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PRISER - Tistory 2022. 7. 28. 18:01

0. 목차

  1. 두뇌는 좌뇌와 우뇌로 양분되어 있다.
  2. 뇌량이 절단된 환자
  3. 좌뇌와 우뇌와 관련된 이론을 어떻게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

1. 두뇌는 좌뇌와 우뇌로 양분되어 있다.

 '주식회사 두뇌 모형'은 두뇌의 특성 중 상당 부분을 설명해 주지만, 결정적으로 틀린 부분이 있다. 두뇌는 크기와 모양이 거의 같은 좌뇌와 우뇌로 나뉘는데, 현실 세계에서 이런 구조로 운영되는 주식회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래서 좌뇌와 우뇌의 연결고리에 이상이 생긴 환자에게는 주식회사 모형을 적용할 수 없다. 그러면 두뇌는 왜 양분되어 있을까? 어떤 집단이건 최고사령부는 하나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인간의 뇌에는 무슨 이유로 사령부가 두 개나 존재하는 것일까? 실제로 좌뇌나 우뇌 중 하나가 완전히 제거되어도 나머지 반쪽은 멀쩡하게 작동한다. 주식회사를 이런 식으로 운영한다면 낭비일 것이다. 게다가 두 개의 '반구(hemisphere)'가 각각 의식이 있다면 결국 우리 머릿속에는 두 개의 의식이 공존한다는 뜻이다. 인간의 뇌는 왜 이런 구조를 가지게 되었을까?

 캘리포니아공과대학 교수인 '로저 월컷 스페리(Roger Wolcott Sperry, 1913~1994)' 박사는 좌뇌와 우뇌가 완전히 같지 않으며, 각기 다른 임무를 수행하고 있음을 알아내 1981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이 사실은 신경과학계에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고, 좌뇌와 우뇌의 분리된 기능을 설명하는 책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오면서 하나의 사회현상으로까지 확대되었다.

 이 무렵에 나온 자기 계발서들은 '좌뇌와 우뇌를 적절한 분야에 활용하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좌뇌와 우뇌는 서로 분리되어 있으면서 교묘한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본인의 의제에 따라 한쪽 뇌만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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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뇌량이 절단된 환자

 '로저 월컷 스페리' 박사는 수시로 대발작(Gradn mal seizure)'를 일으키는 '뇌전증(경련을 일으키고 의식 장애를 일으키는 발작 증상이 되풀이하여 나타나는 병)'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필요한 자료를 수입했다. '대발작'은 두 반구 사이를 연결하는 피드백 회로에 이상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증세로서, 마이크와 스피크 사이에 '하울링(Howling)'이 일어날 때 찢어나는 소리가 나는 현상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뇌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면 환자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로저 월컷 스페리' 박사는 좌뇌와 우뇌를 연결하는 '뇌량(Corpus Callosum)'을 절단하여 정보교환을 차단하는 식으로 대발작 환자들을 치료했다.

 뇌량이 절단된 환자들은 겉으로 보기에 전혀 이상이 없다. 정신은 멀쩡하게 깨어있고,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대화를 나누는 데에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러나 이들을 주의 깊게 관찰해 보면 뭔가 크게 달라졌음을 알 수 있다. 정상적인 사람이 무언가를 생각할 때, 좌뇌와 우뇌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에 있다. 좌뇌는 좀 더 분석적이고 논리적이며, 언어기능을 담당한다. 반면 우뇌는 정보를 전체적으로 종합하면서 예술적인 기능을 담당한다.

 하지만 최종 결정을 내리는 쪽은 우뇌가 아닌 좌뇌이다. 죄뇌는 뇌량을 통해 우뇌로 명령을 하달하는데, 이 연결고리가 끊어지면 우뇌는 좌뇌의 명령에서 자유로워진다. 다시 말해서, 우뇌 자체가 독립적인 사령부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때 우뇌는 좌뇌의 욕구에 상반되는 의지를 발휘할 수도 있다. 간단히 말해, 우리 머릿속에는 두 개의 의지가 육체를 지배하기 위해 서로 경쟁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우뇌의 지배를 받는 '왼손'이 자신의 욕구와 상반되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 뇌량이 절단된 어떤 환자는 '한 손이 다른 손을 제어하려고 애쓰는 만화' 속에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의사들은 이 증세를 '닥터 스트레인지러브 증후군(Dr. Strangelove Syndrom)'이라고 부르고 있다. '로저 월컷 스페리' 박사는 좌뇌와 우뇌가 분리된 환자들을 관찰한 끝에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하나의 뇌 안에는 서로 다른 두 개의 정신이 존재할 수 있다. 좌뇌와 우뇌는 그 자체로 의식을 가진 독립적 시스템으로, 인지하고, 생각하고, 기억하고, 의지를 발휘하고, 감정도 있다. 또한 좌뇌와 우뇌는 하나의 대상을 각기 다르게 인식할 수 있으며, 심하면 서로 충돌을 일으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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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좌뇌와 우뇌와 관련된 이론을 어떻게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는가?

 그러면 좌뇌와 우뇌와 관련된 이론을 어떻게 실험으로 검증할 수 있을까? 놀랍게도 한쪽 뇌가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다른 한쪽 뇌와 소통하는 방법은 다양하게 개발되어 있다. 예컨대, 특수 제작된 안경을 피험자에게 씌워주고 특정 질문이 안경의 한쪽에만 뜨게 하면, 다른 쪽 뇌의 방해를 받지 않고 한쪽 뇌와 소통할 수 있다. 이것은 별로 어렵지 않은 기술이다. 정작 어려운 부분은 좌우 반구로부터 답을 얻어내는 것이다. 우뇌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 답을 얻어내기가 쉽지 않다. 우뇌의 생각을 알아내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피험자가 쓴 글이나 낙서를 분석하는 것이다.

 '분리된 뇌를 연구하는 '마이클 가자니가(Michael Gazzaniga)' 교수는 뇌량이 절단된 환자에게 '학교를 졸업하면 무슨 일을 하고 싶느냐?'라고 물었다. 환자는 아무런 망설임 없이 제도사가 되겠다고 대답했는데, 똑같은 질문을 우뇌에게 물었더니 메모지에 '자동차 레이서'라고 적었다. 바로 옆에 있는 좌뇌도 모르는 사이에, 우뇌는 완전히 다른 욕구를 키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정황으로 볼 때, 우뇌는 자기만의 감정을 가진 것이 분명하다.

 신경과학자 '빌라야누르 수브라마니안 라마찬드란(Vilayanur Subramanian Ramachandran, 1951~)'은 뇌량이 절단된 환자에게 종교가 무엇이 무엇이냐고 물었을 때, 그는 곧바로 자신이 무신론자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우뇌에 같은 질문을 던졌더니 종교가 있다고 대답했다. 이것은 한 사람의 머릿속에 두 가지 종교에 대한 믿음이 공존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처럼 좌뇌와 우뇌과 단절된 사람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동시에 지지할 수도 있다. 이런 사람에게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고 물으면, 그는 좌뇌의 생각을 말할 것이다. 우뇌는 말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투표소에 가면 결정을 내리지 못해 혼란스러워할 가능성이 높다.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선택 불가 증후군'도 뇌량과 관련되어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