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기억'의 메커니즘

SURPRISER - Tistory 2022. 11. 2. 15:49

 우리의 뇌 속에서 '기억(Memory)'이라는 작업을 맞은 것은 '신경 세포(Neuron, 뉴런)'이다. 기억이 만들어지고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때의 뉴런의 모습이 미시적인 수준에서 자세히 밝혀지고 있다. 현재는 뉴런을 인공적으로 조작해 기억을 조종하는 일도 가능해졌다. 기억에 대한 연구 상황을 살펴보자.

0. 목차

  1. 기억 중추 '해마'
  2. 시냅스의 가소성
  3. 장기 기억
  4. 장소의 기억
  5. 의미 기억
  6. 어떻게 기억을 떠올리는가?

1. 기억 중추 '해마'

 '해마(Hippocampus)'는 대뇌 표면에 위치한 '대뇌 피질'이 안쪽으로 접혀 들어간 끝에 해당한다. 결국 '해마'도 '대뇌 피질'과 독립된 구조는 아니다. '해마'는 연결된 구조를 포함한 모습이 그리스 신화의 바다의 신이 타고 있는 말 'Hippocampus'의 앞다리와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해마'에는 시각, 청각, 후각, 미각, 피부 감각 등의 모든 감각에 관여하는 전기 신호가 입력된다. 그 정보를 조금도 빼놓지 않고 남겨둘 수 있다. 즉, 기억해 둘 수 있다.

 '도네가와 스스무' 박사는 1990년대부터 '우리들 보통 사람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의 기억'을 연구해 왔다. 그것은 바로 '사건 기억(Episodic Memory)'이다. '사건 기억'에는 뇌의 '해마'가 매우 중요하다. 여러 가지 정보가 뇌의 해마 속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1953년에 H. M.이라는 머리글자로 알려진 '난치성 뇌전증(간질)' 환자는 치료의 하나로 해마를 제거함으로써, 새로운 사건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해마는 '사건 기억'을 남기는 중추인 셈이다.

 해마에서는 뉴런끼리의 연결 방식이 잘 알려져 있다. 예컨대 '치상회(Dentate gyrus, 치아처럼 솟아오른 부분이라는 뜻)'이라는 영역의 뉴런에서 보낸 신호를 '하류'에 있는 'CA3'라는 영역이 뉴런이 받는 식이다. 다음으로 CA3와 CA1 각각으로부터 해마 바깥으로 신호를 보내는, 뉴런 집단에 의한 전달 경로가 있다. 상세한 연결 방식은 뒤에서 소개할 '기억 소자(Memory Element)'의 변화 등에 의해 항상 바뀐다. 기억하는 과정에서 이런 세포의 집단과 집단 사이에서 새로운 'Connection(연계)'이 생겨났다. 이 연계의 특정 패턴이 유지되는 일이 기억을 지니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어떤 구체적인 기억이 어느 집단의 연계로 유지되는가를 특정하기는 아직 어렵다.

2. 시냅스의 가소성

 그러면 뉴런의 '연계(Connection)'를 만드는 원리는 무엇일까? 어떤 뉴런에서 근육으로, 또는 다른 뉴런으로 신호가 전해질 때의 접속부를 '시냅스(Synapse)'라고 한다. 기억에는 '시냅스'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1965년에 증명되었다. 이것은 '군소'라는 연체동물을 이용한 연구였다. '군소'는 찔리면 아가미를 반사적으로 움츠린다. 이 반응은 몇 차례 찌르는 사이에 약한 자극에도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극히 단순한 기억이라 할 수 있는 이 현상은, 시냅스에서 신호가 쉽게 전달되는 정도의 변화를 방해하면 일어나지 않는다.

 1973년에는 시냅스에서 아주 짧은 시간에 반복된 신호가 보내지면 전달 효율이 높아지고, 그 상태가 며칠 동안 유지되는 현상이 발견되었다. 이것은 토끼의 해마를 이용한 연구였다. 나중에 역으로 전달 효율이 낮아진 상태가 유지되는 현상도 발견되었다. 이처럼 '시냅스의 전달 효율'은 유연하게 바뀌며, 변화 후의 상태가 유지된다. 이것을 '가소성(Plasticity)'이라고 하며, 이것이 기억을 만드는 메커니즘의 하나라고 생각된다.

 기억이 새겨지는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통해 일반적으로 시냅스에서 신호의 전달 효율이 높아진다.

  1. 송신측에서 전달 물질이 방출된다: 뉴런의 '신경 돌기(Neurite)'는 전기 신호를 전달한다. 전기 신호가 '신경 돌기'의 말단부에 도달하면 , 신경 돌기의 바깥쪽에 있는 '칼슘 이온(Ca2+)'이 세포막에 있는 '이온 채널(ion channel)'을 통해 안쪽으로 흘러 들어온다. 신경 돌기의 말단부에는 '신경 전달 물질'이 들어있는 주머니인 '시냅스 소포(Synaptic Vesicles)'가 있다. 칼슘 이온이 흘러들어오는 것을 계기로, 시냅스 소포는 신경 돌기의 말단부의 세포막과 융합해 내용물이 밖으로 방출된다.
  2. 수신측으로 이온이 흘러들어간다: 송신측에서 신경 전달 물질이 방출되면, 수신측에서는 '이온 채널'이 그것을 받아들일 관문을 열어 이온이 안으로 흘러들어온다. 먼저 'AMAP 수용체(AMAP Receptor)'를 통해 '나트륨 이온(Na+)'이 흘러 들어온다. 이어서 'NMDA 수용체(NMDA Receptor)'를 통해 '칼슘 이온'도 들어온다. 이들에 의해 전기 신호가 발생한다.
  3. 전달물질의 수신자가 늘어난다: 수신측 뉴런에는 표면에서 작용하는 'AMPA 수용체' 외에도 내부에 'AMPA 수용체의 재고'가 있다. 'NMDA 수용체'를 통해 칼슘 이온이 흘러나오는 것을 계기로 'AMPA 수용체의 재고'는 뉴런의 표면에서 사용된다.
  4. 이후, 신호 전달이 쉬워진다: AMPA 수용체가 수신측의 표면에서 늘어나면 나트륨 이온의 유입량이 늘어난다. 따라서 신경 전달 물질을 받아들였을 때 신호가 잘 전해진다. 이 효과는 적어도 몇 시간 동안 계속된다.

2-1. 스파인

 뉴런의 '수상 돌기(Dendrite)'에는 시냅스의 수신측이 되는 '스파인(Spine)'이라는 조그만 돌기가 무수히 있다. 전기 신호의 '소자'에는 흐르는 전류를 조정하는 것이 있는데, '스파인'은 뇌의 기억 회로에서 신호의 흐름을 조정하는 소자로 여겨진다. 최근에는 몇 개의 커다란 스파인으로부터 신호가 입력되는 것만으로도, 입력을 받은 뉴런에 충분히 전기 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알려졌다.

 스파인은 기억과 학습에 따라, 늘어나거나, 줄어들거나, 커지거나, 작아지는 등 시시각각으로 변하고 있다. 예컨대 몸을 움직일 때 지령을 발신하는 대뇌 피질의 '운동 영역'에서는, 발달기에 있는 쥐의 경우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5%, 운동을 한 경우에는 10% 정도의 스파인이 증감한다는 사실이 보고되었다. 스파인이 커지면, 많은 전기가 그곳을 흐르게 된다. 넓은 도로에서 교통이 활발해지는 것과 비슷하다. 한 실험에서는쥐에게 어떤 운동을 학습시켜 학습에 따라 증대한 스파인을 표시한 다음, 그것들을 빛으로 축소시키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리고 학습에 사용되어 커진 운동 영역의 스파인을 제거하였더니, 운동 성적이 학습 이전의 수준까지 떨어졌다. 결국 기억이 사라진 것이다. 스파인에 의해 신호의 흐름이 변하는 것이, 복잡한 기억과 학습을 가능케 한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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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장기 기억

 위에서 소개한 것처럼, 뉴런끼리의 이음새인 '시냅스'에서 화학물질을 받아들이는 '수용체(Receptor)'가 늘어나 신호 전달의 효율이 좋은 상태가 계속되는 메커니즘을 '장기 증강(LTP: Long-term potentiation)'이라고 한다. LTP 가운데서도 단시간에 사라지는 것을 'E-LTP'라고 하며, 이것은 몇 시간 기억하는 '단기 기억'에 해당한다고 생각된다. '단기 기억'을 더 안정시킨 것이 '장기 기억'이다. 그러면 '장기 기억'의 '장기 증강(LTP)'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E-LTP의 상태를 장기간 유지하면 기억은 고정될 것이다. 즉, 늘어난 수용체를 그대로 유지하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렇게 되는 데는 '세포핵(Cell Nucleus)'의 힘을 빌린다.

 이 변화에는 수십 분 정도는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단기 기억의 E-LTP처럼 당장 만들 수는 없지만, 일단 완성되면 상당히 안정된다. 이처럼 세포핵에서 유전자가 작용해 장기적으로 시냅스의 신호 전달이 좋아지는 것을 'L-LTP'라고 한다. '장기 기억'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먼저 E-LTP 때와 마찬가지로 아주 짧은 시간에 연속해서 신호가 보내짐으로써, 받아들이는 쪽의 뉴런에 '칼슘 이온(Ca2+)'이 흘러들어 수용체의 수가 늘어난다.
  2. E-LTP와 다른 것은 여기서부터이다. '칼슘 이온(Ca2+)'은 이어서 '세포핵 유전자의 스위치가 켜지는 것처럼 작용하는 단백질'을 활성화시킨다.
  3. 그러면 유전자가 작용해, 새로 여러 종류의 단백질이 합성된다. 단, 'L-LTP'에 관여하는 유전자가 모두 규명된 것은 아니다.
  4. 이렇게 해서 생긴 단백질은 수용체를 고정하기 위한 '부품'으로 사용된다. 이리하여 '신호 전달 효율'이 좋은 상태를 더 장기간 유지한다. 이것이 장기 기억을 유지하는 메커니즘이라고 생각된다.

 장기 기억이 세포핵의 도움을 빌려 만들어지는 것의 증거가 실제로 있다. 쥐에게 약품을 투여해 어느 단백질을 만들지 못하게 하면, 그 쥐는 새롭게 장기 기억을 기억하지 못한다. 단기 기억은 정상적으로 기억되는 것으로 보아, 장기 기억에는 단백질의 합성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장기 기억에 관해서는 수용체를 고정하는 것에 덧붙여 새로 시냅스를 만드는 일도 이루어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새로운 시냅스를 만드는 경우에도 역시 세포핵에서 단백질을 합성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3-1. 복습은 E-LTP를 L-LTP로 옮긴다.

 공부 등 지식을 넓히는 데는 복습이 중요하다고 한다. 이에 대한 키워드도 LTP가 가지고 있다. 신호의 입력이 공부 1회분인 경우를 생각해 보자. 기억을 만드는 뉴런 회로의 변화는 단시간에 없어지는 E-LTP로 끝나는 경우가 있고, 새로 단백질을 합성해 장기가 유지되는 L-LTP까지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대로 방치하면 L-LTP까지 진행하지 못한 결국 없어진다.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되풀이해서 공부해 신호의 입력 횟수를 늘리는 일이 중요하다. 반복 신호를 보냄으로써 E-LTP에서 더욱 안정되어 L-LTP로 옮기는 것이다. 단, E-LTP로 끝나는가, L-LTP까지 나아가는가를 나누는 스위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현재 알려져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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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장소의 기억

 새로운 사건의 기억인 '에피소드 기억(Episode Memory)'은 해마에서 만들어진다. '시간(사건은 그것을 경험한 순서)'과 '공간(장소)'가 그대로 기억되어야 한다. 이것이 부정확하다면 기억으로서의 의미가 없다.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통해, 시간과 공간의 위치를 정확하게 기억하는 메커니즘이 해마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계속 밝혀지고 있다.

4-1. 장소 세포

 쥐의 해마에는 '장소 세포(Place Cell)'라고 명명된 뉴런이 있다. 이것은 쥐가 어떤 방 안의 특정 장소에 있을 때만 발화하는 뉴런이다. 쥐가 이동하면 다른 '장소 세포'가 발화한다. 즉, 어느 공간 속에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인식하는 세포이다. 해마 속에 방의 지도를 그리고 있는 것과 같다. 그런데 '장소 세포'는 쥐가 그 장소에 있는 동안은 반복적으로 발화를 계속한다. 그런데 발화 타이밍이 어떤 일정한 리듬을 가졌다는 점이 불가사의하다. 하여튼 이 리듬을 '세타 리듬(Theta Rhythm)'이라고 한다. 쥐의 경우, 방 안을 돌아다닐 때 1초 동안 8회 정도의 리듬을 취하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쥐가 방 안을 돌아다니는데, 장소 세포 1에 해당하는 구역에서 장소 세포 2의 구역, 장소 세포 3의 구역 등으로 이동했다고 하자. 뉴런의 발화 타이밍에는 원래 리듬이 없다. 하지만 사건의 순서를 기억하려고 할 경우 그래서는 곤란하다. 장소 세포가 1, 3, 2의 순서나 2, 1, 3 등 무질서한 순서로 발화했다면 쥐는 자기 자신이 어떤 순서로 이동했는지 기억이 혼란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피하기 위해, 해마의 '장소 세포'는 발화 타이밍을 조정한다. 어떤 순서로 어떤 장소를 이동했는지, 즉 사건의 기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시간과 공간의 관계를 조정하는 것이다. 발화 타이밍의 조정은 해마로 들어오는 신호 입구인 측두엽의 '해마평이랑(Parahippocampal gyrus)'에서 이루어지는 것 같다.

 또 해마와 정보를 주고받고 있는 뇌의 '후내 피질'이라는 영역에는 '격자 세포(Grid Cell)'이라는 뉴런도 있다. 이 세포는 쥐가 방 안에서 일정 간격 떨어진 지점으로 이동했을 때만 활동한다. '격자 세포'의 활동을 바탕으로 이동한 거리나 방향이 이해되고, 그 정보가 장소 세포에 전해져 자신의 위치가 파악되는 것이다.

4-2. 시간 세포

 한 실험에서는 쥐에게 특정 순서로 복수의 경험을 기억하는 과제를 주었다. 이 쥐의 해마에서는 과제 개시부터 경과 시간에 의존해 활동하는 세포인 '시간 세포(Time Cell)'가 확인되었다. 그 기억을 상기할 때는 상기 개시부터 경과한 시간에 의존해 과제를 기억했을 때와 같은 세포가 활동한다. '쥐의 해마'와 '사람의 해마'를 비교하면 회로 구조에 커다란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다시 말해 쥐 해마의 이 같은 메커니즘은 사람의 해마에서도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

4-3. 해마에 생긴 기억은 최종적으로는 측두엽 등의 대뇌 피질에 고정된다.

 해마에 생긴 기억은 최종적으로는 측두엽 등의 대뇌 피질에 고정되어야 한다. 그러나 그 구체적인 메커니즘은 현재는 알려져 있지 않다. 물론 힌트는 있다. 쥐의 '장소 세포'가 잠자는 동안에도 발화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게다가 그 발화의 순서는 쥐에서 깨어 있을 때 측정된 발화 순서와 같았다. 쥐는 잠자면서, 깨어 있는 동안 경험한 사건을 뇌 속에서 재현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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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의미 기억

5-1. '의미 기억'은 '사건 기억'으로부터 생긴다.

 위에서 소개한 환자 H.M.씨는 해마가 절제됨으로써 기억을 모두 잃은 것은 아니었다. 예를 들면 그는 자신과 가족에 관한 일, 사물의 이름 등은 기억하고 있었다. 또 알려준 7개 정도의 숫자를 그 자리에서 바로 말하는 뇌의 기능인 '즉시 기억'에는 문제가 없었다. 또 N.A.라는 머리글자로 알려진 환자의 사례에서, 기억에는 해마 이외의 영역도 필요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 환자는 1960년, 뇌의 깊숙한 곳에 있는 뇌실에 인접한 '시상(Thalamus)'의 일부가 손상을 입었다고 보고되었다. 시상이 손상된 이후 일상의 일들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다. 이들의 증상으로 미뤄 봤을 때, 기억에는 종류가 있어 그 모든 것을 해마가 담당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이 판명되었다.

 해마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사건 기억(Episodic Memory)'에 비해, 해마가 거의 관여하지 않는 '의미 기억(Semantic Memory)'이라는 것이 있다. 예컨대 '바나나는 노랗다'는 기억이다. H.M. 씨의 뇌가 잃어버리지 않았던 기억도 '의미 기억'이다. '의미 기억'은 뇌의 겉쪽에 있는 대뇌 피질 가운데, 특히 '측두엽(옆머리 부분에서부터 정수리 부분에 걸친 영역)'에 저장된다고 한다.

 '의미 기억(Semantic Memory)'은 원래 '사건 기억(Episodic Memory)'에서 생긴다. 예컨대 아주 오래전에 부모가 아이에게 처음으로 바나나르 주었다고 하자. 아이는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지만, 먹어 보니 맛있었으며, 노란색이었다. 이러한 에피소드가 몇 차례 반복되는 가운데 '바나나는 노랗다.'는 사실만이 공통 사항으로 선택된 것이다. 의미 기억은 모두 그런 것이다. 그렇다면 '의미 기억'은 '사건 기억'으로부터 어떻게 만들어질까? 해마에서는 처리할 수 없어서, 뇌의 겉쪽에 있는 대뇌 피질로 기억이 전송된 것이라고 한다. 단, 전송 방법에 대해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5-2. 건망증

 H.M. 씨의 증상은 전형적인 '건망증'이다. '건망증'의 증상은 증세가 나타난 시점부터 나중에 일어난 일을 새롭게 기억할 수 없게 되는 '전향 건망(Anterograde Amnesia)'과, 증세가 나타나기 전의 과거를 떠올리지 못하는 '역향 건망(Retrograde Amnesia)'으로 분류할 수 있으며, 보통은 이 두 가지가 모두 나타난다. '기억 상실'은 자기 자신에 관한 기억만 해당하는 선택적인 '역향 건망'으로 '심인성 건망증'의 일종이다.

 의미 기억' 가운데 동물이나 탈것, 인물 등 특정 범주만을 알지 못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코끼리'의 이름이 떠오르지 않을 뿐 아니라, '코끼리'가 어떤 것인지 알지 못하게 된다. 이 신기한 현상은 '헤르페르 바이러스(Herpes Virus)'가 침범한 '헤르페스 뇌염(Herpes Simplex Encephaltitis)' 등에서 발견된다고 한다. 뇌의 내부, 특히 측두엽에는 네트워크로서의 '의미 기억'이 보존되어 있는데, 어떤 영역에서는 '생물', 다른 영역에서는 '무생물'이라는 식으로 영역별로 네트워크가 대략 나누어져 있다. 어떤 영역이 뇌염을 침범하는지에 따라 알 수 없게 되는 범주가 달라진다고 생각된다.

5-3. 새롭게 만들어진 뉴런이 장기 기억의 형성에 관여 는 것 같다.

 '기억'은 '보존되는 시간'으로도 분류된다. 신경 과학 분야에서는 수십 초 이내라고 여겨지는 '즉시 기억(immediate memory)' 외에, '근시 기억(Myopic Memory)'과, 거의 영구적이라고 여겨지는 '원격 기억(Remote memory)'의 세 가지로 분류한다. (단기 기억과 장기기억, 두 가지로 분류하는 경우도 있음) 특히 '근시 기억'에 대해서는 명확한 시간의 정의는 없다고 한다. 해마가 담당하는 것은 대개 '근시 기억'이다. 쥐조차도 어떤 '사건 기억'을 1~2시간 정도 해마에서 보존한다. 인간은 훨씬 길어서 1개월, 2개월을 해마를 사용해 '사건 기억'을 보존한다.

 '원격 기억'에는 다양한 종류가 있다. '몸이 기억한다.'고 표현되는 '자전거 타는 법'이나 '스포츠의 동작' 등도 한 번 기억하면 좀처럼 잊어버리지 않는다. 몇 년 만에 자전거를 타도 뇌는 타는 법을 기억하고 있다. 이런 기억을 '절차 기억(Procedural Memory)'이라고 한며, 대뇌의 뒤쪽에 있는 '소뇌(Cerebellum)'와 '선조체(Striatum)'가 관여한다. '장기 기억' 또는 '원격 기억'이 보존되어 있는 곳은 대뇌 피질이다. 쥐의 실험으로 미루어봤을 때, '장기기억'에는 대뇌 피질에서 해마와 동등한 세포 연결이 사용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예전에는 어른의 뇌에서는 뉴런이 새롭게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었지만, 실은 해마 등에서는 평생을 통해 뉴런이 생겨난다. 해마에서 새롭게 생겨난 뉴런은 해마의 신경 회로에 연결되어 장기 기억의 형성에 관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2009년 일본 도야마 대학의 연구팀이 학술지 Cell에 보고한 논문에 따르면, 뉴런이 탄생이 활발한 쥐일수록, 사건 기억이 대뇌피질로 옮겨가 해마의 활동과는 무관계해질 때까지의 시간이 짧아졌다. 반대로 뉴런의 탄생이 억제된 쥐일수록 사건 기억이 대뇌피질로 옮겨가 해마의 활동과는 무관계해질 때까지의 시간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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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어떻게 기억을 떠올리는가?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기억을 떠올릴까? 기억이 저장되는 뉴런의 회로에 어떤 계기로 신호가 들어가면, 기억을 만들었을 때의 신호의 흐름이 재현되고, 결과적으로 기억을 상기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2년에 '도네가와 스스무' 박사는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는 방법을 사용해 이 가설을 실증했다 그런데 뇌는 어떻게 목적한 회로를 찾아내고, 상기하기 위한 신호를 보내는 것일까? '사건 기억(Episodic Memory)' 중에는 해마에서 대뇌 피질로 옮겨진 다음에 해마를 통해 상기되는 것도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한 기억에 관해, 기억을 상기할 때의 단서인 회로가 해마에 남아 있고, 그 단서에 근거해 대뇌 피질로부터 기억의 '부품'이 모이고, 그들이 다시 한번 해마에 흘러감으로써 사건이 상기된다는 가설이 있다.

 여기에서는 예컨대 '갓 태어난 자기의 자식을 처음 안았을 때의 기억은 어떻게 상기되는가?'는 가설에 따라서 설명하기로 한다. '아기를 처음 안은 기억'은 '젖먹이'나 '분만실' 등의 요소로 성립한다. 또 '젖먹이'는 '우는 얼굴', '우는 소리', '피부의 감촉' 등의 요소로 되어 있다. 이처럼 기억은 계층적인 구조로 되어 있다. '해마'는 이 계층 구조의 정점에 자리한다. '대뇌 피질'은 최하층에 위치하고, '우는 얼굴'이나 '울음소리' 등의 오감과 직접적인 관계가 깊은 요소가 저장되는 것으로 생각된다.

 사건의 기억을 상기할 때는, 해마에 남겨진 '단서'의 회로에서 '해마옆이랑' 다시 '대뇌 피질'로 신호가 내려간다. 그리고 '대뇌 피질'에서 '우는 얼굴' 등의 '부품'이 모이고, '해마옆이랑'에서 '젖먹이' 등의 개념이 되어, 최종적으로는 해마까지 이어져 '젖먹이를 안은 기억'이 재현된다고 한다. 이러한 생각은 '상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위한 가설이다.

6-1. 감정을 수반하는 사건은 잘 기억된다.

 '잘 기억되는 사건'이 있는 반면 '잘 기억되지 않는 사건'이 있다. 예컨대 1주일 전에 점심으로 먹은 메뉴는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같은 1주일 전의 점심이라도 매우 맛있는 음식이나 맛없는 음식을 먹었다면 기억할 것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억에 매우 중요한 장소인 '해마'로 정보가 보내지는 경로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감정처리의 중추인 '편도체(Amygdala)'를 경유해 '해마'로 보내지는 경로이고, 다른 하나는 '후주위 피질'을 통해 해마로 보내지는 경로이다. 일본 도호쿠 대학 대학원 생명과학 연구과의 '이지마 도시오' 박사 등은, '편도체', '후주위 피질', 해마' 등 세 곳을 포함하도록 한 뇌의 슬라이스 표본을 만들어 정보가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조사해 보았다. '후주위 피질' 또는 '편도체' 만 자극했을 때는 어느 정도 큰 자극을 주어도 단독 자극으로는 해마까지 정보가 잘 전해지지 않았다. 하지만 '후주위 피질'과 '편도체'를 동시에 자극했더니 정보가 해마로 전해졌다.

 정보가 잘 전해지는지 여부는 '뉴런이 흥분하면 빛을 내도록 한 색소'를 사용해 생쥐의 뇌에서 해마로 어떻게 전해지는지를 확인하였다. 아래의 사진은 '이지마 도시오' 박사 등이 한 실험에서 촬영한 것이다. 붉은색일수록 강하게 흥분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후주위 피질'만을 자극했을 때와 '편도체'만을 자극했을 때는 정보가 해마로 들어가지 못하고 도중에 멈춘다. 그러나 '후주위 피질'과 '편도체'를 동시에 자극한 경우에는 해마로 정보가 전해졌다.

 실험은 전기 자극을 감각 정보로 보고 있으므로, 자극이 어느 감각에 해당하는지 알 수 없다. 다만 다음과 같은 가능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식사를 했을 때, 비교적 직감적인 냄새, 요리 색깔, 형태의 정보가 '편도체'를 경유하면 맛있을 것 같다는 감정을 수반하는 정보가 된다. 또 음식물의 더욱 상세한 시각 정보나 미각, 후각 정보가 '후주위 피질'을 경유해 해마로 가는 신경 회로에 들어온다. 이 정보는 편도체 경유의 '정동(희로애락과 같이 일시적으로 급격히 일어나는 감정)'적인 입력 정보에 도움을 받아 해마로 전달되기 쉬워져, 맛있는 식사를 했다는 사실이 기억에 잘 남는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