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부채(Sleep Debt)
현대사회에서는 '수험생', '직장인' 등 많은 사람들이 '수면 부채(Sleep Debt)'에 시달리고 있다. '잠자는 시간도 아낀다.'라는 말도 있으며, 3시간을 자며 공부하면 대학에 합격하고 4시간을 자면 대학에 탈락한다는 '3당 4락'이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수면을 줄여서 좋은 경우는 하나도 없다. '수면 부채'는 기억력과 사고력을 떨어뜨리고, 수명을 단축시킬 뿐만 아니라,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은 비만이나 치매 등의 위험도 높아진다. '수면 부채(Sleep Debt)'가 일으키는 여러 가지 건강의 위험이나, 많은 사람이 괴로워하는 '수면 장애(Sleep Disturbance)'에 대해 알아보자.
0. 목차
- 수면과 사망률
- 비만, 당뇨병
- 치매
- 수면 장애
- 파워 냅(Power Nap)
- 지루하면 잠이 오고, 재밌으면 잠이 깬다.
- 잠을 안 자면 어떻게 될까?
1. 수면과 사망률
생활이나 건강에 대한 대규모 설문 조사를 실시했다가, 수년, 수십 년 뒤 그 가운데 몇 사람이 사망했는지 파악하는 연구 방법이 있다. 사망 원인은 묻지 않는다. 이런 조사를 통해 의외의 사실이 알려졌다. 이런 조사는 전 세계적으로 여러 해 동안 이루어지고 있는데, 어느 조사에서나 같은 결과가 나왔다. '잠을 적게 자는 사람' 뿐만 아니라 '오래 자는 사람'도 사망률이 높다는 사실이다.
만성적으로 수명 시간이 짧은 사람은 '수면 부채'가 축적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수면 부채'가 축적된 상태를 가리켜 의학적으로 '행동 유발성 수면 부족 증후군'이라고 한다. 단지 '수면 부족'이라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수면 장애'의 일종으로 간주하는 것이다. 나아가 '수면 부채'를 안고 있는 사람의 심신에는 여러 가지 악영향이 생겼을 가능성이 있다. '비만'이나 '고혈압', '당뇨병'이 그 대표적인 예다. 최근에는 '암'이나 '치매'와도 관계가 있다고 한다.
한편 수면 시간이 긴 사람의 사망률이 높은 이유로는, 오래 자는 것 자체가 악영향을 준다기보다는 어떤 질병에 걸려 있기 때문에 오래 잘 수밖에 없을 가능성이 생각된다. 그런 병의 하나로 주목되는 것이 '수면시 무호흡 증후군'이다.
1-1. 훈련으로 잠일 줄일 수는 없다.
하루에 대략 5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하는데도 별문제가 없는 사람을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라고 하는데, 진정한 '쇼트슬리퍼'는 수백 명에 1명 이하밖에 없을 정도로 매우 드물다. 반대로 날마다 오랜 시간 자는 사람을 '롱(Long Sleeper)'라고 한다. 20세기를 대표하는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은 하루 10시간 정도 자는 '롱 슬리퍼'였다고 한다.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 '롱 슬리퍼(Long Sleeper)'가 되는지는 유전자로 정해진다고 생각된다. 훈련으로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과학적인 근거는 없다. 무리하게 짧은 시간의 수면을 계속하면 건강에 악영향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하루 4시간밖에 자지 않았다는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도 실은 한낮에 자주 졸았다고 전해진다. '쇼트 슬리퍼(Short Sleeper)'라고 자칭하는 사람 가운데는 한낮에 졸면서 수면 시간을 보충하는 사람들도 많다.
2. '수면 부채'와 비만·당뇨병
세계 각지에서 대규모 조사에서는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살이 찌는 경향이 있다.'는 결과가 여러 번 보고되었다. 어린이나 어른 모두 이러한 경향은 같다. 일본 도야마현의 아동 약 1만 명을 한 조사에서는 날마다 10 시간 이상 수면을 취하는 어린이에 비해, 8시간 이하의 수면을 취하는 어린이는 3배 가까이 비만의 정도가 높았다. '수면 부족'이 비만을 초래하는지, '비만인 사람'이 수면 부족이 되기 쉬운지, 그 인과 관계는 이 조사만으로 알 수 없다. 만약 수면 부족이 비만을 초래한다면, 다음 두 가지 메커니즘을 생각할 수 있다.
- 식욕에 관계하는 호르몬의 변화: 하나는 식욕에 관계하는 호르몬의 변화이다. 수면 부족이 되면, '식욕을 증가시키는 호르몬(그렐린 등)'의 분비량이 늘어나는 한편,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렙틴 등)'의 분비량이 줄어든다. 그 결과 먹는 양이 늘어난다고 생각된다. 수면 부족인 생쥐는 단것과 기름진 것을 탐낸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 운동 부족: 또 하나는 운동 부족이다. 수면이 충분하지 못하면 낮에도 졸음이 오거나 피로감이 강해진다. 그래서 운동을 하지 않게 되어 비만이 진행된다.
대규모 설문 조사에서는 그 밖에도 수면 부족과 관계있는 현상이 발견된다. 그 대표적인 것이 '고혈압'과 '제2형 당뇨병'이다. 이들은 원래 비만과 관련이 강한 질병이다. '수면 부족'이었던 사람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면, 혈당값이 내려가거나 여러 가지 호르몬 분비량이 정상화된다는 보고가 있다. 수면 부채를 없애는 것만으로도 이들 성인병을 개선시킬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3. '수면 부채'와 치매
수면 시간이 짧은 사람일수록 치매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다는 내용이 보고되어 있다. '치매'에 관련되어 가장 자주 나타나는 질병이 '알츠하이머병'이다. '아밀로이드 베타(Amyloid β)'라는 단백질 노폐물이 뇌 속에서 비정상적으로 축적되는 것이 특징이며, 그에 의해 뇌 신경 세포가 파괴되어 기억이나 사고에 문제가 생긴다고 생각된다.
3-1. '척수 수액'이 뇌의 노폐물을 씻어낸다.
우리 몸속에 생긴 노폐물은 '림프계(Lymphatic System)'와 '혈액계(Blood System)'에 의해 간이나 신장으로 운반되어 분해되거나 몸밖으로 배출된다. 하지만 뇌에서 생긴 노폐물이 어떻게 배출되는지는 아직까지도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다.
최신 연구에 따르면 뇌에서는 노폐물을 씻어 내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뇌와 척수에는 '척추 수액'이라는 체액이 있다. '척수 수액'은 뇌동맥 주위에 있는 통로인 '동맥 주위강'을 따라 뇌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노폐물을 흐르게 하면서 이번에는 정맥 주위에 있는'정맥 주위강'을 통해 뇌 밖으로 운반한다. '척수 수액'이 '동맥 주위강'에서 '정맥 주위강'으로 이동하는 동안 뇌의 노폐물을 씻어내는 것이다.
그리고 '척수 수액'에 의한 씻어 내림은 깨어 있을 때보다 자고 있을 때 활발하게 이루어짐을 나타내는 연구 성구 성과도 보고되었다. 이 내용이 옳다면 짧은 시간만 자는 사람은 '뇌의 노폐물'이 충분히 없어지지 않은 채 축적되어, 알츠하이머병 등의 뇌의 질병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단, 이 메커니즘에 대해서는 아직 불명확한 점이 많고, 후속 보고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4. 수면 장애
4-1. 불면증(Primary Insomnia)
잠자고 싶은데도 잠을 못 자고 밤중에 눈이 뜨이는 등 만족스러운 수면을 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수면의 양이나 질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한낮에 피로감을 느끼거나 일하는 데 지장이 생기는 경우가 있다. 이런 수면 장애가 '불면증(Primary Insomnia)'이다. '불면증'에는 크게 나누어 다음과 같은 4가지 유형이 있다.
- 잠이 안 오는 장애: 누워도 좀처럼 잠들지 못하고 그 때문에 고통을 느끼는 불면증이다. 근심이나 걱정이 있는 경우에 일어나기 쉽다고 한다.
- 중도 각성: 수면 중에 몇 번이나 눈이 뜨이고, 일단 눈이 뜨이면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유형의 불면증이다. 처음 잠드는 데는 문제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고령자에게 흔히 보인다.
- 조기 각성: 예정보다 훨씬 일찍 눈에 뜨이고 그 후 좀처럼 잠들지 못하는 유형의 불면증이다. 고령자에게 흔히 보인다.
- 숙면 장애: 수면 시간은 충분한데도 깊은 잠든 느낌이 없다는 유형의 불면증으로 '수면 오인'이라고도 한다. 잠이 얕고 오래 꿈을 꾸는 경향이 있다.
그러면 불면증의 증상은 왜 나타날까? '3P 모델'이라는 가설에서는 불면증에 이르는 요인에는 '소인(Predisposing Factor)', '촉진 인자(Precipitating Factor)', '지속 인자(Perpetuating Factor)' 3가지가 있다고 설명한다.
- 첫째는 그 사람의 나이, 성별, 성격 등에서 불면증이 나타나기 쉬운 것을 좌우하는 '소인(Predisposing Factor)'이다. 예컨대 걱정이 많은 사람들은 불면증이 생기기 쉽다고 한다. 또 여성들은 남성보다 불면증이 생기기 쉬운 경향이 있다. 나이를 먹으면 필요한 수면 시간이 짧아지는 것이 보통이지만, 젊을 때와 같은 정도로 잠을 자야 한다고 생각함으로써 불면증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 둘째는 '소인(Predisposing Factor)'을 가진 사람에게 불면증을 나타나게 하는 '촉진 인자(Precipitating Factor)'의 발생이다. 예컨대 재해가 일어나거나 자신 또는 가족이 병에 걸리는 등의 스트레스가 증상을 나타내는 방아쇠가 된다. 이 단계의 불면증은 일과성이며, 며칠 내지 몇 주일 사이에 자연스럽게 치료되는 경우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 셋째는 불면증을 악화시키는 '지속 인자(Perpetuating Factor)'이다. 예컨대 낮잠을 오래 가저가 카페인 다량 섭취 등 '좋지 않은 습관'을 계속하면 불면증이 오래가고 만성화된다.
4-2. 수면시 무호흡 증후군
자고 있을 때 크게 코를 골고 10초 이상 호흡이 멈추는 경우가 있다면 '수면시 무호흡 증후군(Sleep Apnea Syndrome)'일 가능성이 있다. 자신은 알 수 없으므로 가까운 사람에게 지적을 받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치료를 받으면 개선되지만, 깨닫지 못하고 지내는 사람이 매우 많다고 한다. 그리고 방치하고 지내면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의 질병을 초래하며, 정도가 심하면 심장 질환이나 뇌경색 등 '뇌혈관 장애'로도 이어진다. '수면시 무호흡 증후군'에서는 수면이 여러 번 중단되고, 깊은 '논렘수면(NREM Sleep)'이 적어진다. 자고 있는 동안에도 몸이 쉬지 않아 충분한 휴식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피로가 가시지 않으므로 오래 자는 경향이 있지만, 오래 잔다고 원기를 되찾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한낮에도 졸음이 심하게 오고 피로감이 가시지 않는다.
그러면 왜 호흡이 멈추는 걸까? 그 이유는 공기 통로인 '기도(Airway)'가 막히기 때문이다. 기도가 막히는 원인은 여러 가지인데, 머리 내부의 구조와 혀의 크기, 목 주위에 붙어 있는 많은 지방 등이다. 비만인 사람에게 '수면시 무호흡 증후군'이 많이 나타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따라서 '수면시 무호흡 증후군'의 해결 방법은 기도가 막히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비만인 사람은 살을 빼기만 해도 개선되는 경우가 있다. 또 잘 때 코나 입으로 공기를 계속 보내는 치료법이 있다. 이 같은 치료를 하면 숙면을 취할 수 있기 때문에, 몸이 편안해져 고혈압이나 당뇨병이 개선된다.
'수면시 무호흡 증후군'의 대표적인 치료 방법인 '지속 양압 호흡(CPAP: Continuous Positive Airway Pressure)'의 메커니즘을 그렸다. 수면 중에 코나 입으로 공기를 들여보냄으로써 혀나 입 안쪽에 있는 '연구개(입천장 뒤쪽의 연한 부분)'가 기도를 막는 것을 방지한다. 이 치료를 받은 사람은 받지 않은 사람보다 장수한다는 보고도 있다.
4-3. 기면증(Narcolepsy)
회의 도중이나 운전 중에 졸음이 찾아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대화 중이나 운전 중처럼 긴장된 경우에도 참기 어려울 정도의 강한 졸음이 오고, 그런 현상이 한낮에 여러 차례 되풀이된다면 '기면증'이라는 질병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즉 '기면증(Narcolepsy)'은 적절하지 않은 시간대에 잠드는 경향이 있는 '낮 시간의 과도한 졸림'으로 정의된다.
각성과 수면을 변환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오렉신(Orexin)'이다. 기면증 환자의 대부분은 '오렉신'이 뇌 속에서 만들어지지 않는다고 생각된다. '오렉신'이 없으면 각성 유지가 불안정해져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졸음이 밀려온다. 한편 그와는 반대로, 각성과 수면이 빈번하게 뒤바뀌어 잠을 자는 동안에 눈이 뜨이는 경우도 있다. 기쁨이나 웃음으로 감정이 크게 변할 때 근육에 힘이 빠져 버리는 '정동 탈력 발작'이 일어나느 것도 기면증의 특징이다. '기면증'은 단순한 졸음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사회생활을 하는 데 큰 실수나 사고로도 이어지는 심각한 질병이다. 기면증 증상을 완화시키는 약은 있지만, 근본적인 치료법은 아직 없다. '오렉신'을 뇌에 직접 투여함으로써 기면증이 개선되었다는 실험이 보고되었지만, 오렉신을 약으로 복용해도 분자가 너무 커서 뇌에는 이르지 못한다.
2015년에는 일본 쓰쿠바 대학의 '나가세 히로시' 특명 교수가 오렉신과 같은 작용을 하는 'YNT-185'라는 화합물을 만들었다. 이 화합물은 오렉신보다 분자 크기가 작기 때문에 뇌에 직접 투여하지 않아도 '경구 투여(입을 통해 약이 들어감)'이나 '정맥 주사' 등을 통해 뇌에 이른다. 이 화합물은 기면증인 생쥐에게 투여하면 '정동 탈력 발작'이 억제되고, 정상적인 생쥐에게 투여하면 각성되어 있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 화합물은 장래의 기면증 치료약으로 기대된다.
4-4. 주기성 사지 운동 장애
수면 중에 팔이나 다리 근육이 움찔 수축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을 수십초마다 계속 되물풀이하는 것이 '주기성 사지 운동 장애(PLMD: Periodic Limb Movement Disorder)'라는 수면 장애이다. 수축되는 것을 본인이 알아차리지 못하는 경우도 많고, 수면이 분단되므로 낮잠을 자고 싶어진다.
4-5. 하지 불안 증후군
자려고 할 때나 수면 중에 다리를 움직이고 싶어서 참지 못하는 수면 장애도 있다. '하지 불안 증후군(Restless Legs Syndrome)'이다. 다리를 움직이지 않으면 말로 표현하기 힘든 불쾌한 감각이 있고, 움직이면 증상이 완화된다. 벌레가 피부를 기어가는 듯한 착각이나 가려움 등의 감각도 수반되어 잠을 잘 수 있다.
5. 파워 냅(Power Nap)
오랜 시간의 자동차 운전 등으로 졸음을 느낄 때는 무리하지 말고 조금이라도 자야 한다. 실제로 15분 정도의 토막잠으로 머리가 개운해진 경험이 있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않았는데도 토막잠만으로 졸음이 정말 해소될까?
우선 잠들면 우선 논렘수면 1단계가 시작되고 이어서 논렘수면 2단계에 들어간다. 바로 2단계가 토막잠에서 중요한 잠이다. 2단계에서 졸음 해소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전철 안에서 조는 경우, 2단계에 들어가면 자세를 유지하는 근육이 풀어지기 떄문에 목을 털썩 떨구어져 잠이 깨다. 토막잠을 잘 때는 가능하면 눕고, 책상에 엎드려 잘 경우에는 베개를 사용하는 등 목을 단단히 받쳐 준다.
'토막잠'을 자는 시간은 15분 내지 20분 정도가 좋다고 하며 15분 내지 20분 정도의 토막잠이나 낮잠을 '파워 냅(Power Nap)'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토막잠이면 2단계에서 깨어나는 셈이기 때문에 개운하게 깰 수 있다. 30분 이상 오래 자면 깊은 잠인 3단계에 들어간다. 3단계에서 깨어나려고 하면, 불쾌한 상태로 깨거나 오래 자고 싶기도 해서 피로감이 늘어나는 경우가 있다. 단, 토막잠을 필요로 하는 것 자체가 수면 부채를 안고 있는 결과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자신에게 본래 필요한 수면 시간을 일상적인 수면으로 확실하게 확보하는 일을 우선 염두에 두어야 한다.
자려고 하고 나서 잠들기까지의 시간을 '수면 잠복기(Sleep Latency)'라고 하며, 필요한 수면 시간을 취하고 있는 사람의 경우는 15분 정도라고 한다. 토막잠이나 낮잠을 잘 때, 자려고 하고 나서 8분 이내에 잠들면 그것은 '수면 부채'의 신호이다.
6. 지루하면 잠이 오고, 재밌으면 잠이 깬다.
지루한 회의, 수업, 영화 등의 도중에 자신도 모르게 꾸벅 졸았던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반대로 의욕이나 흥미가 높아지면 졸음이 달아나고 눈이 맑아진다. 왜 그럴까?
뇌의 '측좌핵(Nucleus Accumbens)'이라는 영역에는 '아데노신(Adenosine)'이라는 뇌내 물질 수용체를 가진 '신경 세포(Neuron)'가 있다. 이 신경 세포가 아데노신을 받아들이면 졸음이 온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이라는 최신 방법을 사용해 생쥐의 측좌핵 신경 세포를 인위적으로 자극하면 급속히 졸음이 유도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 생쥐에게 좋아하는 초콜릿이나 장난감을 주거나 이성과 동거시키면, '측좌핵 신경 세포'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억제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 수면의 양이 줄어들었다. 즉 '동기(Motivation)'을 높이는 자극이 가해지면 '아데노신'을 받아들이는 '측좌핵 신경 세포'가 졸음을 유도하는 작용이 억제되고, 그 결과 졸음이 달아난다고 생각된다.
졸음을 유도하는 아데노신 작용을 커피나 차에 있는 '카페인(Caffeine)'이다. '카페인'의 화학 구조는 '아데노신'과 아주 비슷하다. 그래서 카페인을 섭취하면 카페인이 뇌에 이르러 아데노신을 받아들이는 수용체와 결합한다. 그러면 거기에 아데노신이 다가와도 아데노신은 수용체와 결합하지 못하게 된다. 그 결과 '측좌핵의 신경 세포'에 의한 졸음 유도가 방해를 받는다. 이것이 카페인을 섭취하면 일시적으로 졸음이 사라지는 메커니즘이다.
7. 잠을 안 자면 어떻게 될까?
7-1. 사람은 안 자고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사람은 잠을 안 자면 언젠가는 죽는다고 생각된다. 사람의 경우, 그 상황을 실제로 확인한 기록은 없지만, 쥐를 이용한 실험에서는 2~4주일 못 자게 하자 모든 개체가 죽음에 이르렀다는 결과가 있다.
사람이 연속 '단면(斷眠, 의도적으로 잠을 안 자는 것)'의 기록으로 잘 알려진 사례가 미국 샌디에이고의 고등학생 '랜디 가드너(Randy Gardner, 1946~)'가 1964년에 했던 도전이다. 17세의 '랜디 가드너(Randy Gardner)'는 자유 연구의 테마로 '단면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골랐다. 그리고 수면 연구의 대가로 '수면 부채'라는 말을 만들어 내기도 한 스탠퍼드 대학의 '윌리엄 디멘드(William C. Dement)' 박사의 입회 아래 연속 단면 기록에 도전했다.
'랜디 가드너(Randy Gardner)'는 단면 2일째에 눈의 초점이 흐려졌고, 4일째에 도로 표지가 인간으로 보이는 등의 환각을 보게 되었다. 4일째 도로 표지가 인간으로 보이는 등의 환각을 보게 되었다. 4일째 무렵부터는 기억이 희미해졌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뇌가 아주 짧은 시간의 수면을 취하는 '마이크로슬립(Microsleep)'이라는 현상이 일어났으리라 추측된다. 7일째에 혀가 잘 돌아가지 않게 되었으며, 8일째에는 발음도 명료해지지 않았고, 9일째에는 문장을 끝까지 말할 수 없게 되었다. 손가락이나 안구의 떨림이 보였고, 눈꺼풀을 뜨기도 어려워졌다. 단면 동안 커피 등 흥분 작용이 있는 음식은 일체 입에 대지 않았다. '랜디 가드너'는 그때까지의 세계 기록이었던 260시간을 넘어 무려 만 264시간에 이르렀다. 세계 기록을 달성한 '랜디 가드너'는 단면을 멈추고 14시가 40분 정도 잠을 잤다고 한다. 다행히도 '랜디 가드너'에게는 후유증이 남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장기 단면이 뇌에 장애를 초래한 예도 있으며, 매우 위험한 행동이다. 과거에 고문이나 형벌 수단이기도 했던 '장기 단면'은 현대에는 윤리상 허용되지 않으며, 절대로 흉내 내서는 안 된다.
7-2. 밤샘과 야근은 얼마나 몸에 나쁠까?
잠을 안 자고 밤을 새우면 뇌의 활동이 현저히 손상된다. 다양한 실험을 통해, 수면 시간을 줄일수록 그 줄인 시간에 비례해 실수가 증가하고 판단력이 떨어진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밤을 새운 뒤 새벽의 뇌 기능은 술에 취한 상태와 같은 정도로 저하되었음을 나타내는 보고도 있다. 밤새고 공부한 뒤 다음날 시험을 치르는 등 이른바 '벼락치기 공부'도 수면에 의한 기억의 정리·정착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학습 효율은 나쁘다.
밤을 새는 동안 졸음은 해소되지 않고 점점 축적되어 간다. 그러나 '생물 시계(Biological Clock)'가 나타내는 각성 신호의 파동은 수면 유무에 관계없이 증감한다. 따라서 한숨도 안 자도 아침이 되면 '생물 시계'의 작용으로 각성 신호가 전해져 묘하게 눈이 맑아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축적된 졸음은 어디까지나 잠을 자야만 해소된다. 한 번의 밤샘이라도 다음날 이후의 수면 습관을 크게 교란시켜 장기적인 수면 부채를 초래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밤샘은 건강에 전혀 좋을 것이 없다. 야근이나 교대 근무에 대해서도 '생활습관병' 증상이 나타날 위험과 관련이 있다고 지적된다. 특히 여러 해에 걸쳐 야근을 거듭하는 사람의 경우에는 '유방암(Breast Cancer)'이나 '전립선암(Prostatic Carcinoma)' 등의 증상이 나타날 위험이 높아진다.
7-3. 잘 자야 '성장 호르몬'이 분비된다.
'성장 호르몬(Growth Hormone)'은 그 이름대로 어린이의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어린이는 잘 자야 '성장 호르몬'이 분비된다. 특히 뼈의 신장이나 근육 증대, 부상의 치유 등이 성장 호르몬에 의해 촉진된다. 건강한 성장에는 깊은 수면을 빼놓을 수 없다. 수면 가운데서도 특히 논렘수면의 3단계가 어린이의 성장에 큰 역할을 한다고 생각되며, 논렘수면의 3단계에서는 '뇌하수체(Pituitary Gland)'라는 부위에서 '성장 호르몬'이 분비된다. 첫 회의 논렘수면에서는 특히 '성장 호르몬'의 분비량이 많아진다. '성장 호르몬'은 성인에게도 중요하다. 성인의 피로 회복이나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물질도 '성장 호르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