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Science)/생명 과학 (Life Science)

저탄수화물 다이어트(Low-Carb Diets)

SURPRISER - Tistory 2023. 5. 9. 19:50

 1990년대 말에 비만의 원인이 과식이 아니라 설탕이나 전분 같은 탄수화물이라는 생각이 널리 퍼지면서,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유행하기 시작했다. '엣킨스 박사의 다이어트 혁명(Dr. Atkins' New Diet Revolution)', '단백질의 힘(Protein Power)', '다이어트 로드맵(Enter the Zone)', '설탕을 버려라(Sugarbusters)', '원시인처럼 먹어라(Neanderthin)'는 모두 저탄수화물에 대한 책이다. 이들 책에서 소개되는 다이어트 방식은 서로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총 칼로리 섭취량은 줄이지 않고 탄수화물만 극도로 제한하여 체지방을 감소시키는 방식을 따른다.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면 인슐린 농도가 변하면서, 자연히 체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0. 목차

  1. 동물은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가?
  2. 탄수화물이 결핍되면,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3. 인슐린과 지방대사 과정
  4. GFA 순환 메커니즘
  5. 만성적인 탄수화물 결핍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6. 저탄수화물 식단을 지지하는 연구들
  7. 저탄수화물 식단의 효능은 검증될 수 있는가?

1. 동물은 어떻게 에너지를 얻는가?

 동물은 기본적으로 '해당 과정(Glycolysis)', '피루브산의 산화(Pyruvate Oxidation)', 'TCA 회로(TCA Cycle)',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 과정을 거쳐 에너지를 얻는다.

  1. 해당 과정(Glycolysis): 우리 몸에서 탄수화물은 '해당 경로(Glycolytic Pathway)'를 거쳐 소화된다. 먼저 '포도당(Glucose)' 한 분자는 '해당 과정(Glycolysis)'를 통해 '피루브산(Pyruvate)' 두 분자로 분해된다. 그리고 '피루브산'은 유산소 과정 혹은 무산소 과정을 거쳐 더 작은 분자로 분해된다. '유산소성 대사 과정(느린 해당 과정)'을 거치는 피루브산은 '아세틸 CoA(Acetyl Coenzyme A)'라는 분자로 바뀌며, 곧바로 'TCA 회로(TCA Cycle)'로 투입된다. '무산소성 대사 과정(빠른 해당 과정)'에서는 '아세틸 CoA'가 '젖산(Lactic Acid)'으로 전환되며 TCA 회로로 직접 투입되지 않는다. 빠른 과정이든 느린 과정이든, 해당 과정은 포유동물이 고강도의 운동을 할 수 있게 해준다. 해당 과정이 일어나는 동안 지방 대사 과정은 속도가 느려진다. 탄수화물 결핍이나 대사성 장애로 억제되면 지방대사를 통해 주요 에너지를 생산한다. 그러나 이때의 활동 강도는 각 개인의 'VO2max'의 50~60% 이상을 유지하기 어렵다. 'VO2max는 '최대 산소 섭취량(개인이 일정 시간 동안 소비할 수 있는 산소량)'을 말하는 것으로, 개인의 적정 운동량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중요한 생리학적 수치다.
  2. 피루브산의 산화(Pyruvate Oxidation): '피루브산의 산화(Pyruvate Oxidation)'는 '미토콘드리아'의 '기질(Matrix)'에서 '피루브산'이 '아세틸 CoA'로 산화되는 과정이다. 이 과정에서 '조효소 A(CoA)'가 결합하고 NAD+는 NADH로 환원되고 피루브산으로부터 '이산화탄소(CO2)'가 방출되는 '탈탄산 반응(Decarboxylation)'이 일어난다.
  3. TCA 회로(TCA Cycle): 'TCA 회로(TCA Cycle)'는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와 함께 우리 몸에서 '아데노신 3인산(ATP)'를 생성하는 주요 경로 중 하나다. ATP는 신체가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Energy)'를 가진 중요한 물질이다. '미토콘드리아'에서는 TCA 회로를 통해 '아세틸 CoA'가 '옥살아세트산(Oxaloacetate)'과 결합해서 '시트르산(Sitrate)'를 생성하며, '시르트산'은 ATP 처럼 에너지를 가진 분자인 '구아노신 3인산(GTP)' 한 분자와 '니코틴아마이드아데닌 디뉴클레오타이드(NADH)' 세 분자, '플라빈아데닌디뉴클레오타이드(FADH2)' 한 분자를 생성한다. NADH와 FADH2는 전자 운반자로서, '전자전달계(Electron Transport Chain)'에서 ATP를 각각 세 분자와 두 분자씩 생성할 수 있다.
  4.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란 미토 콘드리아 내막의 '전자 전달계(Elctron Transport)'와 'ATP 합성 효소'에 의해 일어나는 ATP 합성 과정이다.다.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 과정에서는 NADH 혹은 FADH2에서 '전자(Electron)'를 받아들인 후, 산소를 소비하는 일련의 경로를 거쳐서 '아데노신 2인산(ADP)'을 '아데노신 3인산(ATP)'로 전환시킨다.

 이것이 동물이 에너지를 얻는 가장 기본적인 과정이다. 탄수화물 결핍은 기본적으로 'TCA 회로(TCA Cycle)'나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 어느 쪽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지방이 분해될 때도 '아세틸 CoA'가 생성되어 'TCA 회로'로 유입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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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탄수화물이 결핍되면,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한다.

 '유리지방산(FFAs: Free Fatty Acid)'는 '미토콘드리아(Mitochondria)'에서 '베타 산화 회로(β oxidation Cycle)'를 거쳐 탄소 분자로 분해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이 회로의 생성물도 '아세틸 CoA'로, '베타 산화(β oxidation)'가 끝난 후 'TCA 회로(TCA Cycle)'로 투입된다. '베타 산화'의 속도결정단계는 마지막 단계다. 이때 '알파케토티올라아제(알파-Ketothiolase)'가 촉매로 작용하는데, 여기서 '아세틸 CoA'는 이 효소의 '저해제(Inhibitor)'로 작용한다. 여기서 우리는 탄수화물 함량이 높은 식사를 하면 '해당 과정'을 통해 '아세틸 CoA가 고갈되면 지방 대사 과정이 촉진될 것도 예상할 수 있다.

 '조직(Tissue)'이 다르면 의존하는 대사 과정도 다르다. '심장'과 '간'은 주로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하고, '뇌'와 '적혈구'는 거의 전적으로 '해당과정'에 의존한다. 탄수화물이 결핍되면 지방 대사 과정이 주요 에너지 대사 과정이 되고, 해당 과정이 극도록 억제되면 뇌와 적혈구는 부적절한 연료를 공급받을 위험성이 높아진다. 다행히 포유류는 '케톤체(Ketone Body)'를 이용하는 간접적인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으므로, 포도당을 주 연료로 사용하는 조직에서도 지방을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다. 케톤체는 특정 조건에서 간과 신장에서 생성될 수 있다.

 주변 조직의 요구에 따라 '베타 산화'가 과잉으로 일어나면, '지방'은 '아세틸 CoA'로 전환되고 간에서 여분의 '아세틸 CoA'를 '케톤체(Ketone Bodies)'로 바꾼다. 이때 생성되는 케톤체는 주로 '아세토아세트산(Acetoacetate)', 'β-히드록시부틸산(β-hydroxybutyrate)', 그리고 소량의 '아세톤(Acetone)'이다. 굶주리거나 탄수화물 결핍이 지속되면, 체내의 케톤체 농도가 높아져 '혈액-뇌 장벽(BBB: Blood-brain Barrier)'을 통과하게 되고, 이후 여러 반응을 거쳐 최종적으로 '아세틸 CoA' 두 분자를 생성한다. 이들은 다시 'TCA 회로'로 유입된다. '아세틸 CoA'는 'TCA 회로'와 '산화적 인산화(Oxidative phosphorylation)' 과정을 거쳐 12분자의 ATP를 생성한다.

 혈중 케톤 농도가 증가하는 증상을 '케톤증(Ketosis)'라고 한다. 당뇨병을 방치해두거나 탄수화물 대사에 장애가 있어 탄수화물이 결핍되면 케톤증이 유발된다. 케톤증은 혈액의 pH를 바꿀 수 있다. '케토산증(Ketoacidosis)'은 케톤 농도가 증가하면서 혈액의 pH가 생명을 위협할 만큼 낮아지는 증상이다. 케톤증이 몇 가지 건강상의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긴 하지만, 포유류가 기근의 시기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케톤'을 만들어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가진 덕분이었다.

케톤체(Ketone Body)

3. 인슐린과 지방대사 과정

 '인슐린(Insulin)'은 '포도당(Glucose)'을 혈액에서 세포로 이동시키는 호르몬이다. 건강한 사람이 탄수화물을 섭취하면 '인슐린' 농도가 증가하는데, 이는 혈중 포도당 농도가 증가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슐린' 농도가 높아지면 세포에서 혈액으로 '유리지방산(FFAs)'을 이동시키는 '호르몬 감수성 리파아제(HSL: Hormone-Sensitive Lipase)'의 활성이 저해된다. 이 효소의 활성이 저해되어 지방 산화가 억제되었을 때, 만약 소비된 에너지가 생산된 에너지보다 적으면 지방 저장량이 증가한다.

 유명한 다이어트 책 저자 대부분은 혈당이 증가하거나 인슐린을 과잉생산하는 대사 장애 때문에 비만이 생기며, 이로 인해 '심혈관계 질환', '고혈압',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병'이 유발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주장은 '인슐린 저항성(Insulin Resistance)'이 나타났을 경우에만 맞는 말이다. '인슐린 저항성'은 골격근에서 포도당 대사가 감소할 때 나타나는 증상으로, 비만과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

 '존 시벤파이어(John Sievenpiper)' 연구팀에 따르면,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법 저자들의 주장과는 달리 '고섬유질', '고탄수화물', '저지방 다이어트식'을 하는 것과 동시에 전문 건강상담사의 지도에 따라 규칙적으로 운동을 하면 '인율린 비의존성 당뇨병'의 발병 위험을 40%p 이상 감소시킬 수 있다. 포화지방 함량이 높고 탄수화물이 적은 식단이 '저밀도지질단백질(LDL: Low Density Lipoprotein)'이나 나쁜 콜레스테롤 농도의 증가에 영향을 주어 심혈관계질병 및 고혈압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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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GFA 순환 메커니즘

 1963년 '필립 랜들(Philip John Randle, 1926~2006)' 연구팀은 'GFA 순환 메커니즘(GFA Circulation Mechanism)'을 제시했다. 여기서 GFA는 '포도당-지방산(Glucose-Fatty Acid)'을 말한다. 이 메커니즘은 원래 동물의 혈장의 포도당 농도를 유지하는 방법을 설명하기 위한 것이었지만, 이후에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법의 이론적 토대로 사용되었다.

 '필립 랜들(Philip John Randle)'은 '지방산(Fatty Acid)' 농도가 증가하면, 지방산의 세포 내 유입과 산화작용이 촉진되어, '포도당의 세포 내 유입'과 '해당 과정(Glycolysis)'이 저해될 것이라고 가정했다. 따라서 탄수화물 결핍으로 '지방산'의 농도가 증가하면, 지방의 산화작용도 비슷한 정도로 활발해질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 반면 탄수화물의 흡수량이 증가하면 인슐린 농도가 증가하고, 그에 따라 지방 산화 속도는 감소한다. 이 순환 메커니즘에 따르면, 주로 지방을 이용해 대사 작용이 일어난다면, 에너지 소비가 증가하지 않아도 산화작용으로 증가할 수 있다. 결국 총 섭취 열량에 관계없이 체중 감소가 일어날 수 있다. '필립 랜들' 연구팀의 'GFA 순환 메커니즘'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친다.

  1. 조직 수준에서의 순환 과정: 근육과 지방 조직의 '글리세리드(Glycerid)'는 '지방산(Fatty Acid)'과 '글리세롤(Glycerol)'로 분해된다. 이를 '지방분해(Lipolysis)'라고 한다. '지방산'과 '글리세롤'은 포도당으로부터 형성된 '글리세롤 인산(Glycerolphosphate)'와 '에스터화 반응(Esterification)'을 거쳐 다시 '글리세리드'로 합성될 수 있지만, '세포외액(Extracellular Fluid)'으로 방출된 글리세롤과는 반응하지 않는다.
  2. 혈액 수준에서의 순환 과정: 지방 조직에 포도당이 흡수되면, 혈액을 통해 지방 조직에서 근육으로 전달되는 '지방산'의 흐름이 저해된다. 또한 '지방산'이나 '케톤체'의 산화작용이 활발해지면 근육에 포도당이 흡수되는 작용이 억제된다.

 'GFA 순환'은 호르몬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원시적인 메커니즘으로, 간헐적으로 식사를 하는 동물의 혈장 포도당 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데 기여한다. '인슐린(Insulin)'은 GFA 회로를 조절하여, 근육과 지방 조직에서의 '포도당 흡수'나 '에스터화 반응'을 촉진하고, 지방 조직의 지방산 방출을 억제한다.

조직 수준에서의 포도당-지방산 순환 메커니즘

4-1. 휴식을 취하는 사람의 골격근에서도 GFA 순환이 일어나는가?

 GFA 순환은 한 종류의 에너지원 농도가 지나치게 높을 때, 다른 에너지의 대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할 수 있는 중요한 개념이다. 그러나 휴식을 취하는 사람의 골격근에서도 GFA 순환이 일어나는지는 불분명하다. 쥐의 골격근을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지방산'이나 '팔미트산염(Palmitate)', '혈중 케톤 농도'가 증가해도 포도당 흡수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이와 반대로 관류액에 지방산의 하나인 '올레산염(Olate)'를 주입하면, 근수축이 일어나는 동안 포도당 흡수가 억제된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하그리브스(Hargreaves)' 연구팀은 한 시간 동안 무릎 신전 운동'을 최대 강도의 80% 수준으로 실시했을 때 야기되는 생리학적 변화를 관찰했다. 그 결과, 운동 전후에 '근육의 유리지방산 흡수나 산화', '포도당 6인산의 농도', '근육의 시트르산염 방출'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실험 대상자들에게 20% '트리글리세리드(Triglyceride)' 현탁액과 해파린을 주입한 후 무릎 신전 운동을 반복하며, 지방산의 생리학적 수치가 증가하며 그와 함께 휴식을 취하거나 운동을 하는 동안 고농도의 포도당 흡수가 억제되는 경향을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연구팀은 이 결과의 원인은 'GFA 순환' 때문이 아니라, 지방산 자체가 직접적으로 포도당 흡수를 억제하기 때문이라고 결론 내렸다.

 'GFA 순환'에 의해 지방산 농도가 증가하면 포도당 흡수가 억제되고, 혈중 포도당 농도가 증가하면 지방산 농도가 낮아진다는 것은 그럴듯한 이야기다. 그러나 '유리지방산'의 농도 변화와 그것이 지방 산화작용과 포도당 대사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기저에서 작용하는 여러 대사 메커니즘에 대해 아직은 모르는 부분이 많다. 'GFA 순환 메커니즘'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긴 하지만, 실험으로 입증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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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만성적인 탄수화물 결핍으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

 저탄수화물 식단은 '케톤증(Ketosis)'을 유발하거나 '피로감'을 야기할 수 있다. 시간이 흐르면 신체도 만성적인 케톤증에 적응할 수 있다. 그러나 만성 케톤증은 '산혈증(혈액의 산도가 높아지는 병)'을 유발할 수 있다. 케톤증에 따라 높아진 산도를 낮추기 위해 신체는 '칼슘(Ca)'을 사용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혈액과 소변의 칼슘 농도가 증가하고, '칼륨(K)'이 체외로 배출되며, 다른 전해질 균형도 붕괴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칼륨(K)'은 은 '신경계(Nervous System)'의 기능을 유지하기 위한 중요한 원소로, '활동전위(Action Potential)'를 전달해 뉴런 시냅스 전달을 일으킨다. '칼슘(Ca)' 또한 근육 수축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따라서 이 두 전해질이 교란되면, 골격근 수축 저해가 일어날 수 있으며, '부정맥'이 야기될 수 있다. 또한 혈중 칼슘 농도의 증가는 뼈에서 칼슘이 배출된 결과일 수 있어서, 시간이 지나면 이론적으로는 골다공증이 야기될 수도 있다.

 실제로 의학적으로 처방되는 저탄수화물 식단이 있다. 이를 '케톤체생성성 식단(Ketogenic Diet)'라고 한다. 이 식단의 몇 종류의 발작 치료에 효과적이다. 그런데 이 사실을 근거로 저탄수화물 식단이 안전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케톤체생성성 식단'은 '뇌전증(Epilepsy)'과 같은 신경장애가 있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식단이다. 신체가 '만성적 케톤증'에 적응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이 식단이 정상적인 사람에게는 심각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킬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뇌전증 환자에게 유용한 식단이 비슷한 질병이 없는 정상인에게도 안전하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지금까지 영양 물질의 대사 과정에 대해 살펴보았다. 혈액 중지방산 농도를 높이면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명백해 보인다. 그러나 유명한 저탄수화물 식단 대부분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살을 빼기 위해 총 칼로리 섭취량을 줄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은 여전히 의심스럽다. 저장된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고 해도, 우리 몸은 필수 대사 과정에 필요한 만큼만 지방을 연소한다. 결국, 소비하는 것보다 더 많은 에너지를 섭취하면, 탄수화물을 먹지 않더라도 살이 찔 수밖에 없다. 따라서 단순히 '유리지방산'의 농도를 높이는 것만으로, 서서히 체중을 줄일 수 있다는 주장은 근거가 불충분하다. 저탄수화물 식단 다이어트를 지지하는 연구들을 더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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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저탄수화물 식단을 지지하는 연구들

6-1. '케크위'와 '파와' 연구팀의 연구

 저탄수화물 식단의 효용성의 주장을 사람들의 이론적 근거가 단지 'GFA 순환 메커니즘'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케크위(Kekwick)'과 '파와(Pawan)' 연구팀은 비만 환자 다섯 명에게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을 정상 섭취량만큼 포함하고 있는 200kcal 식단을 제공했다. 매일 2000kcal를 섭취하는 동안, 대상자들의 체중은 그대로 유지되거나 조금 늘어났다. 다음으로 연구팀은 같은 실험 대상자에게 새로운 식단을 제공했다. 총 열량은 하루 2600kcal이지만 탄수화물은 줄이고 단백질과 지방의 함유량은 늘린 식단이었다. 이 기간 동안 5명 중 4명은 섭취 열량이 늘었는데도 체중이 줄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근거로, 총 섭취 열량이 늘어도 탄수화물의 섭취를 줄이면 체중이 눈에 띄게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 결과는 언뜻 보기에 저탄수화물 식단 다이어트를 강력하게 뒷받침하는 연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연구에는 결론의 신빙성을 떨어뜨리는 몇 가지 결함이 있다.

  1. 자료 수치에 대한 통계 분석이 없다: 우선 자료 수치에 대한 통계 분석이 없다. '케크윅'과 '파완'은 고열량·저탄수화물 식단군과 대조군에 대한 실험 결과를 아래의 표와 같이 정리했는데, 이 표만으로는 정확한 통계적 비교를 할 수 없다. 5명의 표본 중 3번의 실험에 모두 참여한 것은 3명뿐이었다. 실험 대상자 2번은 먼저 2000kcal 식단을 실험했고, 이후 하루 2600kcal 식단을, 그 뒤에는 다시 하루 2000kcal 식단 실험에 참여했다. 실험대상자 4번과 5번은 하루 2000kcal와 하루 2600kcal 실험에 각각 한 번씩, 총 두 번의 실험에만 참여했다. 이렇게 일관성 없이 실험해도 하루 2600kcal 식단 대상자와 하루 2000kcal 식단 대상자를 비교하면 통계적으로 비교할 수는 있다. 그러나 관찰 기간이 4일에서 14일로 각각 달라 통계적으로 결과를 비교하기에는 합당하지 않다.
  2. 감량한 지방은 체지방인가?: 저탄수화물 식단으로 가장 큰 변화가 일어난 사람은 14일간 관찰한 대상자로 2.6kg의 체중을 감량했다. 연구팀은 대상자 4명이 감량한 체중의 35~50%는 체수분이라고 추정했는데, 그렇다면 체중 감량에서 체지방이 기인하는 정도는 더 줄어들므로 이들의 주장은 더우 약화된다.
  3. 체중 감량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가: 마지막으로, 가장 오래 관찰한 실험 결과도 체중 감량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지 판단하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다.
번호 일일 섭취 열량 최초 체중 최종 체중 관찰기관 체중 변화
1 2600kcal 94.3kg 93.0kg 6일 -1.3kg
2000kcal 93.0kg 93.7kg 5일 +0.7kg
2600kcal 93.7kg 91.8kg 9일 -1.9kg
2 2000kcal 81.9kg 82.4kg 7일 +0.5kg
2600kcal 82.4kg 80.9kg 8일 -1.5kg
2000kcal 80.9kg 81.1kg 8일 +0.2kg
3 2600kcal 111.9kg 109.3kg 14일 -2.6kg
2000kcal 109.3kg 109.3kg 8일 0kg
2600kcal 109.3kg 107.7kg 8일 -1.6kg
4 2000kcal 111.6kg 111.2kg 8일 -0.4kg
2600kcal 111.2kg 111.3kg 4일 +0.1kg
5 2600kcal 93.5kg 92.5kg 10일 -1.0kg
2600kcal 88.5kg 90.3kg 7일 +1.8kg

6-2. '피니' 연구팀의 연구

 저탄수화물 식단을 지지하는 또 다른 연구로, '피니(Phinney)' 연구팀이 날씬하고 건강한 남자 아홉 명에게 35일간 케톤체 생성성 식단을 제공한 실험이 있다. 연구팀은 처음 일주일 동안 대상자의 체중이 평균 0.7kg 감소했고, 두 번째 주에 0.4kg이 더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그다음 2주 동안 실험 대상자의 체중은 평균 0.6kg 증가했다. '이원분산분석(two-way ANOVA, 二元分散分析)' 결과 체중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피니' 연구팀의 연구 결과는 '케크윅'과 '파완'의 연구 결과가 일치한다. 두 연구 모두 통계적 유의성은 없지만, 실제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체중을 약간 감량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러나 '피니' 연구팀의 결과를 보면, 더 장시간 동안 실험을 진행했을 때 신체가 일단 변화에 적응하면 원래의 체중과 비슷한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두 연구를 종합해 보면, 초기에는 탄수화물 섭취의 제한에 따라 대사과정의 변화가 일어나면서 신체가 적응하는 과정에서 체중이 다소 감소한다. 하지만 일단 변화에 적응하면 체중은 더는 감량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6-3. '케네디' 연구팀의 연구

 영국 '사우샘프턴 대학(University of Southampton)'의 '길리언 케네디(Gillian Kennedy)' 박사 연구팀은 1994~1996년에 성인 1만여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국민 영양섭취 현황조사(CSFII: Continuing Survey of Food Intake by Individuals)' 결과를 토대로 음식 섭취량을 분석하였다. 그 결과, 고탄수화물 저지방 식단을 섭취한 사람에 비해 30% 내외의 에너지를 탄수화물로 섭취하는 '저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하는 사람일수록 '체질량지수(BMI: Body Mass Index)'가 현격하게 높다는 점을 밝혔다. 이런 현상을 고탄수화물 저지방 식단이 대체로 저탄수화물 식단보다 더 적은 에너지를 함유하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연구팀은 이 분석 결과를 토대로,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영양소 성분을 조절하는 것은 체중 감량과 연관성이 없지만, 현재 체중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보다 더 적은 열량을 섭취하면 체중이 줄어들 것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 결론은 많은 증거에 의해 입증되었다.

6-4. '웨스트맨' 연구팀의 연구

 2002년 '에릭 C. 웨스트먼 (Eric C. Westman)' 연구팀은 '미국 의학저널(American Journal of Medicine)'에 저탄수화물 식단의 효능에 대한 장기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그들은 과체중이지만 건강한 지원자 51명을 대상으로 탄수화물을 일에 25g씩 적게 섭취하되 열량은 제한하지 않는 다이어트를 실시한 후 6개월간 그 결과를 추적했다. 80%에 해당하는 41명의 지원자는 연구에 연구에 끝까지 참여했다. 이 연구의 대조군은 실험 대상 자신으로, 실험 전후를 비교해서 통계 분석을 했다. 이는 다기관 무작위 독립 집단 연구만큼 강력한 증거는 아니지만, 과학적으로 충분히 건전한 실헌 방법으로 볼 수 있다. 실험 결과, 피험자들의 체중은 10%p가량 감량되었고, 'LSL 콜레스테롤(나쁜 콜레스테롤)'이 10mg/dl 감소했으며, 'HDL 콜레스테롤(좋은 콜레스테롤)'은 10mg/dl 증가했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극저탄수화물 식단'으로 6개월 동안 실험한 결과 피험자들은 지속적인 체중 감량 상태를 유지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2003년 '보니 J. 브렘(Bonnie J. Brehm)' 연구팀도 건강한 성인 여성을 대상으로 6개월간 실험을 진행하여, 저탄수화물 다이어트가 저지방 다이어트보다 체중 감량에 효과적이며 심혈 관계에도 해로운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했다.

6-5. '폴락' 연구팀의 연구

 2002년 '폴락(Pawlak)' 연구팀은 '혈당지수(GI: Glycemic Index)'가 낮은 식단이 비만 환자에게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정제된 설탕이나 정제된 녹말로 만든 식품은 '혈당지수(GI)'가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내장에서 빠르게 소화되어 즉각적으로 혈당과 인슐린 농도를 상승시킨다. GI 수치가 높은 식품은 인슐린 농도를 높임으로써 포만감을 떨어뜨리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대한 실험적 증거는 많다. 지금 당장 실험해 볼 수도 있다. 식탁 위에 시리얼 한 박스와 우유 한 병을 놔두고 먹기 시작했다. 한 박스를 전부 먹어도 공복감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빠르게 소화되는 탄수화물', 즉 'GI 지수가 높은 식품'은 혈액 내 인슐린 농도를 너무 높게 올리며 계속 공복감을 느끼게 한다.

 이를 입증하기 위해 '벨라스케스-마이어(Velasquez-Mieyer)' 연구팀은 중증 비만 환자 44명에게 인슐린 억제제인 '옥트레오타이드-LAR(octreotide-LAR)' 40mg을 24주 동안 투약했다. 실험 결과, 환자들은 효과적으로 탄수화물에 대한 갈망을 억누르는 동시에, 체중과 총 지방량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6-6. '데나 브라바타' 연구팀의 연구

 2003년, 미국 스탠포드 대학교의 '데나 브라바타(Dena Bravata)' 박사 연구팀은 '미국 의학협회저널(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에서 탄수화물을 '고기', '가금류', '유제품'에 들어 있는 단백질로 대체해도 부작용은 없으며 몸에도 좋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서 '데나 브라바타(Dena Bravata)' 박사는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의 사용을 권장하거나 혹은 반대할 만한 증거는 불충분하다.'고 결론 내렸지만, 저탄수화물 식이요법에 무언가 특별한 것이 있다는 증거는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어떤 다이어트든지 체중이 감량되는 이유는 대개 칼로리 섭취량이 줄었기 때문이라는 것이 '브라바타' 연구팀의 결론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부분 욕구를 참기 어려워하며 공복감을 느끼는 것을 싫어한다. 탄수화물을 다른 영양소로 대체하면 포만감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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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저탄수화물 식단의 효능은 검증될 수 있는가?

7-1. '저탄수화물 식단의 효능'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지금까지 살펴보았듯이 몇몇 이론은 저탄수화물 식단의 효능을 입증하는 근거로 쓰일 수 있다. 그러나 유행 다이어트 책의 저자들은 이런 과학적 이론을 제시하기보다는 전혀 과학적이지 않은 방법을 사용해 자기 식단의 효과를 주장하려는 경우가 있다. 과학적인 태도는 먼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맞는 답을 찾는 것이지만, 자신의 결론에서 시작해서 이를 입증할 증거를 찾으려고 한다. 이러한 태도는 자신의 믿음을 지지하는 증거는 쉽게 수용하고 반대편의 증거는 철저히 무시해버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매우 위험하다. 재현성 있는 과학적 연구가 아니라, '진술 증거'와 '일화적 증거'를 내세워 자신의 주장을 입증하려는 태도는 좋지 않다. 물론 가끔은 그럴듯한 참고 자료나 문헌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곧 그 자료가 부적절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요약하자면 '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지지하는 많은 증거들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저탄수화물 식단의 효능'에 대한 충분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도 사실이다.

7-2. 탄수화물이 아니라 총 열량이 문제다?

 '국제 의학 연보(The International Annals of Medicine)' 2004년 5월 호에서 '린다 스턴(Linda Stern)'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조금 다른 결과가 나왔다. 그들은 저탄수화물 식단과 열량이 조절된 저지방 식단이 환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1년 동안 추적했는데, 두 그룹 간의 체중 감소량은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6개월째의 체중 감소량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저탄수화물 식단 그룹은 처음 6개월간 체중이 감소한 뒤 나머지 6개월 동안 그 체중을 유지한 반면, 저지방 식단 그룹은 체중이 1년에 걸쳐 계속 감소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저탄수화물 식단에 식욕 억제 효과가 있다고 해도 그 효과가 나타나는 기간은 제한적일지도 모른다는 추정을 해볼 수 있다.

 체중 감량의 측면에서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저탄수화 식단을 섭취하면 칼로리 섭취가 줄어들긴 하지만, 장기간에 걸쳐 관찰해 보면 저탄수화물 식단이나 전통적인 식단이나 체중 감량 결과는 비슷하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기적의 다이어트법은 없으며, 체중 감량에서 에너지 균형은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라는 이론을 지지한다. 즉, 유명 다이어트 전문가들은 '저탄수화물 다이어트'를 입증할 수 있는 확실한 증거를 아직 제시하지 못했다. 다만,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가 저탄수화물 식단이 초기의 체중 감량을 가속할 수 있다는 주장을 지지하는 것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