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 신화(Neuromyths)
뇌의 작용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속설들을 '신경 신화(Neuromyths)'라고 부른다. 뭐 예컨대 인간의 뇌는 10%만 쓴다든지, 좌뇌형 인간은 논리적이고 우뇌형 인간은 예술적이라든지, 뇌를 활성화시키면 단련시킬 수 있다든지, 생선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든지, 이런 말들은 과학적으로 옳은 것일까?
0. 목차
- 뇌는 10%밖에 쓰이지 않는다?
- '뇌 트레이닝'이 도움이 된다?
-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
- '3세'까지 '모든 것'이 결정된다?
- '생선'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1. 뇌는 10%밖에 쓰이지 않는다?
뇌에 관한 가장 유명한 속설 중에 하나는 '뇌는 10%밖에 쓰이지 않는다'라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전혀 근거가 없는 헛소리이며 거짓말이다. 물론 뇌 안의 모든 신경 세포가 항상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비율이 10%라는 뜻은 전혀 아니며, 10%라는 숫자에 대한 어떠한 근거도 없다. 또 뇌의 모든 신경 세포는 서로 다른 신경 세포와 이어져 있고, 서로 신호를 보내고 있다. 전혀 쓰이지 않는 뇌세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의 뇌는 1000억 개 이상의 뉴런이 복잡하게 서로 이어져 네트워크를 이룬다. 하나의 신경 세포는 몇 개에서 몇만 개의 다른 신경 세포와 이어져 있다. 이 네트워크 안에서 신경 세포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우리의 몸을 움직이거나 말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뇌에서 특히 눈에 띄게 활동을 안 하는 '안정 시점'에서도 '대뇌 피질'의 대부분의 세포들은 활발하게 활동한다. '대뇌 피질'은 뇌의 바깥쪽을 덮고 있는 주름 모양의 부분으로, 감각 정보를 처리하거나 움직임을 제어하고, 말을 하며, 사물을 기억하는 등, 사람의 여러 고도 기능에 관여하고 있다. '안정 시점'의 신경 세포들의 활동은 기본이 되는 활동이란 의미에서 '디폴트 모드 네트워크(DMN, Default Mode Network)'라 불린다. 뇌가 소비하는 에너지의 절반 이상이 이 활동에 의해 소비된다고 한다. 뇌는 필요할 때 필요한 신경 세포만 활동한다.
아래의 그림은 사람의 뇌를 '확산텐서영상(diffusion tensor imaging)'으로 촬영한 것이다. 카메라의 설정을 조정해서 야간 촬영도 하고, 접사도 하듯이 '자기공명 영상(MRI)' 기기의 설정을 조정해 뇌의 여러 측면을 관측할 수 있는데, 그중 하나가 '확산텐서영상'이다. '확산텐서영상을 활용하면, 뇌의 서로 다른 부위를 연결하는 신경섬유들을 볼 수 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뇌 부위들은 구석구석 연결돼 있고, 그림에는 드러나지는 않지만 같은 부위 안의 신경세포들도 서로 긴밀하게 상호작용하고 있다. 이렇게 긴밀하게 연결된 뇌에서 10%만 사용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1-1. 뇌는 생명 활동이 가능한 범위에서 '항상성'을 유지해야 한다.
천재와는 달리 일반인은 뇌의 10%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에는, 뇌를 많이 사용할수록 좋다는 가정이 깔려있다. 하지만 이 가정도 옳지 않다. 생명 활동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항상성(homeostasis)'을 유지해야 하는 생체에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1-1-1. 흥분독성
신경세포가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glutamate)' 등에 반응해 활성화되면, 세포 내부에 '칼슘 이온(Ca2+)'이 유입된다. 그런데 신경세포가 지나시게 활성화되어 과량의 '칼슘 이온'이 유입되면 세포가 죽을 수 있다. 세포 속의 발전소라고도 불리는 '미토콘드리아'는 '세포 자살(apoptosis)'을 촉발하는 역할도 하는데, '세포 자살'은 '칼슘 이온'의 농도가 지나치게 높아졌을 때 촉발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나친 흥분으로 세포가 죽는 것을 '흥분독성(excitotoxicity)'이라고 부른다.
'뇌졸중(Cerebrovascular disease)'에서 신경세포가 손상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도 '흥분 독성(Excitotoxicity)'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는 세포가 에너지를 사용해 흥분성 신경전달물질인 '글루타메이트'를 재흡수하거나 분해한다. 그래서 세포 밖 글루타메이트의 농도가 낮게 유지된다. 하지만 뇌졸중으로 인해 산소와 영양분이 공급되지 않으면, 글루타메이트의 농도가 높아지면서 신경세포들이 지나치게 활성화된다. 신경세포의 과활성은 '세포 자살'로 이어질 수 있다. ;'세포 자살'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세포 자살'은 '암세포처럼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는 세포', '감염된 세포', '파괴된 세포'를 안전하게 없애주는 꼭 필요한 작용이다.
1-1-2. 수상돌기
이처럼 지나친 활동은 해롭기 때문에, 신경세포는 적절한 활동 수준을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 여러 방법을 동원하는데, 그중 한 방벙은 다른 신경세포들과의 연결 정도를 조절하는 것이다. 신경세포는 나뭇가지처럼 생긴 '수상돌기(Dendrite)'라는 부분에서 다른 신경세포들로부터 전해지는 입력을 받는다. 그런데 수상돌기에 지나치게 많은 흥분성 입력이 들어오거나 신경세포가 지나치게 활발해지면, 수상돌기의 크기를 줄인다. 반면에 신경세포로 전해지는 입력이 부족하거나 신경세포의 활성이 평소보다 낮게 유지되면, 주변으로 수상돌기를 뻗어 입력을 줄 신경세포들을 찾아 나선다. 이처럼 신경세포는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변해간다.
2. '뇌 트레이닝'이 도움이 된다?
닌텐도의 게임 중에는 '두뇌 트레이닝'이라는 게임이 있다. 그런데 이렇나 단순한 계산이나 게임을 반복함으로써, 정보를 처리하는 능력이나 기억력 등의 뇌의 기능이 널리 향상될 수 있을까? 실제로 영국의 과학잡지 'nature'의 2010년 6월 10일호에는 '뇌 트레이닝'의 효과를 검증한 논문이 실렸다. 영국의 연구팀이 실시한 검증 실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먼저 10000명이 넘는 실험 협력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그리고 그룹 1에는 추리력이나 계획 입안 능력 등을 향상시키는 '뇌 트레이닝', 그룹 2에는 기억력이나 주의력 등을 향상시킨다는 '뇌 트레이닝', 그룹 3에는 비교를 위한 대조군으로 뇌 트레이닝과 관계가 없는 간단한 설문에 답하는 테스트를 했다. 이 테스트는 하루에 10분 이상, 1주일에 3일 이상씩, 6주 동안 실시되었다. 그 결과, 모든 그룹에서 반복 시행한 트레인이 자체는 향상되어 테스트 점수가 좋아졌다. 하지만 트레이닝 효과가 직접 트레이닝을 받지 않은 항목에 대해 나타나는 일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뇌 트레이닝은 효과가 없다. 물론 이 실험에서 채택한 트레이닝에서 효과가 없다는 것이지, 모든 트레이닝에서 효과가 없다고 확인된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트레이닝도 비슷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뇌 트레이닝'의 효과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이런 간단한 게임이나 계산에 의해 '전두엽' 등의 뇌의 특정 부위가 활성화됨으로써 뇌가 단련되어 기능이 향상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에는 근거가 전혀 없다. 일단 뇌는 근육처럼 사용할수록 그 부위가 단련되는 것이 아니라, 사용한다고 기능이 상승한다고 볼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 그냥 그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는 것뿐이다. 그리고 뇌가 활동하는 것이 좋다는 근거도 없다. 뇌의 활동 자체에는 좋은 것도 없고 나쁜 것도 없다.
3. '좌뇌형 인간'과 '우뇌형 인간'?
'우뇌를 잘 쓰는 인간은 예술적이고, 좌뇌를 잘 쓰는 인간은 논리적'이라는 속설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이 말이 사실일까? 먼저 몇몇 기능면에서 대뇌 반구에 작용하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물체의 위치를 공간적으로 포착하는 능력은 '우뇌'가 우위적으로 작용한다. 반면 언어에 관한 기능은 '좌뇌'가 우위적으로 작용하는 일이 많다. 여기에서 우뇌는 예술적이고, 좌뇌는 논리적이라는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정 기능'에 대해 좌우의 대뇌 활동에 차이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예술적, 논리적이라는 식의 능력이나 기질에 결합시키는 일은 비약이다. 게다가 좌우 어느 쪽이 우위적으로 작용한다고 해도, 실제로는 좌우 모두 활동을 한다. 과학적으로 우뇌형, 좌뇌형이라는 분류는 없다.
기능에 따라 우위적으로 작용하는 뇌의 장소가 다른 것을 뇌의 '기능 편재'라고 부른다. 뇌 기능의 '편재(치우침)'라는 뇌의 특정 부위가 손상된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증상을 조사하는 과정 등에서 밝혀졌다. 현재에는 청각이나 시각, 운동, 기억 등 다양한 기능 편재가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영역들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모르는 점이 많다. fMRI에 의한 측정에서 발견한 편재는 어디까지나 어떤 긴 줄을 넘는 활동이 그 영역에서 보였다는 뜻이다. 그 영역의 신경 세포는 다른 영역의 신경 세포와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그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기능 편재'가 그 영역이 독립해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4. '3세'까지 '모든 것'이 결정된다?
뇌에 관한 속설 중에는 '3세까지 뇌의 중요한 영역이 모두 결정된다'라는 말이 있다. 그 근거는 '감수성기' 또는 '임계기'라 불리는 외구의 자극을 받아 뇌의 작용이 변하기 쉬운 시기가 있다는 점이다. 감수성기의 존재를 나타내기 위해 흔히 인용되는 동물 실험이 있다. 어릴 때 한쪽 눈이 가려진 고양이는 성장해서 '눈 덮개'를 제거해도, 덮여 있던 눈의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다는 내용이다. 외부에서 자극을 받아 뇌에 시력이 생기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원숭이나 사람에게서도 일어난다. 이처럼 시각이나 언어 등의 일부 기능은 사람에게도 감수성기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단, 감수성기가 끝나는 시점은 일률적으로 3세도 아니고, 그 기간이 무 자르듯 끝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외의 기능에 대해서 감수성기가 존재하는지는 확실히 알려지지 않았다. 예컨대 사람의 언어에 관한 감수성기는 10세가 지나도 계속된다는 보고가 있다. 동물 실험이나 시각 등의 일부 기능에 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3세'까지 '모든 것'이 결정된다고 보는 것은 확대 해석이라고 볼 수 있다.
5. '생선'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
'생선'에 많이 포함된 지방산인 '도코사핵사엔산(DHA: Docosa Hexaenoic Acid)'이나 아미노산의 일종인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γ-Aminobutyric Acid)'은 뇌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말이 사실일까?
'도코사핵사엔산(DHA: Docosa Hexaenoic Acid)'는 세포의 막을 구성하는 물질로, 사람의 뇌에도 많이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DHA가 많이 들은 '생선'을 먹으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이야기가 퍼져있는 것 같다. 하지만 DHA가 사람의 머리를 좋게 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한편, GABA는 신경 세포의 정보 전달 물질로 쓰이는 물질이다. 시냅스 사이로 GABA가 방출되면, GABA를 받은 쪽의 신경세포의 활동이 억제된다. 여기에서 신경을 진정시키거나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말이 나온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GABA가 뇌에 이르러 작용하지 하거나, 도달하지 않아도 스트레스를 줄여준다는 근거는 없다. 일반적으로 입으로 섭취한 물질은 뇌에 간단하게 도달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뇌의 모세혈관은 '혈액뇌관문(Blood Brain Barrier)'에 의해 물질의 출입이 엄격하게 제한되기 때문이다. 신경세포는 다양한 화학물질을 방출하면서 신호를 전달하는데, 그곳에 다양한 물질이 들어오면 정보 전달이 혼란을 일으킨다. 그것을 막기 위해 '혈액뇌관문'이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