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지구 과학 (Earth Science)

활성 단층(Active Fault)

SURPRISER - Tistory 2021. 11. 11. 03:26

 일본 도쿄 도 '롯폰기(六本木)'에 위치한 일본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원자력을 이용할 때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 수립과, 그 정책을 실시할 때의 사무를 총괄하는 국가 기관이다. 2011년 3월의 '동일본 대지진' 때 일어난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의 사고를 계기로 2012년 9월에 발족하였다.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정부의 행정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면서도, 위원장 및 위원은 전문적인 지식에 근거에 중립적이고 공정한 입장에서 임무를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원자력 규제 위원회의 위원과 대학 등의 연구자들로 이루어진 전문가팀은, 예컨대 지난 2012년 12월 13일과 14일에도 히가시도리 원자력 발전소 자리의 단층에 대해 현지 조사를 진행했다. 그리고 12월 20일에는 조사 결과를 검토하는 '제1회 평가 회의'를 열어 조사한 단층이 활성 단층일 가능성이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대해' 도호쿠 전력(Tohoku Electric Power Corporation)'은 12월 26일에 있던 '제2회 평가 회의'에서 '히가시도리 원자력 발전소' 자리에 활성 단층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팀이 지적한 단층은 '활성 단층'이 아니라 단순한 '단층'일뿐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도호쿠 전력의 이런 주장이 모든 전문가팀에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었다. 전문가팀은 '히가시도리 원자력 발전소' 자리에 있는 단층이 '활성 단층'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원자력 발전소 자리에 있는 단층이 '단순한 단층'인지, '활성 단층'인지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만약 '활성 단층'일 경우 장래에 원자력 발전소 아래 또는 가까이에서 지진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

0. 목차

  1. '활성 단층'이란?
  2. 움직이는 '판(Plate)'
  3. 단층의 종류
  4. 일본 주변에는 4개의 판이 있다.
  5. 트렌치 조사(Trench Survey)
  6.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활성 단층 판단 사례

1. '활성 단층'이란?

 '단층(Fault)'이란 대지 속에 있는 '단층면(Fault Surface: 단층에 의해 어긋남이 생기는 면)'을 경계로 한 지층이나 지형이 어긋난 것을 말한다. 그리고 '활성 단층(Active Fault)'이란 최근 시기까지 계속까지 활동하고 있으며, 장래에도 어긋남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생각되는 단층을 말한다. 지층이나 지형이 어긋나 움직이면 진동이 파동 이되어 대지에 전해지는데, 이것이 바로 '활성 단층'이 일으키는 지진이다.

 '활성 단층'이 일으키는 지진의 절대적인 규모는 단층면의 어느 정도 범위가 어느 정도 길이로 어긋나 움직이는지에 달려있다. 한편, 관측 지점의 '진도'는 지진의 규모와 활성 단층에서 관측 지점까지의 거리, 관측 지점 지층의 성질 등에 의해 결정된다. 같은 지진이라도 활성 단층에 가까울수록 '진도'가 커지고, 활성 단층과 가까운 경우 순식간에 격렬한 요동이 덮친다. 따라서 활성 단층이 가까운 곳에 특히 원자력 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은 매우 위협적이다.

 '활성 단층'이 원자력 발전소에 문제가 되는 또 다른 이유는, 예컨대 진도가 작아도 지층과 지형이 어긋나면 원자력 발전소의 주요 시설이 파괴될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 건물이 무너지거나, 원자로를 냉각할 물을 순환시키는 관이나, 전기를 공급할 전선이 끊어지면 큰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그래서 2010년 12월, 일본에서 개정된 '원자력 발전소의 지질, 지반에 관한 안전 심사 지침'에서도 '원자로 등의 주요 시설을 활성 단층 위에 설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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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움직이는 '판(Plate)'

 지구의 표면은 두께 50~100km 정도인 단단한 암반으로 덮여 있다. 암반은 하나로 이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크게 나누어 10장 이상의 덩어리로 갈라져 있다. 이 하나하나의 덩어리르 '판(plate)'이라고 한다. 판은 두께 5~50km인 '지각'과 깊이 약 5~2900km인 '맨틀'의 상층 부분으로 이루어진다. '맨틀'은 지구 내부에서 대류하며, 지구 중심부의 열로 뜨거워진 맨틀은 지표면 가까이 떠올라 굳어 지각이 됐다가, 다시 차가워졌다가 다시 지구 중심부로 가라앉는다. 이 맨틀의 흐름에 따라 판은 몇 mm~몇 cm 정도의 속도로 서로 다른 방향으로 이동한다.

3. 단층의 종류

 대지에 어떤 단층이 생기는지는 대지에 가해지는 힘의 방향과 그 토지 지층의 성질에 의해 결정된다. 대지에 가해지는 힘은 지구 표면을 덮고 있는 여러 개의 '판(plate)'라는 암반이 이동해 서로 함께 밀어서 생기는 힘이다.

 '단층'은 지층이나 지형이 단층면에 대해 어느 방향으로 어긋나는지에 따라 '정단층(Normal Fault)', '역단층(Reverse Fault)', '주향 이동 단층(Strike-Slip Fault)', '수직 단층(Perpendicular Fault)', '회전 단층(Rotational Fault)', '오버스러스트(Overthrust)'로 나눌 수 있다. '정단층'은 대지에 강하게 잡아당기는 힘이 가해져, 어긋나 위쪽에 있는 지층이 내려간다. 반면 '역단층'은 대지에 강하게 압축력이 가해져, 어긋나 아래쪽에 있는 지층이 내려간다. '주향 이동 단층'도 대지에 강한 압축의 힘이 가해져 생기는 단층이다.

단층의 종류

4. 일본 주변에는 4개의 판이 있다.

 대한민국과 이웃한 나라 '일본'의 열도에는 4개의 판이 서로 미는 한복판에 위치해 있다. '북아메리카 판(North American Plate)', '유라시아 판(Eurasian Plate)', '태평양 판(Pacific Plate)', '필리핀해 판(Philippine Sea Plate)', '태평양 판(Pacific Plate)'이다. '북아메리카 판'을 기준으로 하면, 유라시아판은 1년에 동쪽으로 몇 mm 이동하고 있으며, '필리핀해판'은 북서 방향으로 3~4cm, '태평양판'은 거의 서쪽 방향으로 약 10cm 정도 이동하고 있다. 4장의 판의 움직임을 반영하면, 일본에 생기는 단층의 종류에는 대략적인 경향이 보인다.

일본 주변에 있는 4개의 '판(Plate)'

4. 단층을 발견하는 방법

 이번엔 실제로 '단층'과 '활성 단층(Active Fault)'을 어떻게 조사하는지에 대해 알아보자. 활성 단층을 발견하기는 결코 쉽지 않다. 발견한 단층이 활성 단층인지 아닌지를 분간하기 전에, 근본적으로 단층을 발견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 지하에 감추어져 있는 단층이나 활성 단층을 지표면에서 알아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육상에 있는 단층을 발견하는 방법에는 '항공사진 판독', '굴착 조사', '물리 탐사' 등이 있다.

4-1. 항공 사진 판독

 '항공 사진 판독'은 말 그대로 공중에서 촬영한 사진에 찍힌 지표면의 절벽이나 지형의 어긋남 등을 찾아 단층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항공사진'은 전용 항공기를 이용해 일정 고도에서 일정 거리를 간격으로 해서 지표를 차례차례 촬영하는데, 서로 이웃한 항공사진은 약 60%가 겹치게 촬영된다. 연속된 2장의 항공사진을 나란히 놓고 특수 확대경으로 보면, 양쪽 사진에 찍혀 있는 지표면이 입체로 보인다. 지표면의 높낮이를 확실히 판독할 수 있기 때문에, 단층을 발견하기 쉬워진다.

 하지만 항공사진으로 발견할 수 있는 단층은 지표면에 변화가 나타나 있는 단층뿐이다. 단층 중에는 지표면에 거의 변화를 나타내지 않는 것들도 있기 때문에 이런 단층들은 발견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리고 만약 변화가 나타났다고 하더라도, 비바람 등의 자연현상에 의해 침식되어 특징이 사라져 버린 경우도 있다.

4-2. 굴착 조사

 '굴착 조사'는 단층이 있을 것으로 의심되는 장소의 주변 여러 지점에서 수직 방향의 모양으로 도려내어 시료를 채취함으로써 단층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단층이 있으리라 의심되는 장소 주변의 여러 지점에서 지름 5~6cm 정도로, 짧게는 수십 m에서 길게는 수백 m 깊이의 시료를 채취한다. 이후 시료를 분석하면, 시료를 채취한 장소의 지하에 어떤 깊이에 어떤 종류의 지층이 어느 정도의 두께로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나아가 여러 지점에서 채취한 시료를 비교 분석하면, 지층의 어긋남 등을 알 수 있어 '단층'을 발견할 수 있다.

4-3. 물리 탐사

 '물리 탐사'는 인공적인 지진파를 사용하거나, 지층의 밀도 차이 때문에 미세하게 변하는 중력을 관측해서 지하에 숨어있는 단층을 발견하는 방법이다. 지진파는 지하에서 '활성 단층'과 부딪치면 일부가 반사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인공 진원차'라는 특수한 차에서 지진파를 발사해 지하에서 반사되어 온 지진파를 측정하면, 단층을 발견할 수 있다.

인공 진원차

5. 트렌치 조사(Trench Survey)

 발견한 단층이 '활성 단층(Active Fault)'인지를 확인하려면 '트렌치 조사(Trench Survey)'를 해야 한다. '트렌치 조사(Trench Survey)'란 단층을 가로지르는 듯 '구덩이(Trench)'를 파서 직접 단층을 살펴보는 방법이다. 활성 단층이 일으킬 지진의 규모는 활성 단층의 전체 길이로부터 대략 계산할 수 있다. 그런데 육상의 단층 조사보다 더 어려운 것이 해저의 단층 조사이다. 해저의 단층 조사는 선박에서 음파 탐사 등을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번에 조사할 수 있는 부분은 조사선 바로 밑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넓은 범위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이 조사가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다. 또 육지라고 해도 도시처럼 인공 시설이 많은 곳에서는 조사가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활성 단층 지도의 제작을 진행함과 동시에 활성 단층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는 땅속에서 어떤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파악해야 한다. 즉 지하에서는 지진을 일으키는 힘이 얼마나 쌓이는지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꾸준히 축적해야 한다.

5-1. 단층의 어긋남은 어떻게 알 수 있는가?

 단층이 반복해서 움직였는지는 지층의 어긋남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단층이 어긋나 움직이면 지층이 어긋나고 지표면에는 '단차(계단 형태의 높이차)'가 생긴다. 시간이 지나면, 어긋난 지표면 위에 새로운 지층이 생겨 지표면의 단차가 사라진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다시 단층이 어긋나 움직이면 지표에 다시 단차가 나타난다. 이렇게 단층이 반복해서 움직인 경우 지층에 따라 어긋남의 폭에 차이가 생긴다. 반면, 단층이 한 번만 어긋난 비교적 새로운 지층은 어긋남의 폭이 매우 작다.

5-2. 지층의 연대 알아내기

 단층이 어느 정도의 시간 간격으로 어긋나 움직였는지는 어긋남의 폭이 서로 다른 지층의 연대를 조사하면 알 수 있다. 단층은 일반적으로 1000년~수만 년 이상의 시간의 간격으로 움직인다. 가장 최근 어긋난 단층은 어긋나 있는 지층 가운데 가장 위에 있는 지층의 연대를 조사하면 알 수 있다. 지층의 연대는 '지층에 포함된 동위 원소의 비율', 화산재의 지층 등 '연대가 알려져 있는 특징적인 지층', 토기나 석기 등의 '유물'을 바탕으로 판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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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의 활성 단층 판단 사례

 이전에는 원자력 발전소를 소유한 전력 회사 등이 독자적으로 조사를 실시해 활성 단층이 아님을 국가에 보고해왔다. 하지만 현재에는 일본 원자력 규제 위원회에서도 원자력 발전소 자리에 있는 단층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전력 회사 등이 활성 단층이 아니라고 분석한 단층에 대해 원자력 규제 위원회의 전문가팀이 현지 조사를 하는 것이다.

6-1. 히가시도리 원자력 발전소의 단층은 활성 단층인가?

 위에서 소개한 '도호쿠 전력' 소유의 '히가시도리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도호쿠 전력은 '히가시도리 원자력 발전소' 자리에 있는 단층은 암반의 열화 부분과 '파쇄대'에 점토 광물이 들어간 것이지 '활성 단층'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즉, 지하수가 상승했을 때, 점토 광물이 물을 흡수해 부피가 늘어남으로써 지층에 어긋남이 생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도호쿠 전력'의 이런 주장은 이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괴기한 주장이다. 점토 광물이 물을 흡수해 부풀어남으로써 광범위하게 단층을 어긋나게 움직였다는 사례는 지금까지 없었으며, 이런 분석은 지금까지의 지진 연구를 부정하는 결과이다. 트렌치 조사가 이루어진 뒤에 열린 '제1회 평가 회의'에서도 '히가시도리 원자력 발전소'의 단층은 활성 단층이며, '역단층'이나 '주향 이동 단층'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6-2. 쓰루가 원자력 발전소의 단층은 활성 단층인가?

 일본 '원자력 규제 위원회'의 전문가팀은 '쓰루가 발전소'에 있는 단층에 대해서도 '활성 단층'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단층은 쓰루가 발전소 2호기 원자로가 들어 있는 건물 아래를 지나고 있다. 이 분석이 옳다면, 2호기는 활성 단층 위에 주요 시설을 설치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 '안전 심사 지침'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6-3. 활성 단층인지 아닌지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곳

 전문가팀이 현지 조사를 진행하고 있지만, 활성 단층인지 아닌지 판단이 내려지지 않은 곳도 많다. 원자력 규제 위원회는 추가 현지 조사를 계획하고 있다. 또 전문가팀이 아직 현지 조사를 하지 않은 곳에 대해서도 앞으로 현지 조사가 이루어질 예정이다.

6-4. 발견되지 않은 활성 단층이 숨어 있을 가능성

 하지만 일본 '원자력 규제 위원회'에서 활성 단층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한 단층에 대한 상세 내용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어느 정도의 규모로 지진을 일으킬지, 어느 정도의 시간 간격으로 어긋나 움직일지, 원자력 발전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 조사해야 할 내용은 많다. 다만, 활성 단층이 일으킬 지진의 규모는 활성 단층의 전체 길이를 알면 대략 계산할 수 있다. 20km 이상의 활성 단층이 어긋나면 규모 7.0 이상의 대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다고 생각된다.

 또 2021년 현재 밝혀진 주요 활성 단층대에는 해저의 활성 단층이 거의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해저의 단층 조사는 육지의 단층 조사보다 더 어렵기 때문이다. 원자력 발전소는 냉각하는 물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해안을 따라 건설된다. 따라서 해저 단층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 또 육지에 발견되지 않은 활성 단층이 더 숨어 있을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