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우주 (Universe)

평행우주의 종류

SURPRISER - Tistory 2022. 9. 12. 06:27

 최근 들어 '평행우주(Parallel Universe)'는 이론물리학에서 뜨거운 논쟁거리 가운데 하나로 떠올랐다. 흔히 평행우주라고 하면 '우리가 사는 곳과 완전히 똑같으면서 더 많은 가능성을 간직한 곳'을 떠올리겠지만, 실존 가능성이 있는 평행우주는 우리의 짐작과는 많이 다르다. 현재 과학계에서 가장 관심을 끌고 있는 평행우주에는 '초공간(Hyperspace)', '다중우주(Multiverse)', '양자적 평행 우주(Quantum Parallel Universe)'가 있다.

0. 목차

  1. 초공간(Hyperspace)
  2. 다중우주(Multiverse)
  3. 양자적 평행 우주(Quantum Parallel Universe)
  4. 우주들 사이의 접촉은 가능한가?

1. 초공간(Hyperspace)

 가장 오랜 기간 동안 논쟁이 되어왔던 '평행우주'는 '고차원 공간'인 '초공간(Hyperspace)'이다. 우리는 '3차원 공간'에 살고 있다. 3차원 공간 속에서는 물체를 어떻게 이동시키건 간에, 모든 위치가 3개의 좌표로 표현된다. 이 세 개의 좌표만 있으면, 우리의 손가락 위치에서부터 가장 먼 은하까지, 우주에 있는 모든 물체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다.

 공간의 4번째 차원은 상식적으로 잘 납득이 가지 않는다. 예컨대 방 안에서 피어난 연기가 방 안을 가득 채우는 과정을 보면, 연기는 결코 다른 차원으로 새나가지 않고 방의 가로·세로·높이를 서서히 점유해 나간다. 우주의 어떤 곳에서도 물체가 갑자기 다른 차원으로 사라지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다른 고차원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크기는 원자보다 작아야 한다.

1-1. 공간 차원은 그리스 기하학의 기초가 되었다.

 공간 차원은 고대 그리스 기하학의 기초가 되었다. 예컨대 아리스토텔레스의 저서 '천국(On Heaven)'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선은 한 방향으로 크기를 갖고, 면은 두 방향으로 크기를 갖는다. 그리고 육면체는 세 가지 방향으로 크기를 갖고 있다. 이것 외에 다른 방향으로 크기를 갖는 물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서기 150년에 알렉산드리아의 '프톨레미(Ptolemy)'는 고차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최초로 '증명'했다. 그의 저서 '거리(On Distance)'에 적혀 있는 증명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서로 직교하는 직선 3개를 긋는다. 여기에 다른 어떤 직선을 추가해도 기존의 선들과 모두 수직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4번째 차원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데 사실 '프톨레미'는 4번째 차원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게 아니라, "사람의 두뇌로는 4번째 차원을 상상할 수 없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PC는 지금도 초공간에서 부지런히 계산을 수행하고 있다.

1-2. 리만 기하학의 탄생

 그 후로 약 2000년 동안 4번째 차원을 언급하는 수학자는 조롱거리가 되곤 했다. 1685년에 수학자 '존 월리스(John Wallis)'는 "4번째 차원을 '키메라(사자의 머리, 염소의 몸, 뱀의 꼬리를 가진 불을 뿜는 괴수)'나 '켄타우로스(반인반마)'처럼 괴물 같은 존재"라고 단언했다.

 19세기에 '수학의 왕자'로 불렸던 천재 수학자 '칼 가우스(Karl Gauss, 1777~1855)'는 네 번째 차원을 포함하는 수학을 개발하여 많은 계산을 수행했지만, 사후에 쏟아질 비난을 염려하여 상당 부분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우스는 우리의 우주가 정말로 그리스 기하학에서 말하는 3차원 공간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비밀리에 실험을 수행했다. 그중 하나가 '랜턴 실험(Lanturn Experiment)'인데, 원리는 다음과 같다. 3명의 제자에게 손전등을 하나씩 쥐어 주고, 각자 다른 산봉우리로 올라가게 한다. 꼭대기에 도착한 제자들이 상대방을 향해 손전등을 켜서 빛줄기가 삼각형을 이루게 한 다음, 가우스가 나서서 세 꼭지점의 각도를 측정한다. 만일 공간이 매끈한 3차원이 아니라면, 세 각의 합은 180°와 다르게 나올 것이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손전등으로 만든 세 각의 합은 항상 180도였다. 그래서 '가우스'는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그리스 표준 기하학에 약간의 오차가 있다고 해도, 그 양은 아주 작을 것이므로 손전등같이 무딘 장비로는 관측할 수 없다." 가우스는 고차원 수학에 관한 집필을 수제자인 '게오르그 베른하르트 리만(Georg Bernhard Riemann)'의 일로 남겨놓았다. 1854년에 '리만'은 한 강연 석상에서 '휘어진 공간'과 '고차원 공간'의 기하학을 세상에 처음 소개했고, 이것은 '리만 기하학(Riemannian Geometry)'이라는 이름으로 오늘날까지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리만 기하학'이 발표되고 수십 년 후에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general theory of relativity)'이 발표되면서, 리만의 저술은 엄청난 인기를 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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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빛의 비밀이 다섯 번째 차원에 숨겨져 있다?

 물리학의 역사를 돌이켜볼 때, 4번째 차원은 오랜 세월 동안 미지의 대상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1919년에 '테오도르 칼루자(Theodor Kaluza)'가 고차원의 존재를 암시하는 논문을 발표한 후로,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는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을 '5차원 시공간(1차원의 시간과 4차원 공간)'에 적용시켜 보았다. 그런데 다섯 번째 차원이 아주 작은 영역에 숨어 있다고 가정했더니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이 마치 마술처럼 두 부분으로 나누어졌다. 그중 하나는 아인슈타인의 '표준 상대성 이론 방정식'과 일치했고, 다른 하나는 '맥스웰 방정식'과 일치했다.

 어쩌면 '빛(Light)'의 은밀한 비밀이 다섯 번째 차원에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므로, 이것은 정말 기적 같은 결과였다. 아인슈타인도 '칼루자의 해를 보고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논리를 잘 다듬으면 빛과 중력을 하나로 통합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당시 아인슈타인은 칼루자의 논문을 받아들고, 인정해 줄 것인지 말 것인지 한동안 망설였다고 한다. 결국 칼루자의 논문은 근 2년 만에 아인슈타인의 인정을 받고 출판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칼루자에게 보내는 편지에 다음과 같이 적어놓았다. "5차원 원통형 세계에서 통일장이론을 펼친다는 아이디어는 선뜻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는 기본적으로 당신의 아이디어를 크게 환영하는 쪽입니다. 당신의 새로운 통일이론은 정말 놀랍습니다."

 그 무렵 물리학자들은 다음과 같은 질문의 해답을 찾고 있었다. "빛이 파동이라면, 그 속에서 대체 무엇이 파동 치고 있는가?" 빛은 텅 비 공간 속에서 수십억 광년의 거리를 이동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우주 공간은 아무것도 없는 진공상태이다. 그렇다면 진공 속에서 무엇이 파동치고 있는 걸까? 우리는 칼루자의 이론에서 구체적인 해답을 찾을 수 있다. 빛은 다섯 번째 차원에서 파동치고 있으며, 빛의 특성을 정확하게 설명하고 있는 '맥스웰 방정식'은 다섯 번째 차원의 파동 방정식에 해당한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깊이를 무시할 수 있는 얕은 연못에서 헤엄치고 있는 물고기들을 떠올려보자. 이 물고기들은 오직 좌우만 바라보면서 앞뒤로 헤엄치고 있으므로 3번째 차원이 있다는 것을 전혀 인식하지 못할 것이다. 이들에게 세 번째 차원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던 어느 날, 연못에 비가 내렸다. 물고기들은 여전히 세 번째 차원을 인식하지 못하지만, 연못의 수면에 물결이 이는 모습은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칼루자의 이론은 '빛(Light)'을 '다섯 번째 차원을 통과하면서 나타나는 물결'로 설명하고 있다. 또한 칼루자 '다섯 번째 차원은 어디에 있는가?'에 대해서도 답을 제시했다. 그는 '다섯 번째 차원이 아주 작은 영역 속에 말려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다.'라고 생각했다.

1-4. 칼루자의 논문에 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칼루자의 논문이 처음 발표되었을 때, 물리학자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으나, 다음 해인 1920년부터 심각한 반론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다섯 번째 차원은 얼마나 작은가? 다섯 번째 차원은 어떤 식으로 말려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 후로 수십 년 동안 아인슈타인은 칼루자의 이론을 간간히 연구해 왔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1955년에 세상을 떠나면서, 칼루자의 이론은 학자들의 기억 속에서 서서히 잊혀져갔다. 한때는 물리학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지만, 30년이 지난 후에는 물리학의 역사 책에서 '신기한 주석' 정도로 남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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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소립자들을 정리하여 '표준모형'을 만들었다.

 그런데 '초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 등장하면서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1980년대에 물리학자들은 소립자의 바다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강력한 '입자가속기(Particle Accelerator)'로 소립자와 원자를 충돌시킬 때마다 새로운 입자가 쏟아져 나왔기 떄문이다. 상황이 얼마나 절망적이었는지,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이제 노벨 물리학상은 그해에 새로운 소립자를 단 한 개도 발견하지 않은 물리학자에게 줘야 한다."라는 말을 했을 정도였다.

 물리학자들은 수십 년 동안 혼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그 많은 소립자들을 '표준모형(Standard Model)' 속에 체계적으로 가둘 수 있었다. 이 작업이 완성되기까지 수십억 달러의 돈과 수천 명에 달하는 공학자와 물리학자들의 땀이 투입되었으며, 그 와중에 20명의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되었다. 표준모형은 원자 세계에서 수많은 실험 결과와 정확하게 정확하게 일치하는 이론처럼 보였다. 표준모형은 실험적인 면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지만, 한 가지 심각한 결점을 가지고 있었다. '스티븐 호킹'은 이것을 가리켜 '엉성한 임시변통'이라고 했다. 표준모형은 19개의 변수와 36개의 쿼크-반쿼크, 그리고 뉴트리노, 양-밀즈 글루온, 힉스 보존, W-보존, Z-입자 등 수많은 입자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것만 해도 번잡하기 그지 없는데, 더욱 실망스러운 것은 표준모형에 중력이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자연이 가장 근본적인 단계에서 이렇게 무질서하게 운영되고 있을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그들이 채택한 가정을 처음부터 다시 분석하기 시작했다. 자연이 아무리 복잡하다고는 하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론이 이토록 중구난방일 수는 없었다. 무언가가 크게 잘못된 것이 분명했다.

 20세기 물리학이 이루어낸 가장 큰 업적은 모든 기초물리학은 두 개의 위대한 이론으로 요약한 것이다. 그 두 개의 이론이란 표준모형으로 표현되는 '양자 이론'과 중력을 다룬 이론인 '일반 상대성 이론'이다. 놀랍게도 물리학의 모든 근본적인 지식은 이 두 개의 이론에 담겨 있다. 그런데 두 이론은 물과 기름처럼 통합이 되지 않았다. 물리학자들이 그동안 두 이론을 통합시켜보려고 온갖 방법을 다 동원해 봤으나, 물리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는 무한대라는 답만 얻어질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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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끈이론의 등장

 그런데 '끈이론(Superstring theory)'이 등장하면서 극적인 변화를 맞게 된다. 이 이론에 의하면, 전자를 비롯한 모든 입자들은 고무줄처럼 진동하는 끈이며, 끈의 진동모드에 따라 입자의 종류가 결정된다. 끈이론은 이와 같은 가정에서 출발하여, 지금까지 발견된 수백 종류의 입자의 특성을 설명하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이론은 끈의 에너지가 가장 낮은 진동모드 중 하나에 해당한다. 이 분야를 연구하는 물리학자들은 '끈이론'을 '모든 것의 이론'이라고 믿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근 30년 동안 찾아 헤매다가 결국 실패했다는 '모든 것의 이론'의 가장 강력한 후보가 '끈이론'인 것이다. 만약 끈이론이 '양자역학'과 '일반 상대성 이론'을 통합하는데 성공한다면, 인류 역사상 가장 뛰어난 과학 이론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그런데 끈이론이 내세우고 있는 끈은 참으로 희안해서, 특정 차원의 시공간에서만 진동할 수 있다. 이 특정한 차원이 4차원이였다면 간단하게 문제가 해결되었겠지만, 충격적이게도 끈이 존재할 수 있는 곳은 10차원 시공간이었다. 다른 차원에서 끈이론을 전개하면, 수학 체계가 붕괴되어버린다. 하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4차원(3차원 공간+1차원 시간)'이다. 따라서 끈이론이 맞다면, 나머지 6차원은 칼루자의 다섯 번째 차원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 숨어 있을 것이다.

1-7. 고차원의 존재를 어떻게 증명하는가?

 최근 들어 이론물리학자들은 고차원의 존재를 증명하거나 반증하기 위해 각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고차원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입증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뉴턴의 중력 법칙에서 미세한 오류를 찾아내는 것이다. 우리는 학창 시절에 중력의 세기는 두 물체 사이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고 배웠다. 그러나 중력 법칙이 이와 같은 형태를 띠게 된 것은 우리가 3차원 공간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우주 공간이 3차원이 아니라 4차원이었다면 중력은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했을 것이다. 그리고 공간이 n차원이라면 중력은 거리의 n-1제곱에 반비례해야 한다. 중력의 거리의 제곱에 반비례한다는 '뉴턴의 중력 법칙'은 천문학적 거리의 스케일에서 매우 정밀하게 검증되었다. 그러나 뉴턴의 중력법칙을 아주 짧은 거리에서 테스트하는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었다. 아직 유의미한 실험 결과는 없지만, 만약 아주 짧은 거리에서 '뉴턴의 중력 법칙'이 맞지 않으면, 고차원의 존재가 간접적으로 증명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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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중우주(Multiverse)

2-1. 11차원에서 5개의 끈이론이 통합되었다.

 하지만 끈이론도 나름대로 고민거리를 가지고 있다. 자연을 서술하는 끈이론이 하나가 아니라 다섯 개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끈이론은 '양자 이론'과 '중력 이론'을 하나로 통합하는 데 성공했지만, 그 방법이 무려 다섯 가지나 된다.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모든 것의 이론'을 원하고 있었으므로, 이것은 참 난처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그렇다면 끈이론은 왜 다섯 개나 존재하는 걸까?

 1994년에 이론물리학계는 또 한 번의 혁명을 겪었다. 프린스턴 고등 연구원의 '에드워드 위튼(Edward Witten)'과 케임브리지 대학의 '폴 타운센드(Paul Townsend)'는 다섯 개의 끈이론이 11차원에서 통합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11차원으로 가면 '막(Membrane)'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한다. 11차원에서 10차원으로 내려오면 하나의 '막(Memebrane)'에서 시작하여 다섯 개의 끈이론들이 나타난다. 즉, 11차원에서 10차원을 향해 멤브레인을 어떤 식으로 이동하느냐에 따라 각기 다른 끈이론에 대응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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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우리 우주는 11차원 공간을 떠다니는 '막(Membrane)'이다?

 11번째 차원은 우리에게 새로운 우주 개념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의 우주 자체가 11차원 공간을 떠다니는 '막(Membrane)'일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게다가 모든 차원이 작은 영역에 한정되어 있을 필요도 없다. 개중에는 무한히 길게 뻗어 있는 차원도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의 우주가 '다중우주(Multiverse)' 속에 하나의 우주로 존재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무수히 많은 비눗방울이나 '막(Membrane)'이 표류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자. 개개의 비눗방울은 11차원 초공간을 표류하고 있는 하나의 우주에 해당한다. 비눗방울은 서로 뭉칠 수도 있고, 분리도리 수도 있으며, 갑자기 나타나거나 사라질 수도 있다. 우리는 이들 중 한 비눗방울의 표면에서 살고 있다.

 끈이론이 예견하는 우주는 과연 몇 개나 될까? 한 계산에서는 우주의 수가 10100개일 것으로 예상했다. 이 우주들 사이에서는 일상적인 통신이 이뤄질 수 없다. 우리는 우리의 '막 우주(Membrane Universe)'를 따라 나 있는 3차원 공간 안에서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지만, 그보다 차원이 높은 '초공간(Hyperspace)'로 도약할 수는 없다. 우리의 모든 것이 '3차원 공간'에 들러붙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공간의 휘어짐을 야기하는 '중력(Gravity)'는 우주와 우주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

 MIT의 물리학자 '막스 테그마크(Max Tegmark)'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앞으로 50년이 지나면 평행우주는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100년 전의 과학자들도 다른 은하의 존재를 놓고 열띤 논쟁을 벌였다가 지금은 당연한 사실로 인정하듯이, 평행우주도 이와 비슷한 수순을 밟게 될 것이다."

2-3. 암흑물질은 평행우주를 떠다니는 일상적인 물질이다?

 은하를 에워싸고 있으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Dark Matter)'이 평행우주'를 떠다니는 일상적인 물질이라고 주장하는 이론도 있다. 어쩌면 암흑물질은 우리의 우주 위에 떠 있는 다른 '막 우주(Membrane Universe)'의 평범한 은하일 수도 있다. 만약 그렇다면, 앞서 말한 대로 중력은 우주 사이를 가로질러 작용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 은하의 중력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빛은 한 우주에서 다른 우주로 넘어갈 수 없으므로, 다른 우주에 있는 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중력은 느껴지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은하'는 '암흑물질의 특성'과 완전히 일치한다.

 대부분의 평행우주는 전자나 뉴트리노 등 소립자의 기체로 차 있는 '죽은 우주'일 것이다. 이런 우주에서는 양성자가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지 못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물질들은 서서히 붕괴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우주에는 원자와 분자로 이루어진 복잡한 물질은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가 하면, 일부 평행우주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복잡한 물질이 존재할 수도 있다. 양성자, 중성자, 전자로 이루어진 일상적인 원자가 아니라, 훨씬 복잡하고 다양한 원자들이 안정된 물질을 구성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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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양자적 평행 우주(Quantum Parallel Universe)

3-1. 양자이론

 '초공간(Hyperspace)'과 '다중우주(Multiverse)' 이외에 또 한 가지 가능한 평행우주가 있다. 표준 양자역학에서 예견된 '양자적 평행 우주(Quantum Parallel Universe)'가 바로 그것이다. 아인슈타인은 이 개념을 엄청나게 싫어했고, 현대의 물리학자들은 이것 때문에 아직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양자역학이 낳은 역설적인 상황은 다루기가 너무 어려워서, 양자전기역학을 완성하여 노벨상을 수상했던 '리처드 파인만(Richard Feynman, 1918~1988)'조차 "이 세상에 양자역학을 이해하는 사람은 없다."고 단언했을 정도이다. '양자역학'은 논리 자체가 역설적임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물리학 이론이다. 이론과 실험의 오차가 관측값의 10억 분의 1 이내이다. 양자역학의 역설적 구조를 보여주는 가장 유명한 사례가 그 유명한 '슈뢰딩거의 고양이'이다.

3-2. 다세계 해석

 물리학자들은 양자역학에서 나타나는 관측 역설을 해결하기 위해 몇 가지 방법을 제안했다. 양자역학의 관측 역설의 해법으로는 '코펜하겐 해석' 외에, '다세계 해석'도 있다. 1957년에 '휴 에버렛(Hugh Everett)'이 처음 제음 제안했던 아이디어에 의하면, 고양이의 생사가 결정될 때 우주는 둘로 분리된다. 그중 하나의 우주에는 고양이가 살아 있고, 다른 하나의 우주에는 고양이가 죽어 있다. 그렇다면 우주는 양자적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가지를 쳐서, 결국 엄청나게 많은 다중 세계가 공존하게 된다. 우주의 형태가 황당할수록 가능성은 적어지지만, 어쨌거나 존재할 수는 있다. 예컨대, 유재석이 MC가 되지 않은 우주도 있고, 6·25전쟁이 일어나지 않은 우주도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해 파동함수가 붕괴되지 않고, 여러개의 우주로 갈라진채 그 형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는 관점 중에 '결 어긋남(decoherence)'이라는 것이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우주의 파동함수는 우리 우주의 파동함수는 무수히 많은 평행우주의 파동함수와 '결 어긋난 상태에 있기 때문에(파동함수의 진동모드가 다르기 때문에)' 서로 통신을 교환하거나 접촉할 수 있다. 수많은 파동함수가 공존하고 있는데, 이들은 자신을 제외한 다른 존재를 전혀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오직 우리 우주만을 유일한 실체라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노벨상 수상자인 '스티브 와인버그'의 표현에 의하면, 이 상황은 라디오 주파수를 맞추는 것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방은 세계 각지에서 송출된 라디오 전파로 가득 차 있지만, 당신의 라디오가 오직 한 가지 방송만 수신할 수 있다면, 다른 전파는 존재 자체가 무의미해진다. 각 방송국에서 송출되는 전파가 '결 어긋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3-3. 우주에 양자이론을 적용해보았다.

 '휴 에버렛'이 '다중 세계 이론'을 발표했을 때, 일부 물리학자들은 당황했고 대부분은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테갓스대학의 물리학자 '브라이스 드위트(Bryce DeWitt)'는 여러 개로 갈라지는 것을 느낀 적이 없기 때문에 '휴 에버렛'의 이론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휴 에버렛'은 '갈릴레오가 지구의 자전을 주장할 때에도 사람들은 자전을 느낄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했다.'면서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나중에 '브라이스 드위트'는 '휴 에버렛'에게 설득되어 '다중 세계 이론'의 가장 강력한 지지자가 되었다.

 그 후로 수십 년 동안 '다중 세계 이론'은 물리학자들 사이에서 점차 잊혀져 갔다. 학계에 수용되기에는 '다중 세계 이론'이 너무 비현실적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휴 에버렛'이 프린스턴대학에 재학할 때 그의 지도 교수였던 '존 휠러(John Wheeler)'는 '다중 세계 이론'에 불필요한 군더더기가 너무 많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물리학자들은 우주 자체에 양자 이론을 적용하면서 '휴 에버렛'의 이론에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우주 전체에 '불확정성 원리(Uncertainty Principle)'를 적용하다 보면 다중우주의 개념이 자연스럽게 도입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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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양자 우주론

 '양자 우주론(Quantum Cosmology)'이라는 말을 처음 들어본 사람에게는 용어 자체가 모순적으로 들릴 수도 있다. 양자이론은 원자와 같이 작은 세계를 설명하는 물리학 이론이고, '우주론(Cosmology)'의 대상은 우주 전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빅뱅이 일어나던 무렵에 우주는 원자보다도 작았다. 그런데 양자역학의 법칙을 따르는 '전자(Electron)'는 확률에 입각한 파동방정식을 만족하며, 동시에 여러 존재할 수 있다. 즉, 우주가 한때 전자보다 작았다면 우주도 동시에 여러 곳에 존재할 수 있으므로, '양자 우주론(Quantum Cosmology)'으로 자연스럽게 귀결되게 되는 것이다.

 '다중 세계 이론'을 수용하면, 우주는 붕괴되지 않으며, 여러 개의 우주가 동시에 존재한다. 그리고 모든 평행우주의 파동함수는 '마스터 파동함수(Master wavefunction)'로부터 정의된다. 양자 우주론에 의하면, 우주는 진공 중에서 일어나는 '양자 요동(Quantum Fluctuation)'에 의해 시공간의 작은 거품에서 탄생했다. 시공간의 거품 속에 들어 있는 대부분의 아기 우주들은 빅뱅을 일으킨 후 '빅 크런치(Big Crunch)'를 겪으면 서 사라졌다. 이처럼 아무것도 없는 진공 속에서 아기 우주들이 수시로 탄생했지만, 스케일이 작아서 지금의 관측 장비로는 그 존재를 확인할 수 없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 어떤 거품들은 빅 크런치를 겪지 않았는데, 그중 하나가 계속 팽창하여 현재의 우주가 되었다.

 '양자역학'이 '전자'나 '원자'의 운동을 서술하는 '슈뢰딩거 파동방정식'에서 출발했듯이 '양자 우주론'은 '우주적 파동함수'에 작용하는 '드위트-휠러 방정식(Dewitt-Wheeler equation)'에서 출발한다. 슈뢰딩거의 파동함수는 모든 시간과 공간에서 정의되어 있으므로, 파동함수를 알고 있으면 임의의 시간과 장소에서 해당 입자가 발견될 확률을 계산할 수 있다. 그러나 '우주적 파동함수'는 시간과 공간이 아니라 모든 가능한 우주에 대해서 정의되어 있다. 어떤 특정한 우주에 대한 우주적 파동함수의 값이 크다면, 우주가 그와 같은 상태로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스티븐 호킹'도 이 관점을 지지했다. 우리의 우주는 파동함수의 값이 크고 다른 우주는 거의 0에 가깝지만 0은 아니다. 따라서 다른 우주들이 다중우주의 상태로 존재할 확률도 작긴 하지만 0은 아니다. '스티븐 호킹'은 이 논리를 이용하여 '인플레이션(inflation)'의 기원을 설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이론에 의하면, 팽창하는 우주가 팽창하지 않은 우주보다 확률이 크기 때문에 우리의 우주는 팽창하고 있다.

3-5. 양자우주론의 근거는?

 우리의 우주가 시공간의 거품에서 탄생했다는 이론은 실험적 검증이 불가능하지만, 몇 가지 관측 결과와 일치하는 면이 있다. 여기에서는 3가지 증

  1. 양전하와 음전하의 총량이 같음: 지금까지 관측된 바에 따르면, 우주에 존재하는 양전하와 음전하의 총량을 관측오차의 범위 안에서 정확하게 일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는 우주 공간에서 '중력'이 가장 큰 힘이라는 사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만, 사실 이것은 양전하와 음전하가 정확하게 상쇄되어 전기력이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타난 결과이다. 만약 지구에 양전하와 음전하의 균형이 조금 어긋나 있다면, 지구는 전기력에 의해 산산이 분해될 것이다. 양전하와 음전하가 균형을 이루고 있는 이유를 설명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우리의 우주가 아무것도 없는 '무(無)'의 상태에서 출발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으면 당연히 전하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2. 우주의 총 스핀이 0: 우리의 우주가 시공간의 거품에서 탄생했음을 보여주는 두 번째 증거는 '스핀(Spin)'이 0이라는 점이다. '쿠르트 프리드리히 괴델(Kurt Friedrich Gödel, 1906~1978)'은 은하의 스핀을 모두 더하여 우주가 회전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려고 했지만, 현재 천문학자들은 우주의 총 스핀이 0이라는 데 별다른 이견을 달지 않는다. 이것도 우주가 '무(無)'에서 탄생했다는 가설로 설명할 수 있다.
  3. '물질-에너지 총량'이 0: 세 번째 증거는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과 에너지양이 너무나도 적다는 점이다. 우주의 크기를 감안할 때, 물질-에너지의 양은 거의 0에 가깝다. 물질이 갖고 있는 '양에너지(Positive Energy)'와 중력과 관련된 '음에너지(Negative Energy)'를 더하면 서로 상쇄되는 듯하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 의하면 유한하고 닫힌 우주의 '물질-에너지 총량'은 정확하게 0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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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우주들 사이의 접촉은 가능한가?

 그러면 다른 우주와 접촉하거나 그곳을 방문할 수는 없을까? 또는 다른 우주에 사는 생명체들이 우리 우주를 방문할 가능성은 없을까?

4-1. '양자적 평행 우주'와 접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앞서 말한 대로 '다른 우주'들은 '우리의 우주'와 '결 어긋난 상태'에 있을 것이므로 직접적인 접촉은 불가능하다. 우리의 우주를 구성하는 원자들은 주변의 다른 원자들과 무수히 많은 충돌을 겪으면서 파동함수가 조금씩 붕괴되고, 그로 인해 평행우주의 개수도 줄어든다. 따라서 우리의 우주와 결맞음 상태에 있는 다른 우주가 존재할 가능성은 거의 없으며, 원자들 사이의 충돌이 반복될수록 그 확률은 더욱 줄어든다. 우리의 몸은 '조금씩 붕괴된' 수조 개의 원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효과가 모두 더해져서 '완전히 붕괴된 하나의 상태'에 놓여 있는 듯한 환영을 만들어낸다. 아인슈타인이 말했던 '객관적 실체'도 우리의 몸을 이루고 있는 원자들이 서로 부딪힐 때마다 가능한 우주의 수가 줄어든다는 사실로부터 비롯된 일종의 환상이다.

 이것은 초점이 맞지 않은 카메라 렌즈를 통해 어떤 영상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하다. 미시세계에서는 모든 것이 흐릿하고 불확정적이다. 그러나 카메라의 초점을 맞출 때마다 영상은 점점 또렷해진다. 이것은 수조 개의 원자들이 작은 충돌을 겪으면서 가능한 우주의 개수가 줄어드는 과정과 비슷하다. 흐릿한 미시세계는 이런 과정을 통해 거시 세계로 매끄럽게 이어진다. 따라서 다른 우주와 접촉할 가능성은 0은 아니지만, 원자들 사이의 충돌에 의해 빠른 속도로 줄어든다. 우리의 몸은 엄청나게 많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으므로, 다른 우주와 접촉할 가능성은 거의 0에 가깝다. 만약 이런 사건이 일어나려면 우주의 나이보다 훨씬 긴 세월을 기다려야 한다. 즉, '양자적 평행 우주'와 접촉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우주와 그들의 우주는 결어긋난 상태이기 대문에 그런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4-2. 다른 우주와 접촉할 가능성

 하지만 또 다른 형태의 '평행우주'인 '다중우주(Multiverse)'에서는 욕조에 떠다니는 비눗방울처럼 여러 개의 우주들이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여기서 다른 우주와 접촉하는 것은 '양자적 평행 우주'와 접촉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여기에서 다른 우주와 접촉하기는 쉽지는 않겠지만, 3단계 문명에서는 가능할 수도 있다. 우주 공간에 구멍을 뚫거나 시공간의 거품을 확대하려면 '플랑크 에너지' 수준의 에너지가 필요하며, 이 단계에서 기존의 물리학은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다. 이 에너지 수준에서는 시공간이 불안정해지기 때문에, 우리 우주를 떠나 다른 우주로 진입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언젠가 우리의 우주는 종말에 직면하게 될 것인데, 죽어가는 우주에서 생명체가 살아남으려면 우리 우주를 탈출하는 방법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