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시(Optical illusion)
0. 목차
- '착시'란 무엇인가?
- 입체 착시(Stereoscopic illusion)
- '착시'를 연구하는 이유
- '평면 착시' 작품
- '입체 착시' 작품
1. '착시'란 무엇인가?
'착시(Optical illusion)'란 시각과 관계있는 착각이다. 형태와 색깔이 다르게 보이거나, 정지 화면인데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거나, 없어야 할 것이 보이는 등 예로부터 여러 가지 착시가 알려져 있다. 최근에도 새로운 착시가 계속 발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른바 '속임수 그림'이나 '가상 현실(VR: Virtual Reality)'을 착시에 포함시키기도 한다. 착시를 만드는 것은 눈으로 들어온 정보를 처리하는 뇌의 작용이다. 우리가 물체를 볼 때 먼저 망막이 빛을 감지해 뇌에 정보를 보내는데, 여기서 잘못이 일어날 여지는 적다. 다음에 그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이것은 정육면체이다', '뭔가 움직이고 있다' 등으로 판단한다. 이때 어떤 이유로 현실과 다른 해석에 이르면 착시가 일어난다. 대부분의 착시는 인간이 의식하지 못하고 자동으로 생기므로, 이성으로 억제하기는 어렵다. 어떤 착시가 왜 일어나는지 그 내용을 알고 나서 다시 봐도 착시는 일어난다.
착시는 우리 주위에서 폭넓게 이용된다. 예컨대 이발소에 있는 빨간색·파란색·하얀색 간판은 단지 원기둥이 회전할 뿐인데도 3색의 무늬가 아래에서 위로 무한히 이동하는 것처럼 보인다. 또는 회화에 원근법을 사용하거나 그림자를 그려 넣어 빛을 표현함으로써 단지 평면에 지나지 않는 작품에 깊이와 빛을 부여할 수 있다. 현실에 없는 것이 보인다는 의미에서, 그런 것들도 착시의 일종이라 할 수 있다.
'착시'에는 '평면 착시(Flat illusion)'와 '입체 착시(Three-dimensional illusion)'가 있다. '평면 착시'에는 수많은 종류가 있으며, 각각 원인이 다르다. 왜 착시가 생기는지 잘 밝혀지지 않은 것도 많다. '입체 착시'는 눈에 들어온 정보를 바탕으로 뇌가 깊이를 판단하는 메커니즘과 관련이 깊다.
2. 입체 착시
'입체 착시(Three-dimensional illusion)'는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거나, 거울에 비치면 다른 형태로 보이는 불가사의한 작품들이다. '입체 착시'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뇌가 깊이를 판단하는 메커니즘을 이용한다. 우리는 눈에 들어온 빛을 망막에서 화상으로 포착한다. 이 시점에서 3차원의 외부로부터 온 정보는 2차원 화상이 되고, 깊이 정보는 사라진다. 그것을 망막에서 받아들인 뇌는 2차원 화상을 바탕으로 외부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다. 예를 들어 작게 보이는 것은 먼 곳에 있다든지, 그림자 모양으로 요철을 확인하는 등의 해석에 입각해 깊이를 판단하려고 한다. 이 기능은 자동으로 작동한다.
단, 어떤 2차원 화상과 모순 없는 3차원 상황도 무수히 많다. 그래서 뇌는 많은 가능성에서 가장 그럴듯한 후보를 골라 외부 상황을 판단한다. 이것은 오랜 진화 과정에서 인간의 뇌가 몸에 익힌 프로세스이다. 반드시 올바른 해석을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경우는 대체로 타당한 판단에 이른다. 이 메커니즘을 반대로 이용해 '3차원 착시'를 만들 수 있다. 망막에 비치는 2차원 화상과 모순되지 않지만, 뇌의 해석과는 다른 3차원 입체를 설계함으로써 우리에게 보이는 것과 현실의 입체가 다른 상태를 만들 수 있다.
아래의 그림은 입체 착시에서 이용되는 인간의 시각 메커니즘을 그린 그림이다. 우리가 물체를 볼 때 '망막에 비친 2차원 화상'을 바탕으로 여러 가지 단서를 통해 뇌가 깊이를 판단함으로써 3차원 상황을 파악한다. 망막의 화상과 모순되지 않는 후보는 무수히 많지만, 그중에서 뇌가 그럴듯한 것을 고른다. 그러나 망막에 비친 화상과 모순되지 않는 입체는 그 밖에도 무수히 많다. 따라서 그 입체가 전혀 다른 형태로 보일 수 있다.
2-1. 수학적 계산으로 착시를 설계한다.
실제로 입체 착시를 제작하는 순서는 다음과 같다. 먼저 만들고자 하는 작품을 어떤 방향에서 볼까의 시점을 정하면, 그 시점에서 봤을 때의 2차원 도형을 작성한다. 다음으로 수학적인 계산을 통해 그 평면 도형과 모순되지 않는 3차원 도형을 구한다. 후보는 무수히 많으므로 거기서 작품의 아이디어에 맞는 것을 골라 실제로 입체 모형을 작성한다. 수작업으로 만들기는 어려우므로, 계산으로 유도해 낸 공간 도형의 수식을 바탕으로 해서 3D 프린터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뇌가 2차원 화상으로부터 3차원 상황을 해석하는 프로세스에 일정한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인간의 뇌는 본 것이나 직각이나 평면이라고 해석하기 쉬운 성질이 있다. 즉, 망막에 비친 2차원 화상을 뇌가 해석할 때, 이 부분은 현실에서는 직각이 되어 있을 것이라고 믿기 쉽다. 그래서 실제로는 그 부분이 직각이 아닌 입체를 만듦으로써 뇌를 속일 수 있다. 따라서 믿게 하고 싶은 입체로서 직각이나 평면, 그들을 포함하는 직사각형이나 직육면체가 많은 입체를 사용하면 착시를 일으키기가 더 쉽다고 할 수 있다.
3. '착시'를 연구하는 이유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건축과 회화에 '착시(Optical illusion)'를 이용했다. 건물을 보다 높게 보이게 하거나, 그림 속에서 불길이 타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착시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19세기 중반이었다. 가장 유명한 착시의 하나인 '뮐러-리어(Muller Lyer)' 착시 등 수많은 착시 도형이 발견되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같아야 할 선의 길이나 구슬의 크기, 구부러진 도형의 길이가 달라 보이거나, 실제로는 동심원인데 소용돌이처럼 보이는 착각을 통틀어 '형태 착시' 또는 '크기 착시'라고 한다. '형태 착시' 또는 '크기 착시'에 이어 발전한 것이 '밝기와 색의 착시'이다. 없어야 할 것이 보이는 착시나 반대로 있어야 할 것이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는 착시도 있다. '움직이는 착시' 그룹은 오락성이 강한 착시이다. 또 안내판 등에 착시가 응용되는 경우도 있다.
착시의 정의와 분류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지금까지 열거한 착시 도형만을 착시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눈속임 그림'과 '잔상', '신기루' 등 다양한 현상을 모두 포함해 착시라고 하는 경우도 있다.
3-1.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는 '착시' 연구
착시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주로 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졌다. 그중에서도 지각 심리학 분야는 '착시', 그리고 '착각 연구'와 관련이 깊다. 지각이란 눈, 귀, 코 등의 감각 기관을 통해 외부 정보를 파악하는 것이며, 그 정보를 처리·해석하는 것이 뇌의 역할이다. 사물의 성질을 조사할 때는, 사물을 아주 저온이나 무중력 상태 같은 극한 상태에 두면 그 성질을 알기 쉬운 경우가 있다. 시각에서의 극한 상태란 착시 도형을 보여주는 것이다. 착시 도형을 보면 실제와는 달라 보이지만, 그때 눈과 뇌의 기능 일부가 강조되기 때문에, 뇌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기 쉬워진다. 착시를 사용해, 감각 기관과 뇌의 작동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
현재는 '심리학(Psychology)' 이외에 '신경학(Neurology)', '인지과학(Cognitive Science)', '수학(Math)' 분야에서도 착시가 연구 대상이 되고 있다. '수학과 착시가 무슨 관련이 있을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컨대 '변신 입체 작품'은 수학 없이는 실현할 수 없다.
3-2. 착시로 뇌의 원리를 이해한다.
'입체 착시'와 '입체시', '공간시'가 보이는 원리에는 '깊이(Depth)'가 관여하고 있다. 한편, 많은 연구 성과가 계속 발표되고 있지만, 형태의 착시와 밝기나 색의 착시가 보이는 원리는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착시 도형을 고안해 그것을 보는 방법을 연구하는 한편, 최근에는 '기능적 자지 공명 영상(fMRI)'를 이용해 뇌의 활동을 연구하거나 수학을 이용해 새로운 착시 도형을 만드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또 눈과 뇌의 기능을 살피기 위해 선천적으로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과 협력해, 시력을 회복하는 수술을 받은 직후에 착시 도형이 보이는지를 조사한 연구도 있다. 이런 연구를 통해 사물을 볼 때 눈과 뇌의 어떤 부분이 사용되고 작동하는지 밝힐 수 있다. 이처럼 착시는 신기하고 재미있을 뿐만 아니라, 뇌의 작용을 이해하는 실험 수단이기도 하다.
4. '평면 착시' 작품
4-1. 지구의 크기는?
- 착시: '에빙하우스 착시(Ebbinhaus illusion)' 또는 '티치너 착시(Titchener illusion)'
작은 달에 둘러싸인 지구는 큰 달에 둘러싸인 지구보다 커 보인다. 그렇지만 실제로는 지구의 크기는 왼쪽과 오른쪽이 같다. 이것을 '에빙하우스 착시(Ebbinhaus)' 또는 '티치너 착시(Titchener illusion)'라고 부른다. 가운데에 놓인 구슬은 주위에 놓인 구슬과 크기 차이가 비교되기 때문에 이런 착시가 일어난다고 생각된다.
4-2. 소용돌이? 사실은 동심원
- 착시: 프레이저의 소용돌이 착시
갈색과 흰색이 섞인 긴 '노끈'이 소용돌이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동심원(Concentric Circle)'이다. 결국 크기가 다른 원을 중심을 겹쳐 놓았을 뿐이다. 노끈을 손가락으로 따라가 보면 소용돌이가 아니라 동심원임을 알 수 있다. 이것은 1908년에 '제임스 프레이저(James Fraser, 1863~1936)'가 발표한 '프레이저의 소용돌이의 착시'에 색을 입힌 것이다.
4-3. 어떤 레일이 가장 길까?
- 착시: 자스트로 착시(Jastrow Illusion)
나무 레일의 길이는 같지만, 이래의 나무 레일이 더 길어 보인다. 이것은 '자스트로 착시(Jastrow Illusion)'이다. 레일이 접하는 두 변의 길이를 비교하기 때문에 착시가 일어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주변에 있는 물건으로도 손쉽게 실험할 수 있다.
4-4. 수평 구분선이 기울어져 보인다.
- 착시: 카페 벽 착시
검정색과 흰색 블럭을 교대오 엇갈려 쌓은 벽의 구분선이 기울어져 보인다. 그러나 실제로는 구분선은 아무리 연장해도 서로 만나지 않는, 서로 평행한 상태이다. 그런데 착시로 인해 평행하지 않고 기울어져 보인다.
4-5. UFO의 호버링
- 작품 이름: UFO의 호버링 (2020)
- 착시: 헤르만 격자 착시(Hermann Grid Illusion)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중앙에 있는 UFO가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선을 상하좌우로 움직이면 착시가 더 강해질 것이다. 이것은 심리학자 '바인조 핀나(Baingio Pinna)'와 '로타어 슈필만(Lothar Spillmann)'이 발견한 '부유 착시'를 응용한 작품이다. 확실한 선으로 그린 UFO와 흐릿한 배경을 뇌에서 처리하는 속도가 달라 움직임이 어긋나 보인다고 생각된다. 또 UFO를 구성하는 정사각형의 각 주위에서 어렴풋하게 원이 보였다 사라졌다 하는 것은 '헤르만 격자 착시(Hermann Grid Illusion)'로 19세기부터 알려져 있다.
4-7. 색깔 변신의 기술
- 작품 이름: 색깔 변신의 기술 (2015)
- 착시: 뭉커 착시(Munker illusion)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카멜레온의 몸은 온몸이 같은 색으로 덮여있지만, 상반신은 황록색, 하반신은 청록색으로 보인다. 인간의 시각이 어떤 부분의 색에 주목할 때, 그 색은 배경의 색으로부터 멀어지고 씌워져 있는 격자의 색에 가까워 보인다. 이 '뭉커 착시(Munker optical illusion)'는 1970년에 발견되었다. 주목한 색이 씌워져 있는 색에 가까워 보이는 시각효과는 우리 주위에서도 관찰된다. 예를 들어 슈퍼마켓에서 파는 밀감은 산뜻한 주황색, 피망 등의 채소는 산뜻한 초록색 망에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상품의 색깔을 보다 선명하게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4-8. 2장의 판을 비교해 보면?
- 작품 이름: '보 로토(Beau Lotto)'의 칸막이 (2020)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 착시: 밝기 대비(색 대비)
좌우의 판에서 넓은 평면을 비교하면 왼쪽 판이 어두운 회색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2장 모두 같은 회색이다. 가운데 부분을 잠시 가리고 보면, 좌우의 판이 같은 색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아래의 색이 달라보이는 그림에서는 지면에 그려진 그림자에 의해 왼쪽 방향으로부터 빛이 들어오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오른쪽 평면은 밑이 비치지 않기 때문에 실제로는 겉보기보다 더 선명한 색일 것'이라고 뇌가 멋대로 색깔을 보정하여 착시가 일어난다고 생각된다. 이러한 보정은 뇌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을 알아도 착시를 피하기 어렵다.
4-9. 각 면 정중앙의 타일은 모두 같은 색!
- 착시: 밝기 대비(색 대비)
큐브 윗면 정중앙에 있는 타일은 어두운 갈색으로 보이고, 앞쪽 측면 정중앙에 있는 타일은 밝은 주황색으로 보인다. 그러나 사실은 주황색이 아니라 이것 역시 어두운 갈색이다. 이것은 '밝기의 대비(색의 대비)'라는 효과에 의한 것이다. 어두운 곳에 있는 것의 '원래 색'을 뇌가 인지하려고 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로 생각된다.
4-10. 크게 물결치는 큰 바다
- 작품 이름: 대해원(大海原) (2017)
- 착시: 오우치 착시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그림을 바라보면, 큰 바다가 끝없이 파도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은 '오우치 착시'라는 현상으로 시선을 움직이면 움직이는 효과가 더 강해진다. 그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다. 시선을 움직이면 망막에 비치는 화상도 변화한다. 의식적으로 시선을 움직이지 않아도 우리 눈은 언제나 미묘하게 조금씩 움직인다. 한편, 뇌에서 움직임을 포착하는 '신경 세포(Neuron)'는 각각 좁은 범위를 맡고 있기 때문에 그 범위에서 줄무늬에 대해 수직의 움직임은 검출할 수 있지만, 평행의 움직임은 검출할 수 없다. 이 그림에는 서로 다른 여러 줄무늬가 그려져 있으며, 뇌가 검출할 수 있는 움직임과 검출할 수 없는 움직임이 섞여 있어서 큰 바다가 파도치는 것처럼 보인다고 생각된다.
4-11. UFO의 라인 댄스
- 착시: 오우치 착시의 응용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그림은 '멈춰 있는 그림이 움직이듯이 보이는 착시'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오우치 착시'를 응용한 작품이다. UFO가 흔들흔들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4-12. 실제로는 없는 짧은 선이 보인다.
- 착시: '여분의 단선' 착시
- 작가: 다카오 사키(高尾沙希)
아래의 그림은 일본의 대회인 '2020년 제12회 착시·착청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와세다 대학교(Waseda University)'의 '다카오 사키(高尾沙希)' 연구원의 작품 '여분의 단선'이다. 흰 선을 차례대로 나열하면 실제로는 없는 짧은 선이 보이는 착시이다. '다카오 사키' 연구원에 따르면, 인간의 시각 영역에는 선의 끝점을 검출하는 세포가 있어서, 이 그림처럼 많은 끝점이 근접해 늘어선 경우, 뇌가 혼란을 일으켜 착시가 일어난다고 한다.
5. '입체 착시' 작품
5-1. 공이 떨어지지 않는 지붕
- 작품 이름: 반중력 2면 지붕 (2010)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사진에서는 지붕 꼭대기에 2개의 공이 정지한 것처럼 보인다. 왜 공이 굴러떨어지지 않는 것일까? 그 까닭을 보여 주는 것이 반대쪽에서 촬영한 아래의 오른쪽 사진이다. 실은 이 모형은 삼각 지붕이 아니다. 지붕에서 가장 높게 보이는 꼭대기 부분이 움푹 패여 있으니 공이 굴러떨어지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지붕이 2장의 직사각형으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보면 평행사변형에 가까운 일그러진 2개의 도형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뇌는 사각형 비슷한 것을 보면 각이 직각으로 된 정사각형 또는 직사각형이라 생각해 버리는 성질이 있음을 이용했다.
5-2. 지나가지 못할 막대
- 작품 이름: 매직 프레임 (2008)
- 착시: 불가능 모션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내부가 비어 있는 정육면체를 빨간색 막대가 뚫고 나간 것처럼 보이지만, 생각해 보면 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것은 '스기하라' 박사가 고안한 '불가능 모션'이라는 입체 착시를 이용한 작품이다. 실은 이 모형은 정육면체가 아니라, 막대가 끼워져 있는 부분의 꼭짓점이 패여 있나 나아가 각은 직각이 아니고, 따라 전체적으로 삐뚤어진 입체이다. 그러나 뇌는 임체의 가장자리가 직각이라고 해석하기 쉬운 경향이 있으므로, 사진을 보는 한 정육면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5-3. 거울에 비치면 형태가 바뀐다.
- 작품 이름: 뒤얽힌 3개 원의 변신 (2021)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왼쪽 사진을 보면 거울 앞의 입체 모형은 3개의 원통이 서로 엇갈려 맞물려 있는데 비해, 거울에 비친 상에는 4개의 원통이 독립해 있다. 오른쪽 사진에서도 거울 앞에 있는 것은 왼쪽 사진의 거울 앞 입체 모형과 같지만, 거울 안에서는 3개의 원통이 작은 것부터 차곡차곡 겹쳐 있다. 이 작품들도 수학적 계산에 의해 설계되었다.
왼쪽 사진을 예로 들어보자. 먼저 어떤 시점에서 3개의 원이 교차한 도형으로 보일 공간 곡선을 수식으로 나타낸다. 해는 무한하다. 다음에 다른 시점에서 4개의 원이 각각 늘어선 도형으로 보일 공간 곡선의 수식을 유도한다. 역시 해는 무한하다. 그리고 두 수식을 연립해 해를 구하면 하나의 공간 곡선이 얻어지는데, 거기에 높이를 주어 원통으로 만들면 된다. 오른쪽 사진도 같은 방법으로 설계할 수 있다.
5-4. 고양이는 어디로 향하나?
- 작품 이름: 어디로 향하려는 것일까?(고양이) (2023)
- 착시: 회전 병진 혼합 입체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직각으로 놓인 2장의 거울 앞에 있는 고양이는 오른쪽을 향해 걷고 있는데, 측면의 거울에 비친 고양이는 왼쪽을 향하고 있다. 정면의 거울 속에 있는 고양이는 어쩐 일인지 이쪽으로 엉덩이를 향하고 있다. 물체의 운동은 크게 '병진 운동'과 '회전 운동'으로 분류한다. '병진 운동'은 질점계의 모든 질점이 똑같이 변위, 즉 평행 이동하는 운동이고, '회전 운동'은 정점 주위를 원을 그리면서 회전하는 운동이다. 이 착시에는 '회전(측면의 거울에 비치면 걷는 방향이 반대가 된다)'과 '병진(평행 이동하므로 정면 거울에 비쳤는데 걷는 방향이 반대가 되지 않는다)'이 동시에 생기기 때문에, '스기하라' 박사가 '회전 병진 혼합 입체'라고 명명했다.
5-5. 거울 안에서 구멍 형태가 변화한다.
- 작품 이름: 연못 부근 (2021)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큰 사진에는 거울 앞에 놓인 판에는 물고기와 미꾸라지 모양의 구멍이 있는데 거울에서는 2마리의 나비가 되어 있다. 오른쪽의 작은 사진은 다른 각도에서 찍은 실제 사진인데, 의아한 것은 거울 안과 밖에서 구멍의 수도 다르다는 것이다. 실은 위 사진의 앞쪽 판에 묘사된 미꾸라지의 머리는 거울 속 왼쪽 나비의 몸통과 오른쪽 아래 날개 밑동과 대응한다. 앞쪽의 왼쪽 위 물고기는 거울 속에 보이는 왼쪽 나비의 몸통과 왼쪽 아래의 날개 밑동이다. 포인트는 이 판이 평면이 아니라 파도치듯이 휘어져있다는 것이다. 판의 각 부분이 높이가 다르기 때문에, 절묘한 각도에 시점을 두면 구멍 하나의 가장자리끼리 부분적으로 겹쳐 구멍 2개로 보인다. 판을 보면 평면이라고 해석하기 쉬운 뇌의 성질을 이용했다.
5-6. 아버지와 아들? 어머니와 딸? 부모와 자식의 변신
- 작품 이름: 가족 4명 (2022)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2장의 사진은 부모와 자식 2명을 나타낸 입체 모형이지만, 거울에 비친 것이 아니라 다른 각도에서 촬영한 것이다. 이처럼 다른 시점에서 보면 다른 형태로 보이는 입체 착시는 '연립 방정식의 해'를 구함으로써 설계할 수 있다. 단, 모든 착시를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연립 방정식에 해가 존재해야만 한다. 물론 완성된 모형은 특정한 두 시점에서 의미 있는 형태로 보이지만, 그 이외의 방향에서 보면 일그러진 입체이다. 이 작품은 3D 프린터로 제작한 것이 아니고, 발포 스티로폼을 잘라 만들었다.
5-7. 거울 앞에서 스치듯 지나가는 제트기
- 작품 이름: 스치듯 지나가는 제트기 (2022)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거울 앞의 제트기는 오른쪽을 향해 날아가고 있는데, 거울 속에서는 왼쪽을 향하고 있다. 앞쪽 제트기의 두 엔진은 거울 속에서 두 주익의 맨 앞에 해당한다. 또 앞쪽 기체 맨 뒤의 꼬리에 있는 돌기는 거울 속 기수의 맨 끝과 대응한다. 이 작품의 비밀 하나는 모형이 곧은 평면이 아니라, 몇몇 부분에서 비틀어져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거울 앞에 있는 기체 좌우의 꼬리 날개에 해당하는 부분은 아래위로 비틀려 있고 거울 속에서는 시선에 대해 평행을 이루고 있어, 이쪽에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여기서도 판을 보면 평면이라고 해석하기 쉬운 뇌의 성질을 이용했다.
5-8. 돌아보지 않는 벌들
- 작품 이름: 돌아보지 않다(2022)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벌 3마리가 거울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거울에 비친 벌들도 거울 밖을 향해야 하는데 안쪽을 향해 나아가는 것처럼 보인다. 이런 입체 착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그 하나는 거울 앞의 입체를 보았을 때의 2차원 윤곽과, 거울 속의 입체를 보았을 때의 2차원 윤곽 사이에서 곡선에 포함된 모든 점이 1대1로 대응해야 한다. 즉, 거울 밖에 존재하지 않는 점을 거울 속에 출현시키거나 거울 속과 밖에서 위치 관계를 바꾸어 넣을 수는 없다. 단, 입체를 비틀거나 겹쳐 보이는 방식을 바꿀 수는 있다. 이 작품은 2022년 일본의 제 106회 '니카(二科)' 미술 전람회 조각 부문에 입선했다.
5-9. 은행잎 모양으로 변하는 입체 착시
- 착시: 변신 타일링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사진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교수의 작품 '변신 타일링' 가운데 하나이다. 직접 보면 마름모꼴의 타일이지만, 거울에 비추면 은행잎 모양으로 보인다.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교수의 변신 타일링 작품 몇 개는 일본 신사에 봉헌되기도 했는데, 신사 불전에 바치던 덧셈 해법을 그린 그림 액자를 대신해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교수가 신사의 의뢰를 받아 제작했다고 한다.
5-10. 지붕의 모양이 전혀 다르다.
- 작품 이름: 변신하는 차고 지붕
- 착시: 변신 입체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사진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교수의 작품 '변신하는 차고 지붕'이다. '2015년 베스트 착시 콘테스트'에서 2위를 차지했다. 직접 보면 차를 덮고 있는 지붕은 둥그스름한데, 거울에 비추면 각이 져 있다. 도저히 같은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는다.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교수는 이 지붕을 만들기 위한 전개도를 웹사이트에 공개했다.
5-11. 거울에 비치면 사라져 버린다.
- 작품 이름: 투명 입체 VH
- 착시: 변신 입체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사진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교수의 작품 '투명 입체 VH'이다. 육각형 틀의 안쪽 아래에 있어야 할 닭이, 거울에 비추면 사라진다. 이처럼 일부가 사라져 보이지 않게 되는 입체 착시를 2015년 경에 발견하고 '투명 입체'라고 불렀다.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박사는 투명 입체의 전개도를 공개했는데, 그 자체는 매우 단순하다.
5-12. 3종류로 보이는 변신 입체
- 작품 이름: 깃발이 서 있는 풍경 1
- 착시: 3방향 변신 입체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변신 입체 중에는 2장의 거울을 사용해 3방향에서 보는 것도 있다. 아래의 작품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교수가 2018년에 발견한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아래의 작품 '깃발이 서 있는 풍경 1'은 '2018년 베스트 착시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차지한 작품이다. 앞에 놓인 것은 그림이 그려진 평면 종이와 그 위에 세워진 깃발이지만, 거울에 비추면 모양이 다른 기발이 서있는 것처럼 보인다.
5-13. 공이 굴러 올라가는 신기한 경사면
- 작품 이름: 반중력 경사면
- 착시: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4방향 미끄럼틀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그림은 4개의 경사면을 4개의 굴러 올라가 가장 높은 곳에서 모이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경사면은 중앙을 향해 내려가 있지만, 기둥의 겉보기 길이와 방향 때문에 마치 올라가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는 두 눈을 사용해 깊이를 이해하기 때문에, 직접 자신의 눈으로 작품을 보면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착시가 약해지는 경우가 많다. 사진을 촬영한 카메라는 '일안(一眼)'이기 때문에, 착시를 보여주는 데는 안성맞춤이다.
5-14. 각뿔이 놓인 곳은 계단의 위일까? 아래일까?
- 작품 이름: 입체판 슈뢰더 계단 도형
- 착시: 무엇이든 빨아들이는 4방향 미끄럼틀
- 작가: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1948~<)
아래의 그림은 '2020년 베스트 착시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한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교수의 작품 '입체판 슈뢰더 계단 도형'이다. 작품을 보면 빨간 각뿔이 계단 가장 아래 단에 놓여 있다. 그런데 거울에 비추면 어찌 된 일인지 맨 위 계단에 있다. 이것은 독일의 자연 과학자 '하인리히 슈뢰더(1810~1885)'가 1858년에 발표한 '슈뢰더의 계단(Schroder's Staircase)'을 입체 착시로 바꾼 것이다. '스기하라 고키치(スギハラ)' 교수에 따르면, 이 작품에서 각뿔과 계단 옆의 벽은 입체물이지만, 계단은 종이에 그려진 그림이라는 점 이 포인트라고 한다. 계단을 올라가는 것인지 내려가는 것인지 결정하는 것은 모두 뇌의 작용이며 착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