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언급의 역설
'I'm liar(나는 거짓말쟁이다)' 이 말은 진실이든, 거짓말이든 모두 모순이 생긴다. 이처럼 '자신에 대해 언급'하거나 '집단에 자기 자신을 포함시켜서 언급'하면, '역설(Paradox)'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역설을 '자기 언급의 역설(Self-Referential Paradoxes)'라고 한다.
0. 목차
- 거짓말쟁이 역설
- 천국으로 가는 길의 역설
- 프로타고라스의 역설
- 악어의 딜레마
- 러셀의 역설
- 베리의 역설
- 기타 변형 역설
- 상호 언급의 역설
- 자의식의 역설
1. 거짓말쟁이 역설
가장 먼저 가장 유명한 '자기 언급의 역설'인 '거짓말쟁이 역설(Liar Paradox)'를 소개한다. 고대 그리스의 예언자 '에피메니데스(Epimenides)'는 다음과 같은 발언을 했다고 한다. '모든 크레타섬의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다.' 그러면 '에피메니데스'의 말은 옳을까? 여기서 문제가 되는 것은 '에피메니데스' 자신도 크레타섬 사람이라는 사실이다.
- 이 말이 참인 경우: 이 말이 참이라면, 크레타섬 사람은 모두 거짓말쟁이이다. 그러면 크레타섬 사람인 에피메니데스도 거짓말쟁이가 된다. 그런데 이 발언은 에피메니데스가 한 것이므로, '모든 크레타섬 사람은 거짓말쟁이이다.'라는 말이 거짓말이 된다. 따라서 에피메니데스가 처음에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라는 말과 모순이 된다.
- 이 말이 거짓인 경우: 이 말이 거짓이라면, 크레타섬 사람들 모두가 반드시 거짓말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면 크레타섬 사람인 에피메니데스도 정직한 사람일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에피메니데스가 처음에 '크레타 사람은 거짓말쟁이'라고 말한 것과 모순이 된다.
즉, 어느 경우든 모순이 생긴다. 이처럼 '이 명제가 사실이다'라는 전제가 '이 명제는 거짓이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지고, '이 명제가 거짓이다'라는 전제가 '이 명제는 사실이다.'라는 결론으로 이어져, '순환 논리의 오류'가 일어난다.
2. 천국으로 가는 길의 역설
당신이 죽은 뒤, 천국으로 가는 길을 찾아가고 있다고 가정하자. 두 길 가운데 한쪽은 천국으로 가는 길이고, 다른 한쪽은 지옥으로 가는 길이다. 하지만 어떤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인지 알 수는 없다. 그 갈림길 앞에는 2명의 천사가 서 있다. 이 천사들은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고 있다. 당신은 천국으로 가는 길이 어느 쪽인지를 알기 위해, 그 천사들에게 딱 한 번만 질문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천사들은 약간 괴짜이다. 1명의 천사는 정직한 사람으로 참말만 하고, 다른 1명의 천사는 거짓말쟁이로 거짓말만 한다. 하지만 어느 쪽이 정직한 천사이고, 어느 쪽이 거짓말쟁이 인지 알 수가 없다. 그리고 두 천사 모두 '예(Yes)'나 '아니오(No)'로만 대답할 수 있다. 그렇다면, 당신이 천국으로 가는 길을 알아내려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 힌트를 주자면, 거짓말쟁이 천사가 정직한 천사와 똑같은 대답을 하는 질문을 던지면 된다.
정답은 당신이 손으로 어느 한쪽 길을 가리키면서 천사들에게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냐는 질문에 대해 당신은 예라고 대답할 것인가요?'라고 물으면 된다.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고 이 질문을 할 경우, 두 천사는 모두 '예(Yes)'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반대로 지옥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고 이 질문을 할 경우, 두 천사는 모두 '아니오(No)'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왜 그럴까?
-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리켰을 경우: 만약 그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라면, 정직한 천사는 '예(Yes)'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거짓말쟁이 천사는 '아니요(No)'라고 대답할까? 거짓말쟁이 천사는 그렇게 대답할 수가 없다. 만약 당신이 천국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면서 거짓말쟁이 천사를 향해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인가요?'라고 물으면, 거짓말쟁이 천사는 당연히 '아니요(No)'라고 대답할 것이다. 즉,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냐는 질문에 당신은 예라고 답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거짓말쟁이 천사가 그대로 '아니요(No)'라고 대답했다면,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참말을 한 셈이 된다. 그래서 거짓말쟁이 천사라도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게 된다. ;이 때문에 거짓말쟁이 천사는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냐는 질문에 당신은 예라고 답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예(Yes)'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 지옥으로 가는 길을 가리켰을 경우: 만약 그 길이 지옥으로 가는 길이라면, 정직한 천사는 '아니오(No)'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러면 거짓말쟁이 천사는 '네(Yes)'라고 대답할까? 거짓말쟁이 천사는 그렇게 대답할 수가 없다. 만약 당신이 지옥으로 가는 길을 가리키면서 거짓말쟁이 천사를 향해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인가요?'라고 물으면, 거짓말쟁이 천사는 당연히 '예(Yes)'라고 대답할 것이다. 즉,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냐는 질문에 당신은 예라고 답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거짓말쟁이 천사가 그대로 '예(Yes)'라고 대답했다면, 그것은 거짓말이 아니라 참말을 한 셈이 된다. 그래서 거짓말쟁이 천사라도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게 된다. 이 때문에 거짓말쟁이 천사는 '이 길이 천국으로 가는 길이냐는 질문에 당신은 예라고 답할 것인가요?'라는 질문에 '아니요(No)'라고 대답할 수밖에 없다.
3. 프로타고라스의 역설
고대 그리스에 '프로타고라스(Protagoras, 기원전 485무렵~414무렵)'라는 '소피스트'가 있었다. '소피스트(Sophist)'는 당시 활동했던 철학 사상가이자 교사로, 설득을 목적으로 하는 '변론술'을 강조하였다. 언젠가 '프로타고라스'는 가난하지만 유능한 어느 학생에게 무료로 변론술을 가르치기로 했다. 단, 다음과 같은 조건을 붙였다 '학생이 변론술을 무사히 배우고 나서, 맨 먼저 맡은 재판에서 이기면 학비를 전액 지불한다'는 것이었다. 그 후 학생은 무사히 변론술을 다 배웠지만, 학생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재판을 맡으려 하지 않았다. 기다리다 지친 '프로타고라스'는 마침내 학생을 상대로 학비를 돌려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다.
- 프로타고라스의 주장: 재판에서 '프로타고라스'의 주장은 다음과 같았다. "학생은 나에게서 변론술을 배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을 맡지 않고 학비를 지불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것은 약속 위반이다. 이 재판에서 학생이 패소하면, 그는 당연히 학비를 지불해야 한다. 또 이 재판에서 학생이 승소해도 그는 최초의 재판에서 이긴 셈이므로 최초의 약속대로 학비를 지출해야 한다."
- 학생의 주장: 학생도 다음과 같이 반박했다. "이 재판에서 내가 승소하면, 법에 따라 당연히 학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또 이 재판에서 내가 패소한다면 최초의 재판에 이기지 못했으므로 최초의 약속대로 학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
과연 누구의 주장이 옳을까? 얼핏 보면 양쪽의 주장이 모두 옳은 것처럼 생각된다.
이 문제의 해결 방법 중에는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가 있다. 만약 학생이 재판에 이겼는데도 불구하고, 최초의 약속을 지키지 않고 학비를 지불하지 않았다고 하자. 그때 프로타고라스는 또 한 번 학생을 고소하면 된다. 그렇게 하면 학생은 적어도 1회째 재판에서와 같은 "이 재판에서 내가 패소한다면 최초의 재판에 이기지 못했으므로 최초의 약속대로 학비를 지불할 필요가 없다."라는 주장은 할 수 없을 것이다.
4. 악어의 딜레마
19세기의 수학자 '루이스 캐럴(Lewis Carroll, 1832~ 1898)'은 '악어의 딜레마(Crocodile Dilemma)'라는 역설을 창작하였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날, 아버지와 아들이 강에 보트 놀이를 갔다. 아들은 보트에서 뛰어내려 강물에서 헤엄치고 있었는데, 그때 식인 악어가 나타났다. 그리고 식인 악어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가 지금부터 무엇을 할지 당신이 예측할 수 있다면, 아들을 무사히 돌려보내겠다. 그러나 예측하지 못한다면, 아들을 잡아먹겠다.' 이때 악어의 질문에 뭐라고 대답하면, 아들이 잡아먹히지 않을까? ;이에 아버지는 잠깐 생각한 후,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너는 그 아이를 잡아먹을 것이다."
- 아버지의 대답을 들은 악어가 "그렇다. 아이를 잡아먹으려고 했다."라고 하면서, 아들을 잡아먹으려고 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아버지의 예측이 맞은 것이므로, 악어는 아들을 살려서 돌려보내야 한다.
- 이번에는 대답을 들은 악어가 "아니다. 악어를 돌려보내려고 했다."라고 하면서, 아들을 돌려보내려고 했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아버지의 예측이 틀린 것이므로, 악어는 아들을 잡아먹어야 한다.
이리하여, 악어는 잡아먹으려고 하면 돌려보내야 하고, 돌려보내려고 하면 잡아먹어야 하는, 어떻게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다.
4-1. '악어의 딜레마'의 변형
4-1-1. 산초 판사의 교수대
이 외에도 여러 가지 변형된 역설이 있다. 예컨대 에스파냐의 작가 '미겔 데 세르반테스(Miguel de Cervantes Saavedra)'의 소설 '돈키호테(Don Quixote)'에 나오는 '산초 판사의 교수대(Sancho Panza's gallows)'라는 역설이 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느 다리를 건널 때는 건너편으로 가는 용건을 파수꾼에게 말해야 한다. 그 말이 거짓말이면 교수형에 처해진다. 어느 날 한 사나이가 "나는 교수형을 받기 위해 다리를 건넌다."고 말하자, 파수꾼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몰랐다. 이 문제에 대해, 파수꾼에게 상의를 받은 '산초 판사(Sancho Panza)'는 이렇게 대답했다.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통과시켜라"
5. 러셀의 역설 (Russell's paradox)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Bertrand Russell, 1872~1970)'은 수학에서 다루어지는 '집합'의 개념에 있는 모순을 지적하는 '러셀의 역설(Russell's paradox)'을 고안했다. '집합(Set)'이란 '사물의 모임'을 가리킨다. 예컨대, '야채'라는 집합에는 '배추, 호박, 오이, 가지, 토마토' 등이 들어가며, '짝수'라는 집합에는 '2, 4, 252, 8576' 등이 들어간다.
'러셀의 역설'는 '집합의 집합'을 생각했을 때,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이 역설을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이발사의 역설(Barber Paradox)', '시장의 역설(Mayor's Paradox)' 등이 등장한다. 그리고 이러한 '러셀의 역설'를 계기로 집합의 연구가 이루어져, 현재는 모순이 일어나지 않는 집합의 개념인 '공리적 집합론(Axiomatic Set Theory)'이 확립되어 있다.
5-1. 이발사의 역설
어느 마을에 이발소는 한 군데밖에 없다. 이발소는 남자 1명이 꾸려나간다. 이 이발사는 자신의 수염을 깍지 않는 모든 사람의 수염을 깎는다. 그 밖의 마을 사람의 수염은 깎지 않는다. 이 말은 얼핏 보면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모순이다. 이발사 자신의 수염을 누가 깎는지 생각해 보면 이 말의 모순을 쉽게 알아챌 수 있다.
- 자신의 수염을 깎는 경우: 자신의 수염을 깎는다면, 이 이발사는 '자신의 수염을 깍지 않는 사람'의 수염만 깎는다.
- 자신의 수염을 깍지 않는 경우: 자신의 수염을 깎지 않는다면, '자신이 수염을 깎지 않는 사람'에 해당하므로, 자신의 수염을 깎아야 한다.
따라서 두 경우 모두 모순이 된다.
5-2. 시장의 역설
이번에는 '시장의 역설(Mayor's Paradox)'를 소개한다. '시장(Mayor)'은 반드시 자신이 시장을 맡고 있는 시에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시장을 '부재 시장'이라고 부르기로 하자. 그리고 모든 '부재 시장'이 사는 '부재 시장 시'를 새로 만들었다. '부재 시장 시'에는 '부재 시장'만 살 수 있으며, '부재 시장'은 반드시 '부재 시장 시'에 살아야 한다. 그러면 '부재 시장 시'의 '초대 시장'은 어디에 살아야 할까?
- '부재 시장 시'에 살려고 하는 경우: 만약 '부재 시장 시'의 '초대 시장'이 '부재 시장 시'에 살려고 하면, '부재 시장'이 아니게 된다. 따라서 '부재 시장 시'에는 살 수 없다.
- '부재 시장 시' 이외에 살려고 하는 경우: 만약 '부재 시장시'의 '초대 시장'이 '부재 시장 시' 이외의 지역에 살려고 하면, '부재 시장'이 된다. 따라서 '부재 시장 시' 이외에서는 살 수 없다.
이처럼 어디에 살려고 해도 모순이 생긴다.
6. 베리의 역설 (Berry Paradox)
'1'이라는 숫자는 '일'이나 '하나' 등으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자연수 가운데 가장 작은 수'처럼 글로도 표현할 수 있다. 또 '5'라는 숫자도 '10 미만의 가장 큰 5의 배수'처럼 글로 표현할 수 있다. 그러면 '19글자 이내로 표현할 수 있는 최소의 자연수'라는 글로 표현된 수는 무엇일까?
여기에서 주의해야 할 점은, 이 글이 명확히 어느 자연수를 하나의 뜻으로 가리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자연수는 무한하게 있으므로, 19글자 이내로 표현할 수 없는 자연수도 찾으면 무수히 있음에 틀림없다. 그들 가운데서 가장 작은 수를 찾으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중대한 '역설(Paradox)'이 숨어 있다. '19글자 이내로 표현할 수 있는 최소의 자연수'라는 글 자체가 19글자로 구성되어 있는 것이다. '19글자 이내로 표현할 수 있는 최소의 자연수'라고 요구하면서, 19글자로 표현할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19글자 이내로 표현할 수 없는 최소의 자연수'는 존재할 수가 없다.
이것을 '베리의 역설(Berry Paradox)'라고 한다. '베리(Berry)'라는 말은 '러셀의 역설'를 고안한 '버트런트 러셀'이 베리라는 사람에게 들은 이야기를 논문 속에서 소개한 데서 유래한다.
7. 기타 변형 역설
'거짓말쟁이 역설'로 대표되는 '자기 언급의 역설'은 자신을 포함해 언급하면서 생기는 역설이다. '자기 언급의 역설'에는 이외에도 많은 변형이 있다. 그중 변형 사례 몇 가지를 소개한다.
7-1. 예외의 역설
어떤 사람이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 라는 말을 했다고 하자. 그런데 이 발언 자체도 '규칙'의 하나이다.
- 만약 이 발언이 '진실'인 경우: 이 발언이 '진실'이라면,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규칙 자체에 예외가 없는 셈이 된다. 따라서 원래의 발언은 거짓이 되어, 모순이 된다.
- 만약 이 발언을 '거짓'인 경우: 이 발언이 '거짓'이라면, '예외 없는 규칙은 없다.'는 규칙 자체에 예외가 있는 셈이 된다. 따라서 원래의 발언은 진실이 되어, 모순이 된다.
7-2. 기타 변형 역설들
- 낙서 금지의 역설: 벽에 '낙서 금지!'라고 쓰여있다고 하자. 하지만 이 글자도 '낙서'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 낙서의 주장과 모순된다.
- 벽보 금지의 역설: 벽에 '이 벽보를 붙여서는 안 된다.'라고 종이가 붙어 있다. 하지만 이 종이도 '벽보'의 하나이기 때문에, 이 벽보의 주장과 모순된다.
- '이 임무를 거부하라'는 임무: 이 임무를 따르기 위해선 이 임무를 거부해야 하고, 이 임무를 거부하면 이 임무를 따르게 된다. 따라서 이 임무의 내용은 모순이다.
8. 상호 언급의 역설
이번에는 '자기 언급의 역설(Self-Referential Paradoxes)'을 확장한 '상호 언급의 역설'을 소개한다. '상호 언급의 역설'에서는 각각의 발언은 자기 자신을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두 발언이 서로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역설이 생기는 구조이다.
8-1.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의 발언
'소크라테스(Socrates)'와 '플라톤(Plato)'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이며,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제자이다. 소크라테스는 '플라톤의 발언은 참말이다.'라고 언급했고, '플라톤'은 '소크라테스의 발언은 거짓말이다.'라고 언급했다.
- 소크라테스의 발언이 참말이라고 하자. 그러면 플라톤의 발언인 '소크라테스의 발언은 거짓말이다.'라는 말이 참말이 된다. 그러면 소크라테스의 발언은 거짓말인 셈이 되어 최초의 가정과 모순된다.
- 소크라테스의 발언이 거짓말이라고 하자. 그러면 플라톤의 발언인 '소크라테스의 발언은 거짓말이다.'라는 말이 거짓말이 된다. 그러면 소크라테스의 발언은 참말이 되어 최초의 가정과 모순된다.
8-2. 카드의 역설
1939년에 영국의 수학자 '필립 조데인(Philip Jourdain, 1879~1919)'가 제시한 '상호 언급의 역설'을 하나 더 소개한다. 이것은 '카드의 역설(Card Paradox)' 또는 '조데인의 역설(Jourdain's Paradox)'이라고 불린다.
한 장의 카드가 있다. 카드의 앞면에는 '이 카드의 뒤에 적힌 문장은 참말이다.'라고 적혀있고, 카드의 뒷면에는 '이 카드의 앞에 적힌 문장은 거짓말이다.'라고 적혀있다. 앞면의 문장의 말이 참말이라면, 뒷면의 문장이 참말이 되는 셈이기 때문에, 앞면의 문장은 거짓말이 된다. 앞면의 문장의 말이 거짓이라면, 뒷면의 문장은 거짓말이 되는 셈이기 때문에, 앞면의 문장은 참말이 된다. 따라서 두 경우 모두 모순이 생긴다.
9. 자의식의 역설
'자의식의 역설'도 '자기 언급의 역설'을 확장한 것이다.
당신이 10년 전에 만나 친구 X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가정하자. 그동안 연락을 취하지 않았던 당신은 X가 현재 어디에 살고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서로 알고 있는 A, B, C, D에게 X가 살고 있는 곳을 물어보았다. X는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다.
- A는 X의 올바른 거주지를 알고 있으며, 정직한 성격이다. 이 때문에 X의 거주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A는 당신에게 'X는 미국에 있다.'고 올바른 정보를 가르쳐 주었다.
- B는 X의 올바른 거주지를 알고 있지만, 거짓말을 잘하는 성격이다. 이 때문에 X의 거주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B는 당신에게 'X는 브라질에 있다.'고 거짓 정보를 당신에게 주었다.
- C는 정직한 성격이지만, 'X는 현재 브라질에서 살고 있다.'는 틀린 정보를 믿고 있다. 이 때문에 C는 틀렸다는 사실을 모른 채 'X는 브라질에 살고 있다.'고 당신에게 말했다.
- D는 거짓말을 잘하는 성격이지만, 'X는 현재 브라질에서 살고 있다.'는 틀린 정보를 믿고 있다. 이 때문에 D는 X의 거주지에 대해 질문을 받은 D는 'X는 현재 미국에 살고 있다.'고 당신에게 말했다.
자, 그러면 이 가운데 거짓말쟁이는 누구일까?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할 의도를 가지고 있는지를 기준으로 생각해서, 고의로 거짓말을 한 B와 D를 거짓말쟁이라고 생각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말하는 것이 사실인지 아닌지를 기준으로 생각해서, 사실에 어긋나는 내용을 전한 B와 C가 거짓말 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