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PRISER - Tistory 2023. 3. 4. 18:33

 누군가에게 분노가 치밀거나 그 사람이 싫다는 생각은 누구나 경험해 봤을 것이다. 한편, 분노를 전혀 표출하지 않으면 자신이 불쾌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점을 상대에게 전달할 수 없는 경우가 있다. 이처럼 분노는 대처하기가 매우 어려운 감정이다. 도대체 우리는 왜 화를 낼까? '분노'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까? 그리고 화를 참아야 할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0. 목차

  1. 분노의 근원
  2. 감정은 어떻게 연구되어 왔는가?
  3. 분노는 '대뇌변연계'에서 생긴다.
  4. 분노를 표현하는 두 가지 방법
  5. 우리는 언제 분노하는가?
  6.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는 왜 생길까?
  7. 분노는 사람 간에 전염된다.
  8. 분노의 자기 조절(Self-Control)

1. 분노의 근원

 '먹이를 빼앗긴 고양이', '새끼를 빼앗길 위기에 처한 어미새' 등을 상상해 보자. 이때 동물을 상대를 위협하거나 공격한다. 이처럼 동물은 '자신의 생명과 존재가 위협당하는 위기'에 직면했을 때 분노의 감정을 나타낸다. '분노'를 느낀 동물의 몸속에서는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노르아드레날린(Noradrenaline)'이라는 대량의 호르몬이 분비된다. 호르몬의 작용에 의해 맥박이 빨라져 혈류가 증가하고, 포도당과 산소가 온몸으로 운반되어, 적과 싸우거나 도망가기 위한 태세가 갖추어진다. '분노'와 '공포'의 감정은 동물에게 공통적으로 널리 발견되며, 상대와 싸우거나 상대로부터 몸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본능적인 측면이 있다.

 한편, 인간의 분노의 감정에는 다른 동물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도 있다. 예컨대 우리는 직접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이 아니라도, 자신이 존중받지 못한다고 느끼면 분노의 감정을 떠올린다. 또 동물은 분노의 감정을 드러내고 바로 공격하든지 도망치는 행동을 하지만, 인간은 상대에게 분노를 느껴도 대부분의 경우에는 서로의 관계나 체면 등을 중시해 어떻게든 참고 지나치려고 한다. 부당한 취급을 당했을 때 살의를 동반할 정도로 분노가 커져도, 그런 기색은 전혀 내보이지 않고 상대에게 접근하기도 한다. 인간의 분노는 매우 주관적이며, 그 인지·표출·행동·대응 등 동물에 비해 복잡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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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정은 어떻게 연구되어 왔는가?

 최근의 감정 연구는 '인지 심리학', '사회 심리학', '발달 심리학', '뇌과학', '유전자 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감정을 잘 이해하기 위해, '감정'이라는 것이 역사적으로 어떻게 연구되었는지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분노' 등의 감정 연구를 거슬러가면 고대 그리스의 철학에 도달하지만, 감정에 대해 처음으로 과학적·체계적으로 검토한 사람은 생물학자 '찰스 다윈(Charles Robert Darwin, 1809~1882)'이라고 한다. '찰스 다윈'은 1831년에 군함 '비글호(Beagle)'를 타고 세계의 동식물을 관찰해 '모든 생물종은 생존 경쟁과 자연도태에 의해 조금씩 변해 왔따'는 설을 주장했다. 이것이 '종의 기원'에 쓰인 '진화론(Evolutinary Theory)'이다. '찰스 다윈'은 그것을 기반으로 '인간의 표정과 동물의 표정에는 비슷한 성질이 있다. 감정도 진화에 의해 갖게 된 것으로, 개체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반응이다.'라고 하며 '인간과 동물의 표정'이라는 책도 썼다.

 19세기 후반에는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William James, 1842~1910)'와 '칼 랑게(Karl Lange, 1834~1900)'가 '감정은 자극에 의해 생긴 신체 반응이 뇌에 전달되면서 성립한다.'고 주장했다. 이것을 '제임스·랑게설'이라고 한다. 특히 '윌리엄 제임스'의 '슬퍼서 우는 것이 아니다, 울어서 슬픈 것이다.'라는 말은 유명한다. '윌리엄 제임스'는 '감정의 말초 기원설'에 따라 '운다고 하는 신체의 변화가 있고, 그것이 슬픔의 감정을 낳는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20세기에 들어 이런 설에 대한 비판이 잇따라, 사령탑으로부터 뇌가 기능함으로써 감정이 만들어지고, 감정이 신체 변화를 초래한다고 주장하는 '중추 기원설'이 나왔다.

 또 심리학자 '폴 에크만(Paul Ekman, 1934~)'은 다양한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조사해, 도시에 사는 사람과 '파푸아뉴기니' 등지에 사는 고립된 민족 모두 '기본 감정(기쁨, 놀람, 두려움, 슬픔, 분노, 혐오)'을 가지고 있으며, '기본 감정'은 모든 인류에 갖추어진 생물학적 기반이라고 주장했다. '폴 에크만'의 주장은 '찰스 다윈'의 주장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 후 '인지', '정보 처리', '문화', '사회' 등 다양한 관점에서 감정이 연구되면서, 인간 특유의 감정을 연구하는 '감정 심리학(Emotional Psychology)'이 생겨났다. 특히 1990년대 이후에는 뇌과학 연구가 발전하면서 감정에 관여하는 뇌의 메커니즘도 밝혀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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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분노는 '대뇌변연계'에서 생긴다.

 그러면 분노를 느꼈을 때, 뇌와 신체에서는 어떤 반응이 일어날까? 생명과 자기 존재를 위협하는 자극은 눈이나 귀 등의 감각 기관을 통해 뇌로 전달되고, 대뇌 안쪽에 있는 '대뇌 번연계'를 활성화한다. '대뇌 번연계'는 '자율 신경(혈압과 심장 박동 등 자신의 의사에 관계없이 기능을 조절하는 신경)', '기억', '본능', '쾌락' 등을 관장한다.

 '자율 신경'은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이라는 2개의 반대 작용을 하는 메커니즘으로 이루어지며, 이 2개가 균형적으로 작용하면서 신체 활동이 조절된다. 분노할 때 일어나는 '아드레날린 분비', '혈압 상승', '심장 박동수 상승'은 교감 신경의 작용 때문이다. 모두가 혈류량을 늘림으로써 근육에 에너지 공급, 즉 포도당과 산소량을 증가시켜 공격하거나 도망가기 위해 몸을 준비하는 반응이다. 분노를 느꼈을 때 심장이 두근두근하고 온몸이 뜨거워지는 것은 이런 메커니즘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안정되었을 때나 잠을 잘 때는 부교감 신경이 작용해 '혈압 저하', '심장 박동 수 저하', '소화 촉진' 등이 일어난다. 교감 신경과 부교감 신경은 각각 신체 활동의 on/off를 조절한다.

 공격·도피 등의 행동은 '대뇌 번연계' 중에서도 '편도체', '시상 하부', '중뇌 중심 회백질' 등의 부위가 협력해 일어난다. 인간 이외의 동물에서는 분노를 일으키는 회백질에 의해 '대뇌 번연계'가 활성화되면, 그것이 공격 등의 행동으로 직접 이어진다. 반면 인간은 대뇌 신피질을 가지고 있어 교감 신경에 의한 신체적 반응이 일어난 다음, 그 뇌의 '전두전 영역'의 작용에 의해 '편도체, '시상 하부', '중뇌 중심 회백질'의 기능이 억제될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공격·도피 등의 행동을 자신의 의사로 제어할 수 있다. 인간에게는 '분노의 감정 = 공격·도피 등의 행동'은 성립하지 않아 그 둘을 구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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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분노를 표현하는 두 가지 방법

 심리학자 '제임스 아베리엘(1842~1910)'은 분노에 동반된 반응을 크게 '표출적 반응'과 '도구적 반응' 두 가지로 분류했다.

  1. 표출적 반응: '표출적 반응'은 자율 신경 반응을 포함한 행동으로 '얼굴이 빨개진다', '초조하다', '얼굴이 굳는다', '목소리가 떨린다' 등이 포함된다. '표출적 반응'은 무의식적으로 일어나기 때문에 자신의 의사로는 제어하기 어렵다.
  2. 도구적 반응: '도구적 반응'은 개인의 성격과 입장에 따라 어느 정도 제어할 수 있는 행동으로 '상대에 대한 신체적 공격', '언어를 통한 공격', '상대에게 중요한 사물에 대한 공격',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화풀이' 등의 직접적인 공격 행동도 있고, '상대와의 냉랭한 대화', '제3자에게 상담' 등 공격을 동반하지 않은 행동도 포함된다.

 '대뇌 번연계'의 분노의 발생과 그에 따른 자율 신경 반응은 눈앞의 긴급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진화한 것으로, 무의식적으로 일어난다. 결국 '분노의 감정이 생기는 것과 '표출적 반응이 일어나는 것' 모두 달리 대처할 방법이 없는 셈이다. 오히려 다음에 어떻게 '도구적 반응'을 할 것인가, 어떻게 분노와 마주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5. 우리는 언제 분노하는가?

 그러면 우리는 언제 분노를 느낄까? 분노를 느끼는 것은 사물에 대해서가 아니라 대인 관계에 대해서가 대부분이다. 대학생을 대상으로 앙케트 조사를 통해, 분노를 느끼는 것은 '물리적 피해'가 아니라 '심리적 피해'를 받는 상황이 많음이 밝혀졌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난처한 상황인데도 상대방이 도와주지 않는다.', '아무렇지도 않게 약속을 깨뜨린다', '근거 없는 말로 남을 헐뜯어 명예나 지위를 손상시킨다.', '깔보는 언동을 한다는 상황' 등에서 분노를 느끼는 경우가 많았다. 다만 이런 심리적 피해를 입었을 때 모두가 반드시 분노를 느끼는 것은 아니다. 예컨대 약속했던 상대가 나타나지 않은 경우, '사고로 지하철이 멈추어 어쩔 수 없다'고 납득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약속으 깨뜨렸다'고 분노의 감정에 휩싸리는 사람도 있다. '분노'는 개인의 생각, 결국 주관에 근거한 부분이 많기 때문에 같은 상황이라도 그 판단에는 커다란 개인차가 있다. '화를 잘 내는 사람'은 '피해의 정도'나 '상대의 책임'을 크게 부각시키는 반면, '화를 잘 안 내는 사람'은 그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분노'를 겉으로 표출하는지 안 하는지에 관계없이, 분노의 감정에 휩싸이기 쉬운 사람은 다양한 질병에 걸릴 위험성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상대가 알아차릴 수 없도록 분노를 억누르고 있어도, 생체 안에서는 교감 신경이 작용해 '혈압 상승', '심장 박동 수 증가', '소화 기능의 억제', '내분비계 반응에 의한 면역 기능의 저하' 등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특히 분노와 심장병과의 관련 연구 등을 통해, 분노하기 쉬운 경향이 심장병의 위험과 관련이 있다는 점도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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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의 차이는 왜 생길까?

 표출적 반응이든 도구적 반응이든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은 개인의 성격과 당사자가 속해 있는 문화·사회·세대·자란 환경·성별·유전·질병의 유무 등 다양한 인자가 관여하고 있다. 예컨대 한국의 경우에는 '다른 사람에게 분노 등의 감정을 드러내서는 안된다.'는 암묵적인 억압적 문화가 있어, 서양인에 비해 공적인 장소에서 희노애락을 표현하는 데 상당히 소극적이다.

 여러 연구를 통해, 분노 감정의 발생 그 자체에 성별의 차이는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신체적인 공격' 행위의 경우 남성에게 많은 경향이 보였다. 반면 '신체를 사용하지 않는 공격(인간관계를 이용한 공격 등)'에 대해서는 여성 쪽이 많다는 보고가 있다. 사회적 습관을 만드는 '남성은 이래야 한다.' 또는 '여성은 이래야 한다'같은 '성 고정 관념(Gender Stereotype)'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된다.

 더구나 지위에 따라서도 분노를 표출하는 방법은 크게 변한다. 윗사람에 대해서는 꾹 참고, 상대가 부하나 연하라면 '화를 내도 괜찮다'는 생각이 강하다. 또 가족에 대해서는 화를 잘 내고, 중요한 친구에 대해서는 참는다는 경향도 볼 수 있다. 가족이라면 화를 내도 관계가 깨지지 않는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6-1. '전두전 영역'의 기능이 저하되면 분노를 표출하기 쉬워진다.

 한편, 음주·약물·질병에 의해서도 분노가 행동으로 이어지기 쉽다. 술에 취한 사람들끼리의 싸움은 음주로 인해 혈중 알코올 농도가 높아지면서 뇌가 마비되면서, 전두전 영역이 억제되지 않기 때문에 일어난다. 대마나 각성제 등의 약물 이용, 알츠하이머병 등의 치매, 조현병 등의 정신 질환, 뇌종양 등 요인이 무엇이든 '전두전 영역'의 기능 저하를 초래하는 상황은 분노를 표출하기 쉽게 한다. '전두전 영역'은 분노의 감정을 제어할 뿐만 아니라, 다른 감정의 제어·사고·인지 등 '인간 특유의 고차원적 기능'을 관장하고 있다.

 이것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가 있다. 1848년, 당시 25세였던 미국인 '피니어스 게이지(Phineas Gage, 1823~1860)'는 작업 도중 암반 폭파 사고를 당해 긴 쇠막대가 왼쪽 뺨에서 전두적 영역 쪽으로 관통하는 부상을 입었다. '피니어스 게이지'는 사고 직후에도 의식이 있었으며, 그 후 치료를 통해 회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사고 이전의 성실하고 예의 바르며 온화한 성격이 갑자기 바뀌고 말았다. 쉽게 화를 내고 고집이 세며 우유부단한 모습을 접한 친구는 '그는 더 이상 내가 아는 게이지가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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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분노는 사람 간에 전염된다.

 '분노'는 사람 사이에 전염된다는 특징이 있다. 이것은 '감정 전염(Emotional Contagion)'이라는 것의 하나로, '인간 특유의 뇌 기능'으로 여겨진다. '웃는 사람 얼굴에 침 못 뱉는다.'라는 말이 있다. 실제로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는 사람의 영상을 보는 것만으로도 자신도 들떠 기분이 좋아지는 현상을 많은 사람이 경험해 봤을 것이다. 반대로 재해나 사고를 당한 모습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 경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감정 전염'은 '분노'에서도 일어난다. 예컨대 화만 내는 부모의 영향을 받아 어린이가 감정적이 되어 쉽게 이성을 잃거나, 분노를 터뜨리는 사람들의 영상을 보고 자신도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이런 '감정 전염'은 뇌의 '거울 뉴런 시스템(MNS, Mirror Neuron System)'에 의한 것으로 생각된다. '신경 세포(Neuron)' 중에는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는 것만으로 활성화하는 '거울 뉴런(Mirror Neuron)'이 있다. '거울 뉴런'은 자신이 상대와 같은 행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느끼는 메커니즘을 만들어 낸다.

 '거울 뉴런'은 신경 생리학자 '자코모 리촐라티(Giacomo Rizzolatti, 1937~)'가 1996년에 발견했다. 그는 먹이르 취하는 행동과 관련된 뉴런을 해석하기 위해 '마카스 원숭이'의 대뇌 피질에 전극을 꽂은 실험을 할 때, '실험자가 먹이를 집어 드는 행동'과 동기해 활동하는 뉴런의 존재에 주목했다. 이것이 '거울 뉴런'이다. 그 후, 인간에게도 거울 뉴런과 비슷한 뇌 활동이 있음을 발견했다. 인간 '거울 뉴런 시스템'의 근간에는 '행동의 모방'이 있으며, 거기에서부터 '타인의 행동과 감정의 이해', '의도의 추측', '공감하는 능력' 등이 생겨나는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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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분노의 자기 조절(Self-Control)

 지금까지 '분노의 정체'에 대해 개략적으로 알아봤으니, 이제부터는 '분노의 자기 조절(Self-Control)'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단 다음의 세 가지에 주의해야 한다.

  1. 첫째, 일상생활에서 분노를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로, 좋은지 나쁜지 문제 삼지 않는다는 점이다.
  2. 둘째, 느낀 분노를 겉으로 표출하는 것이 나쁘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점이다. 분노를 참는 것이 옳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분노의 표출하는 것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경우도 많다. 예컨대 인종 차별이나 중대 범죄에 대한 분노에서는 사회 질서와 안정에 기여하는 일면이 있다.
  3. 셋째, 어떤 분노든 대부분의 경우는 시간이 지나면 누그러진다는 점이다. 특히 일반적인 분노는 그냥 두더라도 며칠에서 1주일 정도면 잊혀진다. '특정한 분노'가 2주일 이상 반복적으로 느껴지면 그것은 '상당히 뿌리 깊은 분노'라고 할 수 있다.

 일본 '하쿠오 대학' 교육학부의 '유카와 신타로' 교수에 의하면, 우리가 분노를 느끼고 누그럴 때까지 다음의 3단계를 거친다고 한다.

  1. 제1단계(비대화): 분노가 높아진다.
  2. 제2단계(객체화): 냉정하게 생각한다.
  3. 제3단계(종식화): 해결되었다고 생각한다.

 '비대화' 단계에서는 상대나 제3자에 대한 분노가 '언어나 신체를 통한 공격'으로 나타나든지 비참한 감정이나 억울 상태로 나타난다. 이어 '객체화' 단계가 되면 상대에 대한 공격이나 사물들에 대한 화풀이가 사라지고 냉정해져, 분노를 느낀 경험에 대해 생각하거나 제3자에게 상담할 수 있게 된다. '종식화' 단계에 이르면 강한 분노의 감정은 거의 사라지고 '끝난 일'로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결국 분노를 가라앉히고 자신 안에서 정리해 억제하는 것은 얼마나 부드럽게 '종식화'에 도달했냐에 달려 있다. 좋아하는 일로 기분전환을 하거나 우동이나 일에 집중하는 것은 분노의 '비대화'를 멈추는 효과가 있다. '유카와 신타로' 교수는 '비대화' 단계에서는 '복식 호흡법'이, '종식화' 단계에서는 '필기 개시법'이 각각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8-1. 복식 호흡법

 최근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마음챙김 명상'이란 '지금 이 순간을 중요시하는 생활법'을 실천하기 위한 방법이다. '마음챙김 명상'에는 '복식 호흡법', '요가', '좌선' 등이 있다. '마음챙김 명상'은 '호흡'과 '자세'에 집중함으로써 자신의 마음 상태를 관찰하고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 신체 감각을 살피며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기 위한 훈련이다. '마음챙김 명상'은 원래 불교에 있던 개념이었는데, 미국의 의학자 '존 카밧짓(Jon Kabat-Zinn, 1944~)'이 의료 행위로 '좌선'과 '요가'를 바탕으로 만들면서 여러 나라에서 주목받게 되었다.

 여기서는 '마음챙김 명상'의 기본이 되는 '복식 호흡'에 대해서 설명한다. '복식 호흡'은 배가 홀쭉해질 때까지 입으로 천천히 숨을 토해 내고 다음 코로 공기를 흡입해 배를 불룩하게 하는 사이클을 반복하는 호흡법이다. '복식 호흡'은 부교감 신경을 활성화해 분노를 가라앉히는 '즉효성 효과'가 있으며, 그 효과는 과학적으로도 이미 증명되었다.

8-2. 필기 개시법

 '필기 개시법'은 자신의 감정과 상태를 글로 표현함으로써 기분을 정리하는 것이다. '객체화'나 '종식화' 단계에서 분노 경험을 받아들이기 쉽게 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상담 상대가 없고 분노 감정이 뿌리 깊은 경우에 효과적이라고 한다. 실험 결과 '필기 개시법'을 시행하기 전에 비해 시행 후에 분노가 재연될 경향이 낮아지는 결과를 얻었다. 또 장기적으로는 글을 쓰는 행위를 통해 자기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 자신의 분노의 원인을 깨닫거나 행동이나 사고의 변화가 일어난다. 그러면 분노가 애당초 생겨나기 어렵게 되는 효과가 있다.

 주의해야 할 점은 분노보다 슬픔이나 억울함이 강한 경우에는,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상태가 더욱 나빠질 가능성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는 권장되지 않는다. 또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인식할 수 없는 '감정 표현 불능증(Alexithymia)' 환자나, 그런 경향이 보이는 사람에게도 '필기 개시법'은 적합하지 않다.