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파 망원경 FAST
'FAST(Five hundred-meter Aperture Spherical radio Telescope)'는 전파를 사용해 천문 관측하는 구경 초대형 망원경이다. FAST는 통칭 '텐옌(天眼)'으로 불리며, 그 뜻은 '하늘의 눈'이라는 뜻이다. FAST는 2020년 1월 11일부터 정식으로 운용되기 시작했으며, 건설 비용은 약 11.5억 위안이 들었다고 한다.
FAST는 반사경의 지름이 무려 500m에 이르러, 먼 우주에서 오는 미약한 전파를 포착할 수 있다. '전파(Radio Wave)'는 전자기파의 일종이다. 전자기파에는 파장이 긴 쪽부터 '전파', '적외선', '가시광선', '자외선', 'X선', '감마선'이 있다. 현대 천문학에서는 눈으로 볼 수 있는 가시광선만이 아니라, 눈으로 볼 수 없는 전자기파를 이용해 활발하게 천체를 관측하고 있다. 또 FAST는 관측하는 방향에 맞추어 반사경의 모양을 바꾸어 가며 관측할 수 있다고 한다.
0. 목차
- 반사경이 클수록 성능이 높아진다.
- 전파 망원경은 대형으로 만들기가 쉽다.
- 반지름 5km 이내에서는 전자기기 등 사용 금지
- 관측하는 방향에 맞추어 반사경을 변형한다.
- FAST의 다양한 임무
- FAST 갤러리
1. 반사경이 클수록 성능이 높아진다.
망원경의 주요 성능으로는 '집광력(Light-Gathering Power)'과 '공간 분해능(Resolution)'이 있다.
- 집광력(Light-Gathering Power): '집광력(Light-Gathering Power)'이란 전자기파를 모으는 능력으로 반사경의 면적이 클수록 높아진다. 집광력이 높을수록 어두운 천체나 멀리 있는 천체를 관측할 수 있다. FAST는 사상 최대의 망원경이므로 집광력도 사상 최고이다.
- 공간 분해능(Resolution): 한편, '공간 분해능'이란 어느 정도 작은 것을 구별하는가를 나타내는 능력으로, 각도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공간 분해능이 0.01°라면, 밤하늘에서 0.01° 떨어져 있는 2개의 별을 서로 다른 별로 구별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일반적으로 '공간 분해능'은 구경이 클수록, 또 관측하는 파장이 짧을수록 향상된다. 전파는 파장이 긴 전자기파이다. 따라서 천체의 세밀한 구조를 조사하기 위해서는, 즉 분해능을 올리기 위해서는 큰 망원경이 필요하다.
망원경이라고 하면, 렌즈를 사용한 '굴절 망원경(Refraction Telescope, 여러 개의 렌즈를 사용하여 만든 망원경)'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그러나 연구자가 사용하는 현대의 망원경은 거울로 빛을 반사시켜 빛을 모으는 '반사 망원경(Reflecting Telescope)'이다. 전파망원경 FAST 이전까지 최대의 반사경을 가진 망원경은 카리브해의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이었다. 그 구경은 305m였다. FAST는 구경이 500m이므로, 기록을 크게 넘어선 셈이다.
FAST의 반사경은 거대한 그릇처럼 구면을 이루며, 그 면적은 25만 m2에 이른다. 이는 축구장 30개 넓이에 해당하는 넓이이다. 반사경의 지름만으로 비교하면, 러시아의 전파 망원경 'RATAN-600(라탄-600)'이 지름 600m로 최대이다. 하지만 이 반사경은 둥근 고리 모양으로 면적은 FAST에 비해 훨씬 작다.
2. 전파 망원경은 대형으로 만들기가 쉽다.
'전파 망원경'은 '가시광선 망원경'보다 거대한 것이 많다. '가시광선 망원경'은 가장 큰 것이 구경 10m 정도로 그 차이는 뚜렷하다. 예컨대 미국 하와이섬의 '마우나 케아 천문대(Mauna Kea Observatories)'에 있는 '스바루 망원경(大型光学赤外線望遠鏡)'의 구경은 8.2m이다. 일반적으로 반사경의 표면 형상의 정밀도는 관측 파장의 10분의 1 정도가 요구된다. 가시광선의 파장은 수백 nm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가시광선 망원경은 대형으로 만들기 어렵다. 반면 '전파 망원경'은 그 표면 형상의 정밀도에 대한 요구가 그리 엄격하지 않기 때문에 대형화하기가 비교적 쉽다.
또 FAST의 망원경은 지름 약 5mm의 구멍이 많이 뚫려 있는 '메시(Mesh, 그물망)' 구조로 되어 있다. 사실은 관측할 파장보다 충분히 작은 크기라면, 구멍이 있어도 전파가 문제없이 반사되어 관측하는 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패널에 있는 많은 구멍은 반사경의 경량화 외에도 바람에 의한 압력을 줄이거나 빗물에 고이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FAST의 반사경은 둘러쳐진 케이블에 장착된 4450장의 패널로 이루어져 있다. 패널은 주로 삼각형이지만, 위치에 따라 모양이 다르다. 패널 1장의 길이는 약 11m, 무게는 400~500km 정도이다. 패널은 가벼운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졌다.
3. 반지름 5km 이내에서는 전자기기 등 사용 금지
현대의 천문학은 '전파'부터 '감마선'까지 다양한 파장의 전자기파로 관측되어 있다. 하지만 지상에서 관측할 수 있는 전자기파는 한정되어 있다. 지상에서 관측할 수 있는 파장은 가시광선과 전파의 일부 정도이다. 그 외의 대부분의 전자기파는 대기에서 흡수되거나 대기 상층에서 반사되어 지상에 도달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러한 파장은 우주에 인공위성 띄워, 이른바 '우주 망원경(Space Telescope)'을 띄워 관측한다. FAST가 관측하는 전파는 파장 4.3~10cm로, 주파수로 말하면 70MHz~3Ghz이다. 이러한 파장 영역에서는 대기 속 수증기에 의한 전파의 감쇠가 아주 적고, 구름이나 강우의 영향도 크지 않다.
한편, FAST의 전파 관측은 휴대전화 등의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전파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휴대전화, 텔레비전, '레이더(Radar)', GPS, '블루투스(Bluetooth)', '와이파이(Wi-Fi)' 등이 FAST가 관측하는 전파와 같은 주파수대에 해당한다. 아쉽게도 이들 인간이 만든 전파는 먼 우주에서 오는 신호에 비해 매우 강력하다. 만일 휴대전화를 달에 가지고 간다면 하늘에서 가장 강한 전파원이 된다. 은하나 별보다 강해진다.
따라서 FAST 주위에서는 전파 사용이 제한된다. 반지름 5000m 이내에서는 휴대전화 기지국이나 관측을 방해하는 전파를 방출할 가능성이 있는 전자 기기의 사용이 금지된다. 도 휘발유 자동차도 가까이 들어올 수 있다. 휘발유 자동차는 점화 장치가 전파를 방춣하기 때문이다. 또 FAST 건설 때문에 그 주변에서 약 1만 명이 집단 이주했다고 한다. FAST는 '구이저우성(贵州省)' '첸난(黔南)' 부이족 먀오족 자치주 '핑탄현(平塘县)'에 있는 지름 약 800m의 천연 분지 안에 건설되었다. 이 '카르스트 지형(석회암이 침식되어 생긴 지형)'의 분지는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주위에서 오는 전파 노이즈를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4. 관측하는 방향에 맞추어 반사경을 변형한다.
FAST의 반사경은 '구면(Spherical Surface)'이다. 그러나 구면은 천문 관측에 최적인 모양이라고 할 수 없다. 구면 반사경으로는 먼 곳에서 오는 전파를 한 점에 모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파를 한 점에 모으기 위해서는 '포물면(Paraboloid)'으로 만들어야 한다. '포물면'이란 포물선을 둥글게 회전시켜 생긴 모양을 말한다. 텔레비전의 위성 방송을 수신하기 위한 '파라볼라 안테나(Parabolic Antenna)'도 포물면을 이룬다.
그리고 FAST는 관측할 때 패널 뒤에 부착된 견인망을 구동 장치를 이용해 신축시킴으로써, 구면 반사경의 일부를 유효 구경 300m의 포물면으로 변형시킨다. 그런 다음 수신 장치를 초점 위치로 이동시켜 관측한다. 구동 장치는 반사경 전체에 2225개가 설치되어 있다. 포물면을 향하는 방향을 방향을 바꿈으로써 하늘의 다른 방향을 관측할 수 있다. 반사경의 모양은 2mm의 정밀도로 조정된다.
이렇게 함으로써 천체를 추적할 수 있는 최신예 거대 반사 망원경을 실현했다. 고정된 포물면의 반사경으로는 특정 방향밖에 관측할 수 없다. 지구는 자전하고 있는 까닭에 관측 대상의 천체를 계속 추적하기 위해서는 항상 포물면을 움직여야 한다. FAST 이전까지 최대의 반사경을 가진 망원경인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Arecibo Radio Telescope)'은 변형할 수 없었다. 따라서 '아레시보 전파 망원경'이 관측할 수 있는 범위는 ±20°로 제한되었다. 반면 FAST는 천정에서 ±40° 범위를 관측할 수 있다.
5. FAST의 다양한 임무
5-1. 초고속으로 자전하는 '펄서'의 수수께끼에 도전한다.
FAST는 다양한 천문 관측에 이용되는데, 그 주요 표적의 하나가 '펄서(Pulsar)'이다. 이미 FAST는 100개 이상의 펄서를 새로 발견했다고 한다. '펄서(Pulsar)'란 '펄스(Pulse)' 모양의 전자기파가 주기적으로 지구에서 관측되는 천체를 말한다. 그 정체는 주로 중성자로 이루어진 '중성자 별(Neutron Star)'이라고 생각된다.
'중성자 별(Neutron Star)'은 무거운 항성이 중심핵의 수축해 생긴 천체이다. 반지름은 10km 정도의 작은 천체이지만, 질량은 태양의 약 1.4배나 되기 때문에 매우 밀도가 높다. 그 밀도는 1cm3당 약 10억 톤이나 된다. 또 1초에 0.1~1000회 속도로 자전하며, 이로 인해 주기적인 '펄스(Pulse)'가 나온다.
우주의 극한 환경이라고 할 수 있는 중성자 별은 그 내부 구조 등 밝혀지지 않은 점도 많아, 천문학자뿐만 아니라 물리학자에게도 매력적인 연구 대상이다. 미약한 전파를 포착할 수 있는 FAST는 '우리은하 바깥에 있는 먼 곳의 펄서'나 '희귀한 형의 펄서(예컨대 블랙홀과 쌍성계를 이루는 펄서)' 등 수많은 펄서를 발견할 것을 기대된다.
5-2. Pulsar Timing Array
주기가 밀리 초인 복수의 '펄서'를 이용해 '중력파'를 검출하는 '펄서 타이밍 어레이(Pulsar Timing Array)'계획도 있다. '중력파(Gravitational Wave)'란 블랙홀이나 중성자별 등의 초고밀도 천체가 충돌할 때 등에 발생하는 파동을 말한다. 공간의 신축이 파동의 형태로 주변에 퍼져 나가는 현상이다. 2015년 9월 미국의 중력파 망원경 'LIGO(라이고)'를 통해 처음 검출되어 세계적으로 커다란 화제가 되었다.
은하의 중심에는 태양의 수억 배에서 수십억 배의 질량을 가진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이 있다. 그런 블랙홀끼리 충돌할 때 중력파가 방출된다. 그 중력파가 우리가 사는 우리 은하를 지나가면, 펄서에서 오는 전파가 지구에 도착하는 시간에 차이가 생긴다. 이 차이를 측정해 중력파를 검출하려는 것이다. 은하의 중심에 있는 '초대질량 블랙홀(Supermassive Black Hole)'끼리 충돌하면서 생긴 중력파는 파장이 매우 길어 지상의 '중력파 망원경'으로는 검출할 수 없다. 그래서 이런 관측이 실현되면 대단히 획기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5-3. 간섭계 (interferometer)
'전파 천문학(Radio Astronomy)'에서는 위치상 서로 떨어져 있는 복수의 전파 망원경을 연결해 '간섭계(interferometer)'라는 관측 시스템을 구축해 동일 천체를 관측하는 일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간섭계'를 구축하면 망원경 사이의 최대 거리에 해당하는 구경을 가진 망원경과 같은 분해능을 실현할 수 있다. 결국 가상적인 초거대 망원경을 구현할 수 있다. 다만 간섭계에서 향상되는 것은 분해능일뿐 집광력은 각각의 망원경의 집광력의 합계에 머문다. 집광력을 올려 미약한 전파를 포착하기 위해서는 FAST처럼 각각의 망원경을 대형화하든지 망원경의 수를 늘려야 한다.
망원경 사이의 거리가 수천 km의 장거리인 대규모 간섭계를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VLBI: Very Long Baseline Interferometer)'라고 한다. 2019년 4월에는 '사상 수평선 망원경(EHT: Event Horizon Telescope)'라는 국제 협력 '초장기선 전파 간섭계(VLBI)'를 통해 블랙홀을 직접 촬영했다고 발표되어 세계적인 화제가 되었다. 하지만 전파 망원경 FAST는 EHT보다 긴 cm의 파장 영역에서 관측하기 때문에 EHT에는 참가할 수 없다. 다만 FAST와 같은 파장 영역에서 관측하는 다른 망원경과 협력해, 간섭계에 의한 관측을 하려 한다.
5-4. SETI 외에 다양한 관측에도 이용된다.
또 FAST에서는 지구 밖 문명에서 오는 전파 신호를 찾는 이른바 '외계 지적생명체탐사(SETI: Search for Extra-Terrestrial Intelligence)' 관측도 하고 있다. 전파를 사용해 항성 간 통신을 실현하는 문명이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러한 문명에서 오는 신호를 찾는 것이 SETI이다. '아레시보 망원경'도 SETI를 진행한 것으로 유명하지만, 더 미약한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FAST라면 더 먼 곳의 별들에서 오는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 이 밖에도 FAST에서는 초기 우주나 성간 공간에 존재하는 분자의 관측, '고속 전파 폭발(FRB: Fast Radio Bursts, 폭발적으로 전파를 방출하는 미지의 천문 현상)의 관측, 자기장을 가진 외계 행성의 탐사도 진행된다.
6. FAST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