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미래학 (Futurology)

수확 가속의 법칙(Law of Accelarating Returns)

SURPRISER - Tistory 2022. 9. 14. 05:38

0. 목차

  1. '수확 가속의 법칙'이란?
  2. '복잡성'이란 무엇인가?
  3. '질서'란 무엇인가?
  4. '문제'란 무엇인가?
  5. '진화'란 무엇인가?
  6. 패러다임의 생명 주기
  7. 프랙탈식 설계
  8. '진화'가 '복잡성'을 증가시킨 사례 살펴보기

1. '수확 가속의 법칙'이란?

 '수확 가속 법칙(Law of Accelarating Returns)'이란 '진화(Evolution)'의 과정이 가속적이며, 그것의 산물 또한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는 현상을 나타내기 위해 만들어진 말이다. 기술의 지속적인 가속은 이른바 '수확 가속의 법칙'의 필연적 결과이다. '수확 가속 법칙(Law of Accelarating Returns)'이란 말은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에 의해 만들어졌다. 진화 과정의 산물에는 '연산(Calculation)' 같은 '정보 관련 기술'들이 포함된다. 이런 기술들의 발전 속도는 '무어의 법칙(반도체칩의 집적밀도가 약 2년마다 2배가 된다고 한 인텔 창립자 고든 무어의 예측)'이 예상하는 바를 넘어설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 '기술적 특이점(Technological Singularity)'은 '수확 가속의 법칙'이 가져올 필연적 결과인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기술 진화 과정'의 특성을 살펴보도록 하자.

 아래의 그래프는 패러다임 전환의 속도가 얼마나 가속적인지 보여주는 그래프 가운데 하나다. '빅뱅(Big Bang)'에서 '인터넷(Internet)'에 이르기까지, '생물학적 진화' 또는 '기술적 진화'의 주요 사건으로 꼽을 만한 것을 도식화한 것으로, 사상가들의 의견이나 참고도서를 뒤져 찾아낸 15가지 목록을 기초로 한 것이다. 각 목록 간에 약간의 차이는 있었지만, 기하급수적이 증가 추세에는 차이가 없었다. 즉, 주요 사건들이 발생하는 속도는 계속해서 빨라지고 있었다.

 무엇이 주요 사건인지 판단하는 기준은 목록 작성자들마다 달랐다. 그들이 어떤 기준에 따라 사건들을 선택했는지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 혹자는 생물과 기술의 역사에서 정말로 획기적인 발전은 '복잡성(Complexity)'의 증가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았다. '생물학적 진화'나 '기술적 진화'가 진전됨에 따라 복잡성이 증가하는 듯 보인다.

패러다임의 변화

2. '복잡성'이란 무엇인가?

2-1. '머레이 겔만'의 알고리즘 정보량 정의

 그러면 '복잡성'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쉽게 말해, '복잡성(Complexity)'이란 '어떤 과정을 표현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량'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시스템에 대한 설계 내용을 100만 비트 크기의 데이터 파일로 기술할 수 있다고 하자. 이 설계의 복잡성은 100만 비트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백만 비트는 천 비트짜리 패턴이 1000번 반복된 것이라고 하자. 그러면 반복되는 부분을 찾아 제거할 수 있고, 이렇게 압축을 하면 1000배 압축할 수 있다. 즉, 1000비트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대부분의 데이터 압축 기술은 정보에 있는 중복을 찾아내는 방법을 사용한다. 그런데 데이터 파일을 이렇게 압축했다 해도, 더욱더 압축해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규칙이나 방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예컨대, 파일 내용이 소수점 아래 100만 자리까지 표현된 '원주율(3.1415...)'이라고 하자. 원주율을 이진법으로 표현한 비트들은 사실상 무작위적이고 무작위성을 검사해 보아도 반복되는 패턴이 없다. 따라서 데이터 압축 프로그램은 이 수열의 정체를 인식하지 못할 것이고 100만 비트를 전혀 압축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파일이 사실 원주율을 나타낸다는 걸 알게 되면, 그 정보 또는 정보의 일부를 매우 간결하게 '백만 비트까지 정확한 원주율'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정보의 서열을 더 간결하게 표현하는 방법이 없다고는 확신할 수 없다. 압축된 정보량은 그 정보의 복잡성의 최대 한계로 간주되어야 한다.

 '머레이 겔만(Murray Gell-Mann, 1929~2019)'도 이런 식으로 복잡성을 정의했다. '머레이 겔만'은 어떤 정보 집합의 '알고리즘 정보량'은 '표준 범용 컴퓨터(다양한 종류의 업무를 모두 처리할 수 있는 다목적 컴퓨터)'가 정보의 모든 비트를 출력한 뒤 멈추도록 하는 데 필요한 최소 길이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머레이 겔만'의 개념도 완전한 것은 아니다. 완전히 무작위적인 정보를 포함한 파일은 도저히 압축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실 압축할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점은 어떤 수열이 무작위인가 아닌가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준이다.

2-2. 특징을 표현하는데 '의미가 있는 정보'가 최소 정보량이다.

 그런데 어떤 설계가 무작위 배열로 설명되며 심지어 어떤 무작위 배열이라도 상관없다면, 도리어 기술은 간단해진다. '여기에 무작위 수열을 넣으시오'라는 간단한 명령어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완전한 무작위 데이터는 간단한 명령어로 기술될 수 있으므로, 복잡성이 크지 않다. '완벽한 무작위 배열'과 '목적을 갖고 있되 예측할 수 없는 배열'을 지닌 정보 사이의 차이점이 바로 이것이다.

 복잡성의 속성을 더 잘 알기 위해 '바위(Rock)'의 복잡성에 관해 생각해 보자. 우리가 바위에 들어있는 모든 '원자들의 모든 속성들(정확한 위치, 각운동량, 스핀, 속도 등)'을 기록한다면 방대한 양의 정보를 기록해야 한다. 1kg의 바위에는 1025개의 원자가 있는데,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이정도의 정보는 1027비트의 정보로 표현할 수 있다. 압축하지 않은 인간의 유전 암호보다도 10경 배 많은 양이다. 하지만 이 ;정보의 대부분은 무작위적이고, 별 의미가 없다. 우리는 바위의 모양과 구성 재료를 기술하는 것만으로도 바위의 특징을 표현할 수 있다. 즉, 이론적으로 바위에는 방대한 양의 정보가 포함되어 있지만, 평범한 '바위의 복잡성'은 '인간의 복잡성'보다 훨씬 낮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이제 복잡성의 개념을 다시 정의해 보자. '복잡성'이란 어떤 체계나 과정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 필요한 '의미 있고', 무작위적이지 않으며, 다만 예측할 수 없는 최소 정보량이라고 말할 수 있다.

2-3. 레이 커즈와일이 제안한 '복잡성 측정 방법'

 그러나 이조차 충분하지 않다. 임의적인 일련의 데이터를 생각해 보자. 전화번호부에 있는 이름이나 전화번호들, '주기적인 방사선 준위'나 '온도 측정 결과' 같은 데이터는 무작위적이지 않다. 압축 기법을 동원해도 그다지 많이 압축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적인 의미에서 복잡성이 높은 데이터라고는 할 수 없다. 그저 데이터일 뿐이다. 그래서 '임의의 데이터 배열을 넣으시오'라는 또 간단한 명령어가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임의의 데이터 배열을 넣으시오'라는 또 다른 간단한 명령어가 필요한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Ray Kurzweil)'이 제안한 정보의 복잡성 측정 방법을 정리해 보자. 처음에는 '머레이 겔만'의 알고리즘 정보량 정의에서 출발했다. 그중 무작위 배열은 무작위 배열을 넣으라는 간단한 명령어로 대체했다. 그 다음에는 임의의 데이터 배열도 그 같은 간단한 명령어로 대체했다. 이렇게 하면 '복잡성 평가 결과'가 '직관'에 무리 없이 맞을 것이다.

 '레이 커즈와일'이 정의한 복잡성의 개념을 활용할 경우, 생물학 같은 진화 과정에서의 패러다임 전환은 매번 복잡성이 증가한 사건이라고 볼 수 있다. 가령 DNA의 진화를 통해 더 복잡한 유기체가 가능해졌다. 유연한 데이터 저장 능력을 지닌 DNA 덕분에 유기체의 생물학적 정보 처리 과정이 제어될 수 있었다. '캄브리아기 대폭발(고생대 캄브리아 초기에 다양한 종류의 동물 화석들이 갑작스럽게 출현한 지질학적 사건)'은 안정된 일군의 동물 신체 설계안들을 DNA 속에 제공했고, 덕분에 진화 과정은 좀 더 복잡한 뇌 개발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컴퓨터의 발명같은 기술의 발전을 통해, 문명은 훨씬 복잡한 정보를 저장하고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또 인터넷의 광범위한 상호 연결은 이보다 더 큰 복잡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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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질서'란 무엇인가?

 그러나 '복잡성의 증가' 자체가 진화의 궁극적 목표이거나 최종 산출물인 것은 아니다. '진화'는 더 복잡한 답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더 나은 답을 찾아낸다. 간단한 해결책이 더 훌륭할 때도 있는 것이다. 여기서 '복잡성(Complexity)'과는 다른 '질서(order)'라는 개념이 도입된다. '질서'는 '무질서'의 반대말이 아니다. '무질서'가 무작위로 일어나는 사건을 가리킨다면 무질서의 반대말은 '무작위적이지 않음'이 되어야 한다. '정보(information)'는 유기체의 DNA 암호나 컴퓨터 프로그램의 비트처럼 어떤 과정 속에서 의미가 있는 데이터의 배열이다. 반면 '소음'은 무작위 배열이다. 소음은 본질적으로 예측 불가능하고 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런데 '정보(information)'도 예측 불가능하다. 과거의 데이터를 이용해 미래의 데이터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 미래의 데이터는 더 이상 정보가 아니다. 따라서 정보와 소음은 둘 다 압축될 수 없다. 예측 가능하고 규칙적으로 교차하는 패턴의 경우, 처음 한 쌍의 비트 말고는 아무 정보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규칙적인 것'과 '질서'는 다르다. '질서'는 정보를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질서'란 목적에 부합하는 정보다. 질서의 크기는 정보가 목적에 부합하는 정도에 따라 결정된다. 생물 진화의 목적이라면 살아남는 것이다. '제트 엔진 설계'에 '문제 해결을 위해 진화 시뮬레이션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진화 알고리즘)'을 적용한다면, 그때의 목적은 엔진의 성능, 효율 등을 최적화하는 것이다. '질서'를 측정하는 것은 '복잡성'을 측정하는 것보다 더 어렵다. '복잡성 측정 방법'은 위에서 소개한 것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한편, '질서'를 측정하려면 각 상황에 맞는 '성공'의 척도가 필요하다. 진화 알고리즘을 만드는 프로그래머는 '효용 함수(Utility Function)'라고 불리는 이러한 성공 척도를 제공해야 한다. 기술 개발의 진화 과정이라면, 경제적 성공이라는 척도도 적용할 수 있겠다.

 정보가 많다고 반드시 적합해지는 건 아니다. 가끔은 목적에의 부합성이 복잡성의 증가보다 단순화를 통해 달성될 수 있다. 가령 별개로 보였던 발상들을 하나의 포괄적이고 통일성 있는 이론으로 묶는 새로운 이론이라면, 복잡성은 감소하지만 '합목적적 질서'는 증가시킨 것이다. 사실, 과학은 늘 더 단순한 이론을 수립하는 방향으로 달려왔다. 즉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발전시키면 질서가 증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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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문제'란 무엇인가?

 이제 '문제(Problem)'를 정의하는 일만 남았다. 사실 진화 알고리즘의 핵심은 문제를 정의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진화에서라면 대체로 살아남는 것이 늘 문제였다. 하지만 특정 생태계에서는 이 최우선의 과제가 한정적인 작은 목표로 구체화되기도 했다. 즉 최종 목적에 대한 하위 목적이 생기기도 한 것이다. 가령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것, 위장을 익혀 약탈자로부터 숨는 것 등이 문제일 때도 있었다. 인간에 가까워질 무렵의 생물학적 진화는 목적 자체도 진화했다. 적을 뛰어넘고 환경을 적절히 조작하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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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진화'란 무엇인가?

 그럼 '진화(Evolution)'가 무엇인가? 요약하면 '진화'는 '질서'를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복잡성은 증가되기도 하고, 증가되지 않기도 한다. 생명체들 기술이든 진화의 속도가 빨라지는 주된 이유는 점점 증가하는 질서 위에 싸여가기 때문이다. 정보를 조작하고 조작하는 기법들이 점점 세련되어지기 때문이다. 진화가 만들어낸 혁신은 더 빠른 진화를 촉진한다.

 '생명체 진화'의 경우 가장 중요한 초기 사례는 DNA였다. DNA에 생명의 설계안이 안전하게 기록되게 함으로써, 더 진취적인 실험을 가능하게 했다. '기술 진화'의 경우 정보 기록 방법이 지속적으로 개선되면서 더 나아간 기술의 발전을 촉진했다. 과거에 최초의 컴퓨터는 종이에 설계한 뒤 손으로 직접 조립해야 했다. 하지만 오늘날의 컴퓨터는 컴퓨터에 의해 다음 세대의 상세 설계가 만들어지고, 인간의 개입이 거의 없는 완전 자동화 공장에서 생산된다.

 기술은 진화하면서 기술의 역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간다. 혁신가들은 기술의 역량을 배수로 개선한다. 혁신은 기술의 역량을 덧셈이 아니라 곱셈으로 늘려간다. 모든 진화가 그렇듯, 기술은 과거의 성취 위에 쌓인다. 이런 가속적 양상은 기술이 스스로의 발전을 완벽하게 제어되는 시기까지 줄곧 이어질 것이다.

6. 패러다임의 생명 주기

6-1. 패러다임의 3단계

 '패러다임(Paradigm)'은 다음과 같은 3단계로 전개된다.

  1. 느린 성장(기하급수적 성장의 초기 단계)
  2. 가파른 성장(폭발적인 성장 단계)
  3. 성장의 둔화 (성숙에 따른 안정 단계)

 이 3단계 발전은 오른쪽으로 뻗어 올라가는 S자 모양을 취한다. 하나의 S자 곡선은 하나의 '패러다임(Paradigm)'을 의미한다. 아래의' 그래프를 보면 기하급수적 성장은 여러 개의 S자 곡선들이 폭포 모양으로 연결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각각의 S자 곡선은 오른쪽으로 갈수록 높아진다. 즉, 시간이 갈수록 빨라져,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룬다.

 S자 곡선의 전형이라면 생물학적 성장을 들 수 있다. 비교적 고정된 수준의 복잡성을 지닌 체계가 경쟁적 생태계에서 유한한 지역 자원을 놓고 싸우면서 자기복제를 해나가는 경우다. 가령 어떤 종이 새로운 우호적 환경에 도착할 때 시작되는 일이다. 종의 개체 수는 얼마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다가 안정될 것이다. 그런데 진화 과정 전반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특정 패러다임(특정 S자 곡선)'의 성장 한계를 넘어선다. 힘의 효율이 부쩍 증대된 다음 패러다임들이 연속적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진화 과정의 기하급수적 성장은 '여러 개의 S자 곡선(여러 개의 패러다임)'으로 구성되기 마련이다.

패러다임의 생명 주기

6-2. 진화의 '단속 평형 이론'

 진화의 '단속 평형 이론(Punctuated Equilibrium)'에 따르면, 진화는 급격한 변화의 시기와 그 뒤에 이어지는 상대적 정체의 시기를 번갈아 겪으며 발전한다. 실제로 신기원적 사건들 그래프에 있는 주요 사건들을 보면, 질서 또는 복잡성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혁신의 시기가 있은 뒤에는 각 패러다임의 역량의 한계인 '점근선(Asymptote)'에 접근함에 따라 느린 성장의 시기가 왔다. '단속 평형 이론'은 연속적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평탄한 발전을 그리는 모델보다 더 나은 진화 모델이다.

 하지만 단속 평형의 주요 사건들은 발 빠른 변화를 야기하기는 하지만 순간적 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가령 DNA의 등장은 유기체의 설계를 진화적으로 개선하여 복잡성을 증가시켰지만, 갑작스러운 급등이라고는 할 수 없었다. 최근의 기술사를 보면 컴퓨터의 발명을 통해 문명이 처리할 수 있는 정보의 복잡성이 또 다른 확장의 전기를 맞았고, 이 변화는 아직 진행 중이다. 이 변화의 물결은 주변 우주의 모든 물질과 에너지를 연산으로 포화시킬 때까지 '점근선'에 다다르지 않을 것이다.

 패러다임이 성숙의 단계에 이르면, 다음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대한 압력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기술로 말하자면, 다음 패러다임을 만들기 위한 연구에 자금이 투자된다. 일례로 2000년대에는 '광리소그래피(Photolithography)'를 이용해 평판 집적회로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어넣는 패러다임이 10년은 건재할 것임에도 불구하고, 삼차원 분자 연산을 목표로 광범위한 연구가 수행되었다. 일반적으로 한 패러다임의 가격대 성능비 면에서 점근선에 다다르 즈음이면, 다음 기술 패러다임이 이미 여기저기 틈새에서 적용되기 시작한다. 예컨대 1950년대의 공학자들은 진공관의 크기를 축소시킴으로써, 컴퓨터의 가성비를 높이려 노력하고 있었다. 그런데 1960년대에는 트랜지스터가 이미 휴대용 라디오 분야에서 견고한 틈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다. 그 후 컴퓨터에서도 트랜지스터가 진공관을 대체하게 되었다.

6-3. 질서의 기하급수적 증가는 지속된다.

 진화 과정의 기하급수적 성장을 뒷받침할 자원은 무한한 편이다. 사실 한없이 증가하는 진화 과정의 질서 자체가 하나의 중요한 자원이다. 진화 과정의 산물은 끊임없이 질서를 증가시키고자 하기 때문이다. 진화의 각 단계마다 다음 단계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만들어진다. 예컨대 '생물학적 진화'에서는 DNA가 출현하면서 진화 실험이 더욱 강력하고 빨라질 수 있었다. '기술적 진화'에서는 컴퓨터 활용 설계 도구가 출현하면서, 다음 세대의 컴퓨터를 더욱 빠르게 개발할 수 있었다.

 질서의 기하급수적 증가가 지속되기 위해서 있어야 할 또 다른 자원은 진화 과정이 전개되는 환경 내의 '카오스(Chaos)'이다. 카오스는 다양성을 담보하기 위한 여러 선택지를 제공해 주기 때문이다. 카오스가 제공하는 가변성 덕분에 진화 과정은 더 강력하고 효과적인 해답을 해답을 발견해낼 수 있다. '생물학적 진화'에서 다양성을 담보하는 기법 중 한 가지는 '유성 생식'을 통해 유전자를 섞고 조합하는 것이다. '유성 생식(Sexual Reproduction)'은 '무성 생식(Asexual Reproduction)'보다 넓은 유전적 다양성을 제공함으로써 전반적인 생물학적 적응력을 높이는, 일종의 진화적 혁신이었다. 그밖에 다양성의 근원으로는 '돌연변이', '끝없이 변하는 환경 조건' 등이 있다. '기술적 진화'에서는 '인간의 창의력'이 '다양한 시장 변수들'과 결합되면서 혁신 과정이 계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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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프랙탈식 설계

 비교적 적은 정보량을 가진 '게놈(Genome)'이 어떻게 그 안에 기술된 유전 정보보다 훨씬 더 복잡한 인간 같은 체계를 만들어낼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생물학적 체계의 정보 용량을 논할 때 중요한 주제다. 한 가지 해답은 생물학의 설계를 '확률적 프랙탈(Stochastic Fractal)'로 보는 것이다.

 '결정론적 프랙탈'이란 '하나의 설계 요소(개시자)'가 '여러 개의 요소들(생성자)'로 대체되는 구조이다. 두 번째 프랙탈 확장을 할 때는 생성자 각 요소가 개시자가 되어, 다음 세대 생성자 요소들로 대체된다. 새로 탄생한 생성자 요소들은 다시 개시자가 되고, 그것은 다시 작은 크기의 생성자들로 대체되는 이 과정이 수없이 반복된다. 프랙탈이 확장되면 복잡성이 증가하기는 하지만, 추가적인 설계 정보가 필요하지는 않다.

 한편, '확률적 프랙탈'은 여기에 '불확실성(Uncertainty)'이라는 요소를 추가한다. '결정론적 프랙탈'은 여러 차례 재현한 결과가 매번 동일하지만, '확률적 프랙탈'은 그렇지 않다. 비슷한 특징을 보이기는 하지만 매번 조금씩 다르다. 확률적 프랙탈에서는 각 생정자 요소가 적용될 확률은 1보다 작은 어떤 값을 갖는다. 덕분에 결과는 좀 더 유기체적인 모습을 가지게 된다. '확률적 프랙탈'은 산, 구름, 해안, 잎 등 유기체의 사실적 영상을 만드는 그래픽 프로그램에도 활용된다. '확률적 프랙탈'의 핵심은 비교적 적은 설계 정보로부터 세부가 몹시 다채로운 엄청난 복잡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이다. 생물학도 이 원칙을 이용한다. 유전자가 설계 정보를 제공하지만, 유기체의 세부는 그 유전적 설계 정보보다 훨씬 복잡하다.

 어떤 사람들은 뇌 같은 생물학적 체계의 세부 복잡성을 오해해서, 가령 뉴런에 있는 미세구조의 구성이 정밀하게 설계된 것이고, 체계가 기능하기 위해서는 정확히 그 구성을 취해야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뇌 같은 생물학적 체계의 작동 원리를 이해하려면, 우선 설계 원칙을 이해해야만 한다. 즉, 뇌 전체의 설계 원칙은 세부 구조의 복잡성보다 훨씬 단순하고 적은 정보량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세부 구조들이 복잡한 것은 유전 정보가 반복적인 프랙탈식 과정을 통해 만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의 게놈 전체에 담긴 정보량은 8억 바이트에 불과한테, 압축한다고 하면 3000만 바이트~1억 바이트 정도 될 것이다. 발달을 마친 뇌의 모든 개재뉴런 연결과 신경전달물질 농도 패턴에 의해 표현되는 정보량의 약 1억 분의 1에 불과한 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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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진화'가 '복잡성'을 증가시킨 사례 살펴보기

 '생물학적 진화'와 그 뒤를 잇는 '기술적 진화'가 복잡성을 증가시킨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8-1. 원시안의 진화

 '생물학적 진화'의 패러다임의 전환 가속의 예로, '관찰력'을 살펴보자. 초기 생명체는 화학물질의 농도 변화 등을 감지함으로써, 몇 mm 내의 국지적 사건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후에는 시력을 가진 동물이 등장했고, 이들은 수 km 떨어진 사건들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나아가 망원경이 발명되었고, 인간은 수백만 광년 떨어진 다른 은하들을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현미경'을 이용함으로써 세포 규모의 미세구조도 볼 수 있게 되었다. 현대 기술로 무장한 인간은 130억 광년 떨어진 곳에 있는 '가시 우주(Visible Universe)'의 끝을 볼 수 있게 되었고, 작게는 양자 규모의 '아원자 입자(원자보다 작은 입자를 의미)'들까지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관찰도 지속 시간도 살펴보자. 단세포 동물은 화학적 반응을 통해 사건은 몇 초간 기억할 수 있었다. 뇌를 가진 동물의 기억력은 며칠이 되었다. 문화를 가진 영장류는 몇 대에 걸쳐 정보를 전달할 수 있게 되었고, 구술 역사를 가진 초기 인간 문명은 이야기를 수백 년간 보전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문자 언어가 출현하면서 기간은 수천 년으로 늘어났다.

8-2. 통신 수단의 진화

 이번에는 '기술적 진화' 패러다임의 전환 가속의 예로, '통신 수단'을 살펴보자. 19세기 후반에 발명된 전화가 널리 사용되기까지는 반세기 정도가 걸렸다. 이에 비해 20세기 후반에 등장한 휴대폰이 확산되는 데는 10년밖에 안 걸렸다. 이처럼 전반적으로 통신 기술의 보급 속도는 부드럽게 가속된 것을 볼 수 있다. 새로운 패러다임을 받아들이는 속도는 10년마다 반으로 줄고 있다. 2000년도의 발전 속도로 계산해 보았을 때, 이대로 가면 21세기의 기술 발전은 20000년 동안의 발전에 필적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