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븐 호킹'은 왜 시간여행을 반대했을까?
만약 미래의 어느 시기에 시간 여행이 일상화되어 있다면, 지금 우리 주변은 미래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이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우리는 그런 사람들을 볼 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은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물리학의 법칙이 타임머신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시간 여행은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불확정성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 원리에 의하면, 물리적으로 금지된 사건이 아닌 한,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다. 고전물리학에서는 불가능한 사건도 '양자적 효과'와 '양자적 요동'이 개입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사실 1992년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웜홀 타임머신(Worm Hole Time Machine)' 문제를 연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타임머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스티븐 호킹'은 한번 형성된 역사는 바뀔 수 없다'는 '역사 보호 가설'을 주장하면서 시간 여행을 끝까지 반대했다. 그의 가설에 의하면, 시간 여행은 어떤 특정한 물리학 원리에 위배되기 때문에 결코 실현될 수 없다.
0. 목차
- 스티븐 호킹
- 미스너의 우주
- '스티븐 호킹'의 논문 발표 후
- 타임머신 안에서 일어나는 일
1. 스티븐 호킹
블랙홀의 수학과 시간 여행에 가장 능통한 사람은 아마도 '스티븐 호킹'일 것이다. 상대성이론을 전공한 학자들은 흔히 젊은 시절에 수리물리학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곤 하는데, 사실 '스티븐 호킹'은 그다지 뛰어나 젊은이가 아니었다. 물론 그는 매우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으나, 담당교사는 호킹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여 장차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호킹은 1962년에 옥스퍼드 대학 학부를 졸업하면서 자신이 '루게릭병(근위축성측삭격화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담당 의사는 호킹의 근육이 서서히 기능을 상실하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죽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불과 20세의 청년이 이런 말을 들었을 때 얼마나 상심이 컸겠는가? 이제 곧 죽을 운명이라면 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는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그러나 '스티븐 호킹'은 정신적 충격을 극복하고, 생전 처음으로 강한 집중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어차피 오래 살지 못할 것이므로, 짧은 시간 동안 무언가를 반드시 이룩하겠다는 강한 집념이 발동한 것이다. 그가 필생의 연구과제로 선택한 것은 난해하기로 소문난 '일반 상대성 이론'이었다. 그리고 1970년대 초반에 기념비적인 논문을 연달아 발표하며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 논문에 의하면, 아인슈타인 이론에 등장하는 '특이점(Singularity)'은 상대성 이론이 갖고 있는 근본적인 특성이기 때문에 쉽게 제거될 수 없다. '특이점'이란 블랙홀의 중심부나 빅뱅이 일어나던 순간과 같이 중력이 무한대인 점을 말한다. 그 후 1974년에 호킹은 블랙홀이 완전히 검지 않고 복사에너지를 서서히 방출한다는 '호킹 복사(Hawking Radiation)'이론을 제안하여 또 한 번 세상을 놀라게 했다. 이것은 '양자 이론'을 '일반 상대성 이론'에 적용한 최초의 논문으로서, 호킹이 이루어낸 가장 뛰어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의사의 예견대로 루게릭병은 호킹의 팔과 다리를 서서히 무력화시켰고, 심지어는 성대에도 문제가 생겨 말조차 제대로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병세가 당초의 예상보다 느리게 진행된 덕분에 보통 사람들의 생활사를 거의 모두 겪을 수 있었다. 그는 결혼하여 세 아이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1991년에 이혼한 후, 4년 뒤에 재혼했다. 두 번째 아내는 그에게 음성 발생 장치를 만들어준 사람의 전처였다. 그리고 2006년에는 두 번째 아내와도 이혼을 했으니, 웬만한 사람을 능가할 정도로 산전수전을 다 겪은 셈이다. 2007년에는 '스티븐 호킹이 제트기를 타고 무중력상태를 체험하여 일생일대의 소원을 풀었다.'는 기사가 일간지에 대서특필되기도 했다. '스티븐 호킹'의 몸은 완전히 마비되어 휠체어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으며, 눈동자를 움직여서 사람들과 소통하기에 이르렀다. 몸은 움직일 수 없었지만, 그래도 호킹을 농담을 좋아했고, 논문도 쓰고, 강연도 하고, 학술적 논쟁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그는 눈동자를 이리저리 움직이면서 신체장애가 없는 과학자들보다 훨씬 창조적인 생각을 했을 것이다.
1-1. 호킹은 타임머신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1990년에 호킹은 타임머신에 대해 그의 동료가 쓴 논문을 읽고 곧바로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가 시간 여행을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이유는 예나 지금이나 미래에서 온 시간 여행객을 만났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미래에 과학이 획기적으로 발달하여 시간 여행이 일상화되었다면, 미래에서 타임머신을 타고 날아온 사람들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과거로 가는 타임머신이 가능하다면, 아무리 그래도 미래에서 온 사람이 한 명쯤은 발견되어야 할 것 같은데, 역사책을 아무리 뒤져봐도 그런 기록은 없다.
1-2. '역사 보호 가설'을 주장한 '스티븐 호킹'
사실 1992년에 '스티븐 호킹(Stephen Hawking)'은 '웜홀 타임머신(Worm Hole Time Machine)' 문제를 연구한 적이 있다. 하지만 타임머신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던 '스티븐 호킹'은 한번 형성된 역사는 바뀔 수 없다'는 '역사 보호 가설(Chronlogy Protection Conjecture)'을 주장하면서 시간 여행을 끝까지 반대했다. '역사 보호 가설'에 의하면 시간 여행은 어떤 특정한 물리학 원리에 위배되기 때문에 결코 실현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물리학자들은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물리학의 법칙이 타임머신을 금지하지 않는다면, 시간 여행은 분명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들의 주장은 '불확정성 원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이 원리에 의하면, 물리적으로 금지된 사건이 아닌 한, 시간이 충분히 지나면 반드시 일어나게 되어 있다. 고전적으로는 불가능한 사건도 '양자적 효과'와 '양자적 요동'이 개입되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2. 미스너의 우주
웜홀은 직접 다루기가 까다로웠기에, '스티븐 호킹'은 메릴랜드대학의 '찰스 미스너(Charles Misner)'가 제안했던 '간단한 우주(시간 여행에 필요한 모든 요소들이 갖춰져 있는 우주)'에서 출발하여 자신만의 논리를 전개해 나갔다. '찰스 미스너'가 제안했던 '간단한 우주'란 침실과 같이 좁은 공간 안에 우주 전체를 요약시켜놓은 이상적인 우주를 말한다. 예컨대, 왼쪽 벽에 있는 모든 점들이 오른쪽 벽에 있는 점들과 물리적으로 동등하다고 가정해 보자. 보통의 침실에서 왼쪽 벽을 향해 무작정 걸어가면 벽에 코를 찧고 주저앉겠지만, 위와 같이 가정한 침실에서는 왼쪽 벽을 뚫고 나가는 순간 오른쪽 벽을 통해 다시 실내로 들어오게 된다. 다시 말해서, 왼쪽 벽과 오른쪽 벽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앞에 있는 벽과 뒤쪽 벽, 그리고 바닥과 천장도 같은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침실에서는 어느 방향으로 벽을 뚫고 나가도 반대쪽 방향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갈 방법은 없다. 침실이 바로 우주 전체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상한 것은, 왼쪽 벽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투명한 벽 너머에 이곳과 똑같은 방이 존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곳에는 당신과 똑같은 사람이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 살고 있다. 왼쪽 벽뿐만 아니라 어떤 방향을 바라봐도 똑같은 방향은 방을 볼 수 있다. 위, 아래, 앞, 뒤, 오른쪽, 왼쪽 방향으로 동일한 방들이 무한히 길게 나열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옆방에 있는 당신과 접촉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당신이 왼쪽 방에 있는 당신의 얼굴과 마주치기 위해 왼쪽을 바라보면, 그 역시 왼쪽을 바라볼 것이다. 두 사람은 항상 똑같이 움직이기 때문에 결코 얼굴을 마주 볼 수 없다. 한 사람이 간신히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작은방이라면, 오른손을 뻗어서 앞쪽방에 있는 또 다른 당신의 어깨 위에 손을 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이런 행동을 취하면, 당신은 소스라치게 놀랄 것이다. 아무도 없을 것 같았던 뒤쪽 벽에서 손이 뻗어 나와 당신의 어깨를 만질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은 앞쪽 벽을 뚫고 나간 당신의 손이다. 양옆에 있는 당신의 분신들과 나란히 손을 잡으면, 우주 전역에 걸쳐 좌우 방향으로 '인간 사슬(Human Chain)'이 만들어질 것이다.
2-1. 미스너의 우주에서 공간이 수축되면?
그런데 미스너의 우주에서 경계를 이루는 벽이 중심을 향해 수축되고 있다고 가정하면 매우 재미있는 상황이 연출된다. 예컨대 침실의 오른쪽 벽이 시속 2km의 속도로 당신을 향해 밀려온다고 가정해보자. 이런 상황에서 당신이 왼쪽 벽을 통과하여 오른쪽 벽으로 재등장한다면, 당신의 이동속도는 시속 4km가 된다. 모든 방에서 오른쪽 벽은 시속 2km로 중심을 향해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왼쪽으로 계속 진행하여 벽을 한 번씩 통과할 때마다 당신의 이동속도는 시속 2km씩 빨라져서 시속 6km, 8km, 10km...로 증가할 것이고, 이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 보면 당신의 이동속도는 거의 광속에 가까워진다.
미스너의 우주에서 이런 식으로 움직이다가 속도가 어느 임곗값에 이르면 당신은 갑자기 과거로 이동하게 된다. 마음만 먹으면 시공간상에서 과거에 해당하는 어떤 지점이라도 갈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시공간상에서 과거에 해당하는 어떤 지점이라도 갈 수 있다. '스티븐 호킹'은 미스너의 우주를 주도면밀하게 분석한 끝에, 왼쪽 벽과 오른쪽 벽이 웜홀의 양 입구와 수학적으로 거의 동일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다시 말해서, 왼쪽 벽과 오른쪽 벽의 모든 점들이 일대일로 대응되는 침실은 '양쪽 입구가 동일하게 생긴 웜홀'로 간주할 수 있다는 뜻이다.
2-2. 불안정한 우주
'스티븐 호킹'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미스너의 우주'가 고전적 또는 양자역학적으로 불안정한 우주에 있음을 지적하였다. 예컨대 왼쪽 벽에 전등을 비추면 오른쪽 벽으로 재등장할 때마다 에너지가 증가하여 결국에는 무한대의 에너지를 획득하게 되는데, 이것은 물리적으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게다가 빛의 에너지가 마구 증가하다 보면, 스스로 엄청난 세기의 중력장을 형성하면서 침실/웜홀의 붕괴를 촉진시킨다. 따라서 당신이 웜홀의 입구로 진입하려고 하면, 웜홀은 당장 붕괴된다. 웜홀의 입구를 확인하려면, 그 근처에 반드시 빛을 쪼여야 한다. 또한 '복사에너지(Radiant Energy)는 두 개의 벽을 무한 번 통과할 수 있으므로, 공간의 에너지와 물질의 분포상태를 말해주는 '에너지-운동량 텐서(Energy-Momentum Tensor)'도 무한대가 된다. '스티븐 호킹'은 이러한 사실로부터 시간 여행의 가능성이 완전히 봉쇄된다고 생각했다. 양자적 효과가 무한대로 커지면, 시간여행자는 목숨을 부지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웜홀의 입구도 닫혀버리고 만다.
3. '스티븐 호킹'의 논문 발표 후
시간 여행의 무한대 문제를 지적한 '스티븐 호킹'의 논문이 발표되면서 학자들은 열띤 공방을 벌였다. '스티븐 호킹'이 주장했던 '역사 보호 가설(Chronlogy Protection Conjecture)'에 관해서는 찬반양론이 팽팽하게 대립되었다.
3-1. 스티븐 호킹의 논문에 대한 반박
실제로 일부 물리학자들은 웜홀의 크기와 길이 등을 적절히 변형시켜 가면서 '에너지-운동량 텐서(Energy-Momentum Tensor)'가 무한대로 발산되지 않는 웜홀을 발견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물리학자 '세르게이 크라스니코프(Sergei Krasnikov, 1961~)'는 여러 형태의 웜홀에 대하여 무한대 문제를 분석한 끝에 '타임머신이 불안정하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고 단언하였다. 프리스턴 대학의 물리학자 '리-신 리(Li-Xin Li)'도 물리학의 법칙은 '닫힌 시간 꼴 곡선(Closed Timelike Curve)'을 금지하지 않는다는 '반-역사 보호 가설'을 주장하면서 '스티븐 호킹'의 주장에 반기를 들었다.
3-2. 반박에 대한 '스티븐 호킹'의 반응
1998년에 '스티븐 호킹'은 특별한 경우에 '에너지-운동량 텐서(Energy-Momentum Tensor)'가 무한대로 발산되지 않는다는 것은, 시간여행에 따르는 부수적 효과들이 '역사 보호 가설'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물론 이 말은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이 남아 있음을 지적한 것에 불과했다. '스티븐 호킹'의 선언은 시간 여행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이 아니라, 자신이 주장했던 역사보호가설을 입증하려면 '양자중력이론(Quantum Gravity Theory)'이 더욱 완전한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뿐이다.
'스티븐 호킹'은 시간 여행이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을 끝까지 고수했지만, 이 문제에 관한 공식적인 언급은 피해왔다. 물론 개중에는 필사적으로 시간 여행을 반대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나 뚜렷한 증거도 없이 물리적 가능성을 포기할 수 없다. 만약 누군가가 다량의 '양 에너지(Positive Energy)'와 '음 에너지(Negative Energy)'를 이용하여 안정성 문제를 해결한다면 시간 여행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4. 타임머신 안에서 일어나는 일
1997년에 물리학자 '버나드 케이(Bernard Kay)'와 '매릭 레지코프스키(Marek Radzikowski)', '로버트 왈드(Robert Wald)'가 한 자리에 모여 토론을 벌이다가 "시간 여행을 금지하는 물리법칙이 존재한다."는 호킹의 주장에서 잘못된 점을 찾아냈다. 이들은 "단 하나의 장소만 제외한다면, 시간 여행은 기존의 모든 물리법칙에 부합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시간에서 야기되는 모든 문제점들은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에 집중되어 있다. 이곳은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붕괴되면서 양자적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경계선이다. 따라서 타임머신으로 들어갈 때 나타나는 복사 에너지 효과를 계산하려면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양자 버전의 복사 이론'을 동시에 적용해야 하는데, 두 이론의 결합을 시도할 때마다 특정 물리량이 무한대가 되는 등 터무니 없는 답이 얻어진다.
바로 이 시점에서 '모든 것의 이론(ToE: Theory of Everything)'이 등장한다. '웜홀 타임머신이 안고 있는 온갖 문제점들(웜홀의 안정성, 치명적인 복사에너지, 웜홀 입구의 붕괴 등)'은 '사건의 지평선'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곳에서는 아인슈타인의 이론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시간 여행의 원리를 이해하려면 '사건의 지평선'에 적용되는 물리학을 알아야 하는데, '모든 것의 이론'만이 이것을 해낼 수 있다. 그래서 대부분의 물리학자들은 중력과 시공간을 서술하는 완벽한 이론인 '모든 것의 이론'이 주어지면 시공간과 관련된 모든 의문을 해결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모든 것의 이론'이 완성되면 타임머신 속으로 진입했을 때 발생하는 일도 수학적으로 예측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