타 고스케(森田浩介, 1957~)

1. 배경지식

 일단 '니호늄(Nh)'의 인공 합성·발견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이를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부터 습득하도록 하자. 이미 충분히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건너뛰어도 좋다.

1-1. 원소의 기준은 '양성자'의 수

 '원소(Element)'란 '원자의 성질을 나타내는 추상적인 개념'이다. '원자(Atom)'의 중심에는 '원자핵(Nucleus)'이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가 합체해 이루어진다. '양성자'는 양전기를 띠고 있고 '중성자'는 전기적으로 중성이다. 이 둘의 질량은 거의 같다. 양전기를 띤 양성자끼리는 전기적인 반발력이 작용한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원자핵으로 하나로 뭉쳐져 있는 이유는, 양성자와 중성자에 '핵력(nuclear force)'이라는 힘이 작용하고 있어 전기적인 반발력보다 강력하게 서로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원자핵의 양성자와 중성자의 수는 원자마다 다른다.

 한편, 원자의 주변에는 '전자(Electron)'가 날아다니고 있다. 전자의 질량은 양성자와 중성자에 비하면 무시할 수 있을 정도로 작다. 그러나 띠고 있는 전기의 양은 양성자 하나와 전자 하나가 같다. 그리고 전기적으로 중성인 원자에서는, 들어 있는 양성자의 수와 전자의 수가 일치한다.

 원자가 가진 화학적인 성질은 주로 '전자의 움직임'에 의해 정해진다. 여기서 말하는 '전자의 움직임'이란 원자핵 주위를 날아다니는 전자가 어떤 궤도를 그리는가라는 것이다. 이 궤도는 원자에 들어 있는 전자의 수에 따라 정해진다. '양성자의 수'와 '전자의 수'는 일치한다. 즉, 어떤 원자에 들어 있는 '양성자의 수'가 그 원자의 성질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원소의 분류는 '양성자의 수'가 기준이 된다. 양성자가 1개인 원자는 '수소(H, 원자 번호 1번)', 양성자가 2개인 원자는 '헬륨(He, 원자 번호 2번)', 양성자가 3개인 원자는 '리튬(Li, 원자 번호 3번)'이라는 식이다. 어느 원자에 들어 있는 양성자의 수를 가리켜 '원자 번호'라고 하며, 하나의 원자 번호마다 하나의 원소가 존재한다. 예컨대 99번 원소는 원자 번호 99, 즉 양성자가 99개 있는 원소인 셈이다.

1-2. 같은 원소라도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런데 양성자 수는 같아도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자도 존재한다. 예컨대 일반적인 수소라면 대부분의 수소 원자는 양성자가 1개, 중성자는 0개이다. 하지만 그중에는 '중수소(양성자가 1개이고 중성자가 1개인 원자)'와 '삼중 수소(양성자가 2개이고 중성자가 1개인 원자)'인 원자도 있다. 이들은 모두 양성자가 모두 1개이므로 원소 이름은 모두 '수소'이다. 이처럼 양성자의 수는 같아도, 중성자의 수가 다른 원자를 '동위 원소(isotope)'라고 한다. 그리고 '양성자 수'와 '중성자 수'의 합계를 '질량수(Mass Number)'라고 한다. '일반적인 수소(H-1)'라면 질량수가 1이겠지만, '중수소(H-2)'의 질량수는 2, '삼중수소(H-3)'의 질량수는 3이 된다. 질량수는 원소 기호의 왼쪽 위에 표시할 수도 있다.

1-3. 자연계에서의 원소 합성

 자연계에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원소는 원자 번호 92인 우라늄까지의 92종이다. 그러면 원소의 종류는 왜 이렇게 풍부한 것일까? 실은 약 138억 년 전의 우주 탄생 직후에 존재했던 원소는 대부분 '수소(H, 원자 번호 1)'이며, 그 밖에 '헬륨(He, 원자 번호 2)', '리튬(Li, 원자 번호 3)' 등이 약간 있었을 뿐이다. 현재도 이 세계에 존재하는 원자 대부분이 수소임에는 변함이 없지만, 원소의 종류는 비약적으로 늘어났다. 이들 원소는 항성 내부나 항성이 생애의 마지막에 일으키는 대폭발인 '초신성 폭발(Supernova Explosion)', 중성자가 주성분인 '중성자별끼리의 충돌' 등이 일어날 때 '핵융합 반응(Nuclear fusion reaction)'이 일어남으로써 합성된 것이다. 결국 우리의 몸을 구성하는 여러 가지 원소 역시 '별에서 튀어나온 파편'인 셈이다.

 일반적으로 두 원자핵을 융합시키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원자핵은 양성자에 의한 양전기를 띠고 있어서 원자핵끼리 서로 반발하기 때문이다. 원자핵 내부에서 양성자와 중성자를 결합하는 핵력은 힘이 미치는 범위가 매우 좁기 때문에, 떨어져 있는 원자핵끼리 서로 끌어당길 수는 없다. 이 때문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려면, 항성 내부나 초신성 폭발 같은 특별한 환경이 필요하다. 즉, 원자핵끼리 비정상적으로 접근하는 환경이 필요하다.

1-4. 원자 번호가 커질수록 불안정하다.

 그러면 92번 원소까지만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원자 번호가 커지면, 즉 양성자의 수가 많아지면, 양성자와 양성자 사이에 작용하는 전기적인 반발이 강해지기 때문이다. 그 결과, 핵력으로 양성자와 중성자를 연결시키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핵분열(Nuclear Division)'로 부서져 버린다. 즉, 원자 번호가 작은 여러 원소로 나누어진다. 그리고 원자 번호가 큰 원소는 원래 핵융합 반응에 성공하기 어렵다. 이것도 원자핵의 안정성이 낮은 것이 이유이다.

 예컨대 원자력 발전소에서 이용되는 '플루토늄(Pu, 원자 번호 94)'의 경우, '239Pu(질량수 239인 플루토늄)'의 '반감기(핵분열 등에 의해 원래의 원자 수가 감소해 절반이 되기까지의 평균 기간)'이 약 24100년이다. 이는 '우주의 나이(약 138억 년)'인 이나 '지구의 나이(약 45~46억 년)' 등에 비해 매우 짧은 기간임을 알 수 있다. 원자 번호가 커질수록 원자핵은 불안정해지는 경향이 있으며, 113번 원소에 이르면 반감기는 불과 0.002밀리초 정도이다. (밀리초=0.001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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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0+83=113

 자연계에 안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원소를 발견하려면 인공적인 환경을 바탕으로 합성해야 한다. 실제로 원자 번호가 93번 이후인 원소는 모두 인공적으로 합성됨에 따라 발견되었다. 단 93번 원소와 94번 원소는 인공 합성에 의해 발견된 뒤, 천연적으로 아주 미량 존재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새로운 원소의 합성에는 '가속기'가 이용되고 있다. '가속기(Accelerator)'란 '전기를 띤 입자(예컨대 원자핵 등)'에 전압을 걸어 가속함으로써 에너지를 높이는 실험 장치이다.

 그러면 '니호늄(Nh, 원자 번호 113번)' 은 어떻게 합성되었을까? 일본 이화학연구소의 연구팀이 채택한 방법을 살펴보자.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Zn-70(원자번호 30이며 질량수 70인 아연)'의 원자핵을 가속기로 가속하고, 'Bi-209(원자 번호 83이며 질량수 209인 비스무트)'의 박막에 충돌시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는 방법을 사용했다. 이 둘의 원자 번호를 더하면 30+83으로, 원자번호 113인 새 원소가 합성되리라고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이 실험은 이론적으로는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결코 간단한 것이 아니다. 이미 설명했듯이, 원자 번호가 큰 원소를 만드는 '핵융합 반응'은 원래 성공하기 어렵다.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서는 '아연 원자핵'이 빠듯하게 '비스무트 원자핵'과 접촉할 정도로 충돌 속도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한다. 충돌하는 속도가 너무 느리면, 비스무트와 아연 원자핵끼리 전기적인 반발력에 의해 제대로 접근할 수 없어 핵융합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충돌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면, 원자핵끼리 충돌하자마자 핵분열해서 갈라져버린다.

 나아가 113번 원소는 미발견 원소였기 때문에 가장 효율적인 충돌 속도를 알 수 없었다. 즉, 113번 원소가 합성되기 쉬운 충돌 속도를 알 수 없었다.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원자 번호가 113번보다 작은 원소의 합성 실험을 거듭해 113번 원소의 합성을 위해 최적인 아연 충돌 속도를 찾았다. 그 결과, 아연의 속도를 '빛의 속도(초속 약 30만 km)'의 약 10%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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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합계 80일분의 실험으로 최초의 1개를 합성했다.

 '아연'과 '비스무트'를 충돌시키면, 113번 원소가 합성될 것이다. 하지만 가장 효율적인 충돌 속도를 알 수 없으므로, 113번 원소가 합성될 확률은 매우 낮다. 그래서 113번 원소 합성의 가능성을 높이려면, 아연을 충돌시키는 횟수를 가능한 대로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113번 원소의 합성이 일어날 확률이 매우 드물다면, 그 시행 횟수를 많이 늘려서 어떻게든 113번 원소를 합성하자는 것이다.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에서는 '강력한 빔을 연속적으로 발생시키는 장치'와 '가속기'를 독자적으로 개발하여 이 문제를 해결했다. 여기서 말하는 '강력한 빔'이란 아연 원자핵의 집단을 말한다. 그리고 여기서 '강력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충돌 속도가 빠르다는 의미가 아니라, 빔으로 쏘는 원자핵의 수가 많다는 의미이다. 그 수는 1초당 약 2.5조 개라는 엄청난 것이었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이 113번 원소의 합성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2003년 9월이었다. 실은 그 전월인 2003년 8월에 '독일의 연구팀'이 113번 원소의 합성에 착수한 상태였다. 이 독일의 연구팀은 107번~112번 원소의 명명권을 획득한 팀이었다.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이듬해 이후에 113번 원소의 합성에 착수할 예정이었지만, 급히 예정을 앞당기게 되었다. 그러나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1초 동안 약 2.5조 개의 아연 원자핵을 쏘아도 113번 원소는 좀처럼 합성되지 않았다. 그만큼 확률이 매우 낮은 현상이었던 것이다. 결국 2003년에는 113번 원소를 합성하지 못하고 연말에 일단 실험을 중단했다. 그리고 독일의 연구팀도 113번 원소의 합성 실험을 단념한다고 발표했다.

 그리고 2004년에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113번 원소 합성을 재개하였다. 그리고 전년부터 합계해 아연빔을 쏘는 총 시간이 약 80일에 이른 2004년 7월 23일 오후 6시 55분에 113번 원소를 합성·검출하는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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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알파 붕괴'를 거슬러 올라가 113번 원소임을 확인하였다.

 합성된 113번 원소는 순식간에 다른 원소로 변한다. 이 때문에 113번 원소가 합성된 것을 확인하려면 특별한 연구가 필요하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113번 원소가 다른 원소로 붕괴되는 과정을 관측함으로써, 완성된 원자핵이 113번 원소임을 확인하려는 방법을 썼다.

 붕괴의 흐름은 다음과 같다. 먼저 'Zn-70(원자번호 30이며 질량수 70인 아연)'과 'Bi-209(원자 번호 83이며 질량수 209인 비스무트)'가 핵융합 만응으로 질량수 179인 'Nh-279(원자번호 113이며 질량수 279인 니호늄)'가 된다. 그러나 이 상태로는 113번 원소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Nh-278(원자번호 113이며 질량수 278인 니호늄)'이 된다. 그런데 113번 원소로 존재할 수 있는 시간은 정말 한순간에 불과하다. 그다음 순간에 113번 원소는 '알파 입자(양성자 2개와 중성자 2개로 이루어지는 헬륨 원자핵)'를 방출하고, 'Rg-274(원자번호 111이며 질량수 274인 뢴트게늄)'로 변한다. 이처럼 '알파 입자를 방출하는 변화'를 '알파 붕괴(α-decay)'라고 한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이 발견한 첫 번째 113번 원소는 약 3초 동안 합계 4회의 '알파 붕괴'를 일으키고 그 후에는 '자발 핵분열'을 일으켰음이 확인되었다. '자발 핵분열(Spontaneous fission)'이란 핵에 외부의 입자나 에너지를 가하지 않아도 일어나는 핵분열을 말한다. 하지만 '자발 핵분열'에 의해 어떤 원소로 갈라졌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방출된 알파 입자의 에너지'와 '각 단계의 원자핵이 알파 붕괴를 일으키기까지의 시간'을 측정했다. 이들 값은 원자핵의 종류에 따라 달라진다. 같은 종류의 원자핵이라도 중성자 수가 다르면, 이들 값이 달라지는 것에 주의를 기울어야 한다.

 4번째 방출된 '알파 입자'의 에너지는 당시 이미 알려져 있던 'Bh-266(원자 번호 107이며, 질량수 159인 보륨)'이 알파 붕괴를 일으켰을 때 그리고 알파 붕괴하기까지의 시간 역시 'Bh-266'이 알파 붕괴했다고 생각해도 모순이 없었다. 그리고 'Bh-266'이 알파 붕괴해서 생긴 질량수 'Db-262(원자번호 105이며, 질량수 157인 더브늄)'이 '자발 핵분열'을 일으키기까지의 시간도 그때까지의 관측 예와 모순이 없었다. 이들 상황 증거로부터 이화학연구소의 연구팀은 실험에서 4회째 알파 붕괴를 일으킨 원자핵은 'Bh-266(원자 번호 107이며, 질량수 159인 보륨)'이었다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확실함에 따라 여기서부터 3회만큼의 '알파 붕괴'를 거슬러 올라감으로써, 1회째 알파 붕괴를 일으킨 원자핵이 'Nh-279(원자번호 113이며 질량수 279인 니호늄)'임을 확정할 수 있다. 이리하여 113번 원소가 2004년에 발견되었다.

5. 수많은 입자 속에서 113번 원소 선별하기

 이미 소개했듯이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1초당 약 2.5조 개나 되는 아연 원자핵을 비스무트 박막에 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연 원자핵은 비스무트의 박막을 빠져나가 그대로 진행한다. 즉, 아주 드물게 행운을 얻어 113번 원소가 합성되어 비스무트의 박막에서 나와도, 그 113번 원소는 1초당 약 2.5조 개의 아연 원자핵의 '대홍수' 한복판에 있는 것이다. 거기서 113번 원소만 골라내 측정기까지 보내지 않으면, 113번 원소를 '발견'할 수 없다. 게다가 113번 원소의 합성 자체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현상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113번 원소를 놓치는일은 절대적으로 피해야한다. 새로운 원소 발견에서는 '선별 장치의 성능'이 실험 성공의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실험에서 113번 원소를 선별하는 일을 한 장치는 '모리타 고스케(森田浩介, 1957~)' 박사 등이 1987년에 설계한 'GARIS(가리스)'라는 장치이다. GARIS에서는 '전자석(Electromagnet)'을 사용해 입자의 진로를 바꾸어 113번 원소를 선별한다. 전기를 띤 입자가 '전기장(Electric Field)'이나 '자기장(Magnetic Field)' 속을 나아가면 물리 법칙에 따라 진로가 휘어지는 현상을 이용하는 것이다. 휘어지는 정도는 '입자가 띤 전기의 양'과 '입자의 질량', '전기장과 자기장의 세기',의해 정해진다. 즉, 미리 전기장이나 자기장을 제대로 설정하면, 특정한 양의 전기를 띠고 특정한 질량을 가진 입자만 선별할 수 있다. 즉, 이 실험에서는 113번 원소의 동위 원소 가운데 1종만을 선별할 수 있다.

 이 실험에서 113번 원소가 생겼을 경우 GARIS를 통과하는 113번 원소의 질량은 정해져 있다. 즉, 중성자를 1개 방출한 뒤의 질량수는 278로 정해져 있다. 단 '전기의 양(전하값)'는 각각 다르다. 왜냐하면 합성 당초의 전자 양이 일정하게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전자가 양성자와 마찬가지로 113개 있으면 전기의 양은 0이다. 전자가 양성자보다 3개 적으면 전기의 양은 '+3가'이다.

 전기의 양이 일정해지지 않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 '헬륨 가스'이다. GARIS 내부에 헬륨 가스를 가득 채워 두면, 만들어진 113번 원소와 헬륨 가스 사이에 전자가 계속적으로 교환된다. 그래서 113번 원소의 '전기의 양(전하값)'은 GARIS 내부를 비행하는 중에 계속 변한다. 113번 원소의 궤도는 변화를 계속하는 이 전하의 평균값에 의해 정해진다. 평균값은 113번 원소가 생긴 직후의 전하값과는 관계없이 정해지기 때문에, 이 평균값을 113번 원소의 전하값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리하여 수많은 입자 속에서 113번 원소만을 선별해 측정기로 보낼 수 있다. 그리고 113번 원소가 붕괴해 가는 모습을 측정함으로써, 113번 원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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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2개째 '113번 원소'를 합성하였으나 인정받지 못했다.

 2005년 4월 2일에는 2개째의 113번 원소가 합성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아연 빔을 쏘는 시간은 1개째 때는 약 80일이었지만, 2개째 때는는 약 30일이었다. 2개째의 113번 원소도 첫 번째와 마찬가지로 4번의 '알파 붕괴(α-decay)' 후 '자발 핵분열'을 일으켰다.

 2개의 113번 원소를 발견함으로써, 2006년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새로운 원소 발견의 '콜'에 응했다. 여기서 말하는 '콜'이란 새로운 원소 발견의 인정 기관이 주장하는 연구팀에 신청을 권유하는 것이다. 인정 기관은 '합동실무위원회(JWP: Joint Working Party)'이며, 'IUPAC'와 'IUPAP'에서 추천된 6명이 새로운 원소의 인정에 대해 정밀 심사를 한다. 그 결과, 이 단계에는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의 113번 원소는 새로운 원소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2009년의 콜에도 응했지만 역시 새 원소로 인정받지 못했다. 여기에는 주로 두 가지의 문제가 있었다고 한다.

 첫째는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이 '이미 알려진 원자핵'으로 취급한 266Bh의 붕괴 모습이 하나의 사례밖에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에, 266Bh를 '이미 알려진 원자핵'이라고 간주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지적이었다. 첫 번째 지적에 대해 대응하기 위해,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새로운 실험으로 266Bh를 14개 합성해 266Bh을 '이미 알려진 원자핵'으로 부동의 것이 되게 했다.

 둘째는 262Db가 핵분열할 때는 3분의 1 확률로 '자발 핵분열'이 되고, 3분의 2 확률로 다시 알파 붕괴가 진행된다는 사실이 알려져 있어, 이화학 연구소 연구팀의 실험에서는 2개의 사례 모두 '자발 핵분열'이 된 점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두 번째 지적에 대해 대응하려면, 합성 성공 사례를 더욱 늘려 두 붕괴 루트 양쪽을 확인해야 한다. 즉, 262Db가 '자발 핵분열'이 되지 않고, 다시 '알파 붕괴'가 되는 루트를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3개째의 113번 원소는 좀처럼 합성하지 못했다. 113번 원소를 합성하지 못하면 262Db의 '알파 붕괴 루트'를 확인하지 못한다. 이 정도는 운에 맡겨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오로지 실험을 계속해 행운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다음 콜은 2012년 5월이 마감이었지만, 결국 그때까지 3개째 113번 원소를 합성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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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3개째 '113번 원소'를 합성하여 '알파 붕괴 루트'를 확인하였다.

 3개째 113번 원소의 합성에 성공한 것은 2012년 8월 12일이었다. 2개째의 합성으로부터 7년 이상 지난 시점이었다. 아연 원자핵을 쏜 누적 시간으로 말하면, 약 80일의 조사로 1개, 약 110일의 조사로 2개, 약 553일의 조사로 3개의 합성 성공이다. 3개째 113번 원소는 262Db에 이어 2번의 '알파 붕괴(α-decay)'를 하고 101번 원소의 동위 원소인 254Md까지 도달했음이 밝혀졌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루트에 의한 붕괴를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화학연구소 연구팀은 이 사실을 '합동실무위원회(JWP: Joint Working Party)'의 심사 위원에게 추가 정보로 알렸다. 많은 경우 JWP의 심사는 1년 정도 만에 끝난다. 하지만 2012년 5월의 콜에 대해서는 좀처럼 결론이 발표되지 않았다. 초조한 시간이 계속되다가, 이런 경위를 거쳐 2015년 12월 31일에 결정되었다.

3개째 합성한 '113번 원소'의 붕괴 루트

8. '러시아·미국의 공동 연구팀'도 113번 원소를 발견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113번 원소에 대해서는 '러시아·미국의 공동 연구팀'도 이전부터 발견자라고 주장해 왔다. 이들은 이화학연구소 연구팀과는 다른 원소를 사용한 핵융합 반응에 의해 115번 원소의 합성에 성공하고, 그것이 알파 붕괴에 의해 113번 원소가 생겼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이들은 2006년과 2009년의 콜에 응했다. 그러나 이 주장은 붕괴되어 생긴 원자핵이 이미 알려진 원자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서 인정되지 않았다.

 2012년의 콜에서는 117번 원소의 합성에 성공하고 이것이 115번 원소로, 다시 113번 원소로 '알파 붕괴'해 가는 모습을 확인한 내용을 새로운 증거로 덧붙였다. 종래부터 확인되어 있던 115번 원소에서 113번 원소로 붕괴하는 모습과, 새로 확인된 117번 원소에서 115번 원소를 거쳐 113번 원소로 붕괴하는 모습이 부분적으로 꼭 일치한다. 이것을 근거로 '러시아·미국의 공동 연구팀'은 원소의 합성에 성공했다는 신빙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느 경우도 이미 알려진 원자핵으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공동 연구팀은 118번 원소에 대해서도 다른 방법으로 합성에 성공했다고 해서, 2012년의 콜에서는 113번, 115번, 117번, 118번 원소의 발견을 주장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