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뇌과학 (Brain Science)

두뇌 역설계(Brain Reverse Engineering)

SURPRISER - Tistory 2021. 10. 3. 07:00

 2013년 1월, 의학과 과학의 역사를 바꾸는 2개의 핵폭탄이 거의 동시에 떨어졌다. '미국'과 '유럽'에서 '두뇌 연구'를 하는 프로젝트에 천문학적 예산이 할당된 것이다. 유럽에서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를 발족했고, 미국에서는 '브레인 프로젝트(BRAIN Project)'를 발족했다. 그동안 '두뇌 역설계(Brain Reverse Engineering)'은 너무 복잡해서 불가능할 것으로 여겨졌으나, 예산이 할당된 후 두뇌 연구는 하룻밤 사이에 초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0. 목차

  1. 두뇌 만들기
  2. 인간 두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
  3. 브레인 프로젝트(Brain Project)
  4.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
  5. 앨런 두뇌 지도 프로젝트(Allen Human Brain Atlas Project)
  6. 두뇌 역설계 이후

1. 두뇌 만들기

 요즘 컴퓨터 과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은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물체인 인간의 뇌를 분해하여 작동원리를 파악하려 애쓰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분해한 뇌를 뉴런 단위로 재조립하여, 원래대로 작동하게 한다는 야심 찬 계획까지 세워놓았다. 한동안 인간의 '두뇌 역설계(Brain Reverse Engineering)'는 터무니없는 발상으로 여겨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두뇌 역설계'는 '자동제어 기술', '로봇공학(Robotics)', '나노기술(Nano Technology)', '신경과학(neurology)'의 눈부신 발전에 힘입어 점차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두뇌 역설계 프로젝트(Brain Reverse Engineering Project)'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이 연구가 성공한다면, 인류의 역사가 바뀔 것이다. 정신질환의 치료법을 찾는 것은 물론이고, 의식의 비밀을 낱낱이 풀어헤쳐 컴퓨터에 업로드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만만한 프로젝트는 아닐 것이다. 인간의 뇌 속에 들어있는 뉴런은 무려 대략 1000억 개로 추정되며, 하나의 뉴런은 수만 개의 이웃 뉴런과 연결되어 있으므로, 이를 단순 계산만 해도 연결 부위는 무려 '(1000억 개×수만 개)'나 된다. 게다가 정보가 전달되는 통로의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따라서 사람이 떠올릴 수 있는 생각의 수는 가히 천문학적이어서 상상조차 하기 어렵다.

1-1. 예쁜꼬마선충의 신경계를 해독하였다.

 하지만 일부 뜻있는 과학자들은 숫자에 기죽지 않고, 맨땅에서 출발해서 뇌를 재구성하려 시도한다. 과학자들은 2006년에 선충의 신경계를 뉴런 단위로 해독함으로써 이미 첫걸음을 떼었다. '예쁜꼬마선충(C. Elegance)'라고 불리는 이 작은 생물은 302개의 뉴런과 7000개의 시냅스가 있는데, 신경계의 자세한 청사진은 인터넷에서 찾아볼 수 있다.

 처음에 과학자들은 단순한 생명체의 신경계를 역설계로 완성하면, 사람의 뇌로 가는 문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으나, 사실은 정반대였다. 선충의 뉴런은 개수가 유한하지만 연결 상태가 너무 복잡하고 미묘해서, 몸의 움직임과 신호전달 경로 사이의 관계를 밝히는 데 여러 해가 걸렸다. 가장 단순한 생명체가 이 정도인데, 사람의 뇌는 대체 얼마나 걸릴까? 100년 안에 성공할 수는 있을까? 과학자들은 다시 한번 인간의 뇌에 경이로움을 느끼면서, 한없는 무력감에 빠져들었다.

 하지만 너무 낙심할 필요는 없다. 기술은 '선형적 성장(Linear Growth)'이 아닌 '지수적 성장(Exponential Growth)'을 하기 때문이다. 과거 인간 게놈을 해독하여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유전자 배열을 분석하는 '인간 게놈 프로젝트(Human Genome Project)'는 기술의 발전으로 자동화되었고 예상했던 기간보다 훨씬 빨리 완료되었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커넥톰(Connectome)'을 완성하는 일도,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선형적인 관점에서 예상했던 기간보다 훨씬 적게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예쁜꼬마선충(C. Elegance)

1-2. 뇌를 향한 접근법

 하지만 과학자들은 좌절하지 않고, 뇌를 분석하기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들을 발족시켰다. 두뇌는 너무나 복잡해서, 뇌를 분석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각각의 뇌 분석 프로젝트들은 각각 다른 방법들을 채택하였다.

  1. 인간 두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 '유럽 연합(EU)'의 Human Brain Project에서는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뇌를 시뮬레이션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2. BRAIN 프로젝트(BRAIN Project): 미국의 BRAIN Project에서는 살아 있는 '뇌의 신경망 지도를 작성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이 방법은 해부학적 분석, 개개의 뉴런 단위 분석, 기능 및 행동에 따른 분석 등 '분석하는 방법'에 따라 더 세분화될 수 있다.
  3.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 '두뇌 스캔 데이터'로부터 뇌 각 부위 사이의 연결통로를 재현한다.
  4. 앨런 인간 두뇌 지도 프로젝트(Allen Brain Atlas Project): Allen Huamn Brain Atlas Project에서는 '뇌의 발달을 제어하는 유전자를 해독하는 방법'을 채택하였다. 이 연구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의 '폴 앨런(Paul Allen, 1953~2018)'이 후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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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간 두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

 '유럽연합(EU)'에서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에 11억 9천만 유로를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사람의 뇌를 똑같이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간단히 말해서, 트랜지스터와 철로 이루어진 두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들의 목적은 슈퍼컴퓨터를 이용하여 10년 안에 뇌의 기본적 기능을 시뮬레이션하는 것이다. 연구 대상에는 쥐에서 인간에 이르는 다양한 포유류가 포함되어 있다. 뉴런을 개별적으로 관찰하는 대신, '트랜지스터(Transistor)'로 뇌의 기능을 똑같이 재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피질(Neocortex)'과 '시상(Thalamus)' 등 뇌의 부위를 재현하는 컴퓨터모듈이 필요하다.

인간 두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

2-2. 생쥐, 고양이의 뇌를 시뮬레이션 하였다.

 트랜지스터와 컴퓨터를 이용하여 시뮬레이션 하는 두 번째 접근법은 쥐→토끼→고양이 순서로 두뇌 역설계를 추진한다. 유럽인들은 단순한 뇌의 대략적인 진화 과정을 추적한 뒤, 단순한 뇌의 해독이 완료되면 점차 고등동물의 뇌로 옮겨간다는 것이다. 이것은 '감정이 있는 로봇을 만들겠다'는 추상적 프로젝트보다 목적이 뚜렷하다. 컴퓨터 과학자가 볼 때 이 작업의 성패는 컴퓨터의 성능에 달려있다고 한다. 컴퓨터가 크고 빠를수록 좋으므로, 쥐와 사람의 뇌를 해독하려면 세상에서 크고 빠른 컴퓨터를 동원해야 한다. 진척 속도는 매우 느리지만, 꾸준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이들은 생쥐를 첫 번째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생쥐의 뇌 용량은 사람의 1000분의 1에 불과하고 뉴런도 1억 개밖에 안된다.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렌스 리버모어 국립 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에서는 IBM 사의 컴퓨터 '블루진(Blue Gene)'으로 생쥐의 사고과정을 열심히 분석하였다. 이곳은 블루진 외에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컴퓨터를 여러 대 보유하고 있는데, 국방성에서 계획한 수소폭탄의 탄두도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블루진은 147456개의 프로세스와 15만 기가바이트의 메모리를 탑재한 초고성능 컴퓨터다. 2006년에 IBM사의 '다멘드라 모드하(Dharmendra Modha)' 박사는 이 방법을 이용하여 512개의 프로세서를 통해 생쥐의 뇌를 부분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데 성공했다. 그 후 2007년에는 모드하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2048개의 프로세서로 '쥐(생쥐보다 몸집이 큼)'의 뇌를 시뮬레이션했고, 2009년에는 24576개의 프로세서를 이용하여 '16억 개의 뉴런'과 '9조 개의 연접부'를 가진 고양이의 뇌를 성공적으로 시뮬레이션했다.

2-3. 사람의 뇌 전체를 완벽하게 시뮬레이션 하려면?

 IBM의 과학자들은 '블루진(Blue Gene)' 컴퓨터를 십분 활용하여 사람 뇌의 뉴런과 연접부를 부분적으로 시뮬레이션하기 시작했다. 사람의 뇌를 부분적으로 시뮬레이션하려면 88만 개의 프로세서가 필요하다고 한다. 하지만 '블루진'으로도 여전히 사람의 두뇌 전체를 시뮬레이션 하기에는 턱도 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과학자들은 두뇌의 전체 모형을 만드는 대신, '피질(Cortex)'과 '시상(Thalamus)' 사이의 연결을 재현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뇌의 대부분의 활동은 '피질'과 '시상' 사이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괴물 같은 컴퓨터 '블루진(Blue Gene)'도 'Q 세쿼이아(Q Sequoia)'에게 자리를 내주고 말았다. 'Q 세쿼이아'는 2012년 1월에 1초당 '20.1 PFLOPS(1초당 20조 1천억 회의 연산)'을 기록하면서 '세상에서 가장 빠른 컴퓨터' 세계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컴퓨터는 280m2의 면적을 차지하고, 7.9MW의 전기 에너지를 먹어치운다. 이 정도면 작은 도시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이처럼 괴물 같은 컴퓨터라면 인간의 뇌에 필적할 수 있을까? 아쉽게도 답은 'no'이다. 'Q 세쿼이아(Q Sequoia)'는 두뇌 피질과 시상 사이의 상호작용만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을 뿐이다. 뇌 전체를 시뮬레이션하기에는 턱없이 모자란다.

 그러면 사람의 뇌 전체를 완벽하게 시뮬레이션하려면 어느 정도의 컴퓨터가 필요할까? '다멘드라 모드하(Dharmendra Modha)' 박사의 추산에 의하면 '블루진(Blue Gene)' 같은 컴퓨터 수천 대가 있어야 한다고 한다. 이 정도를 수용하려면 건물 내부는 어림도 없고, 도시 한 후획을 통째로 내줘야 한다. 그리고 에너지 소모량도 엄청나서 수천 MW 짜리 핵발전소를 오직 컴퓨터를 위해 운영해야 한다. 이뿐만 아니라, 초대형 컴퓨터에서는 다량의 열이 발생해서 수시로 식혀주지 않으면 회로소자가 다 녹아버린다. 수천 대의 블루진에 냉각수를 끊임없이 공급하려면 강의 길을 통째로 바꾸거나, 컴퓨터 단지를 강변에 건설해야 한다. 사람의 뇌를 시뮬레이션하려면, 이 정도 규모의 컴퓨터가 필요하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뇌는 무게가 1.4kg에 불과하며 두개골 안에 들어갈 정도로 크기도 작다. 또 아무리 과부하가 걸려도 체온은 단 몇 도만 올라갈 뿐이다. 게다가 전력도 20W 정도면 충분하고, 햄버거 몇 개만 투입하면 하루 종일 작동한다. 우리의 뇌는 정말 효율적인 고성능 컴퓨터인 셈이다.

2-4. '인간 두뇌 프로젝트'가 진행되어야 하는 이유

 유럽 연합의 '인간 두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에 참여한 과학자 가운데 포부가 가장 큰 사람은 아마도 스위스 로작연방공과대학의 '헨리 마크램(Henry Markram, 1962~)'일 것이다. 그는 유럽연합이 16억 달러를 투자한 '인간 두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의 주역으로, 십수 년 이상 뇌의 신경망 네트워크를 해독하는데 몰두해온 사람이다. 그가 이끄는 인간 두뇌 프로젝트는 1억 4천만 달러의 예산이 집행되었다.

 '헨리 마크램' 박사는 자신이 하는 일이 과학 프로젝트가 아니라, 막대한 돈이 들어가는 공학 사업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컴퓨터'와 '소프트웨어', '연구기반'을 건설하려면 대략 10억 달러가 필요하지만, 정신질환을 앓는 환자가 곧 세계 인구의 20%를 넘는다는 현실을 생각하면 그다지 많은 돈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충분한 돈을 투자하다 보면 언젠가는 뇌의 비밀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언뜻 듣기에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같지만, 알고 보면 스케일이 엄청나게 큰 해결책이다. 물론 프로젝트에 필요한 돈은 세금으로 충당된다. 그러면 납세자들에는 어떤 혜택이 돌아갈까? 이 비싼 프로젝트를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이유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1. 첫째, 사회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려면 인간의 뇌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것은 진화의 핵심 단계이다.
  2. 둘째, 언제까지나 동물실험만 계속할 수는 없다. '인간 두뇌 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이며 방대한 기록 보관소가 될 것이다.
  3. 셋째, 곧 정신질환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이 세계 인구의 사람들이 20%를 넘을 것이다. 정신병 환자는 사방에 넘쳐나는데 뚜렷한 치료법이 없다는 것은 큰 부담이다. 그 많은 신경질환 중에서 치료법은 고사하고, 원인이라도 밝혀진 병은 단 하나도 없다.

2-5. 신경망은 동일한 패턴의 '모듈'이 반복된 구조로 되어 있다.

 언뜻 생각하면 이 프로젝트는 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보인다. 천문학적 돈을 쏟아부으면서 헛고생만 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분야의 과학자들은 상황을 역전시킬 비장의 무기를 갖고 있다.

 사람의 게놈은 대략 20000개의 유전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추정된다. 그런데 이로부터 대략 1000억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진 뇌가 만들어진다. 턱없이 부족한 자원으로부터 우주에서 가장 복잡한 구조물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수학적으로 불가능할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런 일은 임산부의 뱃속에서 태아가 생겨날 때마다 항상 일어나고 있다. 그토록 작은 공간에 어떻게 그 많은 정보가 들어갈 수 있는 것일까? 이와 같은 기적이 가능한 이유는 자연이 지름길을 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은 다양한 시도를 해보다가 모범적인 사례를 발견하면, 그와 동일한 패턴을 끝없이 반복한다.

 뇌의 '신경망(Neural Network)'은 바로 이와 같은 원리로 탄생했다. 뇌의 일부를 확대에서 보면 뉴런이 복잡하게 엉켜 있을 뿐 아무런 규칙이 없는 것 같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동일한 패턴의 '모듈(Module)'이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듈'이란 '단위'라는 뜻으로, 여기서는 동일한 패턴으로 이루어진 한 구획을 의미한다. 고층건물을 단기간에 지을 수 있는 비결도 바로 모듈 덕분이다. 한 모듈의 설계가 끝나면 조립라인에서 똑같은 모듈을 계속 찍어내고, 이들을 계속 쌓으면 고층건물이 만들어진다. 주거용 아파트도 서류작업만 완료되면 모듈을 이용하여 몇 달 안에 지을 수 있다.

 '헨리 마크램' 박사는 IBM 사의 컴퓨터 '블루진(Blue Gene)' 컴퓨터를 이용한 인간 두뇌 프로젝트인 '블루 두뇌 프로젝트(Blue Brain Project)'를 추진하고 있다. '블루 두뇌 프로젝트'의 핵심은 '신피질 컬럼(Neocortical Column)'이다. 이것은 뇌에서 계속 반복되는 모듈의 하나로서, 사람의 경우 높이는 2mm, 직경은 0.5mm이며, 그 안에 6만 개의 뉴런이 들어 있다. '헨리 마크램' 박사는 이 '컬럼(Column)'에 들어 있는 뉴런을 분석하고 작동원리를 밝히는 데 10년이 걸렸다. (1995~2005년) 이 작업이 완료된 후, 그는 IBM으로 가서 방대한 복제 컬럼을 만들었다.

2-6. 그것은 정말로 뇌인가?

 '두뇌 컴퓨터 시뮬레이션(Brain Computer Simulation)'에 성공하면, 그 시뮬레이션은 얼마나 현실적일까? 예컨대 고양이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면 쥐를 잡거나 실뭉치를 굴리면서 재미있게 놀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답은 'no'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은 고양이의 뇌에서 뉴런이 활성화되는 과정을 그대로 따라할 수 있지만, 뇌의 각 부위 사이의 연결 상태까지 재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IBM의 시뮬레이션도 뇌의 일부인 '시상피질계(시상과 피질을 연결하는 통로)'에 국한되어 있다. 컴퓨터는 육체가 없으므로, 시뮬레이션이 아무리 정교해도 두뇌와 주변 환경 사이의 상호작용을 재현할 수는 없다. 즉, 컴퓨터로 재현한 뇌에는 두정엽이 없어서 외부정보로부터 감각을 느끼거나 운동 반응을 보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리고 '시상피질계'만 재현하는 경우에도 기본적인 연결만으로는 먹이를 쫓거나 짝을 찾는 데 필요한 '피드백 회로(Feedback Circuit)'와 '기억(Memory)'을 만들 수 없으므로, 실제 고양이의 사고과정을 똑같이 재현할 수는 없다. 컴퓨터로 구현된 고양이의 뇌에는 '기억'과 '본능'이 빠져 있어서, 사실상 백지상태나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컴퓨터 고양이는 쥐를 잡을 수 없다.

 따라서 사람의 뇌를 시뮬레이션한다 해도, 그 컴퓨터와는 간단한 대화조차 나눌 수 없을 것이다. 두정엽이 없는 컴퓨터는 '감각'과 '자아의식'이 없고, 인간과 세상을 이해할 수 없다. 또 '측두엽'이 없으니 말을 할 수 없고, '대뇌번연계'가 없으니 감정도 없다. 이런 컴퓨터의 능력은 갓 태어난 신생아보다 떨어진다. 두뇌를 '감각', '감정', '언어', '문화'와 연결하는 작업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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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브레인 프로젝트(BRAIN Project)

 미국의 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 1961~)'는 2013년도 국정연설을 하는 자리에서 'BRAIN(Brain Research Through Advancing Innovate Neurotechnologies)' 프로젝트에 30억 달러의 연구기금을 지원하겠다고 선언하여 과학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2014년에는 BRAIN 프로젝트의 착수 기금으로 1억 달러의 예산이 할당되었다. 오바마는 자세한 언급을 하지 않았지만, 국정연설이 끝난 후 흥분한 과학자들이 재빨리 누락된 부분을 채워 넣었다. 신경과학자들은 '뇌의 전기적 활동을 개개의 뉴런 단위로 관찰하는 세밀한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며 이뻐했고, 뇌과학자들은 'MRI 기계를 사용하여 뇌의 전체적인 활동을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라고 했다. 그러나 BRAIN 프로젝트에는 중요한 부분이 빠져 있었다. 수백만 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진 신경망 구조를 완전히 파악해야 정신질환의 원인과 치료법을 알아낼 수 있는데, 대규모 프로젝트에서 이 중간 단계가 빠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5년짜리 프로그램을 제안했다.

  1. 처음 5년 동안은 수만 개의 뉴런을 대상으로 하여 초파리의 척수와 쥐의 망막에 있는 '신경질세포' 등 동물 두뇌의 중요한 부분에서 전기적 활동을 재구성한다.
  2. 그다음 5년 동안은 관찰대상 뉴런을 수만 개에서 수십만 개로 늘려나간다. 여기에는 '초파리의 뇌(약 13만 5천 개의 뉴런)'을 3차원 영상을 재현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된다.
  3. 마지막 5년은 '제브라시피'의 두뇌나 '쥐'의 신피질 전체를 관찰한다. '제브라피시(zebrafish)'는 인도 원산의 담수어로 배아의 성장과 세대교대가 빠르고 관찰하기가 쉬워서 유전학 연구 대상으로 자주 사용된다. 이 연구가 완료되면 영장류 뇌의 일부분을 3차원 영상으로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오바마 정부가 후원하는 접근법은 뉴런의 '신경망 지도(Neural Network Map)' 제작을 목적으로 한다. '트랜지스터'를 사용하지 않고, 뇌 속에서 신호가 전달되는 실제 경로를 직접 분석하겠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해부학적 접근법', '뉴런을 따라 흐르는 전기신호를 해독하는 방법' 등 몇 가지 방법이 있다.

3-1. 해부학적 접근법

 한 가지 방법은 개개의 뉴런과 연접부를 물리학적으로 규명하는 것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뉴런이 파괴되므로, 흔히 '해부학적 접근법'이라 부른다. '해부학적 접근법'을 적용하려면 동물의 뇌세포를 난도질하듯이 뉴런 단위로 낱낱이 분해해야 한다. 주변 환경과 기억 그리고 몸과 관련된 정보는 이미 뇌에 다 들어 있다. 'BRAIN 프로젝트'에 투입된 과학자들은 다량의 트랜지스터를 조립하여 뇌를 재현하는 대신, 각 뉴런의 위치와 역할을 규명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 작업이 완료되면 개개의 뉴런을 트랜지스터로 시뮬레이션하여 '기억'과 '성격' 그리고 '감각이 있는 인간의 뇌'를 똑같이 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뇌를 이런 식으로 역설계하면 완벽한 '기억'과 '성격'을 갖춘 뇌와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이 프로젝트에는 물리학이 전혀 필요 없다. '하워드 휴스 의학 연구소(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의 '게리 루빈(Gerry Rubin)' 박사는 한동안 정육점 고기 절단기와 비슷하게 생긴 장치를 사용하여 과실파리의 뇌를 잘게 썰었다. 이것은 결코 쉬운 작업이 아니다. 과실파리의 뇌에는 약 15만 개의 뉴런이 들어있고 지름은 0.3mm로, 사람의 뇌와 비교하면 거의 점이나 다름없다. 이 작은 뇌를 10억 분의 5mm 두께로 잘게 썰어서,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후 컴퓨터로 전송하면, 프로그램이 각 뉴런의 연결 상태를 복원해 준다.

 그러나 이 방법은 문제점이 많다. 전자현미경의 화소 수도 현재 과학자들이 원하는 만큼 따라주지 않고, 뇌를 잘게 썰어내는 것도 번거롭다. 하지만 현미경의 해상도가 높아지거나, 뇌를 써는 것을 자동화하는 방법을 고안한다면, 신경망 지도를 제작하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 방법의 또 다른 문제점은 많은 수의 뇌를 스캔하여 평균치를 구하는 방법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방대한 데이터를 저장하는 것도 골칫거리이다.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면서 '해부학적 접근법'에 커다란 진전이 있었다. 연구진들은 '구글(Google)'의 인공지능으로 사진 속 이미지를 자동으로 분류해 그 시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데 성공하였다. 이렇게 완성된 뇌 지도는 신경세포 약 10만 개와 시냅스 약 2000만 개까지 표시되어 있다. 지금까지 가장 해상도가 가장 높았던 '예쁜꼬마선충(C. Elegance)'의 뇌 지도가 뇌세포 302개와 시냅스 7000개로 이루어져 있었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비약적인 발전을 이뤄냈다고 할 수 있겠다.

3-2. 뉴런을 따라 흐르는 전기신호를 해독하는 방법

 또 한 가지 방법은 두뇌가 어떤 기능을 수행할 때 뉴런을 따라 흐르는 '전기신호(Electrical Signal)'를 해독하는 것이다. (이 접근법은 뉴런 자체보다 살아 있는 뇌에서 신호를 전달되는 경로에 중점을 두고 있어서, 오바마 정부가 더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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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 (Human Connectome Project)

 '두뇌 스캔 데이터'로부터 뇌 각 부위 사이의 연결통로를 재현하는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Human Connectome Project)'도 있다. 2010년에 미국 국립 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은 '워싱턴 대학교', '세인트루이스 대학교', '미네소타 대학교'의 협동연구에 5년 동안 3천만 달러를 지원하고, '하버드 대학교'와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캘리포니아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캠퍼스'의 협동연구에 850만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했다. 물론 3~5년의 단기지원으로 뇌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겠지만, 이 분야 연구의 기폭제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충분한 의미가 있다.

 이들의 목적은 뇌의 뉴런 지도를 작성하여 '자폐증'이나 '정신분열' 등 각종 정신질환의 치료법을 알아내는 것이다.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의 리더 중 한 사람인 '승현준(Sebastian Seung, 1966~)' 박사는 사람 뇌의 완벽한 모형을 만든다는 최종 목적을 떠올릴 때마다 막막하다고 자신의 심경을 털어놓았다. 또 '승현준' 박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연구원들은 뉴런 자체가 매우 튼튼하게 연결됐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비정상적인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게도 이 가설을 검증할 만한 기술을 개발되지 않았다."

 한편, '인간 커넥톰 프로젝트 (Human Connectome Project)'는 2018년 11월 16일에 공식적으로 완전히 종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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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앨런 두뇌 지도 프로젝트(Allen Brain Atlas Project)

 '앨런 인간 두뇌 지도 프로젝트(Allen Brain Atlas Project)'에서는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실행하거나 신경망 경로를 분석하는 대신, '뇌를 탄생시킨 유전자 규명'에 중점을 두면서 쥐의 두뇌 지도를 작성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앨런 인간 두뇌 지도 프로젝트'는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사의 공동창업자 '폴 앨런(Paul Allen, 1953~2018)'이 1억 달러의 기금을 출원하여 시작되었다. 두뇌의 유전자를 이해하면 '자폐증', '파킨슨병', '알츠하이머병' 등 다양한 정신질환의 원인을 규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과 쥐는 많은 유전자를 공유하고 있으므로, 쥐의 뇌를 이해하면 사람의 뇌에 한 걸음 더 다가가게 된다. '앨런 두뇌 지도 프로젝트(Allen Brain Atlas Project)'는 2006년에 완결되었고, 그 결과는 웹사이트에 무료로 공개되었다.

5-1. 앨런 인간 두뇌 지도 프로젝트(Allen Human Brain Atlas Project)

 '앨런 두뇌 지도 프로젝트(Allen Brain Atlas Project)'가 완결된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해부학 및 유전적으로 뇌의 3차원 지도를 제작하는 '앨런 인간 두뇌 지도 프로젝트(Allen Human Brain Atlas Project)'도 정식으로 발족하였다. 2011년에 앨런 연구소 측은 두 개의 뇌를 대상으로 생화학적 지도를 완성하였으며, 이 과정에서 1000개의 해부학적 구획과 1억 개의 '측정점(Data Point)'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점(Point)'들은 유전자를 생화학적으로 설명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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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두뇌 역설계 이후

 '두뇌 역설계(Brain Reverse Engineering)' 연구에 인생을 바쳐온 과학자들은 수십 년이 지나야 결과가 나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동시에 그들이 하고 있는 연구의 현실적 의미도 잘 알고 있다. 이들은 부분적인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에 중간 결과만 얻어도, 오랜 세월 동안 인류를 괴롭혀온 정신질환의 비밀을 풀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한편, 비평가들은 프로젝트가 완료된다고 해도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쌓이기만 할 뿐, 그것을 해석하고 종합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주장한다. 즉, '뉴런의 위치'와 '뉴런의 연결 상태'를 낱낱이 알아냈다고 해도, 각 뉴런의 '역할'과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모든 기능을 이해하려면 수십 년의 세월이 추가로 소요될지도 모른다.

 어쨌든 미래의 어느 날, 인간의 '두뇌 역설계(Brain Reverse Engineering)'가 성공적으로 끝났다고 하자. 그러면 그다음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6-1. 정신질환의 원인 찾기

 당장 응용 가능한 연구 중 하나는 특정 정신질환의 원인을 찾는 일이다. 정신질환의 대부분은 뉴런 자체가 파괴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뉴런의 연결에 문제가 생겼기 때문에 발생한다. 치매를 유발하는 유전성 신경계 질환인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과 뇌에 해로운 화학물질이 축적되는 유전병인 '테이-삭스병(Tay-Saches)'과 같이 단 하나의 유전자 변이 때문에 나타나는 유전성 질환을 생각해 보자. 30억 개의 염기쌍 중 단 하나의 위치가 잘못되거나 필요 없이 반복되면, 팔과 다리를 제어하지 못하고 경련을 일으키는 헌팅턴병 환자가 된다. 그래서 유전자치료법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하나의 유전자 변이를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

 따라서 두뇌 역설계가 완료되면, 몇 개의 연결 부위를 의도적으로 차단한 채 시뮬레이션을 실행하면, 어떤 질환이 나타나는지 테스트해 볼 수 있다. 단 몇 개의 뉴런만 차단해도 뇌 기능에 심각한 장애가 나타날 것이다. 이런 식으로 '불발된 뉴런'의 위치와 질병의 상관관계를 규명하는 것도 두뇌 역설계의 후속 연구가 될 수 있다.

 그 대표적 사례가 '카프그라 망상(Capgras Delusion)'이다. 이 병을 앓는 환자들은 자신의 알아보면서도 그녀가 사기꾼이거나 복제인간일 것이라는 황당한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신경화학자 '라마찬드란' 박사의 설명에 의하면, 이 희귀한 질병은 뇌의 두 부분이 잘못 연결되었을 때 나타난다고 한다. 어머니의 얼굴을 알아보는 부위는 '측두엽(Temporal Lobe)'에 있는 '방추상회(Fusiform Gyrus)'이고, 어머니를 보면서 감정이 생기는 곳은 '편도체(Amygdala)'이다. 그런데 두 부위의 연결에 문제가 생기면, 어머니의 얼굴을 알아보면서도 감정반응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래서 온갖 이상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다.

  1. 정신분열증은 뇌의 여러 부분에 동시다발적으로 오작동이 일어나는 질환이어서 상황이 더욱 복잡하다. 이 병은 몇 개의 유전자와 환경적 요인에 의해 뇌의 여러 부위에서 비정상적인 행동을 유발한다. 역설계로 만들어진 뇌를 분석하면, 특정 증세가 발현하는 과정을 정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가 치료법도 발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2. 두뇌 역설계를 응용하면 고장난 '뉴런 뭉치(Neuron Cluster)'를 찾는 것도 가능하다. '뇌심부 자극술(DBS: Deep Brain Stimulation)'은 작은 탐침을 사용하여, 우울증 환자의 뇌 일부 기능을 둔화시키는 기술인데, 두뇌 역설계를 응용하면 DBS를 적용하지 않고서도 아주 적은 수의 고장난 뉴런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다.

6-2. '장기기억이 저장되는 과정'과 '기억을 상기하는 과정'의 메커니즘을 알아낸다.

 두뇌 역설계는 '장기기억이 저장되는 과정'과 '기억을 상기하는 과정'의 메커니즘도 알아낼 것으로 기대된다. '해마(Hippocampus)'와 '편도체(Amygdala)'에 기억이 저장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억이 다양한 피질을 통해 두뇌 곳곳에 퍼지는 과정'과 '이들이 다시 모여서 기억을 상기하는 과정'은 여전히 미지로 남아 있다.

 기억이 '장기기억'으로 저장되려면 우선 '해마'에서 여러 개의 조각으로 분리되어야 한다. 해마는 녹음테이프나 하드 드라이브처럼 모든 기억을 한 영역에 저장하지 않고, 기억을 항목별로 분류하여 다양한 피질에 전송한다. 예컨대 감정과 관련된 기억은 '편도체'에 저장되고, 새로운 단어는 '측두엽'에 저장되고, 시각 및 색상과 관련된 기억은 '후두엽'에 저장되고, 촉각이나 움직임은 '두정엽'에 저장된다. 과학자들은 지금까지 과일, 채소, 식물, 동물, 신체 부위, 색상, 숫자, 글자, 명사, 동사, 이름, 표정, 다양한 감저, 소리가 저장되는 두뇌 부위를 20곳까지 발견했다. 예컨대 '공원산책'처럼 하나의 단순한 기억도 여러 항목으로 쪼개져서 뇌의 다양한 부위에 분할 저장된다. 우리의 뇌는 '순차적 저장' 방식이 아닌 '분할 저장' 방식을 채택한 것이다.

 반대로 단순한 기억을 떠올릴 때도 수많은 기억 조각들이 합쳐져야 한다. 기억을 연구하는 연구하는 과학자들의 최종목적은 분산 저장된 기억의 조각들을 다시 모아서 하나의 기억으로 재현되는 과정을 규명하는 것이다. 이 문제를 '결합 문제(Binding Problem)'이라고 하는데, 이 문제가 해결된다면 기억과 관련된 난해한 질문에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6-3. AI 분야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역설계로 만들어진 뇌는 'AI(인공지능)' 분야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컨대 우리의 뇌는 아무런 노력 없이 사람의 얼굴을 쉽게 구별한다. 하지만 아무리 고성능 컴퓨터라 해도 이 능력은 사람을 따라가지 못한다. 컴퓨터에게 같은 얼굴을 약간 다른 각도에서만 보여줘도, 데이터베이스에 그런 얼굴이 없기 때문에 인식 실패율이 높아진다. 우리는 아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어떤 각도에서 봐도 0.1초 안에 누구인지 알아낼 수 있다. 게다가 이 과정에는 아무 노력이 필요없다. 뇌에서 어떤 연산을 처리하는지, 우리는 인식조차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 뇌의 얼굴인식 성공률은 거의 100%에 가깝다. 두뇌 역설계가 이 미스터리를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