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술(Mnemonic)
'기억술(Mnemonic)' 또는 '기억 전략(Memory Strategies)'이란 정보를 장기기억에 저장하는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활동들로서, 정보를 장기 기억에 저장할 때 사용하는 체제화된 방법을 말한다. '기억술'에는 다양한 방법이 있다. 과학적으로 효과적인 '기억술'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0. 목차
- 기억의 단서를 많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무의미한 것에 억지로 의미 부여하기
-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과 연관시키기
- 가장 좋은 학습법은 기억해 내는 것이다.
- 망각 곡선
- 기억의 간섭
-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질까?
1. 기억의 단서를 많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라면'이라는 말을 들으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농심 신라면 CF를 떠올릴 수도 있고, 콩나물을 넣은 꼬들꼬들한 라면을 떠울릴 수도 있고, 친구와 캠핑을 가서 라면을 먹었던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다. 이처럼 '라면'이라는 기억은 여러 기억이 복잡하게 얽혀 이루어져 있다. 그리고 이들 기억은 서로를 떠올리는 단서이기도 하다. 기억력을 좋게 하려면 기억의 단서를 많이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각을 비롯한 오감 정보는 물론, 그것을 경험했을 때의 주위 상황이나 자신의 기분 등 다양한 감각이 기억을 떠올리는 단서가 된다.
- 소리를 내어 기억하기: 영어 단어를 기억할 때 발성은 중요하다. 소리를 냈을 때의 입이 움직이는 모양이나 숨결 등도 기억의 단서가 된다. 발성만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와 대화를 하는 것도 대화의 내용이나 그 상황 등과 함께 영어 단어를 기억하는 단서가 된다.
- 귀로 들어 기억하기: 텍스트를 눈으로 읽는 것만으로는 좀처럼 기억되지 않는 것도 귀로 들으면 기억되는 경우도 있다. 효과에는 개인차가 있지만, 영어를 학습할 때 발음이나 억양 등의 기억의 단서가 된다.
- 냄새와 함께 기억하기: 특징적인 냄새가 나는 장소에서 생긴 기억은 비슷한 냄새를 맡았을 때 떠오르기 쉽다고 한다. 예컨대 특징적인 냄새가 있는 지우개를 사용해 공부하면, 시험 때 그 지우개의 냄새를 맡음으로써 공부한 내용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
1-1. 감정을 흔들어 기억력 높이기
청국장 냄새는 '할머니 댁의 냄새'라고 느끼는 경우가 있듯이, 냄새는 기억의 중요한 단서가 된다. 심리학에서는 냄새를 계기로 떠올리는 것을 '프루스트 효과(Proust Effect)'라고 한다. 호기심이 높아지거나 두근거리거나 뇌 속에서도 감정을 관장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었을 때는 기억력이 좋아짐을 알 수 있다. 냄새의 자극도 '편도체'를 매개로 전달되기 때문에, 냄새에도 기억을 떠올리기 쉽게 하는 효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즐겁게 공부하는 것도 편도체를 활동적으로 만든다. 집중을 흐트러뜨리지 않는 범위라면 '~하면서 하는 공부'도 결코 나쁘지 않은 공급이다.
2. 무의미한 것에 억지로 의미 부여하기
2-1. 단어 바꾸기
'수헬리베붕탄질산...(H-He-Li-Be-B-C-N-O...)' 이것은 원소의 앞 글자를 1번부터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학창 시절에 원소 순서를 이처럼 외워본 적이 있을 것이다. 원소 기호를 의미하는 영문자를 모국어인 한국어 등으로 외우기 쉽거나 발음이 비슷한 말과 연관시키는 방법이다. 또 '태정태세문단세...(태조-정종-태종-세종-문종-단종-세종..)' 이것은 조선 왕 계보를 순서대로 나열한 것이다. 이처럼 역사적 사건을 순서대로 기억할 때는 그 첫 글자를 동요 등에 붙여 부르면서 외우기도 한다.
인간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정보보다 법칙성이 있거나 '의미 있는 정보'를 기억하기 쉽다고 한다. 그래서 '단어 바꾸기'에서는 무의미한 숫자나 정보 등에 억지로 의미를 부여함으로써 기억력을 늘린다. 예컨대 방대한 원주율 값을 암기하는 사람은 '단어 바꾸기' 등 다양한 기억술을 조합해 기억하고 있다.
2-2. 청크화(Chunking)
여자친구의 전화번호를 한꺼번에 기억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010-●●●●-○○○○으로 나누면 비교적 간단히 기억할 수 있다. 작은 '덩어리(Chunk)'를 의미 있는 단위로 인식함으로써, 11단위의 번호를 하나씩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3개의 청크로 기억하는 형태로 바꾼다. 이런 기억술을 '청크화(Chunking)'라고 한다.
또 영어 단어를 '어원(Origin of a Word)'별로 정리하면 간단히 기억되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dislike(싫다)'는 '반대'를 의미하는 'dis'라는 접두어와 '좋다'라는 의미의 'like'를 조합시킨 것이다. 이렇게 하여 dislike에는 'like(좋다)'와 반대의 '싫다'는 의미가 있다고 상상할 수 있다. 'dis'라는 접두사를 갖는 영어 단어는 'dissagree(찬성하지 않음)'이나 'disappoin(실망시키다)' 등이 있다. 같은 의미의 접두사나 어미를 묶어서 기억하면, 영어 단어를 비교적 간단히 기억할 수 있다. 이 방법도 '청크화'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다.
3.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과 연관시키기
3-1. 장소법
당신이 어느 도시의 상점가에 있다고 하자. 상점가의 이름은 '조약돌 상가'이다. 이 상가에는 LA 갈비집, 찐빵 가게, 선풍기 매장, 보석상, 운동용품점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당신은 매일 이 거리를 지나다니기 때문에 이 거리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를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미국 메이저 리그에서 활약한 한국 야구 선수 중 몇 사람의 이름을 기억해야 할 일이 생겼다. 그래서 당신은 다음과 같이 '그 선수들'과 '당신이 분명히 알고 있는 가게'의 특성을 연관시켜 다음과 같이 기억하기로 했다.
- LA 갈비집에는 '박찬호'가 앉아 있다.
- '류현진'은 찐빵 가게 단골이다.
- 선풍기 매장 주인은 '김선우'이다.
- 보석상에서 '김병헌'이 다이아몬드를 산다.
- 운동용품점에는 '추신수'가 야구 배트를 고르고 있다.
- 조약돌 상가의 회장은 '오승환'이다.
야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위의 야구 선수들과 그들을 설명하는 내용이 어떻게 연관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거리의 풍경 등에, 자신이 기억하고 싶은 정보의 이미지를 겹쳐 기억하는 방법을 '장소법'이라고 한다. 이와 비슷한 예로 자기 집의 거실이나 방의 가구 배치, 또는 통학·통근 도중의 거리 모습, 학교나 직장의 모습 등 매일 접하는 풍경은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기억에 남아 있다. '장소법'은 이처럼 '이미 자기 안에 완성되어 있는 이미지'에 '새롭게 기억하고 싶은 정보'를 조합시킴으로써 기억의 단서를 만드는 방법이다. 위의 예에서 '이미 자기 안에 완성되어 있는 이미지'는 '거리의 가게들'일 것이고, '새롭게 기억하고 싶은 정보'는 '특정 야구 선수들의 이름'일 것이다.
기억 형성에 관여하는 '해마(Hippocampus)'에는 구체적인 이미지가 동반된 정보가 기억에 잘 남는다고 알려져 있다. '장소법'으로 기억할 수 있는 양은 상상할 수 있는 풍경이 넓고 세밀할수록 많아진다. 또 시곗바늘이 가리키는 시각이나 몸의 부위 등을 이용해 기억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자신의 머릿속에 자리 잡은 이런 이미지를 단서로 해서 자신이 원하는 내용을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제대로 상상할 수만 있다면 '장소법'은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방법은 개인차가 큰 기억술이라고 한다. 평소에 세세한 부분까지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제대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3-2. 신체법
장소법에서 사용하는 '장소'를 몸의 부위로 바꾼 기억술은 '신체법' 또는 '신체 부위법'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머리 위를 1번으로 하고 몸 아래쪽을 향해 차례로 번호를 매긴다. '십간십이지(十干十二支)'의 '십이지(十二支)', 즉 '자(子)', '축(丑)', '인(寅)', '묘(卯)', '진(辰)', '사(巳)', '오(午)', '미(未)', '신(申)', '유(酉)', '술(戌)', '해(亥)'에 해당하는 동물을 순서대로 기억하고 싶을 때, '쥐가 머리 위에 있다.' 또는 '발바닥 아래에 돼지가 있다.'는 식으로 몸의 부위에 매긴 번호와 십이지를 대응시켜 인상적인 장면을 상상하는 것이다. 몸에 메긴 번호 순서대로 동물의 이미지를 떠올리며 십이지의 순서를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십이지(十二支) | 동물 |
자(子) | 쥐 |
축(丑) | 소 |
인(寅) | 호랑이 |
묘(卯) | 토끼 |
진(辰) | 용 |
사(巳) | 뱀 |
오(午) | 말 |
미(未) | 양 |
신(申) | 원숭이 |
유(酉) | 닭 |
술(戌) | 개 |
해(亥) | 돼지 |
4. 가장 좋은 학습법은 기억해 내는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은 차츰 사라진다. 이런 일을 막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설명을 하거나, 문제집을 풀거나, 시험을 치를 때 실제로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다. 즉 output이 중요하다. 우리의 머릿속에는 무수한 신경 세포가 연결되어 네트워크를 이루면서 기억을 형성하고 있다. 기억을 떠올리고자 할 때는 '기억 상기 전용' 신경 세포 네트워크가 활성화된다.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거나 문제를 푸는 '상기 행위'를 되풀이하는 일은, 특정 기억을 떠올리기 위한 신경 세포 네트워크를 여러 차례 활성화하며 신경 세포의 연계를 강화한다.
'기억한다'는 것은 바꾸어 말하면 기억한 지식을 잊지 않고 언제든 떠올릴 수 있게 하는 일이다. '상기하는 훈련'은 공부한 직후에 기억이 뚜렷이 남아 있는 동안에 하는 것보다, 어느 정도 시간을 두고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한다. 일단 잊어버린 상태에서 떠올리는 방법이 매우 효과적인 훈련이 된다.
4-1.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
학생이 조사한 내용을 발표하거나 학생들끼리 토론하면서 학생이 능동적으로 학습에 참여하는 것을 중시하는 '액티브 러닝(Active Learning)'이라는 학습법이 있다. 발표하거나 토론하는 일은 기억한 내용을 상기하는 매우 좋은 훈련이 된다. 또 그런 경험은 그 자체가 기억을 떠올리는 단서가 되기도 한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필요할 때 떠올리지 못하면 소용이 없다. 언제든 기억을 떠올리기 위해서는 기억을 사용하는 훈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 참고서를 읽기보다 실전 경험을 쌓자: 문제집을 풀거나 경험에 도전하는 것은 기억에 좋은 훈련이다. 몇 개의 선택지가 제시된 선택형 문제보다 힌트가 없는 상태에서 답을 생각해야 하는 서술형 문제가 기억하는 훈련에 적합하다.
- 사람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 하기: 사람들 앞에서 발표할 떄는 설명할 내용을 항상 상기하면서, 다른 사람이 납득할 수 있게 체계적으로 말해야 한다. 상기하는 훈련으로 매우 효과적이다.
- 친구와 서로 가르쳐 주기: 친구끼리 공부의 내용을 가르쳐 주는 일은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상기 훈련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내용을 떠올리며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가르칠 때 사용한 도표나 설명 방법 등이 기억의 단서가 되므로 기억이 더욱 확실해질 가능성도 있다.
- 단어장은 반드시 문제와 답을 따로 적는다: 영어 단어 등을 기억할 때 사용되는 암기 카드는 같은 면에 영어 단어와 뜻을 함께 적지 않는 것이 좋다. '앞면에 영어 단어(문제)', '뒷면에 뜻(답)'을 따로 적고, 매번 상기 훈련을 하면 기억이 정착되기 쉽다.
5. 망각 곡선
사람의 기억은 얼마 동안 유지될까? 기억에 관한 연구로 유명한 심리학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 1850~1909)'는 자신을 실험 대상으로 삼아, 기억이 사라지는 정도를 조사했다. 실험에서는 'KAG' 등 알파벳을 조합해 만든 무의미한 3문자의 의미 없는 문자열을 기억한 다음, 나중에 어느 정도 기억에 남아 있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최초의 기억은 시간이 지나면서 일정 비율로 잊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잊는 것으로 나타낸다. 1시간 후에는 44%, 9시간 후에는 36%, 하루 후에는 33%까지 기억 유지율이 떨어졌다. 이렇게 얻은 기억 망각률을 나타낸 그래프를 '에빙하우스의 망각 곡선(Ebbinghaus Forgetting Curve)' 또는 '에빙하우스 곡선(Ebbinghaus Curve)'이라고 한다.
또 '헤르만 에빙하우스(Hermann Ebbinghaus)'의 실험을 통해, 한 번 기억한 알파벳을 완전히 잊기 전에 복습하면 좀처럼 잊지 않게 된다. '학교에서 공부한 내용을 그날 안으로 복습하라'는 것은 정곡을 찌른 지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에빙하우스 망각 곡선'을 근거로 효율적으로 복습하는 일정을 생각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맨 처음 공부한 다음 날에 첫 번째 복습을 하고, 1주일 후에 두 번째 복습을 하고, 2주일 후에 세 번째 복습을 하고, 1개월 후에 네 번째 복습을 하는 것이다. 물론 매일 복습할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조금 사이를 벌리면서 완전히 잊기 전에 복습하면 효율이 좋을 것이다.
6. 기억의 간섭
학교에서 갑자기 '내일 영어 단어 100개 시험이 있다'고 하면 여러분은 어떻게 공부할 것인가? 100 단어를 전부 기억하려고 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일찌감치 포기하고 50단어 정도만 기억해 어떻게든 낙제만을 모면하려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어 단어는 하나씩 독립적으로 기억되는 것이 아니라, 적지 않게 서로 연결되어 기억된다. 따라서 새로 많은 영어 단어를 기억하려고 하면, 기억의 연결이 흐트러져 제대로 기억할 수 없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을 '기억의 간섭'이라고 한다.
단, 적당한 스트레스는 기억력을 비롯해 다양한 능력을 높이는 효과가 있다. 그러나 강한 스트레스가 작용한 환경에서는 기억력이 극적으로 낮아진다고 생각된다. 내일 있을 시험 때문에 많은 수의 영어 단어를 기억해야 하거나, 익숙하지 않은 웅변 원고를 외워야 하는 등 '과도한 스트레스'를 느낄 때는 제대로 기억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 무리하게 기억하려고 하면 역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내일 시험을 본다'는 갑작스런 발표는 그때까지 열심히 공부하지 않았던 사람에게는 커다란 스트레스이다.
평소 열심히 공부해 두면, 갑작스러운 시험이 있다고 해도 '적당한 스트레스'가 되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다음날까지 겨우 50 단어 정도밖에 기억할 수 없는 사람이 무리해서 100 단어를 기억하려고 해도 제대로 기억되지 않는다. 차라리 60 단어 정도로 줄여 기억하는 것이 좋은 결과를 얻을 가능성이 있다. 유감스럽게도 다음날까지 100개 단어를 확실하게 기억할 수 있는 꿈과 같은 기억술은 존재하지 않는다. 자신의 기억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해서, 그에 맞는 공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자신의 기억력을 정확히 파악하는 일은 그리 쉽지 않다. 영어 단어를 기억하는 경우에는 예컨대 '과거에 이와 같이 영어 단어를 기억한 경험'이 있으면, 자신이 기억할 수 있는 단어의 수를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몇 차례 같은 경험을 하면서, 실제로 기억할 수 있는 단어의 수를 정확하게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와 '기억력'에 관한 주목할 만한 실험이 있다. 실험용 쥐에게 기억력과 관련된 작업을 하게 하고, 실패했을 때 '전기 자극'으로 스트레스가 되는 벌을 주는 실험을 했다. 스트레스의 강도를 조금씩 높이자, 스트레스가 약한 동안은 작업의 난이도에 관계없이 쥐의 작업 효율이 높아졌다. 한편, 어려운 작업을 하고 있을 때 지나치게 강한 스트레스를 주면, 작업 효율이 눈에 띄게 낮아졌다. '스트레스'와 기억력'의 이런 관계를 '여키스 도슨 법칙(Yerkes-Dodson Law)'이라고 한다.
7.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질까?
어른이 되면 어릴 때에 비해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실제로 그럴까? 물론 노화로 인해 뇌의 세포가 죽으면 기억력은 나빠진다. 그러나 어른이 된다고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일률적으로 말할 수는 없다. 어른이 되면 어릴 때에 비해 지식이 많아진 만큼 상대적으로 단편적인 기억을 떠올릴 기회는 적어진다. 그 결과, 자주 떠올리는 기억에 관한 신경 세포의 네트워크는 연결이 강해지는 반면, 이따금 떠올리는 기억에 관한 신경 세포의 네트워크는 연결이 조금씩 약해진다. 따라서 이따금 떠올리는 기억은 점점 떠올릴 수 없게 된다. 또 어른은 지식이 많은 만큼 어린이와 같은 경험을 해도 인상이 강하지 않으므로, 좀처럼 기억이 남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이렇게 말하면, 어른이 되어 지식의 양이 늘어나 확실히 기억력이 떨어진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어른이 그때까지의 인생에서 축적되온 기억은 떠올리는 방식만 잘못되지 않았다면, 결코 새로운 기억을 방해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은 지식이 적고 대부분의 기억이 개별적이어서, 기억끼리 서로 단서로 연결되지 않은 것이 많다. 반면 어른은 무수한 기억이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 많아, 이 연결을 단서로 방대한 기억 속에서 필요한 기억을 떠올릴 수 있다. 어른도 그때까지 축적된 자신의 경험이나 기억을 단서로 삼을 수 있다면 어른도 새로운 것을 점점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오히려 지식이 풍부한 어른이 기억을 단서를 발견하기 쉽다고 말할 수 있다. 다양한 '기억술'을 활용해, 의식적으로 기억의 단서를 만들면 기억력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