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의 기원
0. 목차
- 우주는 E=mc2에서 시작되었다.
- 물질의 근원 소립자
- 전자와 쿼크
- 가속기로 물질을 만든다.
- 반입자(Antiparticle)
1. 우주는 E=mc2에서 시작되었다.
우리 주변은 온통 물질로 둘러싸여 있다. '공기'도 '물'도 '지구'도 '인간'도 모두 '물질(matter)'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러한 물질은 과연 어디에서 왔을까? 그 답은 우주의 탄생기에 E=mc2에 의해 물질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현대 우주론에서는 E=mc2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주가 시작되었을 때, 거기에는 물질이라 불릴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었다. 우주는 단순한 진공이었고, 거기에 정체불명의 에너지가 가득 차 있었다. 이 에너지는 우주를 급격한 속도로 팽창시켰고, 이를 '인플레이션(inflation)'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갑자기 인플레이션이 끝났다. 그리고 그때까지 우주를 급격히 팽창시켰던 에너지가 E=mc2에 의해 질량으로 그 모습을 바꾸었다. 이리하여 우주에 물질이 태어났다. 이것이 우주 최초의 사건인 '빅뱅'이다. 이렇게 태어난 물질이 별, 지구, 우리의 몸 등이 되었다.
퀴리 부인의 장녀 '이렌 졸리오 퀴리(Irene Joliot Curie, 1897~1956)'와 그의 남편 '프레데리 졸리오 퀴리(Frederic Joliot Curie, 1900~1958)'은 에너지에서 질량으로 변하는 것이 가능함을 확인하였다. 순전히 에너지인 감마선이 질량을 가진 물질로 변환되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은 것이다. 그리고 현재에는 세계 곳곳에 있는 '입자 가속기(particle accelerator)'에서 일상적으로 같은 종류의 변환이 일어나고 있다.
2. 물질의 근원 소립자
우리 주변에는 '물', '설탕', '석유', '플라스틱', '철' 등 다양한 종류의 물질들이 있다. 하지만 이 물질들도 사실은 약 80종의 원소의 조합으로 되어 있다. 예컨대, 물은 '수소 원자' 2개와 '산소 원자' 1개가 조합되어 생긴 '물 분자(H2O)'의 집합체이다.
'원자(Atom)'의 크기는 매우 작아서 1억 분의 1 cm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원자는 그 중심에 '원자핵(Atomic Nucleus)'이라는 작은 입자가 있으며, 그 주위를 '전자(electron)'라는 입자가 돌고 있다. 원자핵의 크기는 원자의 10만 분의 1 정도이다. '원자핵(Atomic Nucleus)'은 양의 전기, 전자는 음의 전기를 띠고 있어, 전기적인 힘으로 서로 당긴다. 태양과 지구의 만유인력 때문에, 지구가 태양의 주위를 돌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원자핵은 양의 전기를 띤 '양성자(Proton)'와, 전기를 띠지 않은 '중성자(Neutron)'가 여러 모여서 이루어진다. 예컨대, '탄소 원자(원자 번호 6번)'는 '양성자' 6개와 '중성자' 6개로 이루어진 원자핵을 가지고 있으며, 그 주위를 6개의 전자가 돌고 있다. 산소 원자(원자 번호 8번)'는 양성자 8개와 중성자 8개로 이루어진 원자핵을 가지고 있으며, 그 주위를 8개의 전자가 돌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우리 주위의 모든 물질이 '전자(Electron)', '양성자(Proton)', '중성자(Neutron)'라는 겨우 3종의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이다. 암석이나 물, 나무, 식물, 동물, 사람 등도 모두 이들 원소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복잡해 보이는 세상이, 겨우 3종의 입자의 조합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은가?
3. 전자와 쿼크
더 이상 작게 나눌 수 없는 자연계의 최소 단위를 '소립자(Particle)'라고 부른다. 우리 주변의 물질을 만드는 3종의 입자 가운데 '전자(Electron)'는 소립자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원자핵(Atomic Nucleus)'을 구성하고 있는 ''양성자(Proton)'와 '중성자(Neutron)'는 소립자가 아니다.
양성자와 중성자를 향해 전자를 발사하면, 대부분의 전자는 양성자와 중성자를 관통한다. 하지만 전자가 양성자나 중성자에서 튕겨 나오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양성자나 중성자가 더욱 작은 입자로 되어있음을 의미한다. 양성자나 중성자 안의 '단단한 입자'에 부딪쳤을 때만 전자가 튕겨 나오는 셈이다. 이러한 실험에 의해, 현재는 양성자나 중성자가 더욱 작은 '쿼크(Quark)'라는 소립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게 되었다. 양성자는 '업 쿼크(Up Quark)' 2개와 '다운 쿼크(Down Quark)' 1개로 되어 있고, 중성자는 '업 쿼크(Up Quark)' 1개와 '다운 쿼크(Down Quark)' 2개로 되어 있다. 소립자 수준에서 보면, 우리 주변의 물질은 모두 '전자(Electron)'와 '업 쿼크(Up Quark)', '다운 쿼크(Down Quark)'의 3종으로 되어 있는 셈이다.
3-1. 전자와 쿼크는 1종류가 아니다.
사실 전자와 쿼크의 무리는 6종씩 있다. 물질을 구성하는 '전자(Electron)', '업 쿼크(Up Quark)', '다운 쿼크(Down Quark)'는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지만, 나머지 소립자는 물질을 구성하는 소립자가 아니다. 이들은 에너지와 질량이 변환됨을 의미하는 E=mc2식에 따라, '가속기(Accelerator)'라는 장치로 만들어낼 수 있다. 가속기에서 가속된 입자끼리 충돌시킴으로써, 입자의 충돌 에너지를 새로운 입자의 무게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예컨대 가속된 양성자끼리 정면충돌시키면, 이 세 가지 이외의 소립자를 포함한 다양한 입자가 발생한다. (단, 이들 입자의 대부분은 수명이 짧아서 곧바로 붕괴되어 다른 입자로 변해버린다.)
'가속기(Accelerator)'로 단독의 쿼크를 발생시킬 수는 없다. 쿼크는 단독으로 존재할 수 없고, 쿼크가 3개 모인 복합 입자인 '양성자나 중성자의 무리'나, 2개 모인 복합 입자인 '중간자(Meson)' 등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자연계에서 이들 소립자는 예컨대 '2차 우주선(secondary cosmic rays)'에 포함되어 있다. 지구에서는 우주로부터 양성자 등의 고속 입자가 언제나 쏟아지고 있다. 이것을 '1차 우주선(primary cosmic rays)'이라고 한다. 1차 우주선이 대기 중의 분자와 충돌하면, 가속기와 같은 이치로 '뮤온(Muon)' 등 다양한 입자가 발생한다. 이것이 '2차 우주선'이다.
4. 가속기로 물질을 만든다.
'가속기(Accelerator)'란 입자를 가속시키는 장치로, 소립자 물리학 실험의 주요한 수단이다. 가속기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은 입자와 입자를 충돌시키는 실험이다. 충돌시키는 입자는 예컨대 '전자(electron)'와 '양전자(Positron)' 등으로, 이들 입자를 빛의 속도 가까이 가속시켜 충돌시킨다. 광속 가까이 가속된 입자는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큰 에너지를 가진 입자끼리 충돌했을 때 일어나는 일'을 상세하게 관찰하는 것이 가속기를 이용한 실험의 목적이다.
'입자끼리 충돌시켰을 때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일상적인 감각을 기준으로 보면 매우 기묘하다. 예컨대 전자와 양전자를 충돌시킨 경우, 불가사의하게도 그 둘 모두가 사라져 버린다. 또 전자와 양전자가 사라진 후, '쿼크'와 '반쿼크', 또는 '뮤온(Muon, 뮤 입자)'와 '안티뮤온(Antimuon, 반뮤 입자)' 등, 원래의 전자 및 양전자와는 전혀 다른 종류의 입자가 새로 탄생한다. 새로 탄생한 입자는, 충돌 전의 전자와 양전자가 원래 가지고 있던 에너지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5. 반입자(Antiparticle)
'반입자(Antiparticle)'는 지금까지 소개한 소립자와 꼭 닮은 파트너가 있다. 예컨대 '전자(Electron)'에는 '양전자(Positron)'라는 질량이 같은 파트너가 있다. 단, 전하는 음전하를 띠지만 반전자는 양전자를 띠고 있다. 이처럼 무게 등의 성질은 같은데, 전하의 양과 음이 정반대인 파트너를 '반입자(Antiparticle)'라고 부른다. 반입자는 기본적으로 우리 주변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가속기를 사용하여 인공적으로 만들 수는 있다.
반입자가 파트너 입자와 만나면, 막대한 에너지를 방출하면서 둘은 서로 소멸된다. 이를 '쌍소멸(Pair Annihilation)'이라고 한다. E=mc2에 근거해 둘의 '질량(m)'이 모두 '에너지(E)'로 바뀌는 것이다. 반대로 입자와 반입자가 쌍으로 동시에 생성되는 '쌍생성(Pair creation)'도 있다.
'업 쿼크(Up Quark)'와 '다운 쿼크(Down Quark)'가 모이면 '양성자'나 '중성자'가 되는 것처럼, '반업 쿼크'와 '반다운 쿼크'가 모이면 '반양성자'나 '반중성자'가 된다. 그리고 '양성자' 주위를 '전자'가 돌면 '수소 원자'가 되는 것처럼, '반양성자'의 주위를 '반전자'가 돌면 '반수소 원자'가 된다. 반수소 원자는 지극히 적은 양이지만, 실제로 실험에서 합성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론적으로는 '반물 분자', '반DNA', '반고양이' '반인간' 등도 모두 만들 수 있다. 이처럼 '반입자'로 만들어진 물질을 '반물질'이라고 한다.
5-1. 우주 탄생 직후에는 '반입자'도 존재했다.
우주의 탄생이라고 일컬어지는 '빅뱅(Big Bang)'에서는 보통의 입자와 더불어, 같은 양의 반입자도 탄생했다. 하지만 현재의 우주에는 특수한 상황을 제외하면, 반입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주의 탄생 직후, 입자와 반입자의 대부분은 '쌍소멸(Pair Annihilation)'로 없어지고, 아주 적은 비율의 입자만 남았다고 한다. 이론상 계산에 의하면, 10억 분의 1정도만 남았다고 한다. 하지만 왜 반입자가 없어지고 입자만 남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 자세한 내용을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